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가보고 싶은 서점 리스트 중 가장 가까운 곳을 다녀왔어요. 소개하는 책들과 공간 구석구석 닿은 손길이 예사롭지 않아 눈여겨보고 있던 곳이에요. 성북구의 기품 있는 서점 ‘책의 기분’입니다. 가깝다고 썼지만 전철 탑승 시간만 꼬박 50분이어서 이달의 책을 챙겨 여행하는 기분으로 나섰답니다.

6호선 돌곶이역에서 한참을 걸어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자 책방의 모습이 보였어요. 사진 같은 단편적인 정보들만 접한 후 실제를 맞닥뜨렸을 때 실망하는 경우가 종종 있죠. 그런 경험들이 쌓여서 미리부터 걱정을 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을 거예요.

<아홉 번째 여행>을 비롯해 제가 좋아하는 그림책들이 전면 유리 너머 나란히 맞아준 곳. 외관이 눈에 들어온 순간 그간 접해온 조각들이 퍼즐처럼 맞춰지며 빈곳까지 더 풍성히 채워지리라 예감했습니다. 문을 열자 <눈의 시>의 토끼가 어서 이 아름다운 세계로 들어오라며 눈짓하고요. 지난 산책 서점이었던 번역가의 서재에 이어 기쁜 마음 어찌할 바 모르고 벌컥 열려버렸지요.

한 권 한 권 정성스레 책을 소개한 메모가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서가, 그림책의 세계를 담은 허리께의 책장, 책을 돋보이게 하는 짙은 색의 원목가구들, 특정 주제로 큐레이션된 책들이 모인 벤치, 블라인드북과 책등의 제목이 시선을 끄는 넓고 하얀 테이블, 시그니처인 초록의 벽, 곳곳에 배치된 상냥한 물성의 소품, 그리고 마치 앤이나 <작은 아씨들>의 조의 다락일 것만 같은 아늑한 숨은 공간.

오감을 열게 하는 섬세하고 사려 깊은 구성은 어느 한곳 건성으로 지나칠 수 없게 했어요. 종일 머무를 수도 있었을 것이에요. 문을 연 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시간이 켜켜이 쌓인 듯한 공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제 서재를 옮겨온 듯 아끼는 책들을 마주하고 그 책들에 대한 코멘트까지 읽고 나자 그 짧은 사이 책방 주인께 내적 친밀감이 생겼어요. 어떤 지점에서 연결되어 있는지 알 수 있었고 그 점들로 그린 지도를 거니는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완벽히 겹칠 수는 없는 법이겠죠. 지도의 경계에서 또 다른 세계를 만나기도 했어요. 엄마가 된 여성들의 세계를 서점원이 지닌 세심한 시선으로 들여다볼 수 있었고, 소홀하고 소원하게 된 소설의 세계에 다시금 발을 디디고 싶어졌습니다. 서점을 산책하며 얻는 즐거움이란 바로 이런 것이겠죠.

 

 

보랏빛 종이에 싸인 블라인드북 한 권과, 같은 도시에서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열 명의 여성이 ‘서울, 도시, 여성, 엄마, 돌봄, 사회, 삶’에 대한 생각을 담은 책 <서울의 엄마들>을 샀습니다. 열 명의 이야기지만 한 명의 이야기 같기도, 백 명의 이야기 같기도 해요. 독특한 시도 때문인데, 책으로 직접 느껴보시길 바라요. <서울의 엄마들>의 필자 중에는 쓰기살롱 멤버 분도 있고 함께 나눈 이야기가 실려 있어 더욱 반가웠답니다. 저는 엄마가 아니지만, 도시를 살아가는 시민 여성으로서 공감할 이야기가 가득했고 제 생각도 정리해볼 수 있었어요. 글뿐 아니라, 필자들이 일회용 카메라로 직접 찍은 일상과 황예지 사진가가 담아낸 필자들의 모습 모두 아름답습니다.

 

﹅ 책의 기분 https://www.instagram.com/booksmood_/

 

 

* ‘소소한 산-책’ 코너에서 독자 투고를 받습니다. 제 걸음이 미처 닿지 못한 곳들의 이야기도 전하고 싶어요. 분량 제한은 없습니다. 짧아도 좋고요. 자유롭게 여러분의 산-책 이야기 들려주세요. 해당 메일(letter@sewmew.co.kr)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선정된 분께는 오후의 소묘에서 준비한 굿즈와 신간을 보내드립니다. 소중한 원고 기다리고 있을게요.

 

‘소소한 산-책’은 [월간소묘 : 레터]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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