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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소소한 리-뷰 &#8211; 오후의 소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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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일상의 작고 짙은 온기</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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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소소한 리-뷰] 우산을 샀더니</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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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sewmew]]></dc:creator>
		<pubDate>Sun, 25 May 2025 09:50:36 +0000</pubDate>
				<category><![CDATA[소소한 리-뷰]]></category>
		<category><![CDATA[text-list]]></category>
		<category><![CDATA[월간소묘]]></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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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우산을 샀습니다. 처음으로. 대체 무슨 말인가? 그렇다면 지금까지 비를 맞고 다녔다는 것인가? 21  ...]]></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우산을 샀습니다. 처음으로.</p>
<p>대체 무슨 말인가? 그렇다면 지금까지 비를 맞고 다녔다는 것인가? 21세기에 삿갓 쓰고 도롱이를 걸친 게 아니라면 우산 없이 다닐 순 없었을 텐데, 혹시 늘 선물 받았다는 이야기인가? 궁금증을 해결하려면 먼저 우산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대체 우산이란 무엇일까요.</p>
<p> </p>
<p>우산은 일상의 다른 소비재와는 조금 다른 특성이 있습니다. 먼저 공공재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분명 내 소유의 물건이 맞지만 언제까지 소유가 지속될지 알 수 없으며, 한 사람의 소유를 벗어난다고 해서 물건의 수명이 다하는 게 아니라 일종의 사회적 순환 시스템으로 귀속되어 자연스럽게 타인에게 소유가 이전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사람들이 우산을 엄청나게 잃어버린다는 얘깁니다. 우산의 독특한 성질은 바로 이 분실의 순간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우산을 길 가다 잃어버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반드시 일정 시간 머문 장소에서 분실하기 마련인데 그 공간들은 불특정 개인들이 교차하는 장소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버스, 택시, 지하철, 카페, 가게, 공방, 식당, (남의) 회사 등이 대표적이죠. 그러니까 우산은 잃어버리는 게 아니라 두고 오는 물건에 가깝습니다. 어디에 있을지 알기 때문에 잃어버렸다고 할 순 없지만, 찾지 않거나 찾기를 포기할 뿐인 거죠.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상황도 똑같기 때문에 우산은 특정 장소에 계속 모이게 됩니다. 그러다가 훗날 비 오는 날에 우산들은 각자 자연스럽게 다른 이의 소유가 되어 다시 흩어집니다. &#8220;아휴, 갑자기 비가 오네.&#8221; &#8220;여기 남는 우산 있으니까 쓰고 가요.&#8221;</p>
<p> </p>
<p>일반적인 소비재와 다른 우산의 두 번째 특성은 소유자가 구입 시기를 맘대로 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비가 오는데 당장 집어들 우산이 없다, 바로 그때가 우산을 사야 할 때이며 그 순간을 결정하는 건 내가 아니라 지구입니다. 물론 비가 오지 않음에도 우산을 살 수는 있습니다. 우산으로 유명한 나라에 여행을 갔다면 지금 당장 필요 없더라도 한두 개쯤 구입할 수도 있겠죠. 또는 마음에 드는 우산이 우연찮게도 SNS 피드에 광고로 떴다, 그러면 갑자기 지름신이 발동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그렇게 소유자의 의지가 개입된 구매 행위는 지구적 기상 조건으로 인해 갑자기 우산을 사야 하는 사건에 비해 빈도가 훨씬 적을 것이라고 감히 예상해 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산을 사는 게 아니라 사실 강매당하고 있었다고. 제가 살아오면서 우산에 쓴 돈이 만만치는 않을 텐데 제대로 된 소비 행위를 통해 우산을 산 적은 한 번도 없었음을 얼마 전에야 깨달았습니다. 아, 비가 오지 않는 날에 우산을 사는 게 처음이구나.</p>
<p> </p>
<p><img fetchpriority="high"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10793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5/우산.jpg" alt="" width="550" height="550"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5/우산-66x66.jpg 66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5/우산-150x150.jpg 15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5/우산-200x200.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5/우산-300x300.jpg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5/우산-400x400.jp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5/우산.jpg 550w" sizes="(max-width: 550px) 100vw, 550px"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공공장소의 우산</span></p>
<p> </p>
<p>그렇게 우산을 샀더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우산이 소중해졌습니다. 자다가도 우산이 생각나고 밖에 나가면 우산이 보고 싶고 언제 비가 오려나 하루에도 일기예보를 몇 번이나 보게 되고..까지는 아니지만 아무튼 우산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전까지 우산은 존재감이라곤 없는 물건이었습니다. TV 없이 오래 살았기에 일기예보를 확인하는 습관이란 게 없었는데 그러다 보니 우산을 &#8216;챙긴다&#8217;라는 개념이 희박했습니다. 문을 열고 나설 때 비가 오지 않는다면 일단 그냥 나갑니다. 예상치 못한 비를 만나면 가까운 편의점에서 우산을 사면 그만입니다. 그해 비가 아침에 자주 오느냐 저녁에 자주 오느냐에 따라 집이나 회사의 어느 한쪽에만 우산이 잔뜩 쌓이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우산이 없어 곤란했던 적은 거의 없었고 딱히 불편하지도 않았습니다. 우산은 대체적으로 늘 풍족했습니다. 우산에 정을 줄 일이 없었습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심지어 있는지 없는지도 잘 모르는 일개 물건이었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생전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제품을 사기 위해 다양한 우산을 검색하고 비교하는 과정을 거쳤더니 그 위상이 달라졌습니다. 일기예보 화면에 빗방울만 묻어 있어도 꼬박꼬박 우산을 챙기게 되었습니다. 비에 젖은 우산을 대충 던져두지 않고 정성껏 말리게 되었습니다. 소중한 우산이 생겼습니다. 마음을 써서 제대로 물건을 산다는 게 중요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고작 2만 원도 안 하는 우산을 하나 샀을 뿐인데 말입니다.</p>
<p> </p>
<p>돈을 주고 물건을 사서 그것을 소중히 여기는 일. 어쩌면 당연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을 복기해 보면 당연하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돈을 지불하지 않았는데 뭔가를 얻기도 하고, 돈을 내는 건지 아닌지 명확하게 알 수 없는 일도 있고, 돈을 냈지만 내 것이 되었다고 말할 수 없는 물건도 있고, (소유든 사용이든 간에) 물건의 가치와 상관없이 오직 구매 행위에서 쾌락을 느끼기고 하고.. 아무튼 자본주의가 복잡합니다. 제가 이 중에서 가장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것이 공적인 서비스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돈을 내지 않고 사용하면서 아무도 수상하게 여기지 않는 &#8216;인터넷&#8217;입니다. 통신망에 비용을 지불하긴 하죠. 하지만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인터넷상의 각종 서비스는 (고유한 과금 시스템들이 있긴 하지만 기본 사용이 무료라는 점에서) 대부분 공짜입니다. 거의 모든 한국인이 사용하는 카카오톡, 유튜브, 네이버 등을 예로 들 수 있죠. 물론 이러한 서비스를 물건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을 겁니다. 당연히 다르겠죠.</p>
<p> </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10794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5/광고판-550px.jpg" alt="" width="550" height="366"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5/광고판-550px-200x133.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5/광고판-550px-300x200.jpg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5/광고판-550px-400x266.jp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5/광고판-550px.jpg 550w" sizes="(max-width: 550px) 100vw, 550px"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대도시의 광고판들 [사진: <a style="color: #808080;" href="https://unsplash.com/ko/%EC%82%AC%EC%A7%84/%EA%B3%A0%EC%B8%B5-%EA%B1%B4%EB%AC%BC%EC%9D%B4-%EC%A6%90%EB%B9%84%ED%95%9C-%EB%8F%84%EC%8B%AC-%EA%B1%B0%EB%A6%AC-Pa-0HDIEZQU?utm_content=creditCopyText&amp;utm_medium=referral&amp;utm_source=unsplash">Unsplash</a>의<a style="color: #808080;" href="https://unsplash.com/ko/@joshdatsu?utm_content=creditCopyText&amp;utm_medium=referral&amp;utm_source=unsplash">Joshua Tsu</a>]</span></p>
<p> </p>
<div id="letter">생소한 개념은 아닙니다. 라디오나 TV 방송이 그랬으니까요. 아날로그 전파 시절의 방송은 유료일 수가 없기도 했습니다. 일단 발사된 전파가 돈을 낸 사람과 안 낸 사람을 구분해 찾아가는 기술이 있다면야 모르겠지만요. 안테나와 텔레비전만 있으면 누구나 방송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방송국은 광고로 돈을 벌었지요. 지금이라고 다르지는 않습니다. 케이블TV를 시작으로 위성방송을 거쳐 인터넷 기반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되면서 다양한 유료 채널이 생겼지만, 광고는 여전히 방송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입니다. 인터넷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광고로 돈을 버는 거죠. 여기까진 이상할 게 없습니다. 문제는 이 규칙이 모든 것에 강요된다는 사실입니다. 인터넷은 예상 불가능할 정도로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플랫폼입니다. 어느 정도 형식화된 틀 안에서 변주되는 방송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폭넓은 다양성이 전부 무료인 세계가 과연 올바른 모습인지 잘 모르겠습니다.</div>
<p> </p>
<p>콘텐츠는 무료라는 인식이 확고해져 버렸습니다. 광고가 콘텐츠의 신뢰도와 품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면서도 손을 쓸 방법이 없습니다. 어떤 콘텐츠는 수익을 광고에 의존하는 것보다 직접적으로 비용을 지불하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지만, 그 가능성을 싹부터 밟아버리는 방식으로 현재의 미디어 환경이 구축되어 왔습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모든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으니 좋은 것 아니냐고. 이 얼마나 편리한 세상이냐고.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좋은지에 관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얼마큼 편리한 것인지도 약간은 의문입니다. 그럼 유튜브 프리미엄을 쓰는 사람만 영상을 보거나 올릴 수 있다는 거냐? 그게 말이 되냐? 이렇게 물으실 수 있겠네요. 아니 왜 그렇게 극단적이세요. 꼭 누구처럼… 그렇게까지 현실을 부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 근본적인 고민이 있긴 합니다. 사람들이 하루에 몇 시간씩 유튜브를 꼭 봐야 하는가… 정말 그래야 하는 걸까요? 그냥 남는 시간에 책을 좀 보면 안 될까요?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며, 버스를 기다리며 책을, 특히나 종이책을 가만히 읽는 세상도 괜찮을 것 같지 않나요? 그런 세상을 실제로 살아보기도 했는데 나쁘지는 않더라고요.</p>
<p> </p>
<p><img decoding="async" class="size-full wp-image-10795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5/책장-550px.jpg" alt="" width="550" height="366"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5/책장-550px-200x133.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5/책장-550px-300x200.jpg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5/책장-550px-400x266.jp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5/책장-550px.jpg 550w" sizes="(max-width: 550px) 100vw, 550px"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내 꺼! [사진: <a style="color: #808080;" href="https://unsplash.com/ko/%EC%82%AC%EC%A7%84/%EC%B1%85%EC%9E%A5%EC%97%90-%EC%8C%93%EC%9D%B8-%EC%B1%85%EC%9D%98-%EB%AA%A8%EB%93%AC-%EC%A0%9C%EB%AA%A9-NIJuEQw0RKg?utm_content=creditCopyText&amp;utm_medium=referral&amp;utm_source=unsplash">Unsplash</a>의<a style="color: #808080;" href="https://unsplash.com/ko/@inakihxz?utm_content=creditCopyText&amp;utm_medium=referral&amp;utm_source=unsplash">Iñaki del Olmo</a>]</span></p>
<p> </p>
<p>제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돈을 주고 사는 물건이라는 것입니다. 뭔가를 샀더니 내 것이 된다. 얼마나 좋나요. 내 것인지 아닌지가 갈수록 모호해지는 세상입니다. OTT 서비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XXXX 원에 모든 콘텐츠가 무료! 솔깃합니다. 만 원, 이만 원만 내면 한 달 동안 모든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이 내 것인 듯한 기분이 듭니다. 실제로 내 것 같습니다. 원하는 콘텐츠를 언제라도 볼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다음 달에도 구독을 연장했습니다. 아,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지난달에 찜해 놓았던 영화가 사라졌습니다. 계약이 만료됐다고 하네요. 아쉬운 마음에 검색해 보니 다른 OTT 서비스에는 등록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에 구독을 하나 늘립니다. 그러다 또 다른 OTT 서비스에 재밌어 보이는 예능 프로그램이 올라온 걸 알게 됩니다. 다른 곳엔 없습니다. 독점이랍니다. 보고 싶은데! 또 하나 더 구독합니다. 어느 날 문득 국내에 제공되는 모든 OTT 서비스를 구독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없는 살림에 이것 참… 그래도 구독과 해지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다행입니다. 서비스가 망해서 내 것이라 믿었던 모든 콘텐츠가 홀랑 사라져 버리면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습니다. 영구 소장이라더라니.. 배신자들!</p>
<p> </p>
<p>그래서 저는 여전히 종이책을 좋아합니다. 고리타분하다고 하실 수도 있지만 종이책 특유의 그 물성이 좋은 걸 어떡하나요. 게다가 돈을 내면 내 것이 된다는 직관적인 소비 방식도 마음에 들고요. 인터넷도 그렇고 OTT 서비스도 그렇고 모든 콘텐츠가 신기루처럼 불확실한 세상에 내 것임이 확실한 무언가가 있다는 건 무척 든든한 일입니다. 작가와 공감하고 이야기에 감동하는 것에 더해 내 책이 있다는 느낌, 책장을 꾸려본 사람만 알 수 있는 어떤 안정감이 분명 있습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lt;소년이 온다&gt; 초판 친필 사인본은 내 책이라니까! <span style="font-size: 14px; font-family: helvetica;">(여기서 깜짝 광고: &lt;우리가 모르는 낙원&gt; 친필 사인본은 <span style="text-decoration: underline; color: #ff5500;"><a style="color: #ff5500; text-decoration: underline;" href="https://www.instagram.com/p/DJ52h_RBkM1/" target="_blank" rel="noopener">여기서</a></span> 구입 가능!)</span></p>
<p>결국 책이 좋다는 말로 끝을 맺게 되네요. 우산을 하나 샀을 뿐인데 말이에요. 이번 여름엔 다들 우산을 하나씩 사보는 건 어떨까요? 혹시 모르잖아요. 다 같이 우산을 샀더니, 모든 사람이 버스와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8216;안온한&#8217; 세상을 &#8216;오롯이&#8217; 만나게 될지! :)</p>
<p> </p>
<p> </p>
<p><img decoding="async"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7/sewmew-line-2.png" /></p>
<p> </p>


<div style="border-left: 6px solid #6e6e6e; padding: 10px 20px 10px 20px; background-color: #eeeeee;">
<p>&#8216;소소한 리-뷰&#8217;는 [월간소묘 : 레터]에 연재되고 있습니다.</p>
<p><img decoding="async" style="float: left; margin-right: 5px;"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1/letter.png" width="25px" /><a href="https://sewmew.co.kr/letter" target="_blank" rel="noopener noreferrer"><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구독하기</span></strong></a></p>
</div>
<p> </p>



<div style="border: 1px solid #999999; padding: 20px;">
<p>[소소한 리-뷰]</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2024년 &#8211;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c%a4%ea%b3%a0%ec%9d%80-%ea%b9%80%ec%b4%88%ec%97%bd-%ec%a0%95%ec%84%b8%eb%9e%91/">윤고은/김초엽/정세랑</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5%84%ec%a3%bc-%ec%bb%a4%eb%8b%a4%eb%9e%80-%ed%9c%b4%ec%8b%9d-way-back-home/">아주 커다란 휴식 Way Back Home</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82%ac%eb%9e%91%ea%b3%bc-%ec%9a%b0%ec%a0%95%ec%9d%98-%ec%8a%a4%ed%8f%ac%ec%b8%a0-%ec%97%ac%ec%9e%90%eb%b0%b0%ea%b5%ac/">사랑과 우정의 스포츠, 여자배구</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a%94%eb%ac%bc-%ec%9a%b0%eb%a6%ac%eb%a5%bc-%ed%99%80%eb%a6%b0-%ea%b3%a0%ec%96%91%ec%9d%b4/">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B%B3%B5%EC%88%AD%EC%95%84/">복숭아</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a%b0%95%eb%ac%bc%ec%9d%b4-%ec%9c%84%eb%a1%9c-%ed%9d%90%eb%a5%b8%eb%8b%a4%eb%a9%b4-%ec%96%bc%eb%a7%88%eb%82%98-%ec%a2%8b%ec%9d%84%ea%b9%8c/">&#8220;강물이 위로 흐른다면 얼마나 좋을까&#8221; &#8211; 부산국제영화제</a> ••• <a href="https://sewmew.co.kr/소소한-리-뷰-유코-히구치-특별展-비밀의-숲/">유코 히구치 특별展: 비밀의 숲</a>&nbsp;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e%91%ec%9d%80%ec%b1%85/">작은책</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b%85%b8%ec%95%88%e8%80%81%e7%9c%bcpresbyopia/">노안</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a%b0%ec%82%b0%ec%9d%84-%ec%83%80%eb%8d%94%eb%8b%88/">우산을 샀더니</a>&nbsp;</span></p>
</div>
<p>&nbs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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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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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소소한 리-뷰] 노안老眼presbyopia</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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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sewmew]]></dc:creator>
		<pubDate>Fri, 21 Mar 2025 06:42:45 +0000</pubDate>
				<category><![CDATA[소소한 리-뷰]]></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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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CDATA[카메라]]></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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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1 어느 날 안경이 부러졌습니다. 렌즈가 깨진 게 아니라 안경테가 똑 하고 부러지면서 두 동강이   ...]]></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1</p>
<p>어느 날 안경이 부러졌습니다. 렌즈가 깨진 게 아니라 안경테가 똑 하고 부러지면서 두 동강이 났습니다. 어쩔 수 없이 새 안경테를 샀습니다. 렌즈도 바꿔야 했고요. 새로 바꾼 안경은 예전에 비해 동글동글한 디자인입니다. 눈매도 덩달아 부드러워지는 느낌이랄까요. 악당에서 정의의 사도로 변신할 정도의 드라마틱한 관상적 변화는 아니지만 아무튼 7년 만에 새 안경테로 바꾸고 기분 좋게 안경원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안경 렌즈를 바꿀 때면 매번 어느 정도는 시각적 위화감이 있습니다. 렌즈 도수를 이전과 똑같이 한다고 해도 말이죠. 처음엔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금세 적응하겠지. 하지만 계속 이상하더라고요. 안경테가 예전이랑 달라서 그런가? 내 눈이 문젠가? 그러다 번갈아 한쪽 눈을 가리고 어떻게 보이는지를 확인했습니다. 확실히 이상했습니다. (안경을 쓴 상태에서) 왼쪽 눈이 오른쪽 눈보다 훨씬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보통은 양쪽 눈의 교정시력을 비슷하게 맞추기 때문에 차이가 나면 안 되는데, 안경사가 무슨 실수를 했나? 안경 생활 수십 년 만에 이런 일은 처음이었습니다.</p>
<p> </p>
<p>#2</p>
<p>새 카메라를 샀습니다. 집에 카메라가 없지는 않습니다. 오래되어 사용하지 않거나 고장 나서 방치된 것들을 빼고도 두 대가 있긴 합니다. DSLR 한 대와 똑딱이 한 대. 그동안 요긴하게 잘 썼습니다. 둘 다 연식이 오래되긴 했지만 고장 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잘 쓸 수 있는 카메라들입니다. 요즘은 스마트폰의 성능이 워낙 좋아져서 카메라가 따로 필요 없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일상생활이든 특별한 날이든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잘 없을 정도로요. 하지만 희한하게도 카메라 시장엔 신제품이 계속 나옵니다. 알아듣기 힘든 말로 뭔가 좋아졌다면서 계속 새로운 모델들이 출시됩니다. 거기에 관심을 가져본 적은 별로 없습니다. 지금 있는 카메라로도 웬만하면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새 카메라를 왜 샀냐고요? 당연히 웬만하지 않은 일 때문인데요. 한 놈은 너무 무거웠습니다. DLSR 본체 850g에 줌렌즈 465g, 도합 1.3kg이 넘는 무게를 둘러메고 다니기엔 체력이.. 어느 순간부터 잘 안 들고 다니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새 카메라는 무조건 가벼운 걸로 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똑딱이도 한 대 있다면서, 그건 가벼울 텐데..? 예리하시군요. 하지만 저는 스마트폰으로도 똑딱이로도 제대로 사진을 찍을 수 없습니다. 뷰파인더가 없기 때문입니다.</p>
<p> </p>
<p><img decoding="async" class="size-full wp-image-10618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3/signal-2025-03-22-154220_002-550px.jpeg" alt="" width="550" height="412"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3/signal-2025-03-22-154220_002-550px-200x150.jpe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3/signal-2025-03-22-154220_002-550px-300x225.jpeg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3/signal-2025-03-22-154220_002-550px-400x300.jpe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3/signal-2025-03-22-154220_002-550px.jpeg 550w" sizes="(max-width: 550px) 100vw, 550px"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color: #808080;"><span style="color: #999999; font-family: helvetica;"><span style="font-size: 14px;">조금은 동글동글해진 새 안경</span></span></span></p>
<p> </p>
<p>장면 1과 2는 언뜻 보기에 아무 연관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엄청난 공통점이 숨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老眼! 오늘 ‘소소한 리-뷰’의 주인공 노안입니다. 노안을 무슨 리뷰까지 하나 싶으시겠지만 그 사용법에 이미 능숙해진 노안 유저로서 이 공포의 증상을 한 번쯤은 살펴야 한다는 의지가 발동했습니다. 노안이 공포스럽다고? 의아해하실 수도 있지만 책읽기를 좋아하는 독자 입장에서는 실제로 무서움을 느끼곤 합니다. 독서의 가장 큰 장애물은 부동산 즉, 책을 쌓아둘 수 있는 공간이라는 농담도 있긴 합니다만, 그건 노안에 비하면 새 발의 피도 못 됩니다. 책을 둘 곳이 없다 해도 의지만 있다면 극복할 수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책장을 정리해서 버리거나 나누는 방법도 있고 도서관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상당한 부지런함을 요구하는 일이기는 해도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노안은 독서를 물리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게 만듭니다.(노안이 주제다 보니 전자책, 오디오북, 점자책처럼 장애인접근성이 보장된 책에 관한 언급 없이 비장애인의 독서로 한정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읽으실 때 양해 부탁드립니다.)</p>
<p>“노안은 수정체의 탄력이 감소되어 근거리 시력이 떨어지는 눈의 변화로,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비가역적입니다. 보통 40대 초반부터 증상을 느끼기 시작하고, 60대까지 증상이 점점 심해집니다. 근거리용 안경을 이용하는 것이 기본적인 치료입니다.”</p>
<p>국민건강정보포털<sup><span style="color: #ff5500;">*</span></sup>에서 설명하는 노안의 개요를 보면 무서운(?) 단어의 연속입니다. ‘탄력이 감소’,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러운 현상’,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말 ‘비가역적’, 일단 시작된 노안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p>
<p> </p>
<p>새로 맞춘 안경의 좌우 교정시력이 차이가 났던 건, 알고 봤더니 노안에 대한 안경사의 처방이었습니다. 어느 한쪽만 잘 보이는 게 아니라, 왼쪽 눈이 오른쪽보다 선명하게 보이는 동시에 오른쪽 눈이 왼쪽보다 선명하게 보이는 상태였습니다. 무슨 양자역학 같은 얘기냐 싶으실 수도 있지만, 양자역학과 달리 안경과 시력의 이러한 얽힘 혹은 중첩 상태는 현실에서 명확하게 관찰되고 측정 가능했습니다. 먼 곳을 볼 때는 왼쪽 눈이 오른쪽보다 잘 보입니다. 가까운 곳을 볼 때는 오른쪽 눈이 왼쪽보다 잘 보입니다. 거참 이상하네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p>
<p> </p>
<p>안경을 맞출 때 보통은 원거리를 기준으로 시력을 교정합니다.(시력표 측정 거리가 4m 정도) 젊을 때는 이게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원거리 초점이 잘 맞게 근시를 교정해 놓으면 근거리를 볼 때도 별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노안 Ver1.0 이상이 적용된 안구 사용자는 두 상황이 따로 놀기 시작합니다. 멀리까지 잘 보이게 교정시력을 맞추면 가까운 거리(이를테면 30~50cm 정도의 독서 거리)에 초점이 안 맞는 일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멀리 잘 보이는 걸 어느 정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근시 안경 착용자라면 반드시 오게 마련입니다. 이번에 안경을 맞춰준 안경사는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양쪽 교정시력에 차이를 둬서 원거리와 근거리 시력의 적당한 타협점을 찾은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이렇게 안경을 써도 되나 싶었지만 계속 지내다 보니까 적응되더라고요. 그전보다 책 또는 스마트폰의 글자를 읽을 때 편해진 것도 같습니다.</p>
<p> </p>
<p><img decoding="async" class="size-full wp-image-10612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3/annie-spratt-ihDcta7Kvqg-unsplash-550px.jpg" alt="" width="550" height="413"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3/annie-spratt-ihDcta7Kvqg-unsplash-550px-200x150.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3/annie-spratt-ihDcta7Kvqg-unsplash-550px-300x225.jpg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3/annie-spratt-ihDcta7Kvqg-unsplash-550px-400x300.jp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3/annie-spratt-ihDcta7Kvqg-unsplash-550px.jpg 550w" sizes="(max-width: 550px) 100vw, 550px"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999999;">사진: <a style="color: #999999;" href="https://unsplash.com/ko/%EC%82%AC%EC%A7%84/%EB%85%B9%EC%83%89-%EC%9E%8E-%EA%B7%BC%EC%B2%98%EC%9D%98-%EA%B2%80%EC%9D%80-%EB%94%94%EC%A7%80%ED%84%B8-%EC%B9%B4%EB%A9%94%EB%9D%BC-ihDcta7Kvqg?utm_content=creditCopyText&amp;utm_medium=referral&amp;utm_source=unsplash" target="_blank" rel="noopener">Unsplash</a>의<a style="color: #999999;" href="https://unsplash.com/ko/@anniespratt?utm_content=creditCopyText&amp;utm_medium=referral&amp;utm_source=unsplash" target="_blank" rel="noopener">Annie Spratt</a></span></p>
<p> </p>
<p>아직도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니, 놀라셨나요? 여기 있습니다. 노안 때문이긴 하지만 100%의 원인이라고 말하기는 또 애매합니다. 저보다 노안 버전이 훨씬 높은 사람들(으르신들?)도 오직 스마트폰만으로 모든 사진 욕구를 해소하곤 하니까요. 여행지에서의 단체 사진, 일상의 기록들, 손주 사진들부터 셀카까지. 아, 셀카는 어차피 뷰파인더로 찍을 수 없군요! 아무튼, 스마트폰과 카메라가 동의어 비슷하게 된 지 오래되었습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신제품을 론칭할 때 제일 강조하는 것 역시 카메라의 성능이고요. 이런 첨단 시대지만 저는 카메라 앱을 잘 실행하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을 들고 사진을 찍으려고 할 때, 무엇보다 자세가 나오지 않습니다. 노안 때문에 스마트폰을 눈으로부터 40~50cm 정도는 떨어트려야 화면에 보이는 피사체를 제대로 볼 수 있는데, 이렇게 팔을 쭉 뻗은 자세는 영 폼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진을 찍을 만한 순간도 웬만하면 그냥 눈으로 감상하고 맙니다. 멋지게 불타는 노을, 화려하게 흩날리는 벚꽃 그 무엇이라도요. 아, 고양이는 예외입니다.</p>
<p> </p>
<p>스마트폰 혹은 뷰파인더가 없는 카메라를 ‘앞으로나란히’의 어정쩡한 자세로 들고 있으면 마치 뷰파인더에 눈을 댄 채 반대쪽 눈을 감지 않고 사진을 찍는 듯한 기분을 느낍니다. 그렇게 찍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뭔가 어색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사진의 탄생은 셔터를 눌러서 카메라가 작동했을 때가 아닙니다. 뷰파인더의 화면에 집중한 채 이리저리 구도를 바꾸다가 혹은 잽싸게 어떤 피사체를 포착하고 나서 ‘지금이야’라는 결정을 내리는 잠깐의 시간, 셔터를 누르기 직전의 그 순간에 사진이 탄생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순간을 포착하는 즐거움에 사진을 찍는다고 말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 대단히 ‘결정적 순간’이 아닐지라도 말이에요. 새 카메라는 무조건 가벼운 걸 고르겠다는 결심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애매하게 가벼운 카메라를 사게 되었습니다. 이걸 쓰라고 달아놓은 건가 싶은 뷰파인더가 달린 모델들을 제외하고 났더니 부피도 작고 가벼운 카메라는 없더라고요. 그래도 DSLR에서 미러리스로 바뀌면서 본체 445g에 줌렌즈 135g으로, 둘을 합쳐도 예전 본체의 70% 정도 무게니 충분히 목적을 달성한 셈입니다.</p>
<p> </p>
<div id="letter">장면 1, 2의 상황 외에도 노안은 생활에, 특히 읽는 행위에 상당한 불편을 초래합니다. 난 책을 안 읽으니까 괜찮아,가 될 수 없습니다. 스마트폰은 어떡하실 건가요. 맨날 유튜브만 본다(듣는다) 해도 자막이란 게 있고, 무엇보다 문명인이 돼서 유튜브만 보고(듣고) 살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책도 좀 봐야지요. 그나마 다행인 점은 노안의 원리가 과학적으로 단순하기에 해결책 또한 명확하다는 것입니다. 노안은 수정체(홍채 바로 뒤에서 볼록렌즈 역할을 하는 투명한 조직)의 굴절력 조정 기능이 떨어지면서 망막에 상이 맺히는 거리가 달라지는 현상입니다. 가까운 거리를 볼 때는 먼 곳을 볼 때보다 수정체가 두꺼워져야 망막에 정확한 상이 맺히는데 그게 안 되기 때문에 초점이 망막 뒤쪽으로 잡혀버립니다.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게 되는 것이죠. 원리로 보면 (근시의 반대인) 원시가 이에 해당하고, (상이 맺히는 거리를 앞으로 당기는) 시력 교정을 위해 볼록렌즈로 된 안경을 착용합니다.</div>
<p> </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10613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3/9f45d0f0-c93a-45ef-93dc-164fc00b0202.jpg" alt="" width="550" height="444"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3/9f45d0f0-c93a-45ef-93dc-164fc00b0202-177x142.jpg 177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3/9f45d0f0-c93a-45ef-93dc-164fc00b0202-200x161.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3/9f45d0f0-c93a-45ef-93dc-164fc00b0202-300x242.jpg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3/9f45d0f0-c93a-45ef-93dc-164fc00b0202-400x323.jp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3/9f45d0f0-c93a-45ef-93dc-164fc00b0202.jpg 550w" sizes="(max-width: 550px) 100vw, 550px"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color: #808080;"><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노안의 원인 [출처 : </span><a style="color: #808080;" href="https://health.kdca.go.kr/healthinfo/biz/health/gnrlzHealthInfo/gnrlzHealthInfo/gnrlzHealthInfoView.do?cntnts_sn=5226" target="_blank" rel="noopen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span style="text-decoration: underline;">국립건강정포포털</span>]</span></a></span></p>
<p> </p>
<p>평소 시력이 좋은 사람(망막에 상이 정확히 맺히는 정시, 시력표 기준으로는 1.0에 가까운 사람)은 원시의 시력 교정과 같은 원리로 노안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돋보기를 쓰면 가까운 대상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간단한 해결책이지만 평소 안 쓰던 안경을 써야 하니 불편합니다. 이에 비해 근시는, 평생 안경과 함께 살아온 인생이 노안을 만나 조금이나마 보상받는 듯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안경을 쓰는 게 아니라 벗으면, 혹은 아래로 살짝 내려 눈을 치켜뜨고 맨눈으로 보면 가까운 게 잘 보이거든요! 그렇다고 전혀 불편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매번 안경을 벗거나 위치를 조절해야 하니까요. 아, 노안이란 대체 왜 이렇게 불편한지…. 언젠가부터 저속노화 식단이 대유행인데 혹시 저속노안 식단 같은 건 없는 걸까요.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는 것처럼 노안 직전에 안구가 한 번 빠지고… 음, 그건 좀 이상하네요. 아무튼 노안에 대한 획기적이고 적극적인 어떤 해결책은 없는 걸까요. 있다면 뛸 듯이 기쁜 일이겠지만 아마 없을 겁니다. 어떤 해파리는 무한히 세포를 재생하면서 불사의 생을 누린다고도 하지만 그건 아주 드문 예외일 뿐 모든 생명체는 시간의 흐름 앞에서 무력합니다. 언젠가는 늙고 약해지게 되어 있습니다.</p>
<p> </p>
<p>한국의 청년기본법은 19세에서 34세까지를 청년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39세 기준이 더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서울시의 청년안심주택이나 기후동행카드의 청년할인 등 각종 정책에서 제시하는 기준이 39세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39세라, 청년치고는 나이가 좀 많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대체로 동의할 수는 있습니다. 왜냐면 그들은 아직 노안에 접어들지 않았으니까요! 젊은이라고 불릴 만한 자격이 충분히 있습니다. 그런데 39세를 넘어 45세, 49세까지도 청년으로 정의하는 지자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고령화 진행률이 높은, 보통 행정구역상 ‘군’에 해당하는 곳들이 그렇습니다. 지자체의 상황은 이해합니다. 39세까지의 인구 자체가 절대적으로 적은 상황에서 청년을 지원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예산을 집행해야 하는 담당 공무원들은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고령화 지역에서 실질적으로 청년 역할을 하는 40~49세의 사람들을 지원하는 일은, 도시에서 20~30대 청년을 지원하는 일보다 어쩌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꼭 필요한 일이라면 지역 형편에 맞게 잘 추진해야겠죠.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49세가 청년이라니요. 이러다가 저도 조만간 다시 청년으로 강제회춘당하는 건 아닐지 걱정입니다. 개념의 혼란이 부담스럽습니다. 노안에 굴복한 연약한 몸은 더 이상 푸르지 않습니다.</p>
<p> </p>
<p>온라인서점의 도서상세페이지를 보면 독자들이 남긴 후기가 차곡차곡 쌓여 있습니다. 책의 작가는 물론 출판사 직원들까지 웃고 울게 만드는 요물 같은 콘텐츠입니다. 신간이 나오고 한 달이 다 돼 가는 데 후기가 하나도 없다 &#8211; 일단 눈물을 좀 닦고…. 책이 등록되자마자 후기가 하나둘씩 올라오기 시작한다 &#8211; 흐뭇합니다. 너무 감동했다는 후기가 수십 개가 넘는다 &#8211; 오예, 회식 가나요! 책에 대한 칭찬을 잔뜩 늘어놓았는데 별점은 2개? &#8211; 이 사람 장난하나….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뭔 말인지 알기 힘든 문장이다 &#8211; AI가 썼나? 이외에도 각종 희한한 반응들이 있기도 하지만, 대개는 책을 쓰고(그림을 그리고) 만든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솔직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구독과 좋아요 부탁.. 아, 이건 유튜브네요, 많은 후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p>
<p> </p>
<p>서점에 따라선 독자후기 외에 연령별/성별 구매자 분포나 평점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홈페이지에서 보여주지 않더라도 각 서점의 SCM에 접속하면 상세한 연령별/성별/지역별 구매자 통계를 확인할 수 있고요. 이 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출판사들이 있습니다. 정확한 통계와 데이터에 기반해 기획하고 마케팅하고 성과를 측정하는 회사들이죠. 갈수록 이런 전문적인 접근법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죠. 일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겠죠. 하지만 저는 웬만하면 대충 감으로 해결하는 편입니다. 특히 인구통계 기반의 데이터에 관해선 더 그렇습니다. 잘 확인하지 않습니다. 일부 예외를 제외하곤 (어느 성별, 연령, 지역의) 누가 책을 구매했는지가 중요한 경우는 잘 없더라고요. 이런 사람들이 이 책을 사는 독자들이겠지, 라고 추정하면 보통은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할까요. ‘한국의 SF 팬덤이란 스타워즈 팬 10명, 스타트렉 팬 10명, 닥터후 팬 10명을 합쳐서 총 12명이 되는 그런 팬덤이다’<span style="color: #ff5500;"><sup>**</sup></span>라는 농담을 출판의 각 분야에 대입해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정도로 한국 출판계가 소박하다고 보는 편이라 그렇습니다.</p>
<p> </p>
<p><img decoding="async" class="size-full wp-image-10614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3/스크린샷-2025-03-21-16.09.42-550px.png" alt="" width="550" height="342"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3/스크린샷-2025-03-21-16.09.42-550px-200x124.pn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3/스크린샷-2025-03-21-16.09.42-550px-300x187.png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3/스크린샷-2025-03-21-16.09.42-550px-400x249.pn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3/스크린샷-2025-03-21-16.09.42-550px.png 550w" sizes="(max-width: 550px) 100vw, 550px"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알라딘에서 보여주는 구매자 분포. 오후의 소묘 책 중 어느 책일까요?</span></p>
<p> </p>
<p>그런데 어느 때부턴가 인구통계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울리지 않게 감성적 인간이 되는 기분입니다. 40대 이상의 독자들이 여전히 책을 많이 구매하고 있다는 그래프를 보고 있자면 눈앞이 촉촉해지곤 합니다. 아, 이분들 노안일 텐데…. 노안이란 (책을) 읽는 게 불편해진다는 것 이상의 복합적인 현상입니다. 이를테면 읽는 것뿐만 아니라 글씨를 쓰는 것도 힘들어집니다. 어떻게 보면 읽는 일보다 쓰는 일이 더 불편합니다. 읽을 때야 최대한 팔을 쭉 뻗어서 노안의 사정거리를 벗어날 수라도 있지만 그런 자세로 글씨를 쓸 수는 없으니까요. 글씨가 두 겹 세 겹으로 보여도 감이 있으니 간단히 메모하고 일기를 쓰는 정도야 가능하겠지만 정교한 필기 등의 작업엔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돋보기를 쓰거나 해서 노안을 교정하지 않는 한 ‘다꾸’ 같은 건 꿈도 못 꾸고요.</p>
<p> </p>
<p>불편함은 읽기와 쓰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노안도 결국 노화 현상의 일종이므로 눈을 집중한 상태로 있으면 예전보다 빨리 피곤해집니다. 노안 버전이 높아지면 조금만 읽어도 눈이 뻑뻑하고 침침해진다고도 하더라고요. 눈만 피곤해진다면 그나마 다행일 텐데 애석하게도 정신과 신체의 종합적인 집중력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집중력이 떨어지니 애초에 책을 읽겠다는 의욕부터 꺾여버리기도 합니다. 아직 팔다리는 물론 척주기립근까지도 팔팔한데 눈만 이렇게 약해빠져가지고….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참 괴로운 일입니다. 그러니 이런 노안의 불편함을 감수/극복하면서 꾸준히 책읽기를 즐기는 독자분들이 아직 많다는 객관적 수치를 확인할 때 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다. (노안) 동지로서 특별히 더 감사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독자분들입니다.</p>
<p> </p>
<p>더욱더 ‘중꺾마’의 각오로 책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읽는 이들이 노안에 지지 않는데 만드는 이가 꺾일 수 있나요. 비노안 인류에 비하면 생산성과 효율이야 떨어지겠지만 그래도 좋은 책을 만드는 일에 소홀할 수는 없습니다. 시력이 방해한다면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밝히면 되지요. 마음으로 만들고 마음으로 읽는 것, 그게 바로 책 아니겠습니까. 그 마음 앞에 노안쯤이야. 만드는 이와 읽는 이, 모두가 오래도록 책을 사랑했으면 좋겠습니다. 노안, 저리 가!</p>
<p> </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span style="color: #ff5500;">*</span><a style="color: #808080;" href="https://health.kdca.go.kr/healthinfo/biz/health/gnrlzHealthInfo/gnrlzHealthInfo/gnrlzHealthInfoView.do?cntnts_sn=5226" target="_blank" rel="noopener">https://health.kdca.go.kr/healthinfo/biz/health/gnrlzHealthInfo/gnrlzHealthInfo/gnrlzHealthInfoView.do?cntnts_sn=5226</a></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span style="color: #ff5500;">**</span>트위터(현 X) 어디선가 본 말인데 정확한 출처를 찾을 수가 없네요. 나중에라도 출처가 확인되면 추가하겠습니다.</span></p>
<p> </p>
<p> </p>
<p><img decoding="async"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7/sewmew-line-2.png" /></p>
<p> </p>


