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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에세이 &#8211; 오후의 소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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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일상의 작고 짙은 온기</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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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엄마의 책장으로부터] &#8220;다 그리고 싶어&#8221; -사랑을 연습한 시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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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sewmew]]></dc:creator>
		<pubDate>Sat, 11 May 2024 06:37:54 +0000</pubDate>
				<category><![CDATA[사랑을 연습한 시간]]></category>
		<category><![CDATA[text-list]]></category>
		<category><![CDATA[신유진]]></category>
		<category><![CDATA[엄마]]></category>
		<category><![CDATA[에세이]]></category>
		<category><![CDATA[월간소묘]]></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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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글: 신유진   엄마는 화집을 모았다. 우리는 종종 책장을 채운 화집을 꺼내 보면서 가장 좋아하는   ...]]></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 style="text-align: right;"><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글: 신유진</span></p>
<p> </p>
<p>엄마는 화집을 모았다. 우리는 종종 책장을 채운 화집을 꺼내 보면서 가장 좋아하는 그림과 화가를 꼽아보곤 했다. 두 사람의 취향이 비슷했던 때도 있었고, 너무 달라서 서로를 이해할 수 없었던 시간도 있었다.</p>
<p style="text-indent: 1.5em;">파리에서 살던 시절에 헌책방에서 화집을 발견하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엄마와 함께 봤던 그림을 다시 보는 반가움 또는 향수 때문이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엄마가 알려줬던 그림의 제목과 프랑스어 제목을 비교해 보는 일이 작은 즐거움이었다. 어쩌면 나의 언어는 엄마가 쥐여준 것과 내가 발견한 것 사이에서 자랐는지도 모르겠다.</p>
<p style="text-indent: 1.5em;">프랑스어를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화집을 보다가 정물화를 뜻하는 단어가 ‘Nature morte<sup><span style="color: #ff5500;">*</span></sup>’라는 것을 알고 놀랐던 적이 있다.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생명력 없는 사물이라는 뜻이지만, 직역밖에 할 줄 몰랐던 그때는 ‘죽은 자연’이라는 뜻이라고 생각했고, 정물화를 보면 ‘죽은 자연’을 그리던 엄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p>
<p> </p>
<p style="text-indent: 1.5em;">엄마는 그림을 배운 이후로 정물화를 자주 그렸다. 언젠가 엄마가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정물화는 집에서 노는 여자들이 그리기 좋은 그림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내가 어릴 때 ‘여자들’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문장 중에 듣기 좋은 소리는 거의 없었지만, 미술의 한 장르조차도 모욕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때 이후로 정물화를 좋아하게 됐다. 누군가 한계라고 말하는 것을 좋아해 버리는 것, 그것은 내가 저항하는 방식이기도 하다.</p>
<p> </p>
<p style="text-indent: 1.5em;">나는 지금 엄마가 남겨 놓은 에두아르 마네의 화집을 본다. 내 시선을 끄는 것은 &lt;풀밭 위의 점심 식사&gt;, &lt;피리 부는 아이&gt;, &lt;올랭피아&gt; 같은 대표작이 아니라, 화병에 담긴 꽃을 그린 그림이다. 나는 그 그림 앞에서 멈추고, 내 앞에는 나처럼 멈춘 꽃과 화병이 있다. 멈춰 있는 것과 움직이는 것을 그리는 것은 뭐가 다를까? 그리는 사람의 마음이야 알 수 없지만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멈춘 것들은 상상의 방향을 바꾼다. 다시 말해 멈춘 것은 멈춘 것 자체가 아니라 그 건너편을 상상하게 한다. 꽃이 아니라 꽃의 건너편에 있는 사람, 꽃을 바라보는 사람 말이다. 그러니 지금 내가 보는 것은 꽃과 화병이 아니라 그것을 보는 마네다.</p>
<p style="text-indent: 1.5em;">마네는 말년에 꽃을 그렸다. 악화된 건강으로 거동이 불편해진 그에게 그릴 수 있는 것은 문병을 온 손님들이 들고 온 꽃이 전부였다. 꽃병에 꽂은 꽃을 보며 “이것들을 다 그리고 싶어”라고 말했다던 마네는 내게 투명한 유리병과 작은 꽃을 거대한 우주처럼 보이게 한다. 한계에 부닥친 순간에 다시 들끓는 인간의 열망만큼 커다란 것이 있을까.</p>
<p style="text-indent: 1.5em;">“다 그리고 싶어.”</p>
<p style="text-indent: 1.5em;">언젠가 엄마가 내게 했던 말이기도 하다. 하얀 캔버스와 사과와 꽃병과 접시 앞에서.</p>
<p> </p>
<p><img fetchpriority="high"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9851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5/202404-10manet_flowersinvase_1882-450px.jpeg" alt="" width="450" height="729"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5/202404-10manet_flowersinvase_1882-450px-185x300.jpeg 185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5/202404-10manet_flowersinvase_1882-450px-200x324.jpe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5/202404-10manet_flowersinvase_1882-450px-400x648.jpe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5/202404-10manet_flowersinvase_1882-450px.jpeg 450w" sizes="(max-width: 450px) 100vw, 450px"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에두아르 마네, &lt;크리스털 화병의 카네이션과 클레마티스&gt;, 1882.</span></p>
<p> </p>
<p style="text-indent: 1.5em;">그러나 엄마는 붓질을 시작하기 전에 늘 망설였다. 낯선 언어를 처음 내뱉기 전에 짧은 숨을 내쉬거나 침을 꼴깍 삼키는 것처럼. 나도 그렇다. 첫 문장을 쓰기 전에 언제나 망설임의 시간을 통과한다. 어떤 것을 향해 자신을 완전히 열기 전에, 경계를 넘기 전에 경직되어 버리는 것은 망치는 게 두려워서가 아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얀 캔버스도 하얀 화면도 우리에게는 너무 커다란 세계니까.</p>
<p style="text-indent: 1.5em;">이브 버거는 아버지 존 버거에게 삶에는 늘 우리가 감당하기 힘든 큰 것이 있고, 저마다 그 큰 그것을 다룰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고, 존 버거는 우리가 말하는 거대함이 우리가 직면한 어떤 것이 아닌 우리를 포함한, 우리를 둘러싼 것이어야 한다고 답했다<sup><span style="color: #ff5500;">**</span></sup>. 너무 커다란 것은 뛰어넘는 게 아니라 뛰어들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었을까. 엄마는 그리고 싶은 그림 속에 뛰어들었을까? 엄마라면 그랬을 것 같다.</p>
<p> </p>
<p style="text-indent: 1.5em;">엄마의 그림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내가 첫 번째로 품었던 질문은 엄마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이유나 동기에 관한 것이었다. 그것이 내가 써야 할 이야기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엄마에게 질문을 건네는 쉬운 방식을 택했다.</p>
<p style="text-indent: 1.5em;">“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p>
<p style="text-indent: 1.5em;">“테레빈유랑 린시드유 특유의 냄새가 있어.”</p>
<p style="text-indent: 1.5em;">엄마의 답은 질문과 상관없이 이야기의 가장자리를 맴돌았다. 테레빈유와 린시드유의 냄새를 따라가다 보니 기억의 문이 열리고, 어느새 나는 핵심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더는 중요하지 않은 장소에 들어가 나와 엄마의 기억을 바라본다. 엄마가 작업실에 들어가 거기 존재하던 것을 바라봤던 것처럼. 생각해 보면 그건 엄마가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기도 했다. 엄마는 주제가 아닌 가장자리를 먼저, 더 오래 그렸고, 그리는 것보다 바라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았다.</p>
<p style="text-indent: 1.5em;">“가장자리에 있는 게 자꾸 눈에 들어와.”</p>
<p style="text-indent: 1.5em;">엄마가 말했다.</p>
<p> </p>
<p style="text-indent: 1.5em;">작업실의 가장자리에는 사과, 꽃병, 접시가 놓인 테이블이 있었고, 엄마는 그것들을 그렸다. 엄마는 그 그림들이 연습용이라고 했다. 언젠가 진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에 이르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p>
<p style="text-indent: 1.5em;">무엇을 연습했을까? 사과를? 꽃병을? 접시를?</p>
<p style="text-indent: 1.5em;">또 다른 중요한 질문이 찾아왔지만 이번에는 나 역시 핵심이 아닌 엄마의 방식대로 가장자리로 향한다. 기억의 가장자리, 거기에는 엄마가 그린 육각형의 사과가 있다.</p>
<p style="text-indent: 1.5em;">“사과가 왜 이렇게 된 거야?”</p>
<p style="text-indent: 1.5em;">나는 묻는다.</p>
<p style="text-indent: 1.5em;">“빛이 닿는 곳을 그리고 싶었어. 사과가 빛에 반응해야 하잖아.”</p>
<p style="text-indent: 1.5em;">엄마가 말한다.</p>
<p style="text-indent: 1.5em;">“살아 있는 것은 빛에 반응하니까.”</p>
<p style="text-indent: 1.5em;">엄마가 말한다.</p>
<p style="text-indent: 1.5em;">“살아 있는 것 같지 않니?”</p>
<p style="text-indent: 1.5em;">엄마가 묻는다.</p>
<p> </p>
<p style="text-indent: 1.5em;">살아 있는 것 같았다. 엄마의 그림 속 사물들은 멈춰 있는 순간에도 빛에 반응하며 또 다른 빛의 파편을 만들었고, 그것은 죽어서 멈춘 것이 아닌 멈춘 순간에도 지속되는 삶, 엄마의 삶과 닮아 있었다.</p>
<p style="text-indent: 1.5em;">엄마의 정물화는 어떤 판단도 분석도, 특별한 의미 부여도 필요하지 않았다. 연습용이었으니까. 가장 평범하고 작은 사물들을 그리기. 멈춘 것에서 살아 있는 순간을 발견하기. 아마도 그것이 거대한 세계로 뛰어드는 엄마만의 연습이 아니었을까.</p>
<p style="text-indent: 1.5em;">화가가 되지 못했던 엄마가 그린 그림은 사실상 모두 연습에 불과했고, 그 연습 끝에 엄마가 완성한 진짜 작품은 연습했던 시간, 엄마의 인생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내가 쓰는 글 역시 모두 연습이고, 이 연습 끝에 탄생하게 될 진짜 작품은 좋은 글을 쓰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시간, 나의 인생이라는 것도.</p>
<p> </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9852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5/202404-IMG_0022-450px.jpeg" alt="" width="450" height="600"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5/202404-IMG_0022-450px-200x267.jpe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5/202404-IMG_0022-450px-225x300.jpeg 225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5/202404-IMG_0022-450px-400x533.jpe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5/202404-IMG_0022-450px.jpeg 450w" sizes="(max-width: 450px) 100vw, 450px" /></p>
<p> </p>
<p style="text-indent: 1.5em;">이제 엄마는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어떤 이유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무엇 때문에 그림을 멈췄는지 알 수 없다. 우리 사이에도 다 말하지 않는 것과 다 말할 수 없는 것이 있으니까. 그러나 알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우리를 각자의 방식으로 이야기하게 한다. 다 말하지 않지만, 다 말할 수 없지만 이해받고 싶고, 이해하고 싶으니까.</p>
<p> </p>
<p style="text-indent: 1.5em;">엄마의 마지막 그림은 체리나무였다. 내가 체리를 따며 찍었던 사진을 보고 그린 그림이라고 했다. 가지마다 열매가 무겁게 열린 벚나무, 엄마는 본 적 없는 그 나무를 그렸다. 6월의 빛과 붉은 눈송이 같은 체리가 떨어지는 그림이다. 엄마는 나를 생각하며 그렸다고 했지만 그 그림에 내가 있는 것 같진 않다. 다만 나를 바라보는 엄마의 시선과 “살아 있는 것 같지 않니?”라고 묻는 엄마의 목소리가 있을 뿐.</p>
<p style="text-indent: 1.5em;">엄마는 그 그림의 제목을 &lt;체리 따던 날&gt;이라고 지었고, 나는 거기에 &lt;사랑을 연습하는 시간&gt;이라는 부제를 달아본다.</p>
<p style="text-indent: 1.5em;">엄마가 연습한 모든 것이 지금 여기, 내 앞에 있다.</p>
<p> </p>
<p><span style="color: #808080; 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span style="color: #ff5500;">*</span> nature는 자연이라는 뜻이고 morte는 ‘죽은, 죽은 것 같은’이라는 뜻의 형용사다.</span></p>
<p><span style="color: #808080; 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span style="color: #ff5500;">**</span> 존 버거, 이브 버거, &lt;어떤 그림: 존 버거와 이브 버거의 편지&gt;, 신혜경 옮김, 열화당.</span></p>
<p> </p>
<p style="text-align: center;">─✲─</p>
<p> </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strong>신유진</strong></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엄마의 책장 앞을 서성이고, 파리의 오래된 극장을 돌아다니며 언어를 배우고 이야기를 꿈꿨다. 산문집 &lt;창문 너머 어렴풋이&gt;, &lt;몽카페&gt;, &lt;열다섯 번의 낮&gt;과 &lt;열다섯 번의 밤&gt;을 썼고, 아니 에르노의 &lt;세월&gt;, &lt;진정한 장소&gt;를 비롯한 여러 책을 옮겼다.</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a href="https://www.instagram.com/malletshin_/" target="_blank" rel="noopener"><span style="text-decoration: underline; color: #ff5500;">@malletshin_</span></a></span></p>
<p> </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7/%ED%97%A4%EB%8D%94630-%EC%97%B0%EC%9E%AC-%EC%97%84%EB%A7%88%EC%9D%98%EC%B1%85%EC%9E%A5.png" /></p>
<p> </p>
<p> </p>
<p><img decoding="async"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7/sewmew-line-2.png" /></p>
<p> </p>


<p><a href="https://sewmew.co.kr/%ec%82%ac%eb%9e%91%ec%9d%84-%ec%97%b0%ec%8a%b5%ed%95%9c-%ec%8b%9c%ea%b0%84/"><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10364"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5/사랑을연습한-표1-250px.jpg" alt="" width="250" height="367"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5/사랑을연습한-표1-250px-200x294.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5/사랑을연습한-표1-250px-204x300.jpg 204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5/사랑을연습한-표1-250px.jpg 250w" sizes="(max-width: 250px) 100vw, 250px" /></a></p>
<p> </p>



<div style="border-left: 6px solid #6e6e6e; padding: 10px 20px 10px 20px; background-color: #eeeeee;">
<p>&#8216;엄마의 책장으로부터&#8217;는 2023년 6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월간소묘 : 레터]에 연재되었습니다.</p>
<p><img decoding="async" style="float: left; margin-right: 5px;"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1/letter.png" width="25px" /><a href="https://sewmew.co.kr/letter" target="_blank" rel="noopener"><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구독하기</span></strong></a></p>
</div>
<p> </p>



<div style="border: 1px solid #999999; padding: 20px;">
<p>[엄마의 책장으로부터]</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a href="https://sewmew.co.kr/%ec%97%84%eb%a7%88%ec%9d%98-%ec%b1%85%ec%9e%a5%ec%9c%bc%eb%a1%9c%eb%b6%80%ed%84%b0-%ec%b2%ab%eb%88%88-%ec%98%a4%eb%8d%98-%eb%82%a0/">첫눈 오던 날</a>  •  <a href="https://sewmew.co.kr/%ec%97%84%eb%a7%88%ec%9d%98-%ec%b1%85%ec%9e%a5%ec%9c%bc%eb%a1%9c%eb%b6%80%ed%84%b0-%eb%b3%84%ea%b1%b0-%ec%95%84%eb%8b%8c-%ea%b2%83%eb%93%a4%ec%9d%98-%eb%b3%84%ea%b2%83/">별거 아닌 것들의 별것</a>  •  <a href="https://sewmew.co.kr/%ec%97%84%eb%a7%88%ec%9d%98-%ec%b1%85%ec%9e%a5%ec%9c%bc%eb%a1%9c%eb%b6%80%ed%84%b0-%eb%8b%a4-%ea%b7%b8%eb%a6%ac%ea%b3%a0-%ec%8b%b6%ec%96%b4-%ec%82%ac%eb%9e%91%ec%9d%84-%ec%97%b0%ec%8a%b5/">“다 그리고 싶어” -사랑을 연습한 시간</a> <br /></span></p>
</div>
<p> </p>
]]></content:encoded>
					
		
		
