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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쓰기살롱노트 &#8211; 오후의 소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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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일상의 작고 짙은 온기</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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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쓰기살롱 노트] 소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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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sewmew]]></dc:creator>
		<pubDate>Sun, 01 Nov 2020 07:10:17 +0000</pubDate>
				<category><![CDATA[쓰기살롱 노트]]></category>
		<category><![CDATA[text-list]]></category>
		<category><![CDATA[쓰기살롱노트]]></category>
		<category><![CDATA[월간소묘]]></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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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글 서우   초가을 아침 공기가 콧속으로 차갑게 들어온다. 옷소매를 여미며 종종걸음 빌딩 안으로 들  ...]]></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 style="text-align: right;">글 <span style="text-decoration: underline;"><strong>서우</strong></span></p>
<p> </p>
<p style="text-indent: 30px;">초가을 아침 공기가 콧속으로 차갑게 들어온다. 옷소매를 여미며 종종걸음 빌딩 안으로 들어선다. 화실에 도착해 빈방의 전기등을 켠다.</p>
<p style="text-indent: 30px;">청색 앞치마 끈을 둘러매며 넓게 빈 교실을 살펴본다. 아직 아무도 없는 빈 공간. 연필을 열 자루 정도 손에 쉬어 스테인리스 통으로 향한다. 파란색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무릎을 단단하게 고정하고 팔꿈치를 얹은 채 자세를 잡는다. 20여 분이 흐르자 엇비슷한 형상의 사람들이 화실을 메우기 시작한다. 그러고는 무심하고 날카롭게 흑심을 감싼 나무껍질을 칼질해 나간다. 특유의 흑연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잘려 나간 나무껍질들은 가벼운 새의 깃털처럼 소복하게 내려앉았다. 누군가의 무릎에도 눈치 없이 날아가 붙는다. 이리저리 제멋대로 날리는 탓에 주변 바닥을 빗질로 대강 쓸어준다.</p>
<p style="text-indent: 30px;">새벽 공기를 품은 오랜 화실 벽들이 사람의 온기로 채워진다.</p>
<p style="text-indent: 30px;">모두 부지런히 화판을 정렬로 맞추어 흰 도화지에 형태를 잡아간다. 그림을 막 그리기 시작한 사람을 보면 허공을 지휘하듯 손목을 풀어내는 걸 볼 수 있다. 큰 선을 잡기 위한 능숙한 화가들의 부드러운 몸짓이다. 이때부터 소란스럽던 웅성거림은 사라지고 종이 표면과 검은 흑연의 마찰음만이 기묘하게 공간을 채운다. 종이 위에 시선을 고정한 채 오롯이 각자의 그림을 계획한다.</p>
<p style="text-indent: 30px;">모두 조용히, 신중하게 나직한 소리만이 화판을 넘어 들려온다.</p>
<p> </p>
<p style="text-indent: 30px;">미술학원의 조명은 특히나 조도가 높다. 그 빛에 반사된 하얀 도화지를 보고 있자니 눈이 부시다. 아직 교실 안을 메운 공기가 차가워 잠시 현기증이 인다. 눈을 가늘게 뜨고 그림 위에 선을 덧대어 형태를 더 진하게 잡아간다. 앞에 보이는 정물과 비교하니 가늘게 그린 대파가 사실은 통통하다는 걸 깨닫는다.</p>
<p style="text-indent: 30px;">짧은 스포츠머리에 동그란 안경을 쓴 남자 선생님이 학생들의 뒤를 걸으며 세심하게 고칠 점을 짚어준다. 선생님이 다가올수록 기계적으로 손을 움직인다. 선생님은 나의 뒤로 와서는, 종이에 붙은 지우개 가루를 손수 떼주었다. 창문 밖은 어느새 아침이 되어 있었다. 노란 햇빛을 받은 나무들이 반짝거린다. 사람들의 도란도란한 소리가 1층 너머로 흘러들어 온다.</p>
<p style="text-indent: 30px;">어느새 집중력이 흩어지고 관념적으로 그림을 바라본다. 분명 어젯밤 설레는 마음으로 잠이 들었는데, 역시 모든 일의 과정은 지루함이 더 크다. 연한 회색빛을 띤 사과. 완성이 되려면 멀었다. 차츰 연필 선을 좁혀가며 부드러운 선을 쌓아간다. 그러다 엉기는 부분이 생기면 지우개의 넓은 면을 사용해 가볍게 털어낸다. 섬세한 부분을 묘사할 땐 지우개의 끄트머리 뾰족한 각을 이용한다.</p>
<p style="text-indent: 30px;">지우개는 하얀 연필이라고 불린다. 말랑말랑한 지우개의 사용감이 좋아, 그 물건이 닳아버리면 덩달아 나도 안타까워진다. 점심시간이 오기 전에 계획했던 양감을 잡아 두려 한다. 오른손에 속도감이 붙고 큰 그림을 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갔다 오기를 반복한다.</p>
<p> </p>
<p style="text-indent: 30px;">12시가 채 되기 전 사람들이 기지개를 켜거나 느긋하게 자리를 정리한다.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소묘 과정을 살핀다. 아쉬운 부분이 커 눈길을 돌린다. 벽에 붙어 있는 인체 수채화를 천천히 구경한다.</p>
<p style="text-indent: 30px;">추상화보다 사람을 그린 인물화를 좋아한다. 주관적이지만 힘 있고 더 진지해 보인다. 그중 빛이 잘 조율된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림에 대한 열정에 힘을 얻는다.</p>
<p style="text-indent: 30px;">학원에 하루 종일 엉덩일 붙이고 경쟁을 한다는 건 인생에 있어서 능률적이지 않다. 자신을 생생하고 건강하게 단련시키기보단 홀로서기의 고립감을 배운다. 세상과 호흡하며 예술하는 것과 내 몸 안의 어두운 괴로움을 뿜어내며 창작하는 것은 다르다. 괴로움만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엔 별로 기대하지 않는 편이다.</p>
<p> </p>
<p style="text-indent: 30px;">시계를 보니, 하루의 고작 삼 분의 일이 지나간 시간이다. 점심시간이 끝나자 아이들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퀴퀴한 냄새를 빼기 위해 창문을 활짝 열고 이어폰을 꽂는다. 신나는 리듬이 돋보이는 최신 유행곡을 튼다.</p>
<p style="text-indent: 30px;">수업이 시작되었고, 학생들은 자리에 앉아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어떤 아이는 창밖을 보며, 어떤 아이는 초콜릿을 베어 물며, 어떤 아이는 작은 천으로 안경을 닦는다. 방과 후 활동에 늦장을 부리는 어린 애들 같다. 다들 무언가를 만지작거리며 공상한다.</p>
<p style="text-indent: 30px;">선생님이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자 아이들이 눈치껏 연필을 손에 쥔다.</p>
<p> </p>
<p><img decoding="async"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7/sewmew-line-2.png" /></p>
<p> </p>


<div style="border-left: 6px solid #6e6e6e; padding: 10px 20px 10px 20px; background-color: #eeeeee;">
<p>[쓰기살롱 노트]는 오후의 소묘가 진행하는 글쓰기 모임 ‘쓰기살롱’ 멤버들의 글을 소개합니다.</p>
<p>[월간소묘: 레터]에 비정기적으로 연재되고 있습니다.</p>
<p><img decoding="async" style="float: left; margin-right: 5px;"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1/letter.png" width="25px" /><a href="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55692" target="_blank" rel="noopener noreferrer"><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구독하기</span></strong></a></p>
</div>
<p> </p>



<div style="border: 1px solid #999999; padding: 20px;">
<p>[쓰기살롱 노트]</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a href="https://sewmew.co.kr/%ec%93%b0%ea%b8%b0%ec%82%b4%eb%a1%b1-%eb%85%b8%ed%8a%b8-%ec%8b%9d%ec%82%ac%eb%a5%bc-%ed%95%a9%ec%8b%9c%eb%8b%a4/">식사를 합시다</a></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a href="https://sewmew.co.kr/%ec%93%b0%ea%b8%b0%ec%82%b4%eb%a1%b1-%eb%85%b8%ed%8a%b8-%ea%b7%b8%eb%85%80%ec%9d%98-%ea%bf%88/">그녀의 꿈</a></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a href="https://sewmew.co.kr/%ec%93%b0%ea%b8%b0%ec%82%b4%eb%a1%b1-%eb%85%b8%ed%8a%b8-%ed%8c%8c%eb%8f%84-10%ed%8d%bc%ec%84%bc%ed%8a%b8/">파도 10퍼센트</a></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a href="https://sewmew.co.kr/%ec%93%b0%ea%b8%b0%ec%82%b4%eb%a1%b1-%eb%85%b8%ed%8a%b8-%ea%b2%b0%ea%b5%ad-%eb%82%98%eb%8f%84-%eb%a7%90%ed%95%98%ea%b3%a0-%ec%8b%b6%ec%96%b4%ec%a1%8c%eb%8b%a4/">결국 나도 말하고 싶어졌다</a></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a href="https://sewmew.co.kr/%ec%93%b0%ea%b8%b0%ec%82%b4%eb%a1%b1-%eb%85%b8%ed%8a%b8-%ea%b3%a0%ec%96%91%ec%9d%b4%eb%9d%bc%eb%8a%94-%ec%9d%b4%eb%a6%84%ec%9d%98-%eb%ac%b8/">고양이라는 이름의 문</a></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a href="https://sewmew.co.kr/%ec%93%b0%ea%b8%b0%ec%82%b4%eb%a1%b1-%eb%85%b8%ed%8a%b8-%eb%8f%99%ea%b7%b8%eb%9d%bc%eb%af%b8%ec%9d%98-%ea%b0%80%ec%9e%a5%ec%9e%90%eb%a6%ac/">동그라미의 가장자리</a></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a href="https://sewmew.co.kr/%ec%93%b0%ea%b8%b0%ec%82%b4%eb%a1%b1-%eb%85%b8%ed%8a%b8-%ec%86%8c%eb%ac%98/">소묘</a></span></p>
</div>
]]></content:encoded>
					