<div style="border-left: 6px solid #6e6e6e; padding: 10px 20px 10px 20px; background-color: #eeeeee;">
<p>&#8216;소소한 리-뷰&#8217;는 [월간소묘 : 레터]에 연재되고 있습니다.</p>
<p><img decoding="async" style="float: left; margin-right: 5px;"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1/letter.png" width="25px" /><a href="https://sewmew.co.kr/letter" target="_blank" rel="noopener noreferrer"><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구독하기</span></strong></a></p>
</div>
<p> </p>



<div style="border: 1px solid #999999; padding: 20px;">
<p>[소소한 리-뷰]</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2024년 &#8211;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c%a4%ea%b3%a0%ec%9d%80-%ea%b9%80%ec%b4%88%ec%97%bd-%ec%a0%95%ec%84%b8%eb%9e%91/">윤고은/김초엽/정세랑</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5%84%ec%a3%bc-%ec%bb%a4%eb%8b%a4%eb%9e%80-%ed%9c%b4%ec%8b%9d-way-back-home/">아주 커다란 휴식 Way Back Home</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82%ac%eb%9e%91%ea%b3%bc-%ec%9a%b0%ec%a0%95%ec%9d%98-%ec%8a%a4%ed%8f%ac%ec%b8%a0-%ec%97%ac%ec%9e%90%eb%b0%b0%ea%b5%ac/">사랑과 우정의 스포츠, 여자배구</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a%94%eb%ac%bc-%ec%9a%b0%eb%a6%ac%eb%a5%bc-%ed%99%80%eb%a6%b0-%ea%b3%a0%ec%96%91%ec%9d%b4/">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B%B3%B5%EC%88%AD%EC%95%84/">복숭아</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a%b0%95%eb%ac%bc%ec%9d%b4-%ec%9c%84%eb%a1%9c-%ed%9d%90%eb%a5%b8%eb%8b%a4%eb%a9%b4-%ec%96%bc%eb%a7%88%eb%82%98-%ec%a2%8b%ec%9d%84%ea%b9%8c/">&#8220;강물이 위로 흐른다면 얼마나 좋을까&#8221; &#8211; 부산국제영화제</a> ••• <a href="https://sewmew.co.kr/소소한-리-뷰-유코-히구치-특별展-비밀의-숲/">유코 히구치 특별展: 비밀의 숲</a>&nbsp;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e%91%ec%9d%80%ec%b1%85/">작은책</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b%85%b8%ec%95%88%e8%80%81%e7%9c%bcpresbyopia/">노안</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a%b0%ec%82%b0%ec%9d%84-%ec%83%80%eb%8d%94%eb%8b%88/">우산을 샀더니</a>&nbsp;</span></p>
</div>
<p>&nbsp;</p>
]]></content:encoded>
					
		
		
			</item>
		<item>
		<title>[소소한 리-뷰] 작은책</title>
		<link>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e%91%ec%9d%80%ec%b1%85/</link>
		
		<dc:creator><![CDATA[sewmew]]></dc:creator>
		<pubDate>Sat, 22 Feb 2025 06:09:25 +0000</pubDate>
				<category><![CDATA[소소한 리-뷰]]></category>
		<category><![CDATA[text-list]]></category>
		<category><![CDATA[노동자]]></category>
		<category><![CDATA[월간소묘]]></category>
		<category><![CDATA[잡지]]></category>
		<category><![CDATA[홍세화]]></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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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올해 첫 영화는 빔 벤더스 감독의 &lt;퍼펙트 데이즈&gt;였습니다. 그리 부지런하지 않은 탓에   ...]]></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올해 첫 영화는 빔 벤더스 감독의 &lt;퍼펙트 데이즈&gt;였습니다. 그리 부지런하지 않은 탓에 극장 개봉 때는 시기를 놓쳤고 새해 첫날 OTT로 감상했습니다. 영화의 이야기는 비교적 간단합니다. “도쿄 시부야의 공공시설 청소부 ‘히라야마’는 매일 반복되지만 충만한 일상을 살아간다. 오늘도 그는 카세트테이프로 올드 팝을 듣고, 필름 카메라로 나무 사이에 비치는 햇살을 찍고, 자전거를 타고 단골 식당에 가서 술 한잔을 마시고, 헌책방에서 산 소설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이가 소원한 조카가 찾아오면서 그의 반복되는 일상에 작은 변화가 생긴다.”(왓챠피디아 소개 참고) 조카가 등장하기 전까지의 영화 전반부는 이야기랄 게 없습니다. 주인공 히라야마는 열심히 화장실 청소를(만) 합니다. 중간중간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휴식도 취하면서요. 이 단순한 플롯이 희한하게 감동적입니다. 충만하면서도 반복된 그 일상을 좇다 보면 덩달아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조카가 찾아오지 않고, 사이도 소원한데 뭐 하러 굳이, 러닝타임 내내 그렇게 화장실 청소하는 것만 봤어도 괜찮았겠다고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좋았습니다. 도쿄의 공공화장실 홍보 영화<sup><span style="color: #ff5500;">*</span></sup>치고는 잘 만들었더라고요.</p>
<p> </p>
<p>&lt;퍼펙트 데이즈&gt;에 감동한 사람들이 많은 듯했습니다. 영화에 대한 찬사가 종종 눈에 띄었습니다. 하긴 직장인이라면 500% 감정 이입을 할 수밖에 없는 영화입니다. 일의 종류만 화장실 청소에서 다른 것으로 바뀔 뿐 대부분의 직장인은, 꼭 직장인이랄 것 없이 현대 자본주의사회의 소시민이라면 누구라도 영화 속 히라야마와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매일을 반복하다 가끔의 일탈 정도가 허용되는 쳇바퀴 속에 갇혀 있죠. 하지만 히라야마처럼 충만한 영혼으로 일상을 반복하는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사람들이 영화에 감동한 지점이, 주인공의 화장실 청소 기술에 감탄해서 자기도 그 일을 너무 하고 싶어서는 아닐 겁니다. 아마도 질투가 날 만큼 평온하고 때론 행복해 보이는 주인공의 표정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을 겁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 지긋지긋한 밥벌이를 때려치우고 싶다는 유혹에 빠지지 않고 히라야마처럼 충만하게 일상을 반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p>
<p> </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10541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2/18219_47257_3855-400px.jpg" alt="" width="400" height="572"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2/18219_47257_3855-400px-200x286.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2/18219_47257_3855-400px-210x300.jpg 21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2/18219_47257_3855-400px.jpg 400w" sizes="(max-width: 400px) 100vw, 400px"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영화 &lt;퍼펙트 데이즈&gt;</span></p>
<p> </p>
<p>영화가 감동적이었다는 사실과 별개로, 픽션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들이 으레 그렇듯 &lt;퍼펙트 데이즈&gt; 역시 공공화장실 청소 장면을 그렇게 많이 보여주면서도 공공화장실 청소라는 일의 현실에 관해서는 제대로 알려주지 않습니다. 과연 저 노동자들은 정규직인가? 계약직인가? 제대로 된 근로계약서는 썼을까? 야근과 특근 수당은 제대로 지급되고 있는가? 청소 장비 구입 등의 비용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아닌가? 청소 중에 취객이나 불량배를 만났을 때 신변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을까? 간혹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모두가 감동의 여운에 취해 있을 때 혼자 다큐를 찍겠다며 갑자기 분위기를 파괴하는 사람. 오늘은 제가 그 사람입니다. 하지만 궁금한 걸 어쩌겠습니다. 공공화장실을 청소하는 이의 충만한 삶에 관해 빔 벤더스 감독이 보여줬다면, 공공화장실 청소 노동자의 고단한 현실에 관해서도 누군가는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드는걸요. 이런 사실들은 대체 어디서 알 수 있는 걸까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해답은 여기에, 어느 작은 책 속에 있습니다.</p>
<p> </p>
<p>&lt;작은책&gt;은 작은 책입니다. 가로 128mm, 세로 186mm 정도로 통상적인 책 판형 중 가장 작은 축인 46판(128*188)에 해당합니다.(이보다 작은 판형의 책이 워낙 유행하고 있어서 이제는 결코 ‘작지 않은’ &lt;작은책&gt;이 되어버렸습니다. 저희 ‘마음의 지도’ 시리즈도 120*185로 조금 더 작습니다.) 매달 펴내는 잡지 &lt;작은책&gt;은 1995년 5월 1일 노동절에 ‘일하는 사람이 글을 써야 세상이 바뀐다’는 정신으로 창간했습니다. 올해가 벌써 30주년이네요. &lt;작은책&gt;의 평면적 크기는 작을지라도 쪽수는 만만치 않습니다. 최근 3개월만 보자면 2024년 12월호가 160쪽, 2025년 1월호는 176쪽, 2월호는 164쪽입니다. 잡지의 특성상 뒤쪽에 독자편지와 광고가 조금 들어가 있다고는 해도 본문 여백이 좁고 23행이나 들어가는 구성이라 원고량만 보자면 비슷한 판형의 200쪽 이상 되는 책보다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요샌 한쪽에 15~16행만 들어가는 책도 흔하니까요.) 작고 얇아서(책등 8~9mm 정도) 금방 읽을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전체를 다 읽으려면 한참을 붙들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저도 한 권을 통독하는 경우보다 책을 스스륵 넘기면서 관심 가는 꼭지만 찾아 읽는 일이 더 많습니다.(정신 없고 바쁠 때는 제목들만 훑고 덮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고요..ㅠㅠ)</p>
<p> </p>
<p><img decoding="async" class="size-full wp-image-10542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2/about_1-680px.jpg" alt="" width="680" height="186"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2/about_1-680px-200x55.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2/about_1-680px-300x82.jpg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2/about_1-680px-400x109.jp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2/about_1-680px-600x164.jpg 6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2/about_1-680px.jpg 680w" sizes="(max-width: 680px) 100vw, 680px"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이미지 출처: <a style="color: #808080;" href="https://www.sbook.co.kr/about/about_1" target="_blank" rel="noopener">&lt;작은책&gt; 홈페이지</a>)</span></p>
<p> </p>
<p>열성 독자라고 하기엔 매우 불량하지만 그래도 오래된 독자이긴 합니다. 2003년인가 2004년부터 정기구독을 하기 시작했으니 20년이 넘었네요. 다달이 찾아오는 &lt;작은책&gt;이 곁에 있어 세상에 발붙이고 있다는 걸 실감하곤 합니다. 우리는 기호와 언어의 홍수라고 부를 만한 이미지 과잉의 세계를 살고 있습니다. 그 속엔 수많은 허상이 있습니다. 아름답고 보드랍고 매력적이고 화려하고 무엇보다 마치 내 것처럼 보이는 가짜 삶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한국에는 ‘부동산-아파트/건물주’라는 (날조된) 신화가 있습니다. 이 허상은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사람들의 욕망을 끝없이 부추깁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그에 호응해 욕심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하지만 모두 부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욕망에 휩쓸린 사람들도 그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자신이 일개 ‘누구’가 아니라 특별한 존재라 믿고 싶은 것이겠지요. 하지만 모든 것이 허공을 부유하는 신기루, 가짜일 뿐입니다.</p>
<p> </p>
<p>&lt;작은책&gt;은 진짜 삶을 이야기합니다. 욕망을 자극하는 대신 공감을 나눕니다. 대지에 발 디딘 채 서로 기대며 손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lt;작은책&gt; 2025년 1월호에는 ‘제4회 생활글 공모전 수상작’들이 실려 있습니다. 공모전의 소개글에는 “살아온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 일터 이야기 등 자기가 보고 듣고 겪은 일을 써서 보내 주세요. 살면서 어렵고 힘든 이야기든 어려운 분들에게 희망이 될 이야기든 다 좋아요.”라고 적혀 있습니다. 4회째를 맞은 이번 공모전의 (대상 격인) ‘작은책상’은 “아들 사망신고라도 하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입니다.</p>
<p> </p>
<p style="padding-left: 40px;"><em>2024년 6월 16일 오후 12시 58분, 핸드폰 너머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em></p>
<p style="padding-left: 40px;"><em>“언니, 우리 아들 죽었대.” 짧은 순간 멍하니 시간은 정지되었고, 나는 전주로 가는 기차를 타고 있었습니다. 정신없이 여기저기 연락하면서 도착한 곳은 전북대학교병원 장례식장이었습니다.</em></p>
<p style="padding-left: 40px;"><em>(…)</em></p>
<p style="padding-left: 40px;"><em>좋은 회사라고, 큰 회사라고 믿고 보냈던 아들이 ‘왜, 어떻게 홀로 죽어야 했는지’ 너무나 당연한 물음에 답을 찾기 위해 유족은 싸워야 했습니다.</em></p>
<p style="padding-left: 40px;"><em>(…)</em></p>
<p style="padding-left: 40px;"><em>결국 고인이 사망한 지 19일째인 7월 4일 고인의 엄마는 단식에 들어갔습니다. 그 아프고 슬픈 자리에 이태원 참사 전주 유가족들이 함께 했습니다.</em></p>
<p style="padding-left: 40px;"><em>(…)</em></p>
<p style="padding-left: 40px;"><em>고인은 7월 10일 순천시립공원에 잠들었지만 엄마는 아직 아들의 사망신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고인이 사망한 지 135일이 지났지만 고용노동부는 경찰 수사를 핑계로 아직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도 판단하지 못하고 있고, 산재 승인도 감감무소식입니다.</em></p>
<p style="padding-left: 40px;"><em>(…)</em></p>
<p style="padding-left: 40px;"><em>— ‘아들 사망신고라도 하고 싶습니다’, 김현주</em></p>
<p> </p>
<div id="letter">저도 뉴스로 보았던 사고의 유가족이 쓴 글입니다. 노동자들의 참혹한 현실에 관한 뉴스가 넘쳐나지만 유독 저 사건이 기억에 남은 건 회사의 이름 때문이었습니다. 전주페이퍼. 국내 최대의 골판지원지와 신문용지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하는 이 회사가 단행본 출판에 사용되는 종이도 생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라도 그 회사의 종이로 우리 책을 만들었을까 봐 뉴스를 보자마자 회사 홈페이지에 소개된 목록을 찾아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린라이트, 이라이트 등의 제품명이 보였지만 저희가 사용한 용지는 아니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사용할 일이 없겠지요.</div>
<p> </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10543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2/504901_111158_1316-550px.jpg" alt="" width="550" height="412"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2/504901_111158_1316-550px-200x150.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2/504901_111158_1316-550px-300x225.jpg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2/504901_111158_1316-550px-400x300.jp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2/504901_111158_1316-550px.jpg 550w" sizes="(max-width: 550px) 100vw, 550px"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사진 출처 : <a style="color: #808080;" href="https://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4901" target="_blank" rel="noopener">노동과세계</a>)</span></p>
<p> </p>
<p>지난해 6월 16일 전주페이퍼 공장에서 배관을 점검하던 19세의 노동자가 입사 6개월 만에 갑작스레 쓰러져 사망했습니다. 유족과 시민단체는 A군이 황화수소로 인해 숨진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했으나 회사는 (당연하고도 뻔뻔스럽게) 그럴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박했습니다. 결국 시민단체와 정치권까지 나서 노동자가 사망한 지 22일 만에 전주페이퍼 대표이사가 유족들 앞에 사과하고 언론사의 공개 아래 현장 재조사가 실시되었습니다. 절대 그럴 리 없다는 사측의 주도로 진행된 현장 검증 자리에서 황화수소가 검출되었습니다. 4~5ppm, 한국산업안전공단에 따르면 밀폐공간에서 30여 분간 노출되면 몇 시간 내에 호흡곤란, 어지럼증 등이 나타날 수 있는 수치였습니다. 저도 여기까진 뉴스로 읽었습니다. 하지만,</p>
<p> </p>
<p style="padding-left: 40px;"><em>한때는 많은 언론매체에서 회자되기도 했지만 어느새 잊히고 있는 청년 노동자의 이야기를 누구라도 한 번 더 마주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em></p>
<p style="padding-left: 40px;"><em>(…)</em></p>
<p style="padding-left: 40px;"><em>12월 16일이면 고인이 사망한 지 6개월이 됩니다. 아직도 산재 승인 소식은 없습니다. 고인의 이야기가 실릴 2025년 1월에는 산재승인 소식과 함께 &lt;작은책&gt;을 들고 고인을 만나러 가고 싶습니다.</em></p>
<p> </p>
<p>당선작의 수상 소감 중 일부입니다. &lt;작은책&gt;을 펼치지 않았다면 그다음 이야기를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사고와 관련된 누구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채 시간만 흘렀던 것입니다. 남겨진 가족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열아홉 살짜리 아이가 그렇게 허망하게 떠났는데..<sup><span style="color: #ff5500;">**</span></sup></p>
<p> </p>
<p>&lt;작은책&gt;에는 노동 현장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평범하고 소소한 삶의 모습이나 역사, 문화에 관한 글도 함께 실려 있습니다.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맨 앞에는 특집에 해당하는 ‘작은책이 만난 사람’이라는 꼭지가 있습니다. 항상 책의 제일 앞자리에 (심지어 발행인의 말보다 먼저) 실리고 제 기억으론 가장 오래 연재되고 있습니다. 과월호를 보니 ‘데모라는 삶에서 생츄어리 활동가로 &#8211; 최태규’, ‘사랑 앞에 용감한 사람들 편에 서다 &#8211; 이송희일’, 세상을 돌보는 깃발 같은 사람 &#8211; 김정덕’, ‘하루하루 활동가의 삶을 만들어 간다 &#8211; 태태’ 등의 이름이 보입니다.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아는 이름보다 모르는 이름이 나올 때가 훨씬 많습니다.</p>
<p> </p>
<p>첫 번째 챕터 ‘살아가는 이야기’에는 각자 삶의 자리에서 치열하면서도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실려 있습니다. 장기 연재와 일회성 원고가 섞여 있는데 마침 이번 달에 새로 연재를 시작한 꼭지가 ‘환경미화원으로 살아가기’입니다. 글쓴이는 이형진 환경미화원입니다. 이 글은 영화 &lt;퍼펙트 데이즈&gt;에서 생략한 공공시설 청소 노동자의 진짜 일을 (지난해 11월에 ‘일터에서 온 소식’으로 데뷔하고 연재는 아직 1회차이다 보니) 보여줄 예정입니다. 아직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았는데도 환경미화원에 관해 몰랐던 사실이 많습니다. 휴일이라고 사람들이 쓰레기 배출을 멈추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루를 쉬고 다음 날 2배의 쓰레기를 치우는 것보다 차라리 휴일에 (특근 수당마저 있으니)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 영하로 내려간 날에는 음식물 쓰레기 봉투가 얼어서 잘 안 떨어지고 수거통도 잘 깨지기 때문에 힘들다는 것, “종량제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품 등을 배출하는 각 가정과 식당에는 그들만의 지문이 존재하는 것처럼 고유한 특성이 있다”라는 것 등….</p>
<p> </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10547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2/작은책.jpeg" alt="" width="680" height="510"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2/작은책-200x150.jpe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2/작은책-300x225.jpeg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2/작은책-400x300.jpe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2/작은책-600x450.jpeg 6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5/02/작은책.jpeg 680w" sizes="(max-width: 680px) 100vw, 680px" /></p>
<p> </p>
<p>두 번째 챕터는 ‘일터 이야기’입니다. 여기에는 노동자 정체성이 좀 더 강하게 드러나거나 현재 진행형인 노동 현장의 문제에 관한 글(‘일터에서 온 소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의 잡지답게 ‘작은책 산재 상담소’라는 꼭지도 오래 이어지고 있고요. ‘일터에서 온 소식’ 중에 최근에 가장 기억나는 건 2024년 9월에 실린 ‘왜 동물권 시민단체에 노조가 필요하죠?’라는 글입니다. 이래저래 들어서 대략은 알고 있었지만 동물행동권 카라의 노조원이 직접 말하는 현실은 훨씬 더 심각했습니다. 많이 아끼며 지지했던 단체인데 내부에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줄은.. 슬펐습니다. 그래도 가끔은 반갑고 기쁜 일도 있습니다. 구미 소재의 악질 일본기업인 아사히글라스의 불법파견 문제가 몇 번이나 &lt;작은책&gt;에 소개되었는데, 사건이 발생하고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선 지 무려 9년 만에 대법원에서 불법파견을 인정했다는 소식을 보았을 때는 마치 제 주변의 일인 양 기뻤습니다.</p>
<p style="text-indent: 1.0em;">세 번째와 네 번째 챕터인 ‘세상 보기’와 네 번째 ‘쉬엄쉬엄 가요’에는 생태/평화/국제 그리고 문화/예술 분야의 이야기들이 주로 실립니다.</p>
<p> </p>
<p>&lt;작은책&gt;은 어떤 책/잡지보다 다양하고 생생한 삶을 담고 있습니다. 뉴스에서 단편적으로 언급되거나 어느 한쪽의 입장만 전달되어 진실을 알기 힘든 이야기부터 뉴스에 나올 가능성이 전혀 없는 이야기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진짜 삶을 담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lt;작은책&gt;을 읽다 보면 내가 세상을 얼마나 좁게 경험하고 있는지 깨닫게 됩니다. 뉴스나 SNS로 유통되는 단편적인 정보는 모든 것을 ‘사건’이나 ‘사고’로 치환해 버립니다. 우리와 상관없는 이야기, 일종의 구경거리로 만들어버립니다. 옳지 않은 이야기 방식입니다. 힘 있는 자들이 그어놓은 경계선에 갇힐 뿐입니다. 그런 이야기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습니다. 하지만 &lt;작은책&gt;은 다르게 말합니다. 어떤 이야기를 수많은 사건/사고 중 하나가 아니라 누군가의 온전한 삶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줍니다. 그렇게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일하는 사람들이 글을 써야 세상이 바뀐다”</p>
<p style="text-indent: 1.0em;">2024년 5월호 엮은이의 글에는 그해 4월에 세상을 뜨신 홍세화 선생님에 대한 추모글이 담겨 있습니다. 거기에 길게 인용되어 있는 선생님의 말로 &lt;작은책&gt;의 소개를 마무리하겠습니다.</p>
<p> </p>
<p>“노동자들에게 보란 듯이 갑질을 해대는 악덕 기업을 우리가 모두 없앨 수는 없더라도 줄일 수는 있어야 하잖아. 우리가 함께 “잡초를 없앨 수는 없지만 뽑을 수는 있다!”라고 외치며 SPC 계열의 가게 앞에서 발길을 돌리면 아무리 지독한 기업주라도 두 손 들 수밖에 없지 않겠어. 그렇게 우리 각자의 일상을 바꿔 보자는 거야.</p>
<p style="text-indent: 1.0em;">이참에 자랑삼아 내 가방 속에 &lt;작은책&gt; 구독 신청서를 갖고 다닌다는 말을 해야겠네. 종종 주위 사람에게 &lt;작은책&gt;의 새 독자가 되도록 권유하는 게 내 일상의 한 모습이야. &lt;작은책&gt; 독자 한 사람이 1년에 새로운 독자 한 사람씩만 확보해도 놀라운 결과를 얻을 수 있어. 그런 모습은 잡초를 뽑는다기보다 작지만 예쁜 꽃을 피우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네. 어때, 시도해 보지 않겠어?”</p>
<p> </p>
<p> </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span style="color: #ff5500;">*</span>그는 도쿄 시부야구(區)의 17개 공중화장실을 유명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새롭게 단장한 &#8216;더 도쿄 토일렛'(The Tokyo Toilet) 프로젝트를 기념하는 단편영화 제작을 의뢰받고 지금의 도쿄를 담은 장편을 만들어보겠다고 역제안하면서 &#8216;퍼펙트 데이즈&#8217;를 연출하게 됐다. &#8211; <a style="color: #808080;" href="https://www.yna.co.kr/view/AKR20240622023400005" target="_blank" rel="noopener">연합뉴스 기사</a> 중</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span style="color: #ff5500;">**</span>지난해 말 경찰이 결국 단순사망으로 사건을 종결했다고 합니다. <a style="color: #808080;" href="https://www.jjan.kr/article/20250106580288" target="_blank" rel="noopener">https://www.jjan.kr/article/20250106580288</a></span></p>
<p> </p>
<p> </p>
<p><img decoding="async"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7/sewmew-line-2.png" /></p>
<p> </p>