			</item>
		<item>
		<title>[엄마의 책장으로부터] 별거 아닌 것들의 별것</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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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sewmew]]></dc:creator>
		<pubDate>Sun, 07 Jan 2024 06:24:20 +0000</pubDate>
				<category><![CDATA[사랑을 연습한 시간]]></category>
		<category><![CDATA[text-list]]></category>
		<category><![CDATA[신유진]]></category>
		<category><![CDATA[에세이]]></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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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글: 신유진   겨울에는 옛날 집을 생각한다. 겨울을 나는 일이 혹독한 주택이었는데, 그곳을 이야기  ...]]></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 style="text-align: right;"><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글: 신유진</span></p>
<p> </p>
<p>겨울에는 옛날 집을 생각한다. 겨울을 나는 일이 혹독한 주택이었는데, 그곳을 이야기할 때면 자꾸 따뜻한 것들만 말하게 된다. 식탁 위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던 음식, 등을 대고 누우면 기분이 좋았던 온돌바닥, 티브이 앞에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과일을 먹던 어른들, 두껍고 포근한 이불. 어디까지 사실인지 어디서부터 조작된 기억인지 헷갈린다. 나는 과거를 글로 옮기며 각색하니까. 각색의 방법은 간단하다. 있었던 일, 내가 중요하다고 여기거나 아름답거나 의미 있다고 믿는 한 단면만을 옮기는 것이다. 그 단면을 제외하면 무엇이 남을까. 쓰는 삶을 살면서 내 안에서 자라는 질문이 있다. 내가 쓰지 않은 것, 보지 않은 것, 말하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 나는 왜 그것들을 꺼내지 않는 것일까?</p>
<p style="text-indent: 1.5em;">그렇다면 하찮은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중요하지 않고, 딱히 아름답지 않고, 큰 의미도 없는 것부터. 거기에 무엇이, 누가 있는지를 바라보면 가려진 것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진짜 의미는 거기에 있을 것이다.</p>
<p style="text-indent: 1.5em;">당신에게 하찮은 것은 무엇인가? 여기, 내가 잘 아는 하찮은 이야기가 있다. 밥 이야기다.</p>
<p style="text-indent: 1.5em;">스무 해 정도 엄마가 해준 밥을 먹고 사는 동안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소리는 “그놈의 밥, 지겨운 밥”이었다. 엄마는 하루에 여섯 번씩 밥상을 차렸던 것 같다. 새벽에는 출근하는 사람의 밥을 챙기고 아침에는 등교하는 아이들, 시부모의 밥, 집에 있는 사람의 점심과 퇴근하고 돌아온 사람의 저녁. 엄마는 아침에는 점심을 점심에는 저녁을, 저녁에는 다음 날 아침을 걱정하면서 말했다.</p>
<p style="text-indent: 1.5em;">“사람이 참 하찮은 것에 매달려 살아.”</p>
<p style="text-indent: 1.5em;">하찮은 밥은 매일 엄마를 따라다녔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엄마의 꿈은 밥에서 해방된 삶을 사는 것이었다. 엄마는 밥을 먹을 때도 정말 하찮게 먹었다. 서서 대충 때우거나 잔반 처리가 엄마의 식사였다. 이 문장을 쓰는 순간, 내가 놓쳤던 장면 하나가 막 떠올랐다. 일곱 식구가 사는데 의자가 네 개뿐이었던 우리 집 식탁. 거기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던 음식 앞에 앉은 사람들 중에 엄마는 없었다. 엄마를 빼도 의자가 모자란 날에는 자연스레 내가 식탁을 떠났다. 그때마다 나는 밥과 국을 나르고 부엌을 어슬렁거리며 할 일이 없는지 살폈다. 누구도 가르쳐준 적 없었으나 내가 혼자 배운 것이었다. 눈치 빠른 내가 식탁에서 일어나 집안 여자들이 하던 일을 흉내 낼 때면 엄마는 말했다.</p>
<p style="text-indent: 1.5em;">“여자들은 어쩔 수 없지.”</p>
<p style="text-indent: 1.5em;">‘여자들은 어쩔 수 없지’라는 말로 시작하는 엄마의 가르침 중에는 월경 전에 단것이나 밀가루를 많이 먹지 않기, 공중화장실을 쓸 때 휴지를 깔고 앉기, 가슴이 파인 티셔츠나 짧은 하의처럼 ‘천박’하게 보이는 옷을 입지 않기 등이 있었다. 나는 대체로 그 가르침을 하찮게 여겼으나 그것들은 금세 내 삶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 한 번도 말한 적 없었지만, 사실 나는 그 하찮은 것들을 많이 생각한다. 단것이나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지만 살찌는 게 싫고, 그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더 싫었다. ‘천박’하지 않은 고상한 옷을 찾으려고 쇼핑몰을 뒤지면서도 ‘천박’하다는 말에 몸서리를 치고, 더러운 화장실이 싫어서 밖에 나가서는 물도 잘 안 마시면서 까다롭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털털한 척했다. 엄마에게 배운 그 모든 하찮은 것들과 내가 넘어서고 싶은 어떤 한계가 충돌할 때마다 나는 점점 더 복잡한 인간이 되었다. 여자라서 어쩔 수 없이 배운 것들, 느끼는 것들, 조심해야 할 것들을 단번에 뛰어넘고 싶으면서도 누구보다 그 굴레에 갇혀 살았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내가 나를 지배하는 이 하찮은 것들을 되도록 쓰지 않으려고 했다는 사실이다. 그런 이야기를 꺼냈다가 여성 작가의 신변잡기를 다룬 글이라는 소리를 듣게 될까 봐 두려웠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명징한 언어, 빛나는 사유이지 밥이나 월경, 옷, 화장실은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내가 학교에서, 책 속에서 배운 모든 것들은 내게 가져본 적 없는 언어로, 품은 적 없는 사유를 말해야 한다고 말했고, 나는 조바심을 내며 그것들을 오래 기다렸다. 어째서 나의 삶은 이토록 하찮은 것들로 채워져 크고 의미 있는 것들을 말할 수 없을까. 그렇게 자신에게 물으면 먼 기억 속에서 찾아오는 목소리가 이렇게 말했다.</p>
<p style="text-indent: 1.5em;">“여자들은 어쩔 수 없지.”</p>
<p style="text-indent: 1.5em;">그런가?</p>
<p style="text-indent: 1.5em;">따뜻한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생각한다. 내가 등을 대고 누웠던 그 방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방, 나와 동생의 방이었고, 정작 엄마의 방은 서늘했던 사실이 이제야 생각났다. 아, 그러고 보면 나는 그 건넌방을 부모님의 방이 아닌 엄마의 방이라고 불렀다. 그 공간을 부지런히 쓸고 닦고 또 자신의 것들로 채운 것은 엄마였으니까. 엄마는 그곳에서 주로 밥과 싸웠다. 밥을 생각하지 않기 위해, 밥 아닌 무언가를 하기 위해. 엄마는 루이제 린저를 읽다가 책장을 넘기며 머리에 손을 짚고 말했다.</p>
<p style="text-indent: 1.5em;">“아, 여자들은 어쩔 수 없지.” 그리고 이어지는 말.</p>
<p style="text-indent: 1.5em;">“여자들은 그 어쩔 수 없는 것 때문에 자기 안에 중요한 뭔가를 만들지. 한 번은 반드시 그걸 바깥으로 꺼내야 하고.”</p>
<p style="text-indent: 1.5em;">여자들이 반드시 꺼내봐야 하는 그것은 무엇일까. 밥 이야기일까, 밥과 싸우는 이야기일까. 아니면 밥이 없는 이야기일까. 나는 그게 궁금했다. 저마다 어쩔 수 없는 것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p>
<p style="text-indent: 1.5em;">온돌은 금세 잠들어 버려서 싫다고, 오롯이 주어진 그 밤이 그냥 사라지는 게 아깝다던 엄마는 서늘한 방에서 무언가를 읽고 썼다. 작은 스탠드의 노란 불빛과 밥이 아닌 다른 것에 허기진 여자가 있던 그 방, 그곳은 내가 기억하는 우리 집의 겨울과 동떨어진, 가장 황량하고 또 가장 뜨거웠던 곳이었다.</p>
<p style="text-indent: 1.5em;">어쩌다 누군가 엄마에게 무슨 책을 읽고 있냐고 물으면 엄마는 이렇게 답했다.</p>
<p style="text-indent: 1.5em;">“별거 아니에요.”</p>
<p style="text-indent: 1.5em;">별거 아닌 소설책, 별거 아닌 시집, 별거 아닌 에세이. 엄마는 그런 것을 읽었다.</p>
<p style="text-indent: 1.5em;">언젠가 집에 놀러 온 친척들 앞에서 별거 아니라며 책을 감추는 엄마에게 이렇게 물었던 적이 있다.</p>
<p style="text-indent: 1.5em;">“엄마는 왜 맨날 별거 아니래?”</p>
<p style="text-indent: 1.5em;">엄마는 말했다.</p>
<p style="text-indent: 1.5em;">“따지고 보면 모든 이야기는 별거 아니야. 사는 게 별것이 아닌데, 당연하지. 그래도 나는 별거 아닌 것이 별것이 되기 위해 몸부림치는 그런 이야기가 좋더라. 별거 아닌 걸 말할 줄 아는 용기도.”</p>
<p style="text-indent: 1.5em;">별거 아닌 것들의 별것을 향한 몸부림. 그 말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별거 아닌 것을 말할 줄 아는 용기도. 엄마의 그 말이 없었다면 나는 아무것도 쓰지 못했을 테니까.</p>
<p> </p>
<p><img decoding="async" class="size-full wp-image-9474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1/202312-엄마의책장-그림-480px.jpeg" alt="" width="480" height="582"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1/202312-엄마의책장-그림-480px-200x243.jpe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1/202312-엄마의책장-그림-480px-247x300.jpeg 247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1/202312-엄마의책장-그림-480px-400x485.jpe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1/202312-엄마의책장-그림-480px.jpeg 480w" sizes="(max-width: 480px) 100vw, 480px"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프랜시스 호지킨스, 〈정물: 달걀, 토마토, 버섯〉, 1929.</span></p>
<p> </p>
<p style="text-indent: 1.5em;">오늘 저녁에는 무엇을 먹을까. 정확히는 무엇을 먹일까. 어느덧 엄마가 했던 고민을 내가 한다. 매일 마주해야 하는 모든 게 그렇듯이 밥은 내게도 하찮고 지겨운 일이지만, 나는 그것을 빼놓고 내 삶을 이야기할 수 없음을 안다. 나의 현실이니까. 그 현실을 글로 써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그것이 나라는 사람의 존재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싶다. 하찮고 지겨운 일을 반복하며 별거 아닌 것들에 끊임없이 의미를 부여하면서 별것이 되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 그게 나의 삶이자 또 나의 글이기도 하다. 이건 여자라서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라, 내가 나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우리에게 주어진 그 어쩔 수 없는 것들이 우리를 말하게 하고, 나아가게 한다는 사실을 안다. 엄마가 ‘여자들은 어쩔 수 없지’라고 말할 때, 그 어쩔 수 없음이 엄마를 어디까지 나아가게 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p>
<p> </p>
<p style="text-indent: 1.5em;">당신의 어쩔 수 없음은 무엇인가? 거기에는 나와 다른 혹은 나와 닮은 어떤 진실이 숨어 있는가? 우리의 삶에서 하찮은 것부터 이야기해 보자. 너무 위대한 사유나 커다란 지혜를 찾아 멀리 헤매지 말고, 별거 아닌 그 소중한 것부터 시작해 보자. 당신과 내가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이야기는 분명 거기 있을 테니까.</p>
<p>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span></p>
<p> </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strong>신유진</strong></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엄마의 책장 앞을 서성이고, 파리의 오래된 극장을 돌아다니며 언어를 배우고 이야기를 꿈꿨다. 산문집 &lt;창문 너머 어렴풋이&gt;, &lt;몽카페&gt;, &lt;열다섯 번의 낮&gt;과 &lt;열다섯 번의 밤&gt;을 썼고, 아니 에르노의 &lt;세월&gt;, &lt;진정한 장소&gt;를 비롯한 여러 책을 옮겼다.</span></p>
<p><span style="text-decoration: underline; color: #ff5500;"><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a style="color: #ff5500; text-decoration: underline;" href="https://www.instagram.com/malletshin_/" target="_blank" rel="noopener">@malletshin_</a></span></span></p>
<p> </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7/%ED%97%A4%EB%8D%94630-%EC%97%B0%EC%9E%AC-%EC%97%84%EB%A7%88%EC%9D%98%EC%B1%85%EC%9E%A5.png" /></p>
<p> </p>
<p> </p>
<p><img decoding="async"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7/sewmew-line-2.png" /></p>
<p> </p>


<p><a href="https://sewmew.co.kr/%ec%82%ac%eb%9e%91%ec%9d%84-%ec%97%b0%ec%8a%b5%ed%95%9c-%ec%8b%9c%ea%b0%84/"><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10364"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5/사랑을연습한-표1-250px.jpg" alt="" width="250" height="367"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5/사랑을연습한-표1-250px-200x294.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5/사랑을연습한-표1-250px-204x300.jpg 204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5/사랑을연습한-표1-250px.jpg 250w" sizes="(max-width: 250px) 100vw, 250px" /></a></p>
<p> </p>



<div style="border-left: 6px solid #6e6e6e; padding: 10px 20px 10px 20px; background-color: #eeeeee;">
<p>&#8216;엄마의 책장으로부터&#8217;는 2023년 6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월간소묘 : 레터]에 연재되었습니다.</p>
<p><img decoding="async" style="float: left; margin-right: 5px;"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1/letter.png" width="25px" /><a href="https://sewmew.co.kr/letter" target="_blank" rel="noopener"><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구독하기</span></strong></a></p>
</div>
<p> </p>



<div style="border: 1px solid #999999; padding: 20px;">
<p>[엄마의 책장으로부터]</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a href="https://sewmew.co.kr/%ec%97%84%eb%a7%88%ec%9d%98-%ec%b1%85%ec%9e%a5%ec%9c%bc%eb%a1%9c%eb%b6%80%ed%84%b0-%ec%b2%ab%eb%88%88-%ec%98%a4%eb%8d%98-%eb%82%a0/">첫눈 오던 날</a>  •  <a href="https://sewmew.co.kr/%ec%97%84%eb%a7%88%ec%9d%98-%ec%b1%85%ec%9e%a5%ec%9c%bc%eb%a1%9c%eb%b6%80%ed%84%b0-%eb%b3%84%ea%b1%b0-%ec%95%84%eb%8b%8c-%ea%b2%83%eb%93%a4%ec%9d%98-%eb%b3%84%ea%b2%83/">별거 아닌 것들의 별것</a>  •  <a href="https://sewmew.co.kr/%ec%97%84%eb%a7%88%ec%9d%98-%ec%b1%85%ec%9e%a5%ec%9c%bc%eb%a1%9c%eb%b6%80%ed%84%b0-%eb%8b%a4-%ea%b7%b8%eb%a6%ac%ea%b3%a0-%ec%8b%b6%ec%96%b4-%ec%82%ac%eb%9e%91%ec%9d%84-%ec%97%b0%ec%8a%b5/">“다 그리고 싶어” -사랑을 연습한 시간</a> <br /></span></p>
</div>
<p> </p>
]]></content:encoded>
					
		
		
			</item>
		<item>
		<title>[엄마의 책장으로부터] 첫눈 오던 날</title>
		<link>https://sewmew.co.kr/%ec%97%84%eb%a7%88%ec%9d%98-%ec%b1%85%ec%9e%a5%ec%9c%bc%eb%a1%9c%eb%b6%80%ed%84%b0-%ec%b2%ab%eb%88%88-%ec%98%a4%eb%8d%98-%eb%82%a0/</link>
		
		<dc:creator><![CDATA[sewmew]]></dc:creator>
		<pubDate>Mon, 11 Dec 2023 06:36:39 +0000</pubDate>
				<category><![CDATA[사랑을 연습한 시간]]></category>
		<category><![CDATA[text-list]]></category>
		<category><![CDATA[신유진]]></category>
		<category><![CDATA[에세이]]></category>
		<guid isPermaLink="false">https://sewmew.co.kr/?p=9401</guid>

