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것은 언제나 일상이다’ 프로젝트. 회화 작가 김혜영이 동명의 타인을 인터뷰하고 매달 한 폭의 그림과 짧은 글로 풀어냅니다.

[김혜영의 혜영들] 마음과 몸의 모양

혜영¯ 헤테로토피아가 뭐예요? 김¯ 대학교 교수님이 추천해주신 책에서 처음 접한 단어인데요. 나만의 다락방, 편안한 공간 같은 거예요. 현실 속의 유토피아라고 생각하면 쉬워요. 유토피아는 닿을 수 없는 곳이지만 헤테로토피아는 현실에 있죠. 어떤 공간이 아니라 순간일 수도 있어요. 혜영¯ 순간이라면… 저는 폭염을 엄청 좋아해요. 어릴 때 꿈이 인어였는데 제가 수영을 아예 못 했거든요. 인어의 몸짓이 너무 좋아서 처음에는 얕은 수영장에 가서 그걸 무작정 연습했어요. 그러다 보니 수영을 하게 되고 앞으로 나아 갈 수 있게 된 거예요. 지 ...

[김혜영의 혜영들] 발가락 사이, 반짝임

혜영¯ 인터뷰 이야기를 듣고 많이 설렜어요. 딸들이 인터뷰하는 건 몇 번 봤는데 저에 대한 인터뷰는 처음이에요.   김¯ 50대인 혜영 님은 처음이라 저도 많이 설렜어요! 태어나신 후에 첫 번째 기억이 뭔가요? 가지신 기억 중 가장 오래된 거요. 혜영¯ 어릴 때 기억이 많지 않은데… 동생이 태어났을 때가 떠오르네요.   김¯ 그럼 많이 어리실 때 아니에요? 혜영¯ 동생이랑 여덟 살 차이가 나요. 그때는 집에 산파를 모시고 아이를 낳았거든요.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할머니가 실망한 얼굴로 방에서 나오시던 게 기억나요. 동생도 딸이어서요. ...

[김혜영의 혜영들] 빛추이

김¯ 오늘 하루 어떠셨어요? 혜영¯ 다행히 오늘은 여유로웠어요. 그동안 계속 바쁘고 야근하는 날이 많았는데 오늘은 퇴근도 빨리했고요. 김¯ 보통은 퇴근이 정해진 시간보다 늦어지나요? 혜영¯ 네. 보통 그래요. 약속이 또 미뤄질까 봐 걱정했어요.   김¯ 원래 약속이 2월 말이었죠. 벌써 4월이네요. 혜영 님은 바쁘셨고 저는 조금 아팠고요. 혜영¯ 그러고 보니 어디가 아프셨어요? 김¯ 건강검진을 했는데 증상 없이 아픈 곳들이 꽤 있더라고요. 그래서 병원에 오가느라 조금 바빴어요. 혜영¯ 심각한 건 줄 몰랐어요. 김¯ 괜찮아요 ...

[김혜영의 혜영들] 막, 막

1__ 김¯ 사진 일을 하신다고 하셨죠. 혜영 님의 카메라에는 무엇이 담기나요? 혜영¯ 프리랜서로 일을 하는 것 외에 개인적인 작업에서는 주로 인물 사진을 찍어요. 지금 진행하는 개인 프로젝트는 제가 만든 특정 캐릭터 안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담아내는 거예요. 가발을 씌우고 분장도 해요.   김¯ 참여자는 미리 섭외하시나요? 혜영¯ 아니요. 그냥 길거리에서 부탁을 드려요.   김¯ 즉흥적이라니. 내용이 궁금해져요. 혜영¯ SNS 속 사람들이 비슷해 보일 때가 있었어요. 획일화된 것들에 대한 답답함이 생겼고 해소하고 싶어 거리로 나 ...

[김혜영의 혜영들] 홀로 피는 것은 없다

2월 어느 날, 김혜영이 임혜영을 인터뷰하다.   김¯ 제가 질문지 예시를 몇 개 보내드렸는데요. 그중에 답하고 싶으신 질문이 있으셨나요? 혜영¯ 불안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깊게는 아니지만 계속 돌아다니는 감정들이요. 저는 작년까지 좀 많이 불안했어요. 상담 선생님이 하는 말이, 제가 불안감을 빨리 느끼는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주변보다는 조금 더 나만 생각하고, 내가 할 수 있는걸 생각하라고 하셔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뭐지? 이렇게 다시 시작하는 거 같아요. 지금부터.   김¯ 지금부터요? 혜영¯ 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