		
		
			</item>
		<item>
		<title>[쓰기살롱 노트] 동그라미의 가장자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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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sewmew]]></dc:creator>
		<pubDate>Sun, 01 Nov 2020 07:00:05 +0000</pubDate>
				<category><![CDATA[쓰기살롱 노트]]></category>
		<category><![CDATA[text-list]]></category>
		<category><![CDATA[쓰기살롱노트]]></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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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글 아련   &lt;현대시인론&gt; 첫 시간, 교수님은 화이트보드에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렸다. “  ...]]></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 style="text-align: right;">글 <strong><span style="text-decoration: underline;">아련</span></strong></p>
<p> </p>
<p>&lt;현대시인론&gt; 첫 시간, 교수님은 화이트보드에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렸다. “이 동그라미가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고 생각해봐요.” 그러고는 검은 가장자리의 한쪽을 오돌토돌하게 고쳐 그렸다. “문학은 이렇게 조금씩 동그라미의 가장자리를 넓혀요. 우리는 그런 이야기들을 만날 겁니다.” 바로 그 순간 &lt;현대시인론&gt;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수업이 되었고 나는 문학과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지금 문학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p>
<p> </p>
<p>우리가 만난 지 6년째 되던 해 J는 수술을 받게 되었다. J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원하던 회사에 정직원으로 뽑힌 첫해였다. 오래전부터 다리를 움직일 때마다 가는 통증을 느꼈지만 그것이 어떤 징후일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병원에서는 원인이 불분명한 신경 문제이며 완벽한 치료법이 없다고 했다. 고관절에 구멍을 내는 수술을 하면 통증이 약해지길 기대할 수는 있는데 효과를 장담할 순 없다는 말과 함께.</p>
<p> </p>
<p>아프다는 건 뭘까. 나는 자라면서 아픔을 목격한 적이 없었다. 어르신들은 아프다는 걸 눈치채기도 전에 돌아가셨다. 장례를 치르고 일상으로 돌아와 그분들이 없는 명절을 지냈다. 아버지가 심장 수술을 받으셨을 때는 병실에서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이 놀이였다. 어디가 아프고 얼마나 위험한지 설명을 들은 적도 없고 들었다고 해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러 날을 입원한 끝에 아버지는 예전의 일상을 되찾았다. 나에게 아픔은 ‘사라지는 것’ 또는 ‘돌아오는 것’이었다.</p>
<p> </p>
<p>J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꺼냈을 때, 그리고 수술에 대해 설명할 때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그려지지 않았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에 돌아오는 것일 거라 생각했다. 그 이야기를 꺼내기 전까지 얼마나 오래 아픔을 참았을지 짐작하지 못했다. 몸속의 뼈에 구멍을 내기로 결정하기까지 얼마나 오래 고민했는지도. J는 다른 방법이 없으므로 수술을 해보겠다고 했다. 며칠 뒤 예정대로 수술을 받았고 그 뒤로 얼마간 재활을 했지만 통증은 여전히 남았다.</p>
<p> </p>
<p>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요약할 수 있을까. 나는 ‘아프지 않음’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걸 배웠다. ‘아프지 않음’에서 ‘아픔’으로 변하는 것은 스위치를 껐다 켜는 것처럼 간단했다.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일이었다. 내일 아침 눈을 뜰 때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 그래서 지금 아프지 않은 내가 J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함께 있을 때 계단을 이용하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대중교통에서 빈자리가 보이면 J가 앉고 내가 섰다. 원래도 걸음이 느린 나와 J는 속도가 맞았고 천천히 걸으며 더 많은 것을 관찰했다. 스위치가 어느 쪽을 가리키고 있더라도 나에겐 똑같은 J였다.</p>
<p> </p>
<p>그러나 주변의 시선은 달랐다. 부모님은 갑자기 전화를 걸어 J의 다리에 대해 물었다. 동생 결혼식 때 눈썰미 좋은 친척들이 관찰해 알려줬다는 것이다. 나는 그렇다고 대답하고, 그간의 과정을 간단히 덧붙였다. 설명이 끝난 뒤에도 전화기 너머에서는 아무 말이 들리지 않았다. 대중교통에서 시비를 거는 사람을 만나는 건 새로운 일상이 되었다. J가 노약자석에 앉고 내가 옆에 서 있을 때는 조용히 눈치만 보다가도 J가 혼자 있을 때는 새파랗게 젊은 놈을 훈계하는 사람이 꼭 나타났다. 그럴 때마다 아프다는 걸 어떻게 증명해야 할지, 아니 증명해야 하는 것이 옳은지 깊은 회의에 빠졌다.</p>
<p> </p>
<p>그즈음 지하철 임산부석과 관련된 사회적 논쟁이 치열했다. 이미 도입된 임산부석을 없애자는 주장부터 임신을 증명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누군가는 인형을 걸고 다니라고 했고 다른 누군가는 스티커를 붙이라고 했다. 편리한 방법이었다. 나는 몇 주 전 임신 초기에 출근길 만원 지하철에서 기절한 친구를 알고 있었다. 눈앞이 핑그르르 돌고 다시 눈을 떠보니 사람들이 바닥에 쓰러진 자신을 둘러싸고 있었다고 말하는 친구의 목소리가 너무나 담담해서 내가 친구의 몫까지 놀랐다.</p>
<p> </p>
<p>나는 지하철을 가득 채운 사람들이 각자의 스티커를 붙이고 있는 상상을 했다. 쳐다만 봐도 알 수 있게. 키가 큰 사람은 키가 크다고, 뚱뚱한 사람은 뚱뚱하다고 스티커를 붙인다. 우울한 사람은 우울하다고, 자주 흥분하는 사람은 감정 조절이 안 된다고 스티커를 붙인다. 알레르기 유무 같은 병력부터 범죄 경력, 출신 지역, 가족 관계, 소득 수준, 신체적 특징, 종교, 정치적 성향까지. 누구나 그 사람을 설명할 특이사항은 있으니까. 편리하다는 건 반드시 기준을 포함하고 있다.</p>
<p> </p>
<p>지금 어떤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커다란 동그라미를 떠올린다. 화이트보드에 덩그러니 남은 동그라미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나는 지금 동그라미의 가장자리를 우둘투둘하게 만들고 있는가. 혹은 지나치게 매끄럽지는 않은가.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리면 질문은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진다. 내가 서 있는 곳에서 우리는 함께일 수 있는가.</p>
<p> </p>
<p> </p>
<p><img decoding="async"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7/sewmew-line-2.png" /></p>
<p> </p>


<div style="border-left: 6px solid #6e6e6e; padding: 10px 20px 10px 20px; background-color: #eeeeee;">
<p>[쓰기살롱 노트]는 오후의 소묘가 진행하는 글쓰기 모임 ‘쓰기살롱’ 멤버들의 글을 소개합니다.</p>
<p>[월간소묘: 레터]에 비정기적으로 연재되고 있습니다.</p>
<p><img decoding="async" style="float: left; margin-right: 5px;"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1/letter.png" width="25px" /><a href="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55692" target="_blank" rel="noopener noreferrer"><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구독하기</span></strong></a></p>
</div>
<p> </p>