					<description><![CDATA[글: 신유진   눈이 왔다. 이른 아침에 하얗게 눈 덮인 동네를 산책하다가 새끼를 낳은 개  ...]]></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 style="text-align: right;"><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글: 신유진</span></p>
<p>&nbsp;</p>
<p style="text-indent: 1.5em;">눈이 왔다. 이른 아침에 하얗게 눈 덮인 동네를 산책하다가 새끼를 낳은 개를 봤다. 빈집에서 어미 개가 새끼 강아지들을 품고 있었다. 유기견 센터에 신고는 하지 않았고(보호소에 데려다줬던 강아지가 안락사 대상이 된 이후로 절대 신고하지 않는다), 대신 어미 개가 누운 곳에 반려견이 먹던 사료를 놓아뒀다. 어미 개는 새끼들을 두고 혼자 나와 밥을 먹었고,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자리를 떴다. 한참을 걷다가 뒤돌아보니 그 개가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배웅인 듯했다.</p>
<p style="text-indent: 1.5em;">오전에 엄마를 만나서 아침에 있었던 일을 말했더니 엄마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수건과 담요, 물그릇과 사료 그릇을 챙겼다.</p>
<p style="text-indent: 1.5em;">“뭐 하고 있어, 가자!”</p>
<p style="text-indent: 1.5em;">엄마는 새끼를 낳은 동물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엄마는 늘 모든 것을 본능적으로 안다.</p>
<p style="text-indent: 1.5em;">엄마를 차에 태우면서 물었다.</p>
<p style="text-indent: 1.5em;">“내가 운전해도 괜찮겠어?”</p>
<p style="text-indent: 1.5em;">비장한 표정의 엄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눈 내린 날에 십 년째 초보인 내 차를 타는 게 겁 많은 엄마에게는 목숨을 거는 일이었지만, 돌봐야 할 대상이 나타나면 엄마는 앞뒤를 가리지 않는다. 나와 동생을 키울 때도 그랬다.</p>
<p style="text-indent: 1.5em;">엄마를 태우고 천천히 달리는 동안 내가 봤던 어미 개의 표정을 이야기했다. 그 개에게는 어떤 위엄이 있었고, 엄마는 그게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엄마의 얼굴에 막 출산한 여자의 고통과 두려움과 환희가 몇 초 동안 스쳐 지나갔고, 나는 그 표정을 관찰했다. 나는 출산을 텍스트처럼 바라본다. 관찰하고, 곱씹고, 단어의 위치를 뒤바꿔 보듯 의미를 뒤집고 되짚어 본다. 그것은 아이를 갖고 싶다는 열망이나 아이를 갖지 못했다는 절망과는 다르다. 여성으로서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의 문을 닫고 싶지 않다면 설명이 될까. 혼자 사는 여성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살아보지 않은 여성의 삶을 타자를 통해 만나고,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이해하고 싶다. 나는 그것이 내가 가진 여성성을 완전하게 살아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p>
<p>&nbsp;</p>
<p style="text-indent: 1.5em;">마을의 진입로가 공사 때문에 막혔다. 엄마는 운전에 서툰 나를 안심시키려고 ‘천천히 가면 된다’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우리는 둘 다 잘 모르는 길로 차를 돌려야 하는 두려움에, 나는 핸들을 엄마는 안전벨트를 꽉 움켜줬다. 우리는 나뭇가지가 어지럽게 엉킨 샛길을 기어가듯 달렸고, 둘 다 서로를 안심시키기 위해 애썼다. 집 앞 골목이 보이자 그제야 엄마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p>
<p style="text-indent: 1.5em;">“이렇게 겁 많은 사람이 어떻게 엄마로 사는지 몰라.”</p>
<p style="text-indent: 1.5em;">내 말에 엄마가 웃었다.</p>
<p style="text-indent: 1.5em;">“엄마가 되는 건 곰이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되는 것처럼 조금 비현실적인 부분이 있어.”</p>
<p style="text-indent: 1.5em;">엄마는 내 말에 더 크게 웃었다.</p>
<p style="text-indent: 1.5em;">어릴 때는 사람의 몸에서 다른 생명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는데(여전히 그 일은 내게 비현실적이다), 이제는 출산과 함께 여성의 몸에서 본능적으로 자라는 이타심이 훨씬 더 신비하게 느껴진다. 데리언 니 그리파는 “여성의 몸은 스스로에게서 무언가를 훔치는 행위를 통해 또 다른 몸에 봉사한다.”<sup><span style="color: #ff5500;">*</span></sup>라고 말했고, 내게는 그 말이 위대하고 대단하나 나를 겁먹게 하는 신화처럼 들린다. 내가 그런 것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알면 엄마는 이렇게 말하겠지.</p>
<p style="text-indent: 1.5em;">“그게 뭐가 무서워? 백 번이고 주지. 다 줄 수 있지.”</p>
<p style="text-indent: 1.5em;">“뭘 줄 건데?”</p>
<p style="text-indent: 1.5em;">나는 물을 테고,</p>
<p style="text-indent: 1.5em;">“시간, 돈, 체력, 마음, 엄마가 가진 것 전부!”</p>
<p style="text-indent: 1.5em;">엄마는 답할 것이다.</p>
<p style="text-indent: 1.5em;">어머니들은 그렇게 가진 것을 다 비워내며 신화적 존재가 되는 걸까.</p>
<p>&nbsp;</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9402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12/엄마의책장-202311-630px.jpg" alt="" width="630" height="449"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12/엄마의책장-202311-630px-200x143.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12/엄마의책장-202311-630px-300x214.jpg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12/엄마의책장-202311-630px-400x285.jp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12/엄마의책장-202311-630px-600x428.jpg 6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12/엄마의책장-202311-630px.jpg 630w" sizes="(max-width: 630px) 100vw, 630px"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에스테파니아 브라보, 《눈의 시》에서</span></p>
<p>&nbsp;</p>
<p style="text-indent: 1.5em;">우리는 집 앞에 차를 두고, 엄마가 준비한 것들을 들고 마을을 걸었다. 눈으로 뒤덮인 논밭이 포근해 보였고, 햇볕도 제법 따뜻했다. 빈집 앞에서 엄마는 “세상에, 세상에”를 외치며 개를 끌어안을 기세로 달려갔다. 나는 몇 번이나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엄마는 내게 어미는 본능적으로 해를 끼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을 알아챈다고 했다.</p>
<p style="text-indent: 1.5em;">엄마가 밥과 물로 어미 개를 불러낸 사이에 나는 담요와 수건을 깔았다. 가죽과 뼈만 남은 어미 개가 지친 눈빛으로 물을 허겁지겁 마시는 동안 새끼들은 좁은 구석으로 숨었다.</p>
<p style="text-indent: 1.5em;">“어미는 잘 먹어야 해. 새끼들을 생각해서라도 먹어야지. 네가 잘 지내야 새끼들도 잘 지낸단다.”</p>
<p style="text-indent: 1.5em;">엄마는 그 개에게 말했다.</p>
<p style="text-indent: 1.5em;">“엄마는 채워야 해. 채워야 줄 수 있어.”</p>
<p style="text-indent: 1.5em;">엄마는 내게 말했다.</p>
<p style="text-indent: 1.5em;">“모성은 다 비우는 건 줄 알았지.”</p>
<p style="text-indent: 1.5em;">“너 전혜린이 쓴 책을 읽고도 몰라? 전혜린이 딸을 낳고 자기 이야기 아니라 딸 이야기를 쓰잖아. 그래도 그 글은 여전히 전혜린이야. 딸 낳은 전혜린의 글.”</p>
<p style="text-indent: 1.5em;">엄마가 말했다.</p>
<p>&nbsp;</p>
<p style="text-indent: 1.5em;">집에 돌아와 엄마가 내 집의 마당에서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동안 전혜린의 책을 찾아 펼쳤다. 《그리고 아무 말도 없었다》의 〈자라나는 숲〉은 전혜린이 딸, 정화를 낳고 쓴 글을 담은 챕터다. 그 글들은 대부분 ‘오늘 정화가, 오늘 정화는’으로 시작된다. 자기 고백적 글을 쓰는 작가의 주어가 일인칭에서 삼인칭으로 바뀌는 것은 스타일의 변화를 넘어서 세계의 확장과 ‘나’ 안에 타인을 포함하는 더 넓은 사랑을 의미하는 것일 테다. 전혜린의 쓸쓸한 문체를 좋아하지만, 바지를 혐오하고 치마를 좋아하는 정화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정화가 아니라 그런 정화를 바라보는 전혜린을 볼 수 있었다. 놀아달라는 아이의 말에 갈등하면서도 ‘자기의 생이 텅 빈’ 어머니의 삶을 용납할 수 없는, ‘가장 풍부한 개인적 생활을 가진 여자만이 아이로부터 가장 적은 요구를 한다’고 말하는 전혜린은 출산과 함께 어느새 한 인간의 깊은 고독과 동시에 한 여성이 직업과 양육 사이에서 살아가기 위해 사회가 마련해야 하는 설비와 노력과 연구를 요구할 줄 아는,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적인 이야기를 건네는 작가가 되어 있었다. 전혜린의 이런 변모는 어쩌면 데리언 니 그리파가 말하는 또 다른 몸에 봉사하는, 즉 이타성을 통한 성장이 아닐까.</p>
<p style="text-indent: 1.5em;">그렇다면 출산의 경험이 없는 여성의 이타성은 무엇을 통해 발현되어야 할까? 또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우리가 가진 여성성을 성장시킬 수 있을까? 나는 그 질문의 답이 혈연 또는 종을 넘어선 관계에서 주고받는 돌봄에 있으리라 믿는다. 여성이 아이를 진정으로 사랑하기 위해 돌봄을 통해 자신의 모성을 끊임없이 고찰하고 통찰하듯이, 내가 속한 세계를 사랑하기 위해서 나는 세계를 돌보며 그 사랑을 고찰하고 통찰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돌봄은 나를 성장시키고, 내 이야기의 주어를 확장시킨다. 주어를 확장하고 싶다.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내 삶 속에서도.</p>
<p style="text-indent: 1.5em;">어미 개의 보금자리를 만들어주면서 조금 다른 이야기를 떠올렸다. 매일 아침 산책하는 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매일 아침 산책하는 인간을 바라보는 어미 개의 이야기. 나는 그 이야기가 어미 개가 마땅히 받아야 할 돌봄을 요구하고 또 받는 것으로 끝나면 좋겠다. 위엄 있는 눈빛으로 “당신은 나를 돌봐야 합니다. 나는 생명을 돌보고 있으니까요. 생명을 돌보는 일은 존엄하니까요.”라고 말하는 것으로.</p>
<p style="text-indent: 1.5em;">눈이 다시 한두 송이 내린다. 창 너머로 엄마가 나를 바라본다. 오랜 시간 생명을 돌본 존재의 위엄 있는 눈빛으로.</p>
<p>&nbsp;</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span style="color: #ff5500;">*</span>데리언 니 그리파, 《목구멍 속의 유령》, 을유문화사.</span></p>
<p>&nbsp;</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span></p>
<p>&nbsp;</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strong>신유진</strong></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엄마의 책장 앞을 서성이고, 파리의 오래된 극장을 돌아다니며 언어를 배우고 이야기를 꿈꿨다. 산문집 &lt;창문 너머 어렴풋이&gt;, &lt;몽카페&gt;, &lt;열다섯 번의 낮&gt;과 &lt;열다섯 번의 밤&gt;을 썼고, 아니 에르노의 &lt;세월&gt;, &lt;진정한 장소&gt;를 비롯한 여러 책을 옮겼다.</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a href="https://www.instagram.com/malletshin_/" target="_blank" rel="noopener"><span style="text-decoration: underline;"><span style="color: #ff5500; text-decoration: underline;">@malletshin_</span></span></a></span></p>
<p>&nbsp;</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7/%ED%97%A4%EB%8D%94630-%EC%97%B0%EC%9E%AC-%EC%97%84%EB%A7%88%EC%9D%98%EC%B1%85%EC%9E%A5.png" /></p>
<p>&nbsp;</p>
<p>&nbsp;</p>
<p><img decoding="async"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7/sewmew-line-2.png" /></p>
<p>&nbsp;</p>

<p><a href="https://sewmew.co.kr/%ec%82%ac%eb%9e%91%ec%9d%84-%ec%97%b0%ec%8a%b5%ed%95%9c-%ec%8b%9c%ea%b0%84/"><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10364"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5/사랑을연습한-표1-250px.jpg" alt="" width="250" height="367"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5/사랑을연습한-표1-250px-200x294.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5/사랑을연습한-표1-250px-204x300.jpg 204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5/사랑을연습한-표1-250px.jpg 250w" sizes="(max-width: 250px) 100vw, 250px" /></a></p>
<p> </p>



<div style="border-left: 6px solid #6e6e6e; padding: 10px 20px 10px 20px; background-color: #eeeeee;">
<p>&#8216;엄마의 책장으로부터&#8217;는 2023년 6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월간소묘 : 레터]에 연재되었습니다.</p>
<p><img decoding="async" style="float: left; margin-right: 5px;"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1/letter.png" width="25px" /><a href="https://sewmew.co.kr/letter" target="_blank" rel="noopener"><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구독하기</span></strong></a></p>
</div>
<p> </p>



<div style="border: 1px solid #999999; padding: 20px;">
<p>[엄마의 책장으로부터]</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a href="https://sewmew.co.kr/%ec%97%84%eb%a7%88%ec%9d%98-%ec%b1%85%ec%9e%a5%ec%9c%bc%eb%a1%9c%eb%b6%80%ed%84%b0-%ec%b2%ab%eb%88%88-%ec%98%a4%eb%8d%98-%eb%82%a0/">첫눈 오던 날</a>  •  <a href="https://sewmew.co.kr/%ec%97%84%eb%a7%88%ec%9d%98-%ec%b1%85%ec%9e%a5%ec%9c%bc%eb%a1%9c%eb%b6%80%ed%84%b0-%eb%b3%84%ea%b1%b0-%ec%95%84%eb%8b%8c-%ea%b2%83%eb%93%a4%ec%9d%98-%eb%b3%84%ea%b2%83/">별거 아닌 것들의 별것</a>  •  <a href="https://sewmew.co.kr/%ec%97%84%eb%a7%88%ec%9d%98-%ec%b1%85%ec%9e%a5%ec%9c%bc%eb%a1%9c%eb%b6%80%ed%84%b0-%eb%8b%a4-%ea%b7%b8%eb%a6%ac%ea%b3%a0-%ec%8b%b6%ec%96%b4-%ec%82%ac%eb%9e%91%ec%9d%84-%ec%97%b0%ec%8a%b5/">“다 그리고 싶어” -사랑을 연습한 시간</a> <br /></span></p>
</div>
<p> </p>
]]></content:encoded>
					
		
		
