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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김혜영의혜영들 &#8211; 오후의 소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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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조용함을 듣는 일] 에필로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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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Sun, 27 Mar 2022 10:26:33 +0000</pubDate>
				<category><![CDATA[조용함을 듣는 일]]></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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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CDATA[김혜영의혜영들]]></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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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일주일째 내 몸에 딱 맞는 간이침대 위에서 아침과 밤을 맞았다. 새해 첫 달부터 작은 교통사고를 당  ...]]></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일주일째 내 몸에 딱 맞는 간이침대 위에서 아침과 밤을 맞았다. 새해 첫 달부터 작은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한 엄마의 곁을 지키는 중이었다. 간호사 선생님께서 따님이 어머님을 정말 좋아하나 봐요라고 하셔서 머쓱하게 웃었다. 평일과 주말할 것 없이 붙어 있으니 할 일 없는 철부지 같아 보이려나 생각했다. 하루에 한 번 가습기 물을 채우거나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의 식사를 대신 옮겨드리는 작은 일들을 했다. 조용하고 따듯한 온도의 병실이 꽤 안정적이어서 아침에는 엄마보다 더 늦게 일어나고 밤에는 누구보다 일찍 잠들어서 날이 갈수록 양 볼이 반질반질 빛났다.</p>
<p>&nbsp;</p>
<p>집에서 가져온 이불로 아침 햇빛을 가리고 있을 때쯤 엄마와 옆 침대 아주머니들이 시시콜콜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리곤 했다. 예전부터 엄마는 버스 정류장에 잠시 서 있는 찰나에도 꼭 옆 사람과 짧은 대화를 나눴다. 아기라도 안고 있는 분이 계시면 100퍼센트의 확률이었다. 이번에도 반나절만에 양옆 침대 아주머니의 뵌 적 없는 가족들 소식까지 모두 알게 되었다. 사흘 정도 지나서는 병원 식당의 아주머니께서 내 몫의 식사까지 챙겨주셨다.</p>
<p>&nbsp;</p>
<p>위급한 상황이 거의 생기지 않는 작은 동네 병원에서의 조용한 날들이 흘러갔다. 그중 유일하게 약속이 있던 날, 오후의 소묘 편집자님과의 두 번째 만남이 있었다. 인연 없이 그림을 보러 와주시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소중하지만 얼마 전 유독 눈에 띄는 SNS 게시물이 보였다. 나의 그림 옆에 다정히 붙은 문장. 그림을 그리며 내가 담은 이야기와는 전혀 달랐지만 결말이 여러 개인 소설책이 생각 나 즐거웠다. 그분이 올리신 글과 사진들을 구경하다가 문득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그리고 정말로 만났다. 생각나는 이야기들을 정신없이 말하는 편인 나와 달리 차분한 편집자님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가 덜컥 글을 써보기로 약속했다.</p>
<p>&nbsp;</p>
<p>선물 받은 그림책들을 품에 안고 돌아와 가족들이 모인 병원 앞 식당에 갔다. 아직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해 콧구멍이 커진 채로 새로운 소식을 전했다. 이제 두 가지의 일을 하는 작가가 되겠다고 말하자 아빠는 그래서 책이 언제 나오는지 물었다. 1년쯤 걸리지 않겠느냐 대답했는데 이 일은 벌써 2년도 훨씬 더 지난 일이다.</p>
<p>&nbsp;</p>
<p>가벼운 마음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 어떤 마음과 이야기를 가졌는지 쓰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부족한 집중력 탓에 책의 같은 페이지를 여러 번 읽는 내가 글을 쓴다니. 다른 사람들의 글도 열심히 읽어보았지만 다들 어찌 이리 재미나게 쓴 것인지, 언제 이런 일을 겪고 이겨내고 성장했을까 매번 감탄만 하다가 끝이 났다.</p>
<p>&nbsp;</p>
<p>그러는 사이 병실 멤버들과 정이 든 엄마는 문병을 온 손님들의 손에 들려 있던 비슷비슷한 과일과 음료수들을 서로 주고받은 후에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불이 자꾸만 삐져나가는 간이침대에서 슈퍼 싱글 사이즈의 침대로 돌아왔지만 편하지가 않았다. 잘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의 설레고도 무거운 마음에 눌려 있던 중 병원에서 매일같이 듣던 평범하고 기쁘고 슬픈 이야기들이 지나갔다. 누군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앞에 앉은 사람이 맞아 맞아. 그치 그치. 하는 식의 꼭 두 번 소리 내는 호응의 리듬이 함께 들리는 듯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던 엄마에게 사람들과 대체 무슨 얘기를 그렇게 많이 하느냐고 물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 사람이 말하는 것과 듣는 것이 자기의 삶에서 중요한 곳으로 향하는 걸 볼 수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p>
<p>&nbsp;</p>
<p>사는 게 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 하지만 분명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도 빌려보고 싶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했다. 혼자서 그림을 그리는 동안 스스로에게 하던 말들을 떠올리며 적어본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p>
<p>&nbsp;</p>
<p>나에게 가장 많은 것은 무엇일까요?</p>
<p>태어난 후 첫 번째 기억이 뭔가요?</p>
<p>정말 별게 아니어서 말하지 않은, 못한 이야기가 있나요?</p>
<p>&nbsp;</p>
<p>위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나중에 자세히 적는다면 좋겠다. 특히나 마지막 질문은 엄마를 닮아 대화하기를 좋아하는 내가 자주 꺼내는 대화 주제였다. SNS에 인터뷰를 해줄 혜영들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고 예상 외로 다양한 혜영들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 대형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한가운데에 멈춰서 답장을 보내느라 짜증 섞인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괜찮았다.</p>
<p>&nbsp;</p>
<p>예상대로 나는 그간 혜영들과의 대화에서 충분히 울고 웃었다. 호기롭게 시작한 것에 비해 많은 분들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처음 만난 눈을 마주 보고 나눈 이야기들이 넘실거린다. 겪어보지 않은 삶과 선택지들을 듣다 보면 나와의 공통분모를 찾아보게 되는데 혜영 들이 가진 이야기들은 온전히 그들의 것이라 소설책을 읽듯 듣고 집에 오는 길에 덮어두었다. 별게 아닌 이야기로, 혼자서 품어도 괜찮았을 이야기들을 말해보자고 했는데 결국 살아가는 태도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p>
<p>&nbsp;</p>
<p>오래 마주 앉은 그림들은 전시장의 벽에 걸리기 전부터 나와 정이 들어 오래된 친구를 소개하듯 전시장 벽에 걸고는 했는데. 글들은 어떨까? 그림도 글도 혼자서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지만 함께 다정히 듣고 쓰고 그려본 날들이었다.</p>
<p>&nbs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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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v>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연재 그림(2021.1~2022.1)</span></p>
<p>&nbsp;</p>
<p>&nbsp;</p>
<p><img decoding="async"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7/sewmew-line-2.png"></p>
<p>&nbsp;</p>


<figure class="wp-block-image size-full"><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img decoding="async" width="250" height="329" class="wp-image-8669"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5/조용함을듣는일_표1-250px.jpg" alt=""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5/조용함을듣는일_표1-250px-200x263.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5/조용함을듣는일_표1-250px-228x300.jpg 228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5/조용함을듣는일_표1-250px.jpg 250w" sizes="(max-width: 250px) 100vw, 250px" /></a></figure>
<p> </p>



<div style="border-left: 6px solid #6e6e6e; padding: 10px 20px 10px 20px; background-color: #eeeeee;">
<p>&#8216;조용함을 듣는 일&#8217;은 2021년 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월간소묘 : 레터]에 연재되었습니다. (연재명 &#8216;김혜영의 혜영들&#8217;)</p>
<p><img decoding="async" style="float: left; margin-right: 5px;"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1/letter.png" width="25px" /><a style="pointer-events: none;" href="https://sewmew.co.kr/letter" target="_blank" rel="noopener"><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구독하기</span></strong></a></p>
</div>
<p> </p>



<div style="border: 1px solid #999999; padding: 20px;">
<p>[조용함을 듣는 일]</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ac%bc%ea%b2%b0%ec%9d%b4-%eb%82%b4%eb%8a%94-%ec%86%8c%eb%a6%ac/">물결이 내는 소리</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d%99%80%eb%a1%9c-%ed%94%bc%eb%8a%94-%ea%b2%83%ec%9d%80-%ec%97%86%eb%8b%a4/">홀로 피는 것은 없다</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a7%89-%eb%a7%89/">막, 막</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b9%9b%ec%b6%94%ec%9d%b4/">빛추이</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b0%9c%ea%b0%80%eb%9d%bd-%ec%82%ac%ec%9d%b4-%eb%b0%98%ec%a7%9d%ec%9e%84/">발가락 사이, 반짝임</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a7%88%ec%9d%8c%ea%b3%bc-%eb%aa%b8%ec%9d%98-%eb%aa%a8%ec%96%91/">마음과 몸의 모양</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c%9d%b4-%ec%95%88%ec%97%90-%ec%82%ac%eb%9e%91%ec%9d%b4-%ec%9e%88%ea%b5%ac%eb%82%98/">이 안에 사랑이 있구나</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a%b8%b0%eb%8c%80%ec%95%89%eb%8a%94-%ec%9a%b0%eb%a6%ac%eb%93%a4/">기대앉는 우리들</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c%97%90%ed%95%84%eb%a1%9c%ea%b7%b8/">에필로그</a></span></p>
</div>
<p> </p>
]]></content:encoded>
					
		
		
			</item>
		<item>
		<title>[조용함을 듣는 일] 기대앉는 우리들</title>
		<link>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a%b8%b0%eb%8c%80%ec%95%89%eb%8a%94-%ec%9a%b0%eb%a6%ac%eb%93%a4/</link>
		
		<dc:creator><![CDATA[sewmew]]></dc:creator>
		<pubDate>Sun, 23 Jan 2022 13:02:31 +0000</pubDate>
				<category><![CDATA[조용함을 듣는 일]]></category>
		<category><![CDATA[image-list]]></category>
		<category><![CDATA[김혜영의혜영들]]></category>
		<category><![CDATA[월간소묘]]></category>
		<category><![CDATA[조용함을듣는일]]></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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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김¯ 혜영님 SNS 이름이 혜만사예요. 혜영이가 만난 사람들. 그걸 보고 저랑 비슷한 분일 거 같다  ...]]></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혜영님 SNS 이름이 혜만사예요. 혜영이가 만난 사람들. 그걸 보고 저랑 비슷한 분일 거 같다고 생각했어요.</p>
<p>&nbsp;</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예전부터 SNS에 특별하거나 잘난 모습을 전시하지 말아야지 생각했어요. 서로에 대한 박탈감을 느끼거나 심란한 마음이 생길 수 있잖아요. 그래서 그냥 오늘은 지하철을 탔다. 무엇을 먹었다 같은 소소한 내용을 보정 없이 올려보자 했어요. 단순히 사진 일기로써 어떤 내용을 기록할까 하다가 제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게 사람이었죠. 그래서 혜영이가 만난 사람들을 올려요. 오늘 우리도 같이 사진 찍어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오늘의 혜만사는 저네요. 좋아요. 손목에 타투는 무슨 뜻이에요?</p>
<p>&nbsp;</p>
<div id="letter"><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현재, 즐거움, 사람 단어 세 가지예요. 방향을 잃었을 때 길잡이처럼 이 세 가지 가치를 중요시하며 결정하려고 해요. <span style="text-decoration: underline;">어떤 행동을 하고 결정을 내릴 때 결국은 사람이 중심이 되더라고요.</span> 그런데 상대를 위하다 보면 내가 나를 지우고 뒷전으로 만들 때가 많아요. 정작 내 주변은 잘 돌보지 못했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2022년에는 나에게 집중하는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요. 가족들이나 주변 친구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도요. 자비를 써야겠지만.</div>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어떤 일을 하시는지 궁금해지네요. 일부러 미리 안 여쭤봤거든요.</p>
<p>&nbsp;</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문화예술기획을 하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행사와 공연이요. 사람들이랑 모여서 노는 걸 좋아해요. 가장 바라는 건 다른 곳에서는 하지 않았던 걸 창작하는 거예요. 사람들이 꼭 한 번씩 나의 존재 이유를 찾게 되는 주기가 있잖아요. 저는 2019년이었는데 남들은 하지 못하고 또 안 하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기획자로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도 생겼고요. 올해는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하는 일에 치여 지내서 월간 김혜영 프로젝트도 시작은 했는데 끝맺음을 못 했거든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월간 김혜영이요? 어떤 기획인지 듣고 싶어요.</p>
<p>&nbsp;</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정말 작고 소소한 프로젝트들이에요. 의정부에 꽃 지도를 만들어보자라던가, 다 같이 차를 타고 책을 읽으러 떠나는 거예요. 바닷가에 해먹도 설치하고요. 요새 생각이 많이 굳었어요. 사유할 시간이 없어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현생 때문에요?</p>
<p>&nbsp;</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네. 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어서 딸린 식구들이 있거든요. 임기가 2년 정도 남았어요. 조합원들도 다 프리랜서고 20대 초중반인데 이 친구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해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프리랜서의 어려움이 많죠. 가장은 특히 무겁네요. 보내 드린 질문지 중에 나를 이루고 있는 것에 관한 물음이 있었잖아요. 아까 말씀해주신 현재, 즐거움, 사람 이 세 가지 일까요?</p>
<p>&nbsp;</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그건 아닌 것 같아요.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 혹시 제가 이루고 싶은 것들일까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아니요. 나를 이루고 있는 거, 생각들?</p>
<p>&nbsp;</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그렇다면 쉼? 2015년에 기획을 시작했을 때도 주제가 여유였는데 요즘의 최대 관심사기도 해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여유와 쉼이요.</p>
<p>&nbsp;</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네.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어렵다는 게 제 스스로 생각할 만한 지점인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신점을 봤는데 제가 단명을 할지 물어봤거든요. 근데 오래 산다는 거예요. 그래서 혹시 노후를 준비해야할지 물었더니 그렇대요. 심란해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아..! 보통 건강이나 직업운 같은 걸 물어보지 않아요? 단명은 왜요?</p>
<p>&nbsp;</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죽음의 시기를 알고 싶어서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영화 &lt;인타임&gt;처럼요?</p>
<p>&nbsp;</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네. 우선순위를 매겨서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제가 되게 계획이 없는 타입이에요. 모순적이기는 한데 단순히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한 질문이기도 했어요. 이제는 계획 세우는 걸 포기했어요.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자. 그렇게 도착한 곳이 내 목적지가 아닌가 싶어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흘러가는 대로. 그럼 내일 정도의 계획은 있나요?</p>
<p>&nbsp;</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계획은 아예 없고요. 대신에 남은 기간 동안 꼭 하고 싶은 건 있어요. 20대의 끝자락을 맞이하면서 어떻게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스스로 수요 안식일도 가져보고 일 외의 시간을 하루라도 만들려고 해요. 이런 것들도 계획이겠지만 그냥 단순한 목표로 봐요. 어떤 프로젝트를 하든 일단 나에게 필요한 걸 찾곤 해요. 제게 필요한 게 세상에 다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리고 나와 같은 필요를 느끼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런 프로젝트를 나누려고 하는 거죠. 이번에 8주짜리 워크숍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우리는 왜 방황하는가’가 주제예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우리는 왜 방황할까요?</p>
<p>&nbsp;</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글쎄요. 제가 올해 처음으로 심리 상담을 받기 시작했어요. 어느 순간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선이 필요하다고 느껴져서요. 그 후로는 주변 사람들에게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받아야 한다고 권장도 많이 해요. 저희 조합원들 같은 경우는 상담 비용을 지원해줄 테니 연초에 한 명씩 다녀오자고 했어요. 내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과 대화했을 때 알게 되는 나도 있고, 그게 중요하단 생각이 들어서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맞아요. <span style="text-decoration: underline;">말하면서 알게 되는 나도 정말 중요하죠. 우리는 계속해서 남들과 연결될 수밖에 없는가 봐요.</span> 상담을 하게 되면 첫 질문이 뭐예요?</p>
<p>&nbsp;</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이 상담에서 어떤 걸 원하는지 여쭤보세요. 어떤 이유로 찾아왔는지. 그때부터 이제 1시간 동안 울기 시작하는 거예요. 사실 심리적으로 무너졌을 때는 조금만 건드려도 눈물이 금방 나잖아요. 어느 정도 마음이 추슬러졌을 때 간 거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상담소는 그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요. 은은한 조명에 따듯하고 의자도 편안하고.</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어디 한번 맘 편하게 울어봐라! 하는 분위기네요. 저는 스스로 지쳤다는 생각이 문득 들 때 울어요. 그런 분위기를 혼자 만들기도 하고요.</p>
<p>&nbsp;</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감정에 솔직한 거 좋잖아요. 저는 반주를 한다든지 해서 해소를 하는데 (웃음) <span style="text-decoration: underline;">마음 상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요새의 내 마음이 어떤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상대도 그렇게 해주기를 바라고요.</span> 동생들하고 일을 하다 보니까 그런 대화를 아직 어려워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나를 드러내는 것에 대해서 타인의 반응에 대해 걱정을 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제가 약간 주입식으로 계속 물어봐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너무 좋은 리더인데요? 사람들은 주로 남이 보는 나를 엄청 신경 쓰잖아요. 저도 그럴 때가 많고요. 날이 갈수록 자아가 늘어나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나이가 들수록 성격이 확실히 변하는 거 같아요. 저는 청소년 때 부끄러움이 많았거든요. 남 눈치도 많이 보고요. 첫 알바를 시작하고 나서야 조금 단호하게 화도 내보고 뻔뻔한 면도 생겼어요. 아, 저도 궁금한 게 있는데 작가님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가실 거예요?<br><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어느 과거요?<br><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학창시절이요.</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조건이 있어요. 제가 지금의 기억을 가지고 가나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네. 가지고 가요.</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그럼 가보고 싶어요. 어떠세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저는 안 가고 싶어요.</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왜요? 부끄럼 많던 시절이 싫어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지금 가진 것들을 만드는 과정을 다시 반복할 자신이 없어요. 주변의 사람들도요. 어느샌가부터 감정의 폭이 큰 게 싫어요. 소모되거나 상처받은 후에 치유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잖아요. 차라리 행복이 크지 않아도 괜찮으니 잔잔하게 살고 싶은데 사춘기 때는 특히 이벤트도 많고 그만큼 상처도 많이 받잖아요. 그런 시기로 다시 가고 싶지가 않아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감정의 폭이 크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이 와닿아요. 그냥 담담하게 별일 없이 지내고 싶죠.</p>
<p>&nbsp;</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지나가는 인연을 그냥 놓아주는 법을 배워가는 거 같아요. 인연이 이렇게 또 흘러가는구나. 제가 가진 어떤 면에 대해 아쉬워하는 친구들에게 처음엔 제 상황을 설명해줘요. 그런데도 상대방을 충족시켜 줄 수 없고 반복이 되면 결국 이 사람하고는 어쩔 수가 없구나 생각해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연인 같네요. 맞아요. 가족들과의 관계도 그렇잖아요. 피가 섞인 사이지만 결국 타인이기도 하니까요.</p>
<p>&nbsp;</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저는 어릴 때 언니랑도 7년 정도 절연했었어요. 그때도 감정 소모되는 게 싫어서 차라리 상처받을 바엔 없는 게 낫겠다 생각했었죠. 그래도 지금은 잘 지내고 있어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족이라고 다 내 맘을 알아주진 않죠. 모든 관계에는 거리감이 필요한 것 같아요. 난로나 왈츠처럼.</p>
<p>&nbsp;</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맞아요. 적절한 밸런스가 중요하죠.</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너무 내려가지도 올라가지도 않는 지점를 찾는 거죠.</p>
<p>&nbsp;</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사실 나에 대해 집중을 해야겠다고 생각되는 순간은 나 자체에 대한 고민이라기보다는 어떤 한 가지에 결핍이 있고 충족이 안될 때인 것 같아요. 왜 그게 안될까? 내가 나를 놓치고 있는 게 아닐까?부터 시작되고 그게 점점 커지는 거죠. 지금 내가 느끼는 결핍에만 집중을 하면 될 텐데.</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그걸 아는 것만도 대단한 건데. 저는 단순하게 나의 결핍을 해결해야지보다는 일단 잘 자고 잘 먹어요. 그럼 좀 괜찮아져요. 그런 말 있잖아요. 우울은 수용성이니 샤워를 해라. 속는 셈치고 따듯하게 샤워하고, 일찍 자고, 맛있는 밥 먹고요. 이렇게 살면 괜찮지 뭘 고민 하나 싶은데 또 다음날은 괜히 다시 심각해지고요. 그런 반복이죠.</p>
<p>&nbsp;</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나를 위로하는 것, 기분 좋게 하는 것들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일상의 중간중간에 있기만 해도 잠깐은 버틸 만해져요.</p>
<p>&nbsp;</p>
<p>&nbsp;</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6862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2/01/기대앉는우리들_590px.jpg" alt="" width="590" height="874"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2/01/기대앉는우리들_590px-200x296.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2/01/기대앉는우리들_590px-203x300.jpg 203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2/01/기대앉는우리들_590px-400x593.jp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2/01/기대앉는우리들_590px.jpg 590w" sizes="(max-width: 590px) 100vw, 590px"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기대앉는 우리들_52x45cm(2ea)_광목에 유화,채색_2021</span></p>
<p>&nbsp;</p>
<p><strong>—</strong></p>
<p>지난 4월에는 작업실을 얻기 위해 각종 부동산 앱과 네이버 카페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락날락했다. 근처 재개발 지역의 새로 올린 건물들이 마음에 들어왔지만 세 달 정도 월세를 내면 주머니에 남는 게 없을 것이었다. 게다가 관리비가 10만 원이 넘었다. 그사이 엄마는 단골 피부관리숍 건물 3층의 영어학원이 공실이라는 소식을 가져왔다. 영어학원이 이래서야 아이들이 공부가 될까 싶게 화려한 벽지들이 붙어 있었다. 그제야 옆 동네 건물의 비싼 관리비가 납득이 갔다. 깨끗한 계단과 엉덩이가 시리지 않을 화장실을 얻으려면 돈을 많이 내야 하지. 며칠 후 그곳에 짐을 풀었다.</p>
<p>&nbsp;</p>
<p>어수선한 공간이 정리되는 동안 친구들은 동네에 아지트가 생긴 기념으로, 생일자를 축하해 줄 공간으로, 내가 자주 외로움을 타기 때문에 등의 이유로 거의 매일 찾아왔다. 한바탕 손님들을 맞이하고 난 작업실에서 혼자 그림을 그리다 짧은 집중력을 견디지 못해 의자를 빙그르르 돌렸다. 또 다른 의자가 눈에 띈다. 머리 닿는 부분이 살짝 해진 투박하고 커다란 가죽 의자. 엘리베이터가 익숙해진 손님들이 오랜만에 낡은 계단을 올라온 후 차지하고 싶어 하는 그 의자는 어쩐지 상담실 의자 같다. 혼자만의 공간을 얻자마자 가장 처음 중고거래 앱을 통해 산 고가구들의 서비스쯤으로 따라온 거였다.</p>
<p>&nbsp;</p>
<p>문래동의 한 아파트에서 사방탁자를 꺼내오는데 주인분께서 나를 불러 세웠다.</p>
<p>&nbsp;</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아버지한테 사드렸던 건데 낡아 보여도 좋은 거예요. 한번 앉아보고 괜찮으면 같이 가져가요.</span></p>
<p>&nbsp;</p>
<p>처음 만난 사람들 앞에서 푹신한 의자에 파묻혔다. 아저씨가 의자 옆 레버를 돌리자 이번엔 눕혀졌다. 여러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낯선 천장을 바라보다가 결국 가지고 왔다.</p>
<p>&nbsp;</p>
<p>날씨가 크게 두 번 바뀌는 동안 많은 친구들이 그 낡은 의자에 기대 슬픈 날에는 울기도 하고 지친 날엔 짧은 잠을, 또 작은 한숨 같은 말들을 뱉고 가기도 했다. 가끔은 내가 먼저 연락해 앉혀 두었다. 불을 어둡게 낮추고 낮잠 잘 때 주로 듣는 의미 모를 외국 노래도 틀어주곤 했다. 내 어깨가 무거운 날 스스로 하는 행동이었는데 과거의 내가 부끄럽거나 미래의 내가 괜히 안쓰러운 날이 그랬다. 감정의 곡선이 위아래로 마구 요동치는 날에는 꼭 가까운 사람들에게 모난 말을 쏟아내는 나쁜 버릇이 있어 혼자인 편이 나았다. 혼자서 소모하고 스스로 치유하면 될 일이라 생각했다. 다른 사람의 크고 작은 속상함, 표정과 말들을 들어줄 품을 언제나 만들어 두었지만 반대로는 늘 어려웠다. 마음이 무거우니 몸도 무거운 것 같아 길 건너 병원에 도수 치료를 받으러 갔다. 바닥에 똑바로 누우면 꼬리뼈만이 몸을 지탱하는 것처럼 통증이 느껴져 오래 치료를 받은 터라 언제 방문해도 물리치료 선생님이 눈인사를 해주시는 곳이었다.</p>
<p>&nbsp;</p>
<p>좁은 침대에 엎드려 익숙한 손놀림의 치료를 받는다. 뻣뻣하게 굳은 어깨와 등 전체의 뻐근한 통증은 그림을 그릴 때 몸에 힘을 주는 습관 때문인 듯했다. 선생님은 핸드폰 카메라를 켜 차렷 자세를 하고 앉은 내 어깨를 촬영했다.</p>
<p>&nbsp;</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거울로만 봐도 알겠지만 어깨가 엄청 비뚤어 있지? 우리 또 자주 봐야겠다! 그래도 걱정 마. 다른 사람들도 조금씩은 비뚤어져 있어.</span></p>
<p>&nbsp;</p>
<p>차가운 고무 흡착기들을 등에 주렁주렁 달고 엎드려 다른 사람들의 어깨를 떠올렸다. 평소에 주의 깊게 보는 부위가 아니어서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기계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오늘 치료의 끝을 알렸다. 윗옷을 챙겨 입고 엉거주춤 침대에서 내려와 다시 작업실로 돌아가는 길에 친구 브이에게 전화가 왔다. 하루 걸러 연락하는 사이인데 매번 ‘별일 없지?’라고 묻는 애였다.</p>
<p>&nbsp;</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별일 없지?</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별일이야 매일 있지. 지금 등에 페퍼로니 한가득 만들고 작업실 가고 있어.</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페퍼로니? 피자?</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아니. 저주파 치료 있잖아. 부황 같은데 찌릿찌릿한 거. 그림 그릴 때 자꾸 어깨에 힘을 줘서 귀까지 닿을 지경이야.</span></p>
<p>&nbsp;</p>
<p>자주 통화를 해도 대부분 나는 시시콜콜한 별일이 많았지만 내가 브이에게 되묻는 일은 없었다. 물어도 아무 말 없이 웃을 게 뻔했다. 나의 오랜 연애가 끝나던 다음 날 브이는 여러 친구들이 다 함께 작업실에 온다는 것을 알고 그다음 날로 약속을 미뤘다. 이틀 내내 고장 난 것처럼 멀쩡하던 나는 브이가 나무 의자에 앉아 나를 바라보자마자 눈물이 쏟아졌다. 그애의 다정함에 기대 눈물 콧물을 다 쏟으며 말했다. 브이는 매번 그런 식으로 들어주었다.</p>
<p>&nbsp;</p>
<p>나와 예정에 없던 산책을 하다가 별안간 5년 전 잠시 연락이 안 되었을 때의 일을 말해주기도 했다. 그때로 돌아가 얘를 껴안아 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생각하며 앞서 걷는 브이를 본다. 나만큼이나 어깨가 비뚤어져 있다. 몸에 힘을 준 시간들이 길었다 말해주는 것 같다. 한강으로 가는 길목에 멈춰 서서 오늘 병원에서 배워 온 스트레칭을 알려주기로 한다.</p>
<p>&nbsp;</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이렇게 손바닥을 벽에 붙여서 몸을 지탱하고…</span></p>
<p>&nbsp;</p>
<p>브이와 헤어지고 돌아와 의자에 누워 낮잠을 잔다. 아까까지는 혼자였던 것 같은데, 그래도 괜찮을 것 같았는데 여기에 기대어있다 간 사람들이 떠오른다. 꼬리뼈 혼자서 지탱하기엔 내 몸이 가진 우여곡절의 곡선이 너무 많은 듯했다.</p>
<p>&nbsp;</p>
<p>&nbsp;</p>
<p><img decoding="async"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7/sewmew-line-2.png" data-pagespeed-url-hash="2029782432"></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 font-size: 14px; font-family: helvetica;">*인터뷰이로 참여해주신  모든 혜영 님께 감사드립니다.</span></p>
<p> </p>



