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의 첫 편지를 느지막이 띄웁니다. 하늘이 제법 가을 같은 얼굴을 하고 있네요. 여름을 닫으며, 동선을 크게 그렸던 올 여름의 조각들을 모아보았습니다. 상반기에 무루 작가님의 에세이 두 권을 내고서 늦여름까지 내내 북토크 투어를 함께했는데요. 저마다의 고독이 다정히 닿던 모양, 글썽이고 웃고 고개를 끄덕이던 순간들이 오래 남습니다. 그 갈무리로 무루 님과 나눈 이야기를 전해요. 이 이야기의 끝에 여러분의 낙원은 어떤 틈을 품고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하반기의 편지 일정이 들쭉날쭉해졌는데요. 다음 편지는 10월 20일 월요일에 만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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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야기를 더 많이 알고 싶어요. 그리고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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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엔 무루 작가님의 신작 <우리가 모르는 낙원>(이하 우모낙)과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이하 이로운 할머니) 개정판을 연달아 내고서, 북토크 투어로 내내 함께했다.
첫 행사였던 라트랑슈의 낭독회부터 김신지 작가님과 함께한 알라딘 북토크, 리브레리아Q의 라운드 테이블, 그리고 대전과 경주, 순천을 거쳐 최근엔 신유진 작가님과 함께한 익산까지, 멀리 가까이 책방을 찾아다니며 독자님들을 만나온 여름이었다. 저마다의 고독이 다정히 함께하는 모양을 보았다. 책을 완성해서 세상에 내놓는 일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이라는 것을, 점과 선으로 이어온 여정 속에서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마음을 가득 채운 여름’은 동시에 질문을 가득 채운 여름이기도 하였고, 무루 님 말처럼 마음은 ‘사진이나 글로는 다 전해지지 않’을 테지만, 그 질문의 조각들은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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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보다 마음을 가득 채운 여름”

데이비드 위즈너, <시간 상자> 속 불가사리 섬
소묘 저도 그 여정을 함께하면서, 하나의 책이 던진 질문들을 가지고 작가와 독자가 한 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정말 큰 힘을 가지고 있구나, 깊이 느꼈는데요. 그래서 북토크 때 나왔던 질문들을 소묘 레터 독자분들과도 나눠보고 싶어요.
먼저 첫 책을 쓰고 다음 책 사이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어떤 시간들을 보내셨는지,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두 번째 책을 쓰고 엮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무루 삶의 모든 순간을 고독하게 보낼 수는 없을 거예요. 제게도 가족과 친구와 동료들이 있고, 그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소중해요. 다만 어떤 일들은 혼자 해내야 하는 것 같아요. 그 일들이 제게는 삶을 이루고 나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일들로 여겨지고요. 그래서 그걸 잘 해내는 데에 마음을 써요. 그건 오직 나만 알 수 있는 것이고요.
그러나 고행하듯 살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제 나름으로 찾아낸 방법은 스스로 즐거울 수 있는 형식을 찾는 일이에요. 해야 할 일들을 좀 더 좋아하는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삶의 형식을 가지려고 노력해요. 나날의 습관이 그 중 하나일 것 같고요.
무루 고독을 다루는 일과 같은 맥락일 거예요. 사는 일에 아름다운 형식을 갖출 수 있다면 즐거울 것 같았어요. 저마다가 찾아낸 형식들이 저는 늘 궁금해요. 그걸 엿보는 일은 제게 영감이 되고요. 그런 영감을 주고받는 일이 제게는 ‘함께’의 맥락으로 읽혀요. 혼자인 사람이 어떻게 세상과 덜 불화하며 어울려 살 수 있을까를 궁리할 때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좋은 ‘함께’요.

좋은 질문들이 흘러나왔던 함께의 순간들
소묘 “내가 원하는 삶의 형식이 이 세계에 아직 없다면 스스로 만들어볼 수밖에 없다.” _<우모낙>
“좋은 습관을 지닌 노인이 되고 싶다. 기술이나 재능이 아니라 습관인 것은 성과보다 반복되는 리듬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_<이로운 할머니>
<우모낙>에도 <이로운 할머니>에도 좋은 습관과 삶의 형식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무루 님이 가진 좋은 습관은 무엇인가요? 또 앞으로의 삶에서 무엇을 반복하며 살고 싶으신가요?