			</item>
		<item>
		<title>차를 담는 시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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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sewmew]]></dc:creator>
		<pubDate>Mon, 20 Feb 2023 09:42:25 +0000</pubDate>
				<category><![CDATA[도서목록]]></category>
		<category><![CDATA[book-list]]></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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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CDATA[토림도예]]></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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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    차를 담는 시간 토림도예 도예가 노트   김유미 지음    ...]]></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8298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2/차를담는시간-입체-500px.png" alt="" width="500" height="581"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2/차를담는시간-입체-500px-200x232.pn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2/차를담는시간-입체-500px-258x300.png 258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2/차를담는시간-입체-500px-400x465.pn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2/차를담는시간-입체-500px.png 500w" sizes="(max-width: 500px) 100vw, 500px" /></p>
<p>&nbsp;</p>
<p>&nbsp;</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size: 32px; color: #62859f;">차를 담는 시간</span></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6px;">토림도예 도예가 노트</span></p>
<p>&nbsp;</p>
<p style="text-align: center;">김유미 지음</p>
<p>&nbsp;</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발행일 2023년 2월 20일 | 양장본 130*195 | 216쪽 | 값 17,000원</span></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작가노트 시리즈 | ISBN 979-11-91744-20-0 04810 (979-11-91744-02-6 세트) | 분야 에세이</span></p>
<p>&nbsp;</p>
<p>&nbsp;</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7/sewmew-line-1.png" /></p>
<p>&nbsp;</p>
<p>&nbsp;</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24px; color: #62859f;">물레 앞에서, 차실에서, 자연과 계절 속에서</span></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24px; color: #62859f;">삶과 작품을 빚어내는 도예가의 모든 나날</span></p>
<p>&nbsp;</p>
<p style="text-align: center;"><strong><span style="font-size: 20px; color: #62859f;">“오늘도 어제와 같이 차를 마시고 도자기를 빚었다”</span></strong></p>
<p>&nbsp;</p>
<p>&nbsp;</p>
<p>차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다기 브랜드 토림도예의 도예가 에세이. 찻잎을 준비하고 물을 끓이고 다기를 고르는 시간, 그 시간을 함께 나누는 사람과 대화와 풍경. 이 모든 것이 담기고 쌓여 삶이 된다는 믿음으로 작품을 만들며 전하고 있다. 토림도예의 김유미 작가가 담아낸 그 정성스러운 나날과 태도가 다기에 찻물 배듯 이제 우리에게 찬찬히 스며든다.</p>
<p>&nbsp;</p>
<p><span style="font-size: 16px;"><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차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다기 브랜드 토림도예의 작가노트</span></strong></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차를 마시며 도자기를 빚는 삶은 몸과 마음을 수련하며 덕을 쌓는 삶이기도 하다.</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도자기를 만드는 내가 좋은 삶을 살아야 그것을 사는 삶에게도 좋은 삶이 묻어나리라는 믿음이라 해도 좋겠다.”</span></p>
<p>토림도예의 다기를 사용하기 위해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는 이들이 잇따를 만큼 차 문화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끈 브랜드. 크라우드 펀딩으로 국내에서는 생소했던 개완이라는 차 도구를 소개하며 크게 주목받았고 단순하고 얇은 선, 독특한 색감과 질감, 정갈한 문양, 무엇보다 좋은 사용감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이 작품들은 어떻게 탄생하는 걸까? 무엇이 우리를 매료시키는 걸까?<br />
토림도예의 방향을 잡아가는 아림 김유미 작가가 글을 쓰고, 토림 신정현 작가의 애정 어린 기물 사진들이 더해진 이 책에는, 모두가 차를 쉽고 편하게 즐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2010년부터 차 도구를 만들어온 이들의 차와 도자기와 삶에 대한 단단한 철학이 담겨 있다.</p>
<p>&nbsp;</p>
<p><span style="font-size: 16px;"><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일과 삶이 하나가 되는 곳, 물레 앞에서</span></strong></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깎이고 다듬어지고 시련도 겪으며 단단해지는 과정 끝에 아름답고 쓸모 있는 무엇이 되는 삶.</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이 시간들 안에서 언젠간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좋은 그릇이 되리라는 믿음이 있다.”</span></p>
<p>흙을 만지자마자 사랑에 빠지고서 십수 년이 훌쩍 넘도록 여전히 좋아하는 일. 도자기는 몹시 지난한 반복 작업의 결과물이지만, 지금도 늘 설레며 물레 앞에 앉고 가마 앞에 선다. 흙으로 형태를 잡고 굽을 깎고 그림을 그리고 시유를 하고 불을 때고 또 다듬는 매일매일, 도자기가 만든 이의 모든 손길을 기억한다는 것을 잊지 않으며 생각을 덜어내고 마음을 다잡으며 몸을 바로 한다. 김유미 작가는 도자기를 만드는 일이 마치 사람의 일생 같다고 쓴다. 예전엔 자신의 그릇의 크기가 얼마나 될까 궁금해하고 큰 그릇이 되고자 조바심 냈다면 지금은 작더라도 옹골차고 단단하기를 바라며 “오늘도 도자기를 다듬으며 나를 다듬는다”고.</p>
<p>하는 일은 저마다 다르더라도 누군가의 일과 삶에 대한 태도는 우리에게 깊은 영감을 주곤 한다. 엄마로, 아내로, 또 직업인으로서 도예가로 살아가는 그의 하루하루를 통해 나의 일과 삶을 돌아보게 되듯이.</p>
<p>&nbsp;</p>
<div id="letter"><span style="font-size: 16px;"><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자꾸자꾸 권하고 싶은 순간, 차실의 계절</span></strong></span></div>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일에 치여 조용한 여유가 필요할 때, 서로 대화하고 싶은 게 있을 때, 감정이 상했을 때조차도 차를 마셨다.</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보글보글 물이 끓는 소리, 다기에서 나는 달그락 소리, 차를 찻잔에 따르는 쪼르륵 소리가 날이 선 말을 다듬어주고 과한 감정을 사그라뜨렸으며 웃음소리에 배경음이 되어주었다.”</span></p>
<p>보글보글, 달그락, 쪼르륵… 차의 시간이 소란함보다 조용함에 가까운 것은 이처럼 작고 사소한 소리를 듣게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온갖 소음에 내맡겨진 우리의 복잡다단하고 어지러운 날들에 잠시 틈을 만들어주는 일. 차를 따르며 잡념을 비워내고 오감을 깨우며, 마주 앉은 상대 혹은 자신의 마음을 살피고 채우는 일. 이처럼 차가 주는 지극한 시간을 모두가 쉽게 만끽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기를 만들어왔듯, 이 책도 그렇게 쓰였다. 차를 향한 깊은 마음과 차와 함께하는 나날이 책장 곳곳에 씨앗처럼 콕콕 박혀, 계절마다 펼쳐지는 찻자리의 풍경을 따라가는 동안 책을 읽는 우리에게서 싹을 틔워낸다. 어느 순간 책 곁에는 쪼르륵 소리를 담아내는 찻잔이 놓여 있을 것이고.</p>
<p>&nbsp;</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6px;"><strong>토림도예의 철학, 우리만의 리듬으로</strong></span></p>
<p>2010년 폐가를 작업실 삼아 맨손으로 시작한 이래 3년, 또 3년, 3년씩을 버텨 10주년 개인전을 열고 변곡점을 거쳐 또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토림도예의 어제와 내일 속에서 그들이 오늘 사랑받는 이유를 엿볼 수 있다.</p>
<p>구름도 쉬어간다는 산골 한운리에서 조용히 작업하는 삶. 한가로울 것 같지만 바쁘고,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 같지만 매일이 다르다. 마치 토림도예가 만드는 도자기처럼. 이들은 같은 라인의 작품들을 오래도록 만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김유미 작가는 그것들이 단 하나도 같지 않다고 말한다. 토림도예가 지향하는 좋은 공예품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날마다 작은 실험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어제 만든 기물보다 지금 만드는 기물에 더 많은 인내와 고뇌를 담아낸다고. 변화가 빠른 세상에서 이들이 만들어가는 변화는 눈에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잠시 한눈팔다 돌아보면 저 멀리 성큼 가 있는 그런 달팽이”처럼 묵묵히 나아가며 변화를 만들어낸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판 것이 “누군가에게 소중한 물건이고, 시간이고, 추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늘 생각하면서, 작품에서 좋은 삶이 묻어나기를 바라며.</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철철이 달라지는 채소와 과일, 매일 다른 하늘과 바람, 새소리, 냄새까지. 이 모든 것들이 벅차게 다가온다. 그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 도자기에 담기 시작했다. 봄에는 청보리를, 여름에는 포도를 그렸고 때때로 마음에 들어온 새나 나무를 그렸다. 애정이 담긴 기물은 결과물도 기대 이상으로 만들어졌다. 쉬어가는 구름처럼 나의 기분과 마음에 오롯하게 집중하며 보내는 이 고요한 생활, 충만하다.”</span></p>
<p>&nbsp;</p>
<p>&nbsp;</p>
<p><span style="font-size: 16px;"><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ðiː inspiration 작가노트 시리즈</span></strong></span></p>
<p>오후의 소묘에서 선보이는 에세이 시리즈로 자기만의 일을 단단히 꾸려가며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들, 그들의 작업노트를 들여다본다. 첫 권인 티 블렌더 노트에 이어 도예가 노트를 펴냈으며, 플로리스트, 서점원 노트가 예정되어 있다.</p>
<p>&nbsp;</p>
<p>&nbsp;</p>
<p><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6px;">차례</span></strong></p>
<p>프롤로그: 도자기를 빚는 삶</p>
<p>&nbsp;</p>
<p><strong>1부 물레 앞에서</strong></p>
<p>물레 같은 계절 / 작업의 시작 / 나의 길이 / 그릇의 크기 / 한곳에 오래 / 직업으로서의 도예가 / 즐거움 없이는 / 작품을 산다는 것 / 차를 담는 시간</p>
<p><strong>| 작업노트 |</strong> 물레 차기 / 굽깎기 / 꾸미고 다듬기 / 초벌때기와 그림 그리기 / 시유 / 재벌 때기</p>
<p>&nbsp;</p>
<p><strong>2부 차실의 계절</strong></p>
<p>한 해의 시작 / 씨앗 뿌리기 / 팽주 / 스무 해를 차곡차곡 / 여름날의 차실 / 여름나기 / 태풍이 지나가고 / 새소리와 함께 / 제철의 맛 / 사소한 취향 / 저마다의 온도 / 손님 / 마음에 물 주기 / 입추 / 9월의 밤나무 / 여전히 재미있어요</p>
<p><strong>| 작업노트 |</strong> 바다 노을 / 빈티지 블루 / 찻잔 / 개완</p>
<p>&nbsp;</p>
<p><strong>3부 우리만의 리듬으로</strong></p>
<p>구름이 쉬어가는 곳 / 3년, 3년, 3년 / 토림도예의 진짜 시작 / 예술품과 공산품 사이 / 달팽이처럼 / 적당히를 모르고 / 무거워질 때 / 밤의 차실에서 / 버려지는 것을 위한 아름다움 / 함께하는 일의 기쁨 / 정반합 / 다시 시작 / 향연 / 오래도록</p>
<p><strong>| 작업노트 |</strong> 파도문 보름달 / 포도문 / 고양이 레오 / 꽈리 / 버들문 / 청보리</p>
<p>&nbsp;</p>
<p>에필로그: ‘0’을 유지하는 삶</p>
<p>&nbsp;</p>
<p>&nbsp;</p>
<p><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6px;">책 속에서</span></strong></p>
<p>차는 그저 개인의 기호가 반영된 음료만은 아니다. 차를 마시는 일에 ‘다도茶道’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처럼 차를 마시며 도자기를 빚는 삶은 몸과 마음을 수련하며 덕을 쌓는 삶이기도 하다. 깎이고 다듬어지고 시련도 겪으며 단단해지는 과정 끝에 아름답고 쓸모 있는 무엇이 되는 삶. 여전히 어려운 여정이지만, 이 시간들 안에서 언젠간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좋은 그릇이 되리라는 믿음이 있다. 오늘도 어제와 같이 차를 마시고 도자기를 빚었다. (6쪽)</p>
<p>&nbsp;</p>
<p>도자기를 만들어 그것을 파는, 그러니까 내 인생을 파는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판 것이 누군가에게 소중한 물건이고, 시간이고, 추억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생각에 도달하니 내 삶을 좀 더 다듬고 가꾸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도자기를 만드는 내가 좋은 삶을 살아야 그것을 사는 사람에게도 좋은 삶이 묻어나리라는 믿음이라 해도 좋겠다. (43쪽)</p>
<p>&nbsp;</p>
<p>밤에 굽을 깎을 땐 물레의 모터 소리와 함께 굽 깎는 소리만 들려온다. 형태의 군더더기를 덜어내기 위한 작업이니만큼 여러모로 나를 덜어내는 작업이 되기도 한다. 과하게 흘러넘치는 생각이나 말들을 돌이키며 덜어낸다. 굽이 깎여 나가는 동안 모났던 나도 함께 깎여 나간다. (56쪽)</p>
<p>&nbsp;</p>
<p>도자기는 만드는 이의 모든 손길을 기억한다. 집중을 놓아선 안 된다. (59쪽)</p>
<p>&nbsp;</p>
<p>도자기를 만드는 일은 마치 사람의 일생 같다. 사람이 태어나 중심이 단단하게 잘 잡히고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모난 곳이 깎이다가 꼭 맞는 옷을 찾아 입고는 그제야 완성이 되는 삶. 불을 때고 나면 기물이 더 견고해지듯 고난을 겪고 나면 사람도 단단해진다. (65쪽)</p>
<p>&nbsp;</p>
<p>차는 우려주는 사람이 존재하는데, 이를 ‘팽주’라고 한다. 한자로 烹主(삶을 팽, 주인 주)라고 쓴다. 손님이 가시고 나면 사용한 잔이나 다건을 삶아서 소독하는데 여기에서 유래한 단어다. 팽주는 상대방의 기호에 관심을 갖고 차가 알맞게 우려졌는지, 찻잔이 비진 않았는지, 자리가 불편하지 않은지를 신경 쓴다. 우리는 사람과 마시는 사람 사이에 무언가가 끊임없이 오간다. 차, 말, 마음, 몸짓…. (82-83쪽)</p>
<p>&nbsp;</p>
<p>차를 마시는 것이 무엇이 좋으냐 묻는다면 오감을 깨우고 만족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곱디고운 다구를 보는 재미, 비 내리는 날 찻물을 따르는 소리나 물이 끓는 소리, 간직하고 싶을 정도로 황홀한 내음, 기분과 계절에 따라 고를 수 있는 다양한 맛의 세계, 따뜻한 찻잔의 감촉이나 까슬한 티매트의 감촉…. 오감을 만족시키는 요소들이 매 순간순간 존재한다. (91쪽)</p>
<p>&nbsp;</p>
<p>시간이 느껴지는 아이템들은 세월의 무게감이 담겨 있다. 오래된 청바지,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유리 고블릿, 생명을 다한 카메라. (…) 우리가 만드는 빈티지 블루는 물 빠진 청바지 같다. 재밌는 건 처음 그 상태 그대로 색에는 변화가 없다. 몇 년이고 차를 마시면 찻물이야 들겠지만 외부의 색상은 비슷하다. 내가 좋아하는 시간이 담긴 색상을 처음부터 만날 수 있다니. 어쩐지 시간을 보너스로 얻은 느낌이다. (128-129쪽)</p>
<p>&nbsp;</p>
<p>나와 비슷한 젊은 층에게 차 마시는 문화를 쉽게 느낄 수 있게 하고 싶다. 나이를 불문하고 집이나 회사에서 커피를 마시듯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차를 즐기게 하고 싶다. (149쪽)</p>
<p>&nbsp;</p>
<p>다기는 볼 때도 즐거워야 하지만 쓰일 때 더욱 즐겁기를 바란다. 차의 맛과 향을 더 좋게 한다면 그것이 좋은 다기일 것이다. 기쁨까지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보아도 좋고 사용했을 때도 좋은 다기를 만드는 일은 참 쉽지 않다. 깔끔하게 정답이 있지 않은 분야는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야 하고 가끔은 취향을 설득해야 할 때가 있다. 왜 그리하였는지 확고한 마음이 없다면 어려운 일이다. (168쪽)</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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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pan style="font-size: 16px;"><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저자 소개</span></strong></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지은이</span> <strong>김유미</strong></p>
<p>날마다 차를 마시고 향을 피우고 도자기를 빚는다. 구름도 쉬어가는 한운리의 자연과 계절 속에서 아이를 키우고 정원과 텃밭을 돌보며 삶을 다듬어가고 있다. 이 시간들 안에서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좋은 그릇이 되리라 작게 믿는다.</p>