<figure class="wp-block-image size-full"><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img decoding="async" width="250" height="329" class="wp-image-8669"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5/조용함을듣는일_표1-250px.jpg" alt=""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5/조용함을듣는일_표1-250px-200x263.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5/조용함을듣는일_표1-250px-228x300.jpg 228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5/조용함을듣는일_표1-250px.jpg 250w" sizes="(max-width: 250px) 100vw, 250px" /></a></figure>
<p> </p>



<div style="border-left: 6px solid #6e6e6e; padding: 10px 20px 10px 20px; background-color: #eeeeee;">
<p>&#8216;조용함을 듣는 일&#8217;은 2021년 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월간소묘 : 레터]에 연재되었습니다. (연재명 &#8216;김혜영의 혜영들&#8217;)</p>
<p><img decoding="async" style="float: left; margin-right: 5px;"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1/letter.png" width="25px" /><a style="pointer-events: none;" href="https://sewmew.co.kr/letter" target="_blank" rel="noopener"><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구독하기</span></strong></a></p>
</div>
<p> </p>



<div style="border: 1px solid #999999; padding: 20px;">
<p>[조용함을 듣는 일]</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ac%bc%ea%b2%b0%ec%9d%b4-%eb%82%b4%eb%8a%94-%ec%86%8c%eb%a6%ac/">물결이 내는 소리</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d%99%80%eb%a1%9c-%ed%94%bc%eb%8a%94-%ea%b2%83%ec%9d%80-%ec%97%86%eb%8b%a4/">홀로 피는 것은 없다</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a7%89-%eb%a7%89/">막, 막</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b9%9b%ec%b6%94%ec%9d%b4/">빛추이</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b0%9c%ea%b0%80%eb%9d%bd-%ec%82%ac%ec%9d%b4-%eb%b0%98%ec%a7%9d%ec%9e%84/">발가락 사이, 반짝임</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a7%88%ec%9d%8c%ea%b3%bc-%eb%aa%b8%ec%9d%98-%eb%aa%a8%ec%96%91/">마음과 몸의 모양</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c%9d%b4-%ec%95%88%ec%97%90-%ec%82%ac%eb%9e%91%ec%9d%b4-%ec%9e%88%ea%b5%ac%eb%82%98/">이 안에 사랑이 있구나</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a%b8%b0%eb%8c%80%ec%95%89%eb%8a%94-%ec%9a%b0%eb%a6%ac%eb%93%a4/">기대앉는 우리들</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c%97%90%ed%95%84%eb%a1%9c%ea%b7%b8/">에필로그</a></span></p>
</div>
<p> </p>
]]></content:encoded>
					
		
		
			</item>
		<item>
		<title>[조용함을 듣는 일] 이 안에 사랑이 있구나</title>
		<link>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c%9d%b4-%ec%95%88%ec%97%90-%ec%82%ac%eb%9e%91%ec%9d%b4-%ec%9e%88%ea%b5%ac%eb%82%98/</link>
		
		<dc:creator><![CDATA[sewmew]]></dc:creator>
		<pubDate>Sun, 07 Nov 2021 14:52:35 +0000</pubDate>
				<category><![CDATA[조용함을 듣는 일]]></category>
		<category><![CDATA[image-list]]></category>
		<category><![CDATA[김혜영의혜영들]]></category>
		<category><![CDATA[월간소묘]]></category>
		<category><![CDATA[조용함을듣는일]]></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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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혜영¯ 집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잖아요. 어떤 분들은 결혼하고 아이 낳은 후에 친정 동  ...]]></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집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잖아요. 어떤 분들은 결혼하고 아이 낳은 후에 친정 동네에 가면 편안하고 좋다는데 저는 오히려 슬퍼요. 슬픔이에요 항상. 폭력과 욕설, 나에게 퍼붓는 저주 가득한 말들이 떠올라서 피하고 도망가고 싶은 곳이에요. 어른이 되고 내 가정을 꾸리고 나면 예전에 일어난 일들이 이해가 가는 부분도 생기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거든요. 왜 우리 부모는 나에게 그랬을까. 그런 생각들을 했었어요. 내가 나를 느꼈을 때부터요. 그 불안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고 그림이 유일한 도피처였어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작가님 그림의 시작은 그때부터였군요.</p>
<p>&nbsp;</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네. 부모님한테 거의 유일하게 감사한 것 하나가 미술 학원에 보내주신 거예요. 동네에 있는 화실이었는데 아이들 학원이 아니라 언니 오빠들이 있는 화실이라 큰 사람들이 그린 그림들을 보면서 공상에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p>
<p>저희는 대가족이 다 함께 살아서 크고 작은 싸움들이 많았는데요. 몸은 같은 집 안에 있고 식구지만 저는 그 상황들을 항상 3자의 눈으로 봤어요. 스스로를 다른 곳, 다른 세계로 빼내 도망을 간 거죠. 입시 미술 학원에 갔는데 선생님이 붓에 여러 색을 섞어 화선지에 슥 그리니까 색이 확 퍼지는 거예요. 이런 게 천국이구나 싶으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예술이 사람의 삶을 구원할 수 있구나 느꼈어요. 이 안에 정말 천국이 있구나. 영화 &lt;일 포스티노&gt;를 보면 평범했던 사람이 시를 알게 되고 못 보던 아름다움을 보잖아요. 저는 정말 그걸 믿어요. 그림뿐만 아니라 예술로 인해서 사람의 인생이 변할 수 있다는 거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맞아요. 공감해요. 저도 처음으로 마음을 울리는 일을 찾은 게 그림이었어요. 어릴 때 이야기를 조금 더 해주실 수 있나요?</p>
<p>&nbsp;</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어릴 때 부모님이 자신들의 불화로 인한 고통에 휩싸여서 정작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 처했는지 무관심했어요. 그런데 제가 아이를 낳아보니 더 이해가 안 되는 거예요. 제가 만약 그렇게 괴로웠다면 제 아이에게 사랑을 주면서 위로를 받았을 것 같거든요. 왜 우리 부모님은 그러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거죠. 한번은 동네에서 가장 좋은 집에서 귀하게 자란 친구네 초대를 받았어요. 예쁜 그릇에 담긴 반찬들, 다정하게 아이를 바라보면서 식사를 하시는 부모님을 그때 처음 봤거든요. 우리 집 식사 시간은 항상 싸우고 욕하고 때리는 게 일이었는데,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부럽기보다는 그냥 궁금해지더라고요. 왜 신은 똑같은 사람을 만들어서는 이렇게 다른 삶을 살게 하는 걸까? 저 사람은 무얼 잘한 것도 아니고 또 다른 사람은 뭘 잘못해서 그렇게 태어난 게 아닐 텐데. 그 생각을 어릴 때부터 많이 했어요. 그렇다면 나는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요. 돈이 많은 것을 떠나서 귀한 삶, 아름다운 삶이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지금은 부모님과 관계가 괜찮으세요?</p>
<p>&nbsp;</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사람마다 덮어둔 채 가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동생이 많이 아팠어요. 어릴 때의 상처가 뒤늦게 튀어나온 거죠. 정신질환으로 폐쇄병동에도 가고 경찰서에도 불려가고요. 그런 기간이 10년 정도로 꽤 길었어요. 그러면서 우리 집안의 덮어 놓았던 문제가 발가벗겨지는 거예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동생분이 아프신 원인을 부모님도 알고 계시나요?</p>
<p>&nbsp;</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네. 병원에 워낙 오래 있었고 가족 상담도 했었거든요. 그래서 부모님이 제게 사과를 했고 그 후에 제 마음이 좀 나아졌어요. 나를 방어하게 된 거죠. ‘그것 봐, 너희들이 잘못한 거야. 내 잘못이 아니야’ 이렇게요. 불안함 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가족의 문제가 나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뭘 잘못해서 이런 일이 생긴 거라고. 그 불안함이 평생을 따라다녔는데 조금은 벗어던지게 됐어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부모님을 원망하시나요?</p>
<p>&nbsp;</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왜 나는 이런 집에서 이런 일을 겪나 원망도 했었죠. 지금 와서는 어쩔 수 없다 생각하고 지나간 것을 너무 많이 돌아보지는 않아요. 오히려 그런 일들을 겪은 후라 지금의 변화된 삶도 느껴보는구나 생각해요. 동생은 그저 불쌍하고요. 똑같은 환경, 똑같은 부모 밑에서 자랐는데 그 아이는 왜 자신의 인생을 망쳤을까. 우리 둘의 기질 차이도 있겠지만 저는 그림이나 공상 같은 벗어날 구멍과 세계가 있었고 그 아이는 그게 없어서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림은 제가 괴물같이 살지 않도록, 삶을 도와주는 역할이었거든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그림이 삶을 변화시켰다고 느낀 후에 작가 활동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신 거예요?</p>
<p>&nbsp;</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아니요. 회사도 다니고 여러 다른 일을 하면서 저만을 위한 작업을 했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방배동에 1층 공간을 작업실로 얻게 되었는데 지나다니는 분들이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어요. 그림을 그리셨던 분들이나 관심이 있으신 분들과 대화를 하는데 이제는 제 그림을 세상에 보여줘도 될 것 같다고 하는 거예요. 혼자만의 그림으로만 갖고 있지 말고 보여주라고요. 저는 전업 작가로 활동한 게 얼마 안 돼서 제 작업 설명을 남에게 잘 못해요. 그런데 제가 그림을 그리면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 상대방이 먼저 이야기를 해주시는 거예요. 같이 울면서 대화를 하기도 하고요. 말하지 않은 제 감정을 상대가 느꼈다는 게 신기하고 위로가 되었다고 하니 이제 세상에 나가보자 마음을 먹었어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정말 귀한 경험이었네요. 그 후에는요?</p>
<p>&nbsp;</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인사동에 가서 일정을 잡고 이듬해 5월에 처음 개인전을 했어요. 작업실에서 만난 손님과의 대화 후에 어쩌면 내가 그림을 그리려고 태어난 걸까? 생각을 해봤어요. 평소에는 밝은 편이지만 저는 삶과 죽음을 항상 같이 생각했거든요. 고등학교 때는 집에 들어가기 전에 하늘을 보면서 물었어요. 우리 엄마 아빠 말처럼 내가 그토록 쓸모없는 아이라면 저를 왜 만드셨냐고요. 그때부터 항상 모레쯤 죽는다고 생각을 했어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내일모레요?</p>
<p>&nbsp;</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네. 내일 죽으면 너무 무섭잖아요. 오늘이나 내일 죽으면 하고 싶은 일을 못 해서 억울하니까. 모레 죽는다고요. 오늘은 하고 싶은 것 맘껏 하고 내일 정리하고 모레 죽어야지. 우리가 아무리 애를 써도 어쩔 수 없는 게 있잖아요. 지옥 같은 집에서 태어난 게 내 잘못도 아니고요. 사람이 살면서 힘든 일을 겪을 수밖에 없잖아요. 너무 핑크빛으로 살았던 사람이 처음 힘든 일을 겪으면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지만 나의 근본은, 내 삶은 너무 거지 같다고 생각을 하니까 오히려 지금의 삶이 너무 행복한 거예요. 힘든 일이 생기면 원래 그렇다고, 원래 힘든 건데 그동안 잠깐 좋았던 거야 그렇게 생각했어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음. 마음이 너무 아픈 이야기예요. 잠깐이라도 좋았던 때는 언제였어요? 그림 외에도 좋아하셨던 거요.</p>
<p>&nbsp;</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음. 뿔테안경이랑 모자를 쓰고 동대문 시장같이 북적북적한 곳에서 사람들 구경하는 걸 좋아했어요.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보는 게 좋더라고요. 저 사람들은 나를 모르는데 나는 그 사람을 보잖아요. 저 사람은 어떤 삶을 살까 생각해 보고요.</p>
<p>&nbsp;</p>
<p>처음 다녔던 대학교는 너무 나가기가 싫어서 일 년 내내 누워만 있었어요. 가만히 누워서 사람들은 왜 사는 걸까 그런 고민을 했었거든요. 첫 번째 학교를 그만두고 재수 삼수를 해서 다른 학교에 입학을 했어요. 졸업쯤에 보니 전업 작가를 하기에는 그만큼의 깡다구도 없고 실력도 그냥저냥인 것 같더라고요. 조교실 통해 말레이시아에서 하는 일거리가 있다길래 부모님께 여쭤보지도 않고 떠났어요. 3개월 만에 그만두고 한 달 동안 태국 여행도 가고요. 그때는 모레 죽을 거니까 무서운 게 없었어요.</p>
<p>&nbsp;</p>
<p>삶의 조그만 부분들에서는 비관적으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크게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오늘 안 죽으면 모레쯤 죽어야지 생각하고 산 거예요. 무조건 낙천적인 것보다는 약간씩 비관적인 것들이 오히려 원동력이 되기도 해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아이를 낳은 후에도 같은 생각을 하셨나요?</p>
<p>&nbsp;</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사실 아이 낳고 초반까지는 그런 생각을 했는데 현실을 겪으며 책임감이 생겼어요. 모레 죽으면 이 아이는 어쩌지 싶은 거죠. 그 후에는 아이가 커다란 위로가 되기도 했고요. 남편은 제가 생각했을 때 이런 아빠가 나에게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사람을 만났어요. 어떤 사람들은 배우자가 너무 아이에게만 집중을 하면 소외받는 기분이라고 하던데 저는 그게 너무 치유가 되었어요. 남편이 아이에게 주는 사랑을 바라보면 이게 부모의 사랑이지 생각이 들면서 치유가 돼요. 그래서 큰 비관적인 생각들은 좀 덜 하게 되었어요. 비관적 낙천주의자인 거예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마지막으로 꽃을 자주 그리시는 이유가 궁금해요. 비관적 낙천주의자가 그리는 꽃은 무슨 의미를 가졌나요?</p>
<p>&nbsp;</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제 스스로의 평화를 위해서 붓을 들고 꽃을 그리지만 추상이라고 생각하며 그려요. 형태나 변화하는 모습은 관찰을 하면서 그리지만 색은 제 마음속에서 떠오르는 색이고요. 꽃을 들여다보면 모두 다른 표정과 얼굴이 보여요. 나한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그런 과정 속에 있는데 그림을 보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느낀다면 참 좋겠죠. 그런데 사실 작업할 때 남한테 보이는 건 신경을 많이 안 써요. 제가 거기에 빠져 있으니까요. 상대방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제가 그 상대가 되는 걸 상상해 봐요. 길 가던 고양이를 볼 때, 비둘기를 볼 때, 내가 꽃이라면 저 사람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그런 상상을 하면서 그림을 그려요.</p>
<p>&nbsp;</p>
<p style="text-align: center;">&nbs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6439"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11/이-안에-사랑이-있구나-680px.jpg" alt="" width="680" height="674"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11/이-안에-사랑이-있구나-680px-66x66.jpg 66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11/이-안에-사랑이-있구나-680px-150x150.jpg 15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11/이-안에-사랑이-있구나-680px-200x198.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11/이-안에-사랑이-있구나-680px-300x297.jpg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11/이-안에-사랑이-있구나-680px-400x396.jp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11/이-안에-사랑이-있구나-680px-600x595.jpg 6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11/이-안에-사랑이-있구나-680px.jpg 680w" sizes="(max-width: 680px) 100vw, 680px"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lt;이 안에 사랑이 있구나&gt;, 50x50cm, 광목에 채색, 유화, 2021</span></p>
<p>&nbsp;</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strong>—</strong></span></p>
<p>대가족이 모여 사는 집 한구석에 자꾸만 낙서를 하는 어린 여자아이가 있다. 주변은 시끄러운 욕설이 오가고 커다란 몸짓들이 날아든다. 아이는 그런 모습들이 생경하다.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이들이 북적북적한데 자꾸만 그곳에서 자신을 빼낸다. 도망간다.</p>
<p>&nbsp;</p>
<p>영화에서만 나올 것 같던 따듯한 오렌지빛 저녁 식사를 친구네 집에서 실제로 보던 날 아이는 부러운 마음보다도 다른 이의 삶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똑같은 사람을 만들어서는 왜이리 다른 삶을 살게 하는 거냐고 신에게 묻는 밤이 길다.</p>
<p>&nbsp;</p>
<p>아이는 자라서 또 다른 북적북적한 장소에 서 있다. 모자와 안경을 눌러쓰고 모르는 사람들을 본다. 저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상상한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귀한 삶을 살고 싶댔는데 그래서 자꾸만 다른 곳을 봤던 걸까.</p>
<p>&nbsp;</p>
<p>어린 여자아이는 자라서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내일 죽는 것은 무서우니 오늘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내일 정리하고 내일모레쯤 죽어야겠다고 생각해 오던 그에게 책임지고 싶은 사랑스러운 여자아이가 생겼다. 이제는 선을 그린다. 아주 가는 세필로 꼬박 두 달을 긋고 또 그어 하나의 그림을 완성시킨다. 선을 그을 때마다 마음이 가라앉아 위로를 받는다. 자꾸만 발가벗겨지는 상처들 위에도 선을 긋는다.</p>
<p>&nbsp;</p>
<p>오늘은 나와 만나 지난한 이야기를 한다. 고되다 못해 애처로운 이야기들을 웃으며 전하기까지는 몇 겹의 마음이 필요했을까. 그를 앞에 두고 도저히 울 수가 없어 참고 또 참은 후에 그 덕분에 알게 된 영화 &lt;일 포스티노&gt;를 보며 훌쩍인다.</p>
<p>&nbsp;</p>
<p>영화는 이탈리아의 작은 섬마을 우체부 마리오가 유명한 시인 네루다를 만나 시와 은유에 대해 알 게 되는 이야기를 담는다. 네루다는 먼 곳에 있는 자신의 친구들에게 이 섬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해줄 것을 청하고 마리오는 생각 끝에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의 이름인 ‘베아트리체 루소’라고 짧게 대답한다. 섬마을에서의 망명이 끝난 후 조국으로 돌아간 네루다를 위해 마리오는 섬이 가진 소리들을 모아 녹음한다. 마을의 아름다움을 겨우 베아트리체라고 표현하던 남자는 섬의 또 다른 아름다움들을 발견하고 모은다. 한 겹 더 시인의 눈으로 섬을 보게 된 마리오의 모습과 그를 돕는 우체국장의 귀여운 뒷모습이 마음에 남지만 무엇보다 이 문장들을 잊을 수 없어 옮겨 적어 본다.</p>
<p>&nbsp;</p>
<p><em>칼라 디 소토의 작은 파도</em></p>
<p><em>큰 파도</em></p>
<p><em>절벽에 부는 바람</em></p>
<p><em>덤불에 이는 바람</em></p>
<p><em>아버지의 서글픈 그물</em></p>
<p><em>고통의 성모 교회 종소리와 신부님</em></p>
<p><em>별빛이 반짝이는 섬의 밤 하늘</em></p>
<p><em>아기 파블리토의 심장 박동 소리</em></p>
<p>&nbsp;</p>
<p>이 문장들은 그가 오늘 내게 해준 말들과 흩어졌다 다시 또 겹쳐진다. 마리오가 시를 만나 마음속에만 가지고 있던 감정들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 게 된 것처럼 어린 그도 화선지에 물감이 퍼지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려냈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림이 나의 삶을 변화시켜 줄 것이란걸.</p>
<p>&nbsp;</p>
<p>나도 나의 그림을 그린다. 더 이상 집에 대한 마음이 서글프게 남지 않기를 바라며 커다란 바위들을 만든다. 슬픔을 막아내기에 이 정도면 충분할지 고민한다. 그럼에도 물기 어린 시련이 분명 올 테다. 그조차도 잘 이겨내기를. 오늘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내일 정리하고 모레 생을 마감하지 않기를. 오늘은 길 가던 고양이가 되어보고 내일은 꽃이 되어보고 모레에는 또 새로운 무언가가 되어 그 시선들을 상상해 보기를. 덮으려 해도 자꾸만 비집고 나오는 지난날들을 버텨준 그 대단한 어린아이를 위해서 오늘도 잘 지내기를 바라본다.</p>
<p>&nbsp;</p>
<p>&nbsp;</p>
<p><img decoding="async"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7/sewmew-line-2.png"></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 font-size: 14px; font-family: helvetica;">*인터뷰이로 참여해주신  모든 혜영 님께 감사드립니다.</span></p>
<p> </p>