<div style="border-left: 6px solid #6e6e6e; padding: 10px 20px 10px 20px; background-color: #eeeeee;">
<p>&#8216;소소한 리-뷰&#8217;는 [월간소묘 : 레터]에 연재되고 있습니다.</p>
<p><img decoding="async" style="float: left; margin-right: 5px;"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1/letter.png" width="25px" /><a href="https://sewmew.co.kr/letter" target="_blank" rel="noopener noreferrer"><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구독하기</span></strong></a></p>
</div>
<p> </p>



<div style="border: 1px solid #999999; padding: 20px;">
<p>[소소한 리-뷰]</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2024년 &#8211;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c%a4%ea%b3%a0%ec%9d%80-%ea%b9%80%ec%b4%88%ec%97%bd-%ec%a0%95%ec%84%b8%eb%9e%91/">윤고은/김초엽/정세랑</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5%84%ec%a3%bc-%ec%bb%a4%eb%8b%a4%eb%9e%80-%ed%9c%b4%ec%8b%9d-way-back-home/">아주 커다란 휴식 Way Back Home</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82%ac%eb%9e%91%ea%b3%bc-%ec%9a%b0%ec%a0%95%ec%9d%98-%ec%8a%a4%ed%8f%ac%ec%b8%a0-%ec%97%ac%ec%9e%90%eb%b0%b0%ea%b5%ac/">사랑과 우정의 스포츠, 여자배구</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a%94%eb%ac%bc-%ec%9a%b0%eb%a6%ac%eb%a5%bc-%ed%99%80%eb%a6%b0-%ea%b3%a0%ec%96%91%ec%9d%b4/">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B%B3%B5%EC%88%AD%EC%95%84/">복숭아</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a%b0%95%eb%ac%bc%ec%9d%b4-%ec%9c%84%eb%a1%9c-%ed%9d%90%eb%a5%b8%eb%8b%a4%eb%a9%b4-%ec%96%bc%eb%a7%88%eb%82%98-%ec%a2%8b%ec%9d%84%ea%b9%8c/">&#8220;강물이 위로 흐른다면 얼마나 좋을까&#8221; &#8211; 부산국제영화제</a> ••• <a href="https://sewmew.co.kr/소소한-리-뷰-유코-히구치-특별展-비밀의-숲/">유코 히구치 특별展: 비밀의 숲</a>&nbsp;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e%91%ec%9d%80%ec%b1%85/">작은책</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b%85%b8%ec%95%88%e8%80%81%e7%9c%bcpresbyopia/">노안</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a%b0%ec%82%b0%ec%9d%84-%ec%83%80%eb%8d%94%eb%8b%88/">우산을 샀더니</a>&nbsp;</span></p>
</div>
<p>&nbsp;</p>
]]></content:encoded>
					
		
		
			</item>
		<item>
		<title>[소소한 리-뷰] 유코 히구치 특별展: 비밀의 숲</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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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sewmew]]></dc:creator>
		<pubDate>Tue, 12 Nov 2024 03:11:27 +0000</pubDate>
				<category><![CDATA[소소한 리-뷰]]></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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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CDATA[더현대서울]]></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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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글루미 웬즈데이. 지난 수요일은 종일 울적했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너무 언빌리버블한 사건이  ...]]></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글루미 웬즈데이. 지난 수요일은 종일 울적했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너무 언빌리버블한 사건이라 충격이 더 컸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머리 위에 떠다니는 물음표를 지울 수 없었습니다. 정치공학이니 선거전략이니 하는 걸 따지기 전에, 유에스에이 피플은 불과 몇 년 전 일을 새카맣게 잊어버린 걸까요. 투표용지의 그쪽으로 손가락이 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전 세계의 인민들이 그놈은 안 된다고 악을 쓰며 반대하는데도 굳이 그래야만 했을까요.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남의 나라 프레지던트 뽑는 일로 내가 왜 열을 내지? 하지만 속에서 마그마가 부글거리는 걸 어떡하나요. 도로 한나라당이란 말은 들어봤어도 도로 T***p라니.. 오, F***ing 아메리카! 저절로 뒷목을 부여잡게 됩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입니다. 되돌릴 길은, 헐크가 인피니티 건틀릿을 끼고 핑거 스냅이라도 해준다면 모를까, 없습니다. 게임 오버, 고생하셨습니다, 깔끔하게 GG…를 치자니 아직 전장에 남은 마린 여섯과 메딕 하나가 눈앞에 아른거리고.. 아, 시즈탱크라도 한 대 있었으면 아니 드랍쉽 한 대라도! 어라, 첫 문단부터 글이 산으로 가네요.</p>
<p> </p>
<p>가끔은 현실을 부정하며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도망이 마냥 쉬운 일은 아닙니다. 최근에 인쇄소 한 곳이 폐업했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저희 책들도 여러 권 인쇄한 곳이라 마음이 착잡해지려는 순간, 그 소식을 전해준 분이 이렇게 얘기하시더군요. 폐업이라도 할 수 있으면 다행이라면서, 정말 어려워서 망하게 됐을 때는 온갖 대출과 빚 때문에 폐업도 못 한다고요. 도망도 마찬가지입니다. 도망이라도 칠 수 있으면 다행입니다. 발 딛는 자리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다른 풍경이 보이고, 때론 다른 가능성이 보이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뭐라도 믿는 구석이 있어야 도망을 가지, 진짜 최악의 순간에는 도망은커녕 그 자리에 주저앉거나 잘해야 눈을 질끈 감고 견디는 것밖에 할 수 없습니다. 인생이 막힘없이 순탄하고 아무 걱정도 없다면 좋겠지만 그게 뜻대로 되나요. 언젠가는 삶이 팍팍해지는 때를 겪게 마련입니다. 게다가 한 번 지났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 팍팍함이 에누리 없이 차곡차곡 쌓여만 갑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최악이 도래하기 전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최대한 도망쳐야 합니다. 작은 일에도 자주, 웬만하면 도망가기.</p>
<p> </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10311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1/오즈-이불덮고.jpeg" alt="" width="680" height="511"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1/오즈-이불덮고-200x150.jpe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1/오즈-이불덮고-300x225.jpeg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1/오즈-이불덮고-400x301.jpe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1/오즈-이불덮고-600x451.jpeg 6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1/오즈-이불덮고.jpeg 680w" sizes="(max-width: 680px) 100vw, 680px"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도망갈 힘이 음따&#8230;</span></p>
<p> </p>
<p>도망이 꼭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절연, 독립, 퇴사, 이주, 탈출 같은 절박한 도망도 있겠지만 지금은 작은 도망에 관해 얘기하고 있으니까요. 숨 쉬는 속도만 달라져도 성공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턱 밑까지 숨이 차올라 헉헉거리는 삶을, 가쁜 숨을 몰아쉬느라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없는 일상을 벗어나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여행하기, 운동하기, 책이나 영화의 이야기에 빠져들기, 음악 듣기, 노래 부르기, 손을 놀려 무엇인가 만들기 등 사람들 저마다의 방법이 있죠. 그중에서도 오늘 소개드릴 방법은 그림 보기입니다. 그림은 가장 직관적으로 관람자의 눈앞에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매체입니다. 실제 이미지를 똑같이 모사한 그림이라고 하더라도 그림으로 보는 세계는 현실과 다릅니다. 빛을 과장하고 그림자를 뒤틀고 때론 극도의 추상을 표현한 그림들은 더 말할 것도 없고요. 단지 바라보는 것만으로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때론 상상하지도 못한 세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림 앞에서 감탄의 들숨과 평온의 날숨으로 차분히 호흡하다 보면 깨닫게 됩니다. 아, 제대로 도망쳐 왔구나!</p>
<p> </p>
<p>지금 여의도에는 고양이의 리듬으로 호흡할 수 있는 특별한 세계가 있습니다. 귀여우면서도 음침한, 기괴하면서도 친숙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탐험하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고양이 그림을 잔뜩 볼 수 있습니다. 10월 3일부터 1월 22일까지 열리는 &lt;유코 히구치 특별展 : 비밀의 숲&gt;(이하 &lt;비밀의 숲&gt;) 전시입니다. 유코 히구치는, 잠시만요, 뭔가 이상합니다. 왜 성하고 이름 순서를 바꿔놨을까요? 여긴 이름-성이 아니라 성-이름 순서를 사용하는 한국인데 말이에요. 로마자 표기라면 모르겠으나 한글로 저렇게 해놓으니 굉장히 어색하네요. 히구치 유코는, 이제야 좀 편안하네요, 화가이자 그림책 작가입니다. 일본에서 20여 권이 넘는 책을 냈으나 번역된 책은 3권밖에 안 되니까 한국에 그렇게 많이 알려진 작가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히구치 유코라는 이름은 몰라도 그림을 보면 어디선가 봤다는 생각이 들 만큼 유명한 작가이기도 합니다. 그림이 워낙 독특하기 때문에 슬쩍 곁눈질로 봤다고 해도 그걸 잊을 수는 없거든요. 고양이 그림을 그리는 작가지만 흔히 상상할 수 있는 고양이 그림은 아닙니다. 분명히 고양이가 맞긴 한데..!</p>
<p> </p>
<div id="letter"><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10313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1/ギュスターヴくん-550px.png" alt="" width="550" height="550"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1/ギュスターヴくん-550px-66x66.png 66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1/ギュスターヴくん-550px-150x150.png 15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1/ギュスターヴくん-550px-200x200.pn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1/ギュスターヴくん-550px-300x300.png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1/ギュスターヴくん-550px-400x400.pn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1/ギュスターヴくん-550px.png 550w" sizes="(max-width: 550px) 100vw, 550px" /></div>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구스타브 [그림책 표지]</span></p>
<p> </p>
<p>이름은 구스타브<sup><span style="color: #ff5500;">*</span></sup>ギュスターヴ/GUSTAVE. 히구치 유코의 대표적인 고양이 캐릭터입니다. 분명히 고양이가 맞긴 합니다만, 얼굴만 보면 귀엽뽀짝 천진난만 고양이가 확실하지만, 정수리에 볼록 솟은 안테나처럼 생긴 뿔 혹은 더듬이가 궁금증을 불러일으킵니다. 게다가 얼굴의 털은 회색인데 몸은 새카맣네요. 요상해지기 시작합니다. 앞다리는, 직립 보행하는 캐릭터라 팔이라고 해야 하려나요, 세상에나, 뱀이네요! 눈을 부릅뜨고 혀를 날름거리는 뱀 두 마리가 앞다리가 있어야 할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뒷다리는 더 난리가 났습니다. 다리가 둘이 아니라 여덟 개쯤 돼 보입니다. 모양도 영락없는 문어 다리입니다. 문어 다리로 걸어 다니며 뱀을 앞다리에 달고 사람처럼 자유자재로 팔과 손을 움직일 줄 아는 이 존재를 과연 고양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딱 보면 고양이니까요. 누가 뭐래도 고양이입니다. 조금 기이하긴 하지만요..</p>
<p> </p>
<p>전시를 다 보고 나왔을 때 머릿속에 각인된 이미지는 딱 네 가지였습니다. 1)고양이. 당연한 얘기죠. 시작부터 끝까지 (딱 한 섹션만 빼고) 전부 고양이 그림입니다. 2)식물. 식물을 소재로 한 그림이 정말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전시의 콘셉트가 ‘비밀의 숲’이기도 하고요. 그중에서도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며 존재감을 발휘하는 버섯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3)물고기. 작가님이 물고기를 사랑하시는 듯했습니다. 토끼나 악어 같은 포유류 동물뿐 아니라 새들도 종종 있었지만 역시 비중이 가장 높은 건 물고기였습니다. 4)손가락? 공식 이름은 히토츠메ひとつめ입니다. 외눈박이란 뜻입니다. 그런데 캐릭터의 모양이 너무 손가락, 정확하게는 골무를 닮아서 외눈보다 손가락이 훨씬 더 기억에 남습니다. 정수리에 더듬이가 솟아난 손가락이 여섯 개의 팔을 달고 있는데 만화 &lt;20세기 소년&gt;에 등장하는 오사카 만국박람회의 ‘태양의 탑’이 생각나기도 하더라고요.</p>
<p> </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10347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1/IMG_8742-1-680px.png" alt="" width="550" height="550"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1/IMG_8742-1-680px-66x66.png 66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1/IMG_8742-1-680px-150x150.png 15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1/IMG_8742-1-680px-200x200.pn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1/IMG_8742-1-680px-300x300.png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1/IMG_8742-1-680px-400x400.pn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1/IMG_8742-1-680px.png 550w" sizes="(max-width: 550px) 100vw, 550px"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color: #808080; 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히토츠메</span></p>
<p> </p>
<p>히구치 유코는 2013년에 &lt;ヒグチユウコ作品集&gt;(히구치 유코 작품집), 2014년에는 그림책 &lt;ふたりのねこ&gt;(두 고양이)를 출간하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서 홀바인, 시세이도, GUCCI, LAWSON, 모스버거, 유니클로, 디즈니, 워너 브라더스, 라뒤레 등의 브랜드와 협업할 정도로 명성을 얻었습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일본 전역을 순회하는 &lt;CIRCUS&gt;라는 이름의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했고, 갤러리 ‘보리스잡화점’과 출판사 ‘보리스문고’도 운영하고 있습니다.<sup><span style="color: #ff5500;">**</span></sup> 유명세와 약력만 보면 상당히 에너지 넘치고 활동적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은둔하는 내향형의 인물인 듯합니다.</p>
<p> </p>
<p style="padding-left: 40px;"><em>사실 히구치는 바깥에 나가기보다 집에 있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한다. 이동하면서 영감을 받는 타입이 아니라, 그리고 싶은 것은 이미 마음속에 있는 것이라고 한다. 멀리 있는, 손이 닿지 않는 무언가를 떠올리고 그것을 그리는 것으로 그녀의 지적 욕구가 충족되는 것이다. “창의력을 자극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8216;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어쩌면 그녀 자신일지도 모른다.</em></p>
<p style="padding-left: 40px;"><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3px;">&#8211; The New York Times Style Magazine 기사 중<sup><span style="color: #ff5500;">***</span></sup> / 번역: DeepL.com</span></p>
<p> </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10315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1/두고양이-550px.jpg" alt="" width="550" height="563"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1/두고양이-550px-200x205.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1/두고양이-550px-293x300.jpg 293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1/두고양이-550px-400x409.jp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1/두고양이-550px.jpg 550w" sizes="(max-width: 550px) 100vw, 550px"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히구치 유코의 첫 그림책 &lt;ふたりのねこ&gt;</span></p>
<p> </p>
<p>또한 여러 자료를 찾아보던 중에, 오후의 소묘가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을 내고 있어서인지 아래 인터뷰가 유독 눈에 띄었는데 여기서는 작가의 창작 스타일이 조금 엿보이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p>
<p> </p>
<p style="padding-left: 40px;"><em>“그림책은 아이들의 것이라는 개념은 없습니다. 어른이 읽고 재미없는 것은 아이에게도 재미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림책에 대해 &#8216;이런 것을 전달하고 싶다&#8217;고 생각하며 그린 적도 없어요. 읽는 사람이 읽은 것처럼 느껴지면 됩니다. 책이라는 것은 읽는 사람의 그릇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em></p>
<p style="padding-left: 40px;"><em>(…)</em></p>
<p style="padding-left: 40px;"><em>이 책을 그려서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고 싶다거나,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은 제 안에 별로 없었어요. 하지만 아이들이 이 책을 스스로 선택해서 읽어주는 모습을 보면 정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읽은 후 무언가를 느끼고 즐거워한다면 그것만으로도 기쁘게 생각합니다.</em></p>
<p style="padding-left: 40px;"><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3px;">&#8211; 아사히신문에서 운영하는 ‘好書好日’ 인터뷰 중<sup><span style="color: #ff5500;">****</span></sup> / 번역: DeepL.com</span></p>
<p> </p>
<p>&lt;비밀의 숲&gt;에 전시된 그림들이 무엇을 묘사하고 있는가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고양이와 식물과 물고기를 그리는 사람은 많고도 많으니까요.(손이 뱀이고 발이 문어 다리인 고양이를 그리는 사람은 잘 없긴 하겠지만요..) 주목해야 할 건 그 대상을 어떤 방식으로 그리는가 하는 것입니다. 히구치 유코는 자신이 그리는 모든 대상을 기본적으로 어둡고 우울하게 그립니다. 그렇다고 모든 피사체를 구스타브처럼 변형하거나 과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버섯과 물고기를 담담하게 버섯과 물고기처럼 그렸을 뿐인데, 거기에 어둠과 음울함과 기괴함이 녹아 있습니다. 펜 선이 붓 자국이 존재론적으로 다크한 느낌이랄까요. 작가는 분명 자연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생명에 대한, 사물에 대한 애정이 그림에서 느껴지니까요. 그런데 애정만 곱게 전달되는 게 아니라 기괴함이 함께 딸려 옵니다. 미묘하게 온몸을 휘감는 으스스함이 있습니다. 전시는 총 8개의 공간으로 되어 있는데 그중 한두 곳에선 그로데스크한 분위기가 특히 두드러집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조카가 함께 전시를 보다가 무섭다면서 딱 달라붙더라고요.</p>
<p> </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10316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1/IMG_8759.jpeg" alt="" width="550" height="413"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1/IMG_8759-200x150.jpe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1/IMG_8759-300x225.jpeg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1/IMG_8759-400x300.jpe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1/IMG_8759.jpeg 550w" sizes="(max-width: 550px) 100vw, 550px"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여기 좀 무서웠어요..</span></p>
<p> </p>
<p style="padding-left: 40px;"><em>Q 처음 발표한 &#8216;히구치유코 작품집&#8217;의 띠지에 &#8216;다크 판타지&#8217;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어요.</em></p>
<p style="padding-left: 40px;"><em>A 저는 별로 의식하지 않았지만, 담당 편집자가 넣어준 단어입니다. 저 스스로 원래 취향으로 말하면 음울한 것을 좋아하고, 다크 판타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는 것을 평소에 느끼고 있었어요.</em></p>
<p style="padding-left: 40px;"><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3px;">&#8211; FASHIONSNAP 인터뷰 중<sup><span style="color: #ff5500;">*****</span></sup> / 번역: DeepL.com</span></p>
<p> </p>
<p>자연스럽게 이토 준지가 생각나기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2019년에 출간된 &lt;총결산 히구치 유코: 손끝에서 펼쳐지는 마법総特集 ヒグチユウコ 指先から広がる魔法&gt;이라는 책을 보니까 이토 준지와의 대담이 실려 있더라고요. 작가가 운영하는 보리스잡화점 웹사이트에도 이토 준지 그림이 들어간 상품이 여럿 있었습니다. 둘은 뭔가 통하는 게 있음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기괴함과 음침함의 결이 조금 다른 것 같기는 해요. 이토 준지가 온갖 자극적인 상상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느낌인데 반해 히구치 유코는 현실을 차단하는 경계석을 세울 만큼만 다크함을 구현하는 느낌이랄까요.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란 생각도 듭니다. 이토 준지는 ‘인간’을 매개로 삼았기에 마음껏 자르고 붙이고 찌그러트리고 비틀고 터트려도 괜찮지만(?), ‘고양이’를 다루는 히구치 유코는 그럴 수 없으니까요. 고양이한테 그러면, 절대로 안 될 말이죠! 하지만 오히려 그러한 제약으로 인해 음울하면서도 귀여운 히구치 유코만의 고유한 매력이 탄생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오직 고양이라서 가능한 다크 판타지의 세계!</p>
<p> </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10348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1/IMG_8716-px680.png" alt="" width="450" height="600"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1/IMG_8716-px680-200x267.pn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1/IMG_8716-px680-225x300.png 225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1/IMG_8716-px680-400x533.pn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1/IMG_8716-px680.png 450w" sizes="(max-width: 450px) 100vw, 450px"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물고기를 좋아하시고 귀엽지만 다크함</span></p>
<p> </p>
<p>사실 &lt;비밀의 숲&gt; 전시를 소개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작품 세계의 분석도 아니고 작가 소개도 아닙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바로 전시 관람의 팁입니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는데요. 첫째, 작품들이 거의 펜화입니다. 디테일한 묘사를 매력으로 하는 그림이라 꼼꼼히 봐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둘째, 작품의 수가 많습니다. 그냥 많은 정도가 아니라 엄청나게 많습니다. 공식적인 소개에 1,000여 점이라고 되어 있는데 체감으로는 1,000X1,000은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까 꼼꼼히 봐야 하는 작품이 셀 수 없이 많다! 가 &lt;비밀의 숲&gt; 전시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입니다.(전시장의 공식 블로그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사이즈가 크지 않고 묘사가 디테일해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하는 작품이 많답니다<sup><span style="color: #ff5500;">******</span></sup>” 사람들 참, 이런 건 전시장 입구에 큼지막하게 써 놔야지…) 그래서 관람 팁을 말씀드리자면 첫째, 식사를 든든하게 하고 오세요. 설렁설렁 훑어만 봐도 두 시간은 우습게 지나갑니다. 조금 집중해서 봐야지 생각하셨다면 너덧 시간은 금방입니다. 작품 하나하나의 디테일을 깊게 음미하고 싶다? 하루에 안 끝납니다.. 둘째, 물을 꼭 챙기세요. 대개의 전시장이 그렇듯이 실내가 건조했는데 아쉽게도 내부에 정수기 한 대 없습니다. 셋째, 입장 직전에 화장실을 꼭 다녀오세요. 전시장엔 화장실도 없습니다. 이런 걸 누가 미리 알려줬다면 저도 전시를 더 잘 볼 수 있었을 텐데 말이에요.</p>
<p> </p>
<p>전시에 대해 총평해 보자면 “작가는 건강이 최고다!”입니다. (무슨 말???) &lt;비밀은 숲&gt;은 도대체 이 많은 그림을 어떻게 그렸지? 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전시입니다. 이 사람은 하루 종일 그림만 그리나? 네, 맞습니다. 전시장 초입에 커다랗게 적혀 있기도 한데, 어느 인터뷰에서 작가가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깨어 있을 때는 대부분 그림을 그립니다. 그림을 그리지 않는 것은 이동 중일 때 정도입니다.”<sup><span style="color: #ff5500;">*******</span></sup> 아이고 선생님.. 건강하셔야 합니다. 미친 듯한 퀄리티의 대명사로 통했던 &lt;베르세르크&gt;의 작가 미우라 켄타로의 황망한 작별을 돌이켜 보면, 모든 예술의 상식을 뛰어넘는 완성도 혹은 디테일은 결국 작가의 생명력을 갈아 넣어서 완성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갈려서 사라지는 만큼 생명력을 채워 넣는 일, 한강 작가님이 &lt;디 에센셜 한강&gt;에서 하신 말씀처럼요.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과 걷기를 하루에 두 시간씩 한다. 다시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을 수 있게.” 작가에게 필요한 건 뮤즈만이 아닙니다. 체력과 건강이 예술적 영감보다 먼저입니다. 규칙적인 생활과 적당한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 예술가만 그럴까요. 예술의 감상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꼭 이번 전시가 아니더라도 대개의 전시 관람은 체력 싸움입니다. 콘서트도 그렇고 독서도 그렇습니다. 기립근이 든든히 받쳐줘야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 약간 이상한 결론이지만, 건강과 체력을 지킵시다! (그래야 도망갈 수 있습니다.)</p>
<p> </p>
<p> </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span style="color: #ff5500;">*</span>전시 주최측의 공식 블로그에 ‘구스타브’라고 되어 있어 그 이름을 썼지만 작가의 홈페이지에 있는 (위에 병기된) 표기에 따르면 ‘귀스타브’가 맞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span style="color: #ff5500;">**</span><a style="color: #808080;" href="https://ja.wikipedia.org/wiki/%E3%83%92%E3%82%B0%E3%83%81%E3%83%A6%E3%82%A6%E3%82%B3" target="_blank" rel="noopener">https://ja.wikipedia.org/wiki/%E3%83%92%E3%82%B0%E3%83%81%E3%83%A6%E3%82%A6%E3%82%B3</a></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span style="color: #ff5500;">***</span><a style="color: #808080;" href="https://www.tjapan.jp/art/17194282/p2" target="_blank" rel="noopener">https://www.tjapan.jp/art/17194282/p2</a></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span style="color: #ff5500;">****</span><a style="color: #808080;" href="https://book.asahi.com/article/13239948" target="_blank" rel="noopener">https://book.asahi.com/article/13239948</a></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span style="color: #ff5500;">*****</span><a style="color: #808080;" href="https://www.fashionsnap.com/article/higuchiyuko-interview-1405/page/3/" target="_blank" rel="noopener">https://www.fashionsnap.com/article/higuchiyuko-interview-1405/page/3/</a></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span style="color: #ff5500;">******</span><a style="color: #808080;" href="https://thehyundaiblog.com/entry/yokohiguchi" target="_blank" rel="noopener">https://thehyundaiblog.com/entry/yokohiguchi</a></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span style="color: #ff5500;">*******</span><a style="color: #808080;" href="https://www.1101.com/store/techo/ja/magazine/2019/kaku/2019-02-23.html?srsltid=AfmBOoqaQJ_98sLerGr6TDh4YqIii7c8ltRjNOOdMNBpysST1znwPgAf" target="_blank" rel="noopener">https://www.1101.com/store/techo/ja/magazine/2019/kaku/2019-02-23.html?srsltid=AfmBOoqaQJ_98sLerGr6TDh4YqIii7c8ltRjNOOdMNBpysST1znwPgAf</a></span></p>
<p> </p>
<p> </p>
<p><img decoding="async"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7/sewmew-line-2.png" /></p>
<p> </p>