<div style="border: 1px solid #999999; padding: 20px;">
<p>[쓰기살롱 노트]</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a href="https://sewmew.co.kr/%ec%93%b0%ea%b8%b0%ec%82%b4%eb%a1%b1-%eb%85%b8%ed%8a%b8-%ec%8b%9d%ec%82%ac%eb%a5%bc-%ed%95%a9%ec%8b%9c%eb%8b%a4/">식사를 합시다</a></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a href="https://sewmew.co.kr/%ec%93%b0%ea%b8%b0%ec%82%b4%eb%a1%b1-%eb%85%b8%ed%8a%b8-%ea%b7%b8%eb%85%80%ec%9d%98-%ea%bf%88/">그녀의 꿈</a></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a href="https://sewmew.co.kr/%ec%93%b0%ea%b8%b0%ec%82%b4%eb%a1%b1-%eb%85%b8%ed%8a%b8-%ed%8c%8c%eb%8f%84-10%ed%8d%bc%ec%84%bc%ed%8a%b8/">파도 10퍼센트</a></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a href="https://sewmew.co.kr/%ec%93%b0%ea%b8%b0%ec%82%b4%eb%a1%b1-%eb%85%b8%ed%8a%b8-%ea%b2%b0%ea%b5%ad-%eb%82%98%eb%8f%84-%eb%a7%90%ed%95%98%ea%b3%a0-%ec%8b%b6%ec%96%b4%ec%a1%8c%eb%8b%a4/">결국 나도 말하고 싶어졌다</a></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a href="https://sewmew.co.kr/%ec%93%b0%ea%b8%b0%ec%82%b4%eb%a1%b1-%eb%85%b8%ed%8a%b8-%ea%b3%a0%ec%96%91%ec%9d%b4%eb%9d%bc%eb%8a%94-%ec%9d%b4%eb%a6%84%ec%9d%98-%eb%ac%b8/">고양이라는 이름의 문</a></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a href="https://sewmew.co.kr/%ec%93%b0%ea%b8%b0%ec%82%b4%eb%a1%b1-%eb%85%b8%ed%8a%b8-%eb%8f%99%ea%b7%b8%eb%9d%bc%eb%af%b8%ec%9d%98-%ea%b0%80%ec%9e%a5%ec%9e%90%eb%a6%ac/">동그라미의 가장자리</a></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a href="https://sewmew.co.kr/%ec%93%b0%ea%b8%b0%ec%82%b4%eb%a1%b1-%eb%85%b8%ed%8a%b8-%ec%86%8c%eb%ac%98/">소묘</a></span></p>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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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item>
		<title>[쓰기살롱 노트] 고양이라는 이름의 문</title>
		<link>https://sewmew.co.kr/%ec%93%b0%ea%b8%b0%ec%82%b4%eb%a1%b1-%eb%85%b8%ed%8a%b8-%ea%b3%a0%ec%96%91%ec%9d%b4%eb%9d%bc%eb%8a%94-%ec%9d%b4%eb%a6%84%ec%9d%98-%eb%ac%b8/</link>
		
		<dc:creator><![CDATA[sewmew]]></dc:creator>
		<pubDate>Sun, 04 Oct 2020 07:00:14 +0000</pubDate>
				<category><![CDATA[쓰기살롱 노트]]></category>
		<category><![CDATA[text-list]]></category>
		<category><![CDATA[쓰기살롱노트]]></category>
		<category><![CDATA[월간소묘]]></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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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글 아련   시작   2019년 J와 나는 치앙마이에서 여름을 나기로 했다. 가장  ...]]></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 style="text-align: right;">글 <strong><span style="text-decoration: underline;">아련</span></strong></p>
<p>&nbsp;</p>
<p><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6px;">시작</span></strong></p>
<p>&nbsp;</p>
<p>2019년 J와 나는 치앙마이에서 여름을 나기로 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은 게스트하우스 1층 로비였다. 눈을 뜨면 대충 짐을 챙겨 로비에 내려왔다. 우기의 치앙마이 날씨는 언제나 극단적이었다.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거나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뜨거운 햇빛이 작열하거나. 해가 넘어가기 전까지 로비 중앙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거나 영상을 보거나 글을 쓰거나 했다. 몇 주가 지나자 스태프들도 우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가끔 처음 온 게스트를 안내하고 밤에는 가장 늦게까지 남아 마지막 정리를 하고 올라갔다.</p>
<p>&nbsp;</p>
<p>그러던 어느 날, 어디선가 노크 소리가 들렸다. 툭, 툭. 로비에는 우리밖에 없었다. 이상하다,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도 없는데…? 툭, 툭. 혹시나 하고 다가가 보니 문 너머 커다란 고양이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툭, 툭. 앞발로 유리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길 건너 세탁소집에 사는 고양이인 것 같아.” J가 말했다. 설마, 하면서도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커다란 고양이가 도도한 걸음으로 걸어 들어왔다.</p>
<p>&nbsp;</p>
<p>단순히 ‘커다란’이라는 수식어로는 부족한 고양이. 고등어를 닮은 무늬에 부풀어 오른 몸집이 보통이 아니었다. 어림잡아 10킬로그램은 될 것 같았다. 느긋한 걸음으로 J의 발치에 다가가더니 자리를 잡고 앉아버렸다. “이 정도면 고등어가 아니라 참치를 닮았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여기 자주 놀러 오나 봐.” J가 고양이를 긁어주기 시작했을 때 나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이렇게 가까이서 고양이를 본 건 처음이었다. 고양이는 손길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예 드러누워 버렸다.</p>
<p>&nbsp;</p>
<p>“우완이라고 해요.” 일을 마치고 돌아온 스태프가 고양이를 보자마자 말했다. 앞집에 사는 아이인데 하루에도 몇 번씩 이곳을 찾아온다고. ‘우완’은 태국어로 뚱뚱하다는 뜻이란다. “한국어로 하면 ‘뚱뚱이’ 같은 건가?” 지나치게 직관적인 이름이 귀여웠다. 우와안. 왠지 길게 늘여 부르게 되는 이름이 잘 어울렸다. 우와안- 처음부터 뚱뚱하지는 않았을 텐데, 언제부터 너는 우완이었니?</p>
<p>&nbsp;</p>
<p>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우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른함을 가득 담아 느릿느릿 나의 두 발 아래를 맴돌았다. 그러다 오른발에 기대 벌러덩 드러누워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긁어.’ 단호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등을 쓰다듬었다. “고양이들은 여기랑 여기를 긁어주는 걸 좋아해.” J가 알려주는 대로 천천히 손을 옮겼다. 우완은 이보다 더 늘어질 수 있을까 싶은 상태에서도 더 늘어졌다. 왼쪽으로 조금, 오른쪽으로 조금, 원하는 방향으로 알아서 돌아누우며 골골대기 시작했다.</p>
<p>&nbsp;</p>
<p>나는 언제나 고양이가 좋았다. 개와 고양이를 두고 비교하는 상황이 아니라 어떤 동물 중에서도 좋았다. 고양이는 알면 알수록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비슷한 존재와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것 같았다. ‘되었다’가 아니라 ‘될 것 같았다’로 끝나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고양이와 함께였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고양이뿐만 아니라 어떤 존재와도. 나는 함께하는 것에 서툴렀다.</p>
<p>&nbsp;</p>
<p>“너만 보면 얼마나 조심스러운지 아니?” 가족 중 한 명이 나에게 말했다. 날이 선 대화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이런 말을 들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쉬워 보이지 않았구나. 열심히 애를 쓴 보람이 있었구나. 나는 상대방을 경계하고 선을 그었다. 여기까지만, 그 이상은 안 돼. 충분히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선 안으로는 어떤 사람도 초대하지 않았다. 그게 편리했다.</p>
<p>&nbsp;</p>
<p>나는 언제나 고양이가 좋았지만 실은 고양이의 이미지를 좋아한 것일지도 몰랐다. 언제나 발끝으로 걷는 조심스러움. 공기의 흐름을 읽는 예민함. 원하는 것을 명령하듯 요구하는 당돌함. 원하는 것이 아니면 절대로 하지 않는 도도함. 쉽게 다가갈 수 없고 마음을 읽을 수 없는, 어려운 존재인 것 같은 이미지가 좋았던 걸지도. 실은 그 반대라는 걸 애써 감추고 잘 버텨온 걸지도 몰랐다.</p>
<p>&nbsp;</p>
<p>느긋하게 누운 우완의 목덜미를 긁으면서 나는 혼란스러웠다. 다른 존재와 연결되는 것이 이렇게나 쉬운 일이었나? 고양이는커녕 살아있는 동물을 한 번도 쓰다듬어 본 적 없는 나의 손길도 괜찮다고, 우완은 온몸으로 말하고 있었다. ‘이게 맞을까? 이렇게 하는 것이 좋을까?’ 원래의 나라면 여러 번 고민하고 조심스러웠어야 했다. J는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p>
<p>&nbsp;</p>
<p>그러다 우완은 갑자기 일어났다. 어슬렁거리며 게스트하우스 로비를 한 바퀴 돌더니 다시 문 앞으로 가 앉았다. ‘문 열어.’ 이번에도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원래 들어오고 싶을 때 들어왔다가 나가고 싶을 때 나가요.” 지켜보고 있던 스태프가 웃으며 말했다. 가만히 다가가 문을 열었다. 모든 것이 들어올 때와 같았다. 우완은 느긋하게 걸어 나갔다.</p>
<p>&nbsp;</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size: 24px;">/</span></p>
<p>&nbsp;</p>
<p><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6px;">인사</span></strong></p>
<p>&nbsp;</p>
<p>2020년 1월 우리는 치앙마이를 다시 찾았다. 지난번과 다른 게스트하우스였지만 1층 로비에서 시간을 보내는 건 여전했다. 하루 중 가장 뜨거운 시간이 지나고 1층 로비에 내려가면 숙소 앞 테이블에는 나보다 먼저 자리를 잡은 고양이가 있었다. 바로 옆집 다른 게스트하우스에서 키우는 아이라고 했다. “이름이 뭐예요?” “‘머니’예요,” 머니?? 고양이 이름이 ‘돈’이라고요? 친절한 스태프는 나의 표정을 보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곳에서 키우는 세 마리 고양이의 이름은 ‘럭키’, ‘머니’, 그리고 ‘엥찟(태국어로 ’행복‘을 뜻하는 단어)’이라고. 세 마리의 고양이가 이 집에 함께하는 것이 의미가 있었다.</p>
<p>&nbsp;</p>
<p>로비에 내려가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빠르게 익숙해졌다. 그중에서도 머니는 원래 알던 사이 같았다. 내가 왼쪽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으면 머니는 오른쪽 의자 위로 올라와 쿠션에 기대어 낮잠을 잤다. 책과 공책이 들어 있는 에코백을 올려놓으면 그 가방을 베개 삼아 잠이 들었다. 가방에서 무언가 꺼내려다 머니가 자고 있으면 그런 머니를 보며 잠시 쉬었다. 따듯한 공기, 적당한 바람, 새근새근 잠든 머니. 언제나 그리운 풍경이다.</p>
<p>&nbsp;</p>
<p>어느 날, 화분 근처에서 토하는 머니의 뒷모습을 보았다. 처음에는 무얼 하고 있는지 몰랐다. 커다란 화분들 사이로 머니의 뒷모습만 보였다. 어깨가 강하게 올라갔다 내려가길 반복했고 그건 인간이 토할 때의 들썩임과 같았다. “방금 머니가 토한 것 같아,” J에게 이야기를 했다. 머니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J가 머니가 앉아 있던 자리를 보고 오더니 토한 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어떤 덩어리들이 남아 있다고 했다. 괜찮을까 걱정하면서도 머니를 돌봐줄 주인이 있으니 한편으로는 안심했던 것 같다.</p>
<p>&nbsp;</p>
<p>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옆집 고양이 숙소를 지나쳤다. 우리가 머무는 게스트하우스와 옆집 사이에는 유리문으로 여닫을 수 있는 공간이 세 마리의 고양이가 함께 머무는 숙소였다. 맥주와 간식을 냉장고에 넣어놓고 다시 그곳으로 돌아갔다. 머니가 이상했다. 불이 꺼진 유리문 안을 핸드폰으로 비춰가며 열심히 들여다봤다. 머니는 입 주변에 하얀 점액을 묻히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초점을 잃은 두 눈이 어디를 바라보는지 알 수 없었다. 주변의 공기가 멈춘 것 같았다.</p>
<p>&nbsp;</p>
<p>“머니가 많이 아픈 것 같아,” 우리는 한참 유리문 안을 들여다보다 주인에게 연락하기로 했다. 밤 12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옆집 게스트하우스 입구에 적힌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다. 두세 번의 시도 끝에 전화를 받았다. 머니의 상태를 설명하고 당장 와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잠시 후 주인이 도착할 때까지 머니는 그대로 멍하니 멈춰 있었다. 주인은 오토바이에서 급하게 내려 머니의 상태를 확인하더니 바로 병원에 가야겠다고 했다.</p>
<p>&nbsp;</p>
<p>다음 날 아침, 비몽사몽간에 옆집 주인이 보낸 문자를 확인했다. 정말 고맙다고, 머니의 장기에 문제가 생겨 지금 바로 수술에 들어간다고 했다. 문자는 새벽 4시쯤, 수술대 위의 머니 사진과 함께 와 있었다. 차가운 회색 트레이 위에 초점을 잃은 머니가 앉아 있었다. 시간을 확인하고, 조금 뒤척이다 다시 잠든 것 같다. 여행에서는 언제나 늦잠을 자는 편이었으므로. 얼마나 더 잤을까, 먼저 일어나 로비에 내려간 J가 메시지를 보냈다. ‘머니가 하늘나라로 갔대.’</p>
<p>&nbsp;</p>
<p>새벽 4시에 온 문자와 짝꿍의 메시지를 여러 번 번갈아 읽었다. 창문으로 뜨거운 햇빛이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잠시 공기가 멈춘 것 같았다. 아무 생각 없이 스케치북을 꺼냈다. 핸드폰에 저장된 머니 사진 중에 하나를 골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떠나보낼 때 나는 항상 서툰 쪽이었다. 해야 할 말을 하려고 하면 로봇이 말하는 것처럼 어색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못한 말들이 마음속에 쌓였다. 그래서 그냥 그렸다. 두 시간을 넘게 그림을 그리고 나서야 1층에 내려갈 수 있었다.</p>
<p>&nbsp;</p>
<p>J와 나는 점심을 먹으러 갔다. 그날 우리가 어떤 메뉴를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뜨거운 공기 속에서 그림을 그리는 동안 1층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J가 들려준 이야기 속 장면들만 기억이 난다. 새벽에 수술을 받은 머니를 데리고 돌아왔던 옆집 주인은 아침 일찍 다시 병원으로 달려갔고 J가 로비에 내려갔을 때쯤 돌아왔다고 한다. 차가운 머니를 안고. 옆집 주인과 게스트하우스 스태프와 J는 머니 이야기를 나눴다. 때론 행복한 웃음을 짓고 때론 눈물을 흘리면서. 머니를 알게 된 시점은 다를지 몰라도 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같았다.</p>
<p>&nbsp;</p>
<p>나는 아직도 가끔 머니 생각을 한다. 2020년 1월의 치앙마이가 그리워질 때면 그날 그렸던 그림을 꺼내본다. 그림 속에서 머니는 프레츨 모양으로 온몸을 둥글게 말고 편안하게 자고 있다. 마지막 인사는 어떻게 하는 걸까? 여전히 그건 모르겠다. 대신 그림을 볼 때마다 말을 걸어본다. 어디선가 이렇게 편안하게 자고 있는 거지, 하고.</p>
<p>&nbsp;</p>
<p><img decoding="async"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7/sewmew-line-2.png" /></p>
<p>&nbsp;</p>

