지난달 소소한 산-책에서 ‘꼭 가보고 싶은 서점 리스트’가 있다고 밝혔어요. 리스트가 담긴 지역을 써보자면 강릉, 경주, 군산, 속초, 수원, 인천, 제주입니다.(여행이 하고 싶은 걸까요…) 용인의 리브레리아 Q도 그중 하나였고요.

인테리어에서 느껴지는 고아한 분위기, 질문을 던지는 큐레이션, 그 속에서 또렷하게 드러나는 책방 주인의 개성. 책방을 이루는 요소요소들이 저를 그곳으로 향하게 했습니다. 문을 연 지 아직 일 년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온 곳 같아요.

낯선 거리를 걷다 책방의 표지를 발견하니 마치 킹스크로스역에서 호그와트 마법학교행 열차를 타는 플랫폼 9와 3/4을 본 기분! 책방으로 들어서 신을 갈아신는데 순간 기시감이 들며 어릴 적 기억 두 가지가 떠올랐습니다. 피아노 연습은 싫어했으면서 학원에 비치된 어린이 잡지를 읽는 건 좋아해, 피아노 학원의 문을 열고 신발을 갈아신자마자 새 잡지를 확인하러 서가로 달려가곤 했어요. 또 하나는 시립도서관의 어린이자료실에 숨어들던 일. 어린 시절 제가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이었답니다. 집 앞 피아노 학원과 ‘어린 마음의 여행’인 도서관으로 들어서던 그 미미한 긴장과 설렘과 또 한편으로는 익숙함과 안온함까지. 신기해요. 한 사람이 쓴 책과 그가 이룬 공간이 책에 대해 순정한 마음을 지녔던 한 시절을 계속해서 불러들인다는 것이.

 

공간의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벽면을 따라 크게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더 넓고 책의 종수도 많았어요. 정말로 도서관 같고 왜 어린이자료실이 떠올랐을까 생각해보니 높은 서가가 없었습니다. 모두 허리께 책장이고 넓은 테이블과 또 리브레리아 Q의 시그니처 피아노 진열대(?)에 책들이 놓여 있어요.(네, 여러분. 피아노를 꼭 주목해서 보셔야 합니다. 아름다운 책들의 전당이라고요!) 어린이 그림책은 그보다 더 낮게 비치되어, 조그맣고 귀여운 곰 의자에 앉아서 볼 수 있어요. 실제로 쌍둥이 두 딸이 쓰던 의자라고 해요. :)

큐레이션 책방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곳은 각 서가가 여성, 문학, 인권, 동물권, 환경, 생태, 어린이와 청소년 도서들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이 나뉠 수 있을지. 책들은 어떤 흐름으로 하나의 커다란 원을 그리는 듯했습니다.(그러고 보니 책방 로고도 원 속에 있군요.) 그 안에서 각각의 이야기들이 뭉뚱그려지지 않고 보는 이에게 제안하듯 말을 걸도록 장치를 마련해둔 손길도 촘촘히 느껴졌어요. 그 흐름을 만들어낸 역사도 궁금해지더라고요.

제 물음에 책이 또 다른 책들로 이끌었다고, Q 님이 답했습니다. 그 간명한 대답 속에서 읽지 않은 책은 소개하지 않는다는 신념이 엿보였어요. 오롯이 책이 던지는 질문들, 책 속에 등장하는 책들, 한 작가가 쓴 모든 책, 그러니까 책이 책을 부르는 마법으로 이루어진 공간. 그 공간에서 책과 사람이 만나는 이야기까지. 책보다 더 책 같은 이야기들을 가득 담아왔고, 어쩌면 서점원 Q 님의 문장으로 엮어 또 하나의 책으로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을지도요. 제가 많이 반했어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살피고 마주 앉아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대화를 나누고, 오랜만에 충만한 마음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제 손에는 삶/노동/사회/정치/인권/사람 서가에 있던 시몬 베유의 <노동일지>, 어린이 그림책 서가에서 고른 제르다 뮐러의 <정원을 만들자!>, 그리고 서점원 Q 님이 기고한 글이 실린 교육 잡지 <민들레 134호>, 이렇게 세 권이 들려 있었고요.

<노동일지>에서 시몬 베유의 편지글 중 한 구절을 나눕니다.

“봄을 즐기기를, 공기와 풍부한 햇살을 호흡하기를, 또 많은 책을 읽기를…. 안녕히!”

 

마지막으로 한 가지, 들어서자마자 보이던 테이블 이야기를 끝으로 미뤄두었는데요. 4월과 5월에는 세월호, 제주4.3 사건,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을 기억하는 책들로 꾸려집니다. SNS 계정을 통해서도 꾸준히 소개하고 있으니 관심 있게 살펴주시면 좋겠어요.

 

﹅ 리브레리아 Q https://www.instagram.com/libreriaq/

 

 

* ‘소소한 산-책’ 코너에서 독자 투고를 받습니다. 제 걸음이 미처 닿지 못한 곳들의 이야기도 전하고 싶어요. 분량 제한은 없습니다. 짧아도 좋고요. 자유롭게 여러분의 산-책 이야기 들려주세요. 해당 메일(letter@sewmew.co.kr)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선정된 분께는 오후의 소묘에서 제작한 노트 세트와 신간을 보내드립니다. 소중한 원고 기다리고 있을게요.

 

‘소소한 산-책’은 [월간소묘 : 레터]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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