“틈에서 발견하는 낯설고 이상한 이야기들 쪽으로”
무루 <정글맨션>을 구체화하는 일은 제게 삽질 중 하나였어요. 이야기가 어떻게 시작될지, 목차는 어떻게 구성될지, 각각의 인물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상상하는 일이 재미있었고, 때로는 그걸 상상하는 데에 꽤 시간을 들이기도 했는데요. 그건 오직 제가 그 글을 쓰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사실 <정글맨션>이 책에 실린 건 그야말로 우연이었잖아요? 그래서 지금까지는 오직 즐겁기만 했는데요. 책에 싣기로 결정한 순간부터는 걱정이 컸어요. 내가 이야기를 쓰다니. 이렇게 막 쓴 글을 책에 실어도 되나? 했죠. 막 썼다는 건 그러니까 오직 즐거움을 위해서만 썼다는 뜻이에요. 독자에 대한 어떤 책무도 없이 저 혼자 좋자고 쓴 글이니까요. 그래서 이제부터 찬찬히 고민해보려고요. 이 이야기가 무엇이 될 수 있을지, 저를 어디로 데려갈지, 잘 따라가 보려고 해요.
소묘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에 수식어 하나를 더한다면, ‘강한’이 될 것 같네요.ㅎㅎ
‘낙원’에 대해서도 우리가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무루 님에게 ‘낙원’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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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것들에 매혹되는 사람, 아직 말해지지 않은 것들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 가장 좋은 함께를 도모하는 사람, 삶의 형식을 발명하는 사람, 자기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 이름 없는 것들의 자리를 그려보는 사람, 그러니까 이야기를 아끼는 사람.
바로 이런 사람이라서 우리는 무루에게 매혹되고 마는 것이겠다. 그의 글이, 이야기가, 삶이 우리에게 언제나 좋은 질문을 건네며 자기만의 틈을 발견하게 하기 때문에. 저마다의 틈으로 아직 말해지지 않은 것들을 따라 흘러가다 보면 언젠가 우리의 질문과 이야기가 포개지는, 이 여름 같은 순간들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그것은 내가 그리는 낙원.

🌳🕊 무루 작가 북토크 후기
✲ 책방심다(순천) 북토크
전북 지역의 폭우로 기차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던 9월의 첫 일요일- 예정보다 한 시간이 더 걸려 순천에 도착했습니다. 여유 있게 표를 끊어두어 북토크 시간을 맞출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몰라요. 독자님들도 타 지역에서 오신 분들이 많아, 비를 뚫고 모인 이 만남이 더욱 각별하고 애틋하게 느껴졌답니다. 책방심다의 김주은 대표님이 차분하고 다정하게 진행해 주신 덕분에 무루 작가님의 깊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어요. 동네책방 북토크는 같은 책이라도 책방의 성격이나 책방 대표님의 결에 따라 이야기의 주제가 다르게 흐르고 고여서, 언제나 책 속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날은 무루 님의 다채로운 실패담과 그림책 속 이상한 실패들을 들으면서, 실패의 분포를 넓히며 낙관하는 마음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건 새로운 것을 태어나게 할 고독과 더불어 혼자보다 더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는 함께로의 연결이라는 힌트를 얻을 수 있었어요. [사진과 함께 보기]
✲ 리브레리아Q(용인) 북토크
책방에서 마련해 준 참외 샐러드와 와인, 독자 님이 마음 써 맞춰주신 우모낙 쑥떡, 무루 님이 직접 싸 온 복숭아와 무화과 도시락- 한 상 가득 차려진 둥그런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앉으니, 북토크라기보다는 오래 알고 지낸 벗들과의 작은 파티 같았답니다.🍈🍑🍡🥂💫 이날 무루 님이 준비해 주신 이야기도 마침맞게 ‘낙원’이었고요. 미술작품으로 보는 낙원의 조건과 그림책 속 낙원의 풍경들을 지나 무루 님이 그리는 낙원(네, 정글맨션이요!ㅎㅎ)을 살피는 동안, 저마다 자신만의 낙원도 떠올려보셨을 거예요. 노란 불빛 아래 책과 음식과 이야기와 웃음이 겹겹이 뒤섞였던 그 시간이 또 다른 낙원을 향한 화살표가 되어주기를 바라봅니다. [사진과 함께 보기]
✲ 그림책방 씨앗(익산) X 신유진 북토크
익산의 그림책방 씨앗에서 열린 북토크는 신유진 작가님의 사회로 특별하게 진행되었어요. 소묘는 참석하지 못해 너무나 아쉬웠던 자리. 그림책방 씨앗의 후기를 대신 전해봅니다.
📚 [고르는 마음: 리브레리아Q 서점원 노트]의 소식들
🔔 첫 북토크가 장일호 기자님의 사회로 리브레리아Q에서 열립니다.
