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것은 언제나 일상이다’ 프로젝트. 회화 작가 김혜영이 동명의 타인을 인터뷰하고 매달 한 폭의 그림과 짧은 글로 풀어냅니다.

[김혜영의 혜영들] 이 안에 사랑이 있구나

혜영¯ 집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잖아요. 어떤 분들은 결혼하고 아이 낳은 후에 친정 동네에 가면 편안하고 좋다는데 저는 오히려 슬퍼요. 슬픔이에요 항상. 폭력과 욕설, 나에게 퍼붓는 저주 가득한 말들이 떠올라서 피하고 도망가고 싶은 곳이에요. 어른이 되고 내 가정을 꾸리고 나면 예전에 일어난 일들이 이해가 가는 부분도 생기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거든요. 왜 우리 부모는 나에게 그랬을까. 그런 생각들을 했었어요. 내가 나를 느꼈을 때부터요. 그 불안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고 그림이 유일한 도피처였어요.   김 ...

[김혜영의 혜영들] 마음과 몸의 모양

혜영¯ 헤테로토피아가 뭐예요? 김¯ 대학교 교수님이 추천해주신 책에서 처음 접한 단어인데요. 나만의 다락방, 편안한 공간 같은 거예요. 현실 속의 유토피아라고 생각하면 쉬워요. 유토피아는 닿을 수 없는 곳이지만 헤테로토피아는 현실에 있죠. 어떤 공간이 아니라 순간일 수도 있어요. 혜영¯ 순간이라면… 저는 폭염을 엄청 좋아해요. 어릴 때 꿈이 인어였는데 제가 수영을 아예 못 했거든요. 인어의 몸짓이 너무 좋아서 처음에는 얕은 수영장에 가서 그걸 무작정 연습했어요. 그러다 보니 수영을 하게 되고 앞으로 나아 갈 수 있게 된 거예요. 지 ...

[김혜영의 혜영들] 발가락 사이, 반짝임

혜영¯ 인터뷰 이야기를 듣고 많이 설렜어요. 딸들이 인터뷰하는 건 몇 번 봤는데 저에 대한 인터뷰는 처음이에요.   김¯ 50대인 혜영 님은 처음이라 저도 많이 설렜어요! 태어나신 후에 첫 번째 기억이 뭔가요? 가지신 기억 중 가장 오래된 거요. 혜영¯ 어릴 때 기억이 많지 않은데… 동생이 태어났을 때가 떠오르네요.   김¯ 그럼 많이 어리실 때 아니에요? 혜영¯ 동생이랑 여덟 살 차이가 나요. 그때는 집에 산파를 모시고 아이를 낳았거든요.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할머니가 실망한 얼굴로 방에서 나오시던 게 기억나요. 동생도 딸이어서요. ...

[김혜영의 혜영들] 빛추이

김¯ 오늘 하루 어떠셨어요? 혜영¯ 다행히 오늘은 여유로웠어요. 그동안 계속 바쁘고 야근하는 날이 많았는데 오늘은 퇴근도 빨리했고요. 김¯ 보통은 퇴근이 정해진 시간보다 늦어지나요? 혜영¯ 네. 보통 그래요. 약속이 또 미뤄질까 봐 걱정했어요.   김¯ 원래 약속이 2월 말이었죠. 벌써 4월이네요. 혜영 님은 바쁘셨고 저는 조금 아팠고요. 혜영¯ 그러고 보니 어디가 아프셨어요? 김¯ 건강검진을 했는데 증상 없이 아픈 곳들이 꽤 있더라고요. 그래서 병원에 오가느라 조금 바빴어요. 혜영¯ 심각한 건 줄 몰랐어요. 김¯ 괜찮아요 ...

[김혜영의 혜영들] 막, 막

1__ 김¯ 사진 일을 하신다고 하셨죠. 혜영 님의 카메라에는 무엇이 담기나요? 혜영¯ 프리랜서로 일을 하는 것 외에 개인적인 작업에서는 주로 인물 사진을 찍어요. 지금 진행하는 개인 프로젝트는 제가 만든 특정 캐릭터 안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담아내는 거예요. 가발을 씌우고 분장도 해요.   김¯ 참여자는 미리 섭외하시나요? 혜영¯ 아니요. 그냥 길거리에서 부탁을 드려요.   김¯ 즉흥적이라니. 내용이 궁금해져요. 혜영¯ SNS 속 사람들이 비슷해 보일 때가 있었어요. 획일화된 것들에 대한 답답함이 생겼고 해소하고 싶어 거리로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