<div style="border-left: 6px solid #6e6e6e; padding: 10px 20px 10px 20px; background-color: #eeeeee;">
<p>[쓰기살롱 노트]는 오후의 소묘가 진행하는 글쓰기 모임 ‘쓰기살롱’ 멤버들의 글을 소개합니다.</p>
<p>[월간소묘: 레터]에 비정기적으로 연재되고 있습니다.</p>
<p><img decoding="async" style="float: left; margin-right: 5px;"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1/letter.png" width="25px" /><a href="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55692" target="_blank" rel="noopener noreferrer"><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구독하기</span></strong></a></p>
</div>
<p> </p>



<div style="border: 1px solid #999999; padding: 20px;">
<p>[쓰기살롱 노트]</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a href="https://sewmew.co.kr/%ec%93%b0%ea%b8%b0%ec%82%b4%eb%a1%b1-%eb%85%b8%ed%8a%b8-%ec%8b%9d%ec%82%ac%eb%a5%bc-%ed%95%a9%ec%8b%9c%eb%8b%a4/">식사를 합시다</a></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a href="https://sewmew.co.kr/%ec%93%b0%ea%b8%b0%ec%82%b4%eb%a1%b1-%eb%85%b8%ed%8a%b8-%ea%b7%b8%eb%85%80%ec%9d%98-%ea%bf%88/">그녀의 꿈</a></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a href="https://sewmew.co.kr/%ec%93%b0%ea%b8%b0%ec%82%b4%eb%a1%b1-%eb%85%b8%ed%8a%b8-%ed%8c%8c%eb%8f%84-10%ed%8d%bc%ec%84%bc%ed%8a%b8/">파도 10퍼센트</a></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a href="https://sewmew.co.kr/%ec%93%b0%ea%b8%b0%ec%82%b4%eb%a1%b1-%eb%85%b8%ed%8a%b8-%ea%b2%b0%ea%b5%ad-%eb%82%98%eb%8f%84-%eb%a7%90%ed%95%98%ea%b3%a0-%ec%8b%b6%ec%96%b4%ec%a1%8c%eb%8b%a4/">결국 나도 말하고 싶어졌다</a></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a href="https://sewmew.co.kr/%ec%93%b0%ea%b8%b0%ec%82%b4%eb%a1%b1-%eb%85%b8%ed%8a%b8-%ea%b3%a0%ec%96%91%ec%9d%b4%eb%9d%bc%eb%8a%94-%ec%9d%b4%eb%a6%84%ec%9d%98-%eb%ac%b8/">고양이라는 이름의 문</a></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a href="https://sewmew.co.kr/%ec%93%b0%ea%b8%b0%ec%82%b4%eb%a1%b1-%eb%85%b8%ed%8a%b8-%eb%8f%99%ea%b7%b8%eb%9d%bc%eb%af%b8%ec%9d%98-%ea%b0%80%ec%9e%a5%ec%9e%90%eb%a6%ac/">동그라미의 가장자리</a></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a href="https://sewmew.co.kr/%ec%93%b0%ea%b8%b0%ec%82%b4%eb%a1%b1-%eb%85%b8%ed%8a%b8-%ec%86%8c%eb%ac%98/">소묘</a></span></p>
</div>
]]></content:encoded>
					