<div style="border-left: 6px solid #6e6e6e; padding: 10px 20px 10px 20px; background-color: #eeeeee;">
<p>&#8216;소소한 리-뷰&#8217;는 [월간소묘 : 레터]에 연재되고 있습니다.</p>
<p><img decoding="async" style="float: left; margin-right: 5px;"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1/letter.png" width="25px" /><a href="https://sewmew.co.kr/letter" target="_blank" rel="noopener noreferrer"><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구독하기</span></strong></a></p>
</div>
<p> </p>



<div style="border: 1px solid #999999; padding: 20px;">
<p>[소소한 리-뷰]</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2024년 &#8211;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c%a4%ea%b3%a0%ec%9d%80-%ea%b9%80%ec%b4%88%ec%97%bd-%ec%a0%95%ec%84%b8%eb%9e%91/">윤고은/김초엽/정세랑</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5%84%ec%a3%bc-%ec%bb%a4%eb%8b%a4%eb%9e%80-%ed%9c%b4%ec%8b%9d-way-back-home/">아주 커다란 휴식 Way Back Home</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82%ac%eb%9e%91%ea%b3%bc-%ec%9a%b0%ec%a0%95%ec%9d%98-%ec%8a%a4%ed%8f%ac%ec%b8%a0-%ec%97%ac%ec%9e%90%eb%b0%b0%ea%b5%ac/">사랑과 우정의 스포츠, 여자배구</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a%94%eb%ac%bc-%ec%9a%b0%eb%a6%ac%eb%a5%bc-%ed%99%80%eb%a6%b0-%ea%b3%a0%ec%96%91%ec%9d%b4/">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B%B3%B5%EC%88%AD%EC%95%84/">복숭아</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a%b0%95%eb%ac%bc%ec%9d%b4-%ec%9c%84%eb%a1%9c-%ed%9d%90%eb%a5%b8%eb%8b%a4%eb%a9%b4-%ec%96%bc%eb%a7%88%eb%82%98-%ec%a2%8b%ec%9d%84%ea%b9%8c/">&#8220;강물이 위로 흐른다면 얼마나 좋을까&#8221; &#8211; 부산국제영화제</a> ••• <a href="https://sewmew.co.kr/소소한-리-뷰-유코-히구치-특별展-비밀의-숲/">유코 히구치 특별展: 비밀의 숲</a>&nbsp;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e%91%ec%9d%80%ec%b1%85/">작은책</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b%85%b8%ec%95%88%e8%80%81%e7%9c%bcpresbyopia/">노안</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a%b0%ec%82%b0%ec%9d%84-%ec%83%80%eb%8d%94%eb%8b%88/">우산을 샀더니</a>&nbsp;</span></p>
</div>
<p>&nbsp;</p>
]]></content:encoded>
					
		
		
			</item>
		<item>
		<title>[소소한 리-뷰] “강물이 위로 흐른다면 얼마나 좋을까” &#8211; 부산국제영화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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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sewmew]]></dc:creator>
		<pubDate>Sun, 13 Oct 2024 10:41:42 +0000</pubDate>
				<category><![CDATA[소소한 리-뷰]]></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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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글: 이치코   집으로 가는 버스였습니다. 습관처럼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죠. SNS에   ...]]></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 style="text-align: right;"><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글: 이치코</span></p>
<p>&nbsp;</p>
<p>집으로 가는 버스였습니다. 습관처럼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죠. SNS에 올라온 이야기들을 건성으로 훑고 있는 눈은 초점이 흐렸고, 부지런히 화면을 밀어 올리는 손가락만 마치 기계처럼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눈에 띄거나 관심이 가는 소식은 보이지 않습니다. 간혹 있다고 해도 피곤에 지친 몸을 간신히 지탱하기에도 벅한 퇴근길에는 놓치기 십상입니다. 시간을 꼬깃꼬깃 잘 접어서 집에 빨리 도착하는 일이 중요할 뿐이지 접힌 시간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니까요.</p>
<p>&nbsp;</p>
<p>10월 10일 저녁도 그랬습니다. 휴대폰 화면에 익숙한 실루엣이 지나갑니다. 캐리커처로 그린 여성의 얼굴입니다. 누구더라? 영어로 뭐라고 쓰여 있네. 아는 얼굴인데… 라고 생각하는 사이에 그림은 이미 스크롤의 속도에 밀려 시야 밖으로 사라집니다. 화면을 두세 번 밀어올리리기도 전에 이번엔 사진이 등장합니다. 한강 작가님입니다. 출판사 계정을 많이 팔로우하고 있어서 작가님들의 사진이 피드에 올라오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새 책을 내셨나? 그러는 와중에도 손가락은 여전히 부지런히 움직이고 화면은 계속 위로 흘러갑니다. 한강 작가님 사진이 또 보입니다. 덩달아 작가님의 책들도 딸려 옵니다. &lt;소년이 온다&gt; &lt;채식주의자&gt; &lt;작별하지 않는다&gt;… 익숙한 표지들입니다. 이상하네. 무슨 일 있나? 그제야 화면 속 글자들을 읽기 시작합니다. 스웨덴, 한림원, 노벨, 문학, 한강… 단어들이 잘 연결되지 않아 머릿속이 혼란합니다. 노벨문학상, 최초, 수상, 한강… 흐릿하던 정신이 또렷해지며 온몸의 아드레날린이 갑자기 춤추기 시작합니다. 뭐라고! 한강 선생님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고!! 세상에 이런 경사가!!!</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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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텍스트 힙(Text Hip)이란 신조어가 등장했다고 합니다. 검색해 보니 주로 젊은 층(Z세대)의 문화 현상과 연관시켜 텍스트 힙이란 단어를 설명하는 것 같습니다.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필사, 일기, 연필, 수첩, 편지 등등 읽기/쓰기와 관련된 것들을 힙하게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네요. 여기에 책 읽기, 책 추천, 북페어, 북토크, 독서모임 같은 것들도 슬쩍 껴 있다고 하니 출판계 종사자로서 반가운 마음입니다. 책 많이 사서 쌓아 놓기, 책으로 인테리어 하기, 20대에 책 1000권 사기 등도 있으면 금상첨화일 텐데 싶긴 하지만… 뭐 텍스트와 친밀하게 지내다 보면 책 사는 일이 OTT를 구독하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문화생활이 되는 날도 언젠간 오겠죠. 오겠..죠? 오면 좋겠네요.</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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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도 있습니다. ‘힙’한 문화로 등장한 것 중 남은 것이 얼마나 있을까? 힙하게 와서 힙하게 사라지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까? 다꾸, 필사, 일기, 연필, 수첩, 편지 같은 것들이 아날로그 감성을 어필하며, 때로는 디지털 디톡스라는 명목으로 한창 유행하다가 어느 순간 낡고 따분한 골동품이 되어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일은, 아쉽기는 하지만 충분히 상상해 볼 수 있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책도 그럴 수 있을까요? 이런 생각을 이어가다 보면 책이란 매체는 ‘힙’과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북토크나 독서모임 등으로 책 읽기의 경험을 타인과 나누는 일이 힙하게 유행할 수도 있긴 하지만 독서란 태생적으로 한 개인과 책의 사적인 관계로 귀속되는 고독한 행위일 수밖에 없으니까요.</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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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10185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0/노벨상공식인스타.jpg" alt="" width="680" height="674"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0/노벨상공식인스타-66x66.jpg 66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0/노벨상공식인스타-150x150.jpg 15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0/노벨상공식인스타-200x198.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0/노벨상공식인스타-300x297.jpg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0/노벨상공식인스타-400x396.jp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0/노벨상공식인스타-600x595.jpg 6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0/노벨상공식인스타.jpg 680w" sizes="(max-width: 680px) 100vw, 680px"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color: #808080; 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한강 선생님 만세!! [이미지: 노벨상 공식 인스타그램]</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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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padding-left: 40px;"><em>“몇년 더 지나서 책에 대한 책을 한번 써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저를 만들어줬고 저를 살게 해줬던 책들의 기억을 가지고 책을 한권 쓰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너무 많죠. 제가 책을 읽지 못할 때도 책을 한권 이상 갖고 다니게 되는데 그것 자체가 저에게 안도감을 준달까요. 책을 읽을 때 필요한 건 연필, 다시 펼쳤을 때 다시 읽고 싶은 곳에 밑줄을 긋고 메모를 써보기도 하고… 그런 것이 우리를 구해주는 게 아닐까, 생각도 들어요. 그럴 때 우리가 온전히 만나는 거잖아요. 마음만 만나는 게 아니라, 뭔가 만남이 이뤄지는 거죠, 육체적인 만남이. 그런 순간들이 모두 너무 소중하고. 어디를 가더라도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고. 다 거기 사람들이 있는 거죠. 이 속에, 이 직육면체에 커버로 닫힌 세계 속에 어떤 세계들이 있고 인간들이 있고 그런 거잖아요. 그게 언제나 특별한 거 같아요.</em></p>
<p style="padding-left: 40px;"><em>[…]</em></p>
<p style="padding-left: 40px;"><em>책을 많이 읽고 나면 강해졌다는 느낌이 들어요. 바쁘고 해서 책을 많이 못 읽는 시기에는 약간씩 사람이 희미해진달까, 뭔가 좋지 않아요. 나 자신이 좋은 상태가 아니라는 걸 스스로 느끼게 돼요. 책을 읽어야만 한다는 허기가 느껴져서 며칠 동안 몰아서 정신없이 읽을 때가 있어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다 충전됐다,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나 좀 강해졌어, 씩씩해졌어,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거든요. 개인적인 필요, 허기, 갈망 때문에 읽게 되는 것 같고요. 책을 읽지 않고 살아갈 때는 부스러질 것 같고, 몇줄을 읽더라도 읽어야 부스러지지 않고, 부스러졌더라도 다시 모아지는, 그런 느낌이 있어요.</em></p>
<p style="padding-left: 40px;"><em>[…]</em></p>
<p style="padding-left: 40px;"><em>책 속에서 계속 만나요.”</em></p>
<p style="padding-left: 40px;"><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한강, 2019년 서울국제도서전 주제강연 중에서 [정리: 한겨례 이유진 기자]<span style="color: #ff5500;"><sup>*</sup></span></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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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나락서점 대표님의 귀한 초대 덕분에 이미화 작가님의 &lt;엔딩까지 천천히&gt; 북토크를 위해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이것이 바로 텍스트 힙!? 잘 모르겠습니다.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자리에 어떤 이유가 필요할까 싶네요. 책의 본질이 원래 그런 것이 아닐까요? “직육면체에 커버로 닫힌 세계 속에 어떤 세계가 있고 인간들이 있고 그런” 존재 말이에요. 텍스트가 힙하지 않더라도 텍스트에 매여 사는, 어쩌면 텍스트 그 자체라 불러도 좋을 출판계 종사자이다 보니 여행을 가더라도 보통은 본능적으로 텍스트의 세계를 찾아 나섭니다. “어디를 가더라도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안전하다는 느낌”을,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출판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우리는 텍스트 힙의 원조라고도 할 수 있는 활자중독자들이니까요!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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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하지만 이번 부산 나들이는 달랐습니다. 북토크가 열렸던 나락서점을 제외하고는 책방이나 도서관 근처도 못 갔습니다. 1박 2일, 북토크가 끝난 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24시간도 안 되는 촉박한 일정 속에 영화를 두 편이나 봤으니까요. 마침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이었습니다. 운 좋게 두 편의 예매를 성공한 덕에 부산국제영화제 동안 부산 여행만 하는 사람의 신세를 모면할 수 있었습니다. 부대 행사나 이벤트를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두 번 다 GV가 있어서 영화제의 분위기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영화제 상영작들이 발표되었을 때 보고 싶었던 영화들이 있긴 했습니다만 티케팅 스킬이 뛰어난 편이 아니라 그 영화들은 모두 놓쳤습니다. 어떻게 보면 밀리고 밀려 선택한 영화들이었지만 역시나 운이 좋게도 두 편의 영화가 모두 좋았습니다. 하나는 티베트 영화였고 다른 하나는 방글라데시 영화였습니다. 티베트 영화의 제목은 &lt;망향의 노래State of Statelessness&gt;, 방글라데서 영화의 제목은 &lt;사바의 좁은 세상Saba&gt;(이하 &lt;사바&gt;)입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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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10187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0/2024_BIFF_POSTER-450px.jpg" alt="" width="450" height="674"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0/2024_BIFF_POSTER-450px-200x300.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0/2024_BIFF_POSTER-450px-400x599.jp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0/2024_BIFF_POSTER-450px.jpg 450w" sizes="(max-width: 450px) 100vw, 450px"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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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t;망향의 노래&gt;는 ‘무국적 상태’라는 원제가 내용을 더 직관적으로 알려주는 영화였습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보다는 무국적 상태로 살아가는 티베트인들의 디아스포라/경계적 삶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티베트는 지리적 명칭이면서 동시에 국가의 이름입니다. 하지만 국가로서의 티베트는 과거형입니다. 공식적으론 그렇습니다. 중국이 티베트를 침공하고 역사를 지워버리기로 결정한 뒤로 티베트를 독립된 국가로 인정하는 나라는 없기 때문입니다. 국제적 외교 관계에 의하면 티베트는 그저 주민의 90%가 티베트인으로 구성된 중국의 자치주일 뿐입니다. 인도 북부의 다람살라에 티베트의 망명 정부가 있고 티베트인의 정신적 지주인 달라이 라마가 거처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침공 이후 많은 티베트인이 국경을 접한 인도로 피신했고, 이렇게 무국적자의 삶을 살아가는 티베트인이 전 세계적으로 1천만 명이 넘는다<span style="color: #ff5500;"><sup>**</sup></span>고 합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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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t;망향의 노래&gt;는 네 편의 다른 이야기가 담긴, 티베트어로 된 최초의 옴니버스 영화라고 합니다. (네 편 각각의 영화 제목이 있지만, 충격적이게도 며칠 만에 홀랑 까먹어버렸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검색을 해 봐도 제목을 찾을 길이 없네요. 감독님들 죄송합니다&#8230;) 첫 번째 영화는 베트남에 살고 있는 아빠가 딸에게 티베트 노래를 들려주는 내용입니다. 메콩강이 시작되는 곳에서부터 “달리고, 달리고, 날아서” 왔다면서 나지막하게 노래합니다. 두 번째 영화는 인도에 사는 양첸이 어머니의 장례를 위해 프랑스에서 돌아온 언니와 겪는 갈등과 봉합될 수 없는 상처를 보여줍니다. 세 번째 영화는 탱화 화가인 소남이 미국에서 온 옛 친구와 대면하면서 제 초라한 현실을 자각하고 좌절하는 이야기입니다. 네 번째 영화는 미국 위스콘신에서 사는 텐진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낸 다람살라로 아버지의 유골을 가지고 와 고향에 남아 있던 가족의 흔적을 떠나보내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네 편 모두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중간에 걸쳐 있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각기 다른 처지의 티베트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냅니다.<sup><span style="color: #ff5500;">***</span></su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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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10188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0/사바-포스터-450px.jpg" alt="" width="450" height="642"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0/사바-포스터-450px-200x285.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0/사바-포스터-450px-210x300.jpg 21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0/사바-포스터-450px-400x571.jp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0/사바-포스터-450px.jpg 450w" sizes="(max-width: 450px) 100vw, 450px"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color: #808080; 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lt;사바의 좁은 세상&gt;</span></p>
<p>&nbsp;</p>
<p>&lt;사바&gt;는 한마디로 설명하기 힘들지만 멜로/휴먼 영화에 가깝습니다. 멜로 영화라고 하기엔 관객들에게 과도한 눈물 감성을 요구하지 않고, 휴먼 영화치고는 주인공이 엄청난 고난을 극복하거나 성장하는 이야기가 아니고, 결정적으로 해피 (혹은 가슴 따뜻해지는) 엔딩으로 끝나지 않지만 왠지 모르게 전통적인 멜로와 휴먼 스토리로 느껴졌습니다. 익숙한 전개가 많아서 그럴 수 있습니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이야기들이 이어집니다. 사바는 주인공의 이름입니다. 사바의 어머니 시린은 교통사고로 하체를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입니다. 3개월 전에 일하던 식당이 폐업해서 직장을 잃은 사바 혼자 어머니를 돌봅니다. 아버지도 없고 형제자매도 없습니다. 갑자기 어머니의 심장병이 악화됩니다. 수술이 필요한데 돈이 없습니다. 사바는 직장을 구하려 애쓰고 우여곡절 끝에 일을 시작합니다. 잠깐 평온한 날들이 이어지나 싶었지만 수술에 필요한 계약금 30만 타카를 모을 새도 없이 어머니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집니다. 사바는 돈을 구하기 위해 삼촌과 친구, 직장에 도움을 요청해 보지만 실패합니다. 난관에 부딪힌 사바는 결국…. (이 뒤에도 각종 스토리가 한참 이어집니다.)</p>
<p>&nbsp;</p>
<p>정말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중간에 살짝 지루할 뻔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뻔한 스토리로도 절대 지루할 일 없이 몰입하게 만든 희한한 매력의 영화였습니다. 제가 느꼈던 건 두 가지였는데요. 첫 번째는 독특한 전개 방식이었습니다. &lt;사바&gt;는 주인공의 불행과 좌절을 지나칠 정도로 쌓기만 했습니다. 보통은 쌓고 허물기를 반복하는 법입니다. 극한의 상황이 왔다가 평온해지기도 하고 그러다 또 좌절하지만 극적인 도움으로 극복하고 다시 난관에 부닥치지만 돌파구가 생기고 하지만 본질적 위기는 해소되지 않은 채 긴장을 풀 수 없는.. 이런 공식이란 게 있잖아요. 그런데 사바는 오직 주인공의 계속되는 불행을 목표로 전진 또 전진할 뿐입니다. 아니 이렇게까지 주인공을 괴롭혀야 하나, 라는 생각에 성질이 나서 영화에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이게 감독님의 스타일인지.. 두 번째는 사바 역을 맡은 Mehazabien CHOWDHURY 배우의 매력이었습니다. 영화의 특성상 전체 신의 거의 전부에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화면을 가득 채운 배우의 연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표정이 정말 풍부하고 표현력이 좋아서 배우의 얼굴에 집중해서 감정을 따라가는 것만으로 영화적 카타르시스를 느껴졌을 정도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출연작들도 찾아 보고 싶네요.</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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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t;망향의 노래&gt;와 &lt;사바&gt;, 부산국제영화제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들을 과연 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매 실패에 밀려 찾게 된 영화를요. 물론 OTT에는 티베트나 방글라데시 영화만큼이나 알려지지 않은, 더 좋은 영화들이 많이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과연 그 영화들을 굳이 찾아서 봤을까요? 글쎄요. 아닌 것 같습니다. &lt;흑백요리사&gt; 같은 자극적인 콘텐츠만으로 시간이 부족할 겁니다. 지금은 거의 모두가 휴대폰으로 편리하게 영화를 예매합니다. 영화관을 불쑥 찾아가는 경우가 없진 않겠으나 보고 싶은 영화가 매진돼서 극장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은 거의 없을 거예요. 예전에는 그럴 때 옆에 있는 극장(같은 영화관의 옆 관 말고요!)에 걸린 다른 영화를 보러 가기도 했었는데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네요. 이제 극장에서 우연히 낯선 영화를 만날 확률은 0이 되었습니다.</p>
<p>&nbsp;</p>
<p>힙하다는 게 뭔지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단순히 유행하는 것과 다르다는 건 알겠습니다. 유행을 조금 앞서가는 어떤 현상을 지칭하는 듯하지만 그게 다는 아닌 것 같고요. 느낌으로는 이렇습니다. 유명해서 유명한 것들을 남들에게 유명하다고 설명하지 않고 유명한 것으로 소비하는 현상. 어렵네요. 유명한 것들도 잘 모르는데 그 유명함으로 인해 유명한 것까지 알 도리가 없죠. 계속 이렇게 힙하지 못한 채로 살아야겠습니다.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듭니다. 힙한 것이 세상을 점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낡고 오래되었을지언정 익숙한 것들이 명맥이라도 유지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p>
<p>&nbsp;</p>
<p><img decoding="async" class="size-full wp-image-10189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0/망향의노래2-450px.jpg" alt="" width="450" height="675"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0/망향의노래2-450px-200x300.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0/망향의노래2-450px-400x600.jp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0/망향의노래2-450px.jpg 450w" sizes="(max-width: 450px) 100vw, 450px"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lt;망향의 노래&gt;</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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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힙의 성지라고 하는 성수동에는 매달 수십 개의 팝업 스토어가 새로이 문을 연다고 합니다. 새 팝업 스토어를 꾸미기 위해 이전의 인테리어를 허물어야 할 텐데 이때 10평의 가게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이 약 1t이라고 합니다. 환경부의 통계에 따르면 성동구의 일반폐기물이 2018년 5.25t에서 2022년 518.6t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아찔한 수치입니다. 그 팝업 스토어들 자리에는 원래 무엇이 있었을까요? 폭발하는 유동 인구를 노리고 새로이 들어서는 카페, 식당, 쇼핑몰이 있던 자리의 주인은 누구였을까요? 수제화 구둣방도 동네 세탁소도 슈퍼도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유튜브와 OTT가 사람들의 시선과 시간을 얼마나 빼앗아 가더라도 영화와 극장이 오래도록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디지털 디바이스가 우리의 신체를 몽땅 감싸는 날이 오더라도 묵은 내 퀴퀴한 종이책이, 책방과 도서관이 자리를 지켜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p>
<p>&nbsp;</p>
<p>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이후에 기쁘고 즐겁고 훈훈하며 흐뭇한 장면들이 연달아 뒤따르고 있습니다. 책을 사려고 서점이 문을 열기도 전에 줄을 선 사람들의 모습, SNS에 쉴 새 없이 올라오는 축하와 감사의 인사, 각자 책에 받은 한강 작가의 사인이나 같이 찍은 사진과 에피소드 인증들, 여성 작가들의 성취에 관한 자부와 응원의 목소리들, 5·18과 광주, 4·3과 제주에 관한 이야기들을 질리지 않고 계속 보게 됩니다. 덩달아 들뜨고 흥분하면서요. 하지만, 여기서 웬 ‘하지만’이냐고 하실 수도 있지만 이럴 때 매몰차게 등장하는 게 ‘하지만’의 역할인지라 양해 부탁드리며, 어떤 소식들에는 머리 위로 물음표가 동그랗게 솟아납니다. 책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는 하지만 주말을 반납하고 밤을 새워가며 인쇄기를 돌려야 할 일인지… 한강 작가의 책이 모두 팔렸다고 그 아버지의 책을 진열해야 하는 건지… 물음표가 갑자기 느낌표로 바뀝니다. 아, 이런 게 힙인가?..!!</p>
<p>&nbsp;</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10190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0/망향의노래-680px.jpg" alt="" width="680" height="367"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0/망향의노래-680px-200x108.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0/망향의노래-680px-300x162.jpg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0/망향의노래-680px-400x216.jp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0/망향의노래-680px-600x324.jpg 6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10/망향의노래-680px.jpg 680w" sizes="(max-width: 680px) 100vw, 680px"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영화 &lt;망향의 노래&gt;의 한 장면 [이미지: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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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노벨상에 힙을 갖다 붙이다니, 무엄한 발상입니다만 힙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뜨거운 한강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그런데 힙의 강렬한 흐름에 깔려 신음도 내지 못하는 약한 존재들이 있습니다. 출판 관계자이다 보니 의식하지 않아도 그들의 존재가 느껴집니다. 대형서점에 한강 작가의 책이 산더미처럼 쌓여서 팔려 나갈 때 단골을 위한 재고 몇 권도 구하지 못해 체념해야 하는 동네서점이 있습니다. 모든 인쇄기가 책 하나를 위해 밤새워 비상으로 돌아갈 때, 원래 거기에서 인쇄하기로 계획되어 있었던 작은 출판사의 책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물론 인쇄가 밀린 출판사들에 양해를 구하긴 했을 것입니다.) 노벨문학상이라는 위대한 성취가 만약 한국 소설, 문학 더 나아가 출판계의 암울한 상황을 호전시키는 계기가 된다면 아마 작은 출판사와 작은 서점들이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축제에서 조용히 소외되고 있을 따름입니다. 어쩔 수 없다는 걸 모르지 않습니다. 누구도 악의를 가진 사람은 없습니다. 기업의 이윤 추구와 자본주의적 이해관계 속에 각자 최선의 방법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니까요. 거스를 수 없다는 걸 압니다. 그렇다고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닙니다. 이 열광을 지나 고요가 찾아왔을 때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책이란 무엇일까? 왜 책을 만드는가? 그리고 읽는가?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이야기를 짓고 책을 만들고 읽는 것이라고, 고리타분하고 낡아 보일지라도, 그렇게 믿고 싶기 때문입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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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부산국제영화제를 다녀와서 머릿속에 계속 맴도는 건 &lt;망향의 노래&gt; 중 첫 번째 영화입니다. 영화는 짧습니다. 아빠가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딸을 마중하러 갑니다. 비를 맞으며 함께 집으로 옵니다. 아빠와 딸을 위해 엄마가 꽃을 볶아 밥을 준비합니다. 스토리도 이게 전부입니다. 그럼에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은 건 메콩강이 시작되는 곳에서 끝나는 곳까지 흘러와, 그곳으로 다시 돌아갈 기약도 없이 살고 있는 아빠가 불렀던 노래 때문입니다. 어쩌면 책에 대한 제 마음이 겹쳐서 그런 것 같습니다.</p>
<p>&nbsp;</p>
<p>“강물이 위로 흐른다면 얼마나 좋을까.”</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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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nbsp;</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span style="color: #ff5500;">*</span> <span style="text-decoration: underline;"><a style="color: #808080; text-decoration: underline;" href="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898585.html" target="_blank" rel="noopener">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898585.html</a></span></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span style="color: #ff5500;">**</span> <span style="text-decoration: underline;"><a style="color: #808080; text-decoration: underline;" href="https://www.youtube.com/watch?v=AmCNSMJ6ecQ" target="_blank" rel="noopener">&lt;망향의 노래&gt; 제작자이자 감독 중 한 명인 텐진 체탄 초클리Tenzin Tsetan CHOKLAY의 인터뷰 중에서</a></span></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span style="color: #ff5500;">***</span> 영화제 프로그램 노트 참고</span></p>
<p>&nbs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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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mg decoding="async"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7/sewmew-line-2.png" /></p>
<p>&nbsp;</p>


<div style="border-left: 6px solid #6e6e6e; padding: 10px 20px 10px 20px; background-color: #eeeeee;">
<p>&#8216;소소한 리-뷰&#8217;는 [월간소묘 : 레터]에 연재되고 있습니다.</p>
<p><img decoding="async" style="float: left; margin-right: 5px;"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1/letter.png" width="25px" /><a href="https://sewmew.co.kr/letter" target="_blank" rel="noopener noreferrer"><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구독하기</span></strong></a></p>
</div>
<p> </p>