<figure class="wp-block-image size-full"><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img decoding="async" width="250" height="329" class="wp-image-8669"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5/조용함을듣는일_표1-250px.jpg" alt=""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5/조용함을듣는일_표1-250px-200x263.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5/조용함을듣는일_표1-250px-228x300.jpg 228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5/조용함을듣는일_표1-250px.jpg 250w" sizes="(max-width: 250px) 100vw, 250px" /></a></figure>
<p> </p>



<div style="border-left: 6px solid #6e6e6e; padding: 10px 20px 10px 20px; background-color: #eeeeee;">
<p>&#8216;조용함을 듣는 일&#8217;은 2021년 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월간소묘 : 레터]에 연재되었습니다. (연재명 &#8216;김혜영의 혜영들&#8217;)</p>
<p><img decoding="async" style="float: left; margin-right: 5px;"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1/letter.png" width="25px" /><a style="pointer-events: none;" href="https://sewmew.co.kr/letter" target="_blank" rel="noopener"><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구독하기</span></strong></a></p>
</div>
<p> </p>



<div style="border: 1px solid #999999; padding: 20px;">
<p>[조용함을 듣는 일]</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ac%bc%ea%b2%b0%ec%9d%b4-%eb%82%b4%eb%8a%94-%ec%86%8c%eb%a6%ac/">물결이 내는 소리</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d%99%80%eb%a1%9c-%ed%94%bc%eb%8a%94-%ea%b2%83%ec%9d%80-%ec%97%86%eb%8b%a4/">홀로 피는 것은 없다</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a7%89-%eb%a7%89/">막, 막</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b9%9b%ec%b6%94%ec%9d%b4/">빛추이</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b0%9c%ea%b0%80%eb%9d%bd-%ec%82%ac%ec%9d%b4-%eb%b0%98%ec%a7%9d%ec%9e%84/">발가락 사이, 반짝임</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a7%88%ec%9d%8c%ea%b3%bc-%eb%aa%b8%ec%9d%98-%eb%aa%a8%ec%96%91/">마음과 몸의 모양</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c%9d%b4-%ec%95%88%ec%97%90-%ec%82%ac%eb%9e%91%ec%9d%b4-%ec%9e%88%ea%b5%ac%eb%82%98/">이 안에 사랑이 있구나</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a%b8%b0%eb%8c%80%ec%95%89%eb%8a%94-%ec%9a%b0%eb%a6%ac%eb%93%a4/">기대앉는 우리들</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c%97%90%ed%95%84%eb%a1%9c%ea%b7%b8/">에필로그</a></span></p>
</div>
<p> </p>
]]></content:encoded>
					
		
		
			</item>
		<item>
		<title>[조용함을 듣는 일] 마음과 몸의 모양</title>
		<link>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a7%88%ec%9d%8c%ea%b3%bc-%eb%aa%b8%ec%9d%98-%eb%aa%a8%ec%96%91/</link>
		
		<dc:creator><![CDATA[sewmew]]></dc:creator>
		<pubDate>Sun, 05 Sep 2021 11:13:54 +0000</pubDate>
				<category><![CDATA[조용함을 듣는 일]]></category>
		<category><![CDATA[image-list]]></category>
		<category><![CDATA[김혜영의혜영들]]></category>
		<category><![CDATA[월간소묘]]></category>
		<category><![CDATA[조용함을듣는일]]></category>
		<guid isPermaLink="false">https://sewmew.co.kr/?p=5995</guid>

					<description><![CDATA[혜영¯ 헤테로토피아가 뭐예요? 김¯ 대학교 교수님이 추천해주신 책에서 처음 접한 단어인데요. 나만의  ...]]></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헤테로토피아가 뭐예요?</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대학교 교수님이 추천해주신 책에서 처음 접한 단어인데요. 나만의 다락방, 편안한 공간 같은 거예요. 현실 속의 유토피아라고 생각하면 쉬워요. 유토피아는 닿을 수 없는 곳이지만 헤테로토피아는 현실에 있죠. 어떤 공간이 아니라 순간일 수도 있어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순간이라면… 저는 폭염을 엄청 좋아해요. 어릴 때 꿈이 인어였는데 제가 수영을 아예 못 했거든요. 인어의 몸짓이 너무 좋아서 처음에는 얕은 수영장에 가서 그걸 무작정 연습했어요. 그러다 보니 수영을 하게 되고 앞으로 나아 갈 수 있게 된 거예요. 지금은 스쿠버다이빙도 하고요. 못하던 걸 할 수 있게 된 게 너무 기뻐서 여름마다 물이 있는 곳에 갔어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여름의 물속을 좋아하시는군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네. 물 안에서는 자기의 몸에만 집중해야 하거든요. 숨이 가빠지거나 당황하지 않도록 나에게 집중을 해야 해요. 그런 느낌이 좋아요. 여름은 사실 여자들한테 불편한 계절이잖아요. 속옷에 땀 차고 화장도 지워지고요. 물속에서의 시간을 좋아하게 되면서 불편한 것들을 많이 내려놨어요. 이제는 너무 답답해서 속옷도 잘 안 하고 다녀요. 속옷 안 입고 흰 티까지는 못 입어도 검은 나시티까지는 편해요. 내가 편한 게 제일 좋은 거고 그걸 유별나게 보는 시선이 이상한 거지라는 생각이 들어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저도 실리콘 패치 정도만 하고 다녀요. 아예 안 하기에는 너무 도시에 살아서 최소한의 합의였어요. 인어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뭐였어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어릴 때 &lt;스플래쉬&gt;라는 영화를 봤어요. 금발의 뽀글뽀글한 긴 머리의 인어가 바다에서 나와 톰 행크스와 사랑에 빠지는 영화였는데 그걸 너무 재밌게 본 거예요. 물속에서 머리카락이 날리는 거라든지 유연하고 묘한 움직임 같은 게 좋았어요. 부끄러워서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는데 목욕탕에서 긴 때밀이 타월을 다리 위에 얹고서 인어를 흉내 낸 적도 있어요(웃음).</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저는 어릴 때 &lt;미이라&gt; 시리즈를 너무 재밌게 봐서 이집트 문화를 좋아했어요. 고인에 대한 기록들, 갖가지 의미를 가진 물건들, 비석에 쓰인 경고 문구 같은 게 인상 깊어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다큐멘터리나 디스커버리 채널 좋아하실 것 같아요.</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맞아요. 혜영 님도 그림을 그리셔서 아시겠지만, 휴식 시간에도 작업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찾아보게 돼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일하다가 잠시 쉴 때도 눈앞에 있는 걸 작품에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자연스레 들잖아요. 그런데 그게 스트레스가 되면 안 돼요. 완전히 내려놔야 또 뭔가가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생기잖아요. 저도 그걸 잘 못해요. 아예 놓을 수는 없어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물속이 좋아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물속에서는 자신만 생각해야 하니까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네. 위험하니까요. 그게 다 이어지는 이야기 같아요.</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예전에 친구들이랑 제주도를 오래 걸었던 게 생각나요. 이 닦고 선크림만 바르고 무작정 걸었어요. 바다 보이면 잠깐 들어가서 놀고 걸으면서 말리고 하다 보니까 5시간 코스를 완주한 거예요. 배고프면 옆에 있는 식당 들어가고 카페도 목마르면 가서 잠시 쉬고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얘기만 들어도 너무 좋아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친구들도, 날씨도 너무 좋고 바다에 잠시 들어갈 때는 도둑이 있을까 싶어서 배낭 세 개를 묶어뒀던 장면들이 생각나요. 아무것도 안 할 수 있는 시간이 있구나 싶었죠.</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제가 예전에 요가 워크숍을 들으러 갔었는데 요가에서 자신에게 집중하는 수련이 몸과 마음을 한군데에 두는 거래요. 명상이랑 같은 맥락이에요. 그때 에너지가 채워지고 기가 모이는데 운동할 때는 집중을 할 수밖에 없잖아요. 운동하고 난 다음에 몸은 피곤하더라도 좀 더 활기가 생겨요. 사람들이 회사에 가면 힘든 게 몸은 여기에 있는데 마음은 저기에 있는 거죠. 그래서 에너지가 낭비된대요. 일하면서도 집중이 되면 뿌듯한 마음에 에너지가 채워지기도 하고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맞아요. 몸은 여기에 있는데 마음이 미래에 있으면 힘들다는 이야기가 떠올라요. 저는 원래 일 년에 한 번씩 막연한 리스트들을 세웠거든요. 이루고는 싶은데 지금 상황에서는 막연해서 혹시 못 이루더라도 덜 실망하는 것들을 적어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다 보면 그걸 다 이루기는 했거든요. 뿌듯하고 좋기는 했는데 너무 막연하다 보니 자꾸 제 마음이 미래에 가 있는 거예요. 이때쯤이면 이걸 해낼 수 있을지 고민하다 보니까 오늘의 일에 집중을 못 해요. 제 친구가 자기는 오늘 할 일을 열심히 하면 그런 스트레스를 덜 받는대요. 내일은 또 그날의 일을 하면 된다고 너무 마음을 미래에 두지 말라고 하더라고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미래를 떠올리면서 원동력으로 삼을 수도 있잖아요. 성향 차이 아닐까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맞아요. 예전에는 막연한 걸 다 이뤘다 생각했는데 그중에서 좀 아쉬운 것들을 곱씹게 되어서 하나에 집중을 잘 못했어요. 다 같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 거긴 한데 치고 올라가는 게 없어서 폭을 좀 좁혀봐야겠다 생각했었어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목표를 줄인다기보다는 오늘 해낸 것 하나를 칭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원대한 꿈도 천천히 이뤄나가고 오늘 작은 걸 이뤘다면 스스로 칭찬도 해주고 이런 마음도 필요한 것 같아요. 지금 작가님께 이야기하고 있지만 저한테도 얘기하는 거예요. 나도 그렇게 하고 싶으니까. 저는 매일을 열심히 하자 이런 건 지칠 수 있으니까 작은 것에 행복을 느끼려고 해요. 마당에 심은 작물에 새싹이 난다거나 오늘 날씨가 유독 좋다거나 하는 것들이요. 그걸 여기에 와서 더 많이 느꼈어요. 저는 오토바이를 타니까 오며 가며 아무런 사고 없이 잘 다녀온 거에 감사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예민하고 감정 기복 심한 게 단점이기도 해요. 양날의 검인 거 같아요. 작은 거에 행복하니까 작은 거에 스트레스도 받고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뭔가를 만들어내는 데에 그런 마음들이 분명 도움이 되죠. 그림책에는 주로 어떤 이야기를 담으세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주로 경험을 담아요. 최근에 알게 된 건데 제가 ‘다름’에 대해서 서로 인정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독립출판으로 냈던 &lt;고양이 씨앗&gt;도 그렇고 다른 그림책도 서로 다른 아이들 두 명이 서로를 인정하게 되면서 어우러지는 이야기예요. 남도 그렇지만 제 다름도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항상 생각하는 게 사람은 다 이상해요. 라디오에 사연 보낼 때 저는 몇 살의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그러잖아요. 평범한 건 정말 없는 거 같아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예를 들면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그런 거 있잖아요. 뚱뚱하거나 마르거나 외형적인 모습에 대해 점점 더 조심하게 되는 거 같아요. 티비 보면서 연예인한테 쉽게 말할 수도 있잖아요. 방금 지나가는 사람을 평가할 수도 있고요. 요새는 그런 잣대를 두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다른 점을 인정하고 점점 더 이 사람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거 같아요. 영화만 해도 누가 뭘 봤다고 하면 “그게 재밌어? 왜?”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부터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맞아요. 제가 좋아하는 것도 남들에겐 아닐 수 있죠.</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다른 사람의 취향에 대해서 진심으로 반대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저도 예전에는 그래왔고요. 대화할 때 “그렇구나. 난 이래서 싫었어. 넌 이래서 좋았구나.” 하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저도 가끔 제 생각을 강요할 때가 있거든요. 젠더 이슈에 관심이 많아서요. 친구들한테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데 저한테는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라 조금 강경하게 얘기를 했었어요. 그러다 보니 친구들도 처음에는 조금 당황을 하는 거죠. 그래서 나중에는 영화나 드라 같은 매체들을 함께 볼 때 이런 부분들은 여성 혐오적인 표현이라고 말해줬어요. 부드럽게 의견 전달하는 법을 배워야겠단 생각이 들었거든요. 지금은 자주 같이 의견을 나눠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틀린 건 틀렸다고 얘기하는 것도 중요하죠. 틀린 것과 다른 건 차이가 있잖아요. 그래서 신경 써서 말하게 되는 거 같아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저는 아직도 친구들한테 오늘 내가 또 못되게 굴면서 내 의견만 말하고 온 것 같아 마음 쓰일 때가 많아요. 그런 건 꼭 헤어지고 집에 가는 길에 생각이 나잖아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맞아요. 적당히가 제일 어려워요.</p>
<p>&nbsp;</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6065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9/마음과-몸의-모양-680px.jpg" alt="" width="680" height="483"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9/마음과-몸의-모양-680px-200x142.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9/마음과-몸의-모양-680px-300x214.jpg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9/마음과-몸의-모양-680px-400x284.jp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9/마음과-몸의-모양-680px-600x426.jpg 6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9/마음과-몸의-모양-680px.jpg 680w" sizes="(max-width: 680px) 100vw, 680px"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lt;마음과 몸의 모양&gt;, 리넨에 채색, 유화, 42cmx29.7cm, 2021</span></p>
<p>&nbsp;</p>
<p><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span></strong></p>
<p>처음으로 이층 버스를 탔다. 목적지가 에버랜드인 버스 맨 앞자리에 앉아 오래전에 만났던 애인을 떠올렸다. 그때는 군인이면 에버랜드가 공짜였는데… 롤러코스터 한가득 까까머리가 빼곡했지. 지금도 그 좋은 할인 제도가 남아 있을지 궁금해하며 혼자 놀이공원에 입장했다. 사파리에 나른하게 누워있는 사자도 보고 두 손을 모아 간식을 받아먹는 곰도 보았다. 동물원과 아쿠아리움은 더 이상 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게 떠올랐다. 사파리에서 시간을 보내느라 인터뷰 약속에 늦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죄송하다는 문자를 여러 개 보내다가 꿈에서 깨어났다.</p>
<p>&nbsp;</p>
<p>이부자리에서 일어나 정말로 에버랜드행 버스를 타러 강남역으로 향했다. 꿈속과 달리 에버랜드역을 지나쳐 용인의 어느 마을에서 인어가 되고 싶었던 사람을 만났다. 인어공주가 되는 건 실패했지만 스스로를 편하게 만드는 모습을 찾았고 못 하던 수영을 하게 되었단다. 금발은 아니지만 검고 길게 뽀글거리는 머리를 가진 그가 물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오직 자신만을 생각하는 시간. 몸과 마음이 한군데에 있는 순간. 기분 좋은 소진과 그만큼을 채워내는 활기. 나 또한 새벽 수영을 다니는 어린이였는데 왜 지금은 물에 뜨지도 못하게 되었는가. 숨 쉴 곳 없이 빼곡한 머릿속 생각들을 비우고 호흡에만 신경 쓰며 물속에서 유영하는 먼 미래의 내 모습도 즐겁게 상상해본다.</p>
<p>&nbsp;</p>
<p>나와 가장 가까운 또 다른 사람은 어릴 때 부엌에서 참기름병을 훔쳐 옷더미에 숨겨놓았다. 또래보다 자주 감정이 오르락내리락 거리던 그 어린이는 마음이 심란할 때마다 참기름병을 꺼내 냄새를 맡았다. 사실 아이는 커서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로 자란다. 심란한 마음도 함께 자라나 이제는 그림을 그리면서 가다듬는다. 좋은 그림이 뭔지는 모르지만 이왕이면 잘 그리고 싶어서 하루 온종일 그 생각에 가득 차 있다.</p>
<p>&nbsp;</p>
<p>인어와 참기름은 서로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각자의 이상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가 가진 공통의 이상적 모습은 다른 이의 다른 모양을 이해해 보자는 것이었다. 서로에게 이야기하는 동시에 스스로에게도 다시 한 번 말했다. 타인의 다름을 이해하는 것은 곧 나의 다름도 이해받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올 테니까.</p>
<p>&nbsp;</p>
<p>그러기에는 우여곡절이 필요하고 돌이켜 본 내 모습은 부끄러움의 연속이다. 어쩌면 앞으로도 부끄러운 일들을 만들며 살아갈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거쳐 계속해서 호흡하는 이는 자연스레 확장되는 심폐 지구력처럼 넉넉한 마음을 가지게 될 테다. 우리는 그런 단계를 훈련 중이다. 점점 더 다른 이상함에 대해 ‘난 이래서 그랬어. 넌 그래서 이랬구나’로 마무리 짓는 단계로 향해보자고 말했다. 헤엄치던 물 밖으로 걸어 나오면 그 후에는 여러 개의 모양들을 바라보자고.</p>
<p>&nbsp;</p>
<p>이달의 가장 중요한 일정을 마치니 꾸벅꾸벅 잠이 온다. 집으로 가는 버스 라디오에서 또 한 번 자신을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소개하는 이상한 사람의 사연이 흘러나온다. 사연은 평범하지 않다. 대게 웃기거나 이상하거나 조금 슬픈 일이 생겼을 때 라디오에 손수 사연을 보내기 때문일 것이다.</p>
<p>&nbsp;</p>
<p>피곤을 떨치고 헬스장으로 간다. 수영은 먼 미래에 하기로 하고 지상 6층에서 운동을 한다. 아끼던 그림을 팔아 번 돈의 반절로 6개월치의 운동 비용을 지불했더니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그중에서도 두 팔을 앞으로 쭉 펴서 밀어내는 운동을 좋아하는데 며칠 사이 10kg 정도를 10회 더 밀어낼 수 있게 되었다. 한번은 다른 생각을 하다가 손목이 돌아갈 뻔해서 도저히 여러 생각을 끼워줄 머릿속 공간이 없다. 내쉬는 숨에 숫자를 세며 아무쪼록 그림을 그리고 싶은 이상한 마음이 없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말한다. 어디에 빌어야 할지 몰라 좁고 앞으로 말려 있는 내 어깨를 펴면서 다짐한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참기름 향기를 대신해 인센스 스틱을 하나 꺼내 불을 붙인다. 오늘은 아무래도 이 정도면 될 것 같다.</p>
<p>&nbsp;</p>
<p>&nbsp;</p>
<p><img decoding="async"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7/sewmew-line-2.png"></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 font-size: 14px; font-family: helvetica;">*인터뷰이로 참여해주신  모든 혜영 님께 감사드립니다.</span></p>
<p> </p>



