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산책 글에서까지 코로나 이야기를 하게 되어서 황망한 마음입니다만, 다행이랄지 상황이 급변하기 전 숨을 돌리러 나선 길에 서점 한곳을 다녀올 수 있었어요. 그리고 시월의 산책에서 소개한 온라인서점을 재방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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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는 책동네에서 모바일북페스티벌이 열렸고 저희 역자이자 그림책 에세이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저자인 무루님의 라이브 북토크 행사가 있었어요. 그래서 아주 오랜만에 수원 행궁동 나들이를 했지요. 무루님 작업실에서 아주 유익하고 즐거웠던! 라이브 방송을 마치고 옆골목의 ‘브로콜리 숲’엘 들렀습니다.

골목책방 브로콜리 숲은 수원의 화성행궁 작은 골목 이층에 자리한 아주 아름다운 곳이에요. 이층 계단을 올라가는 동안 고양이가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고요. 책방 안에도 작은 골목길처럼 좁다란 통로가 손님을 맞고, 책과 굿즈의 골목을 지나면 왼쪽으로 전면서가가, 오른쪽으로는 책이 가득 놓인 테이블과 빽빽한 책장이 있는 책의 숲 같은 공간이 펼쳐집니다.

제가 바삐 걸음해 멈춰선 곳은 조그마한 책장 한 칸 앞이었어요. 그림책, 소설, 그림책과 소설 사이 어디쯤에 있는 이야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그곳에 편지처럼 하얀 종이가 붙어 있었습니다.

 

무루의 책장

 

나와 너, 과거와 현재, 삶과 죽음, 현실과 이상 사이를 건너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모았습니다. 이야기는 때로 우리를 먼 곳으로 데려다줍니다. 경계를 허물고, 거리를 좁히고, 마음은 조금 넓어질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하고요.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을 추운 계절 따뜻한 마음으로 함께 읽고 싶어요.

 

오늘과 내일, 현실과 이상의 경계를 여느 때보다 또렷하게 느끼게 되는 연말에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이런 이야기들이 아닐까 싶어요. 이 책장에 대해 브로콜리 숲이 소개한 문장도 옮겨봅니다.

 

‘숲 한 켠에 든든하게 준비해둔 무루가 권하는 이야기들로 신비롭고 따뜻한 겨울을 경험해보시기 바랍니다.’

– 브로콜리 숲

 

저는 홀로 숲을 헤매는 <키미> 이야기를 샀답니다. 늙은 개의 이야기를 읽는 데에는 얼마간의 용기가 필요하고 그 용기를 저는 책을 소개하는 무루님과 또 무루의 책장의 다른 책들로부터 얻었습니다. 읽고 나니 ‘키미’와 ‘나’가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네요.

 

 

무루의 책장의 다른 책이 더 궁금하다면 조심스레 행궁 나들이로 월동준비 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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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에 소개한 세상에서 가장 작은 서점 ‘지혜의서재’를 다시 찾았어요. 지난번엔 단 한 사람을 위한 책이었다면, 이번엔 지혜의서재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큐레이션 ‘비건 지향적인 삶에 도움이 되는 책’이에요.

작은 서점의 특성이자 매력 중 하나는 책방 주인의 정체성이 소개하는 책들에 고스란히 드러나게 된다는 것일 텐데요. 이 책방 주인인 지혜 님을 제 시선으로 소개해보자면, 저와 세 번째 연말정산을 함께하고 있고 어느 해 연말정산에서는 <아무튼, 비건>을 올해의 책으로 꼽으며 앞으로의 날들을 비건 지향으로 살겠다고 선언하신 분이에요. 이후로 지금까지, 또 앞으로도 그 결심을 이어나갈 것이고요. 저는 그 결심의 자장 경계에서 열심히 흔들리고 있고요. 그래서 새로 문을 연 코너가 아주 반가웠습니다.

비건 지향적인 삶에 도움이 되는 책의 첫 권으로 소개한 <따뜻한 식사>는 평소 눈여겨보고 있었지만 지금 제 삶과 괴리가 너무 큰 것 같아 선뜻 손을 뻗지 못하고 있던 책이에요. 하지만 지혜의서재에서 소개하니 더 망설일 필요가 없었어요.

 

‘먹는 이, 먹거리를 만드는 이, 지구에 도움이 되는 식사에 관한 이야기이자 비건 지향적인 삶을 사는 데 큰 도움이 되어줄 책입니다. 꼭 ‘비건’이라는 단어와 연관 짓지 않더라도 모두에게 이로운 생활습관을 만들어주는 데에도 좋은 짝꿍이 되어줄 거예요.’

– 지혜의서재

 

겨울 느낌이 물씬 나는 포근한 천에 담긴 책과 메모가 적힌 책갈피와 차를 꺼내 찬찬히 들여봅니다. 책은 독립서점 한정 초판본으로 만듦새부터 무척 아름다워요.(해당 판본은 언제 소진될지 모르니 관심 있으신 분은 늦지 않게 문 두드려보세요.)

 

재료, 도구, 조리법이 단순할수록 우리의 식사는 풍성해졌다

요리하지 않는 요리

 

 

한 해 동안 제 식사가 얼마나 한심했는지 일일이 열거하기에는 너무나 부끄러운데요. 이 책과 함께 단순하면서도 풍성한 식사 꾸릴 수 있을 것 같아 벌써 뱃속이 따뜻해집니다.

그리고 표지에 적힌 문장 하나가 지금 우리에게 더 간절히 다가올 것 같아요.

 

맞은편에 앉아

함께 먹고 싶습니다.

 

골목책방 브로콜리 숲

지혜의서재

 

 

 

* ‘소소한 산-책’ 코너에서 독자 투고를 받습니다. 제 걸음이 미처 닿지 못한 곳들의 이야기도 전하고 싶어요. 분량 제한은 없습니다. 짧아도 좋고요. 자유롭게 여러분의 산-책 이야기 들려주세요. 해당 메일(letter@sewmew.co.kr)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선정된 분께는 오후의 소묘에서 준비한 굿즈와 신간을 보내드립니다. 소중한 원고 기다리고 있을게요.

 

‘소소한 산-책’은 [월간소묘 : 레터]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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