<p class="wp-block-paragraph"></p>



<div style="border: 1px solid #999999; padding: 20px;">
<p>[소소한 리-뷰]</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2024년 &#8211;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c%a4%ea%b3%a0%ec%9d%80-%ea%b9%80%ec%b4%88%ec%97%bd-%ec%a0%95%ec%84%b8%eb%9e%91/">윤고은/김초엽/정세랑</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5%84%ec%a3%bc-%ec%bb%a4%eb%8b%a4%eb%9e%80-%ed%9c%b4%ec%8b%9d-way-back-home/">아주 커다란 휴식 Way Back Home</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82%ac%eb%9e%91%ea%b3%bc-%ec%9a%b0%ec%a0%95%ec%9d%98-%ec%8a%a4%ed%8f%ac%ec%b8%a0-%ec%97%ac%ec%9e%90%eb%b0%b0%ea%b5%ac/">사랑과 우정의 스포츠, 여자배구</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a%94%eb%ac%bc-%ec%9a%b0%eb%a6%ac%eb%a5%bc-%ed%99%80%eb%a6%b0-%ea%b3%a0%ec%96%91%ec%9d%b4/">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B%B3%B5%EC%88%AD%EC%95%84/">복숭아</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a%b0%95%eb%ac%bc%ec%9d%b4-%ec%9c%84%eb%a1%9c-%ed%9d%90%eb%a5%b8%eb%8b%a4%eb%a9%b4-%ec%96%bc%eb%a7%88%eb%82%98-%ec%a2%8b%ec%9d%84%ea%b9%8c/">&#8220;강물이 위로 흐른다면 얼마나 좋을까&#8221; &#8211; 부산국제영화제</a> ••• <a href="https://sewmew.co.kr/소소한-리-뷰-유코-히구치-특별展-비밀의-숲/">유코 히구치 특별展: 비밀의 숲</a>&nbsp;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e%91%ec%9d%80%ec%b1%85/">작은책</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b%85%b8%ec%95%88%e8%80%81%e7%9c%bcpresbyopia/">노안</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a%b0%ec%82%b0%ec%9d%84-%ec%83%80%eb%8d%94%eb%8b%88/">우산을 샀더니</a>&nbsp;</span></p>
</div>
<p>&nbsp;</p>
]]></content:encoded>
					
		
		
			</item>
		<item>
		<title>[소소한 리-뷰] 복숭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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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sewmew]]></dc:creator>
		<pubDate>Mon, 09 Sep 2024 04:23:50 +0000</pubDate>
				<category><![CDATA[소소한 리-뷰]]></category>
		<category><![CDATA[text-list]]></category>
		<category><![CDATA[가을]]></category>
		<category><![CDATA[딱복]]></category>
		<category><![CDATA[물복]]></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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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글: 이치코   가을입니다. 아직 더우시나고요? 전국적으로 30도를 웃도는 날씨를 어떻게   ...]]></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 style="text-align: right;"><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글: 이치코</span></p>
<p>&nbsp;</p>
<p>가을입니다.</p>
<p>아직 더우시나고요? 전국적으로 30도를 웃도는 날씨를 어떻게 가을이라 부를 수 있냐고요? 9월이니까요. 계절을 나누는 기준이 모두 같을 수는 없을 겁니다. 옷장을 정리하는 일로 한 계절을 떠나보내는 이들도 있을 테고, 잠자리의 이불을 바꾸는 것으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니까요. 누군가는 아침 최저기온이나 한낮의 최고기온을 기준으로 봄과 여름을, 가을과 겨울을 구분할 수도 있습니다. 개나리가 필 때를 봄이라 부르는 이들, 벚꽃이 만발해야 비로소 봄이 왔음을 인정하는 이들, 거리의 은행잎이 다 떨어진 걸 보고 가을이 끝났음을 실감하는 이들, 첫눈 소식을 듣기 전엔 겨울이 아니라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이들…. 저는 날짜를 기준으로 계절을 나눕니다. 3월부터 5월은 봄, 6월에서 8월은 여름, 가을은 9월에, 겨울은 12월에 시작합니다. 기후 위기가 아무리 지구적 차원에서 날씨를 뒤흔들어도 매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명확하게 각각의 계절이 시작합니다. 그래서 하늘이 두 쪽 나더라도 9월은 가을입니다. 상당히 더운 가을이긴 하지만요.</p>
<p>&nbsp;</p>
<p>여름이 끝났습니다.</p>
<p>여름의 기억으로 무엇을 남기셨나요? 저는 몇 년째 똑같은 기억뿐입니다. 복숭아, 여름이라고 하면 복숭아밖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복숭아 가득한 택배 박스를 열어 냉장고에 넣으며 여름의 한가운데로 들어가서 마지막 복숭아 한 입을 오물거리며 8월의, 그러니까 여름의 마지막 밤을 보냅니다.</p>
<p>— 아, 복숭아를 엄청 좋아하시나 보네요?</p>
<p>— 아뇨. 포도를 제일 좋아하는데요.</p>
<p>— 그런데 왜 여름 내내 복숭아를..?</p>
<p>&nbsp;</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10113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9/ian-baldwin-f7FwHomDgzg-unsplash-680px.jpg" alt="" width="680" height="453"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9/ian-baldwin-f7FwHomDgzg-unsplash-680px-200x133.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9/ian-baldwin-f7FwHomDgzg-unsplash-680px-300x200.jpg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9/ian-baldwin-f7FwHomDgzg-unsplash-680px-400x266.jp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9/ian-baldwin-f7FwHomDgzg-unsplash-680px-600x400.jpg 6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9/ian-baldwin-f7FwHomDgzg-unsplash-680px.jpg 680w" sizes="(max-width: 680px) 100vw, 680px"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사진: <a style="color: #808080;" href="https://unsplash.com/ko/%EC%82%AC%EC%A7%84/%EB%82%AE%EC%97%90-%EC%88%98%ED%99%95%ED%95%98%EC%A7%80-%EC%95%8A%EC%9D%80-%EC%9E%98-%EC%9D%B5%EC%9D%80-%EB%B3%B5%EC%88%AD%EC%95%84-%EC%97%B4%EB%A7%A4-f7FwHomDgzg?utm_content=creditCopyText&amp;utm_medium=referral&amp;utm_source=unsplash" target="_blank" rel="noopener">Unsplash</a>의<a style="color: #808080;" href="https://unsplash.com/ko/@ianebaldwin?utm_content=creditCopyText&amp;utm_medium=referral&amp;utm_source=unsplash" target="_blank" rel="noopener">Ian Baldwin</a></span></p>
<p>&nbsp;</p>
<p>부모님은 제가 여섯 살 되던 해 고향을 떠나 도시로 나왔습니다. 팍팍했던 시골의 삶에 질렸을 수도 있고, (당시로는) 마치 다른 세상으로 변신하는 것처럼 보였을 도시의 삶을 선망했을 수도 있습니다. 직접 여쭤본 적이 없으니 자세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추측건대 시골구석에서 농사 짓기가 싫어서 도망(?)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누구에게 얘길 듣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각색되긴 하지만 공통적으로 ‘농사 못 짓겠다’는 말을 했다는 얘기가 나오거든요. 아무튼 그렇게 30년 넘게 도시에서 살다가 십여 년 전에 다시 고향으로 내려가셨습니다. 오래전부터 계획되어 있었던 귀향인지 돌발적인 선택이었는지는 모를 일입니다. 역시 따로 여쭤보질 않아서.. 굳이 여쭤볼 만큼 중요한 일이란 생각도 안 들었고.. 마산이나 창녕이나, 어차피 서울에서 내려가려면 똑같이 3~4시간 거리인데 무슨 변화가 있을까, 저랑은 아무 상관 없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말이죠.</p>
<p>&nbsp;</p>
<p>부모님의 고향은 조부모님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증조부님 때 터를 잡고 살기 시작했으니 한 집안의 역사를 담고 있는 곳이죠.(제가 태어난 고향이기도 하고요. <span style="color: #ff5500;">‘</span><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ff5500;"><span style="text-decoration: underline;"><a style="color: #ff5500; text-decoration: underline;" href="https://sewmew.co.kr/%ec%9d%b4%ec%b9%98%ec%bd%94%ec%9d%98-%ec%bd%94%ec%8a%a4%eb%ac%98%ec%8a%a4-%ec%9b%90%eb%9e%98-%ec%9d%b4%eb%9f%b0-%ec%82%ac%eb%9e%8c%ec%9d%b4-%ec%95%84%eb%8b%8c%eb%8d%b0/" target="_blank" rel="noopener">[이치코의 코스묘스]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a></span>’</span> 참고) 당연히 농사로 살림을 꾸렸던 논이며 밭이며 있었을 테지만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며 모두 정리했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농사지을 사람도 없는데 그 외진 시골에 빈 땅을 가지고 있어 봐야 아무 쓸모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분명 논밭을 다 판 줄 알았는데, 동네 야산 기슭에 있는 밭 한 뙈기는 그대로 있었습니다. 밭 하나는 왜 남겼지? 그걸 보면 귀향을 오래전부터 계획하신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부모님 역시 한국인 유전자의 소유자인지라 귀향 후에 그 밭이 노는 꼴을 보지 못하셨던 것 같습니다. 간혹 고구마나 단감(은 밭에서 나는 건 아니지만 창녕 특산품 중 하나라..)이 택배로 도착하곤 했습니다. 박스 단위로 온다는 게 좀 곤란하긴 했지만, 농작물이 원래 조금만 심어도 수확량이 엄청나다 보니까 그냥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밭에는 고구마 말고도 분명 뭔가 더 있었을 테지만, 집에서 밥을 거의 해 먹지 않는다는 걸 부모님도 알고 있어서 밭작물을 무리해서 보내지도 않으셨고요.</p>
<p>&nbsp;</p>
<p><img decoding="async" class="size-full wp-image-10114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9/l_2021081301001710000147206-680px.webp" alt="" width="680" height="510"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9/l_2021081301001710000147206-680px-200x150.webp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9/l_2021081301001710000147206-680px-300x225.webp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9/l_2021081301001710000147206-680px-400x300.webp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9/l_2021081301001710000147206-680px-600x450.webp 6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9/l_2021081301001710000147206-680px.webp 680w" sizes="(max-width: 680px) 100vw, 680px"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딱복’의 대표 선수격인 ‘유명’ [경향신문에서 인용 / 사진 : 농촌진흥청]</span></p>
<p>&nbsp;</p>
<p>밭의 존재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크게 신경 쓸 일 없는 상태로 그렇게 몇 년을 지내던 어느 해 여름, 드디어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부모님이 보낸 택배 박스를 열었는데 복숭아가 잔뜩 들어 있었습니다. (보내면 보낸다고 말이라고 하시지..) 어머나 이게 뭐야. 맨날 보던 녀석들이 아니어서 얼마나 놀랐던지. 여기 복숭아가 왜 있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알고 보니 밭이 조금씩 과수원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복숭아나무 몇 그루를 시작으로 매년 과수를 심어 왔던 것이죠. 먼저 심은 나무들이 자라서 첫 수확을 하게 됐던 것이고요. 나중에 과수원으로 변모한 밭을 직접 가봤더니 자두, 복숭아, 사과 나무들이 스물대여섯 그루 가까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넝쿨로 자라는 포도와 키위도 보였고요. 아니 노인네 둘이서 언제 이렇게.. 100평 남짓한 땅이었으니 망정이지 더 넓었다면 아예 기업형 과수원을 운영할 태세였습니다. 과수 중엔 복숭아가 제일 많았고, 나중에 심은 나무도 커가면서 초반에 한두 박스 오던 택배가 어느 해부턴가 (특별히 흉년만 아니라면) 네 박스씩 꼬박꼬박 도착하고 있습니다.</p>
<p>&nbsp;</p>
<div id="letter">복숭아 네 박스를, 평소 과일을 즐겨 먹는 편이 아닌 두 사람이 7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정해진 기한 내에 소비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한 박스에 거의 서른 개가 들었는데, 6주 동안 매일 3개씩 조져야(!) 다 먹을 수 있다는 얘긴데 저는 복숭아를 그렇게 못 먹습니다. 포도라면 몰라도.. 어쨌거나 일단 주변에 최대한 나눠 줍니다. 근데 매년 편차가 커서 얼마를 나눌 수 있을지 예상할 수 없습니다. 근방에 친구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복숭아 몇 개 나눔하자고 따로 약속을 잡을 일은 아니라서, 우연히 사람들을 자주 만나면 복숭아가 팍팍 줄어드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1차분 복숭아도 채 소진하기 전에 3차분까지 도착하는 사태가 생기곤 합니다. 사무실 근처의 단골 가게들도 나눠보지만 여름 내내 냉장고엔 언제나 복숭아가 가득합니다.</div>
<p>&nbsp;</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10116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9/l_2021081301001710000147209-680px.webp" alt="" width="680" height="426"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9/l_2021081301001710000147209-680px-200x125.webp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9/l_2021081301001710000147209-680px-300x188.webp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9/l_2021081301001710000147209-680px-400x251.webp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9/l_2021081301001710000147209-680px-600x376.webp 6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9/l_2021081301001710000147209-680px.webp 680w" sizes="(max-width: 680px) 100vw, 680px"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2017년 국내에서 육성된 속이 하얀 천도종인 ‘이노센스’ [경향신문에서 인용 / 사진 : 농촌진흥청]</span></p>
<p>&nbsp;</p>
<p>김치냉장고라도 있으면 어느 정도까지는 장기 보관이 가능할 텐데 집에는 그 흔한 4도어 냉장고도 없습니다. (음식을 안 만드니) 냉장고에 뭘 넣을 일이 없어서 대개는 텅 비어 있는, 위아래 2단으로 된 436리터짜리밖에 없습니다. 연식도 오래돼서 비실거리는 냉장고라서 거기 보관해 봤자 복숭아는 빠르게 쭈글쭈글해집니다. 어머니는 (본인도 그만큼의 양을 둘이 다 먹기는 벅차다는 걸 아시는지) 복숭아를 키친타월로 감싸서 밀폐용기에 담아 보관하면 오래간다고 말씀하셨지만 복숭아가 들어갈 만큼, 그것도 박스를 소분해서 넣을 만큼 큰 밀폐용기가 집에 없는걸요. 그렇다면 ‘지퍼백에 나눠 담아도 될 텐데’라고 혹시 생각하셨나요? 과연 지퍼백이라고 있을까요.. 사실 어떻게 잘 보관한다고 해서 복숭아를 제철에 수확해서 박스째 보내는 속도를 감당하기는 힘듭니다. 그저 최대한 빨리 소비할 수밖에요. 복숭아 청도 만들고 통조림(황도)를 만들어 보기도 합니다.(그 와중에도 귀차니즘이 발동해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잼은 시도하지 않고요..) 하지만 최종적인 해결책은 결국 부지런히, 많이 먹는 것으로 귀결됩니다.</p>
<p>&nbsp;</p>
<p>올해 여름도 정말 열심히 복숭아를 깎았습니다. 당신에게 여름의 기억은 무엇인가요? 라고 물으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복숭아! 라고 대답할 수 있을 만큼요. 그런데 몇 년째 물리고 질릴 만큼 복숭아를 먹어 오면서도 복숭아에 관해 별로 아는 게 없다는 걸 최근에야 문득 깨달았습니다. 박스를 열었을 때 겉모습만 보고는 딱복인 줄 알았습니다. 복숭아 색깔도 그랬고 만졌을 때 단단함이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막상 먹어보니까 거의 물복에 가까웠습니다. 과육이 몰랑거렸고 달콤함이 진했습니다. 이건 뭔가 좀 다른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제대로 설명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아, 복숭아에 관해 아는 게 하나도 없구나! 시장이나 마트에서 그만큼의 복숭아를 사 먹었다면 차라리 뭔가를 좀 알았을 텐데, 매년 도착하는 택배를 기계적으로 처분(?)하다 보니, 복숭아에 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크기가 비교적 작고 반들반들하면 천도복숭아, 색이 좀 연하고 아삭거리는 식감이 있으면 딱복, 노랗게 잘 익어 입안에서 몰랑거리면 물복, 그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이렇게 무식해서야.. 복숭아 먹을 자격도 없는 놈 같으니!</p>
<p>&nbsp;</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10117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9/l_2021081301001710000147205-680px.webp" alt="" width="680" height="453"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9/l_2021081301001710000147205-680px-200x133.webp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9/l_2021081301001710000147205-680px-300x200.webp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9/l_2021081301001710000147205-680px-400x266.webp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9/l_2021081301001710000147205-680px-600x400.webp 6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9/l_2021081301001710000147205-680px.webp 680w" sizes="(max-width: 680px) 100vw, 680px"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9월 상중순에 출하되는 황육계 털복숭아인 &#8216;장호원황도&#8217; [경향신문에서 인용 / 사진 : 농촌진흥청]</span></p>
<p>&nbsp;</p>
<p>그래서 복숭아에 관해 찾아봤습니다.<span style="color: #ff5500;"><sup>*</sup></span></p>
<p>&nbsp;</p>
<p style="padding-left: 40px;">• 역사 : 원산지는 중국 화북의 고원지대. 동양 문화권에서는 무릉도원, 선과 등 신선(神仙)의 과일로 여겨졌고 장수와 불로장생의 과일로 불렸다. 서양 문화권에는 기원 전 2~1세기경에 페르시아를 통해 전파되었다. <span style="font-size: 13px; font-family: helvetica;">[알렉산드로스 대왕의 페르시아 원정 때 전해졌다는 설도 있으나 고고학적 증거가 발견된 적은 없다고 하네요.]</span>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페르시아 사과’로 불렸으며 학명Prunus persica 역시 페르시아를 포함하고 있다. 1902년 경기도 부천에서 최초로 근대적인 재배가 시작되었으며 지금은 경북이 전국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최대 생산지이다. 가장 유명한 축제는 조치원복숭아축제이다.</p>
<p>&nbsp;</p>
<p style="padding-left: 40px;">• 품종 : 국내 유통되는 복숭아 품종은 100가지가 넘는다. <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3px;">[세상에!]</span> 크게 유모계와 무모계로 나뉘며 털 있는 복숭아는 황도와 백도가 대표적이고 털 없는 복숭아는 천도 품종이 있다. 2017년 기준 전체 재배 면적 중 83%가 유모계, 17%가 무모계이다. 우리는 유모계와 무모계 모두 복숭아라고 부르고 있으나 서양에서는 서로 다른 이름(peach/nectarine)으로 불린다. <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3px;">[아예 다른 과일로 취급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span> 2013년에 복숭아 게놈이 모두 해독되었는데 과육이 흰 백도에서 유전자 하나에 돌연변이가 생겨 과육이 노란 황도가 나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백도는 향이 짙으며 황도는 향이 옅은 대신 단맛이 더 많다. 황도와 백도 모두 각각의 딱복과 물복 품종이 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재배된 ‘유명’은 1977년 육성된 한국 1호 복숭아 품종(백도/딱복)이다. 이후 ‘미홍’, ‘수미’ 같은 백도 품종이 개발되었으며 최근에는 ‘옐로드림’, ‘스위트퀸’처럼 당도를 높이고 신맛을 줄인 품종이 인기를 얻고 있다.</p>
<p>&nbsp;</p>
<p style="padding-left: 40px;">• 유통 및 보관 : <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3px;">[이 부분은 충격적입니다. 내가 알던 거 다 틀렸어..]</span> 농촌진흥청의 ‘복숭아 적기수확 및 수확 후 관리요령’에 따르면, 복숭아는 상온에서 유통 시 쉽게 연화되어 부패하며, 사과, 배 등과 달리 장기간 저온 저장하면 식미도의 감소 및 저온장해과가 발생하여 장기 저온 저장이 곤란하다. <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3px;">[그래서 복숭아는 오직 여름 한 철에만!]</span> 또한 복숭아는 10℃이하의 온도에서 장기간 저장하게 되면 과육의 섬유질화 및 과육 갈변 등 저온장해 현상이 나타나며, 모든 품종은 5℃ 미만의 온도에 노출되면 단맛과 향이 저하될 수 있다. 다만 부득이하게 저장 기간이 길어질 때는 중간에 온도 상승(25℃)을 한번 시켜주면 저온 장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백도계의 상온 유통 한계일는 2~5일이고 적정 저장 온도는 8~10℃(저온 유통 한계일 1~2주), 황도계의 상온 유통 한계일는 4~7일이고 적정 저장 온도는 5~8℃(저온 유통 한계일 3~4주), 천도계의 상온 유통 한계일은 5~10일이고 적정 저장 온도는 5~8℃(저온 유통 한계일 2~3주)이다. <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3px;">[냉장고 냉장실의 온도가 1~3℃, 김치냉장고의 온도가 -2~0℃이므로 복숭아를 냉장고에 넣는 순간 맛과 향 모두 저하된다는 얘기고, 가정에서 적정 온도로 복숭아를 보관할 방법은 없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니 복숭아는 냉장고에 넣지 말고 상온 유통 한계일이 지나기 전에, 가능하면 사자마자 곧바로(유통/판매 과정에서 날짜를 잡아먹을 테니까) 먹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1주일에 한 박스씩이라니..]</span></p>
<p>&nbsp;</p>
<p>자료를 찾다 보니 의외로 복숭아의 효능에 관해선 구체적인 정보가 없습니다. 식당 벽에 붙어 있을 법한, 들깨/콩/호박/감자에 갖다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소화촉진, 피부미용, 다이어트, 니코틴 해독’ 같은 뻔한 얘기들만 있더라고요. 동의보감 같은 옛 문헌에도 복숭아의 씨, 꽃, 잎, 가지 등을 언급하고 있을 뿐인 것처럼 보이고요. 건강/의학적으로야 별 효능이 없을지 몰라도 (그만큼 맛있으면 그게 곧 효능이죠!) 저한테는 특별한 효능이 있습니다. 복숭아는 여름을 기억하게 해줍니다. 한 계절의 기억을 오롯이 담을 수 있는 과일이 있어 다행입니다. 냉장고에 잔뜩 쌓인 복숭아 더미를 보며 곤란함을 느낀 적도 있지만 그래도 매일 깎고 자르고 먹었던 복숭아들 사이사이로 여름의 기억을 훨씬 선명하게 차곡차곡 쌓을 수 있었습니다. 복숭아가 없어도 여름은 여름이겠지만, 폭염을 견디는 일도 일상을 기억하는 일도 훨씬 밋밋했을 것입니다. 시간이 한참 흘러도 여전히 저는, 여름을 복숭아로 기억할 듯합니다. 제일 좋아하는 과일은 포도지만 말이에요.</p>
<p>&nbsp;</p>
<p>추신) 여름 끝난 지금 (너무나 덥지만요..!) 아직 복숭아를 충분히 즐기시지 못했다고 아쉬워하지는 마세요. 8월을 지나 9월 늦게는 10월까지 출하되는 만생종 품종들이 있으니까요. 조생종~만생종을 나누는 기준은 꽃이 만개한 후 수확할 때까지의 기간이고, 만생종인 ‘수미’는 만개 후 135~145일경인 9월 상순에, &#8216;장호원황도&#8217;는 145~155일경인 9월 중순에 수확한다고 합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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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pan style="color: #ff5500;">*</span><br /><a href="https://www.ekr.or.kr/Kkrpub/webzine/2022/08/subpage-002.html" target="_blank" rel="noopen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https://www.ekr.or.kr/Kkrpub/webzine/2022/08/subpage-002.html</span></a></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a style="color: #808080;" href="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23685" target="_blank" rel="noopener">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23685</a></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a style="color: #808080;" href="https://en.wikipedia.org/wiki/Peach" target="_blank" rel="noopener">https://en.wikipedia.org/wiki/Peach</a></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a style="color: #808080;" href="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29414" target="_blank" rel="noopener">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29414</a></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a style="color: #808080;" href="https://www.grandculture.net/bucheon/toc/GC01602004" target="_blank" rel="noopener">https://www.grandculture.net/bucheon/toc/GC01602004</a></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a style="color: #808080;" href="http://dailydgnews.com/news/article.html?no=126291" target="_blank" rel="noopener">http://dailydgnews.com/news/article.html?no=126291</a></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a style="color: #808080;" href="https://www.khan.co.kr/life/life-general/article/202108130953001" target="_blank" rel="noopener">https://www.khan.co.kr/life/life-general/article/202108130953001</a></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a style="color: #808080;" href="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53266.html" target="_blank" rel="noopener">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53266.html</a></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a style="color: #808080;" href="https://www.rda.go.kr/middlePopOpenPopNongsaroDBView.do?no=1178" target="_blank" rel="noopener">https://www.rda.go.kr/middlePopOpenPopNongsaroDBView.do?no=1178</a></span></p>
<p>&nbsp;</p>
<p>&nbsp;</p>
<p><img decoding="async"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7/sewmew-line-2.png" /></p>
<p>&nbsp;</p>

<div style="border-left: 6px solid #6e6e6e; padding: 10px 20px 10px 20px; background-color: #eeeeee;">
<p>&#8216;소소한 리-뷰&#8217;는 [월간소묘 : 레터]에 연재되고 있습니다.</p>
<p><img decoding="async" style="float: left; margin-right: 5px;"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1/letter.png" width="25px" /><a href="https://sewmew.co.kr/letter" target="_blank" rel="noopener noreferrer"><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구독하기</span></strong></a></p>
</div>
<p> </p>



<div style="border: 1px solid #999999; padding: 20px;">
<p>[소소한 리-뷰]</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2024년 &#8211;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c%a4%ea%b3%a0%ec%9d%80-%ea%b9%80%ec%b4%88%ec%97%bd-%ec%a0%95%ec%84%b8%eb%9e%91/">윤고은/김초엽/정세랑</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5%84%ec%a3%bc-%ec%bb%a4%eb%8b%a4%eb%9e%80-%ed%9c%b4%ec%8b%9d-way-back-home/">아주 커다란 휴식 Way Back Home</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82%ac%eb%9e%91%ea%b3%bc-%ec%9a%b0%ec%a0%95%ec%9d%98-%ec%8a%a4%ed%8f%ac%ec%b8%a0-%ec%97%ac%ec%9e%90%eb%b0%b0%ea%b5%ac/">사랑과 우정의 스포츠, 여자배구</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a%94%eb%ac%bc-%ec%9a%b0%eb%a6%ac%eb%a5%bc-%ed%99%80%eb%a6%b0-%ea%b3%a0%ec%96%91%ec%9d%b4/">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B%B3%B5%EC%88%AD%EC%95%84/">복숭아</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a%b0%95%eb%ac%bc%ec%9d%b4-%ec%9c%84%eb%a1%9c-%ed%9d%90%eb%a5%b8%eb%8b%a4%eb%a9%b4-%ec%96%bc%eb%a7%88%eb%82%98-%ec%a2%8b%ec%9d%84%ea%b9%8c/">&#8220;강물이 위로 흐른다면 얼마나 좋을까&#8221; &#8211; 부산국제영화제</a> ••• <a href="https://sewmew.co.kr/소소한-리-뷰-유코-히구치-특별展-비밀의-숲/">유코 히구치 특별展: 비밀의 숲</a>&nbsp;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e%91%ec%9d%80%ec%b1%85/">작은책</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b%85%b8%ec%95%88%e8%80%81%e7%9c%bcpresbyopia/">노안</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a%b0%ec%82%b0%ec%9d%84-%ec%83%80%eb%8d%94%eb%8b%88/">우산을 샀더니</a>&nbsp;</span></p>
</div>
<p>&nbsp;</p>
]]></content:encoded>
					
		
		
			</item>
		<item>
		<title>[소소한 리-뷰]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title>
		<link>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a%94%eb%ac%bc-%ec%9a%b0%eb%a6%ac%eb%a5%bc-%ed%99%80%eb%a6%b0-%ea%b3%a0%ec%96%91%ec%9d%b4/</link>
		