<figure class="wp-block-image size-full"><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img decoding="async" width="250" height="329" class="wp-image-8669"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5/조용함을듣는일_표1-250px.jpg" alt=""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5/조용함을듣는일_표1-250px-200x263.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5/조용함을듣는일_표1-250px-228x300.jpg 228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5/조용함을듣는일_표1-250px.jpg 250w" sizes="(max-width: 250px) 100vw, 250px" /></a></figure>
<p> </p>



<div style="border-left: 6px solid #6e6e6e; padding: 10px 20px 10px 20px; background-color: #eeeeee;">
<p>&#8216;조용함을 듣는 일&#8217;은 2021년 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월간소묘 : 레터]에 연재되었습니다. (연재명 &#8216;김혜영의 혜영들&#8217;)</p>
<p><img decoding="async" style="float: left; margin-right: 5px;"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1/letter.png" width="25px" /><a style="pointer-events: none;" href="https://sewmew.co.kr/letter" target="_blank" rel="noopener"><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구독하기</span></strong></a></p>
</div>
<p> </p>



<div style="border: 1px solid #999999; padding: 20px;">
<p>[조용함을 듣는 일]</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ac%bc%ea%b2%b0%ec%9d%b4-%eb%82%b4%eb%8a%94-%ec%86%8c%eb%a6%ac/">물결이 내는 소리</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d%99%80%eb%a1%9c-%ed%94%bc%eb%8a%94-%ea%b2%83%ec%9d%80-%ec%97%86%eb%8b%a4/">홀로 피는 것은 없다</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a7%89-%eb%a7%89/">막, 막</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b9%9b%ec%b6%94%ec%9d%b4/">빛추이</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b0%9c%ea%b0%80%eb%9d%bd-%ec%82%ac%ec%9d%b4-%eb%b0%98%ec%a7%9d%ec%9e%84/">발가락 사이, 반짝임</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a7%88%ec%9d%8c%ea%b3%bc-%eb%aa%b8%ec%9d%98-%eb%aa%a8%ec%96%91/">마음과 몸의 모양</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c%9d%b4-%ec%95%88%ec%97%90-%ec%82%ac%eb%9e%91%ec%9d%b4-%ec%9e%88%ea%b5%ac%eb%82%98/">이 안에 사랑이 있구나</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a%b8%b0%eb%8c%80%ec%95%89%eb%8a%94-%ec%9a%b0%eb%a6%ac%eb%93%a4/">기대앉는 우리들</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c%97%90%ed%95%84%eb%a1%9c%ea%b7%b8/">에필로그</a></span></p>
</div>
<p> </p>
]]></content:encoded>
					
		
		
			</item>
		<item>
		<title>[조용함을 듣는 일] 발가락 사이, 반짝임</title>
		<link>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b0%9c%ea%b0%80%eb%9d%bd-%ec%82%ac%ec%9d%b4-%eb%b0%98%ec%a7%9d%ec%9e%84/</link>
		
		<dc:creator><![CDATA[sewmew]]></dc:creator>
		<pubDate>Sun, 01 Aug 2021 11:48:10 +0000</pubDate>
				<category><![CDATA[조용함을 듣는 일]]></category>
		<category><![CDATA[image-list]]></category>
		<category><![CDATA[김혜영의혜영들]]></category>
		<category><![CDATA[월간소묘]]></category>
		<category><![CDATA[조용함을듣는일]]></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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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혜영¯ 인터뷰 이야기를 듣고 많이 설렜어요. 딸들이 인터뷰하는 건 몇 번 봤는데 저에 대한 인터뷰는  ...]]></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인터뷰 이야기를 듣고 많이 설렜어요. 딸들이 인터뷰하는 건 몇 번 봤는데 저에 대한 인터뷰는 처음이에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50대인 혜영 님은 처음이라 저도 많이 설렜어요!</p>
<p>태어나신 후에 첫 번째 기억이 뭔가요? 가지신 기억 중 가장 오래된 거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어릴 때 기억이 많지 않은데… 동생이 태어났을 때가 떠오르네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그럼 많이 어리실 때 아니에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동생이랑 여덟 살 차이가 나요. 그때는 집에 산파를 모시고 아이를 낳았거든요.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할머니가 실망한 얼굴로 방에서 나오시던 게 기억나요. 동생도 딸이어서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그렇구나. 예전 어른들은 그런 일을 서운해하셨죠.</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맞아요. 혜영이라는 이름도 친척 언니가 혜경이어서, 혜자 돌림으로 지어진 거예요. 그래서 별로 이름에 애정이 없었어요. 꽃부리 영 한자가 무슨 의미인지, 그냥 예쁘게만 살라는 건가 싶었죠.</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혜영 님의 20대는 어떠셨는지 궁금해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20대, 30대 때에는 생각도, 하고 싶은 것도 많잖아요. 그만큼 불안감도 크고요.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요. 저는 20대가 그렇게 좋지는 않았어요. 일단은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거든요. 게다가 오공 시절이라 광주 민주화 항쟁에서 이어진 데모 운동들이 한창이었죠. 대학교 1학년 때는 휴강과 최루탄 뭐 그런 기억들뿐이에요. 맨 앞에 앞장서지는 못해도 시대에 대해 한탄하고 함께 고민하는 게 당연하던 때였어요. 3학년이 되고 나서야 열심히 취업 준비를 했죠.</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그럼 직장은 원하는 곳에 들어가셨나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아니요. 사람을 많이 만나는 활동적인 일을 하고 싶었는데, 교수님 추천으로 어느 기업의 비서직으로 취직했어요. 여자여야 하고, 키가 160이 넘어야 하는 조건들이 있었거든요. 좋은 회사였지만 저와는 잘 안 맞더라고요.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하고 유니폼을 입고 만원 버스에 시달리면서 출근을 했는데 막상 하는 일은 제일 처음 가자마자 회장님 커피 타드리고, 신문 챙겨드리는 거였어요. 스케줄도 정리해 드리고요. 서류 번역, 전화 받기 뭐 그런 거요. 그게 다예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보던 장면들이 그려져요. 하고 싶으셨던 일과 완전히 반대였네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그렇죠. 내가 아닌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던 찰나에 남편을 만났어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회사에서 만나셨나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아니요. 대학교 선배였어요. 제가 다니던 회사가 여의도에 있었는데 남편이 여의도 증권 거리에 파견 나와서 일을 했거든요. 그래서 퇴근 후에 얼굴 보자, 밥 먹자, 저녁에 술 먹자 하다가 만난 거죠. (웃음)</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그러다가 결혼을 하신 거군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그렇죠. 그때 여성들은 결혼하면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분위기였어요. 출산하면 당연히 그만두는 거죠. 그런데 저는 그 일에 애정이 없어서 그랬는지 시원하게 사직서를 내고 나왔어요. 지금 일은 큰딸이 세 살 정도 되었을 때 시작했고요. 제가 스물네 살에 결혼을 했어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조금 일찍 하신 거죠?</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네. 그렇죠. 그래서 일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었어요. 친구들은 승진도 하고 해외에 출장도 가고 하면서 자기의 삶을 살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뚜렷하게 하고 싶던 일을 해보지 못한 게 많이 아쉬웠어요. 결혼 후에 자연스레 아이가 생겼는데 육아가 너무 힘든 거예요. 도와주는 사람이 없잖아요. 육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아이와 24시간을 붙어 있으니까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혜영 님도 엄마가 처음이셨으니까요. 너무 힘드셨을 것 같아요. 엄마가 되면 자기 자신을 조금은 잊고 살 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게 생각나요. 누구의 엄마, 아내로 불리는 일이 많다고요. 혜영 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회사에서 김혜영 씨, 김혜영 대리님, 과장님 등등으로 불려서요. 남편도 저를 혜영이라고 부르고요(웃음).</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다른 어떤 말보다 다정하게 들리네요. 너무 좋다. 지금까지 혜영 님의 삶을 아주 짧게 들어봤는데요. 혹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으세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없어요. 저는 지금이 제일 좋아요. 우선은 엄마로서 아이들이 잘 커줬다는 안도감과 뿌듯함이 있어요. 아이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걸 옆에서 볼 때 너무 기뻐요. 제가 그렇지 못했으니까요. 큰 딸는 무용을 하고 작은 딸은 사진을 해요.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했더니 진로 선택을 그렇게 하더라고요. 잠깐은 공부를 좀 시켰어야 했나 생각도 했는데 (웃음).</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공부를 강요하는 스타일은 아니셨을 것 같아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네.</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저희 엄마도 그러시거든요. 저는 하고 싶은 과목만 공부해서 수학은 10점 대인 적도 있었어요. 그래도 혼난 적은 없어요. 친구들보다 구구단을 너무 늦게 외워서 조금 혼난 거 빼고요. 원래는 대학교도 갈 생각이 없었는데 미술을 시작하고 나서는 욕심이 조금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엄마한테 이야기했더니 많이 좋아하셨어요. 하고 싶은 일이 생겨서 좋다고요. 저도 돈이 안 되는 일을 많이 하고 다니는데요. 남들이 보기에는 작가라는 직업이 멋있어 보이지만 저는 아직 아무것도 없잖아요. 당장 물감만 해도 비싼 것과 조금 싼 것 중에 오래 고민해요. 사실 작가로서 잘 가고 있는 걸까 고민도 많이 되고요.</p>
<p>&nbsp;</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아직 20대시잖아요. 우리 둘째 아이가 삼수를 했는데 대학 동기들이 여자 예비역이라고 불렀대요.</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아이고. 못됐다.</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자연스럽게 석사나 박사를 하면 몇 살인지 계산을 하더라고요. 서른 살 안에 박사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을 하길래 그 나이에 박사 하는 게 대단한 거지. 요새 인생이 80세 넘어까지 산다고, 충분하다고 해줬어요. 다른 길을 찾게 될 수도 있고요. 여기 카페 사장님도 제 회사 동료였는데 하고 싶은 일 찾으신 거예요. 회사는 정년이라는 끝이 있잖아요. 그 이후의 삶을 위해 독립을 하신 거죠. 사람이 살면서 한 번쯤은 인생의 전환기를 맞게 된다고 하잖아요. 그걸 생각한다면 일찌감치 여러 일을 해보고 경험을 쌓는 게 좋은 것 같아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그럼 혜영 님의 전환기는 언제였어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음. 아직 안 온 것 같아요. 이제 조금 있으면 정년인데 그 이후가 온전히 나를 위한 삶이라고 생각해요. 그때가 전환기가 아닐까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기대되시나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기대는 되지만 걱정도 많죠.</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주변에서 여자는 30대에 멋있다, 40대엔 더 멋있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해주셨어요. 완벽한 준비는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그때를 위해 잘 준비하고 싶어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맞아요. 어떤 걸 완벽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저는 전시 준비를 할 때 제 그림이 부족하다,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해요. 시작은 호기롭게 했는데 완성이 항상 어려워요. 어디까지가 이 그림의 끝인지 모르겠고요. 그래서 최근에도 좋은 기회를 스스로 놓친 적이 있었어요. 준비가 덜 됐다고 생각해서. 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완벽한 준비는 없더라고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완벽에 가까워지는 게 아닐까요? 자꾸 해봐야 이렇게 하는 게 더 좋았다. 그런 것들이 쌓여서 20대보다는 30대가 더, 그 후에 더 쌓여서 좋아지는 것 같아요. 살다 보면 변수가 정말 많거든요. 완벽이라는 건 있을 수가 없어요. 주변에 부자인 친구들을 보면 사는 데에 불편함이 적은 거지 다 만족하며 사는 건 아니더라고요. 자꾸만 뭐가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두 자녀가 다 예술을 해서 사교육비가 많이 들었어요. 그런 부분에서 저는 여유롭게 산 건 아니지만 스스로 내 잘난 멋에 만족하며 살았어요. 물론 돈이 없어서 불편하거나 카드값 걱정을 할 때도 있지만, 내 삶이 불행하다 느낀 적은 없었어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저희 엄마도 제게 큰돈 들 일이 있을 때마다 갑자기 돈이 들어온다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저를 안심시키시려고 한 말씀인지는 모르겠지만 걱정 말고 하고 싶은 일 하라고 해주셨던 게 생각나네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엄마 너무 멋지시다. 질문 중에 조건 없이 사랑을 주고 싶은 존재가 무엇인지 있었죠? 엄마들에겐 당연히 아이들이에요. 자식에 대한 사랑에는 조건이 필요가 없어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제가 처음으로 인터뷰했던 또 다른 혜영 님은 이 질문에 대해 엄마라고 대답하셨어요. 딸의 입장으로요. 예전에 어머니가 혜영 님을 키우셨으니 이제는 본인이 돌봐드리고 싶다고요. 관계는 그렇게 다 변화를 하는구나 싶었죠.</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예전엔 저도 그랬어요. 이 나이가 되면 부모님은 자식과 같기도 해요. 돌봐드려야 하는 존재가 되죠. 저는 제 딸들한테 나이가 들어도 나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은 말라고 이야기했어요. 그런 건 지금의 젊은 사람들 생각엔 맞지 않는 거 같아요. 내가 너에게 투자를 했으니까 나를 책임져줘라. 그런 생각은 너무 구태의연한 거 같아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웃음)</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거봐요. 웃잖아. 예전에는 딸들의 대학 진학이 흔하지 않았어요. 주변에 친구들만 봐도 형제자매 중에 공부를 제일 잘해도 여자아이니까 상고를 졸업해서 적당히 은행에 취직했어요. 아들은 대학에 보내고요. 결혼하면 직장을 다 그만둔다는 전제이니까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런데도 저희 엄마는 세 딸 다 대학을 갔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제가 애를 키워보니까 어머니가 너무 힘드셨겠다 생각이 들더라고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딸들을 키우시면서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나세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많이 나죠. 그때 우리 엄마가 나보다 현명하셨지. 더 많이 헌신적이셨다고 생각해요. 그때는 삶이 넉넉하지 않고 먹고사는 일이 우선일 때였을 텐데.</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그런 가르침을 받으신 게 딸들을 교육하시는 데에 도움을 받으신 거죠?</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딸들한테 항상 이야기해요. 나중에 너희가 자식을 낳은 후에 하던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아이만 잘 키우겠다는 이야기는 절대 듣고 싶지 않다고요. 그러면 엄마가 너무 속상할 거 같다고요. 저는 제 아이가 원하는 일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궁금한 게 있는데 내리사랑이라고 하잖아요. 자신의 어머니와 아이가 있을 때 자식을 더 사랑한다는 의미일까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네. 그렇죠.</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저는 아직 엄마뿐이라 이보다 더 사랑할 존재가 생길 수 있는지 궁금했어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생기더라고요. 내가 태어나고 살아가면서의 기억은 일부가 흐리잖아요. 하지만 내 아이가 나와 함께한 순간은 전부 기억해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엄마란 모든 순간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군요. 마지막으로 주말에는 주로 뭘 하세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주말에는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평일에는 퇴근하면 집안일 조금 하고 머리 식힐 겸 드라마 한 편 보고 잠들죠.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서 미장원 다녀왔어요. 이따 저녁에는 맛있는 안주 만들어서 와인 한잔할 거예요. 영화도 보고요.</p>
<p>&nbsp;</p>
<p>&nbs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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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color: #808080; 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발가락 사이, 반짝임 1-2_100x65cm_광목에 채색, 유채_2021</span></p>
<p>&nbsp;</p>
<p>&nbsp;</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strong>—</strong></span></p>
<p>여름이 정말이지 푹 익었다. 집에서 3분 거리의 작업실을 가는 길에도 신호등에 서 있으면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레이스가 잔뜩 달린 엄마의 양산을 쓰고 도착한 작업실에는 여러 화분이 있다.</p>
<p>전시 때마다 선물 받았던 화분들을 3년간 차근차근 떠나보내고 겨우 남은 것이다. 내 키를 훌쩍 넘어버린 청하각 선인장과 커다란 잎이 달린 극락조, 꽃피우기를 멈춘 환타지아. 이번 개인전 때 선물 받은 익소라와 필리핀 디시디아. 새로 개업한 친구의 꽃집 로고를 그려주고 받은 아라리아. 엄마가 예쁘게 기르던 걸 훔쳐 온 흑토이 선인장. 그림 재료를 사러 가던 길에 안국역 길가에서 산 아스파라거스 두 개.</p>
<p>잎이 피고 지는 게 가장 잘 보이는 극락조는 최근에 생긴 새순이 끝을 채 다 펴지 못하고 힘겨워하길래 물을 듬뿍 줬다. 며칠 후 살펴보니 생생하던 다른 잎 두 개가 갈색으로 상해 있었다. 아라리아를 준 꽃집 친구에게 물어보니 과습이 문제였다.</p>
<p>물을 잘 주래서 화장실까지 이고 날라 흠뻑 주었는데 잎이 상하다니, 아직 통실통실한 줄기를 가위로 자르자니 미안했다. 쓰레기통에 들어가지도 않는 길이라 몇 번을 더 잘라 버려야 했다.</p>
<p>그다음 문제는 통풍이었다. 나의 낡은 작업실 창문은 겨우 1/4 정도 열리기 때문에 모든 화분이 충분히 통풍하기에는 아쉬운 크기였다. 그런데 비가 들이닥칠 때는 갑자기 너무 큰 크기라 장마철에는 집에서 낮잠을 자다가 뛰어가기 일쑤였다.</p>
<p>서투른 내가 고군분투하는 동안 멋대로 자라난 화분들은 모두 자연에서 온 것이고 그만의 규칙이 있어 지켜보는 즐거움이 컸다. 복숭아도 먹고 옥수수도 먹을 수 있어 좋지만 이번 여름은 특히나 식물 돌보기의 즐거움을 알게 된 것이 큰 기쁨이다. 화분들이 있는 작업실 중간 공간에는 에어컨이 없어 숨이 턱턱 막히지만, 초록색 이파리들을 만지고 물을 주고 바람 쐬어주는 동안은 아무래도 괜찮다. 무언가를 돌본다는 건 땀이 나도 즐거운 일인가 보다.</p>
<p>작은 창문을 대신해 선풍기를 틀고 극락조 뒤에 앉아 땀을 식혔다. 이파리가 기분 좋게 흔들리며 시원해지자 어느 선선한 날의 대화가 떠올랐다.</p>
<p>&nbsp;</p>
<p>SNS 계정에 인터뷰에 대한 글을 올린 후 많은 혜영 들과 연락이 닿았지만 다양한 연령대를 만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화상으로 만나 각자의 작업 과정을 나누는 동료 작가들에게 이야기했더니 나만 볼 수 있는 메시지가 도착했다.</p>
<p>&nbsp;</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저희 엄마도 혜영이에요.]</span></p>
<p>&nbsp;</p>
<p>메시지를 준 작가의 어머니와 한 달 뒤 답십리 카페에서 만났다. 나에게는 낯설고 그에게는 익숙한 동네 카페의 문이 활짝 열리며 쾌활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이~ 나 찾아오신 분 없었어?” 설레는 마음을 가진 사람의 기분 좋은 미소와 함께 대화를 시작했다.</p>
<p>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나는 완전히 그에 대한 이야기만을 나눌지, 이 자리를 만들어준 작가의 어머니로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물었다. 엄마가 되면 자신의 이름을 조금 잃게 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기 때문이다. 그 질문이 바보 같았다는 건 대화를 시작하고 얼마 안 돼 알 수 있었다. 그는 혜영이기도 하면서 너무나도 두 딸의 엄마였다.</p>
<p>그의 대학교 시절 이야기를 들을 때에는 어쩐지 경쾌한 리듬 같은 게 느껴졌다. 생기있고 건강한 학생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첫 직장생활의 이야기를 할 때는 색색깔 화장을 하고 단정한 유니폼을 입었다 해도 어쩐지 배경 음악이 끊긴 흑백영화를 떠올리게 했다.</p>
<p>그는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어른들의 얼굴에 실망이 비치는 시절에 나고 자랐다. 때로는 뜻대로 되지 않은 일들에 그저 흐르듯 살아왔대도 딸의 대학 진학을 응원하던 어머니가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보다 더욱 사랑하게 된 두 딸이 있다. 서툴렀던 육아와 병행하면서도 놓칠 수 없던 일에 정년이 오면 그가 말한 전환기가 찾아올 것이다.</p>
<p>&nbsp;</p>
<p>손에 쥔 모래 같은 과거 말고 발가락 사이의 모래를 떠올려 본다. 반짝이는 바다로 나아갈 발판이 되어줄 발가락 사이의 모래. 조금 성가시고 조금은 기분 좋은 따듯한 모래. 그리고 그곳에 앉아 그저 아이와의 모든 순간을 기억하며 앞으로를 응원해 줄 것 같다. 하고 싶은 일을, 좋아하는 일을 반드시 계속하라고 말이다.</p>
<p>다시 화분을 본다. 상한 이파리는 잘라냈지만 새 이파리의 끝이 모두 펴졌다. 느리고 못나도 좋으니 원하는 대로 자라주길 바라본다.</p>
<p>&nbsp;</p>
<p>&nbsp;</p>
<p><img decoding="async"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7/sewmew-line-2.png"></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 font-size: 14px; font-family: helvetica;">*인터뷰이로 참여해주신  모든 혜영 님께 감사드립니다.</span></p>
<p> </p>