		
		
			</item>
		<item>
		<title>[쓰기살롱 노트] 결국 나도 말하고 싶어졌다</title>
		<link>https://sewmew.co.kr/%ec%93%b0%ea%b8%b0%ec%82%b4%eb%a1%b1-%eb%85%b8%ed%8a%b8-%ea%b2%b0%ea%b5%ad-%eb%82%98%eb%8f%84-%eb%a7%90%ed%95%98%ea%b3%a0-%ec%8b%b6%ec%96%b4%ec%a1%8c%eb%8b%a4/</link>
		
		<dc:creator><![CDATA[sewmew]]></dc:creator>
		<pubDate>Sat, 01 Aug 2020 16:34:48 +0000</pubDate>
				<category><![CDATA[쓰기살롱 노트]]></category>
		<category><![CDATA[text-list]]></category>
		<category><![CDATA[쓰기살롱노트]]></category>
		<category><![CDATA[월간소묘]]></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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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글 지혜(지혜의 서재)     흰 눈으로 덮인 벌판 위에 두 개의 의자가 마주 보고 있다. 의자 뒤  ...]]></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 style="text-align: right;">글 <span style="text-decoration: underline;"><strong>지혜(지혜의 서재)</strong></span></p>
<p> </p>
<p><img fetchpriority="high" decoding="async" class="aligncenter wp-image-2704"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0/08/당신의말을내가들었다.jpg" alt="" width="300" height="541" /></p>
<p> </p>
<p>흰 눈으로 덮인 벌판 위에 두 개의 의자가 마주 보고 있다. 의자 뒤로 보이는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채 서 있다. 어슴푸레한 하늘 때문에 더욱 한기가 느껴진다. 그곳에서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상상한다. 어둡고 추워 힘들지만 들어야 할, 해야 할 말들이 있기에 그 의자에 앉은 두 사람을. 책 표지를 보며 잠시 숨을 고르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p>
<p> </p>
<p style="margin-left: 50px;">“한 여성의 목소리는 언제나 모든 여성을 위한 목소리가 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p>
<p> </p>
<p>&lt;당신의 말을 내가 들었다&gt;의 저자인 안미선 작가는 그동안 여성들을 인터뷰해왔다. 어떤 이가 이유를 물었다. 왜 여성들을 주로 인터뷰했느냐고. 그녀의 대답은 ‘자연스럽게 여성으로서 여성의 이야기가 궁금했다’였다. 궁금했기에 자연스럽게 질문들이 떠올랐고 대답을 듣기 위해 여성들을 만나온 것이다. 오랜 시간 다양한 상황에 부닥친 여성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녀가 배운 것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리고 나는 그녀가 배운 것들을 통해 또 배웠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여성과 나는 이렇게 연결되었다.</p>
<p> </p>
<p>책의 표지에 적힌 대로 이 책은 인터뷰에 관한 이야기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인터뷰만큼 힘든 일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몇 가지 기술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저 궁금한 것을 상대로부터 빼내는 것이 아닌 모두를 대표할 수 있는 하나의 목소리를 만나기 위한 인터뷰 말이다. 인터뷰의 기술, 말 잘하는 법 같은 실용적인 내용은 없다. 저자는 오로지 잘 듣기 위한, 앞에서 말하는 이의 이야기를 잘 담아내고 전달하기 위한 마음가짐과 자세에 집중한다.</p>
<p> </p>
<p>노크, 공간, 녹음, 말, 눈물, 침묵, 어긋남, 표정, 청중, 경계, 독백, 진실, 광장 이렇게 총 13장에 그것들이 담겨 있다. 그녀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느낀 감정과 경험들이 진하게 배어 있는 농축액 같다. 인터뷰뿐만 아니라 평소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꼭 필요하고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p>
<p> </p>
<p style="margin-left: 50px;">“다른 이의 진심과 만나고 함께하기 위해 어떻게 말 걸고 들어야 하는지, 새로운 질문 앞에서 어떻게 다시 말해야 하는지 이 책이 작은 귀띔이 되면 좋겠다.”</p>
<p> </p>
<p>가장 첫 번째 장인 ‘노크’에서부터 나는 이 책을 신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터뷰에 앞서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내가 만날 사람을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하고 묻는다는 문장을 읽고 이런 사람이 하는 인터뷰라면 내게 어떤 일이 벌어졌다 해도 털어놓을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겨났다. 얼굴도 모르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람인데도 말이다.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는 것부터가 인터뷰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인터뷰이가 있는 곳으로 들어가기 전 노크하듯 말이다.</p>
<p> </p>
<p>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여는 것이다. 마음을 열어야 대화를 할 수 있고 그래야 질문과 답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저자가 인터뷰한 사람들은 어려움을 겪었거나 현재 겪고 있는 여성들이었기에 그들의 마음의 벽을 통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이때 그녀는 먼저 스스로 질문을 해 자신이 가진 선입견과 고정관념이라는 벽을 확인하고 허물었다. 그런 다음 인터뷰이에게 다가가 노크했다.</p>
<p> </p>
<p style="margin-left: 50px;">“인터뷰는 과감한 ‘노크’다. 다른 사람의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노크. 그전에 먼저 내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p>
<p> </p>
<p>조심스럽게 노크를 하고 응답을 기다리다 마침내 들어와도 된다는 신호를 받고 문을 열듯 책을 본격적으로 읽어나가자 숨겨져 있던 수많은 목소리가 큰 광장에 서 있었다. 저자가 만난 여성들의 목소리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다가왔다. 분명 다른 상황 속에 놓여 있던 사람들인데, 어쩌면 훨씬 더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고통받던 사람들인데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또 어떤 이야기는 상상조차 할 수 없어서 참담해지기도 했다. 공감하기도 하고 몰랐던, 외면했던 사실들을 직면하기도 하면서 나의 숨겨진 말들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 책을 통해 어느새 나도 저자의 인터뷰이가 된 것이다.</p>
<p> </p>
<p>말하지 못한 채 흘리는 눈물에 담긴 의미까지 읽어내려는, 침묵 속에 갇혀 있는 이야기를 어루만지는 안미선 작가의 마음이 나에게까지 전해진 것일까. 그녀가 말했듯 내 작은 목소리도 모든 여성을 위한 목소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지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용기가 문득문득 생겨났다. 잠시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원고를 만지작거렸다. 결국 책 표지 속 두 개의 의자 중 하나에 내가 앉게 된 것이다.</p>
<p> </p>
<p style="margin-left: 50px;">&#8220;진실은 변화를 일으킨다. 진실을 말하고 나면 지금과 똑같은 삶이 이어지지 않는다.&#8221;</p>
<p> </p>
<p style="margin-left: 50px;">&#8220;진실을 말하는 것은 힘들지만, 한번 발화된 진실은 세상의 또 다른 진실을 건드리고 일깨운다.&#8221;</p>
<p> </p>
<p> </p>
<p><img decoding="async"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7/sewmew-line-2.png" /></p>
<p> </p>


<div style="border-left: 6px solid #6e6e6e; padding: 10px 20px 10px 20px; background-color: #eeeeee;">
<p>[쓰기살롱 노트]는 오후의 소묘가 진행하는 글쓰기 모임 ‘쓰기살롱’ 멤버들의 글을 소개합니다.</p>
<p>[월간소묘: 레터]에 비정기적으로 연재되고 있습니다.</p>
<p><img decoding="async" style="float: left; margin-right: 5px;"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1/letter.png" width="25px" /><a href="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55692" target="_blank" rel="noopener noreferrer"><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구독하기</span></strong></a></p>
</div>
<p> </p>



<div style="border: 1px solid #999999; padding: 20px;">
<p>[쓰기살롱 노트]</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a href="https://sewmew.co.kr/%ec%93%b0%ea%b8%b0%ec%82%b4%eb%a1%b1-%eb%85%b8%ed%8a%b8-%ec%8b%9d%ec%82%ac%eb%a5%bc-%ed%95%a9%ec%8b%9c%eb%8b%a4/">식사를 합시다</a></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a href="https://sewmew.co.kr/%ec%93%b0%ea%b8%b0%ec%82%b4%eb%a1%b1-%eb%85%b8%ed%8a%b8-%ea%b7%b8%eb%85%80%ec%9d%98-%ea%bf%88/">그녀의 꿈</a></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a href="https://sewmew.co.kr/%ec%93%b0%ea%b8%b0%ec%82%b4%eb%a1%b1-%eb%85%b8%ed%8a%b8-%ed%8c%8c%eb%8f%84-10%ed%8d%bc%ec%84%bc%ed%8a%b8/">파도 10퍼센트</a></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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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content:encoded>
					