<p><strong>토림도예</strong>는 차 도구를 만드는 도자기 브랜드로 시간과 삶을 담는 다기를 지향하며, 2010년부터 토림 신정현 작가와 아림 김유미 작가가 함께 꾸려오고 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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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8251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2/차를담는시간-상세940-680px-01.jpg" alt="" width="680" height="2000"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2/차를담는시간-상세940-680px-01-102x300.jpg 102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2/차를담는시간-상세940-680px-01-200x588.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2/차를담는시간-상세940-680px-01-348x1024.jpg 348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2/차를담는시간-상세940-680px-01-400x1176.jp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2/차를담는시간-상세940-680px-01-522x1536.jpg 522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2/차를담는시간-상세940-680px-01-600x1765.jpg 6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2/차를담는시간-상세940-680px-01.jpg 680w" sizes="(max-width: 680px) 100vw, 680px"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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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mg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7/sewmew-line-1.png"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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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center;"><strong>***본문 미리보기***</strong></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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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a href="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1052128" target="_blank" rel="noopener">교보문고</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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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우울이라 쓰지 않고』 낭독 &#8211; 햇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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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sewmew]]></dc:creator>
		<pubDate>Mon, 21 Nov 2022 05:54:41 +0000</pubDate>
				<category><![CDATA[오후의 소묘]]></category>
		<category><![CDATA[image-list]]></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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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nbsp;</p>
<p>&lt;우울이라 쓰지 않고&gt;의 문이영 작가가 직접 책을 낭독합니다.</p>
<p>&nbsp;</p>
<p>─</p>
<p>&#8216;햇밤&#8217; 중에서</p>
<p>&nbsp;</p>
<p>[∙∙∙]</p>
<p>&nbsp;</p>
<p>낮에 있었던 일이다.</p>
<p>장을 보러 갔는데 처음 보는 아저씨가 햇밤을 팔고 있었다. 한 바구니에 오천 원. 굵은 펜으로 눌러 쓴 글씨 뒤로 바구니 가득 담긴 밤을 보면서, 밤이 나오다니 정말 가을이구나 생각했다. 마트에서 파는 잘 손질된 매끈한 밤이 아니라 가시가 잔뜩 달린 옷을 입고 나온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어떤 밤송이는 푸른빛이 더 많이 돌았다. 오복소복 쌓인 밤송이 사이로, 함께 딸려 들어온 모양인지 밤나무의 것으로 짐작되는 이파리도 간혹 보였다.</p>
<p>내 앞에 놓인 밤들이 너무나 생생해서 밤이 태어나 자란 곳을 쉬이 상상할 수 있었다. 그곳은 새벽안개가 골짜기를 타고 내려오는 가을 산. 다저녁때 이슬로 풀숲이 젖는 가을 산. 밤송이 아람 벌어지는 소리 무시로 울리는 가을 산. 그곳에 밤나무가 산다. 푹신한 낙엽 위로 밤송이를 떨어뜨리는 밤나무가 한 그루, 두 그루, 세 그루….</p>
<p>무리 지어 살아가고 있는 밤나무들을 상상하다가 그만 깨어나 현실로 돌아온 것은 아저씨의 목청 때문이었다. 살 것 같은 모양새를 하고 파라솔 아래를 기웃거리자 안 그래도 우렁찬 아저씨 목소리에 갈수록 활기가 돌았다. “여기 다 오천 원! 마음에 드는 걸로 가져가요.” 그렇게 밤을 사온 것이다. 푸르스름한 가시를 보다가, 이파리의 출처를 궁금해하다가, 그것이 살았을 곳을 상상하다가. 얼떨결에 그러니까 실수로. 아저씨의 목청, 그보다는 가시 사이로 빼꼼 보이던 송이밤이 눈에 밟혀서 에라 모르겠다, 계획에 없던 밤을 바구니째 사고 말았다.</p>
<p>밤이라는 것이 원래 집에 들이면 계속 생각이 나게 마련인 건지, 밤을 처음 사본 나는 틈만 나면 밤을 생각했다. 글을 쓰다가도, 냉장고 문을 열다가도 불쑥불쑥 떠올라서 베란다에 나가 밤송이들이 잘 있나 확인했다. 나간 김에 창가에 붙어 서서 바람을 맞고 하늘을 올려다봤다.</p>
<p>그러는 동안 가을을 곱씹었다. 내가 밤을 생각할 때마다 가을도 쫓아와서 내 곁을 기웃거렸다. 실수로 산 밤 한 바구니 때문에 나는 온종일 밤과 가을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 사람이 된 것이 기뻤다. 어처구니없게도 잘 살고 있다는 기분마저 들었다.</p>
<p>&nbsp;</p>
<p>[∙∙∙]</p>
<p>&nbsp;</p>
<p>마음속에 떠오르는 것은 많은데 정작 그것들이 곁에 없음을 깨닫게 하는 계절. 가을에는 없는 것들에 대한 마음으로 깊어진다. 마냥 없기만 한 것은 아니다. 썩으면서 사라지고 사라지면서 짙어지는 여름의 잔향처럼, 텅 비어가는 가운데 짙어지는 것도 있음을 가을로부터 배운다.</p>
<p>그런가 하면 졸아들면서 깊어지는 맛은 어쩌다 맛본 무화과 케이크가 가르쳐주었다. 작고 둥근 접시에 담겨 나온 무화과 케이크를 한 입, 키가 작고 널따란 찻잔에 담긴 뜨거운 밀크티를 한 모금 번갈아 먹으며 속을 데우던 가을 밤, 뭉근하게 졸인 무화과를 씹으며 생각했다. 밤 맛이 나네. 그 후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하고 다녔다. 혹시 알고 계세요? 졸인 무화과에서는 밤 맛이 난답니다. 대화 중에 무화과가 등장하면 꼭 그 이야기를 했다. 그때마다 어처구니없게도 약간은 더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잘 살고 있다는 기분마저 들었다.</p>
<p>조그맣고 낡은 나무 의자에 웅크리듯 앉으면 좁다란 서교동 비탈길과 가로수가 보이던 그 카페 역시 3년쯤 전에 사라졌다. 사진을 찍어둘걸, 넋두리는 매해 가을 반복된다.</p>
<p>그러니까 3년 정도 되었다. 넋두리도 밤 맛 나는 무화과 이야기도 말이다. 실수로 산 밤 얘기가 나온 김에 무화과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한 번 더 할 기회가 생겨서 기쁘다.</p>
<p>아무도 해치지 않는 이야기를 많이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이야기를 몸에 지니고 다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밤 맛 나는 무화과 조림이 그런 글이 될 수 있을까.</p>
<p>아무도 해치지 않는 실수를 하고 싶다. 그런 실수라면 되도록 많이 하고 싶다. 그런 실수를 잔뜩 한 후 실수에 관한 글을 쓰고 싶다. 실수로 산 밤송이 한 바구니가 그런 글이 될 수 있을까.</p>
<p>실은 뭔가를 흉내 낸 것인지도 모른다.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이니까. 아저씨의 호객 행위와 밤송이의 색깔과 딸려 온 이파리에 기대어 뭔가가 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잘 사는 사람 혹은 조금 더 나은 사람, 가벼운데 짙은 사람, 무해한 농담을 하는 사람.</p>
<p>&nbsp;</p>
<p>바야흐로 가을이다.</p>
<p>가을을 좋아한다. 가, 하고 말하려다 들이마시는 스산한 공기. 을, 하느라 혀가 입천장에 가벼이 붙었다 떨어지는 모양. 을, 하고도 남아 있는 여운. 모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무엇보다 마르면서 가벼워지고, 가벼워지면서 짙어지는 만물을 보는 일이 사뭇 기쁘다.</p>
<p>들 위로 한 차례 더 낮게 꺾이는 햇살을 느끼며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섰다. 돌아서서 보았다. 내 키만 한 옥수수 밭 사이로 서걱서걱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것, 저기 숲 왼편 허리를 돌아 나가는 것, 돌아 나가며 사라졌다가 더 작아진 모습으로 나타나 멀리 언덕을 넘어가는 것. 여름의 뒷모습이라 생각되는 것을 오래 바라보는 동안 바람이 멎었다. 소란하던 새들이 조용해졌다. 숲 그림자가 길어졌다.</p>
<p>길어진 그림자를 달고 들어와 쌀을 안치고 저녁을 차렸다. 어둠을 몰아내고 싶지 않아서, 어둠 속에서 작고 노란 스탠드를 켜고 보랏빛이 한 줌도 남지 않고 모두 사라질 때까지, 일몰 속에서 천천히 밥을 먹었다. 여름의 마지막 빛을 꼭꼭 씹어 먹었다.</p>
<p>─</p>
<p>&nbsp;</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color: #ff5500;">﹅ <span style="text-decoration: underline;"><a style="color: #ff5500; text-decoration: underline;" href="https://sewmew.co.kr/%ec%9a%b0%ec%9a%b8%ec%9d%b4%eb%9d%bc-%ec%93%b0%ec%a7%80-%ec%95%8a%ea%b3%a0/">책 소개 더 보기</a></span></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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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nbsp;</p>
<p>&nbsp;</p>
<p><img decoding="async"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7/sewmew-line-2.png" /></p>
<p>&nbsp;</p>
]]></content:encod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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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우울이라 쓰지 않고』 낭독 &#8211; 프롤로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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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sewmew]]></dc:creator>
		<pubDate>Wed, 09 Nov 2022 08:30:41 +00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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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nbsp;</p>
<p>&lt;우울이라 쓰지 않고&gt;의 문이영 작가가 직접 책을 낭독합니다.</p>
<p>&nbsp;</p>
<p>─</p>
<p>프롤로그</p>
<p>&nbsp;</p>
<p>사람들은 우울을 싫어한다. 사실은 우울이 주는 취약한 느낌을 싫어하는 것이다. 우울이 저마다 외면하고 싶어하는 자신의 어떤 면, 무력하고 의기소침한 모습을 일깨우기 때문에. 우울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일은 그래서 고되다. 애써 모른 척하고 있는데, 아닌 척 잘 살고 있었는데. 우울이 옮기라도 하듯, 사람들은 우울한 이를 멀리한다. 우울한 이에게 우울에 관해 말하지 말라고 한다.<br />
우울을 긍정하고 싶지도 부정하고 싶지도 않다. 우울이 무언가를 가르쳐주었다 한들 우울이 견딜 만해지진 않았다. 우울이 무언가를 앗아갔지만 지나고 보면 어떤 것은 없는 편이 나았다. 우울로 얻은 것과 잃은 것을 아직도 정확히 셈하지 못한다. 다만 우울에 관한 흔한 오해—우울이 단지 축축하고 기분 나쁜 상태, 단절과 고립을 가져오는 동굴 같은 곳이기만 하다는—에 관해서는 할 말이 있다.</p>
<p>&nbsp;</p>
<p>이십 대를 지나며 여러 장소를 전전했다. 이 동네에서 저 동네로,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어딜 가든 많이 걸었다. 밑창이 얇은 신발을 신고, 계절에 따라 달아오르고 식는 땅을 발바닥으로 가장 먼저 느꼈다.<br />
걷는다는 것, 그것은 내가 장소를 사랑하는 방식이다. 언젠가 비탈 동네에 살게 되었을 때 한동안은 일부러 가파른 길로만 다녔다. 내가 사는 이곳을 미워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다리의 힘이, 매일 똑같은 길 위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마음의 눈이 절실했다.<br />
벗어나지 못하면 걷기라도 해야지. 어둠이 내린 거리를 헤집고 다녔던 숱한 날들. 하지 못한 말과 고쳐 하고 싶은 말이 날마다 산적해서 걷는 동안 나는 중얼거리며, 간혹 울먹거리며 지나온 모든 시간을 ‘새로고침’ 하고 싶어 했다. 돌아가서 처음부터 다시 하고 싶어 했다.</p>
<p>&nbsp;</p>
<p>불가능하다. 우리는 앞으로만 걸을 수 있다. 희망도 다짐도 앞으로 던져야 한다. 그걸 몰라서 희망도 다짐도 잘하지 못했다. 우울은 내 안에 닻을 내리고 매번 내가 바라는 것보다 오래 머물렀고, 사람들이 각자의 희망과 다짐을 앞에 던져놓고 그걸 확인하러 달려가는 걸 보면서도, 나는 벗어날 수 없는 여기를 걸어 다녔다.<br />
걷다 보니 알게 되었을 뿐이다. 우울이라는 장소의 지형에 관하여. 우울의 동쪽과 서쪽, 남쪽과 북쪽, 산과 들, 바다와 언덕에 관하여. 그곳에는 어둡고 축축한 동굴 말고도 풀밭이, 풀밭 위로 치마폭을 일렁이는 태양이, 태양이 사라지면 자욱이 깔리는 안개가, 그 안개가 골짜기를 타고 내려오는 산이 있다. 산에는 밤나무가 무리 지어 살고, 그들이 내어준 햇밤으로 어느 해 가을을 잘 살았다. 작게 노래 부르며 걷기 좋은 서쪽 바다, 늦여름 잔향이 오래 맴도는 북쪽의 숲과 들도 물론 빼놓을 수 없지만 끝에는 동네로 돌아왔다. 언덕 위 동네, 강 근처 동네, 골목이 미로 같은 북동쪽 동네… 돌아올 때마다 새로운 나선을 그리며, 우울을 벗어나지 않고도 멀리 갔다. 우울을 데리고 먼 데까지 갔다.</p>
<p>&nbsp;</p>
<p>풍경들이, 안보다 너른 바깥이 있어서 갇히지 않았다. 우울이 항상 내면에 갇히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우울은 열린 상태를 요구했다. 계속해서 흔들리기를, 사소한 것에 관해서조차 단언하지 못하기를 원했다. 우울은 어떤 것의 좋은 면보다 나쁜 면을 먼저 보게 했고, 믿을 만한 이름 뒤에 우리가 숨겨둔 것들을 끄집어내 부려놓았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횡행하는 폭력, 자기 위안에 불과한 위로, 오직 본인만을 위해 발동하는 옹졸한 용기를 눈앞에 펼쳐 보였다.<br />
그래서 어려웠다. 뒤틀린 사랑이 있음을 알고도 사랑을 믿는 일이, 위로와 용기의 이면을 알면서도 위로하거나 위로받고 용기를 내는 일이 불가능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것들 없이 사는 일도 마찬가지로 가능하지 않았다. 사랑 없이, 위로를 하지도 받지도 못하면서, 한 줌의 용기조차 없이 불확실한 시간을 가로지르는 일은 고달팠다. 여전한 우울 안에서 모든 것을 새롭게 보는 수밖에 없었다.<br />
산책이야말로 익숙한 장소에서 이방인이 되는 가장 쉬운 방법이므로, 내가 아는 사랑과 위로와 용기가 새로운 무언가로 보일 때까지 걷고 또 걸었다. 걸을수록 아는 것은 줄고 모르는 것이 늘었다. 지난 시간과 나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한참 걷다 돌아오면 무언가가 달라져 있었다. 익숙했던 풍경이 눈에 설게 느껴졌다.</p>
<p>&nbsp;</p>
<p>이 책은 걷는 동안 마주한 우울의 낯선 풍경, 그 생소한 지형을 표시한 지도다. 알 수 없게 되어버린 우울의 면면을 연신 들여다보던 그 시간이, 실은 희망과 다짐을 앞으로 던지는 시간이었음을 이제는 안다.<br />
살면서 걸었던 무수한 길을 떠올려본다. 길 위를 헤매며 얻은 것이 새로운 풍경만은 아니었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익숙하고 자명한 세계를 보며, 내가 느낀 것은 분명 기쁨이었다. 쥐고 있던 것을 놓았을 때, 아는 것을 잊고 끝까지 갔을 때 얻어지는 불가사의한 기쁨. 보람이나 의미와는 상관 없는 것이었다.<br />
나는 이제 그러한 기쁨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 막 던져진 나의 희망과 다짐이 내게 등을 돌리는 순간을, 아직 도래하지 않은 그 풍경을 비밀스럽게 기다린다. 그리하여 미래의 어느 날에, 삶이 내가 기대했던 그 무엇과도 닮지 않은 모습으로 나를 저버린다면…. 그 낯선 풍경 앞에서 나는 기분 좋은 무력감에 휩싸일 것이다. 새로이 걸어볼 길도, 사랑할 것도 한이 없는 세상 속에서 특별하고 불가해한 기쁨에 겨울 것이다.</p>
<p>&nbsp;</p>
<p>&nbsp;</p>
<p>2022년 가을</p>
<p>문이영</p>
<p>─</p>
<p>&nbsp;</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color: #ff5500;">﹅ <span style="text-decoration: underline;"><a style="color: #ff5500; text-decoration: underline;" href="https://sewmew.co.kr/%ec%9a%b0%ec%9a%b8%ec%9d%b4%eb%9d%bc-%ec%93%b0%ec%a7%80-%ec%95%8a%ea%b3%a0/">책 소개 보기</a></span></span></p>
<p><a href="https://sewmew.co.kr/%ec%9a%b0%ec%9a%b8%ec%9d%b4%eb%9d%bc-%ec%93%b0%ec%a7%80-%ec%95%8a%ea%b3%a0/"><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7823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2/10/우울이라쓰지않고-입체띠지-500px.png" alt="" width="500" height="581"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2/10/우울이라쓰지않고-입체띠지-500px-200x232.pn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2/10/우울이라쓰지않고-입체띠지-500px-258x300.png 258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2/10/우울이라쓰지않고-입체띠지-500px-400x465.pn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2/10/우울이라쓰지않고-입체띠지-500px.png 500w" sizes="(max-width: 500px) 100vw, 500px" /></a></p>
<p>&nbsp;</p>
<p>&nbsp;</p>
<p><img decoding="async"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7/sewmew-line-2.png" /></p>
<p>&nbs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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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우울이라 쓰지 않고</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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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Mon, 31 Oct 2022 14:34:53 +00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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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  우울이라 쓰지 않고 문이영 지음   발행일 2022년 10월 31일 | 무선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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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nbsp;</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size: 36px; color: #4d7984;">우울이라 쓰지 않고</span></p>
<p style="text-align: center;">문이영 지음</p>
