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이 아닌 전시 산책을 먼저 소개하려고 해요.

이달의 책과도 어울릴 <락군展>입니다. 고양이 민화를 그리는 혜진 작가의 개인전이에요. 9월 13일까지 서촌의 갤러리 팔레드서울에서 열립니다.

 

전시 제목인 ‘락군’은 혜진 작가가 반려하던 멋진 턱시도 고양이 이름이에요. 어느 날 곁을 떠났지만, 이번 전시에서 그 조그마한 존재가 그에게 얼마나 크게 자리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은유가 아니라 물리적으로요. <락군도>가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어요?! 스케일 무엇.)

반대로 큰 작품 속에 아주 작은 점들이 눈에 띕니다. 2014년 무렵의 초기작인 <초충묘도>에서는 ‘충’으로 나비를 주로 그렸는데 최근 작품들에는 유독 개미가 등장해요. 이유를 물으니, 길에서 고양이만큼 흔히 보게 되는 작은 존재가 개미여서라고요. 왜 아니겠어요. 길냥이들 밥그릇마다 옹기종기 모여 있곤 하잖아요. 저는 툭툭 털어버리는데, 혜진 작가는 그 모습이 귀여워 쪼그리고 앉아 유심히 살펴보곤 한답니다. 그 시선이 그림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개미 한 마리, 심지어 고양이 털 한 올 한 올, 그의 붓 간 곳마다 사랑을 읽습니다.

그렇다고 장르가 로맨스냐 하면, 그건 아닐걸요. 판타지&코미디예요. 버섯이 고양이가 되고 고양이가 버섯이 되고, 고양이가 러버덕을 타고 바다 건너 고래를 만나고, 배트맨이 알고 보니 고양이였다거나… 락군뿐 아니라 세상 모든 고양이, 아니 온갖 존재들이 만들어가는 혜진 작가의 유머러스하고도 따뜻한 이야기, 이 어려운 시절에 기회가 되신다면 만나보시길 바라요.

 

 

전시 소개

락군展

18년 전 작고 어린 고양이가 툭 내 삶으로 들어왔다.

그 보드랍고 따끈따끈한 존재는 내게 가족이며 위로이며 행복이다.

고양이를 그리는 것은 일상의 기록이자 꿈꾸는 것, 상상으로의 매개이기도 존재에 대한 탐구이기도 나 자신의 투영이기도 하다.

그리고 열렬한 러브레터, 나의 조그마하고 큰 고양이들 락군들에게.

 

9.2-9.13

팔레드서울 갤러리(경복궁역 3번 출구 방면) 1F [약도]

평일 10am-7pm, 주말 11am-6pm, 월요일 휴무

﹅ 혜진 작가 https://www.instagram.com/rockcobok/

﹅ 작품 계정 https://www.instagram.com/hyejin_cat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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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 드 서울에서 전시를 보셨다면, 코너 하나만 돌아보세요.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운영하는 보안책방이 나온답니다.

보안책방은 보안여관 전시와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 함께하고 있어요. 지난 6-7월에는 <식물계>라는 주제로 책방이 하나의 숲 혹은 정글처럼 꾸며지기도 했었고요. 9월에는 ‘9월의 일기’라는 제목으로 9인의 예술인이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자신의 ‘예술하는’ 일상에 대해 쓰는 작업을 한다고 합니다. 더불어 기출간된 예술가의 일기를 읽어 내려가는 워크숍도 꾸리고 있어요.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있지만 문학과 예술 쪽에 무게를 둔 느낌입니다. 저는 8월의 책으로 소개한 <빨강의 자서전>을 쓴 앤 카슨의 다른 작품 <녹스Nox>를 만날 수 있어 뜻깊었어요. ‘nox’는 라틴어로 밤을 뜻해요. 이 작품은 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질문하게 될 정도로 독특한 방식으로 만들어졌어요. 상자를 열면 아코디언처럼 펼쳐집니다. 왼쪽 페이지에는 로마 시인 카툴루스의 시의 번역과 해석이, 오른쪽 페이지에는 카슨의 시와 카슨 오빠의 사진, 편지, 우표, 그림 등이 있습니다. 이 책의 부제는 ‘나의 오빠를 위한 비문碑文’이에요. 20년 넘게 생사 여부를 알지 못한 채 떨어져 있던 오빠의 죽음을 맞닥뜨린 후 그를 알아가고 이해하기 위한 여정으로 이 작업을 해나갔다지요. 그 여정의 끝에 무엇이 있었을까.

본 책은 <녹스>지만 산 책은 <conversations with flowers of a decade>이라는 식물 그림 작품집입니다. 이혜승 작가가 십 년간 그린 식물을 담은 아티스트북이에요. 그가 그린 자연은 언뜻 연약해 보이지만 고요한 힘이 느껴집니다.

 

 

﹅ 보안책방 https://www.instagram.com/boanbooks/

 

 

 

* ‘소소한 산-책’ 코너에서 독자 투고를 받습니다. 제 걸음이 미처 닿지 못한 곳들의 이야기도 전하고 싶어요. 분량 제한은 없습니다. 짧아도 좋고요. 자유롭게 여러분의 산-책 이야기 들려주세요. 해당 메일(letter@sewmew.co.kr)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선정된 분께는 오후의 소묘에서 준비한 굿즈와 신간을 보내드립니다. 소중한 원고 기다리고 있을게요.

 

‘소소한 산-책’은 [월간소묘 : 레터]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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