<figure class="wp-block-image size-full"><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img decoding="async" width="250" height="329" class="wp-image-8669"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5/조용함을듣는일_표1-250px.jpg" alt=""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5/조용함을듣는일_표1-250px-200x263.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5/조용함을듣는일_표1-250px-228x300.jpg 228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5/조용함을듣는일_표1-250px.jpg 250w" sizes="(max-width: 250px) 100vw, 250px" /></a></figure>
<p> </p>



<div style="border-left: 6px solid #6e6e6e; padding: 10px 20px 10px 20px; background-color: #eeeeee;">
<p>&#8216;조용함을 듣는 일&#8217;은 2021년 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월간소묘 : 레터]에 연재되었습니다. (연재명 &#8216;김혜영의 혜영들&#8217;)</p>
<p><img decoding="async" style="float: left; margin-right: 5px;"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1/letter.png" width="25px" /><a style="pointer-events: none;" href="https://sewmew.co.kr/letter" target="_blank" rel="noopener"><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구독하기</span></strong></a></p>
</div>
<p> </p>



<div style="border: 1px solid #999999; padding: 20px;">
<p>[조용함을 듣는 일]</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ac%bc%ea%b2%b0%ec%9d%b4-%eb%82%b4%eb%8a%94-%ec%86%8c%eb%a6%ac/">물결이 내는 소리</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d%99%80%eb%a1%9c-%ed%94%bc%eb%8a%94-%ea%b2%83%ec%9d%80-%ec%97%86%eb%8b%a4/">홀로 피는 것은 없다</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a7%89-%eb%a7%89/">막, 막</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b9%9b%ec%b6%94%ec%9d%b4/">빛추이</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b0%9c%ea%b0%80%eb%9d%bd-%ec%82%ac%ec%9d%b4-%eb%b0%98%ec%a7%9d%ec%9e%84/">발가락 사이, 반짝임</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a7%88%ec%9d%8c%ea%b3%bc-%eb%aa%b8%ec%9d%98-%eb%aa%a8%ec%96%91/">마음과 몸의 모양</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c%9d%b4-%ec%95%88%ec%97%90-%ec%82%ac%eb%9e%91%ec%9d%b4-%ec%9e%88%ea%b5%ac%eb%82%98/">이 안에 사랑이 있구나</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a%b8%b0%eb%8c%80%ec%95%89%eb%8a%94-%ec%9a%b0%eb%a6%ac%eb%93%a4/">기대앉는 우리들</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c%97%90%ed%95%84%eb%a1%9c%ea%b7%b8/">에필로그</a></span></p>
</div>
<p> </p>
]]></content:encoded>
					
		
		
			</item>
		<item>
		<title>[조용함을 듣는 일] 빛추이</title>
		<link>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b9%9b%ec%b6%94%ec%9d%b4/</link>
		
		<dc:creator><![CDATA[sewmew]]></dc:creator>
		<pubDate>Sun, 02 May 2021 14:01:36 +0000</pubDate>
				<category><![CDATA[조용함을 듣는 일]]></category>
		<category><![CDATA[image-list]]></category>
		<category><![CDATA[김혜영의혜영들]]></category>
		<category><![CDATA[월간소묘]]></category>
		<category><![CDATA[조용함을듣는일]]></category>
		<guid isPermaLink="false">https://sewmew.co.kr/?p=5163</guid>

					<description><![CDATA[김¯ 오늘 하루 어떠셨어요? 혜영¯ 다행히 오늘은 여유로웠어요. 그동안 계속 바쁘고 야근하는 날이   ...]]></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오늘 하루 어떠셨어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다행히 오늘은 여유로웠어요. 그동안 계속 바쁘고 야근하는 날이 많았는데 오늘은 퇴근도 빨리했고요.</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보통은 퇴근이 정해진 시간보다 늦어지나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네. 보통 그래요. 약속이 또 미뤄질까 봐 걱정했어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원래 약속이 2월 말이었죠. 벌써 4월이네요. 혜영 님은 바쁘셨고 저는 조금 아팠고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그러고 보니 어디가 아프셨어요?</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건강검진을 했는데 증상 없이 아픈 곳들이 꽤 있더라고요. 그래서 병원에 오가느라 조금 바빴어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심각한 건 줄 몰랐어요.</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괜찮아요! 미리 알았으니 치료하면 된대요. 혜영 님 건강은 괜찮으세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작년 말에 건강검진을 했는데 갑상선에 혹이 있었어요. 크기가 크거나 수술할 정도는 아니고요. 고등학교 때는 위염을 달고 살았었는데 이제는 피곤할 때 몸에 수포가 나요. 이직한 뒤에는 손에 상처가 남더니 2년 내내 낫질 않네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저희 엄마도 갑상선이 안 좋으셨어요. 자주 피곤하고 예민해진다고 하던데요. 제가 약속을 미뤘을 때 어렵게 만나니 더 반가울 거라고 답해주신 게 기억에 남아요. 짧은 문자 속에서 혜영 님을 상상해 볼 수 있었어요. 다정하고 따듯한 사람으로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저도 작가님이 보내주신 질문들이 다 너무 좋았어요. 생각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제가 저한테 하던 질문들이라 어렵지 않게 적을 수 있었어요.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했고요. 저는 스스로한테 관심이 많거든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저는 작가님한테 궁금한 게 본인에 대해 잘 아세요?</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아니요. 관심이 정말 많지만 가장 모르는 것도 저인 것 같아요. 방금만 해도 혜영 님을 만나러 오는 길에 회사에서 퇴근하시는 분들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왔는데요. 좋아하는 일을 위한 길을 가면서도 그럴 땐 왠지 제가 어디에 있는 건지 알 수 없어서 불안하고 어려워요.</p>
<p>혜영 님은 어떠세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저도 스스로가 낯설 때가 꽤 있어요. 다른 사람이 제게 어떤 사람이냐고 물어볼 때 늘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해요. 가장 대답하기 어려운 건 취미가 뭐냐는 질문이고요. 취미가 없어서요. 옛날에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꿈도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전혀 하고 싶은 게 없어졌어요. 흔한 질문이지만 그게 제일 어렵고 뭐라고 꾸며 낼지부터 생각하게 돼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저는 취미도 특기도 그림뿐인 게 고민인데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일상이 되신 게 부러워요.</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그런 점이 좋다가도 싫어요. 자존감으로 연결되는 부분이 많거든요. 제가 만들어낸 것들이 모두에게 좋을 거라고는 생각 안 해요. 그래도 부정적인 의견을 마주하면 막상 너무 상처를 받아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그렇죠. 자기만의 프라이드가 있잖아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자신만만한 척하면서 속으로 걱정을 많이 해요. 대학교 때도 교수님이 조금만 뭐라고 하면 담배 피우러 도망갔어요. 정신력이 강하고 극복을 잘하는 운동선수들은 경기 후에 실수를 빨리 잊고 다음 라운드를 생각하잖아요. 저는 복기만 하다가 다음 일도 망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아주 작은 할 일이어도 일단 끝내면 쉬어야 해요. 과하게 휴식을 해요.</p>
<p>그런데 회사에서는 울고 있을 시간이 없을 것 같아요. 어떤가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저는 디자인 회사에서 7년 정도 일을 하다가 2년 전에 아예 다른 계열의 회사로 이직했어요. 출퇴근 버스에서 참 많이 울었고요. 그런 날이 있잖아요. 슬픈지 모르겠는데 눈물이 안 멈춰요. 회사 생활을 하면서 아침에 눈물이 나는 건 또 처음인 거예요. 휴지가 없어도 다행히 마스크를 끼니까 괜찮겠지 생각하면서 한 시간 내내 울었는데, 눈물 날 때 콧물도 나잖아요. 회사에 도착하고 보니 마스크가 다 젖어서 투명해졌더라고요. 민망할 정도로요. 그렇게 아침저녁으로 운 날이 꽤 있어요.</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힘들다는 생각을 안 해도 눈물이 막 나는… 민망하고 속상한 아침이네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맞아요. 그냥 눈물이 안 멈추는 거예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저도 그리던 그림을 벽에 걸어놓고 가만히 보다가 운 적이 있어요. 원래 빼곡히 채워서 그리는 그림을 좋아하는데요. 공들여서 그린 마음을 보여주고 싶어서요. 그러다가 그걸 조금씩 내려놓는 중이었어요. 바다가 있고 끝에 집이 있는 긴 그림이었는데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여백이 많았거든요. 그 과정에서 남들은 다 괜찮다고 하는데 제가 저를 괴롭히고 있더라고요. 스스로 계속 안 된다고만 말하면서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그런 과정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때도 분명 있지만 힘들 때가 많죠. 저도 자신을 괴롭힐 때가 있어요. 겉으로 표출하지는 않아도 자신은 분명히 느끼는 감정들이라 그런 것 같아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맞아요. 예전에 하고 싶던 일 중에는 어떤 게 있어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부모님이 자영업을 오래 하셔서 어릴 때부터 가게 바쁠 때 도와드리는 게 익숙했어요. 그때만 해도 대부분 아버지가 직장에 다니시고 어머니는 가정주부인 친구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왜 우리 부모님은 늘 바쁘고 집에 안 계실까 생각했고 어린 마음에 속상했어요. 그때부터 자영업 환경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보니 포기해야 할 게 많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목표가 회사원이 된 것 같아요. 저도 미술을 전공했지만 무조건 회사원이 되겠다고 정했어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회사원이 되신 후의 생각은 어떠세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모르는 걸 배우니까 처음에는 힘들면서도 재밌었어요. 그래도 회사에 다니는 게 적성에 맞는 건 아니에요. 대학 졸업 이후로는 알게 모르게 우울하기도 해요. 대학 때는 자기 작품을 하잖아요. 지금보다 훨씬 자존감도 높고 즐거웠던 거 같아요.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가장 크게 느끼는 편인데 그게 늘 지속이 되다 보니까 365일 내내 긴장감 속에 지내요. 일요일은 되게 우울해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왜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일주일이 시작된다는 생각에요. 반대로 오늘은 기분이 정말 좋아요.</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오늘이…</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목요일이요. 저는 목요일 저녁을 좋아해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금요일 저녁이 아니고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네. 목요일 저녁부터 마음이 편안해져요. 하루 중에서는 해 질 때가 좋은데요. 한쪽 하늘은 빨갛게 물들고 반대쪽은 아직 파란색이어서 그 모습이 하나의 건물에 담기는 시간이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어떤 감정인지 알 거 같아요. 그런 시간에는 왠지 위로받는 마음이 들잖아요. 저는 비슷하면서도 다른데요. 해뜨기 전에 가장 어두운 순간부터 어느새 환해지는 순간을 좋아해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이유가 있어요?</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작년까지만 해도 도전해야 할 일이 생기면 그 목표를 깨부수는 게 재밌다고 말해왔어요. 어느 순간부터는 지치더라고요. 부수는 게 아니라 되려 제가 맞는 경우가 더러 생겨서요. 어두운 순간에는 숨을 돌리고 빛이 들어오는 때는 그래도 다시 한번 힘을 얻고 싶어져요. 자신을 다독이면서요. 그래서 여명의 시간이 좋아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사람들은 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고독하고 외롭기는 해도 그럴 때 잦아드는 게 있어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그렇죠. 해가 밝아오는 거처럼 마음에도 작은 빛이 번지기 때문에 삶이 반복되는 건 아닐까… (웃음). 저는 최근에 달리기를 시작했어요. 취미를 만들어보고 싶어서요. 달리기 애플리케이션의 도움을 받아서 뛰는데 1단계를 넘기기가 정말 힘들어요. 1단계가 1분 동안 달리고 2분을 걷는 건데 몇 번 반복해야 해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맞아요. 1분을 쉬지 않고 달리는 게 쉽지 않아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저만 그런 게 아니었네요. 심장이 정말 터질 거 같아요. 제 초등학교 성적표에 미술은 늘 우수였지만 음악과 체육은 항상 미흡이었어요. 못할 걸 알면서 시작한 건데요. 이제 3분은 뛸 수 있어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늘었네요?</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네. 저만 아는 속도로 늘어요. 너무 못하다가 조금 못하게 되는 순간이 재밌더라고요. 그래도 욕심이 생기지는 않아요. 잘하고 싶고 자꾸 스스로한테 기대를 하게 되는 일들은 취미로 삼기 어려운 것 같아요. 제게는 그림이 그렇고요.</p>
<p>어떤 순간을 가장 좋아하세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해 질 때랑 야경을 바라보는 게 좋아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밤 풍경 너무 좋죠.</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예전에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보고 무작정 홍콩에 갔어요. 야경으로 유명한 빅토리아 파크라는 곳이 있는데 보통은 트램을 타고 내려가요. 그런데 줄이 너무 길어서 저는 작은 마을버스를 탔어요. 천천히 길을 따라 돌면서 내려가는데 위에서 봤던 풍경 속 집들을 다시 천천히 보는 게 너무 좋았어요. 풍경에 젖어드는 느낌이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풍경에서 치유를 받으시는 것 같아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네. 몇 달 전부터 독립을 하려고 집을 알아보고 있는데 창밖 경치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독립은 왜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너무 삶의 의미가 없는 채로 살아가는 느낌이어서요. 나의 인생을 사는 거 같지가 않아요. 힘들더라도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br>그러고 보니 작가님은 오늘 어떠셨어요?</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저는 조팝나무라고 선물 받은 꽃을 정리하다가 왔어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기다랗고 흰색 꽃이 피는 거요?</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네. 맞아요. 줄기에 꽃이 길게 달려 있잖아요. 줄 이라도 서있는 것처럼요. 그래서 시드는 것도 밑이나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일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그럼요?</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중간중간이 갑자기 시들어요. 그래서 나머지 부분이라도 며칠 더 보려고 정리를 하다 왔어요. 제 요즘의 가장 큰 관심사가 건강 이어서 그런지 우리 몸이나 마음도 비슷하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순차적인 것도 아니고 증상도 없이 아픈 곳들이요. 그런 마음을 알고 다독일 시간들이 필요한 것 같아요.</p>
<p>&nbsp;</p>
<p>&nbsp;</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5165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5/빛추이-680px.jpg" alt="" width="680" height="493"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5/빛추이-680px-200x145.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5/빛추이-680px-300x218.jpg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5/빛추이-680px-400x290.jp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5/빛추이-680px-600x435.jpg 6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5/빛추이-680px.jpg 680w" sizes="(max-width: 680px) 100vw, 680px"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빛추이_50x73cm(2ea)_광목에 채색,유화_2021</span></p>
<p>&nbsp;</p>
<p>&nbsp;</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6px;"><strong>—</strong></span><br>지난 2월에 받은 건강검진 결과를 시간 차를 두고 통지받았다. 당신은 여기가 안 좋으니 큰 병원에 가봐야겠다고,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이 따라왔다. 당장의 통증이 없는 내 몸에 대해 생각하다가 금방 잊고 당장의 해야 할 일들을 했다. 금방 전화가 다시 울렸다. 마지막으로 나온 검사 결과지에 문제가 있다고, 의뢰서를 써줄 테니 역시나 대학병원에 가보라는 말이었다. 걱정하지 말라는 말이 이번에는 없었다. 핸드폰 화면에 두 건의 병원 예약 메시지가 미리보기로 떠 있었다.</p>
<p>&nbsp;</p>
<p>며칠 뒤 처음 가본 병원에서 접수를 하다가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깨진 핸드폰 뒷면을 보고 긴장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지금은 괜찮은 것 같아도 이대로 두면 안 된다며 다음 진료 예약을 했다. 작은 수술을 앞두고 사전검사를 하기 위해 커다란 병원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증상 없이 아픈 곳들에 대해 생각했다. 조금 울고 싶었는데 엄마가 너무 속상해해서 그럴 수는 없었다. 그래도 미리 알아서 다행이라고 엄마도 달래고 나 자신도 달랬다.</p>
<p>&nbsp;</p>
<p>그렇게 미뤄진 약속으로 겨우 만난 이번 달의 혜영은 우리가 대화하는 동안 내가 그림으로 그릴 만한 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할까 봐 걱정했다. 그를 잦아들게 만드는 풍경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때 어떤 장면을 그릴지 확실히 정할 수 있었다.</p>
<p>&nbsp;</p>
<p>희미하게 날이 밝아오는 빛, 그 무렵을 우리는 여명黎明이라 부른다. 지난 2019년에는 여명이라는 단어의 한자 ‘검을 여黎’를 ‘남을 여餘’로 바꾸어 제목을 붙인 그림을 그렸고 밝음이 남았다는 단순한 의미를 담았다. 어둡고 고요한 밤을 좋아하지만 안정되지 않는 아득한 밤도 분명히 있다. 그리고 그런 날도 어떻게든 밝아지곤 했다. 칠흑 같은 어둠의 순간이 나를 잡아 삼킬 것만 같은 이 밤들을 견디면 어딘가엔 반드시 남아 있을 빛이, 실낱같은 희망이 나를 맞아줄 것이라고. 턱을 괴고 이제 막 다 그린 그림을 보던 날도 그렇게 나를 달랬다.</p>
<p>&nbsp;</p>
<p>그가 이유 없이 울던 날도 같을 것이다. 증상 없이 아픈 곳들은 사물함 속 썩은 우유 혹은 난데없이 시드는 식물과도 같아서 외면할 수가 없다.</p>
<p>&nbsp;</p>
<p><img decoding="async" class="size-full wp-image-5175 alignnone"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5/뉴스레터-사진680-김혜영의혜영들-추가사진.png" alt="" width="680" height="180"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5/뉴스레터-사진680-김혜영의혜영들-추가사진-200x53.pn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5/뉴스레터-사진680-김혜영의혜영들-추가사진-300x79.png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5/뉴스레터-사진680-김혜영의혜영들-추가사진-400x106.pn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5/뉴스레터-사진680-김혜영의혜영들-추가사진-600x159.png 6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5/뉴스레터-사진680-김혜영의혜영들-추가사진.png 680w" sizes="(max-width: 680px) 100vw, 680px" /></p>
<p style="text-align: left;"><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 margin-left: 44px;">남을 여에 명</span><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 margin-left: 128px;">조용히 걸어와 곁을 지켜주렴</span></p>
<p>&nbsp;</p>
<p>&nbsp;</p>
<p><img decoding="async"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7/sewmew-line-2.png"></p>
<p>&nbsp;</p>


<p><span style="color: #808080; font-size: 14px; font-family: helvetica;">*인터뷰이로 참여해주신  모든 혜영 님께 감사드립니다.</span></p>
<p> </p>



<figure class="wp-block-image size-full"><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img decoding="async" width="250" height="329" class="wp-image-8669"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5/조용함을듣는일_표1-250px.jpg" alt=""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5/조용함을듣는일_표1-250px-200x263.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5/조용함을듣는일_표1-250px-228x300.jpg 228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5/조용함을듣는일_표1-250px.jpg 250w" sizes="(max-width: 250px) 100vw, 250px" /></a></figure>
<p> </p>