		
		
			</item>
		<item>
		<title>[쓰기살롱 노트] 파도 10퍼센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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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sewmew]]></dc:creator>
		<pubDate>Sat, 01 Aug 2020 16:15:46 +0000</pubDate>
				<category><![CDATA[쓰기살롱 노트]]></category>
		<category><![CDATA[text-list]]></category>
		<category><![CDATA[쓰기살롱노트]]></category>
		<category><![CDATA[월간소묘]]></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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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글 이민정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산다. 해야 할 일들도 넘쳐난다. 몇 년 전 “사람들은 대부분  ...]]></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 class="p1" style="text-align: right;">글 <span style="text-decoration: underline;"><strong>이민정</strong></span></p>
<p> </p>
<p>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산다. 해야 할 일들도 넘쳐난다.</p>
<p>몇 년 전 “사람들은 대부분 바쁜 척하고 산다며, 다만 어린아이를 키우며 일을 하는 사람들은 제외. 그들은 정말 바쁜 것이다”라는 글귀를 본 적이 있다. 그래, 나는 바쁜 척 아니고 정말 바쁜 사람이야. 그렇게 공신력 없는 그 글에서마저 위로를 받던 날들이 이어졌다.</p>
<p> </p>
<p>아이를 키우면서, 책임이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체감한다. 성인이 될 때까지 24시간을 책임져야 한다. 인간은 성인이 되기까지 너무 오래 걸리는 동물이란 생각도 든다. 아이의 마음과 미래를 미루어 짐작하여 선택까지 대신해야 하는 무거움도 내게 주어졌다.</p>
<p>나는 아이 둘에게 나의 반을 뚝 떼어 주었다. 그러나 반을 넘기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갈등하고 싸워나가며 욕도 먹고 가끔 울음도 견디며 지탱한다. 나머지 반을 내 것으로 채워 넣기 위해 조용한 싸움을 계속해나간다. 그것은 나뿐 아니라 아랫집, 앞집의 아이를 가진 여자들이 하는 싸움이다. 그들이 내놓은 자신의 함량은 각자 다를 것이다. 나에게는 50퍼센트다. 나머지 40퍼센트에는 일도 취미도 공부도 욕망도 있는데, 그건 언제나 유동적이다.</p>
<p>나의 90퍼센트를 가득 채우는 것들이 나를 짓누를 때, 나는 파도 소리를 들어야 한다. 파도의 영역인 10퍼센트에는 오롯이 파도만 존재한다. 그곳이 내 쉴 곳이다.</p>
<p> </p>
<p>파도 소리에는 이상한 힘이 있다. 쓸어내리는 듯한 공명은 귓구멍을 타고 들어와 명치에 있는 답답함을 밀어버린다. 그 소리는 또 다른 쪽 귓구멍을 타고 뇌 구석구석을 청소하는 느낌이다. 호수에 물이 빠른 속도로 지나가 그사이 낀 이물질을 제거하듯이. 그래서 나는 그 파도를 내 안에 품고 산다. 우주에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는 증거를 몸소 보여주고 들려주는 파도의 원초적인 소리는 세속에 파묻혀 더러워진 나에게 잠시 쉬라고 속삭인다.</p>
<p>부산에서 나고 자란 나는 어릴 적에 틈만 나면 부모님과 바다에 놀러 갔다. 커서도 친구들과 무리 지어 모이면 바다에 가는 건 일도 아니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엔 내 방에서 바다가 보이는 집에서 살았다. 바다는 내게 당연한 존재였고, 익숙해서 소중한 줄 몰랐던 공기 같았다. 그러다 대학에 오면서 바다와 멀어진 나는 그제야 내 안에 20년 동안 소리 없이 자리 잡은 바다가, 그 바다의 파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때는 사무친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인가 싶을 정도로 바다가 보고 싶었다. 시간이 없어서 차선책으로 가까운 서해를 찾아가면, 채워지지 마음을 안고 돌아와야 했다. 서해에는 넓은 벌과 아름다운 석양이 있지만, 세찬 파도는 없었다. 파도 소리를 들어야 했다.</p>
<p>요즘은 파도를 보러 가는 시간조차 내기 어렵고 다녀오면 여행 후 동반되는 피곤함도 해소할 시간 없이 허덕대지만, 기묘한 파도의 능력은 바로 그 치유 능력이다. 내 안에 갇혀 칠렁이던 파도가 진짜 파도를 만나면 마치 전지전능한 합체 로봇이 된 것처럼 힘이 난다.</p>
<p> </p>
<p>지난주에 6개월 만에 드디어 남편과 함께 바다를 보러 갔다. 눈에 가득 파도만 담을 수 있는, 인적이 드문 바닷가에 도착했다. 내리자마자 아이들은 거침없이 뛰어다녔다. 파도를 맞서기도 하고 파도를 따라가거나 파도를 가로질러 뛰었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행복해서 사진을 마구 찍었다. 나의 50퍼센트와 나의 10퍼센트가 만나 나의 일과 취미인 사진으로 담고 있으니 나를 가득 채운 행복한 순간이 거기 있었다. 아이는 집 앞에 바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p>
<p>나처럼 나의 아이들 마음속에 파도를 담아주고 싶다. 살면서 지칠 때 일으켜 세워줄 수 있는 10퍼센트를 아이도 스스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하면 더 좋겠지만, 10퍼센트보다 적게 만들어 각박하게 살진 않기를 바란다. 나도 그럴 것이다.</p>
<p> </p>
<p><img decoding="async"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7/sewmew-line-2.png" /></p>
<p> </p>