		<dc:creator><![CDATA[sewmew]]></dc:creator>
		<pubDate>Mon, 10 Jun 2024 11:39:29 +0000</pubDate>
				<category><![CDATA[소소한 리-뷰]]></category>
		<category><![CDATA[image-list]]></category>
		<category><![CDATA[경복궁]]></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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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CDATA[국립민속박물관]]></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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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글: 이치코   G11N. Globalization. 세계화. 자본주의 경제의 확장이나 국  ...]]></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 style="text-align: right;"><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글: 이치코</span></p>
<p>&nbsp;</p>
<p>G11N. Globalization. 세계화.</p>
<p>자본주의 경제의 확장이나 국가들 사이의 정치적 헤게모니 싸움이 연상되는 이 뾰족한 단어는, 의외의 부드러운 뜻으로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를 이해하고 받아들임. 또는 그렇게 되게 함.” 서로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것 같네요. 그런데 세계화라는 단어가 정말 그런 느낌인가?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두 번째, 세 번째 의미들이 추가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계화라는 단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IMF 재난을 온몸으로 겪은 세대가 여전히 사회의 중장년층에 포진하고 있는 한국 사회라면 말이죠. 그래도 표준국어대사전의 첫 번째(이자 현재로서는 유일한) 뜻이 의미 없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특정 기업이나 국가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국경을 무력화하고 억압과 착취를 지구 전역으로 무한히 확장하는 그런 살벌한 세계화가 아니라도, 우린 이미 각자의 삶에서 다양한 세계화를 경험하고 있으니까요.</p>
<p>&nbsp;</p>
<p>어느 분야가 되었건 무엇을 많이 좋아하다 보면 언젠가는 국가의 테두리가 좁다고 느껴지는 때가 반드시 있습니다. 덕후의 존재란 그런 것입니다. 덕질이란 필연적으로 세계화, 그러니까 여러 나라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길입니다. 아름다운 길이지요. 책을 예로 들면, 어떤 주제 혹은 장르를 꾸준히 읽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다른 언어로 쓰인 책까지 관심을 확장하게 됩니다. 피할 수 없는 길입니다. 그 책이 이미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 다행이네요. 하지만 모든 책이 번역 출판될 수는 없는 터라 우리는 시도 때도 없이 외국어라는 벽 앞에서 좌절하게 됩니다. 세계화 시대에 책을 구하는 거야 일도 아닌데 펼쳐봤자 검은 것은 글씨요 흰 것은 종이라면…. 그래서 관심 가는 외서를 만났을 때 보통의 독자들은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p>
<p>‘번역본은 언제 나올라나?’ 또는 ‘이거 번역되면 좋을 텐데…’</p>
<p>&nbsp;</p>
<p>여기서 출판인들은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좋은 외서를 찾아다니는 게 업무다 보니까요.</p>
<p>‘판권이 아직 살아 있으려나? 선인세는 얼마쯤일까?’</p>
<p>그 책을 자신이 출판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그렇습니다. 책을 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지레 포기하게 되거나, 책을 내기 위한 구체적 절차를 준비하곤 합니다. 이때 어떤 선택을 할지는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비슷한 상황이라도 개인의 모험 성향에 따라 차이가 생기곤 하죠.(하루키의 소설 신작이 일본에서 출간되었는데 선인세가 얼마쯤일지 고민하며 판권을 문의하는 1인 출판사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하지만, 루피가 해적왕이 되기 위해 혈혈단신으로 위대한 항로에 몸을 던지듯 모험심 강한 1인 출판사가 또 아예 없지는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만약 자신이 출판할 수 없는 경우라면(대개는 주제나 장르의 제약 때문에) 이때는 대부분의 출판인들이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p>
<p>‘아, ㅇㅇ출판사에서 내줬으면 좋겠다.’</p>
<p>&nbsp;</p>
<p>저 역시 얼마 전에 그런 책이 있습니다. &lt;Marx for Cats : A Radical Bestiary&gt; 고양이를 위한 마르크스라니, 제목을 보는 순간 눈이 뿅-하고 튀어 나올 뻔했습니다. 듀크대학교 출판부에서 나왔으니 아마 학술서 같은데… 홈페이지에 있는 책 소개글을 번역기로 돌렸더니 궁금증은 더 커져갔습니다.</p>
<p>&nbsp;</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9933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6/978-1-4780-1925-1_pr-350px.jpg" alt="" width="350" height="560"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6/978-1-4780-1925-1_pr-350px-188x300.jpg 188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6/978-1-4780-1925-1_pr-350px-200x320.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6/978-1-4780-1925-1_pr-350px.jpg 350w" sizes="(max-width: 350px) 100vw, 350px"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lt;Marx for Cats&gt;</span></p>
<p>&nbsp;</p>
<p>“『고양이를 위한 마르크스』의 서두에서 Leigh Claire La Berge는 &#8220;모든 역사는 고양이 투쟁의 역사&#8221;라고 선언합니다. 마르크스주의 비평에 맞게 중세 설화 형식을 수정한 La Berge는 서양 경제사를 통해 고양이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마르크스주의의 핵심에 있는 동물성을 드러냅니다. 그녀는 자본주의의 봉건적 선사시대, 식민주의와 제국주의 시대, 자본주의를 지지했던 부르주아 혁명과 이에 반대했던 공산주의 혁명을 아우르는 1,200년의 역사를 통해 고양이가 오랫동안 경제 비판과 해방 가능성의 동물로 이해되어 온 과정을 설명합니다. 사자, 호랑이, 살쾡이, &#8216;사보태비&#8217;의 반복적인 기록적 등장에 주목함으로써 La Berge는 고양이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경제를 상상하는 방식에 중심이 되었다고 주장하며, 생태 위기의 순간에 인간과 동물이 서로에게 무엇을 빚지고 있는지 질문함으로써 생태사회주의의 필요성과 가능성에 대한 현재의 논쟁에 동참합니다.”<sup><span style="color: #ff5500;">*</span></sup></p>
<p>&nbsp;</p>
<p>모든 역사는 고양이 투쟁의 역사, 마르크스주의의 핵심에 있는 동물성, 고양이가 오랫동안 경제 비판과 해방 가능성의 동물로 이해되어 온 과정, ‘사보태비sabo-tabbies’의 반복적인 기록적 등장, 생태 위기의 순간에 인간과 동물이 서로에게 무엇을 빚지고 있는지 질문함으로써… 정말 멋진 말들의 향연입니다. 그런데 이 책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한들 오후의 소묘에서 낼 수는 없는 노릇이고, 듀오링고 연속학습기록 504일 차에 접어드는 실력으로 과연 이 책을 영어로 읽을 수 있을까 0.5초 정도 고민도 해봤지만 역시 논리적인 결론은 단 하나, 전진입니다,가 아니라,(이미화 작가님의 신간 &lt;엔딩까지 천천히&gt;를 보셔야 이게 개그가 되는데…)</p>
<p>“ㅇㅇ출판사에서 내줬으면 좋겠다.”</p>
<p>&nbsp;</p>
<p>대체 무슨 얘길 하려고 이러는 건가 갸웃하실 수도 있는데요. 오늘은 &lt;소소한 리-뷰&gt; 코너지만 고양이 얘기를 하는 날입니다.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절대’라거나 ‘무조건’이라는 표현을 쓰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떤 일이건 다수의 이해가 충돌하고 여러 입장이 얽혀 있는 건 물론이고 좋음과 나쁨의 경계마저 뿌옇게 흐려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절대 그렇다/그렇지 않다, 무조건 맞다/아니다, 라는 말이 누군가에게 잠깐의 쾌감을 선사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웬만하면 몇 배의 곤란함을 동반하게 됩니다. 종교나 왕권이 모든 가치 판단을 독점한 상황이 아니라면, 인간 사회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반드시 그런 건 없습니다. 절대 없는데, 무조건 없는 게 맞는데 말입니다. 어떨 땐 또 있기도 하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엔 무언가 고양이가 엮이면 그렇습니다. 고양이이라면 무조건 인정이지, 가 되어버리는 상황인 거죠. 평소라면 영어로 408쪽이나 되는 사회 경제학 책을 보고 무턱대고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을 겁니다. &lt;Marx for Cats&gt;에 관심이 갔던 이유는 오직 고양이가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고양이라면 절대적으로 궁금할 수밖에요!</p>
<p>&nbsp;</p>
<p>국립민속박물관에서 그렇게 절대적으로 옳으며 무조건 가봐야 할 전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lt;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gt; 여기도 제목부터 예술입니다. 홈페이지에 소개된 전시 개요를 한번 보실까요?</p>
<p>&nbsp;</p>
<p>“고양이는 일찍이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큰 눈, 조그만 코, 통통한 볼과 3.6kg의 평균 체중을 가진 고양이는 사람 아기와 비슷한 외형과 체구로 우리의 보호본능을 일으키며 야생에서 도도하게 살다가도 필요할 때는 인간을 찾아와 애교를 부리며 노련하게 인간을 조종해 왔습니다. 이 뻔뻔하고 귀여운 생명체에게 옛사람들은 자신의 고기반찬을 내어주었고 요즘 사람들은 기꺼이 자신을 ‘집사’로 칭하며 지갑을 엽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예로부터 지금까지 고양이에게 홀려 온 우리 인간들을 깨우치기 위해 이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이제부터 우리는 고양이들의 무시무시한 세계 정복의 비밀을 파헤칠 것입니다.”</p>
<p>&nbsp;</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9938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6/IMG_3285-1.jpeg" alt="" width="680" height="680"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6/IMG_3285-1-66x66.jpeg 66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6/IMG_3285-1-150x150.jpeg 15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6/IMG_3285-1-200x200.jpe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6/IMG_3285-1-300x300.jpeg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6/IMG_3285-1-400x400.jpe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6/IMG_3285-1-600x600.jpeg 6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6/IMG_3285-1.jpeg 680w" sizes="(max-width: 680px) 100vw, 680px" /></p>
<p>&nbsp;</p>
<p>고양이들의 무시무시한 세계 정복의 비밀이라니요. 소개글을 보니 모든 역사는 고양이 투쟁의 역사라고 한 &lt;Marx for Cats&gt;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네요. 역시 고양이는 무조건 인정이라니까요 :)</p>
<p>&nbsp;</p>
<p>&lt;요물&gt; 전시는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는 ‘귀엽고 요망한 고양이’라는 제목이고 그 속에 다시 3개의 소제목 전시들이 있는데, 1-1장은 ‘매력적인 고양이’라는 제목으로 고양이의 기초적인 생김새와 특징부터 시작해서, 고양이에 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친절한 설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1-2장은 ‘우리 곁의 고양이’인데요. 역사 속 기록이나 그림에 등장하는 고양이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실 1-2장이 전시의 메인 콘텐츠인 줄 알았습니다. 아무래도 전시 장소가 ‘국립민속박물관’이니까요. 저뿐만 아니라 많이들 그렇게 기대하지 않았을까 싶긴 하지만… 애석하게도 고양이와 관련된 역사 자료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약간 실망스럽기도 하고 뭔가 이상한데 싶어 전시 소개를 봤더니 이상한 게 아니었습니다. 전시 소개 어디에도 ‘유물 전시’라는 말은 없었습니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고양이에게 홀려 온 우리 인간들을 깨우치기 위해” 준비한 이 전시는 고양이-인간 관계의 역사를 짚어보는 전시였던 것입니다. 전시에 각종 유물이 있을 거라는 기대는 단순한 착각이었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이라는 이름에 홀린 거죠. 고양이한테 홀렸거나요.</p>
<p>&nbsp;</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9931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6/IMG_3317.jpeg" alt="" width="680" height="510"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6/IMG_3317-200x150.jpe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6/IMG_3317-300x225.jpeg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6/IMG_3317-400x300.jpe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6/IMG_3317-600x450.jpeg 6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6/IMG_3317.jpeg 680w" sizes="(max-width: 680px) 100vw, 680px" /></p>
<p>&nbsp;</p>
<p>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한 여성이 자신이 아끼던 고양이에게 복수를 부탁하고, 고양이 귀신이 복수를 행하는 내용을 담은 &lt;살인마&gt;라는 영화가 상영되고 있는 1-3장 ‘고양이의 이면’에는 각 지방에서 수집한 고양이와 관련 (민담이나 설화 풍의) 이야기의 녹취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금에야 ‘나만 없어 고양이’ 열풍이라고 할 정도로 사랑스러운 존재가 되었지만 고양이에 대한 사회적 시각이 늘 호의적이었던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1-3장에서는 “밤에 활동하며 발소리를 내지 않고 은밀하게 움직이는 특성 때문에 어둡고 부정적인 존재로 여겨지기도 했”던 고양이의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p>
<p>&nbsp;</p>
<p>2부에서는 반려동물로서의 고양이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제목마저 ‘안방을 차지한 고양이’이고요. 2-1장 ‘고양이의 지구정복’에서는 고양이와 인간이 관계 맺은 역사, 세계 각국의 고양이 관련 문화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의 12지에는 고양이가 들어가 있으며 일본에서 고양이는 행운의 상징(마네키네코)이라는 내용 등이죠. 2-2장 ‘집사와 주인님’에서는 본격적인 현대 반려묘 문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반려인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들이라 이게 전시인가, 싶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고양이와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재밌고 유용한 내용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2-3장은… 사실 여기서 충격을 좀 받았습니다.</p>
<p>&nbsp;</p>
<p>관람 동선을 쭉 따라오면서 전시의 콘셉트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이미 단정 짓고 있었습니다. 이 전시는 고양이를 반려하고 있지 않은, 고양이라는 세계와 관계 맺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현장 교육 느낌의 전시다, 라고 말이죠. 그런데 2-3장의 소제목이 ‘무지개다리 건너 고양이별’이었습니다. 이 전시는 공간도 다른 전시와는 단절되는 것처럼 분리되어 있었고 조명이나 작품 배치도 완전히 달랐습니다. 차분히 생각하며 걷을 수 있게 만든 느낌이었는데, 첫인상은 이거 좀 센데…였습니다. 이별은커녕 고양이 반려 경험도 없는 사람들 눈높이에서 전시를 진행하다가 갑자기 ‘펫로스’라니요. 하지만 금방 수긍이 가더라고요. 고양이를 사랑하는 일에, 특히 반려 관계를 맺게 된다면 가장 중요한 건 한 생명에 대한 책임입니다. 그 책임의 가장 깊고 무거운 자리엔 당연히 죽음과 이별이라는 필연의 과정이 존재하고요. 슬프다고 피할 수도 무섭다고 도망갈 수도 없는 길입니다. 당연히 고양이 전시에서도 빠져서는 안 되는 내용이죠. 2-3장은 전시를 기획한 사람들이 얼마나 고민했을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고 아무튼 의외의 공간이었습니다.</p>
<p>&nbsp;</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9935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6/IMG_3306.jpeg" alt="" width="680" height="510"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6/IMG_3306-200x150.jpe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6/IMG_3306-300x225.jpeg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6/IMG_3306-400x300.jpe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6/IMG_3306-600x450.jpeg 6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6/IMG_3306.jpeg 680w" sizes="(max-width: 680px) 100vw, 680px" /></p>
<p>&nbsp;</p>
<p>3부에서 ‘우리 동네 고양이’라는 제목과 ‘공존을 위한 모색’이라는 소제목으로 길냥이 관련 이야기를 보여주며 전시는 마무리됩니다. 3부 내용이 조금 더 풍부했으면 어땠을까 싶은 미련이 남긴 했지만, 전시 준비 과정에 여러 제약 등이 있었을 수도 있으니까 그냥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좋은 전시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고양이에 관한 민속 유물 전시일 것이다, 라는 지레짐작은 비록 초장에 박살 났지만, 1부에서 3부까지 차례를 따라 관람하다 보니 전시 기획의 의도가 분명히 느껴졌습니다. 우리를 홀린 고양이. 고양이가 얼마나 매력적인 동물이며 또 얼마나 오랫동안 인간과 관계를 맺어왔는지, 고양이를 사랑하고 돌보는 일은 어떤 일인지, (반려나 길고양이 돌봄 등) 만약 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생겼을 때 어떻게 준비하고 행동하면 되는지를 친절하고 상세하게 알려주는 지침서 같은 전시였습니다. 물론 그것이 단점일 수도 있습니다. 고양이 관련 페어를 제집처럼 들락거리며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기른다’를 신조로 삼는 고양이 덕후 혹은 반려인이라면 &lt;요물&gt; 전시가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엔 고양에 이미 홀린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렇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기에 아직 고양이한테 홀리지 않은 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이 전시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야만 합니다. 그리고 고양이한테 진정으로 홀린 사람이라면 절대 이 전시에 실망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왜냐고요? 고양이라면 무조건 인정,이니까요.</p>
<p>&nbsp;</p>
<p style="text-align: center;"><div  id="jtg-9940" class="modula modula-gallery modula-creative-gallery" data-config="{&quot;height&quot;:540,&quot;tabletHeight&quot;:540,&quot;mobileHeight&quot;:540,&quot;desktopHeight&quot;:540,&quot;enableTwitter&quot;:false,&quot;enableWhatsapp&quot;:false,&quot;enableFacebook&quot;:false,&quot;enablePinterest&quot;:false,&quot;enableLinkedin&quot;:false,&quot;enableEmail&quot;:false,&quot;randomFactor&quot;:1,&quot;type&quot;:&quot;creative-gallery&quot;,&quot;columns&quot;:12,&quot;gutter&quot;:10,&quot;mobileGutter&quot;:10,&quot;tabletGutter&quot;:10,&quot;desktopGutter&quot;:10,&quot;enableResponsive&quot;:&quot;0&quot;,&quot;tabletColumns&quot;:2,&quot;mobileColumns&quot;:1,&quot;lazyLoad&quot;:0,&quot;lightboxOpts&quot;:{&quot;animated&quot;:true,&quot;Thumbs&quot;:{&quot;type&quot;:&quot;modern&quot;,&quot;showOnStart&quot;:false},&quot;Toolbar&quot;:{&quot;display&quot;:{&quot;right&quot;:[&quot;close&quot;]},&quot;enabled&quot;:true},&quot;Carousel&quot;:{&quot;Panzoom&quot;:{&quot;touch&quot;:true},&quot;infinite&quot;:false},&quot;keyboard&quot;:{&quot;Escape&quot;:&quot;close&quot;,&quot;Delete&quot;:&quot;close&quot;,&quot;Backspace&quot;:&quot;close&quot;,&quot;PageUp&quot;:&quot;next&quot;,&quot;PageDown&quot;:&quot;prev&quot;,&quot;ArrowUp&quot;:&quot;prev&quot;,&quot;ArrowDown&quot;:&quot;next&quot;,&quot;ArrowRight&quot;:&quot;next&quot;,&quot;ArrowLeft&quot;:&quot;prev&quot;},&quot;wheel&quot;:&quot;slide&quot;,&quot;touch&quot;:true,&quot;backdropClick&quot;:&quot;close&quot;,&quot;l10n&quot;:{&quot;CLOSE&quot;:&quot;Close&quot;,&quot;NEXT&quot;:&quot;Next&quot;,&quot;PREV&quot;:&quot;Previous&quot;,&quot;Error&quot;:&quot;The requested content cannot be loaded. Please try again later.&quot;,&quot;PLAY_START&quot;:&quot;Start slideshow&quot;,&quot;PLAY_STOP&quot;:&quot;Pause slideshow&quot;,&quot;FULL_SCREEN&quot;:&quot;Full screen&quot;,&quot;THUMBS&quot;:&quot;Thumbnails&quot;,&quot;DOWNLOAD&quot;:&quot;Download&quot;,&quot;SHARE&quot;:&quot;Share&quot;,&quot;ZOOM&quot;:&quot;Zoom&quot;,&quot;EMAIL&quot;:&quot;Here is the link to the image : %%image_link%% and this is the link to the gallery : %%gallery_link%%&quot;,&quot;MODAL&quot;:&quot;You can close this modal content with the ESC key&quot;,&quot;ERROR&quot;:&quot;Something Went Wrong, Please Try Again Later&quot;,&quot;IMAGE_ERROR&quot;:&quot;Image Not Found&quot;,&quot;ELEMENT_NOT_FOUND&quot;:&quot;HTML Element Not Found&quot;,&quot;AJAX_NOT_FOUND&quot;:&quot;Error Loading AJAX : Not Found&quot;,&quot;AJAX_FORBIDDEN&quot;:&quot;Error Loading AJAX : Forbidden&quot;,&quot;IFRAME_ERROR&quot;:&quot;Error Loading Page&quot;,&quot;TOGGLE_ZOOM&quot;:&quot;Toggle zoom level&quot;,&quot;TOGGLE_THUMBS&quot;:&quot;Toggle thumbnails&quot;,&quot;TOGGLE_SLIDESHOW&quot;:&quot;Toggle slideshow&quot;,&quot;TOGGLE_FULLSCREEN&quot;:&quot;Toggle full-screen mode&quot;},&quot;Images&quot;:{&quot;Panzoom&quot;:{&quot;maxScale&quot;:2}},&quot;mainClass&quot;:&quot;modula-fancybox-container modula-lightbox-jtg-9940&quot;,&quot;Html&quot;:{&quot;videoAutoplay&quot;:0,&quot;videoTpl&quot;:&quot;&lt;video class=\&quot;fancybox__html5video\&quot; controls muted playsinline controlsList controlsList=\&quot;nodownload\&quot; poster=\&quot;{{poster}}\&quot; src=\&quot;{{src}}\&quot; type=\&quot;{{format}}\&quot; &gt;  Sorry, your browser doesn&#039;t support embedded videos, &lt;a href=\&quot;{{src}}\&quot;&gt; download &lt;\/a&gt; and watch with your favorite video player! &lt;\/video&gt;&quot;}},&quot;inView&quot;:false,&quot;email_subject&quot;:&quot;Check out this awesome image !!&quot;,&quot;email_message&quot;:&quot;Here is the link to the image : %%image_link%% and this is the link to the gallery : %%gallery_link%%&quot;,&quot;lightbox&quot;:&quot;fancybox&quot;,&quot;lightbox_devices&quot;:&quot;both&qu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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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p>&nbsp;</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color: #ff5500;">﹅ <span style="text-decoration: underline;"><a style="color: #ff5500; text-decoration: underline;" href="https://www.nfm.go.kr/user/planexhibition/home/20/selectPlanExhibitionNView.do?planExhibitionIdx=1331&amp;page=1" target="_blank" rel="noopener">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a></span> | 국립민속박물관 | 2024.05.03 ~ 2024.08.18</span></p>
<p>&nbsp;</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span style="color: #ff5500;">*</span>Translated with www.DeepL.com/Translator (free version)</span></p>
<p>&nbsp;</p>
<p>&nbsp;</p>
<p><img decoding="async"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7/sewmew-line-2.png" /></p>
<p>&nbsp;</p>

<div style="border-left: 6px solid #6e6e6e; padding: 10px 20px 10px 20px; background-color: #eeeeee;">
<p>&#8216;소소한 리-뷰&#8217;는 [월간소묘 : 레터]에 연재되고 있습니다.</p>
<p><img decoding="async" style="float: left; margin-right: 5px;"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1/letter.png" width="25px" /><a href="https://sewmew.co.kr/letter" target="_blank" rel="noopener noreferrer"><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구독하기</span></strong></a></p>
</div>
<p> </p>



<div style="border: 1px solid #999999; padding: 20px;">
<p>[소소한 리-뷰]</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2024년 &#8211;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c%a4%ea%b3%a0%ec%9d%80-%ea%b9%80%ec%b4%88%ec%97%bd-%ec%a0%95%ec%84%b8%eb%9e%91/">윤고은/김초엽/정세랑</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5%84%ec%a3%bc-%ec%bb%a4%eb%8b%a4%eb%9e%80-%ed%9c%b4%ec%8b%9d-way-back-home/">아주 커다란 휴식 Way Back Home</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82%ac%eb%9e%91%ea%b3%bc-%ec%9a%b0%ec%a0%95%ec%9d%98-%ec%8a%a4%ed%8f%ac%ec%b8%a0-%ec%97%ac%ec%9e%90%eb%b0%b0%ea%b5%ac/">사랑과 우정의 스포츠, 여자배구</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a%94%eb%ac%bc-%ec%9a%b0%eb%a6%ac%eb%a5%bc-%ed%99%80%eb%a6%b0-%ea%b3%a0%ec%96%91%ec%9d%b4/">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B%B3%B5%EC%88%AD%EC%95%84/">복숭아</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a%b0%95%eb%ac%bc%ec%9d%b4-%ec%9c%84%eb%a1%9c-%ed%9d%90%eb%a5%b8%eb%8b%a4%eb%a9%b4-%ec%96%bc%eb%a7%88%eb%82%98-%ec%a2%8b%ec%9d%84%ea%b9%8c/">&#8220;강물이 위로 흐른다면 얼마나 좋을까&#8221; &#8211; 부산국제영화제</a> ••• <a href="https://sewmew.co.kr/소소한-리-뷰-유코-히구치-특별展-비밀의-숲/">유코 히구치 특별展: 비밀의 숲</a>&nbsp;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e%91%ec%9d%80%ec%b1%85/">작은책</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b%85%b8%ec%95%88%e8%80%81%e7%9c%bcpresbyopia/">노안</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a%b0%ec%82%b0%ec%9d%84-%ec%83%80%eb%8d%94%eb%8b%88/">우산을 샀더니</a>&nbsp;</span></p>
</div>
<p>&nbsp;</p>
]]></content:encod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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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소소한 리-뷰] 사랑과 우정의 스포츠, 여자배구</title>
		<link>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82%ac%eb%9e%91%ea%b3%bc-%ec%9a%b0%ec%a0%95%ec%9d%98-%ec%8a%a4%ed%8f%ac%ec%b8%a0-%ec%97%ac%ec%9e%90%eb%b0%b0%ea%b5%ac/</link>
		