<div style="border-left: 6px solid #6e6e6e; padding: 10px 20px 10px 20px; background-color: #eeeeee;">
<p>&#8216;조용함을 듣는 일&#8217;은 2021년 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월간소묘 : 레터]에 연재되었습니다. (연재명 &#8216;김혜영의 혜영들&#8217;)</p>
<p><img decoding="async" style="float: left; margin-right: 5px;"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1/letter.png" width="25px" /><a style="pointer-events: none;" href="https://sewmew.co.kr/letter" target="_blank" rel="noopener"><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구독하기</span></strong></a></p>
</div>
<p> </p>



<div style="border: 1px solid #999999; padding: 20px;">
<p>[조용함을 듣는 일]</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ac%bc%ea%b2%b0%ec%9d%b4-%eb%82%b4%eb%8a%94-%ec%86%8c%eb%a6%ac/">물결이 내는 소리</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d%99%80%eb%a1%9c-%ed%94%bc%eb%8a%94-%ea%b2%83%ec%9d%80-%ec%97%86%eb%8b%a4/">홀로 피는 것은 없다</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a7%89-%eb%a7%89/">막, 막</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b9%9b%ec%b6%94%ec%9d%b4/">빛추이</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b0%9c%ea%b0%80%eb%9d%bd-%ec%82%ac%ec%9d%b4-%eb%b0%98%ec%a7%9d%ec%9e%84/">발가락 사이, 반짝임</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a7%88%ec%9d%8c%ea%b3%bc-%eb%aa%b8%ec%9d%98-%eb%aa%a8%ec%96%91/">마음과 몸의 모양</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c%9d%b4-%ec%95%88%ec%97%90-%ec%82%ac%eb%9e%91%ec%9d%b4-%ec%9e%88%ea%b5%ac%eb%82%98/">이 안에 사랑이 있구나</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a%b8%b0%eb%8c%80%ec%95%89%eb%8a%94-%ec%9a%b0%eb%a6%ac%eb%93%a4/">기대앉는 우리들</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c%97%90%ed%95%84%eb%a1%9c%ea%b7%b8/">에필로그</a></span></p>
</div>
<p> </p>
]]></content:encoded>
					
		
		
			</item>
		<item>
		<title>[조용함을 듣는 일] 막, 막</title>
		<link>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a7%89-%eb%a7%89/</link>
		
		<dc:creator><![CDATA[sewmew]]></dc:creator>
		<pubDate>Sun, 04 Apr 2021 06:21:35 +0000</pubDate>
				<category><![CDATA[조용함을 듣는 일]]></category>
		<category><![CDATA[image-list]]></category>
		<category><![CDATA[김혜영의혜영들]]></category>
		<category><![CDATA[월간소묘]]></category>
		<category><![CDATA[조용함을듣는일]]></category>
		<guid isPermaLink="false">https://sewmew.co.kr/?p=4962</guid>

					<description><![CDATA[1__ 김¯ 사진 일을 하신다고 하셨죠. 혜영 님의 카메라에는 무엇이 담기나요? 혜영¯ 프리랜서로   ...]]></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6px;">1__</span></strong></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사진 일을 하신다고 하셨죠. 혜영 님의 카메라에는 무엇이 담기나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프리랜서로 일을 하는 것 외에 개인적인 작업에서는 주로 인물 사진을 찍어요. 지금 진행하는 개인 프로젝트는 제가 만든 특정 캐릭터 안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담아내는 거예요. 가발을 씌우고 분장도 해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참여자는 미리 섭외하시나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아니요. 그냥 길거리에서 부탁을 드려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즉흥적이라니. 내용이 궁금해져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SNS 속 사람들이 비슷해 보일 때가 있었어요. 획일화된 것들에 대한 답답함이 생겼고 해소하고 싶어 거리로 나갔어요. 스튜디오에 카메라와 조명을 세팅해두고 밖으로 나가 섭외를 해요. 그리곤 정해둔 모습으로 분장시켜 사람들을 모두 같은 모습으로 만들어요. 그런데 오히려 얼굴이 잘 보이더라고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블랙코미디 같아요! 기획하신 의도대로 잘 진행되었나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비슷한 것들에 대한 피로감이 확실히 해결이 되었어요. 모두 다 같은 옷을 입고 있는 거잖아요. 근데 우린 다 다르거든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길거리에서 섭외를 하는 데에 어려움은 없어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다들 안 해주실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 80명 정도 찍었어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완성이 되면 꼭 다시 보고 싶어요. 독립출판물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고요. 개인 작업 외에 프리랜서로 일하시는 건 어떠세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그전에는 회사에 다녔어요. 그 안에서 배우는 것들이 좋았지만 그만큼 힘들더라고요. 혼자 해내야 하는 게 많아졌지만, 지금이 더 좋아요. 프리랜서로서 안정적인 길을 만들면서 개인 작업을 이어나가고 싶어요. 그걸 놓치지 않는 게 제일 우선이에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프로젝트 작업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은 방식으로 하잖아요. 제가 지금 그렇듯이. 상업적인 일들은 상대방의 요구에 따라야 하고요. 마음가짐이 다르신가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완전히 다르기는 한데 둘 다 쾌감이 있어요. 각각의 시간에 적당한 에너지를 쓰려고 노력해요. 아침부터 낮까지는 일하고 밤에는 제 작업을 해요. 아침에 일하면 밥값을 했다는 뿌듯함이 느껴져요. 개인 작업을 할 때는 매번 뿌듯하지는 못해도 살아있음을 느끼고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살아있음을 느끼기! 저도 조금은 알 것 같아요. 프로젝트에 참여해주신 분들께도 선물 같은 하루일 것 같지만 혜영 님이 얻는 게 더 많았을 것 같아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제가 2017년부터 우울감이 심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랑 대화하는 게 귀찮았거든요. 싫은 게 아니라 귀찮더라고요. 그런데 이 작업을 할 때는 욕망이 생겨요. 오늘치의 일을 해내야 욕심을 채울 수 있으니까요. 작업 초반에 생각한 답답함도 해소가 되었고,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도 전체적으로 나아졌어요.</p>
<p> </p>
<p><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6px;">2__</span></strong></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오늘 저를 만나서 어렴풋이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할 거 같다 생각하신 게 있으세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너무 우울한 얘기를 할까 봐 걱정했어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상관없어요! 기분 좋은 얘기만 하는 것도 이상하죠.</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요즘은 특히 주변에 우울한 친구들이 많거든요. 만나면 긍정적인 이야기가 잘 안 나와요. 그러다 보면 지치고요. 오늘도 혹시 그럴까 봐 걱정했어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지치세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네. 소진되는 느낌이 나요. 우울함이 대수인 거 같은 느낌이 살짝 들면서.. 지나가는 감정일 수도 있는데 그걸 붙잡는 느낌도 들어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우울하거나 슬플 때요. 저는 종종 당장에 일어난 일이 아닌데도 나중의 슬픔까지 끌고 오게 돼요. ‘아 슬프다’. 이렇게 끝나면 되는데 ‘이대로라면 이런 결과가 나오겠지. 그럼 더 슬플 거야’ 이렇게요. 이제는 최소한 그러지는 말자 생각했어요. 당장의 슬픔만 실컷 슬퍼하려고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지금 이야기 들으면서 우리의 차이점을 발견했어요. 슬프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저는 슬프지는 않아요. 불안하고 화나고 우울한데, 슬픈 건 아니에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신기하다. 저는 우울하진 않지만 자주 슬프거든요. 혜영 님의 이야기가 궁금해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말하자면 긴데 저는 2014년도 세월호 참사 때 기사들을 보면서 계속 울었어요. 너무 사무치더라고요. 그 후에 지나가겠지 싶었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안고 가야겠다고 생각하다가 19년도에 병원에 갔어요.</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오래 갔네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네. 진단명을 받고 약을 먹어볼까 싶더라고요. 저한테 온 증상이 기억력에 관한 거래요. 지금은 기억을 정말 못해요. 친구들이랑 방금 대화를 해놓고 그게 생각이 안 나요. 1년 동안 약을 먹으면서 치료하는데 기억력은 가장 늦게 회복이 될 거라고 했어요. 결국 해결하지 못하고 끝이 났고요. 그래서 이것도 안고 가야 하는구나 생각해요. 사실 지금도 어떤 이야기 하셨는지 기억이 잘 안 나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기억해봐야지 생각을 하셔도 자연스레 잊히는 건가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음 모르겠어요. 그냥 기억이 안 나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스트레스를 받으세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네. 그래도 심할 정도는 아니고 생활 스트레스 정도가 됐어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세월호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제가 대학교 4학년 때였나. 학교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첫차로 집에 돌아가던 길이였어요. 광화문에서 환승을 하려고 앉아 있었는데 새벽의 차갑고 뿌연 안개 속 도시가 새삼 낯설더라고요. 너무 회색이어서요. 불 켜진 곳이 없나 싶어서 주위를 살피다가 광화문 광장의 노란 리본 모양 구조물이 빛나고 있는 걸 한참 바라본 기억이 나요. 소중한 게 너무 쉽게 사라진 걸 보고 나니까 이런 나의 일상은 무슨 의미인가 싶었어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방금 말씀하신 감정을 제가 똑같이 느꼈던 것 같아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오래가죠.</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네. 오래가더라고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뭘 할 수 있는지 몰라서 유가족분들께서 볼 수 있는 전광판에 문자 메시지를 자주 보냈어요. 당시에도, 지금도 그저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잖아요. 잊지 않았다고 하는 것만으로도 그분들께 힘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가 그 서비스가 종료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제가 보냈던 문자들을 쭉 보고 마지막으로 보낸 후에 모두 삭제를 했어요. 상징적으로 남겨진 걸 떠나서 스스로 진짜 잊지 말자 다짐하면서.</p>
<p> </p>
<p><span style="color: #808080;">(잠시 말이 없다)</span></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기억에 대해 말하고 있었죠. 반대로 잊고 싶은 것도 있지 않으세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그렇죠.</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잊혀서 좋은 일은 자연스레 잊히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제 경우엔 그게 어려울 때는 아예 기억을 왜곡시킬 때도 있어요.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익숙해지더라고요. 힘든 일에 한해서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좋은 기억이든 안 좋은 기억이든 한 번씩 스치기는 해요. 그래서 ‘기억력이 예전에는 좋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런 단순한 문장은 아니에요. 기억이 떠오르는 깊이가 좀 달라진 거 같아요. 막이 하나 씌워진 느낌이에요. 누군가 질문을 하면 그 상황에 대한 긴장감이 있는 건지, 아니면 정말 기억이 못하는 건지 헷갈리기도 해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저도 누가 질문했을 때 들으면서도 잊어버린 적 많아요. 공적인 자리에서도 다른 생각을 하다가 질문 파악을 못 해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저도 다른 생각이 많은 건가? 계속 원인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이유를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네. 이유를. 언젠간 알 수도 있겠죠?</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찾고 싶으세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네. 이런 거 찾는 것도 좋아하거든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다행이네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네. 그나마 즐길 수 있는 구멍이 있더라고요. 너무 상심해 있는 거보다 일단 즐기면서 작업에 이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p>
<p> </p>
<p><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6px;">3__</span></strong></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처음에 들려주신 작업 이야기가 너무 흥미로웠어요. 혜영 님의 다른 작업도 궁금해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음. 졸업작품을 할 때는 요즘 같은 데이터 다량 시대에 모방과 영감을 구분할 수 없는 시대가 되지 않았나 생각했어요. 그래서 모방과 영감이라는 각자의 단어를 분해해서 모 씨 성을 가진 영감님이랑 방 씨 성을 가진 영감님을 찾았어요. 웃긴 게 제가 휴학을 했을 때 작업 구상을 하면서 시골 사진관에서 일했어요. 그런데 근처에 모 씨와 방 씨 집성촌이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아빠 차를 얻어타고 가서 섭외하고 주상절리 비슷한 곳에 모셔서 같이 막걸리 마시고 춤이나 추자 했죠. 그리고 그걸 사진으로 기록했어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진짜 너무 뿌듯하셨을 거 같아요. 그렇게 상황이 딱딱 맞을 때 희열이 느껴지잖아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너무나 그렇죠.</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저는 이제야 남들로 시선을 돌렸거든요. 첫 인터뷰할 때는 오늘보다 걱정이 더 많았어요. 시간이 금이잖아요. 이 시간을 다른 일에 쓸 수도 있는데 저한테 쓰시는 거니까.</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저도 얼마 전까지 반대 입장이어서 이 마음을 알 거 같아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음!</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근데 상대방은 사실 별생각이 없어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재밌다는 생각만 해주셔도 감사할 것 같아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재밌어요. 노력해주시는 모습도 좋고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휴. 저는 대화하는 게 너무 좋아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그래서 지금 너무 다행이에요. 저는 말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인터뷰에 참여하는 자체가 너무 웃겼어요. 말하는 거 안 좋아하는데 왜 한다고 했지?</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그런 마음이 드셨는데 왜 제게 시간을 내주셨을까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강박인 거 같아서요. 말을 못 한다고 생각하는 거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이겨내 보고 싶은 마음인가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아니요. 이겨내고자 하는 태도는 스스로 부담이고 ‘그냥 해보자’예요. 이 상황에 나를 놓아보자, 어떻게 하나보자 이런 마음이에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어떻게 하신 거 같으세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꽤 했네? 정도로 생각하면서 집에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span style="color: #808080;">(웃는다)</span> 요즘 소중한 건 뭐예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최근에는 저 자신이요. 저는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고 살펴보면서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요. 관찰하다 보면 결국 나를 보게 되거든요. 그런데 그것도 좋지만 오로지 나를 돌보고 살피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는 걸 최근에 깨달았어요. 이제 서울 생활은 잠시 미뤄두고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가요. 나를 위해서 어디가 좋을지 생각하다가 선택을 했어요. 그게 첫 선택이에요.</p>
<p> </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4978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4/막막-680px.jpg" alt="" width="680" height="680"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4/막막-680px-66x66.jpg 66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4/막막-680px-150x150.jpg 15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4/막막-680px-200x200.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4/막막-680px-300x300.jpg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4/막막-680px-400x400.jp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4/막막-680px-600x600.jpg 6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4/막막-680px.jpg 680w" sizes="(max-width: 680px) 100vw, 680px"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막, 막_91x91cm_광목에 채색,유채_2021</span></p>
<p> </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6px;"><strong>—</strong></span></p>
<p>어릴 때 학교 앞에서 공짜 영화표를 받아 팀 버튼 감독의 &lt;찰리와 초콜릿 공장&gt;을 보러 갔다. 그때가 5학년이었는데 겁도 없이 대절 버스를 타고 문화회관으로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영화에 대해 말하자면 그저 좋았다. 온통 초콜릿 세상인 그 영화는 눈보라 치는 날 아늑한 집 안에서 주인공 찰리의 가족들과 공장의 주인인 윌리가 저녁 식사를 하는 장면으로 막이 내렸다. 행복한 결말을 본 사람 특유의 따듯한 마음으로 길을 나섰으나 나와 친구가 맞닥뜨린 현실은 눈보라 치고 어두우며 심지어 낯선 길이었다. 주머니엔 땡전 한 푼도 없었다. 집에 돌아갈 길이 막막했다. 사람이 위기에 처하거나 가난해지면 아이큐가 조금 떨어진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때 우리가 그랬다.</p>
<p>우리는 진눈깨비에 젖은 앞머리를 넘기며 무작정 걸었다. 친구는 얇은 보라색 점퍼를 여미며 울었다. 울면서 걷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인간한테는 감당할 수 있는 시련만 온대. 그러니까 우리는 괜찮을 거야’라고. 인터넷 세상에서 어렴풋이 본 말이었다. 열두 살 내가 할 수 있는 위로 중에는 제일 멋진 말이라고 생각했고 잠깐은 덜 추운 것 같았다. 나는 스스로가 멋지다는 생각이 들면 볼이 좀 뜨거워지곤 했다.</p>
<p>고등학생 때 갑자기 그 문화회관이 어디였을까 궁금했다. 그제야 궁금한 것도 이상하지만 어딘지 찾지는 않았다. 중요한 건 뿌연 눈보라 치는 길 끝에 나의 집이 있다는 거였다.</p>
<p> </p>
<p>오늘 만난 혜영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지금은 어느 정도 믿지 않지만 어릴 때는 ‘내게 힘든 일이 생겨도 버틸 수 있으니 생겼겠지’와 같은 생각의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게 이런 기억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냐고 물었다. 인터뷰에 참여한 자신을 어색해하던 그의 긴장을 풀어주려 해본 이야기였는데 그림과 이어지는 질문을 받으니 당황스러웠다. 잠시 숨을 고르고 대답했다. 친구를 위로하는 법, 나 자신을 좋아하는 법 같은 기억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으니까, 그때 느낀 걸 다시 떠올려 본다고. 그렇게 만들어진 감정들로 그림을 그리는 것 같다고.</p>
<p> </p>
<p>이렇게 말하면서 새삼 다시 한번 느끼는 것이다. 살아오며 얻은 많은 것들이 다 무언가가 되고 있다고. 오랜 우울감에 말하는 게 귀찮아져 버린 그는 내 앞에 온 자신이 ‘어떻게 하나 보자’라는 마음을 가지고 왔댔다. 앞서 설명해준 두 개의 작업 이야기가 떠올라서 웃음이 났다. 그는 어떤 인물들에게 상황을 쥐여주고 그걸 바라봤다. 오늘 그의 어떤 인물은 자기 자신이었다.</p>
<p> </p>
<p>내가 가진 슬픔과 그가 가진 우울의 뭔지 모를 간극 속에서 기억 위에 막이 생긴 것 같다는 혜영의 말이 떠올랐다. 뿌연 안개와도 같은 기억의 깊이 속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것들이 그를 작업을 놓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 사람으로 만든 것 같았다.</p>
<p> </p>
<p>이 글을 쓰고 나니 어쩐지 볼이 뜨겁다. 이제 나는 이달 치의 안개 낀 그림을 그릴 것이다. 안개를 그리는 건 처음이라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떻게 하나 보자.</p>
<p> </p>
<p> </p>
<p><img decoding="async"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7/sewmew-line-2.png" /></p>
<p> </p>


<p><span style="color: #808080; font-size: 14px; font-family: helvetica;">*인터뷰이로 참여해주신  모든 혜영 님께 감사드립니다.</span></p>
<p> </p>



<figure class="wp-block-image size-full"><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img decoding="async" width="250" height="329" class="wp-image-8669"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5/조용함을듣는일_표1-250px.jpg" alt=""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5/조용함을듣는일_표1-250px-200x263.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5/조용함을듣는일_표1-250px-228x300.jpg 228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5/조용함을듣는일_표1-250px.jpg 250w" sizes="(max-width: 250px) 100vw, 250px" /></a></figure>
<p> </p>



<div style="border-left: 6px solid #6e6e6e; padding: 10px 20px 10px 20px; background-color: #eeeeee;">
<p>&#8216;조용함을 듣는 일&#8217;은 2021년 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월간소묘 : 레터]에 연재되었습니다. (연재명 &#8216;김혜영의 혜영들&#8217;)</p>
<p><img decoding="async" style="float: left; margin-right: 5px;"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1/letter.png" width="25px" /><a style="pointer-events: none;" href="https://sewmew.co.kr/letter" target="_blank" rel="noopener"><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구독하기</span></strong></a></p>
</div>
<p> </p>



<div style="border: 1px solid #999999; padding: 20px;">
<p>[조용함을 듣는 일]</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ac%bc%ea%b2%b0%ec%9d%b4-%eb%82%b4%eb%8a%94-%ec%86%8c%eb%a6%ac/">물결이 내는 소리</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d%99%80%eb%a1%9c-%ed%94%bc%eb%8a%94-%ea%b2%83%ec%9d%80-%ec%97%86%eb%8b%a4/">홀로 피는 것은 없다</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a7%89-%eb%a7%89/">막, 막</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b9%9b%ec%b6%94%ec%9d%b4/">빛추이</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b0%9c%ea%b0%80%eb%9d%bd-%ec%82%ac%ec%9d%b4-%eb%b0%98%ec%a7%9d%ec%9e%84/">발가락 사이, 반짝임</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a7%88%ec%9d%8c%ea%b3%bc-%eb%aa%b8%ec%9d%98-%eb%aa%a8%ec%96%91/">마음과 몸의 모양</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c%9d%b4-%ec%95%88%ec%97%90-%ec%82%ac%eb%9e%91%ec%9d%b4-%ec%9e%88%ea%b5%ac%eb%82%98/">이 안에 사랑이 있구나</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a%b8%b0%eb%8c%80%ec%95%89%eb%8a%94-%ec%9a%b0%eb%a6%ac%eb%93%a4/">기대앉는 우리들</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c%97%90%ed%95%84%eb%a1%9c%ea%b7%b8/">에필로그</a></span></p>
</div>
<p> </p>
]]></content:encoded>
					
		
		
			</item>
		<item>
		<title>[조용함을 듣는 일] 홀로 피는 것은 없다</title>
		<link>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d%99%80%eb%a1%9c-%ed%94%bc%eb%8a%94-%ea%b2%83%ec%9d%80-%ec%97%86%eb%8b%a4/</link>
		