<div style="border-left: 6px solid #6e6e6e; padding: 10px 20px 10px 20px; background-color: #eeeeee;">
<p>[쓰기살롱 노트]는 오후의 소묘가 진행하는 글쓰기 모임 ‘쓰기살롱’ 멤버들의 글을 소개합니다.</p>
<p>[월간소묘: 레터]에 비정기적으로 연재되고 있습니다.</p>
<p><img decoding="async" style="float: left; margin-right: 5px;"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1/letter.png" width="25px" /><a href="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55692" target="_blank" rel="noopener noreferrer"><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구독하기</span></strong></a></p>
</div>
<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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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쓰기살롱 노트]</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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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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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item>
		<title>[쓰기살롱 노트] 그녀의 꿈</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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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sewmew]]></dc:creator>
		<pubDate>Sun, 05 Jul 2020 13:30:25 +0000</pubDate>
				<category><![CDATA[쓰기살롱 노트]]></category>
		<category><![CDATA[text-list]]></category>
		<category><![CDATA[쓰기살롱노트]]></category>
		<category><![CDATA[월간소묘]]></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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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글 지혜 (지혜의서재)   아니 에르노의 &lt;한 여자&gt;, 이 책을 덮고 한참을 끌어안고 있  ...]]></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 style="text-align: right;">글 <span style="text-decoration: underline;"><strong>지혜 (지혜의서재)</strong></span></p>
<p> </p>
<p>아니 에르노의 &lt;한 여자&gt;, 이 책을 덮고 한참을 끌어안고 있었다. 나는 나의 어머니에 관해 떠오르는 것이 거의 없었다. 아니 에르노는 자신의 어머니가 언제 어디에서 태어났는지부터 그녀의 근원인 할머니와 유년 시절, 결혼 전과 후에 관한 이야기까지 이 책에 담았다. 나도 그녀를 따라 천천히 떠올려보았다. 나의 어머니의 역사를. 그런데 시작부터 막혔다.</p>
<p> </p>
<p>‘엄마를 인터뷰해야겠다!’</p>
<p> </p>
<p>2년 전쯤 리베카 솔닛의 &lt;멀고도 가까운&gt;을 읽었을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그때 처음으로 엄마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엄마가 조금이라도 불행을 내비치면 나도 그 불행에 휩싸여 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궁금한 채로 내버려뒀다. 이번엔 다가갔다. 내가 모르는 그녀의 역사에, 그녀의 행복과 불행에. 이제는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일 마음의 자리가 내 안에 생겼다. 그것을 이 책, 아니 에르노의 &lt;한 여자&gt;를 읽고 깨달았다.</p>
<p> </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size: 24px;">/</span></p>
<p> </p>
<p>엄마는 요즘 뜨개질에 빠졌다. 어릴 때 나와 동생 옷, 모자, 양말까지 떠서 입히던 실력의 소유자였는데 엄마와 아내로 사느라 그 실력을 잠시 묻어두고 있었다. 동생이 묻혀 있던 엄마의 뜨개질 실력을 기억해냈고 엄마에게 다시 해보는 거 어떠냐고 조심스럽게 제안했는데 엄마는 기다렸다는 듯이 빠져들어 버렸다. 내가 엄마를 인터뷰하려고 할 때 엄마는 뜨개질에 한창 몰두해 있었다.</p>
<p> </p>
<p>“엄마, 인터뷰 좀 하러 왔습니다.”</p>
<p>“…….”</p>
<p>“엄마?”</p>
<p> </p>
<p>유튜브로 동영상을 보며 새로운 기술을 연마 중이었다. 내가 하는 말이 귀에 들어올 리 없었다. 하지만 나도 지금 써야 했기에 꿋꿋하게 다시 엄마를 불렀다.</p>
<p> </p>
<p>“엄마, 엄마는 대답만 하면 돼.”</p>
<p>“응.”</p>
<p>“엄마는 어디서 태어났어?”</p>
<p> </p>
<p>엄마는 1957년 1월 14일 대구에서 태어났다. 7남매 중 여섯째다. 장래희망은 없었다. ‘그때 무슨 꿈이 있어, 그냥 사는 거지’ 하셨다. 그 시대에 태어났다고 해서 모두 꿈 없이 사는 건 아니었을 텐데 엄마는 그런 소녀였다. 7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나서 자신만의 꿈을 갖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소녀.</p>
<p> </p>
<p>초, 중, 고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아빠를 만났고, 몇 번의 데이트를 하고 결혼을 했다. 결혼과 동시에 하던 일은 그만두었고 1년 만에 나를 낳았다. 엄마의 결혼 생활은 반지하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그곳에서 태어났다.</p>
<p> </p>
<p>“엄마는 아빠 만나기 전에 다른 남자 친구 없었어?”</p>
<p>“할머니는 어떤 분이었어? 엄격하셨어?</p>
<p> </p>
<p>계속 질문을 했지만 엄마는 뜨개질 때문에 대부분의 질문을 듣지 못했고 대답도 하는 둥 마는 둥 했다. 인터뷰는 거기서 마쳐야 했다. 조용히 노트를 덮고 일어나 노트북 앞에 앉아 이 글을 쓰기 시작하는데 그제야 엄마가 고개를 들고 “다 한 거야?” 묻는다. 나는 그냥 ‘응’이라고 대답했다. 앞으로 천천히, 조금씩 이야기를 나눠야지.<br />내 대답을 듣자마자 엄마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뜨개질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한참을 뜨더니 우리를 불러 이렇게 말했다.</p>
<p> </p>
<p>“나는 뜨개질 천재인 것 같아.”</p>
<p> </p>
<p>엄마에게 뜨개질을 권하고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인가. 창가 테이블에 앉아 열심히 컵 받침을 만들면서<br />“너무 재밌어. 피곤해도 이거 만들고 있으면 다 풀려”라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걸 듣고 ‘조금 더 일찍 권할걸’ 하는 약간의 후회와 ‘권하길 잘했다’ 하는 뿌듯함이 동시에 몰려왔다.</p>
<p> </p>
<p>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면 옛날 드라마를 보며 누워 있던 엄마는 이제 티브이는 거의 보지 않고 환한 불빛 밑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실과 바늘을 가지고 자기만의 세계로 떠난다. 누가 불러도 듣지 못할 정도로 두세 시간씩 몰입한다.</p>
<p> </p>
<p>장래희망 같은 건 가져본 적 없던 소녀였는데 그런 엄마에게 꿈이 생겼다. 뜨개질 연습과 연구를 꾸준히 해서 실력이 만족스러워지면 ‘미자’라는 본인 이름을 걸고 자신이 만든 것을 팔아보고 싶다고 한다. 그동안 엄마가 연습 삼아 만든 컵 받침, 냄비 받침, 수세미가 내 무릎까지 올 만큼 쌓여 있다. ‘지혜의서재’와 ‘슬기로운생활’을 자주 찾아주시는 분들에게 드리라고 나와 동생에게도 후하게 나눠줬다. 몇몇 분들에게 드렸는데 엄마가 만든 거라는 걸 알고 따뜻한 응원의 말들을 해줬다.</p>
<p> </p>
<p>“엄마~ 잘 받으셨대. 아까워서 못 쓰겠다고 하네~” 하고 전해줬더니, “그래?”라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고 나도 따라 웃었다.</p>
<p> </p>
<p>인터뷰는 망했지만 몇 시간째 정수리만 보인 채 뜨개질에 몰두하고 있는 엄마의 모습에 안도감이 느껴졌다. 훗날 나도 아니 에르노처럼 엄마에 관해 긴 글을 쓰게 된다면 이 장면이 꼭 들어가게 될 것이다.</p>
<p> </p>
<p><img decoding="async" class="alignnone size-full wp-image-2572 aligncenter"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0/07/photo_2020-07-06_15-05-37_680px.jpg" alt="" width="680" height="680" srcset="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0/07/photo_2020-07-06_15-05-37_680px-66x66.jpg 66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0/07/photo_2020-07-06_15-05-37_680px-150x150.jpg 15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0/07/photo_2020-07-06_15-05-37_680px-200x200.jpg 2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0/07/photo_2020-07-06_15-05-37_680px-300x300.jpg 3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0/07/photo_2020-07-06_15-05-37_680px-400x400.jpg 4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0/07/photo_2020-07-06_15-05-37_680px-600x600.jpg 600w, 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20/07/photo_2020-07-06_15-05-37_680px.jpg 680w" sizes="(max-width: 680px) 100vw, 680px" /></p>
<p> </p>
<p> </p>
<p><img decoding="async"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7/sewmew-line-2.png" /></p>
<p> </p>


<div style="border-left: 6px solid #6e6e6e; padding: 10px 20px 10px 20px; background-color: #eeeeee;">
<p>[쓰기살롱 노트]는 오후의 소묘가 진행하는 글쓰기 모임 ‘쓰기살롱’ 멤버들의 글을 소개합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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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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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a href="https://sewmew.co.kr/%ec%93%b0%ea%b8%b0%ec%82%b4%eb%a1%b1-%eb%85%b8%ed%8a%b8-%eb%8f%99%ea%b7%b8%eb%9d%bc%eb%af%b8%ec%9d%98-%ea%b0%80%ec%9e%a5%ec%9e%90%eb%a6%ac/">동그라미의 가장자리</a></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a href="https://sewmew.co.kr/%ec%93%b0%ea%b8%b0%ec%82%b4%eb%a1%b1-%eb%85%b8%ed%8a%b8-%ec%86%8c%eb%ac%98/">소묘</a></span></p>
</div>
]]></content:encoded>
					
		
		
			</item>
		<item>
		<title>[쓰기살롱 노트] 식사를 합시다</title>
		<link>https://sewmew.co.kr/%ec%93%b0%ea%b8%b0%ec%82%b4%eb%a1%b1-%eb%85%b8%ed%8a%b8-%ec%8b%9d%ec%82%ac%eb%a5%bc-%ed%95%a9%ec%8b%9c%eb%8b%a4/</link>
		