모집 마감으로 신청하신 분들은 9월 28일 일요일 오후 3시에 책방에서 뵙겠습니다. 다음 북토크는 익산으로 갑니다. 10월에 소식 전할게요.
📱📖 전자책이 출간되었습니다✨
날마다 책과 사람을 용감하고 단단하게 연결해 온 다정한 초대장을 건네요.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 리디북스에서 만나주세요 :-)
🎧 낭독 팟캐스트 [잠 못 이룬 그대에게]에 소개되었습니다✨
프롤로그와 함께 ‘누군가에게 집이 되어주고 싶어서’, ‘3월의 편지: 열세 살 여공의 삶’을 낭독해 주셨습니다. 다정하고 단단한 목소리로 전하는 <고르는 마음>을 들으며 숨 고르는 시간 가져보시길 바라요.
🎉 [사랑을 연습한 시간: 엄마의 책장으로부터] 2025 문학나눔 도서 선정
좋은 책을 발굴하고 많은 독자들이 문학과 만날 수 있도록 이어주는 ‘문학나눔’ 도서 보급 사업에 신유진 작가님의 에세이 <사랑을 연습한 시간>이 선정되었습니다. 문학나눔을 통해 이 아름다운 책이 더 많은 분들께 다가갈 수 있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늘 응원해 주시는 분들께 깊이 감사드려요.💛
💝 [소묘살롱 X 동네책방] 찾아가는 오후의 소묘 시즌1

소묘살롱 신청 공지가 나간 후 한나절도 안 되어 큰 관심을 받았어요. 감사한 마음으로 출동합니다. 오후의 소묘 에세이 이야기부터 함께 글을 쓰는 쓰기살롱 워크숍, 그림책 이야기와 전시와 낭독회까지 책방마다 다채로운 주제와 형식으로 찾아뵐게요. 각각의 행사는 해당 책방 인스타에서 안내드릴 예정이며, 미지서가에서 열리는 첫 행사는 현재 모집 중입니다. 다정한 얼굴로 반갑게 만나요! 💫
⟡ 10월 18일(토) 19:00 | 미지서가(평창)
오후의 소묘에서 출간된 에세이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글을 쓰는 쓰기 살롱 워크숍을 진행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에서 확인해 주세요.
•미지서가 X 소묘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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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소묘 : 레터]는 책과 고양이를 비롯해 일상의 작은 온기를 담은 다양한 글을 전합니다. 매달 두 번째, 네 번째 월요일에 만나요.
[월간소묘: 레터]
2020년 첫 편지 ‘생기’ • 3월의 편지 ‘질문의 자리’ • 4월의 편지 ‘장소라는 몸’ • 5월의 편지 ‘낭만’ • 유월의 편지 ‘어느 틈에’ • 7월 ‘편지하는 마음’ • 8월의 편지 ‘빨강’ • 9월의 편지 ‘어스름’ • 시월의 편지 ‘herbarium’ • 11월의 편지 ‘그 속에는’ • 12월의 편지 ‘연말정산’
2021년 첫 편지 ‘얼굴들’ • 2월의 편지 ‘걸음걸음’ • 3월의 편지 ‘Little Forest’ • 4월의 편지 ‘Now or Never’ • 5월의 편지 ‘창으로’ • 유월의 편지 ‘비밀의 무늬’ • 7월의 편지 ‘여름의 클리셰’ • 8월의 편지 ‘파랑’ • 9월의 편지 ‘이름하는 일’ • 시월의 편지 ‘일의 슬픔과 기쁨’ • 11월의 편지 ‘나의 샹그릴라’ • 12월의 편지 ‘연말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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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의 편지, 새삼 새 마음 • 2월의 편지, 일상 맞춤형 실감 블록 • 3월의 편지, 사랑과 우정의 세리머니 • 4월의 편지, 길고양이 돌봄 지침 • 5월의 편지, 절기 좋아하세요? • 6월의 편지, 우리를 홀린 OOO • 7월의 편지, 이 모든 일이 다 영화 같아요 • 8월의 편지, Sometimes, again • 9월의 편지, 여름의 기억 • 10월의 편지, 힙hip하지는 못해도 • 11월의 편지, 작은 도망 • 12월의 편지, 연말정산
2025년 1월의 편지, 숨 고르기 • 2월의 편지, 이상한 용기 • 3월의 편지, 충분한 사랑 • 4월의 편지, 계속 그리고 싶은 것들 • 5월의 편지, 무루가 사랑한 여자들 • 6월의 편지, 마음을 두드리는 순간 • 8월의 편지, 다정한 고집으로 • 9월의 편지, 낙원의 여름을 건너 • 10월의 편지, 흔적을 남기는 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