		<dc:creator><![CDATA[sewmew]]></dc:creator>
		<pubDate>Mon, 11 Mar 2024 02:13:07 +0000</pubDate>
				<category><![CDATA[소소한 리-뷰]]></category>
		<category><![CDATA[text-list]]></category>
		<category><![CDATA[월간소묘]]></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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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글: 이치코   Unidentified Flying Object, 미확인비행물체, 보통은 줄여서 U  ...]]></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 style="text-align: right;"><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글: 이치코</span></p>
<p> </p>
<p>Unidentified Flying Object, 미확인비행물체, 보통은 줄여서 UFO. 의미만 놓고 보면 군대에서 사용될 법한 용어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외계인의 우주선을 지칭하는 뜻으로 쓰입니다. UFO를 목격했다는 주장이나 증거라고 제시되는 사진과 영상은 크게 두 가지 특징을 가집니다. 첫 번째는 지구에서 만든 것으로 보이지 않는 비행물체의 모양입니다. 대표적으로 접시 모양의 비행체가 있죠. 요샌 그렇게 부르는 일이 잘 없는 것 같지만 예전에 비행접시가 곧 UFO를 지칭하는 다른 말이기도 했을 정도니까요. 두 번째는 우리에게 익숙한 중력 법칙을 무시하는 듯한 움직임입니다. 빠른 속도로 날아가다 회전 반경 없이 예각으로 꺾어서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물체는 지구상에 없습니다. 인간이 만든 비행기는 물론 새나 곤충도 그렇게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공중에서뿐만 아니라 땅 위나 물속에서도 그런 움직임은 어렵습니다. 뉴턴의 제1법칙, 즉 관성의 법칙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입니다.</p>
<p> </p>
<p>다만 (짧게라도) 중간에 한 번 멈추면 어떤 식의 방향 전환도 가능합니다. 이렇게 현란하게 움직이는 생명체를 종종 만날 수 있습니다. 간혹 밥 먹을 때 앵앵거리며 귀찮게 하는 파리가 바로 그런 식으로 움직입니다. 움직임의 방향을 예측해서 짝- 하고 박수를 쳐서 잡을 수도 있는 모기에 비하면 동그란 반경을 그리지 않고 직선으로 꺾어 움직이는 파리는 파리채의 도움을 받더라도 착지한 상태에서나 겨우 잡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개울에서 볼 수 있는 조그만 물고기들도 그렇게 움직이죠. 방향을 종잡을 수 없이 휘리릭, 휘리릭 물살을 휘젓고 다닙니다. 육지를 달리는 동물 중에도 있습니다. 맹수에게 쫓기는 토끼의 필사적인 달음박질이나 지상에서 가장 빠른 추격전이라는 치타와 가젤의 필사적인 질주를 보고 있으면 어쩜 저렇게 재빠르게 방향 전환을 하는지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자연에는 마치 자기가 UFO라도 되는 양 물리법칙의 아슬아슬한 한계 위에서 신비롭고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동물이 많이 있습니다.</p>
<p> </p>
<p>이러한 자연의 움직임 중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소금쟁이가 얼음을 지치듯 물 위를 산보하는 모습입니다. 소금쟁이의 움직임은 파리나 토끼나 치타처럼 격렬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스르륵- 하고 얼음을 지치듯 물 위를 미끄러질 뿐이죠. 그런데 길고 날렵한 다리를 튕기듯 출발할 때 생기는 파문들 때문에 마치 순간이동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SF영화를 보면 초공간 항해를 시작할 때 늘 화려한 시각효과를 뿅- 하고 남기는 것처럼 말이에요. 소금쟁이가 움직이는 모습은 점을 콕콕 찍으며 공간을 (마치 웜홀을 통과하듯) 점프하는 것 같은데, 가만 보고 있으면 묘하게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존재하는 세계가 서로 다른 것 같기도 하고요.</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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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이렇듯 오묘하고 낯선 움직임이 자연계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즐기는 스포츠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운동경기란 인간의 신체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경쟁하는 활동이기에 감탄을 자아내는 움직임이 당연히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때론 사람 자체의 몸놀림에 놀라기도 하고 때론 운동의 매개체가 되는 물건의 움직임에 시선을 뺏기게 됩니다. 저는 최근에 동그랗고 커다란 공을 매개물로 승부를 다투는 어느 스포츠를 열렬히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손을 사용하지만 공을 잡으면 안 되는, 한 사람에 닿아서 출발한 공은 반드시 다음 사람에게 가야만 하는, 공이 바닥에 닿지 않는 걸 목표로 움직이는 운동인 배구, 그중에서도 여자배구입니다. 배구공의 움직임이 얼마나 신비롭고 아름다운지, 매 경기 감탄하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경기를 즐기고 있습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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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9669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3/현대건설-680px.jpg" alt="" width="680" height="453"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3/현대건설-680px-200x133.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3/현대건설-680px-300x200.jpg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3/현대건설-680px-400x266.jp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3/현대건설-680px-600x400.jpg 6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3/현대건설-680px.jpg 680w" sizes="(max-width: 680px) 100vw, 680px"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수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배구단 [사진 출처 : <a style="color: #808080;" href="https://kovo.co.kr/KOVO/media/media-photo" target="_blank" rel="noopener">KOVO 홈페이지</a>]</span></p>
<p> </p>
<p>배구의 아름다움을 말하기에 앞서 간단한 규칙 정도는 설명을 하는 게 낫겠지요. 아무래도 배구에 관해 전혀 모르는 분들도 계실 테니까요. 배구의 기본 규칙은 공이 바닥에 닿으면 점수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축구나 농구처럼 골대가 있는 건 아니고 서로의 코트를 구분하는 네트가 경기장 중앙에 높다랗게 장벽처럼 세워져 있죠. 공격하는 팀은 상대방 코트 안에 공이 떨어지도록 해야 하며 수비하는 팀은 공격자가 네트를 넘겨 보내온 공이 자기 코트 바닥에 닿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배구는 공이 공중에 계속 떠 있는 스포츠입니다. 이 때문에 배구공의 아름답고 불규칙한 운동을 감상할 수 있는데 이는 나중에 다시 말씀드리기로 하고.. 축구, 농구, 야구와 구별되는 배구의 독특한 점은 규칙 위반이 곧바로 점수로 연결된다는 것입니다. 다른 스포츠에서는 아무리 심한 반칙이나 규칙 위반이 있어도 점수를 직접 주지는 않습니다. 아주 쉽게 점수를 낼 수 있는 상황(페널티킥, 자유투 등)을 제공할 뿐이죠. 하지만 배구는 네트를 살짝 건드리는 행위만으로도 상대방에게 1점을 헌납하게 됩니다. 이렇게나 예민한 스포츠라니..!</p>
<p> </p>
<p>배구공의 움직임은 아름답습니다. 우아합니다. 그러면서 매섭고 날렵합니다. 만약 경기가 중계되는 화면에서 공만 남기고 나머지 부분을 검게 처리한다면, 배구공의 움직임은 마치 깜깜한 우주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UFO의 모습과 같을 겁니다.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유연하게 날아가다가 갑자기 빛의 속도로 맹렬하게 돌진하기도 하고, 그러다 마치 벽에라도 부딪힌 듯 날아오던 방향으로 강렬하게 튕겨 나왔다가 또 매끄러운 동그라미의 궤적으로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은 뒤 다시 어딘가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가는, UFO의 비행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장면을 연출합니다. UFO를 본 적은 없지만 말이에요. 저는 배구공의 이 불규칙하고 아름다운 움직임에 매료되어 스포츠 관람 역사상 처음으로 응원하는 팀 없이 한 시즌의 전 경기(2023-2024시즌 기준 총 126경기)를 보고 있습니다.(행사나 약속 때문에 시간을 못 맞추면 하이라이트라도!) 특정 국가/팀/선수를 응원하지 않은 채 TV 중계를 보거나 경기장을 찾는 게 가능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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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배구란 스포츠의 매력은 무엇일까요?</p>
<p>아니, 여자배구의 매력은 무엇일까요?</p>
<p>(남자배구는.. 그것도 배구가 분명하긴 하지만, 저랑은 좀 안 맞더라고요. 이 글에서 말하는 모든 배구는 여자배구를 말하는 것입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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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먼저 배구의 기본 규칙으로 인한 특징입니다. 정교한 토스와 강력한 스파이크, 철벽같은 블로킹 등 손으로 공을 다루는 기술을 떠올리게 되지만, 의외로 배구는 신체 모든 부위를 사용해도 되는 스포츠입니다. 실제로 발을 이용해 바닥에 떨어져 가는 공을 살리는 기술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을 잡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 규칙은 아주 강력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토스의 경우에는 공이 손바닥에 닿는 것만으로도 ‘캐치Catch’ 반칙에 해당할 정도입니다. 그리고 세 번의 터치 기회 안에 상대방 코트로 공을 넘겨야 합니다. 자연스럽게 배구공은 잠시의 멈춤도 없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끝없이 움직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연결입니다. 이 연결은 축구와 농구의 패스와는 전혀 다릅니다. 패스는 공이 상대방 진영의 목표 지점(골대)까지 도달하게 만드는 전략 중 일부에 해당할 뿐이지만 배구에는 오직 연결만 있습니다. 혼자 적진을 휘젓고 다니는 드리블이 존재하지 않습니다.</p>
<p> </p>
<p>그래서 우리 팀에 주어진 세 번의 연결 기회를 잘 사용해야 합니다. 첫 번째는 상대방이 넘겨주는 공을 잘 받는 일, 두 번째는 공격 역할을 맡은 사람에게 공을 잘 보내는 일, 세 번째는 상대방이 받기 힘들도록 코트 위로 공을 넘기는 일입니다. 순서대로 리시브, 토스, 스파이크가 대표적인 액션입니다. 경기장에 있는 6명의 선수는 이 세 번의 연결을 매끄럽고 강력하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혼자서는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야구에서 투수 혼자 압도적인 피칭으로 경기를 지배하거나 축구에서 손흥민 같은 선수가 수십 미터를 혼자 달려서 골을 터트리는 것 같은 원맨쇼가 배구에는 없습니다. 물론 김연경 선수처럼 아예 다른 차원의 플레이를 보고 있으면 마치 혼자 배구를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 정도가 다른 종목에 덜한 편입니다. 4대 구기종목 모두 팀 스포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팀이 중요한 운동이 바로 배구가 아닐까 싶습니다. 잘 받고 잘 올리고 잘 때리는 환상의 연결, 그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다른 스포츠에서는 느낄 수 없는 배구의 첫 번째 매력입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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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9670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3/흥국생명-680px.jpg" alt="" width="680" height="504"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3/흥국생명-680px-200x148.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3/흥국생명-680px-300x222.jpg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3/흥국생명-680px-400x296.jp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3/흥국생명-680px-600x445.jpg 6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3/흥국생명-680px.jpg 680w" sizes="(max-width: 680px) 100vw, 680px"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배구단 [사진 출처 : <a style="color: #808080;" href="https://kovo.co.kr/KOVO/media/media-photo" target="_blank" rel="noopener">KOVO 홈페이지</a>]</span></p>
<p> </p>
<p>배구를 보통 신사적인 스포츠라고 하는 이유는 선수들 사이에 신체 접촉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팀과 상대 팀 사이의 접촉은 물론 같은 팀의 선수들 사이에도 서로의 몸이 부딪히는 경우는 없습니다. 배구에서 선수들끼리 부딪힌다면 그건 정상적인 플레이 상황이 아니며 또한 부상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이렇게 신체 접촉이 없다 보니 상대방 팀과 감정 대립이 생기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상대방 선수들끼리는 감정을 드러낼 일이 없고 간혹 있더라도 공이 얼굴에 맞거나 해서 미안함을 표시하는 정도가 전부입니다. 대신에 감정의 날을 세워 고성과 삿대질이 오가는 경우는 대부분 코치진과 심판 사이에서 발생하는데 감독들이 한 번 폭발하면 뭐.. 그래도 야구, 축구, 농구에서 발생하는 전쟁 같은 상황에 비하면 전반적으로 화목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p>
<p> </p>
<p>하지만 이렇게 매너 있고 평온한 경기장의 분위기와 달리 배구의 기본적인 전략은 거의 다 ‘속임수’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그 반듯한 얼굴을 하고서 상대를 속이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합니다. 경기의 시작부터 그렇습니다. 심판의 휘슬이 울려 인플레이 상황이 되면 8초 안에 서브를 넣어야 하는데, 이 서브라는 개념부터가 얼마나 속임수인지. 서브 앤 리시브, 줄 테니까 받으렴,이라고 생각했다간 큰일납니다. 서브에는 이걸 절대로 못 받게 할 테다!라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강력한 스파이크 서브뿐만 아니라 특정 선수나 지역을 정확히 조준하는 목적타 서브에 무회전으로 날아오다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휘어버리는 마구 같은 서브까지, 누가 봐도 크리티컬 어택인데 이게 어떻게 서브라는 단정한 용어로 불리고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p>
<p> </p>
<p>직접적인 속임수가 가장 많이 속출하는 연결은 토스입니다. 상대의 블로킹을 어떻게든 따돌리기 위해서 가까운 속공을 줄 것처럼 하다가 저 반대편으로 공을 보내거나, 그 반대로 주 공격수에게 블로킹을 붙여 놓고 가까운 우리편 미들 블로커에게 연결하거나, 세터와 미들 블로커가 합심해서 상대방을 속이기 위해 이동공격을 시도하거나.. 세터는 우리편 공격수에게 공을 토스하는 역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떻게 하면 상대를 속일까 연구하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그래서인지 우리 세터 선생님들은 딱 봐도 기가 엄청 셉니다. 작전타임 시간에 감독이 잔소리를 하면 네- 하고 큰소리로 대답하지만 속으로는 흥- 하고 있을 것 같은 분들.. 그리고 아포짓 스파이커나 아웃사이드 히터 같은 공격수들 역시 정직하게 공을 때리는 법이 결코 없습니다. 강하게 휘두를 것처럼 하다가 슬쩍 넘기는 페인트 기술은 말할 것도 없고, 김연경 선수의 주특기인 노룩 스파이크처럼 전혀 딴 데를 보고 공격하는가 하면 블로커의 손끝을 의도적으로 맞춰 아웃시켜서 점수를 내기도 합니다. 아무튼 순간적인 반사신경으로 움직이는 리시브/디그를 제외하면 선수들의 행동 전체가 속임수를 위한 연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치밀한데, 이 모든 움직임이 즉흥적인 게 아니라 오랜 시간 계획과 훈련을 통해 준비된 것이라니, 다들 그렇게 선량한 얼굴로 참.. 어쨌거나 이 치밀한 전략 싸움이 바로 두 번째 매력입니다.</p>
<p> </p>
<p>마지막이자 가장 크게 매료된 세 번째 매력은 배구 경기와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습니다. 어느 스포츠나 점수가 나면 세리머니를 합니다. 축구가 대표적일 텐데 워낙 점수가 적게 나다 보니 한 골 넣으면 거의 잃었던 나라를 되찾은 것처럼 시끌벅적한 세리머니를 선보입니다. 다른 종목은 개인적인 세리머니 수준인 것 같고요. 그런데 배구는 한 세트를 이기기 위해 25점, 지는 팀까지 합치면 보통 45점 내외 점수가 나는데 그 한 점 한 점의 점수가 날 때마다 코트 위의 여섯 명이 모두 참여하는 세리머니를 선보입니다. 축구만큼 요란하지는 않지만 모든 선수가 참여하기에 왁자지껄합니다. 코트 위에서 돌아가며 하이 파이브를 하기도 하지만 어떨 때는 경기장을 크게 한 바퀴 돌며 코트 밖의 감독과 웜업존의 선수들과도 하이 파이브를 나누곤 합니다. 조금 결정적인 점수다 싶을 땐 격렬하게 껴안고 들어 올리고 서로 점프해서 배치기를 하기도 하고요. 승부가 나기 위해서는 3세트에서 5세트까지 경기를 해야 하는데 그러면 양팀 합쳐서 135~205회(5세트는 15점까지라 평균 25점으로 계산)의 득점 세리머니를 볼 수 있습니다.</p>
<p> </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9671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3/정관장-680px.png" alt="" width="680" height="453"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3/정관장-680px-200x133.pn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3/정관장-680px-300x200.png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3/정관장-680px-400x266.pn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3/정관장-680px-600x400.png 6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3/정관장-680px.png 680w" sizes="(max-width: 680px) 100vw, 680px"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대전 정관장 레드스파크스 배구단 [사진 출처 : <a style="color: #808080;" href="https://kovo.co.kr/KOVO/media/media-photo" target="_blank" rel="noopener">KOVO 홈페이지</a>]</span></p>
<p> </p>
<p>저는 점수가 날 때마다 볼 수 있는 세리머니 장면이 그렇게 좋더라고요. 단순히 기뻐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도요. 점수를 내긴 했지만 중간에 아쉬웠던 연결에 관해 피드백을 주기도 하고, 너무 좋은 연결이었다고 엄지를 치켜세우며 고마워하기도 하고, 실수에 가깝게 전달한 공을 좋은 공격으로 마무리해 준 선수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하기도 합니다. 기쁨도 아쉬움도 미안함도 고마움도 다 같이 모여서 나눈다는 점에서 배구의 세리머니는 언제 봐도 감동과 평온을 선사합니다. 우리 일상에 그런 장면이 자주 없어서일까요? 회사에서 수십 수백 명의 사람과 함께 있어도 늘 혼자인 것처럼 느껴지는 데다 주어진 일을 성취해도 함께 기뻐해 주기는커녕 성과를 뺏어가는 놈만 없어도 다행입니다. 가족이란 관계가 매뉴얼에 적힌 대로 실행되는 기계처럼 의무감으로 각자의 자리만 지키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될 때도 있습니다. 사는 게 대체로 그렇습니다. 서로의 마음을 전하며 진정으로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고 미안해하고 고마워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데 배구 경기를 보면 하루에 최소 100번 넘게 그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아름답고 우아한 운동경기에 이름을 붙인다면 이렇게 부르고 싶습니다. 사랑과 우정의 스포츠, 여자배구. 남자배구는 잘 모르겠고요.</p>
<p> </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배구 시즌의 막바지입니다. 3월 17일에 정규리그가 끝나는데 아직 1위 팀이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1위인 현대건설이 매우 유리하긴 하지만 2위인 흥국생명 또한 기회가 남아 있습니다. 게다가 3위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정관장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기 때문에 봄배구 우승을 향한 경쟁이 얼마나 치열할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3월은 다함께 여자배구, 어떠신가요?</span></p>
<p> </p>
<p> </p>
<p><img decoding="async"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7/sewmew-line-2.png" /></p>
<p> </p>


<div style="border-left: 6px solid #6e6e6e; padding: 10px 20px 10px 20px; background-color: #eeeeee;">
<p>&#8216;소소한 리-뷰&#8217;는 [월간소묘 : 레터]에 연재되고 있습니다.</p>
<p><img decoding="async" style="float: left; margin-right: 5px;"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1/letter.png" width="25px" /><a href="https://sewmew.co.kr/letter" target="_blank" rel="noopener noreferrer"><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구독하기</span></strong></a></p>
</div>
<p> </p>



<div style="border: 1px solid #999999; padding: 20px;">
<p>[소소한 리-뷰]</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2024년 &#8211;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c%a4%ea%b3%a0%ec%9d%80-%ea%b9%80%ec%b4%88%ec%97%bd-%ec%a0%95%ec%84%b8%eb%9e%91/">윤고은/김초엽/정세랑</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5%84%ec%a3%bc-%ec%bb%a4%eb%8b%a4%eb%9e%80-%ed%9c%b4%ec%8b%9d-way-back-home/">아주 커다란 휴식 Way Back Home</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82%ac%eb%9e%91%ea%b3%bc-%ec%9a%b0%ec%a0%95%ec%9d%98-%ec%8a%a4%ed%8f%ac%ec%b8%a0-%ec%97%ac%ec%9e%90%eb%b0%b0%ea%b5%ac/">사랑과 우정의 스포츠, 여자배구</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a%94%eb%ac%bc-%ec%9a%b0%eb%a6%ac%eb%a5%bc-%ed%99%80%eb%a6%b0-%ea%b3%a0%ec%96%91%ec%9d%b4/">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B%B3%B5%EC%88%AD%EC%95%84/">복숭아</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a%b0%95%eb%ac%bc%ec%9d%b4-%ec%9c%84%eb%a1%9c-%ed%9d%90%eb%a5%b8%eb%8b%a4%eb%a9%b4-%ec%96%bc%eb%a7%88%eb%82%98-%ec%a2%8b%ec%9d%84%ea%b9%8c/">&#8220;강물이 위로 흐른다면 얼마나 좋을까&#8221; &#8211; 부산국제영화제</a> ••• <a href="https://sewmew.co.kr/소소한-리-뷰-유코-히구치-특별展-비밀의-숲/">유코 히구치 특별展: 비밀의 숲</a>&nbsp;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e%91%ec%9d%80%ec%b1%85/">작은책</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b%85%b8%ec%95%88%e8%80%81%e7%9c%bcpresbyopia/">노안</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a%b0%ec%82%b0%ec%9d%84-%ec%83%80%eb%8d%94%eb%8b%88/">우산을 샀더니</a>&nbsp;</span></p>
</div>
<p>&nbsp;</p>
]]></content:encoded>
					
		
		
			</item>
		<item>
		<title>[소소한 리-뷰] 아주 커다란 휴식 Way Back Home</title>
		<link>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5%84%ec%a3%bc-%ec%bb%a4%eb%8b%a4%eb%9e%80-%ed%9c%b4%ec%8b%9d-way-back-home/</link>
		
		<dc:creator><![CDATA[sewmew]]></dc:creator>
		<pubDate>Mon, 12 Feb 2024 10:43:32 +0000</pubDate>
				<category><![CDATA[소소한 리-뷰]]></category>
		<category><![CDATA[image-list]]></category>
		<category><![CDATA[서수연]]></category>
		<category><![CDATA[소소한리뷰]]></category>
		<category><![CDATA[아주커다란휴식]]></category>
		<category><![CDATA[알부스갤러리]]></category>
		<category><![CDATA[월간소묘]]></category>
		<category><![CDATA[이로운할머니]]></category>
		<category><![CDATA[이상하고자유로운할머니가되고싶어]]></category>
		<category><![CDATA[자기만의방]]></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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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글: 이치코   원래대로라면 2월은 &lt;이치코의 코스묘스&gt;가 나가는 달입니다. 써야겠다 싶  ...]]></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 style="text-align: right;"><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글: 이치코</span></p>
<p> </p>
<p>원래대로라면 2월은 &lt;이치코의 코스묘스&gt;가 나가는 달입니다. 써야겠다 싶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3월의 &lt;소소한 리-뷰&gt;까지도 이미 마음속에 정해져 있었지요. 이리도 부지런한 필자라니, 하지만 스스로 대견한 마음도 잠깐, 삶이란 누군가의 말처럼 ‘계획을 세워. 그대로 인생이 흘러가진 않겠지만, 길을 벗어나 만나는 풍경이 더 멋진 법이니까.’ 분명 누군가 이런 말을 했던 것 같은데..</p>
<p> </p>
<p style="padding-left: 40px;">잘 쉬었어?</p>
<p style="padding-left: 40px;">오늘은 기분이 어때?</p>
<p style="padding-left: 40px;">— &lt;백 살이 되면&gt; 황인찬 글, 서수연 그림</p>
<p> </p>
<p>계획일랑은 잠시 잊고 하루를 푹 쉬었습니다. 길 밖의 황홀한 세계를 만났습니다. 서울 한남동에서 열리고 있는 서수연 작가님의 개인전을 다녀왔습니다.</p>
<p> </p>
<p><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아주 커다란 휴식 Way Back Home</span></strong></p>
<p><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2024.02.01~2024.02.29 알부스갤러리</span></strong></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9623"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아주커다란휴식-포스터-450px.png" alt="" width="450" height="600"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아주커다란휴식-포스터-450px-200x267.pn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아주커다란휴식-포스터-450px-225x300.png 225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아주커다란휴식-포스터-450px-400x533.pn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아주커다란휴식-포스터-450px.png 450w" sizes="(max-width: 450px) 100vw, 450px" /></p>
<p> </p>
<p>전시는 두 파트 혹은 세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시가 세 파트로 되어 있다는 걸 알아채기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는데요. 특히 &lt;백 살이 되면&gt;의 작가로 처음 만나신 분들이라면 두 파트, 그러니까 &lt;백 살이 되면&gt; 그림책의 원화와 그 외의 작품들로 느끼실 확률이 높습니다. 전시장의 배치도 그러한 편이고요.</p>
<p> </p>
<p><span style="color: #333399;"><em>“..그 시가 휴식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이해하는 데 1년 정도 썼던 것 같고..”</em></span></p>
<p> </p>
<p>갤러리에서 준비한 인터뷰 영상에서 작가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lt;백 살이 되면&gt;은 글이 먼저 나오고 그다음에 그림을 그려서 완성한 책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순서는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따로 있는 그림책이 만들어지는 일반적인 방식이기도 합니다. 인터뷰를 통해 전시의 제목인 &lt;아주 커다란 휴식&gt;이 어떻게 나왔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시장 문을 열고 바로 만나는 1층 공간에 &lt;백 살이 되면&gt;의 원화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한쪽 벽에 설치된 TV 화면에는 그림에 움직임을 넣은 애니메이션을 배경으로 한 낭독 영상이 재생되고 있고요.</p>
<p> </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9628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아주커다란휴식01.jpeg" alt="" width="680" height="511"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아주커다란휴식01-200x150.jpe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아주커다란휴식01-300x225.jpeg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아주커다란휴식01-400x301.jpe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아주커다란휴식01-600x451.jpeg 6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아주커다란휴식01.jpeg 680w" sizes="(max-width: 680px) 100vw, 680px" /></p>
<p> </p>
<p>그림책 &lt;백 살이 되면&gt;의 크기도 작은 편은 아니지만, 205✕288mm니까 펼치면 거의 A3 한 장을 가득 채운 크기죠, 그것보다 훨씬 커다란 원화를 통해 작가님 고유의 휴식과 위로의 세계를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그림에서 중요한 포인트 컬러로 사용되었지만 인쇄 기술의 한계로 인해 책에서는 제대로 표현되지 못했던 형광빛 주황이나 바다와 하늘을 모두 품은 듯 깊게 반짝이는 파랑은 원화 전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을 선사합니다. 색色이 이렇게 사람을 끌어당기고 감동을 줄 수도 있구나. 만일 전시를 보지 못했다면 인터뷰 영상에 나온 작가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을 겁니다.</p>
<p> </p>
<p><span style="color: #333399;"><em>“자유로운 색과 다양한 질감으로 동물이나 인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해요. 사람들의 마음에 작은 울림이 되는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em></span></p>
<p> </p>
<p>1층을 다 둘러보고 나서 지하로 내려갔습니다. 거기엔 ‘퇴근드로잉’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작가님이 매년 ‘퇴근드로잉’ 작품들을 가지고 달력을 제작하고 계시는데, 2024년 달력에 들어간 열네 점의 그림이 따로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었고요.</p>
<p> </p>
<p><em><span style="color: #333399;">“‘퇴근드로잉’은 제가 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간단하게 그렸던 드로잉에서 시작됐어요. 평소에는 아이들 육아도 해야 되고 일도 해야 되고.. 근데 집에 가는 그 퇴근길이 제가 그냥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고..”</span></em></p>
<p> </p>
<p>작가님은 ‘퇴근드로잉’ 작업을 2050년까지 계속할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세상에, 2050년이라니요, 작심삼일과 천생연분인 양 혼연일체가 된 저 같은 사람은 상상도 하기 힘든 숫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때까지 살아 있을 수 있느냐도 문제이긴 하지만.. 아무튼 앞으로 계속 작가님 그림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네요. ‘퇴근드로잉’은 작가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p>
<p> </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9629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아주커다란휴식02.jpeg" alt="" width="680" height="511"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아주커다란휴식02-200x150.jpe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아주커다란휴식02-300x225.jpeg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아주커다란휴식02-400x301.jpe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아주커다란휴식02-600x451.jpeg 6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아주커다란휴식02.jpeg 680w" sizes="(max-width: 680px) 100vw, 680px" /></p>
<p> </p>
<p>여기까지는 누가 봐도 명확히 구분되는 전시의 두 파트입니다.(전시의 영문 제목 ‘Way Back Home’이 ‘퇴근드로잉’을 의미하는 게 맞겠지요?) 갤러리에 입장할 때 들었던 설명도 그렇습니다. ‘전시는 1층과 지하 1층에서 보실 수 있고 3층에는 굿즈가 판매되고 있어요.’ 그렇다면 세 번째 파트는 어디에? 혹시 굿즈인가?</p>
<p> </p>
<p>지하 1층의 입구 반대쪽 벽에는 ‘퇴근드로잉’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의 그림 네 점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림들 앞에는 책이 한 권 놓여 있고요. 작품 수가 많진 않지만, 작가님의 그림이 대중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던 첫 일러스트 작업인 &lt;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gt;(이하 &lt;이로운 할머니&gt;) 속 삽화의 원화들이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lt;이로운 할머니&gt;는 오후의 소묘에서 나온 책은 아니지만 오후의 소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책인데요. 2020년 여름, 책이 나오고 얼마 안 있어 &lt;편지하는 마음展 : 서수연✕월간소묘&gt;라는 이름으로 &lt;이로운 할머니&gt;에 들어간 작가님의 그림을 월간소묘의 편지들과 함께 전시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얼마나 반갑던지! 그렇다면 &lt;이로운 할머니&gt;의 원화들이 세 번째 파트일까요? 글쎄요..</p>
<p> </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9630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아주커다란휴식03.jpeg" alt="" width="680" height="680"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아주커다란휴식03-66x66.jpeg 66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아주커다란휴식03-150x150.jpeg 15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아주커다란휴식03-200x200.jpe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아주커다란휴식03-300x300.jpeg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아주커다란휴식03-400x400.jpe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아주커다란휴식03-600x600.jpeg 6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아주커다란휴식03.jpeg 680w" sizes="(max-width: 680px) 100vw, 680px" /></p>
<p> </p>
<p style="padding-left: 40px;"><strong><span style="color: #4c79ba;">‘빈방은 이야기의 결말이 아니라 시작이야.</span></strong></p>
<p style="padding-left: 40px;"><strong><span style="color: #4c79ba;">빈방을 갖게 된 후에야 비로소 태어나는 것들이 있어.’</span></strong></p>
<p style="padding-left: 40px;"><strong><span style="color: #4c79ba;">— &lt;자기만의 방으로&gt; p.56 [열병합 방식으로 그리는 일, 서수연 &#8211; 이하 동일]</span></strong></p>
<p> </p>
<p>태초에, 아니 태초의 태초의 태초의 태초에, 우주는 빈방이었다고 합니다. 그 빈방이 수많은 별과 행성, 가스구름, 블랙홀 등과 진공으로 가득 차고 930억 광년의 크기로 확장된 시작에는 대폭발이 있었습니다. 단 한 번의 폭발로 우주가 탄생했습니다. 이 대폭발로 우주의 탄생을 설명하는 빅뱅 이론은 우주의 기원에 관한 많은 의문을 해소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빅뱅 이전에 관해서는 설명하지 못합니다. 시간의 흐름 역시 빅뱅과 함께 생겨났으므로 빅뱅 이전이라는 질문은 과학적으로 잘못된 질문이라고도 하지만 그래도 궁금하다고요. 또한 빅뱅 직후의 아주 짧은 시간(플랑크 시간, 10의마이너스43제곱초)에 관해서 전혀 설명할 수 없습니다. 우주 탄생의 바로 그 순간은 여전히 알 수 없는 비밀로 남아 있습니다.</p>
<p> </p>
<p>하지만 그건 우주의 사정일 뿐이고.</p>
<p> </p>
<p style="padding-left: 40px;"><strong><span style="color: #4c79ba;">나는 우리를 잃지 않으려 애쓰는 동안에도 이따금 그 지하 방을 그리워했다. 혼자 있을 틈 없는 긴 하루, 오늘이 끝나기 전에 내일을 억울해하면서 캄캄한 새벽에 혼자 깨어나 서성이는 날들이 있었다.</span></strong></p>
<p style="padding-left: 40px;"><strong><span style="color: #4c79ba;">‘이 집에 나는 없어. 온통 우리뿐이야.’</span></strong></p>
<p style="padding-left: 40px;"><strong><span style="color: #4c79ba;">— &lt;자기만의 방으로&gt; p.63</span></strong></p>
<p> </p>
<p>&lt;아주 커다란 휴식&gt; 전시에서는 서수연 작가님의 그림 세계가 빈방으로부터 탄생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지켜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시를 보기 전 혹은 보고 난 후라도, 작가님이 참여한 앤솔러지 에세이 &lt;자기만의 방으로&gt;를 함께 보시면 더 많은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대체 빈방에서 어떻게 이야기가 시작되었는지, 빈방에서 태어난 세계는 어떤 모습인지,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작가님의 삶이 어땠는지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작가님의 그림만큼이나 감동과 울림이 있는 얘기들이 있습니다.</p>
<p> </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9633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자기만의방으로-500px.jpeg" alt="" width="500" height="500"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자기만의방으로-500px-66x66.jpeg 66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자기만의방으로-500px-150x150.jpeg 15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자기만의방으로-500px-200x200.jpe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자기만의방으로-500px-300x300.jpeg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자기만의방으로-500px-400x400.jpe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자기만의방으로-500px.jpeg 500w" sizes="(max-width: 500px) 100vw, 500px" /></p>
<p> </p>
<p style="padding-left: 40px;"><strong><span style="color: #4c79ba;">살면서 고생을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는데 육아는 정말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더 그림 그리는 것을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span></strong></p>
<p style="padding-left: 40px;"><strong><span style="color: #4c79ba;">(…)</span></strong></p>
<p style="padding-left: 40px;"><strong><span style="color: #4c79ba;">그러던 어느 날 내게 작업실이 필요한 일이 생겼다.</span></strong></p>
<p style="padding-left: 40px;"><strong><span style="color: #4c79ba;">(…)</span></strong></p>
<p style="padding-left: 40px;"><strong><span style="color: #4c79ba;">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는 게 마음에 들었다. 그곳은 내게 그리을 그리라고 주어진 방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을 게 없었다.</span></strong></p>
<p style="padding-left: 40px;"><strong><span style="color: #4c79ba;">— &lt;자기만의 방으로&gt; p.65~67</span></strong></p>
<p> </p>
<p>어떤 작품을 감상하면서 반드시 그 작가의 삶을 함께 보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작가의 이야기가 작품을 더 풍성하게 만들곤 합니다. 서수연 작가님의 그림에는 과장되게 그려진 동물에 기대거나 안긴 사람의 모습이 자주 등장합니다. 어느 정도는 작가님 그림의 시그니처라고 할 만큼 두드러진 점이기도 하기에 그림을 평할 때 많은 사람이 언급하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저에게 가장 큰 울림이 된 부분은 그림 속 대상들이 관계를 맺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려져 있는 대상들이 이렇게까지 서로 강력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그림은 거의 못 본 것 같습니다.</p>
<p> </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9634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아주커다란휴식05.jpeg" alt="" width="680" height="680"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아주커다란휴식05-66x66.jpeg 66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아주커다란휴식05-150x150.jpeg 15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아주커다란휴식05-200x200.jpe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아주커다란휴식05-300x300.jpeg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아주커다란휴식05-400x400.jpe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아주커다란휴식05-600x600.jpeg 6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아주커다란휴식05.jpeg 680w" sizes="(max-width: 680px) 100vw, 680px" /></p>
<p> </p>
<p>작가님의 그림에 등장하는 동물과 인물은 ‘따뜻하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할 만큼 서로에게 직접적인 애정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얼마나 의지하고 있는지, 얼마나 함께하고 싶은지를 소리내어 말하는 느낌입니다. 서로를 향한 이 강력한 결속력이 작가님의 그림을 따뜻하게 만드는 가장 두드러진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힘이 어디서 왔을까, 작가님은 이렇게 말합니다.</p>
<p> </p>
<p style="padding-left: 40px;"><strong><span style="color: #4c79ba;">내 그림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제일 많이 듣는 말은 “그림이 따뜻하네요”였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내 그림이 열병합 방식이어서 그런가 보다 생각한다. 일과 육아가 끝나고 버려지는 폐열을 이용해 온수를 만들고 그걸로 그림을 그리나 보다 생각한다.</span></strong></p>
<p style="padding-left: 40px;"><strong><span style="color: #4c79ba;">— &lt;자기만의 방으로&gt; p.70~71</span></strong></p>
<p> </p>
<p>지하 1층의 &lt;이로운 할머니&gt; 삽화의 원화들을 바라보고 오른쪽 벽 한쪽 구석에 작은 책꽂이가 놓여 있습니다. 거기엔 작가님의 그림이 표지나 삽화로 들어간 책들이 가지런하게 모여 있습니다. 그리고 1층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참의 벽면에, 3층에서 4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도록과 굿즈 등이 진열된 3층의 자투리 벽면들에, 여러 책이나 잡지에 사용된 원화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전시장 곳곳에 흩어져 있는 이 작업들이 바로 전시의 세 번째 파트입니다.</p>
<p> </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9631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아주커다란휴식04.jpeg" alt="" width="680" height="680"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아주커다란휴식04-66x66.jpeg 66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아주커다란휴식04-150x150.jpeg 15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아주커다란휴식04-200x200.jpe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아주커다란휴식04-300x300.jpeg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아주커다란휴식04-400x400.jpe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아주커다란휴식04-600x600.jpeg 6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2/아주커다란휴식04.jpeg 680w" sizes="(max-width: 680px) 100vw, 680px"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3층에서 보너스로 만날 수 있는 작가님의 작업 도구와 노트들</span></p>
<p> </p>
<p>일과 육아를 끝낸 뒤 열병합 방식으로 그리고 있는 ‘퇴근드로잉’, 자신의 그림으로 온전히 한 세계를 구축한 첫 그림책 &lt;백 살이 되면&gt;, 그러면서도 여러 표지와 삽화로 의뢰받은 일을 완성하는 일. 이렇게 부지런하고 촘촘한 세 작업을 둘러보면서 서수연 작가님의 그림들은 지금 빅뱅에 버금가는 에너지를 분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우주가 어디까지 팽창할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탄생의 순간을 바로 &lt;아주 커다란 휴식&gt; 전시에 만날 수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합니다.</p>
<p> </p>
<p style="padding-left: 40px;"><strong><span style="color: #4c79ba;">나는 며칠 전 새로운 작업실의 계약서를 썼다. 9평 오피스텔의 4층. 보증금 1000에 월세 40. 관리비 별도. 난방은 열병합 방식.</span></strong></p>
<p style="padding-left: 40px;"><strong><span style="color: #4c79ba;">(…)</span></strong></p>
<p style="padding-left: 40px;"><strong><span style="color: #4c79ba;">아니, 다시 집으로 돌아가거나 이제 그림 같은 건 더는 그리지 못하게 됐어, 그런 말을 하면서 이 방을 떠나게 될 수도 있지. 역시 두렵다. 그래도 열어봐야 아는 거니까.</span></strong></p>
<p style="padding-left: 40px;"><strong><span style="color: #4c79ba;">이 방이 이제부터 내가 그릴 이야기의 시작이다.</span></strong></p>
<p style="padding-left: 40px;"><strong><span style="color: #4c79ba;">— &lt;자기만의 방으로&gt; p.71~72</span></strong></p>
<p> </p>
<p> </p>
<p><span style="color: #ff5500; font-family: helvetica;">﹅ <a style="color: #ff5500;" href="http://www.albusgallery.com/" target="_blank" rel="noopener"><span style="text-decoration: underline;">서수연 개인전 &lt;아주 커다란 휴식 Way Back Home&gt; | 알부스갤러리</span></a></span></p>
<p><span style="color: #ff5500; font-family: helvetica;">﹅ <span style="text-decoration: underline;"><a style="color: #ff5500; text-decoration: underline;" href="https://www.instagram.com/seosooc/" target="_blank" rel="noopener">서수연 작가님 인스타그램</a></span></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color: #ff5500;">﹅ <span style="text-decoration: underline;"><a style="color: #ff5500; text-decoration: underline;" href="https://sewmew.co.kr/%ec%9e%90%ea%b8%b0%eb%a7%8c%ec%9d%98-%eb%b0%a9%ec%9c%bc%eb%a1%9c/" target="_blank" rel="noopener">&lt;자기만의 방으로&gt;</a></span></span></p>
<p> </p>
<p> </p>
<p><img decoding="async"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7/sewmew-line-2.png" /></p>
<p> </p>