<p>&nbsp;</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발행일 2022년 10월 31일 | 무선 120*185 | 200쪽 | 210g | 값 16,000원</span></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마음의 지도 시리즈 | 분야 에세이 | ISBN 979-11-91744-17-0 04810 (979-11-91744-16-3 세트)</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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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mg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7/sewmew-line-1.png"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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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color: #4d7984; font-size: 28px;">“우울을 데리고 먼 데까지 갔다”</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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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20px;">오래 내디딘 걸음과 섬세한 눈으로</span></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20px;">우울의 지형을 새로이 펼쳐 보이는 마음의 지도</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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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pan style="font-size: 16px;"><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고수리·신유진 작가 추천</span></strong></span></p>
<p><span style="font-size: 16px;"><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나는 저물어가는 저녁을 지켜보는 사람처럼 글을 읽어나갈 때마다 아쉬워했다.</span></strong></span></p>
<p><span style="font-size: 16px;"><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멈춰 서는 문장마다 내 마음 같아서. 그저 오래도록 읽고 싶어서.” _고수리 작가</span></strong></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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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pan style="font-size: 16px;"><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그의 문장은 나와 보폭이 비슷한 사람의 옆모습 같아서 그를 따라 고개를 돌리면</span></strong></span></p>
<p><span style="font-size: 16px;"><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그의 풍경이 나의 것이 되고, 그의 표정이 나의 풍경이 된다.” _신유진 작가</span></strong></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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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여기 우울을 데리고 먼 곳까지 걸어본 이의 아름답고도 너른 지도가 있다. 감정과 마음을 깊고 넓게 살피는 오후의 소묘 새 산문 시리즈 ‘마음의 지도’ 첫 권으로, 이 책은 제목처럼 진실로 ‘우울이라 쓰지 않고’ 우울의 다채로운 풍경을 섬세히 보여준다. 우리는 우울이 그의 시선과 마음을 어떻게 벼리고 넓혔는지 확인하며, 한 존재의 깊고 낮은 곳부터 지층처럼 쌓여온 우울의 지형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는 데 놀라고 만다. 작은 기쁨과 차분한 격정의 언덕을 오르내리고, 상처의 골목을 매번 새로이 헤매고, 다시금 사랑의 바다로 나아가는 그의 걸음에, 닮고도 또 다른 나의 걸음을 겹치며 먼 데까지 가보기를. 자신만의 마음의 지형을 새로이 그려보기를. 그 특별하고도 불가해한 기쁨을 기꺼이 누리기를. 이 책이 ‘우리에게 하는 약속’과도 같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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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걷는다는 것은 내가 장소를 사랑하는 방식이다”</span></strong></p>
<p>우울을 극복하거나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서의 증상이 아니라 나를 이루는 장소로 여기며 사는 사람. 그 장소를 “밑창이 얇은 신발을 신고, 계절에 따라 달아오르고 식는 땅을 발바닥으로 가장 먼저 느”끼며 걷는 사람. 그는 우울이 “내면에 갇히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단절과 고립을 가져오는 동굴 같은 곳”이라는 우울에 관한 흔한 오해에 관해 할 말이 있다. 그곳에 동굴 말고도 밤나무가 무리 지어 사는 산이, 작게 노래 부르며 걷기 좋은 서쪽 바다가, 늦여름 잔향이 오래 맴도는 들이, 골목이 미로 같은 북동쪽 동네가 있다고. 계속해서 흔들리며 열려 있게 하는 것 또한 그 풍경들이라고. 언덕을 넘고 강을 끼고 걷고 또 걸으며 그는 벗어나지 않고도 멀리 간다. 최초의 나무로, 비밀을 갖게 된 유년으로, 홀린 듯 열어본 낯선 곳의 문 앞으로, 나를 찾던 엄마의 목소리로, 사랑이 막 태어나려는 유월의 밤공기로, 아버지와 나 사이에 놓인 바다로…. 매번 새로운 나선을 그리며 익숙하고도 생소한 우울의 얼굴을 연신 들여다본 이가 진실로 고백하는 것들은, 그 장소에 없다고 여겼던, 그리하여 그가 믿지 않았던 혹은 믿기 어려웠던 모든 것들. 그러니까 새로이 보게 된 위로와 용기, 특별하고 불가해한 기쁨, 마침내 사랑.</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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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산책이야말로 익숙한 장소에서 이방인이 되는 가장 쉬운 방법이므로, 내가 아는 사랑과 위로와 용기가 새로운 무언가로 보일 때까지 걷고 또 걸었다. 걸을수록 아는 것은 줄고 모르는 것이 늘었다. 지난 시간과 나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한참 걷다 돌아오면 무언가가 달라져 있었다. 익숙했던 풍경이 눈에 설게 느껴졌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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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읽고 쓰는 일의 아름다움에 대하여</span></strong></p>
<p>“읽고 쓰는 일의 아름다움은 나약함을 인정하는 과정에 있다.”</p>
<p>‘우울이라 쓰지 않고’ 그가 말하는 것들은 이런 것. 나약함을 인정하는 일, 당신의 앞이 아니라 옆이나 뒤로 들어가는 일, 그리하여 나를 잃어버리는 일, 아무도 해치지 않는 실수를 많이 하는 일, 그런 이야기를 몸에 가지고 다니는 일, 모르는 문장을 기다리는 일, 아버지에 관한 새로운 생각을 하는 일, 다시 내가 되는 일. 그것은 “연한 마음으로 잎사귀의 떨림을 감각하다가 세상을 다시 사랑하고 마는 일”. 어쩌면 끝끝내 ‘쓰지 않고’는 할 수 없었던 모든 일. 장소를 사랑하기 위해 걷고 또 걸을 수밖에 없던 그는 삶을 사랑하기 위해 이 이야기를 쓰고 또 고쳐 쓸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 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그의 글을 읽어보면 알게 된다. 이 책이 그의 첫 책이어서 더없이 각별해지는 마음을, 그의 다음 책을 기다리게 되는 마음을.</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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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color: #4d7984; 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20px;">✲</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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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left;"><strong><span style="color: #4d7984; 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20px;">추천의 글</span></strong></p>
<p><span style="font-size: 16px;"><strong>─고수리·신유진 작가 추천</strong></span></p>
<p>한 마디 이름을 지어 이것이 마음이라고 읽어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시절 기억을 톺아보며 이것이 마음이라고 보여주는 사람이 있다. 문이영은 후자와 같은 사람. 모호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이 맑아졌을 땐, 나도 어스름의 시간에 서 있었다. 나는 저물어가는 저녁을 지켜보는 사람처럼 글을 읽어나갈 때마다 아쉬워했다. 멈춰 서는 문장마다 내 마음 같아서. 작가의 글을 그저 오래도록 읽고 싶어서. _고수리 작가</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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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문이영의 문장은 나와 보폭이 비슷한 사람의 옆모습 같아서 그를 따라 고개를 돌리면 그의 풍경이 나의 것이 되고, 그의 표정이 나의 풍경이 된다. 나는 때로는 익숙하고 때로는 낯선 그의 우울을 거닐며 내 것을 그려본다. 그가 옳다, 걷다 보면 사랑하게 된다. 우울의 동쪽과 서쪽을, 남쪽과 북쪽을, 아무도 해치지 않는 이야기를 많이 아는, 그런 이야기를 햇밤처럼 몸에 지니고 다니는 사람의 마음을. _신유진 작가</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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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trong><span style="font-size: 16px;">─서점인들의 추천</span></strong></p>
<p>그를 걷게 하고 사랑하게 하고 숨게 하고 용기 내게 했던 이야기들은 오랫동안 몸을 웅크리고 기다리다, 추워지는 계절에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려고 지금에야 한 권의 책이 되었나 보다. 이제 나는 슬픈 눈과 용기 낸 얼굴로 말을 걸어온 손님들에게 이 책을 권할 것이다. _리브레리아Q(정한샘 대표)</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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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여기, 우울과 기꺼이 동행하는 너그러운 그림자가 있다. 우울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은 같은 순간이라도 남들보다 더 오래 그 장면에 사는 것 같다. 나는 우울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니까, 문이영이 길게 펼쳐 보인 순간을 미행해 본다. 그 길이 쓸쓸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_작업책방 씀(윤혜은 작가)</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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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평생 나를 할퀼 것 같던 뾰족한 마음이 산책길에 무심코 차버린 돌멩이처럼 매끈하게 닳는다. 이 산책이 끝나면 조약돌만큼 작아진 기억을 주머니에 넣고 어디든 멀리갈 수 있을 것 같다. 그곳에서 다시 시작해도 되겠지. 우울이라 쓰지 않아도 좋을 이야기를. _작업책방 씀(이미화 작가)</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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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책에도 옆모습이 있을까. 이 책은 세상의 정면에서는 알아채지 못할 이야기들이 장소와 계절의 비스듬한 얼굴로 펼쳐진다. 읽고 나면 내 안의 비밀스러운 곳에 도착하게 된다. 누구든 갇혀 있던 이야기를 불러내거나, 조금 다른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_책의기분(조순영 대표)</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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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문이영의 글은 유리컵 속 투명한 물과 같아서 나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그녀가 남긴 우울의 빛을 따라가다 보니 저 멀리 희망이 보인다. 막연한 희망이 아닌 무해하고 용감한 작은 희망. 그리고 우울이라는 단어가 아닌 ‘하루’, 잘 살아내고 싶은 하루가. _한낮의 바다(한혜숙 대표)</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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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color: #4d7984; 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20px;">✲</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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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20px; color: #4d7984;">객원 에디터 후기</span></strong></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출간 전 원고를 읽으며 함께 작업한 객원 에디터들의 후기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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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한 발 두 발 걸으면서 기록한 마음들 안에서, 작고 분명한 기쁨들을 무수히 읽었다. 위안이자 구원의 기쁨. 우울이라 쓰지 않고, 정말 그랬다. 제목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약속처럼 진심 그리고 진실이었다. _강민희 에디터</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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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다시 삶을 사랑하기 위하여. 읽는 내내 이 말이 떠올랐다. 상처 받은 기억이 많아 사람을 믿는 일이 어려워도 결국에는 사랑의 감정을 품고야 마는. 내게도 사랑과 믿음이 자라날 거라는 희망이 움튼다. _이신후 에디터</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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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하나의 장편 시처럼, 계절이 머무는 풍경과 내면에서 여러 갈래로 샘솟는 마음들이 어우러진다. 지나온 시간들을 우울로만 점착하지 않고 만물에 대한 끈질기고도 다정한 태도로 사랑을 말한다. _주연 에디터</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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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스르륵. 이 단어가 제격인 듯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스르륵, 글 속에 푹 담겨졌다. 다급하지도 서두르지도 않는 글과 시간 속으로 흠뻑 빠졌다 나온 기분이다. 마음의 무게가 차분하고 가벼워졌다. _홍은주 에디터</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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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소설을 읽는 듯했다. 어느새 나는 주인공에게 푹 빠져들었다. 읽고 쓰며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결국 그것을 내면의 힘으로 축적해가는 그녀가 좋았다. 글은 침착하고 고요한데 내 마음은 크게 파도쳤다. _황지혜 에디터</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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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color: #4d7984; 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20px;">✲</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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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trong><span style="color: #4d7984; 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20px;">마음의 지도 시리즈</span></strong></p>
<p>감정과 마음을 깊고 넓게 들여다본 이들이 길어올린 문장으로 마음의 물성을 살피는 산문 시리즈. 우울을 시작으로 작은 마음, 쌓는 마음, 허무는 마음이 예정되어 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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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color: #4d7984; 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20px;">✲</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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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차례</span></strong></p>
<p>프롤로그: 우울의 지형</p>
<p>태양 | 나무 | 햇밤 | 삼청동 | 파란 대문 | 옥상 | 여름 | 겨울 | 버스 | 유월 | 눈 | 서점 | 새벽 바다 | 한 시절</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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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추천사 전문</span></strong></p>
<p>문이영의 글은 언제나 어스름을 향해 걷는다. 이 근면한 산책자이자 끈기 있는 기록가는 짐작건대, 낮볕에 일렁이는 볕뉘 같은 사람. 저녁볕에 그림자가 자라는 사람. 어두워진 밤으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 푸른 새벽을 가로질러 걸어 나가는 사람. 그리하여 저물거나 밝아오는 어스름의 시간을 걷는 사람. 그는 우울이라 쓰지 않고, 우울을 걸어보는 사람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몸에 지니고 다니는 사람이었으므로, 나는 그를 따라 발맘발맘 걸었다.</p>