		<dc:creator><![CDATA[sewmew]]></dc:creator>
		<pubDate>Fri, 29 May 2020 05:14:53 +0000</pubDate>
				<category><![CDATA[쓰기살롱 노트]]></category>
		<category><![CDATA[text-list]]></category>
		<category><![CDATA[쓰기살롱노트]]></category>
		<category><![CDATA[월간소묘]]></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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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글 지혜 (지혜의서재)   소개팅 경력 10년이 되자 가장 쉽고 빠르게 소개팅을 해치워버릴  ...]]></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 style="text-align: right;">글 <span style="text-decoration: underline;"><strong>지혜 (지혜의서재)</strong></span></p>
<p>&nbsp;</p>
<p>소개팅 경력 10년이 되자 가장 쉽고 빠르게 소개팅을 해치워버릴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저녁 시간 전, 약 4시쯤 만나 차를 마시고 헤어지는 것. 나는 항상 30분 정도 일찍 나가 내가 마실 음료를 시키고 앉아 책을 읽었다. 이런 방법까지 찾게 된 건 모르는 사람(대부분 맘에 들지 않는 사람)과 밥을 먹으며 이야기하는 것이 그 어떤 일보다 괴롭기 때문이었다. 싫어하는 사람, 어색한 사람, 모르는 사람과 밥을 먹으면 음식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거나 남기거나 체했다. 그러던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p>
<p>&nbsp;</p>
<p>“진짜? 언니가 먼저 밥 먹자고 하는 건 처음이네? 웬일이야.”</p>
<p>&nbsp;</p>
<p>동생이 놀라며 물었다. 내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저녁 식사 제안을 했기 때문이다. 직접 말하지는 못하고 동생을 통하기는 했지만, 그것도 내게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p>
<p>&nbsp;</p>
<p>다행히 그들은 흔쾌히 내 제안을 받아줬고, 나는 자주 가는 낙지 볶음집으로 그들을 안내했다. 평소 즐겨 먹는 메뉴를 시켰다. 익숙한 장소, 익숙한 메뉴가 나를 더욱 편안하게 만들었던 걸까.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에도 그들과 어색함 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는 공백없이 이리저리 경쾌하게 날뛰었다. 음식이 나와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p>
<p>&nbsp;</p>
<p>모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었다. 두 사람은 강아지, 나와 동생은 고양이. 강아지들도 이야기를 나눠보니 성격이 다 달랐고, 고양이와 다른 종인데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들이 주는 행복, 그들 때문에 느끼는 불안과 슬픔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박장대소하기도 하고 침울해지기도 했다. 쉴 새 없이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이렇게 이야기하니까 집에 있는 아이들이 보고 싶다고&#8230;&#8230; 집사는 어쩔 수 없다.</p>
<p>&nbsp;</p>
<p>반려동물 이야기가 끝나고도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맛집에 줄 서듯 이어졌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마치 계속 만나온 사람들처럼 아주 사소한 이야기들도 어색하지 않게 쏟아냈다. 생각하지 않고 머뭇거리지 않고 나의 이야기를 했다. 나의 이야기는 그들에게 흘러 들어갔고 그들이 하는 이야기는 나에게로 흘러들어왔다. 자연스레 궁금한 것들이 생겨났고 그렇게 이야기는 우리 사이를 동그랗게 돌고 돌았다. 그사이 눈앞에 음식들은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다.</p>
<p>&nbsp;</p>
<p>밥을 다 먹고 나서도 우리는 한동안 그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버스 시간이 되어 겨우 일어섰다. 그들을 배웅하고 돌아서며 나도 동생도 연신 신기해했다. 내가 먼저 식사 제안을 한 것도, 이렇게 맛있게 먹은 것도 동생은 처음 보았을 풍경이고 나로서도 거의 처음 경험한 일이었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어째서 그럴 수가 있었을까.</p>
<p>&nbsp;</p>
<p>타인에 관한 호기심도 없고 호기심은커녕 경계심만 가득했던 나. 눈을 밖으로 돌리면 인간에게 환멸만 느끼던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자꾸 안으로, 책으로 숨어들었다. 내 곁에 있는 이들과 책 속에 존재하는 이들에게만 관심을 뒀고 호기심을 느꼈다. 사람을 만나도 궁금한 게 없으니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새로 맺은 관계는 없었다. 대부분 필요에 의해 만나고 그 일이 끝나면 관계도 끊어졌다. 가끔 상대가 연락해 올 때도 있었지만 응답하지 않았다. 만난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사람들과도 밥 한번 먹지 않는 사람이 나였다. 계속 나는 그런 사람인 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p>
<p>&nbsp;</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size: 24px;">/</span></p>
<p>&nbsp;</p>
<p>SNS를 꾸준히 해왔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두 계정은 꽤 오래 유지하고 있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공유하며 채워갔다. 나의 활동이 차곡차곡 쌓임과 동시에 그것을 함께 좋아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사람들 뿐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 관심사가 무엇인지 조금 더 명확하게 알려줬다. SNS가 나의 세계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걷어내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관심사과 처한 상황이 비슷하다 보니 현실 세계에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보다 나를 더 잘 알고 더 잘 이해해줬다.</p>
<p>&nbsp;</p>
<p>내가 처음 지혜의서재를 열었을 때 나의 처음이 초라하지 않게 만들어 준 사람들도 그들이다. 우르르 몰려와 응원의 댓글을 달아주고 힘을 실어줬다. 책 낭독 팟캐스트를 만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망설이고 있을 때, 이제 막 시작하려 할 때 힘이 된 말들이 있었다.</p>
<p>&nbsp;</p>
<p>“늘 응원해요.”</p>
<p>“응원합니다!”</p>
<p>“잘하고 있어요.”</p>
<p>&nbsp;</p>
<p>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사이지만 내가 무언가를 시작할 때마다 진심 가득 담아 따뜻한 토닥임의 말을 건네는 사람이 있다. 실제로 매달 후원금까지 보내준다. 후원금은 말할 것도 없고 그 따뜻함의 말은 큰 힘이 된다.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을 훨씬 가볍게 만들어주고 그 한 사람만은 나를 지켜봐 주고 있다는 생각에 든든해진다. 반면 나는 그에게 해준 것이 아무것도 없다. 내가 준 것이 없는데 어쩜 그는 그렇게 한없이 베풀기만 하는 걸까. 신기한 사람이었다. 처음엔 의심했다. 뭘 바라는 걸까? 나의 뭘 보고 저러는 거지? 하지만 곧 알 수 있었다. 바라는 것 없는 온전한 ‘선의’라는 것을.</p>
<p>&nbsp;</p>
<p>그 선의가 시작이었을 것이다. 누군가로부터 받은 온전한 선의가 꽉 닫혀 있던 내 마음의 문 사이로 조금씩 바람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로 인해 계속 조금씩 흔들리던 문이 끼익 열린 순간이 바로 며칠 전 식사 시간 아니었을까. 그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 이후 다른 이들의 마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나의 마음도 망설이지 않고 전하곤 했다.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그동안 받았던 선의 가득한 마음들이 나를 바꾼 것 같다. 나는 ‘변화’한 것이다. 피해의식으로 가득 차 있고 이기적이고 경계심 많았던 내가 베푸는 법을 배우고 손 내미는 법을 어느새 배우고 있었다.</p>
<p>&nbsp;</p>
<p>앞으로 있게 될 즐거운 식사 시간이 기대된다. 함께 먹고 싶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오른다.</p>
<p>&nbsp;</p>
<p>&nbsp;</p>
<p><img decoding="async"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7/sewmew-line-2.png"></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font-size: 12px; color: #999999;">*글 목록 이미지 출처 : Photo by <a style="color: #999999;" href="https://unsplash.com/@julfe?utm_source=unsplash&amp;utm_medium=referral&amp;utm_content=creditCopyText">Juliette F</a> on <a style="color: #999999;" href="https://unsplash.com/s/photos/dinner?utm_source=unsplash&amp;utm_medium=referral&amp;utm_content=creditCopyText">Unsplash</a></span></p>
<p>&nbsp;</p>


<div style="border-left: 6px solid #6e6e6e; padding: 10px 20px 10px 20px; background-color: #eeeeee;">
<p>[쓰기살롱 노트]는 오후의 소묘가 진행하는 글쓰기 모임 ‘쓰기살롱’ 멤버들의 글을 소개합니다.</p>
<p>[월간소묘: 레터]에 비정기적으로 연재되고 있습니다.</p>
<p><img decoding="async" style="float: left; margin-right: 5px;" src="https://sewmew.co.kr/wp-content/uploads/2019/01/letter.png" width="25px" /><a href="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55692" target="_blank" rel="noopener noreferrer"><strong><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구독하기</span></strong></a></p>
</div>
<p> </p>



<div style="border: 1px solid #999999; padding: 20px;">
<p>[쓰기살롱 노트]</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a href="https://sewmew.co.kr/%ec%93%b0%ea%b8%b0%ec%82%b4%eb%a1%b1-%eb%85%b8%ed%8a%b8-%ec%8b%9d%ec%82%ac%eb%a5%bc-%ed%95%a9%ec%8b%9c%eb%8b%a4/">식사를 합시다</a></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a href="https://sewmew.co.kr/%ec%93%b0%ea%b8%b0%ec%82%b4%eb%a1%b1-%eb%85%b8%ed%8a%b8-%ea%b7%b8%eb%85%80%ec%9d%98-%ea%bf%88/">그녀의 꿈</a></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a href="https://sewmew.co.kr/%ec%93%b0%ea%b8%b0%ec%82%b4%eb%a1%b1-%eb%85%b8%ed%8a%b8-%ed%8c%8c%eb%8f%84-10%ed%8d%bc%ec%84%bc%ed%8a%b8/">파도 10퍼센트</a></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a href="https://sewmew.co.kr/%ec%93%b0%ea%b8%b0%ec%82%b4%eb%a1%b1-%eb%85%b8%ed%8a%b8-%ea%b2%b0%ea%b5%ad-%eb%82%98%eb%8f%84-%eb%a7%90%ed%95%98%ea%b3%a0-%ec%8b%b6%ec%96%b4%ec%a1%8c%eb%8b%a4/">결국 나도 말하고 싶어졌다</a></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a href="https://sewmew.co.kr/%ec%93%b0%ea%b8%b0%ec%82%b4%eb%a1%b1-%eb%85%b8%ed%8a%b8-%ea%b3%a0%ec%96%91%ec%9d%b4%eb%9d%bc%eb%8a%94-%ec%9d%b4%eb%a6%84%ec%9d%98-%eb%ac%b8/">고양이라는 이름의 문</a></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a href="https://sewmew.co.kr/%ec%93%b0%ea%b8%b0%ec%82%b4%eb%a1%b1-%eb%85%b8%ed%8a%b8-%eb%8f%99%ea%b7%b8%eb%9d%bc%eb%af%b8%ec%9d%98-%ea%b0%80%ec%9e%a5%ec%9e%90%eb%a6%ac/">동그라미의 가장자리</a></span></p>
<p><span style="font-family: helvetica;">• <a href="https://sewmew.co.kr/%ec%93%b0%ea%b8%b0%ec%82%b4%eb%a1%b1-%eb%85%b8%ed%8a%b8-%ec%86%8c%eb%ac%98/">소묘</a></span></p>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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