		<dc:creator><![CDATA[sewmew]]></dc:creator>
		<pubDate>Sun, 07 Mar 2021 09:08:17 +0000</pubDate>
				<category><![CDATA[조용함을 듣는 일]]></category>
		<category><![CDATA[image-list]]></category>
		<category><![CDATA[김혜영의혜영들]]></category>
		<category><![CDATA[월간소묘]]></category>
		<category><![CDATA[조용함을듣는일]]></category>
		<guid isPermaLink="false">https://sewmew.co.kr/?p=4650</guid>

					<description><![CDATA[2월 어느 날, 김혜영이 임혜영을 인터뷰하다.   김¯ 제가 질문지 예시를 몇 개 보내드렸는데요.   ...]]></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2월 어느 날, <strong>김</strong>혜영이 임<strong>혜영</strong>을 인터뷰하다.</span></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제가 질문지 예시를 몇 개 보내드렸는데요. 그중에 답하고 싶으신 질문이 있으셨나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불안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깊게는 아니지만 계속 돌아다니는 감정들이요. 저는 작년까지 좀 많이 불안했어요. 상담 선생님이 하는 말이, 제가 불안감을 빨리 느끼는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주변보다는 조금 더 나만 생각하고, 내가 할 수 있는걸 생각하라고 하셔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뭐지? 이렇게 다시 시작하는 거 같아요. 지금부터.</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지금부터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네. 지금부터. 그전에는 좋은 학교의 학위를 따 놓아야지 생각했고, 그렇게 했어요. 뭔가 훈장 달 듯이요. 회사도 타이밍은 좋았지만 스스로 한 노력의 결과는 아니었다고 생각하거든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스스로 그렇게 느끼시는 거예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네. 그래서 나는 운은 좋은데 노력해서 얻는 건 약간 더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거기에서 오는 괴리감이 불안을 만들어내더라고요. 그래서 진짜 제가 좋아하는 게 뭔지 스스로 모르는 거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좋아하는 거요. 그럼 진짜 쉬운 거부터 같이 생각해봐요. 저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요. 그림을 그리다 보면 혼자서 사유하는 시간이 길잖아요.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은 살면서 어떤 생각을 하지? 가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혜영 님을 뵙게 된 건데, 그 후에 만들어진 그림을 보고 또 다른 관객은 어떤 기억을 떠올릴까. 그렇게 질문이 이어지더라고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어떻게 형상화가 될지 궁금하네요.</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저도 궁금해요.</p>
<p> </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왜 혜영이였는지도 궁금해요. 이름이 가진 의미가 뭘까.</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혜영이라는 이름이 엄청 평범하잖아요. 제 혜영은 부모님의 성함을 이어 붙인 ‘미혜영희’ 로 이름 지어졌거든요. 이 이야기는 평생을 부모님께 안겨있다는 느낌을 받게 해줬어요. 저는 그 평범한 이름에 나름 의미를 부여한 거죠. 제 프로젝트의 방향성이 ‘우리의 일상 속 고유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프로젝트 속 인터뷰이의 이름은 중요치 않을 수 있어요.</p>
<p> </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자 하는 건지도 궁금하고요.</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사실 평범한 사람을 만나는 게 첫 번째 목표고요. 혜영이라는 이름은 저에게 가장 친근하고도 낯선 타인을 만나기 위한 장치예요. 앞으로 계속해서 창작하며 살고 싶은데,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 어떻게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을까 궁금했고요. 거기에서 어떤 재미나 감동을 느끼고 싶었어요. 단순하게 흥미만 가져도 너무 좋고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건 그림이니까 이런 경험을 시각화해 보자 했던 거죠.</p>
<p> </p>
<p>제주도에 다녀와서 그린 그림이 있었는데 어떤 분께서 오래 봐주시는 거예요. 그래서 말을 붙여봤는데, 그분께서 제주도에서 30년 전에 육지로 시집을 오셨대요.</p>
<p>멀지도 않은 곳인데 삶이 바빠서 한 번을 못 가봤다. 그런데 이 그림 속 집이 어릴 때 자랐던 집이랑 너무 닮아서 오래 보고 있었다고. 이렇게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러면서 그 그림 앞쪽에 그려진 의자에서 잠시 쉬어갔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p>
<p> </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삶이 너무 힘드셨나 보다.</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네. 조금 울컥했었어요. 원래 그림 제목이 자전적인 여행 이야기를 담은 거라 &lt;찰나, 다시&gt; 였는데 이제 그분께 마음이 가더라고요. 그래서 &lt;잠시 앉아 쉬어가야겠네&gt;로 변경을 했어요. 그때부터 관객의 이야기를 그림에 쌓아보기로 했죠.</p>
<p> </p>
<p>혜영 님도 오늘 제게 이야기를 나누어주려 시간을 내주셨는데요. 요즘은 마음이 어떠실지 궁금해요. 저희가 오늘 이렇게 마주 앉아서 이야기하지만, 어쩌면 다시는 안 볼 수도 있는 사이잖아요.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도 전혀 모르고요. 그래서 더 할 수 있는, 해버릴 수 있는 이야기도 있을 것 같아요.</p>
<p>듣기 전에 우선 말씀 드리면, 저는 말도 많고 눈물도 많아요. 그래서 사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게 조심스러워요. 제가 너무 잘 울거든요. 그래서 이 사람이 해주는 이야기가 본인에게는 그렇게까지 울 이야기는 아닌데 내가 울면 어떡하지? 이런 마음이 들어서요.</p>
<p> </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저도 오늘 뵙기 전에 문득 어디까지 이야기를 하는 게 좋을지 생각해봤어요. 살아오면서 크게 굴곡이라고 생각했던 게 있다면… 아버지가 좀 편찮으셨거든요. 저희 아버지가 집 베란다에서 혼자 쓰러지셨어요. 뇌출혈이셨는데, 동생이 혼자 발견을 한 거죠. 그때 저는 재수 학원에 있었고 엄마는 밖에 계셨어요. 한마디로 아버지를 살리기 위한 타이밍이 너무 안 맞았던 거죠. 그 골든 타임을 놓쳐서 10년 동안 아버지가 누워계시다가 돌아가셨어요. 그 부분이 제일 감당이 안 되는 부분이에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지금은 그때보다는 마음이 괜찮으신가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지금… 지금은 그래도 괜찮죠. 그냥 그때 아버지를 보고 있던 걸 떠올리는 게 힘든 것 같아요. 담담히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죠. 돌아가시기 전까지.</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분명히 내 안에 있는 기억인데 꺼내고 싶지 않은 게 있잖아요. 저도 그렇고요. 그거에 대해 더 생각해보고 내 마음을 스스로 추스르고 싶은데 다시 생각하는 거 자체가 두려운 거 같아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맞아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동생 분은 많이 어리셨나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동생이 그때 열아홉이었어요. 그래서 동생한테도 미안한 마음이 있어요. 그때 혼자서 그 상황을 바라보게 한 게 너무 타이밍이 안 맞았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후회는 많이 하시나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후회를 많이 했었죠.</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지금은 아닌가 보네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안 하려고 노력해요. 그냥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편이에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저는 미련이 엄청 많으면서 티를 잘 안 내요. “그냥 그렇게 될 일이었어”라고 얘기를 하죠. 제 약점을 제가 제일 잘 아는데, 그걸 남이 조금이라도 아는 게 너무 싫은 거예요. 상대방 눈에 제가 언제나 괜찮은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심적으로요.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항상 그런 마음이 있어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방어기제인가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네. 방어기제예요. 그러면서 남의 이야기를 저한테 해줬을 때… 어? 그래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남 얘기를 들었을 때 잘 우는 것 같아요. 나는 못 하는 얘기를 이 사람은 나한테 해주네? 같은 마음이 들어서. 와 지금 알았어요. 혜영 님이랑 대화하면서.</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자기가 못 하는 말을 듣게 되니까 그런가 봐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네. 그런가 봐요. (아버지 일이 있으신 후에) 그 후로 어머니는 괜찮으셨나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그 후로… 사실 아버지가 구속을 많이 하시는 편이셨어요. 어머니가 원래 미싱 일을 하셨는데, 아예 못하게 하셨어요. 집 밖에 나가는 것보단 애 둘 잘 키우길 바라신 거죠.</p>
<p>그래서 어머니가 집에서 핀 만들기 같은 부업을 하셨어요. 하나 붙일 때마다 1원, 2원씩 하는 거. 그걸로 한 달에 100만 원 넘게 버시기도 하셨고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대단하시다.</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어머니는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인데, 남편 때문에 갇혀 지내다 보니까 그거랑 맞바꿨다는 생각도 들어요. 아버지 쓰러지신 거랑 어머니 일하시는 걸. 지금은 오히려 편안해 보이세요. 그런 부분에서는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했죠. 가족 간에는 아이러니한 관계가 있는 것 같아요. 보완해주면서도 싸우고. 싸울 때는 또 피 터지게 싸우고. 견디는 게 힘들지만, 곁에 있는. 근데 저는 너무 어려서 그랬는지 합의점을 못 찾았던 것 같아요. 저는 아버지랑 너무 안 맞았거든요. 그런데 어머니는 그때도 본인만의 상황에서도 잘 살아내셨죠. 지금도 그렇고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엄마는 정말 강한 것 같아요.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제가.</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저도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사실 저는 약간 마마걸이에요. 엄마를 많이 사랑해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오 저도 저도.</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그러세요? 그 존재가 너무 사랑스럽잖아요. 엄마 덩어리가 저는 너무 좋고 볼 때마다 껴안고 싶어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조금 운다)</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따라 운다) 왜 울까요. 저희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엄마라고 하는 것보다 덩어리라고 하는 게 더 슬픈 것 같아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아 그래요? 제가 덩어리라고 하는 건 엄마라는 단어가 너무 슬퍼서였어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덩어리가 더 슬픈데…!</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왜냐면 덩어리라고 하면 일단 웃기니까.</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웃기지.</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영화나 노랫말에서 엄마 이야기는 대부분 슬프잖아요. 그런데 슬픔과 웃음이 항상 같이 있는 거 같아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그렇죠… 저도 상담받을 때, 제가 자꾸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니까 지금 어색해서 웃는 거죠? 라고 하시는 거예요. 웃음으로 가리려고 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p>
<p>생각해보면 진짜 두 개가 같이 가는 거 같아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맞아요. 울다가 웃으면 어디 털 난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웃기다가도 슬프고. 슬픈 것도 가끔은 웃겨요. 나 너무 우네. 좀 웃기다.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하하.</p>
<p>혜영 님이 좋아하시는 것도 알고 싶어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저는 혼자 여행하는 걸 좋아했어요. 그것도 어떻게 보면 회피였죠. 아버지가 아프시고 누워계시니까 여행 가는 사람이 없었어요. 아버지 돌아가신 후에는 혼자서 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사실 해방이니까요. 너무 힘들었고, 우울했거든요.</p>
<p>해방감을 너무 느끼고 싶었는데, 그게 여행이었고 여행에서도 물이 많은 곳이 좋았어요. 제주도는 매년 가요. 베네치아는 집이 물에 떠 있는데도 안정적인 게 좋았어요. 그런데 베네치아도 요새 홍수가 많이 난다고 한다더라고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불안해졌네요? 역시 안정적이면서도 그렇지 않은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되게 단단해 보이는 사람도 조금만 얘기해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경우가 많고.</p>
<p> </p>
<p>대학교 실기수업 마지막 주에 한 명씩 앞에 나가 그림 이야기를 하면서 학기 마무리를 하거든요. 그런데 동기들이 그림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우는 거예요. 근데 저는 당시에는 잘 몰랐어요. 나는 드라마 주인공 같은 사건이 없나? 이런 건방진 생각을 한 거죠.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그렇지 않았어요. 그냥 제가 외면한 거더 라고요.남한테 내 슬픈 이야기를 하는 거조차 싫은데 그걸 그림으로 그리려니 당연히 그렇게 못했던 거죠.</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다 드러나니까?</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네. 그러고 보니 혜영 님 이야기를 들으려고 온 건데 저 스스로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우리가 오늘 뭘 만들어 냈을지 궁금하네요.</p>
<p> </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4670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3/홀로피는것은없다-px590.jpg" alt="" width="590" height="897"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3/홀로피는것은없다-px590-197x300.jpg 197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3/홀로피는것은없다-px590-200x304.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3/홀로피는것은없다-px590-400x608.jp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3/홀로피는것은없다-px590.jpg 590w" sizes="(max-width: 590px) 100vw, 590px"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홀로 피는 것은 없다_광목에 채색, 유채_2021</span></p>
<p> </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4671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3/홀로피는것은없다-세부-590px.jpg" alt="" width="590" height="590"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3/홀로피는것은없다-세부-590px-66x66.jpg 66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3/홀로피는것은없다-세부-590px-150x150.jpg 15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3/홀로피는것은없다-세부-590px-200x200.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3/홀로피는것은없다-세부-590px-300x300.jpg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3/홀로피는것은없다-세부-590px-400x400.jp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3/홀로피는것은없다-세부-590px.jpg 590w" sizes="(max-width: 590px) 100vw, 590px"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세부)</span></p>
<p> </p>
<p><strong><span style="font-size: 16px;"><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8211;</span></span></strong><br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자 눈 덮인 흰 산이 어둠에 묻혀 있었다. 낯선 사람과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시간만 뺏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웠는데 우리는 만난 지 몇 시간 만에 서로의 눈물을 봤다. 이상하게도 프로젝트를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그 찰나에 들었다.</p>
<p> </p>
<p>그와 헤어진 후 혼자 걸으며 휴대폰 음성메모에 쌓인 이야기들을 다시 들었다.</p>
<p>인터뷰 원고에 다 옮겨 적지 못한 ‘엄마에게 실망한 날들’에 관한 부분이 재생되고 있었다. 온 우주에서 가장 멋지고 커다란 사람으로 여기던 엄마가 사실은 작고 여린 사람이란 걸 깨달은 날이 우리에게 있었다.</p>
<p> </p>
<p>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이라던 그의 어머니는 아주 오래전의 직업이었던 미싱 일을 다시 시작했다. 그는 얼마간 이른 아침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익숙하고도 낯선 환경과 마주한 어머니와 함께했다. 어릴 적에 젓가락을 사용하는 법, 왼쪽 오른쪽 신발을 구분해서 신는 법처럼 사소한 것부터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가르쳐준 엄마 옆에서, 그렇게 일을 도왔다.</p>
<p> </p>
<p>15초 전으로 돌아가기 버튼을 눌러 그 부분을 다시 들었다. 제주도 길가에 홀로 핀 실유카를 보았던 날이 떠올랐다. 날카로운 칼 모양의 잎 가장자리에서 흰 실 같은 섬유가 나와 이름에 실이 붙었단다. 그 위로 소복이 핀 흰색 초롱꽃들은 관상용으로 훌륭해서 주로 한 번에 많이 심어져 있는 걸 볼 수 있다.</p>
<p> </p>
<p>아무도 모르게 발아되어 홀로 자라났나 생각하며 다가가니 잘 자란 실유카 뒤에 작아서 보이지 않던 게 하나 더 있었다. 큰 실유카에 기대어 있는 듯한 작은 실유카는 자라나고 있는 건지 이미 모두 자라 시든 건지 알 수 없었다. 오늘의 나는 그날 저녁 제주도에서 만난 실유카의 기억에서 그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본다.</p>
<p> </p>
<p>그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결혼 소식에 조바심이 났던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엄마를 보듬으며 둘이 잘 지내보고 싶다고 했다. 너무 사랑해서라는 말도 덧붙였다.</p>
<p> </p>
<p>앤서니 브라운의 책 &lt;우리 엄마&gt;에는 우주비행사가, 무용수가, 영화배우가, 어쩌면 사회적으로 더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었던 사람이 나의 엄마가 되었다고 한다. 그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엄마가 될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을 돌려주고 싶은 엄마 덩어리와 함께할 것이다. 그리고 그 둘은 각자의 일을 한다.</p>
<p> </p>
<p>나눠 들은 이야기가 많아서 어쩐지 낮보다 더 힘이 생긴 밤이었다.</p>
<p> </p>
<p> </p>
<p><img decoding="async"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7/sewmew-line-2.png" /></p>
<p> </p>


<p><span style="color: #808080; font-size: 14px; font-family: helvetica;">*인터뷰이로 참여해주신  모든 혜영 님께 감사드립니다.</span></p>
<p> </p>



<figure class="wp-block-image size-full"><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img decoding="async" width="250" height="329" class="wp-image-8669"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5/조용함을듣는일_표1-250px.jpg" alt=""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5/조용함을듣는일_표1-250px-200x263.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5/조용함을듣는일_표1-250px-228x300.jpg 228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5/조용함을듣는일_표1-250px.jpg 250w" sizes="(max-width: 250px) 100vw, 250px" /></a></figure>
<p> </p>



<div style="border-left: 6px solid #6e6e6e; padding: 10px 20px 10px 20px; background-color: #eeeeee;">
<p>&#8216;조용함을 듣는 일&#8217;은 2021년 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월간소묘 : 레터]에 연재되었습니다. (연재명 &#8216;김혜영의 혜영들&#8217;)</p>
<p><img decoding="async" style="float: left; margin-right: 5px;"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1/letter.png" width="25px" /><a style="pointer-events: none;" href="https://sewmew.co.kr/letter" target="_blank" rel="noopener"><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구독하기</span></strong></a></p>
</div>
<p> </p>



<div style="border: 1px solid #999999; padding: 20px;">
<p>[조용함을 듣는 일]</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ac%bc%ea%b2%b0%ec%9d%b4-%eb%82%b4%eb%8a%94-%ec%86%8c%eb%a6%ac/">물결이 내는 소리</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d%99%80%eb%a1%9c-%ed%94%bc%eb%8a%94-%ea%b2%83%ec%9d%80-%ec%97%86%eb%8b%a4/">홀로 피는 것은 없다</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a7%89-%eb%a7%89/">막, 막</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b9%9b%ec%b6%94%ec%9d%b4/">빛추이</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b0%9c%ea%b0%80%eb%9d%bd-%ec%82%ac%ec%9d%b4-%eb%b0%98%ec%a7%9d%ec%9e%84/">발가락 사이, 반짝임</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a7%88%ec%9d%8c%ea%b3%bc-%eb%aa%b8%ec%9d%98-%eb%aa%a8%ec%96%91/">마음과 몸의 모양</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c%9d%b4-%ec%95%88%ec%97%90-%ec%82%ac%eb%9e%91%ec%9d%b4-%ec%9e%88%ea%b5%ac%eb%82%98/">이 안에 사랑이 있구나</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a%b8%b0%eb%8c%80%ec%95%89%eb%8a%94-%ec%9a%b0%eb%a6%ac%eb%93%a4/">기대앉는 우리들</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c%97%90%ed%95%84%eb%a1%9c%ea%b7%b8/">에필로그</a></span></p>
</div>
<p> </p>
]]></content:encoded>
					
		
		
			</item>
		<item>
		<title>[조용함을 듣는 일] 물결이 내는 소리</title>
		<link>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ac%bc%ea%b2%b0%ec%9d%b4-%eb%82%b4%eb%8a%94-%ec%86%8c%eb%a6%ac/</link>
		
		<dc:creator><![CDATA[sewmew]]></dc:creator>
		<pubDate>Sat, 30 Jan 2021 13:43:07 +0000</pubDate>
				<category><![CDATA[조용함을 듣는 일]]></category>
		<category><![CDATA[image-list]]></category>
		<category><![CDATA[김혜영의혜영들]]></category>
		<category><![CDATA[월간소묘]]></category>
		<category><![CDATA[조용함을듣는일]]></category>
		<guid isPermaLink="false">https://sewmew.co.kr/?p=4403</guid>