<p>우리는 떠나온 자리를 돌아다니며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이야기를 주웠다. 타인의 곁을 맴돌며 가장 연약한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기억의 가장자리를 애써 겉돌며 나란히 걸어보았다. 삼청동의 산책로, 초가을의 시장, 여름의 계곡, 겨울의 옥상, 명동 가는 버스, 유월의 을지로, 일요일의 서점, 봄의 교정, 겨울의 동네에 다다를 때까지. 아주 오래 걸었을 때, 무언가 달라진 걸 깨달았다. 이미 지나갔거나 벌써 당도해 버린 계절감을 느꼈다. 뒤처져서 초조하고 따라가지 못해 어둑해진 마음의 기분. 그때 옅은 우울이 휘 지나가며 알려주었다. 여기,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느끼는 이 마음이 무엇인지.</p>
<p>한 마디 이름을 지어 이것이 마음이라고 읽어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시절 기억을 톺아보며 이것이 마음이라고 보여주는 사람이 있다. 문이영은 후자와 같은 사람이라서, 그 마음을 다 읽는 데에는 시간이 걸렸다. 그렇기에 더욱이 그를 신뢰하며 따라 읽었다. 모호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이 맑아졌을 땐, 나도 어스름의 시간에 서 있었다. 우울에 우울 말고 다른 것들이 있었다. 이 마음은 저무는 걸까 밝아오는 걸까. 이 마음을 걸어 나가면 한밤일까 아침일까. 읽어본 사람만이 답할 수 있다.</p>
<p>한편, 나는 저물어가는 저녁을 지켜보는 사람처럼 글을 읽어나갈 때마다 아쉬워했다. 멈춰 서는 문장마다 내 마음 같아서. 작가의 글을 그저 오래도록 읽고 싶어서. 어쩔 도리 없이 문이영의 글을 기다리고 기대하게 되었다. 몸에 지닌 이야기를 처음으로 써낸 작가는, 저물거나 밝아오는 하루처럼, 지나가거나 다가오는 계절처럼, 내내 성실하게 글을 쓸 것이다. 그런 굳건한 믿음이 있다. 기다리지 않는대도 문이영의 글은 언제고 나에게 올 테지만, 나는 구태여 기다리고 싶다. 몇 번이고 그의 책을 열어 기쁘게 읽어보기를 기다리겠다.</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_고수리(《마음 쓰는 밤》 저자)</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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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때마침 햇빛이 좋은 계절이다. 문이영처럼 햇밤을 한 바구니 사 들고 걸어 본다. 걷는 일은 그가 장소를 사랑하는 방식이라는 말을 떠올리면서. 걷다 보니 문득 그가 궁금해진다. 지금 이곳을 그가 걷는다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아니 혹시 우리가 언젠가 마주치진 않았을까. 그러다 책 속의 그 길과 비슷한 풍경이 나오면 무릎을 치며 말한다. 아, 나는 어쩌면 그를 알 것도 같다고. 그러니까 그는 태양에 경의를 표하면서 생명력을 흠뻑 감각하고, 나무를 보며 계절을 세고, 멀리까지 갔다가도 어린 시절의 파란 대문 앞으로 자주 돌아오는, 벗어날 수 없는 곳이라면 차라리 사랑해 버리는 사람. 문이영의 글을 읽으면 그와 나란히 걷는 기분이다. 그의 문장은 나와 보폭이 비슷한 사람의 옆모습 같아서 그를 따라 고개를 돌리면 그의 풍경이 나의 것이 되고, 그의 표정이 나의 풍경이 된다.</p>
<p>우리가 걷는 이 길을 그는 우울이라 부른다지. 그는 오래 걸었던 사람답게 그 마음의 지형을 내게 알려주고, 나는 때로는 익숙하고 때로는 낯선 그의 우울을 거닐며 내 것을 그려본다. 그가 옳다, 걷다 보면 사랑하게 된다. 우울의 동쪽과 서쪽을, 남쪽과 북쪽을, 아무도 해치지 않는 이야기를 많이 아는, 그런 이야기를 햇밤처럼 몸에 지니고 다니는 사람의 마음을.</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_신유진(《창문 너머 어렴풋이》 저자)</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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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나는 내 우울에 대해 관심이 많다. 이 우울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적지 않은 고민을 하며 지낸다. 주변을 맴돌며 호시탐탐 내게로 스며들 타이밍을 기다리는 우울이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우울도 내게 관심이 많아 보인다. 솔직히, 이 관계가 싫지 않다. 오랜 시행착오의 시기를 지나 이제 나는 우울감을 제법 능숙하게 다룰 줄 알고 때때로 그런 스스로에게 기이한 만족감마저 느끼곤 하니까. 우울의 입장에서도 제가 머물 곳을 종종 내어주는 인간 하나를 알고 있는 셈이니 이만하면 우울과 나는 서로에게 우호적인 편이라 볼 수 있겠다.</p>
<p>여기, 우울과 기꺼이 동행하는 또 하나의 너그러운 그림자가 있다. 문이영 작가는 우울이 얼마나 다양한 얼굴로 오는지 알고 있는 사람, 서로 다른 우울 앞에 낯을 가리기보다는 일단 함께 걸으면서 우울에게 안부를 건네는 사람이다. 그래서 문이영의 글엔 우울 대신 우울로 인해 드러난 외로움과 고통의 자리를 쓸어보는 사람이 존재한다.</p>
<p>우울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은 같은 순간이라도 남들보다 더 오래 그 장면에 사는 것 같다. 나는 우울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니까, 문이영이 길게 펼쳐 보인 순간을 미행해 본다. 그러다 문득 그의 우울이 내게 스며드는 것 같을 때면 나는 그것과 함께 뒤돌아 나의 자리로 돌아가겠지. 그 길이 쓸쓸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_윤혜은(《아무튼, 아이돌》 저자, 작업책방 씀 대표)</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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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문이영의 글은 옷장에 숨어 있던 나를 꺼낸다. 발견되길 기다리다가 이대로 영영 사라지고 싶었던 오랜 기억 속의 나를 밖으로 꺼내어 나와 같이 발맞춰 걷는다.</p>
<p>‘천을 따라 걷고, 운동장을 가로지르고, 뒷산에 오르고 집 주변을 배회하면서. 허락된 길과 허락되지 않은 길을 가리지 않고, 서로 다른 동네의 경계를 두 번, 세 번 지나는’ 동안 운동화의 뒤꿈치가 닳듯 이야기가 닳는다. 잊으려고 할수록 잊히지 않던 모난 기억들이, 평생 나를 할퀼 것 같던 뾰족한 마음이 산책길에 무심코 차버린 돌멩이처럼 매끈하게 닳는다.</p>
<p>이 산책이 끝나면 조약돌만큼 작아진 기억을 주머니에 넣고 어디든 멀리갈 수 있을 것 같다. 그곳에서 다시 시작해도 되겠지. 우울이라 쓰지 않아도 좋을 이야기를.</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_이미화(《영화관에 가지 않는 날에도》 저자, 작업책방 씀 대표)</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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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책에도 옆모습이 있을까. ‘우울이라 쓰지 않고’ 시작하는 이 책은 세상의 정면에서는 알아채지 못할 이야기들이 장소와 계절의 비스듬한 얼굴로 펼쳐진다. 머문 자리마다 온기가 있어 빛을 따라가는 마음으로 문장 사이를 걸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빛은 옆모습을 사랑하여 비스듬히 통과해야만 그림자를 만든다는 것을. 그림자는 테두리에 고인 빛과 경계를 볼 줄 아는 이에게 허락한 시선이라는 것을.그가 거닐며 만든 마음의 지도를 따라 나의 작은방은 그의 장소들로 확장된다. “볼 수 없었던, 설령 있다 하더라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존재들”을 세심히 살피며 멀리 나아간다. 그렇게 걷다 마주하는 것은 우리 자신, “낯선 존재들과 내가 조금씩 닮아 있고 또 연결되어 있다”라는 사실. 그리하여 이 책을 읽는 것은 지극히 ‘나’로 돌아가는 일이기도 하다. 읽고 나면 내 안의 비밀스러운 곳에 도착하게 된다. 누구든 갇혀 있던 이야기를 불러내거나, 조금 다른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어느새 빛의 지형을 탐구한 독자이므로.</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_조순영(서점 책의기분 대표)</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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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책방에 앉아 있다 보면 가끔 조심스레 다가오는 사람들을 만난다. 언제 또 만날지 모르는 서점원에게 자신의 사연을 들려주며 어떤 책을 지니고 나가면 좋을는지 물어온다. 그런 이야기는 대체로 어렵고 힘든 사정을 품고 있다. 그들의 눈이 조금 슬퍼 보여서, 책을 추천하는 일은 어렵고도 조심스러운 일이어서, 짧은 대화로는 그의 마음을 다 알 수 없어서, 대답할 시간을 버느라 나의 말은 평소보다 조금 느릿느릿 입을 벗어난다.</p>
<p>모두가 저마다의 하루를 산다. 하지만 모두가 그 하루 속에서 이야기를 건져 올리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그저 지나쳤을 걸음과 기억 안에서 문이영은 질문과 이야기를 자라게 하고 그것이 목소리가 되어 종이에 내려앉았다. 사랑으로 시작했으나 때로는 미워하고 버거워했던 존재에 대해 나지막하게 전해주기도, 마음속으로만 만지작거리던 동네를 꺼내어 보여주기도 하는 글이 되어서. 그를 걷게 하고 사랑하게 하고 숨게 하고 용기 내게 했던 이야기들은 오랫동안 몸을 웅크리고 기다리다, 추워지는 계절에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려고 지금에야 한 권의 책이 되었나 보다.</p>
<p>이제 나는 슬픈 눈과 용기 낸 얼굴로 말을 걸어온 손님들에게 이 책을 권할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내 우울의 지형을 걸어볼 것이다. 어떠한 모습이든 피하지 않고 마주할 것이다. 그렇게 이 책은 ‘멀쩡한 무언가에 불을 댕’기고, 그 불은 타올라 다시 이야기가 될 것이다.</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_정한샘(《세상의 질문 앞에 우리는 마주 앉아》 저자, 서점 리브레리아Q 대표)</span></p>
<p>&nbsp;</p>
<p>페이지를 넘기며 그녀가 무덤덤하게 적어 내려간 우울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나의 일기장을 보는 듯한 글들이 가득해 위로를 받는다. 그녀의 글은 유리컵 속 투명한 물과 같아서 나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녀가 남긴 우울의 빛을 따라가다 보니 저 멀리 희망이 보인다. 막연한 희망이 아닌 무해하고 용감한 작은 희망. 그 희망을 붙잡고 하루를 견뎌내는 모습이 어쩌면 나와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자꾸 책을 펼쳐보며 귀퉁이에 적어본다. 우울이라는 단어가 아닌 ‘하루’. 잘 살아내고 싶은 하루.</p>
<p>기쁨보다 슬픔이 더 많은 삶 속에서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해보려고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괜찮아지는 것이 아닐까. 조금씩 나아지려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건 아닐까.<br />
당신과 나는 ‘우리’가 되어 똑같이 힘든 삶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고, 그러니 힘든 순간에 주저앉더라도 조금씩 일어나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말해주는 그녀의 말이 참 따듯해서 이 책을 자꾸만 곁에 두고 싶다.</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_한혜숙(서점 한낮의 바다 대표)</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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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책 속에서</span></strong></p>
<p>밑창이 얇은 신발을 신고, 계절에 따라 달아오르고 식는 땅을 발바닥으로 가장 먼저 느꼈다. 걷는다는 것, 그것은 내가 장소를 사랑하는 방식이다. 매일 똑같은 길 위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마음의 눈이 절실했다.(6쪽)</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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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읽고 쓰는 일의 아름다움은 나약함을 인정하는 과정에 있다. 내가 얼마나 다른 모든 것에 의존하고 있는지 깨닫고, 단독자로서의 내가 아니라 의존자로서의 나를 의식하는 과정이다. 신기하게도 나약함은 숨길 때는 나약함일 뿐이지만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나면 힘이 된다. 무언가를 억누르고 제압하는 힘이 아니라 나와 너를 일으키고 끌어안는 부드러운 힘이다.(23쪽)</p>
<p>&nbsp;</p>
<p>길들여지지 않은 세계를 확인하고 싶을 때마다 이곳에 온다. 내가 모르는 게 많고 결코 다 알 수도 없다는 사실이 위안이 된다. 신비하고 낯선 무언가, 경외할 무언가가 남아 있다는 것. 그것은 ‘나’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구원이자 한 그루의 나무가 우리에게 하는 약속과도 같다.(35-36쪽)</p>
<p>&nbsp;</p>
<p>아무도 해치지 않는 이야기를 많이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이야기를 몸에 지니고 다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무도 해치지 않는 실수를 하고 싶다. 그런 실수라면 되도록 많이 하고 싶다. 그런 실수를 잔뜩 한 후 실수에 관한 글을 쓰고 싶다.(45쪽)</p>
<p>&nbsp;</p>
<p>망각이 흥미로운 이유는 노력할수록 실패하는 일이라서다. 어떤 기억을 잊으려고 할 때마다 그 기억을 떠올려야 해서, 정말로 잊고 싶은 기억은 절대로 잊히지 않는다.(80쪽)</p>
<p>&nbsp;</p>
<p>사랑하는 이들과 나란히 앉아 담장을 따라 줄지어 선 나무를 보며 대화를 나눴다. 이야기가 창밖으로 던져지고, 담장에 맞아 이쪽으로 돌아오는 동안 내 안에서 질문이 자라났다. 이야기에 의해 그려지는 안온한 각도 속에서 내 생각은 적게 하고 상대에 대해 더 많이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그건 나란히 앉아 서로를 향해 떠나는 모험 같다.(124쪽)</p>
<p>&nbsp;</p>
<p>눈부시게 진다. 질 때마다 낯선 세상이 환하게 떠오르고 거기엔 내가 모르는 게 많다. 삶은 나를 넘어뜨리는 방식으로 일으키고, 내가 아는 말을 앗아가는 방식으로 새로운 말을 준다. 나는 어느새 졌다는 사실도 까먹고 삶이 선사하는 것들을 기쁘게 누린다.(148쪽)</p>
<p>&nbsp;</p>
<p>무모하게 믿고 싶다. 노래 가사처럼 좋은 것이 내 안에서도 드물게 생겨난다는 사실, 그 무해한 마음이 단지 무언가를 작게 소리 내어 말하는 일로 가능해지기도 한다는 사실을.(186쪽)</p>
<p>&nbsp;</p>
<p>한 장소를 떠나기 전까지는 진정한 의미에서 한 시절이 끝나지 않을 때가 있다. 한 시절을 끝내기 위해서는 좋든 싫든 떠나야 하는 것이다. 어떤 장소에 엮인 시간을 과거 시제로 돌리는 데 그만한 방법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자주 떠났다. 한 시절에 마침표를 찍는 일이 절실했다.(189쪽)</p>
<p>&nbsp;</p>
<p>사는 동안 벗어날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한 시절이 끝나버렸음을 절감했다. 내가 찍지 않았는데 어느새 찍혀 있는 마침표를 어색하게 바라봤다. 달라진 것 없는 공간 속에서 달라진 나를, 사라져버린 나를 발견했다.(195쪽)</p>
<p>&nbsp;</p>
<p><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6px;">저자 소개</span></strong></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지은이</span> <strong>문이영</strong></p>
<p>걷고 쓰는 사람. 여러 도시와 동네를 전전하며 그 장소들을 사랑하기 위해 걸었다. 걷는 동안 마주한 것, 알게 된 것은 새로운 풍경만이 아니라 제 우울의 다채로운 지형이어서 익숙하고도 생소한 그 면면을 연신 들여다보며 이 책을 썼다. 엉뚱하고, 잘 웃고, 궁금한 게 많고, 눈을 좋아한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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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mg decoding="async" class="size-full wp-image-7825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2/10/우울이라쓰지않고-상세-680px-01.png" alt="" width="680" height="2000"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2/10/우울이라쓰지않고-상세-680px-01-102x300.png 102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2/10/우울이라쓰지않고-상세-680px-01-200x588.pn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2/10/우울이라쓰지않고-상세-680px-01-348x1024.png 348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2/10/우울이라쓰지않고-상세-680px-01-400x1176.pn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2/10/우울이라쓰지않고-상세-680px-01-522x1536.png 522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2/10/우울이라쓰지않고-상세-680px-01-600x1765.png 6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2/10/우울이라쓰지않고-상세-680px-01.png 680w" sizes="(max-width: 680px) 100vw, 680px" /> <img decoding="async" class="size-full wp-image-7826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2/10/우울이라쓰지않고-상세-680px-02.png" alt="" width="680" height="1937"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2/10/우울이라쓰지않고-상세-680px-02-105x300.png 105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2/10/우울이라쓰지않고-상세-680px-02-200x570.pn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2/10/우울이라쓰지않고-상세-680px-02-359x1024.png 359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2/10/우울이라쓰지않고-상세-680px-02-400x1139.pn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2/10/우울이라쓰지않고-상세-680px-02-539x1536.png 539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2/10/우울이라쓰지않고-상세-680px-02-600x1709.png 6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2/10/우울이라쓰지않고-상세-680px-02.png 680w" sizes="(max-width: 680px) 100vw, 680px"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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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id="preview" style="text-align: center;"><strong>***본문 미리보기***</strong></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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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mg decoding="async" class="size-full wp-image-7830 alignleft"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2/10/우울이라쓰지않고-표1띠지-px110.jpg" alt="" width="71" height="110" /><span style="color: #4d7984;"><strong>서점에서 보기</strong></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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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nbs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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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고유한 순간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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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Mon, 01 Nov 2021 07:14:07 +0000</pubDate>