<div style="border-left: 6px solid #6e6e6e; padding: 10px 20px 10px 20px; background-color: #eeeeee;">
<p>&#8216;소소한 리-뷰&#8217;는 [월간소묘 : 레터]에 연재되고 있습니다.</p>
<p><img decoding="async" style="float: left; margin-right: 5px;"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1/letter.png" width="25px" /><a href="https://sewmew.co.kr/letter" target="_blank" rel="noopener noreferrer"><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구독하기</span></strong></a></p>
</div>
<p> </p>



<div style="border: 1px solid #999999; padding: 20px;">
<p>[소소한 리-뷰]</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2024년 &#8211;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c%a4%ea%b3%a0%ec%9d%80-%ea%b9%80%ec%b4%88%ec%97%bd-%ec%a0%95%ec%84%b8%eb%9e%91/">윤고은/김초엽/정세랑</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5%84%ec%a3%bc-%ec%bb%a4%eb%8b%a4%eb%9e%80-%ed%9c%b4%ec%8b%9d-way-back-home/">아주 커다란 휴식 Way Back Home</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82%ac%eb%9e%91%ea%b3%bc-%ec%9a%b0%ec%a0%95%ec%9d%98-%ec%8a%a4%ed%8f%ac%ec%b8%a0-%ec%97%ac%ec%9e%90%eb%b0%b0%ea%b5%ac/">사랑과 우정의 스포츠, 여자배구</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a%94%eb%ac%bc-%ec%9a%b0%eb%a6%ac%eb%a5%bc-%ed%99%80%eb%a6%b0-%ea%b3%a0%ec%96%91%ec%9d%b4/">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B%B3%B5%EC%88%AD%EC%95%84/">복숭아</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a%b0%95%eb%ac%bc%ec%9d%b4-%ec%9c%84%eb%a1%9c-%ed%9d%90%eb%a5%b8%eb%8b%a4%eb%a9%b4-%ec%96%bc%eb%a7%88%eb%82%98-%ec%a2%8b%ec%9d%84%ea%b9%8c/">&#8220;강물이 위로 흐른다면 얼마나 좋을까&#8221; &#8211; 부산국제영화제</a> ••• <a href="https://sewmew.co.kr/소소한-리-뷰-유코-히구치-특별展-비밀의-숲/">유코 히구치 특별展: 비밀의 숲</a>&nbsp;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e%91%ec%9d%80%ec%b1%85/">작은책</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b%85%b8%ec%95%88%e8%80%81%e7%9c%bcpresbyopia/">노안</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a%b0%ec%82%b0%ec%9d%84-%ec%83%80%eb%8d%94%eb%8b%88/">우산을 샀더니</a>&nbsp;</span></p>
</div>
<p>&nbsp;</p>
]]></content:encoded>
					
		
		
			</item>
		<item>
		<title>[소소한 리-뷰] 윤고은/김초엽/정세랑</title>
		<link>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c%a4%ea%b3%a0%ec%9d%80-%ea%b9%80%ec%b4%88%ec%97%bd-%ec%a0%95%ec%84%b8%eb%9e%91/</link>
		
		<dc:creator><![CDATA[sewmew]]></dc:creator>
		<pubDate>Mon, 08 Jan 2024 02:58:22 +0000</pubDate>
				<category><![CDATA[소소한 리-뷰]]></category>
		<category><![CDATA[text-list]]></category>
		<category><![CDATA[김초엽]]></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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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글: 이치코   [월간소묘: 레터]에 4년 가까이 소소한 산-책을 연재하며 많은 동네책방과  ...]]></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 style="text-align: right;"><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글: 이치코</span></p>
<p>&nbsp;</p>
<p>[월간소묘: 레터]에 4년 가까이 소소한 산-책을 연재하며 많은 동네책방과 도서관을 다녔습니다. 생활 근거지가 서울이다 보니 수도권에 자리한 책방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긴 하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지도상으로 넓게 각 지역의 책방을 다녀보려는 마음으로 책방을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전국 방방곡곡에 좋은 책방이 너무 많아서 꼭 가야지 마음먹고도 아직 발걸음을 하지 못한 곳들이 수두룩합니다. 광역자치단체를 기준으로 해보니 충북, 세종, 광주, 대구, 전북, 경남, 울산을 아직 못 가봤네요.(전라북도는 전주를 가긴 했지만 너무 짧은 방문이어서 소소한 산-책에 소개하지는 못했습니다.) 조선팔도 책방 구경이 참 어렵습니다. 조선도 아니고 팔도도 아니지만요.. 이렇게 글을 시작하니 왠지 소소한 산-책 연재를 끝내는 고별사의 낌새가 물씬 풍깁니다만, 절대, 네버, 소소한 산-책은 세상에 책방이 존재하는 한 멈추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아직 해외 책방을 한 번도 산-책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문을 닫을 수는 없죠!</p>
<p>&nbsp;</p>
<p>그럼에도 불구하고 책방 말고 다른 얘기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엔 고양이와 책방 말고도 뭐가 많잖아요. 영화나 공연 같은 문화 활동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 단정한 모양으로 구축되도록 도와주는 다양한 물건들, 자연과 건축물, 운동이나 여행 같은 육체적 활동 등등.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픈 것들이 많습니다. 그 얘기를 [월간소묘: 레터]에 연재해 보고 싶었습니다. 왜? 라는 물음에 답할 만큼 이유가 있는 건 아니지만, 뭐라도 글을 써야 매달 레터가 나갈 수 있다는 직장인의 마음도 있고.. 아무튼 이번 달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소소한 리-뷰, 시작하겠습니다.</p>
<p>&nbsp;</p>
<p>첫 순서는, 예상하고 말 것도 없이 당연히 책이겠지요? 네, 책입니다. 그런데 글 제목에는 작가들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네요? 쟁쟁한 이름들이 연달아 적혀 있으니 사뭇 거창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이것은 혹시 작가에 대한 리-뷰인가, 싶으실 수도 있으나 전혀 그렇지 않으니 안심(?)하시고요. ‘불타는 작품/파견자들/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이렇게 책 제목을 나열하자니 너무 길어서 작가님들 이름을 넣었을 뿐입니다. 또한 각 작품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거나 비평하거나 수준 높은 리뷰를 쓸 계획이 아니기 때문에 작가님들 이름 뒤에 살짝 숨으려는 (얍삽한) 의도 역시 조금은 있었고요. 사정이 어찌 되었건 ‘윤고은/김초엽/정세랑’이라니, 근사한 제목이 아닐 수 없네요! :)</p>
<p>&nbsp;</p>
<p>사실 저는 책읽기를 본격적으로 즐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서른이 다 되어서야 책을, 취미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전에 책을 전혀 안 읽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즐겼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었습니다. 주변에서 읽으라고 하니까 읽고, 왠지 읽어야 할 것 같으니까 읽고, 그러다 가끔 흥미가 돋는 책이 있으면 (정말 가물에 콩 나듯) 스스로 찾아 읽기도 하는 정도였습니다. 독서를 좋아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삶이 극적으로 달라지는 일은 잘 없다. 살면서 책을 꼭 읽어야 할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하지만’ 이후에 등장하는 얘기일 텐데, 저는 과감하게 ‘하지만’ 앞에서 따옴표를 닫았습니다. 책 많이 읽는다고 뭐..!</p>
<p>&nbsp;</p>
<p>그런데 언젠가부터 독서가 즐거워졌습니다. 책 읽는 게 재미있어지더라고요. 학교 다닐 때 선배들이 세미나(학술/전공 세미나가 아니라 의식화/조직화 할 때 그 세미나에 가까운, 세미나라는 이름으로 후배들에게 특정 사상을 막 주입하곤 했던 매우 건전한 모임)를 한다고 책 읽어 오라고 하면, 세미나 자리가 시작하기 직전에 목차만 휘리릭 정독(목차를 꼼꼼히 읽는 게 중요한 포인트)한 뒤 마치 책을 다 읽은 듯 뻔뻔스럽게 앉아 있곤 했던 사람으로서 희한한 일이었습니다. 독서가 재미있어지다니. 그렇게 특별한 계기랄 것 없이 ‘취미는 독서’인 사람이 되었지만 읽는 책들은 편중되어 있었습니다. 대부분 인문, 사회과학 분야의 책들만 읽었습니다. 인문보다도 사회과학 책의 비중이 더 높았고요. 소설은 거의 안 읽었습니다. 이상하게 재미가 없었습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건보다 인문/사회과학 책에 등장하는 실제 현실 속 인물, 사건, 역사가 훨씬 흥미로웠습니다.</p>
<p>&nbsp;</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9462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1/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jpeg" alt="" width="680" height="680"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1/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66x66.jpeg 66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1/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150x150.jpeg 15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1/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200x200.jpe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1/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300x300.jpeg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1/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400x400.jpe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1/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600x600.jpeg 6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1/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jpeg 680w" sizes="(max-width: 680px) 100vw, 680px"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형제님들..</span></p>
<p>&nbsp;</p>
<p>소설 읽기의 실패와 극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책이 바로 &lt;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gt;입니다. 총 3권 1,604쪽(민음사에서 2018년 발간된 세트 기준)에 달하는 이 방대한 책을 약 10년의 세월 동안 세 번이나 시도한 끝에 겨우 다 읽었습니다. 처음 &lt;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gt;을 집어 든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유명한 책이니까. 우연히(?) 집에 있길래. 러시아 고전문학 읽기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 아니었으나 한번 읽어보자 싶었습니다. 결과는 당연히 실패. 1권의 도입부마저 얼마 읽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실패의 원인이 명확했습니다. 침대 옆에다 두고 잠들기 전에 조금씩 읽으려고 했는데 이 책으로 그게 될 리가.. 몇 년 뒤 두 번째 시도에서는 그래도 1권의 절반은 넘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도스토옙스키 선생님 특유의(혹은 러시아 고전문학 특유의) 문체에 결국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스토리는 별로 진행되는 게 없는데 등장인물의 대사는 왜 그렇게 장황한지, 따옴표가 한번 열렸다 하면 두세 페이지에 걸쳐 안 닫히기 일쑤인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책을 덮었습니다.</p>
<p>&nbsp;</p>
<p>아, 이 책은 나랑 안 맞는구나. 그쯤 되면 포기할 만도 하지만 또 몇 년 뒤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다시 도전해서 2018년 12월 23일 드디어 완독에 성공하게 됩니다. 세 번째로 &lt;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gt;을 읽을 때 ‘이번에야말로 꼭 끝까지 읽어야지!’라는 결연한 다짐이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이상하게도 책이 재미있었습니다. 그 늘어지는 대사에 녹아든 인물들의 고뇌와 갈등이 마치 눈앞에서 재현되는 실제 사건처럼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설이라곤 읽지를 않았는데. 그사이 저한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p>
<p>&nbsp;</p>
<p>무슨 일은 아니고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황정은 선생님. 우연히 읽은 황정은 선생님의 책에 대책 없이 매료되어 버렸고 출간된 모든 책을 연달아 읽었습니다. 아, 소설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었구나. 그제서야, 나이 마흔이 훌쩍 넘어서야 깨달았습니다. 그다음에 소설 읽는 재미가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적극적으로 소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그렇다고 엄청 많이 읽은 건 아니고요..) 맘에 쏙 드는 작품도 있고 알쏭달쏭 알 수 없는 작품도 있고 그다지 감흥이 없는 작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소설을 읽는 동안 대체로 재미있다고 느꼈습니다. 재미가 있으니 더 자주 찾아서 읽게 되고 목록이 쌓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작가들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당연히 ‘넘버 원’만 존재했습니다. 그러니까 황정은 선생님. 그러다 베스트 쓰리, 베스트 파이브로 늘었고 지금은 베스트 세븐 정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목록에 있는 이름들은 고정된 게 아니라 들락날락 유동적입니다. 베스트 X에서 X는 고정값이기 때문에 새 이름이 들어오려면 당연하게도 원래 있던 이름 하나는 빠져야 합니다. 하지만 새로 들어올 이름은 확정되었는데 도저히 빼야 할 이름이 없을 때면 X의 값을 (슬그머니) 늘립니다. 그러다가 베스트 원헌드레드 정도 되면 이게 무슨 베스트인가 싶어질 것 같기도 있지만, 그러면 또 어떤가요, 좋아하는 작가들이 그만큼이나 많다면 얼마나 행복한 독서 생활이겠습니까!</p>
<p>&nbsp;</p>
<p>행복한 독서 생활, 지난 12월이 딱 그랬습니다. 베스트 세븐에 속하는 작가들의 신간을 연달아 세 권이나 읽었습니다. 이런 복이 찾아올 확률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앤솔러지 등을 제외하고 오롯이 본인 이름으로만) 작가들이 대략 1년에 한 권 책을 낸다고 치면 1.74개월에 한 번씩 베스트 세븐 작가들의 신간을 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러니까 두 달에 한 권 남짓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을 만나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저의 평균값인데 이번에는 몇 배나 커진 복이 굴러들어 온 것입니다. 게다가 세 권 모두 장편이라니!(소설집도 좋지만 아무래도 장편의 아우라가 있으니까요.) 복권이라도 맞은 것처럼 황홀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lt;불타는 작품&gt;, &lt;파견자들&gt;, &lt;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gt; 이렇게 세 권의 책으로 어느 해보다 충만한 연말이었습니다.(읽은 시기와 무관하게 책의 발행일은 모두 10월이고 나열한 순서 역시 발행일순입니다.)</p>
<p>&nbsp;</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9463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1/윤고은김초엽정세랑.jpeg" alt="" width="680" height="680"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1/윤고은김초엽정세랑-66x66.jpeg 66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1/윤고은김초엽정세랑-150x150.jpeg 15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1/윤고은김초엽정세랑-200x200.jpe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1/윤고은김초엽정세랑-300x300.jpeg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1/윤고은김초엽정세랑-400x400.jpe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1/윤고은김초엽정세랑-600x600.jpeg 6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4/01/윤고은김초엽정세랑.jpeg 680w" sizes="(max-width: 680px) 100vw, 680px" /></p>
<p>&nbsp;</p>
<p>&lt;밤의 여행자들&gt;을 통해 윤고은 작가를 처음 접했습니다. 책이 출간되었던 2013년에 읽은 건 아니고요. 2021년에 영국추리작가협회(CWA)가 주관하는 대거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듣고 궁금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기발했습니다. 재난으로 폐허가 된 지역을 관광하는 ‘재난여행’을 기획하는 프로그래머라니. 흥미진진했습니다. 숨겨진 비밀과 뒤통수를 치는 악당과 예측할 수 없는 반전. 순식간에 윤고은 소설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주저 없이 (당시 기준) 베스트 파이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기발함과 재미, 이런 요소들 때문에 윤고은 작가의 세계에 사로잡힌 건 아닙니다. 윤고은 작가를 고유하게 만드는 한 가지 매력이 더 있었습니다. 딜레마. 소설 속 인물들이 겪는 딜레마가 현실의 어떤 상황보다 실감 나게 느껴졌고, 마치 딜레마 속 인물들과 하나가 된 것처럼 마음이 껄끄러웠습니다. 그런데 인간 존재의 근본을 고민하는 실존적 딜레마,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인물의 극단적인 딜레마 등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사람을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드는 답답함까지는 아니고 직장인이라면 한 달에 두세 번쯤 선택을 고민하게 되는 애매한 상황 같은 찜찜함이라고나 할까요. 만약 이름을 붙인다면 생활 밀착형 딜레마라고 부르고 싶습니다.</p>
<p>&nbsp;</p>
<p>&lt;불타는 작품&gt; 역시 그 점이 두드러지는 작품이었습니다. 로버트 재단의 후원으로 배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지긋지긋한 현실을 떠나 작품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지만, 전 세계의 예술가 중 자신을 꼭 집어 선택한 ‘로버트’가 개dog라는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 게다가 후원의 조건으로 작품 하나를 골라 소각해야 한다는 사실. 원본과 복제와 아우라, 발터 벤야민의 &lt;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gt;을 떠올릴 만큼 깊어질 수도 있는 딜레마지만 &lt;불타는 작품&gt;에서 이 상황들은 훨씬 윤고은적으로, 그러니까 적당한 생활 밀착형 딜레마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이란 무엇인가? 작품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가? 예술가와 작품은 어떤 관계인가? 등의 고차원적인(동시에 고리타분한) 질문은 어쩌면 이 책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p>
<p>&nbsp;</p>
<p>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작품이 불타는 상황에 다다른 클라이맥스가 아니라 그전에 벌어지는 각종 좌충우돌 에피소드였습니다. 주인공이 로버트 재단의 제안을 수락하고 작품 창작을 위해 재단 소재지로 가기 위해 미국에 도착했으나, 캘리포니아 지역의 대형 산불 때문에 가이드와 길이 엇갈리고 담당자와 연락마저 끊기며 시작부터 곤란함을 겪습니다. 공항을 벗어나기 위해 숙소를 알아보지만 근처 호텔은 모두 만실, 숙박 가능한 호텔을 겨우 찾았으나 오래된 곳이어서 화장실을 2:1로 쓰느냐 n:1로 쓰느냐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 나중에 연락이 닿은 담당자의 안내로 재단과 제휴된 곳에서 근사한 무료 식사를 즐기지만 식당의 배신으로 밥값을 지불해야 할 처지가 되고, 공항에서 신용카드를 잃어버려 수중의 현금으로는 13달러가 부족한 상황에서 하필 2:1로 화장실을 공유하는 옆방 사람에게 돈을 빌리는 상황, 그리고 소설 후반부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똥(주요 스토리라 자세히 밝힐 순 없지만..)에 얽힌 각종 상황 등등. 소설이 진행되는 내내, 어휴 어쩜 이래.. 에? 설마.. 라는 말이 끊길 새가 없는 딜레마적인 상황이 계속 펼쳐집니다.</p>
<p>&nbsp;</p>
<p>이런 특징 때문인지 윤고은 작가의 작품은 다 읽은 뒤에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은 채 마구 엉켜 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좋은 작품들이 그렇긴 하죠. 아이언맨이 손가락을 튕겨 타노스를 없애고 지구를 구한다, 감동! 같이 편안한 맺음은 좀처럼 없습니다. 심지어 거기에도 아이언맨의 희생이라는 엇나감이 있으니까요. “뛰어난 작품은 일단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는 사실을 모르십니까?”(최진영 소설 &lt;단 한 사람&gt; 중에서) 좋은 작품은 늘 무언가 헝클어져 있고 불편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윤고은 작가의 불편함은 조금 특이합니다. 말이 나온 김에 &lt;어벤져스: 엔드게임&gt;으로 다시 비유하자면, 아이언맨의 희생이라는 ‘가치’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는 게 아니라 손가락을 튕기는 행위 자체, 선택의 상황이 만들어내는 그 순간의 조명, 온도, 습도에 천착하게 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피니티 건틀렛 안에 땀이 많이 찼을 텐데 안 미끄러지고 잘 튕길 수 있을까, 같은 사소하지만 그냥 지나칠 수만은 없는 질문들 말입니다. 이렇게 우리 일상에 끈적하게 달라붙는 이야기와 딜레마를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윤고은 작가는 정말 다음 작품이 언제 나오나 목이 빠져라 기다리게 되는 소설가가 아닐 수 없습니다.</p>
<p>&nbsp;</p>
<p>다음으로 읽은 책은 김초엽의 작가의 &lt;파견자들&gt;과 정세랑 작가의 &lt;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gt;입니다. &lt;파견자들&gt;에서 주인공은 파견을 나가고 &lt;설자은..&gt; 에서 주인공 설자은은 금성으로 돌아옵니다.. 끝.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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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S. 역시 한정된 지면에 세 작품을 말하기는 무리네요. 벌써 원고지로 30매를 넘고 있어서 두 책은 다음을 기약해야 할 듯합니다. 당초 이번 소소한 리-뷰는 소설의 서평이 아니라 윤고은, 김초엽, 정세랑 작가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표하려는 의도였으므로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워낙 유명한 작가분들이시라 추천이란 말이 필요할까 싶지만 혹시라도 &lt;불타는 작품&gt;, &lt;파견자들&gt;, &lt;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gt;를 아직 안 읽으셨다면 얼른 읽어보세요. 절대 후회하지 않을, 불태우지 않아도 최고의 작품들이랍니다. 세 작가님들, 사랑합니다. 건강하세요! 그럼 이만. 해피 뉴 이어!</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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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mg decoding="async"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7/sewmew-line-2.png"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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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style="border-left: 6px solid #6e6e6e; padding: 10px 20px 10px 20px; background-color: #eeeeee;">
<p>&#8216;소소한 리-뷰&#8217;는 [월간소묘 : 레터]에 연재되고 있습니다.</p>
<p><img decoding="async" style="float: left; margin-right: 5px;"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1/letter.png" width="25px" /><a href="https://sewmew.co.kr/letter" target="_blank" rel="noopener noreferrer"><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구독하기</span></strong></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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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소소한 리-뷰]</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2024년 &#8211;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c%a4%ea%b3%a0%ec%9d%80-%ea%b9%80%ec%b4%88%ec%97%bd-%ec%a0%95%ec%84%b8%eb%9e%91/">윤고은/김초엽/정세랑</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5%84%ec%a3%bc-%ec%bb%a4%eb%8b%a4%eb%9e%80-%ed%9c%b4%ec%8b%9d-way-back-home/">아주 커다란 휴식 Way Back Home</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82%ac%eb%9e%91%ea%b3%bc-%ec%9a%b0%ec%a0%95%ec%9d%98-%ec%8a%a4%ed%8f%ac%ec%b8%a0-%ec%97%ac%ec%9e%90%eb%b0%b0%ea%b5%ac/">사랑과 우정의 스포츠, 여자배구</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a%94%eb%ac%bc-%ec%9a%b0%eb%a6%ac%eb%a5%bc-%ed%99%80%eb%a6%b0-%ea%b3%a0%ec%96%91%ec%9d%b4/">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B%B3%B5%EC%88%AD%EC%95%84/">복숭아</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a%b0%95%eb%ac%bc%ec%9d%b4-%ec%9c%84%eb%a1%9c-%ed%9d%90%eb%a5%b8%eb%8b%a4%eb%a9%b4-%ec%96%bc%eb%a7%88%eb%82%98-%ec%a2%8b%ec%9d%84%ea%b9%8c/">&#8220;강물이 위로 흐른다면 얼마나 좋을까&#8221; &#8211; 부산국제영화제</a> ••• <a href="https://sewmew.co.kr/소소한-리-뷰-유코-히구치-특별展-비밀의-숲/">유코 히구치 특별展: 비밀의 숲</a>&nbsp;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e%91%ec%9d%80%ec%b1%85/">작은책</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b%85%b8%ec%95%88%e8%80%81%e7%9c%bcpresbyopia/">노안</a> ••• <a href="https://sewmew.co.kr/%ec%86%8c%ec%86%8c%ed%95%9c-%eb%a6%ac-%eb%b7%b0-%ec%9a%b0%ec%82%b0%ec%9d%84-%ec%83%80%eb%8d%94%eb%8b%88/">우산을 샀더니</a>&nbsp;</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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