					<description><![CDATA[1월 어느 날, 김혜영이 김혜영을 인터뷰하다.   김¯ 매일 아침에 아주 짧은 명상을 하잖아요. 저  ...]]></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6px;">1월 어느 날, 김혜영이 김혜영을 인터뷰하다.</span></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매일 아침에 아주 짧은 명상을 하잖아요. 저건 그냥 더 자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짧게요. 그때 무슨 생각을 하나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원래 명상은 자신의 코끝 숨결에 집중하는 거라고 하잖아요. 저는 아마추어라서 그런지 잘 안되더라고요. 대부분 오늘은 또 무엇을 해야 죄책감이 덜해질까 생각해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죄책감으로 시작하는 하루인가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네. 대부분 어제 할 일을 다 못 끝내서 오늘로 미룬 상황이거든요. 목표를 세울 때 저를 너무 과대평가해요. 그런데 죄책감 뒤에 설렘이 있어요. 어쨌거나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오늘이니까요.</p>
<p> </p>
<p><span style="color: #808080;"><sub>김¯</sub></span> 어떤 일을 사랑하나요.</p>
<p><span style="color: #666699;"><sub>혜영¯</sub></span> 미지근하게 뭔가를 주는 일이요. 그림이 그래요. 너무 강렬하지 않고 잔잔하게 여운을 줬으면 좋겠어요. 오래 볼 수 있게요. 그리는 것 말고도 요새는 말하고 듣는 데에 관심이 생겼어요. 말하는 것과 듣는 것은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깨닫게 하잖아요. 생각으로 한 번 한 걸 말하면서 또 한 번. 들으면서 다시 한 번.</p>
<p> </p>
<p><sub><span style="color: #808080;">김¯</span></sub> 그러한 관심이 새로 그리고자 하는 것들에 영향을 주었나요?</p>
<p><sub><span style="color: #666699;">혜영¯</span></sub> 네. 자신을 작가로 정의한 지 오래된 건 아니지만 주로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그렸어요. 그런데 이제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려고 해요.</p>
<p> </p>
<p><sub><span style="color: #808080;">김¯</span></sub> 그 처음과 끝은 본인의 이야기고요. 계기가 있나요?</p>
<p><sub><span style="color: #666699;">혜영¯</span></sub> 처음 시작은 소중한 사람들 때문이에요. 주변에 우울증을 가진 친구들이 몇 있었는데, 상담을 받거나 병원에 가는 등 각자의 방법으로 이겨내고 있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저는 제 목덜미를 만졌어요. 그다음엔 먼 곳을 보거나 친구를 껴안고 함께 울었어요. 상대방이 이런 이야기를 제게 해주면서 얼마만큼의 위로를 바랄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친구가 먼 산을 보며 이야기하면 저도 어딘가 먼 곳을 봤어요. 눈시울이 붉어지는 친구는 안아줬어요. 그 후에는 자신의 상태에 대해 잘 알고 자신을 돌보는 그 애들에 대해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할 때 친구들의 마음을 생각했어요. 분명히 자기를 가엽게 여기길 바라면서 한 이야기가 아니거든요. 말하는 것이 가지는 힘이 얼마나 큰지 궁금해지더라고요.</p>
<p> </p>
<p>&lt;노래하는 꼬리&gt;라는 아름다운 그림책이 있어요. 작은 마을에 사는 소년과 동네 사람들이 나오는데, 얼마나 작은가 하면 마을 이름보다도 작은 마을이래요. 그곳에 사는 소년한테 어느 날 긴 꼬리가 생겨요. 노래하는 꼬리요. 다정한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길고 긴 꼬리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논하는 장면을 가장 좋아해요.</p>
<p> </p>
<p>그들은 소년의 꼬리를 떼어주기 위해 줄지어 잡아당기다가 마을을 벗어나게 돼요. 꼬리가 정말 길거든요. 그렇게 새롭고 넓고 낯선 곳으로 그들의 세계가 확장돼요. 마을 사람들이 작은 마을을 벗어난 경험을 통해 얻은 게 뭐였을지 궁금해요. 소년의 꼬리를 보며 나의 꼬리에 대해 생각했어요. 애를 써도 없어지지 않고 아무도 안 봤으면 하는 나의 꼬리.<br />책 속의 소년 이반은 작은 마을에 혼자 남아요. 그리고 긴 여행 끝에 돌아온 마을 사람들을 기쁘게 맞이해요. 내용에는 없지만, 마을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 이반에게 그들이 들려줄 이야기가 얼마나 많을지 상상해보게 돼요.</p>
<p>저도 그런 매개가 되어 누군가와 말하고 듣는 경험을 하고 싶어요. 그러면서 제가 가진 꼬리에도 분명 변화가 생길 거라고 믿어요.</p>
<p> </p>
<p><sub><span style="color: #808080;">김¯</span></sub> 혜영 님이 가진 꼬리는 무엇일까요?</p>
<p><sub><span style="color: #666699;">혜영¯</span></sub> 처음 꼬리가 생긴 이반은 그걸 없애고 싶어 해요. 그런데 마음처럼 되지 않죠. 그런 점에서 저한테는 제 아픈 부위를 남에게 들키고 싶어 하지 않는 마음이 그것이에요. 그런데 이반의 꼬리는 결국 마을 사람들에게 이야깃거리를 주는 소중한 존재로 거듭나잖아요. 제 꼬리도 그렇게 되길 바라요. 제가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모으는 과정에서 변화할 수 있길.</p>
<p> </p>
<p><sub><span style="color: #808080;">김¯</span></sub> 혼자만 아파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어디에서부터 왔을까요?</p>
<p><sub><span style="color: #666699;">혜영¯</span></sub> 제 어릴 적 기억은 모두 작은 슈퍼 집에서 시작돼요. 슈퍼 안쪽 문을 열면 부엌과 화장실, 그리고 방이 하나 있는 작은 집에서 살았어요. 여섯 살 때 생일선물로 받은 커다란 공주의 집에도 방이 하나여서 세상 사람들이 사는 다른 집들도 대부분 이런 모습일 거라 생각했어요. 우리 집은 게다가 슈퍼까지 있으니 퍽 멋있게 느껴지더라고요.<br />그런데 어느 날 아빠가 주차장과 방 사이의 벽을 허물고 주차장을 방으로 만들었어요. 더 큰 하나의 방이 있는 집이 된 거죠. 부모님께 혼나고 나면 숨을 공간이 없어서 장롱이랑 바닥 사이의 작은 틈에 얼굴을 처박고 울었어요.</p>
<p> </p>
<p><sub><span style="color: #808080;">김¯</span></sub> 비참하고도 자존심이 센 여섯 살이네요.</p>
<p><sub><span style="color: #666699;">혜영¯</span></sub> 그렇죠. 그래서 더 혼날 일이 많았어요. 고개를 박고 울면서도 엉덩이를 가족들에게 보여야 한다는 사실이 아주 억울했던 기억이 나요. 그 후에도 제가 불편한 상황에 있는 모습을 남한테 보여주는 게 너무 싫었어요.</p>
<p> </p>
<p><sub><span style="color: #808080;">김¯</span></sub> 작은 기억에서부터 그래왔군요. 집에 대한 기억은 어땠는지 궁금해요.</p>
<p><sub><span style="color: #666699;">혜영¯</span></sub> 아빠는 대개 슈퍼 카운터에 앉아계셨어요. 아이스크림 훔치는 동네 애들을 몇 번이나 놓칠 만큼 깊게 잠을 잤고, 엄마는 남은 회사 일을 처리하거나 부엌일을 했어요. 오빠랑 저는 방에서 티비를 보거나 엎드려서 낙서했던 기억이 있어요. 제게 집은 가족들이 어떤 감정으로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한눈에 보이는 공간이었어요.</p>
<p> </p>
<p>제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얼마 후에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를 왔어요. 슈퍼 집의 방만 했던 공간이 제게 생겼죠. 그런데 더 이상 가족들이 무얼 하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는 없게 되었어요.</p>
<p> </p>
<p><sub><span style="color: #808080;">김¯</span></sub> 그 점이 아쉬웠던 것처럼 들려요.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이 생긴 게 어린 시절에 어떤 영향이 있었을까요.</p>
<p><sub><span style="color: #666699;">혜영¯</span></sub> 혼자서도 할 게 많아서 마냥 아쉽지는 않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게 뭔지 조금씩 알아가던 때였거든요. 그 무렵에는 도넛 모양의 나무 책상이랑 휙휙 돌아가는 의자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동그랗게 뚫린 책상 한가운데에 들어가서 얕지만 아주 여러 가지인 취미 생활들을 늘어놓고 싶었죠. 그때 제 관심사가 줄에 구슬을 끼워 조잡한 액세서리를 만들거나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자르고 붙이는 그런 것들이었어요. 보기에는 그럴듯한데 손에 끼우면 따가운 비즈 반지 같은 거요.</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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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ub><span style="color: #808080;">김¯</span></sub> 비즈 공예가 유행을 했었죠.</p>
<p><sub><span style="color: #666699;">혜영¯</span></sub> 맞아요. 저는 용돈 모아서 책도 사고 했었어요. 책에 나와 있는 것 중 가장 쉬운 걸 만들어서 보여주면 엄마는 꼭 벌건 광대를 올리며 웃으셨어요. 아빠는 ‘우리 딸은 뭔가 될 거 같다’고 말해줬고요. 근데 사실 저희 아빠 말은 신빙성이 없어요. 제가 한 달 남짓 한 짧은 기간 동안 발레를 배웠다 치면 김 발레, 글쓰기 학원에 다니면 김 작가라고 불렀거든요. 저는 그런 사소한 칭찬들로 자라고 있었어요. 그런데 나이 차이가 거의 안 나는 친오빠가 매번 100점짜리 시험지를 들고 왔어요. 저는 신발주머니에 대충 넣어 온 한자 외우기 왕 상장이 다였는데.</p>
<p> </p>
<p><sub><span style="color: #808080;">김¯</span></sub>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나요?</p>
<p><sub><span style="color: #666699;">혜영¯</span></sub> 음. 아니요. 저는 저 자신을 너무 잘 알고 있었어요. 포기할 건 하고 재밌는 거만 하자. 근데 제가 많이 산만하고 집중력까지 없어서 끈기 있게 할 수 있는 게 몇 없더라고요. 생각은 많으면서. 개미굴처럼 많은 생각의 방을 만들었어요. 근데 또 기억력까지 안 좋아서 그걸 다 까먹을 거 같은 거예요. 그게 너무 아까워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p>
<p> </p>
<p><sub><span style="color: #808080;">김¯</span></sub> 끈기 있게 할 수 있는 게 생겼네요.</p>
<p><sub><span style="color: #666699;">혜영¯</span></sub> 네. 그래서 누가 취미나 특기를 물어보면 낙서라고 대답했다가 조금 바보 같아서 그림 그리기라고 정정해서 말했어요.</p>
<p> </p>
<p><sub><span style="color: #808080;">김¯</span></sub> 그때부터 그림과 함께였네요. 어떤 걸 그리나요?</p>
<p><sub><span style="color: #666699;">혜영¯</span></sub> 공간이 생긴 후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을 수 있으니 많이 울기도 하고 생각도 많이 했어요. 생각이 많은 사람은 자연스럽게 고민도 많잖아요. 그걸 머릿 속에 나열하자니 연상되는 이미지가 너무 많은 거예요. 진이 빠질 만큼. 그래서 마무리로는 꼭 아무것도 없는 빈터를 떠올렸어요.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새로운 관계를 맺고, 이야기를 나누는 게 즐거웠지만, 어느 순간 많은 소리가 소음으로 느껴지더라고요. 그럴 때는 저도 모르게 마음속 공간으로 회피를 했죠. 남들이 보면 ‘얘 또 멍때리네’ 했겠지만.</p>
<p> </p>
<p>혼자서 생각을 할 때 집을 떠올리거든요. 외딴 바닷가의 집이요. 시끄러운 마음이 파도 소리에 묻히면 어떨까 상상하곤 해요.</p>
<p> </p>
<p>그리고 그림 앞에 서 있는 관객도 분명 그만의 어려움이 있을 거예요. 내가 쉬고 싶고, 혼자 있고 싶은 이 그림 속 공간을 그들에게 주고 싶어요. 모두 너무 무리 말고 조금이라도 쉬어요. 그런 의미를 가진 그림들을 그려요.</p>
<p> </p>
<p><sub><span style="color: #808080;">김¯</span></sub> 아침에는 어설픈 명상으로 시작을 하는데요. 하루 마무리에 하는 게 있나요?</p>
<p><sub><span style="color: #666699;">혜영¯</span></sub> 엄마랑 밤에 기도를 한 지 15년이 넘었어요. 정말로 매일 해요. 기독교라고 말은 못 하겠지만 엄마가 하자고 해서 했어요. 저희 이모가 신실한 기독교 신자신데, 동생한테 매일 저녁에 기도해보자 했고 엄마는 그렇게 했어요. 우리는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하는 사람이랑 감사와 바라는 것에 대해 기도하는 역할로 나눠 격일로 번갈아 가면서 해요. 교회에는 나가지 않으니까 그냥 저희 식으로 하는 거예요. 가끔 오늘은 엄마가 기도할 차례야! 라고 티격태격해요. 주기도문, 사도신경은 입에 붙어서 별 생각 없이 욀 수 있거든요. 그런데 기도는 생각하면서 말을 해야 하니까 가끔 좀 귀찮아서요. 그래도 10년을 넘게 하다 보니까 제 패턴도 만들어졌어요. 일단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씩씩하게 해낼 수 있도록 기도해요. 다음은 우리 네 가족 항상 안부 묻고 웃으며 지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고요. 그리고는 바로 떠난 사람들에 대해 말해요. 이것도 입에 붙을 정도로 외웠어요. 저희 할머니, 할아버지 또 할아버지. 그 뒤에는 반려동물들, 우리 곁에 잠시라도 있었던 주변인들, 친구의 어머니와 할머니, 식당 했을 때 자주 오셨던 단골 아주머니, 마음이 쓰였던 연예인들 등이 천국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해요. 그런 다음엔 살아 있는 사람들 중에 아픈 사람에 대해 생각해요. 그들이 아프지 않게 도와달라고 말해요. 이렇게 15년간 해왔는데도 저는 기독교라고 말하고 다니지는 않아요. 엄마는 어떨지 모르겠는데 저는 그냥 마음 편하려고 하는 거거든요. 그래도 하루 마무리에 소중한 사람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서 그게 좋아요.</p>
<p> </p>
<p>제가 애니메이션 중에 &lt;코코&gt;를 제일 좋아하거든요. 멕시코 사후세계가 그렇게도 매력적이에요. 세상에 남아있는 사람이 떠나간 사람에 대해 기억만 해주면 그 안에서 행복하게 지낼 수 있거든요. 하지만 반대로 잊히는 사람은 그곳에서 한 번 더 죽어야 해요. 가루처럼 사라지거든요. 그걸 보고 생각했어요. 내가 계속 잘 기억하고 있으니까 다들 괜찮게 지내고 있겠지. 나중에 올라가서(?) 만나면 내가 그렇게나 열심히 생각했다고! 하고 조금 생색도 내고 싶어요.</p>
<p> </p>
<p><sub><span style="color: #808080;">김¯</span></sub> 나에 대해 생각하다가 남에 대해 생각을 하며 끝나는 거네요.</p>
<p><sub><span style="color: #666699;">혜영¯</span></sub> 맞아요. 저는 다른 예술 작품을 향유할 때 조금이라도 저를 대입해서 감상 할 수 있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지금까지는 나는 이런 일을 겪었고 이런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다고 이야기해 주는 걸 좋아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타인의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제가 누군가를 만나 그려진 그림이 전시되거나 혹은 출판물로 세상에 나왔을 때 이걸 본 또 다른 평범한 이가 들려줄 이야기들이요. 하나의 그림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쌓일 수 있을지 궁금하거든요. 모두 다른 삶에서 나오는 것들이 폭을 넓혀 줄 것 같아요. 나도 이런 적이, 이런 감정이 있었는데 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p>
<p> </p>
<p><sub><span style="color: #808080;">김¯</span></sub> 그 안에서 특별히 주의하고 있는 부분이 있나요?</p>
<p><sub><span style="color: #666699;">혜영¯</span></sub>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분명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이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이야기 속에서 누군가가 상처받거나 너무 소외당한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잘 만들어 보고 싶어요.</p>
<p> </p>
<p><sub><span style="color: #808080;">김¯</span></sub> 자 그럼 팔을 X자로 만들어 자신을 안아줍시다.</p>
<p><sub><span style="color: #666699;">혜영¯</span></sub> 그럽시다.</p>
<p> </p>
<p><sub><span style="color: #808080;">김¯</span></sub> 몇 번 두드려도 줍시다. 잘했다. 잘한다. 잘 해낼 거다.</p>
<p><sub><span style="color: #666699;">혜영¯</span></sub> 그럽시다. 잘해봅시다.</p>
<p> </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4404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1/김혜영의혜영들-202102-680px.jpg" alt="" width="680" height="672"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1/김혜영의혜영들-202102-680px-66x66.jpg 66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1/김혜영의혜영들-202102-680px-200x198.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1/김혜영의혜영들-202102-680px-300x296.jpg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1/김혜영의혜영들-202102-680px-400x395.jp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1/김혜영의혜영들-202102-680px-600x593.jpg 6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1/01/김혜영의혜영들-202102-680px.jpg 680w" sizes="(max-width: 680px) 100vw, 680px"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4px; color: #808080;">물결이 내는 소리_91cmx91cm_광목에 채색, 유채_2021</span></p>
<p> </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6px;">#1</span></p>
<p>물에 잠긴 듯한 날을 보낸다는 친구가 있었다. 그는 날씨 좋던 평일 오후에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길 끝에 있는 정신과 의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대기 의자에 사람이 많아서 놀랐다고, 또 한편으론 나만 이런 건 아니구나 싶었다고도 했다.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살짝 쳐다봤다. 그 눈빛의 의미를 알 것 같아서 이렇게 말했다.</p>
<p> </p>
<p>“나도 몰랐는데 마음이 아플 때도 약을 정말 잘 먹어줘야 한대. 마음이 너무 아파서 몸까지 아프게 돼버리는 경우가 있다더라고. 이 이야기를 해준 친구는 학교 가는 길에 그냥 차에 치여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대. 사실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놀라지 않은 척을 할 수가 없었어. 나는 그 친구를 잘 몰랐고, 나는 나조차도 잘 모르니까. 그런데 너는 길을 잘 건너서 병원으로 갔구나.”</p>
<p> </p>
<p>그리고 친구 손등에 내 손을 올려 몇 번 두드렸다. 경험해보지 못한 일을 섣불리 공감한다고, 이해한다고 할 수가 없어서 미지근하게나마 마음을 전했다.</p>
<p>“넌 평소엔 독불장군 같으면서 이럴 때 보면 참 따듯하더라.”라는 말로 대화가 끝났다.</p>
<p> </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6px;">#2</span></p>
<p>며칠 뒤 엄마와 나, 큰삼촌, 작은삼촌 넷이서 산소에 다녀왔다. 전라남도 영광군 백수읍에 나의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계신다. 매일 밤 중얼거리는 기도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분들이다. 남선과 복실이라 쓰인 비석의 패인 부분을 만져보다가 맨 아래 구석에 있는 내 이름 혜영에 시선을 오래 두었다.</p>
<p> </p>
<p>돌아가는 길 작은 바닷가 앞에 차를 세웠다.</p>
<p>오랜만에 엄마 아빠를 만나고 온 세 남매의 소리, 동네 꼬마들 소리, 해안도로의 빠른 자동차 소리 같은 것들이 가득했다. 찰박찰박 쏴아 쏴아 하는 파도 소리도 있었다.</p>
<p> </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span></p>
<p>우리에겐 너무 사소해서 잘 안 하게 되는 말들이 있다. 별거 아니라는 말로 넘겨버리는 말. 그렇게 담아둔 말을 나는 공책 한켠에 마구 휘갈긴다. 언제나 한 글자 위에 다음 글자를 겹쳐 써서 결국은 아무도 알아 볼 수 없는 까만 네모만 남는 식이다. 모래가 종이라면 까만 네모를 만들지 않고 파도에 쓸려 가게 둘 텐데,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모래 위를 자꾸만 씻어내는 물결에 시선이 옮겨간다.</p>
<p> </p>
<p>물결이 내는 소리는 조용하다. 주의를 기울여 조용함을 듣는 것은 다정하게 관심을 가지는 것과 같다. 사소하지만 분명하게 있는 이야기들을 만나고 싶다.</p>
<p> </p>
<p> </p>
<p><img decoding="async"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7/sewmew-line-2.png" /></p>
<p> </p>


<p><span style="color: #808080; font-size: 14px; font-family: helvetica;">*인터뷰이로 참여해주신  모든 혜영 님께 감사드립니다.</span></p>
<p> </p>



<figure class="wp-block-image size-full"><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img decoding="async" width="250" height="329" class="wp-image-8669"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5/조용함을듣는일_표1-250px.jpg" alt=""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5/조용함을듣는일_표1-250px-200x263.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5/조용함을듣는일_표1-250px-228x300.jpg 228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3/05/조용함을듣는일_표1-250px.jpg 250w" sizes="(max-width: 250px) 100vw, 250px" /></a></figure>
<p> </p>



<div style="border-left: 6px solid #6e6e6e; padding: 10px 20px 10px 20px; background-color: #eeeeee;">
<p>&#8216;조용함을 듣는 일&#8217;은 2021년 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월간소묘 : 레터]에 연재되었습니다. (연재명 &#8216;김혜영의 혜영들&#8217;)</p>
<p><img decoding="async" style="float: left; margin-right: 5px;"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1/letter.png" width="25px" /><a style="pointer-events: none;" href="https://sewmew.co.kr/letter" target="_blank" rel="noopener"><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구독하기</span></strong></a></p>
</div>
<p> </p>



<div style="border: 1px solid #999999; padding: 20px;">
<p>[조용함을 듣는 일]</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ac%bc%ea%b2%b0%ec%9d%b4-%eb%82%b4%eb%8a%94-%ec%86%8c%eb%a6%ac/">물결이 내는 소리</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d%99%80%eb%a1%9c-%ed%94%bc%eb%8a%94-%ea%b2%83%ec%9d%80-%ec%97%86%eb%8b%a4/">홀로 피는 것은 없다</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a7%89-%eb%a7%89/">막, 막</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b9%9b%ec%b6%94%ec%9d%b4/">빛추이</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b0%9c%ea%b0%80%eb%9d%bd-%ec%82%ac%ec%9d%b4-%eb%b0%98%ec%a7%9d%ec%9e%84/">발가락 사이, 반짝임</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b%a7%88%ec%9d%8c%ea%b3%bc-%eb%aa%b8%ec%9d%98-%eb%aa%a8%ec%96%91/">마음과 몸의 모양</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c%9d%b4-%ec%95%88%ec%97%90-%ec%82%ac%eb%9e%91%ec%9d%b4-%ec%9e%88%ea%b5%ac%eb%82%98/">이 안에 사랑이 있구나</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a%b8%b0%eb%8c%80%ec%95%89%eb%8a%94-%ec%9a%b0%eb%a6%ac%eb%93%a4/">기대앉는 우리들</a>  •  <a href="https://sewmew.co.kr/%ec%a1%b0%ec%9a%a9%ed%95%a8%ec%9d%84-%eb%93%a3%eb%8a%94-%ec%9d%bc-%ec%97%90%ed%95%84%eb%a1%9c%ea%b7%b8/">에필로그</a></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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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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