				<category><![CDATA[도서목록]]></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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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CDATA[김인]]></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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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CDATA[작가노트시리즈]]></category>
		<category><![CDATA[차]]></category>
		<category><![CDATA[티블렌더]]></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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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    고유한 순간들 사루비아 다방 티 블렌더 노트   김인 지음 &amp;nb  ...]]></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6275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10/고유한순간들-입체_560px.jpg" alt="" width="560" height="651"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10/고유한순간들-입체_560px-200x233.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10/고유한순간들-입체_560px-258x300.jpg 258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10/고유한순간들-입체_560px-400x465.jp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10/고유한순간들-입체_560px.jpg 560w" sizes="(max-width: 560px) 100vw, 560px" /></p>
<p>&nbsp;</p>
<p>&nbsp;</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size: 32px; color: #eb564f;">고유한 순간들</span></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6px;">사루비아 다방 티 블렌더 노트</span></p>
<p>&nbsp;</p>
<p style="text-align: center;">김인 지음</p>
<p>&nbsp;</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발행일 2021년 11월 1일 | 양장본 130*195 | 208쪽 | 320g | 값 16,000원</span></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작가노트 시리즈 | ISBN 979-11-91744-03-3 04810 (979-11-91744-02-6 세트) | 분야 에세이</span></p>
<p>&nbsp;</p>
<p>&nbsp;</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7/sewmew-line-1.png" /></p>
<p>&nbsp;</p>
<p>&nbsp;</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size: 24px; color: #32639c;">“향미는 이미지들의 결합이고 기억과 시간들의 콜라주였다”</span></p>
<p>&nbsp;</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20px;">삶에서 길어 올린 순간들을 찻잎으로 그려내는 예술</span></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20px;">티 블렌더의 일에 관하여</span></p>
<p>&nbsp;</p>
<p>전작 《차의 기분》에서 차를 마시는 일에 대해 시적인 문장들로 독자들과 만난 바 있는 사루비아 다방의 김인 대표가 이번에는 차를 만드는 일에 대해 내밀하고 진솔하게 풀어놓았다. 그는 오늘도 차를 블렌딩한다. 귤피를 말리고 계피를 자른다. 마른 꽃잎을 꽃송이에서 한 잎씩 딴다. 단지 음료를 만드는 것만이 아니다. 비틀거리는 뒷모습, 어떤 어깨의 윤곽, 사랑스러운 약점, 찻그릇에 드리운 그늘, 끝내 풀 수 없는 걸작의 비밀, 생의 최초의 냄새, 그가 채집한 모든 고유한 순간들을 찻잎으로 전한다.</p>
<p>그리하여 책을 덮으며 가만히 떠오르는 것은 이제 저자의 기억과 경험이 아닌 바로 나의 기억과 경험, 나의 일, 나의 고유한 순간들이다.</p>
<p>&nbsp;</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6px;">작고 아름다운 직업, 티 블렌더의 기쁨과 슬픔</span></p>
<p>티 블렌더라니. 이런 직업이 있었던가. 저자는 티 블렌더라는 생소한 직업에 대해 이렇게 쓴다. “세상이 필요한 직업이 아니”며 “갑자기 세상의 모든 티 블렌더가 사라진다”해도 “누구도 알아채지 못할 것”이라고.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무용한 일들의 아름다움을, 예술이 지닌 힘을. 이 책에는 15년 넘게 차 만드는 일을 해온 저자의 오롯한 순간들이 담겨 있다. 하얀 작업실에 고요히 틀어박혀 붓이 아닌 찻잎으로 향미를 그리는 모습, 음악을 들으며 소재들을 조율하고 지휘하는 모습, 말린 귤피와 빻은 강황으로 시를 쓰는 모습… 이렇듯 삶의 모든 방향에서 영감을 얻고 그것을 꿰어 차라는 작품으로 풀어내는 그의 일은 예술가의 그것과 꼭 닮은 듯 보인다.</p>
<p>그렇다고 일의 귀하고 아름다운 면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그는 몸에 맞지 않는 홍보 일을 오래 하다 삼십 대 중반에야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으며 방황과 실패를 거듭하기도 했다. 카페가 대세일 때 찻집을 열고, 손님 맞는 일이나 사업가로서 해야 하는 일에 젬병인 그가 좌충우돌하고, 원하는 향미를 그려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끝에는 자신의 내면을 따라 자신의 업을 단단히 다져가는 사람만이 줄 수 있는 작은 감동이 있다.</p>
<p>&nbsp;</p>
<p><span style="color: #333399;">“선생님, 저는 마침내 틀어박혀 잘 지내고 있습니다. 붓이 아닌 찻잎으로 향미를 그리면서요. 제게는 걸작을 만들겠다는 야심이 있습니다. 아직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렇듯 향기 나는 곳에 틀어박혀 있으니 실패를 거듭해도 태평하기만 합니다. 저는 티 블렌더입니다.”</span></p>
<p>&nbsp;</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6px;">차 한 잔에 담긴 영감의 순간들, 그 비밀한 노트</span></p>
<p>‘화가가 선과 색을 조합해 그림을 나타내고, 작곡가가 음표를 조합해 곡을 나타내며, 도예가가 흙과 불을 조합해 그릇을 나타내고, 코미디언이 말을 조합해 웃음을 나타내게’ 하듯 티 블렌더는 향미를 조합해 차를 나타낸다. 마시면 사루비아 다방의 차라는 걸 금세 알아챌 만큼 개성이 분명한 향미의 블렌딩 티를 만들어내는 김인 대표의 작업노트에는 향미를 조합해내는 순간들이 담겨 있다.</p>
<p>사루비아 다방에서 가장 사랑받는 차 ‘분홍반지’는 바로 그 이름에서 비롯된 향미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리게 한다. ‘모어 댄 루이보스’는 “에디 히긴스의 연주를 오마주해 만든 차”이며, 홍차 다즐링과 녹차와 매화를 블렌딩한 ‘화사집’은 파헬벨의 〈캐논 변주곡〉에서 모티프를 얻어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의 선율에 맞는 소재를 찾아낸 것이다. 음악뿐일까. ‘물랭루즈’는 툴루즈로트레크의 몽마르트를 그리며 완성한 차다. 앤디 워홀, 글렌 굴드, 달항아리, 메리 올리버, 발터 벤야민, 파블로 네루다, 그리고 모스크바에 사는 올가 아주머니에 이르기까지. 그러니까 예술로부터 차오르는 순간들이 빼곡히.</p>
<p>이제 우리가 마시는 차 한 잔은 그저 차 한 잔이 아닐 것이고.</p>
<p>&nbsp;</p>
<p><span style="color: #333399;">“비로소 향미라 부르는 순간. 그제야 모든 성부, 모든 향미가 자신의 소리를 드러낸다.”</span></p>
<p>&nbsp;</p>
<p><span style="color: #800000;">★ 정오표</span></p>
<p><span style="color: #800000;">초판 1쇄 발행본 139쪽 8행: 알베르틴 → 마르셀</span></p>
<p>(*《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인공 이름으로 표기된 ‘알베르틴’은 ‘마르셀’의 오기입니다. 알베르틴은 주인공 화자가 사랑한 인물의 이름.)</p>
<p>&nbsp;</p>
<p>&nbsp;</p>
<p><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ðiː inspiration 작가노트 시리즈</span></strong></p>
<p>오후의 소묘에서 선보이는 첫 에세이 시리즈로 자기만의 일을 단단히 꾸려가며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들, 그들의 작업노트를 들여다본다. 첫 권인 티 블렌더 노트에 이어 플로리스트, 도예가, 서점원 노트가 예정되어 있다.</p>
<p>&nbsp;</p>
<p><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객원 에디터 후기</span></strong></p>
<p>출간 전 원고를 읽으며 함께 작업한 객원 에디터들의 후기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p>
<p>&nbsp;</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많은 꽃잎과 찻잎은 마른 가지에서 피어난다. 특히 겨울에 그 가지들을 바라보면, 앙상하고 투박하기 그지없지만 그 안에는 숨겨진 수많은 빛깔과 결이 있다. 그것은 감추어져 있다가 때가 되면 스스로를 틔운다. 티 블렌더는 그것을 정성스레 모아서 적당한 습도와 온기 아래 말리며 빛깔과 결과 향기들을 간직해 두었다가 따뜻한 물 위로 다시 피워 올린다. 사라진 줄만 알았던 향이 그곳에 있다. 잊힌 줄만 알았던 기억이 그곳에 있다. 차 한 모금에 향과 고요와 기억과 계절이 함께 실려 온다. 이처럼 애틋한 위로가 있을까. (윤민지)</span></p>
<p>&nbsp;</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이 책은 휴먼 다큐멘터리 혹은 드라마로 쓴, 신, 단, 짠 맛의 다양한 맛이 가지런히 어우러져 장인의 손맛을 이룬다. 물론 뼈대는 차의 맛과 향미. 티 블렌더로서 작업의 영감을 얻는 순간들이 조선의 달항아리에서 앤디 워홀, 글렌 굴드, 다우 케고르 등의 이야기로 넓게 번져 나간다. 경험치가 단단하게 쌓여 있다. 책의 사이사이에 있는 ‘작업노트’는 별사탕처럼 해맑게 빛난다. 이 책에 기록된 저자의 시간은 유머러스하게 적혀 있지만 분명 그늘이다. 차를 많이 마시다 보니 선잠을 자고, 일을 몰아서 하다 보니 번아웃이 된다. “나는 버그에 걸린 것이 틀림없었다”라고 고백하지만 그녀는 수정되길 원치 않는다. 자신 안에 있는 것을 털어내고 쏟아내며 오늘도 차茶라는 ‘영혼의 음식’을 차린다. 그녀가 차린 영혼의 음식으로 주린 배를 채우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찼다. 무엇보다 이 책은 정말 재밌다. (홍민정)</span></p>
<p>&nbsp;</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읽기 전에는 단순히 티 블렌더라는 직업인의 이야기일 거라 상상했다. 단아한 모습으로 천천히 차를 우리는 이가 내게 조곤조곤 차에 대한 이야기를 건넬 거로 생각했는데 막상 문을 열어보니 헝클어진 머리를 한 채 고민하고 고민하는 한 장인이 여전히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고뇌에 빠진 장인이 있었다. 예술가가 있었다. 그녀가 만든 차는 그녀가 담겼다. 그녀의 무의식에 있던 기억들이,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이, 그녀의 여행 추억들이, 그녀가 읽은 책들이, 그녀가 들은 음악들이, 그녀가 본 그림들이, 그녀의 후회들이, 그녀의 그늘이. 자기 전부를 조각내 넣어 끝내 하나의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는 장인이었다. 그의 몸부림이 담긴 글에 나 또한 내 기억,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읽은 것, 내 후회, 내 그늘이 만들어준 내 이야기가 하고 싶어졌다. 예술가의 마음으로 살고 싶다. 그녀처럼 예술가의 마음으로, 온 마음을 다해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간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싶다. 그 마음을, 그렇게 보내는 시간을 천천히 글로 적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황지혜)</span></p>
<p>&nbsp;</p>
<p>&nbsp;</p>
<p><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차례</span></strong></p>
<p>프롤로그</p>
<p>다시 시작</p>
<p>&nbsp;</p>
<p><strong>1부 티 블렌더입니다: 향미는 소리도 없이</strong></p>
<p>향미는 소리도 없이 / 티 블렌더입니다 / 조 말론 / 그르누이의 불행 / 최초의 냄새 / 물 / 베네치아 / 오트 티 쿠튀르 / 프랑스적이라는 말 / 야근 단상 1 / 저도 차 좋아해요 / 이내처럼 고요한, 수선 / 향미라는 악보 / 비밀을 아는 사람 / 야근 단상 2</p>
<p><strong>| 작업노트 |</strong> 일장춘몽 / 화사집 / 백야</p>
<p>&nbsp;</p>
<p><strong>2부 나의 샹그릴라: 사루비아 다방에서</strong></p>
<p>뉴욕에서 / 질문의 책 / 사루비아 다방 / 우리 셋이 언제 다시 만날까 / 나의 샹그릴라 / 영혼의 음식 / 마지막 밤 / 수업시대 / 수강하는 마음 / 번아웃 / 제일 싫어하는 일의 즐거움 / 돈과 나 / 만약에 돈이 / 출근하는 기쁨 / 무슨 차야?</p>
<p><strong>| 작업노트 |</strong> 분홍반지 / 물랭루즈</p>
<p>&nbsp;</p>
<p><strong>3부 예술이란 대체: 차에 스민 것들</strong></p>
<p>좋은 벽 / 아테네 학당 / 토끼 케고르 / 검은 짐승 / 예술이란 대체 / 이것은 항아리가 아니다 / 도자기 문제 / 가늘고 긴 곡선 / 보는 것과 만지는 것 / 고양이와 와비 / 어떤 작가론 / 그늘에서</p>
<p><strong>| 작업노트 |</strong> 여름에숲 / 램프와 소설</p>
<p>&nbsp;</p>
<p>에필로그</p>
<p>참고문헌</p>
<p>&nbsp;</p>
<p>&nbsp;</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strong>책 속에서</strong></span></p>
<p>나는 차를 마시고서야 비로소 식물을 알게 됐다. 이곳이 식물의 행성이라는 것도 알게 됐고, 식물이야말로 내가 상속받은 가장 위대한 유산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나는 식물의 아이였다. 허락 없이 나무를 탔고, 그것의 과실을 마음껏 따 먹었으며, 가지와 꽃도 예사로 부러뜨렸다. 나는 식물의 보호와 너그러움 속에서 이만큼 성장했다. (9쪽)</p>
<p>&nbsp;</p>
<p>차는 잊고 있었던 기억을 되살려줬다. 영영 의식의 표면 위로 떠오르지 않기를 바랐던 기억도 있었지만, 차를 마시면 그런 기억마저도 견딜 만한 것이 됐다. 향미는 내게 고통이나 상처보다 비틀거리던 뒷모습이나 어깨의 윤곽, 감청색 하늘, 구름의 모양 따위를 살피게 했다. 기억에 향미를 부여했다. 깊고 어두울수록 더 많은, 다채로운 향미가 필요했다. 맛보지 않은 차가 많았다. 만들고 싶은 차가 생겼다. 그렇게 시작했다. (9쪽)</p>
<p>&nbsp;</p>
<p>고요에도 소리가 있다. 고요는 바람 소리, 새소리, 팬 돌아가는 소리, 시계의 초침 소리 따위와 함께 온다. 그런 소리들이 고요를 증폭시킨다. 나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차를 따르고도 아무런 기대는 없이 찻주전자를 그대로 들고 있기도 한다. 그대로 잠겨보는 것이다. (43~44쪽)</p>
<p>&nbsp;</p>
<p>나는 문득 세상의 모든 차가, 내가 만든 모든 차가 삶에서 아름다운 면만을, 고귀하거나 즐거운 면만을, 쾌락과 소망만을 취하려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삶의 진면목을 드러내고 싶었다. 그런 향미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새삼 차는 누가 마시는지 생각했다. 혼자인 사람이 마신다. 결국엔 혼자 남은 사람이 차를 마신다. 그 한 사람을 생각했다. (78쪽)</p>
<p>&nbsp;</p>
<p>차도 글도 내가 쏟는 관심, 혐오와 애정은 생산하는 순간에 집중돼 있고, 집중의 강도가 높았을수록, 그것에 충실했을수록 털어내는 일이 쉽다. 어떡해서든 털어내고 싶어 한다. 나는 완성된 차를, 글을 털어낸다. 그러면 더 이상 그것은 내 것이 아닌 게 된다. (134~135쪽)</p>
<p>&nbsp;</p>
<p>나는 그것이 분홍반지인 줄 첫눈에 알아봤다. 그것은 루이보스와 체리, 크랜베리 등이 혼합된 허브차가 아니라 처음부터 분홍반지였다. 완성된 차의 이름을 지으려 차를 마신다. 이때는 개별 향미나 밸런스를 감수하지 않는다. 오직 이름을 찾으려 차를 마신다. (140쪽)</p>
<p>&nbsp;</p>
<p>달항아리를 보고부터 어떤 도자기는 도자기 그 이상이라는 것을 알았다. 개수대에 쌓인 그릇들도 전과는 다르게 보였다. 접시 하나도 전보다 신중히 골랐다. 그것은 접시 하나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름다움에 관한 문제. 결국엔 나에 관한 문제였다. (169쪽)</p>
<p>&nbsp;</p>
<p>나는 찻잔은 만지는 것이 아니라 겪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찻잔의 선과 면, 모양, 부피, 질감, 무게 등속뿐 아니라 특별한 약점에 이르기까지 전부를 겪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겪으며 밀착되는 것이라고, 밀착되며 사랑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찻잔을 사랑해서 그것의 약점마저 사랑한다. 약점이 늘수록, 낡을수록 내 사랑은 끈끈해진다. (175쪽)</p>
<p>&nbsp;</p>
<p>깊이가 그늘을 만든다. 나는 매일 차를 마시고 매일 찻그릇을 보면서 그들의 그늘에 머문다. 그렇게 머물다 보면 밖으로 나갈 용기가 생긴다. 소란하고 화려하고 눈부신 것들과 어울릴 준비가 된다. (187쪽)</p>
<p>&nbsp;</p>
<p>&nbsp;</p>
<p><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저자 소개</span></strong></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지은이</span> <strong>김인</strong></p>
<p>뒤샹이 그랬듯 내가 원하는 것도 월세를 내고, 식비를 대고, 여가 시간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작고 조용한 직업이다. 사루비아 다방에서 차를 만들고 틈틈이 글을 쓴다. 둘 다 작고 조용한 직업이다. 월세를 내고, 식비를 대지만, 여가 시간을 자유롭게 즐기진 못 해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다. 《차의 기분》을 썼다.</p>
<p>사루비아 다방은 크라프트 블렌드 티 컴퍼니로 계절을 담은 순하고 신선한 블렌딩 차를 만든다. 서촌에서 시작해 현재 연희동에 자리하고 있다.</p>
<p>&nbsp;</p>
<p>&nbsp;</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7/sewmew-line-1.png" /></p>
<div id="preview">
<p>&nbsp;</p>
<p style="text-align: center;"><strong>***본문 미리보기***</strong></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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