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소묘 | 일상의 작고 짙은 온기2024-05-15T15:46:34+09:00

[소소한 산-책] 군산, 마리서사

글: 이치코   어떤 도시는 그곳을 상징하는 계절이 있습니다. 강릉이나 속초라면 아무래도 여름이겠지요. 개인의 취향에 따라 겨울 바다가 더 좋을 수도 있고, 봄부터 가을까지 제각각 다른 매력들이 있을 테지만 그래도 동해 바다라면 왠지 여름에 가야 할 것 같은 느낌, 한편으론 기세라고 불러도 좋을 분위기가 있습니다. 러시아 중앙 지역의 대표적 도시인 이르쿠츠크는 시베리아의 파리라는 별명에 걸맞게 누가 뭐래도 겨울이 딱이죠. 툭하 ...

[엄마의 책장으로부터] “다 그리고 싶어” -사랑을 연습한 시간

글: 신유진   엄마는 화집을 모았다. 우리는 종종 책장을 채운 화집을 꺼내 보면서 가장 좋아하는 그림과 화가를 꼽아보곤 했다. 두 사람의 취향이 비슷했던 때도 있었고, 너무 달라서 서로를 이해할 수 없었던 시간도 있었다. 파리에서 살던 시절에 헌책방에서 화집을 발견하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엄마와 함께 봤던 그림을 다시 보는 반가움 또는 향수 때문이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엄마가 알려줬던 그림의 제목과 프랑스어 제목을 비교해 보는 일이 작은 ...

[가정식 책방] 4월의 책을 보내는 마음

글: 정한샘   “전라도에 페미까지 대박이네요… 저는 믿고 거르겠습니다.”   책방을 열고 한 해가 막 지났을 무렵 한 일간지의 인터뷰에 응한 적이 있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에서 착안한 코너였는데, 나만의 방을 꾸려나가는 여성 자영업자들을 만나는 기획이라고 했다. 기사는 인터뷰어가 책방을 보고 느낀 내용과 질문으로 이루어졌다. 주요 질문이 책방을 어떤 책으로 채웠냐는 것이었기에 나는 책방을 구성하는 서가 ...

[이치코의 코스묘스] 길고양이 돌봄 지침(가이드라인)

벌써 시간이 조금 지났네요. 작년 12월 27일에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길고양이 돌봄 지침(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발표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해외 논문 및 지침(가이드라인)을 참고로 제작되었으며, ‘길고양이 복지개선 협의체’(동물보호단체, 길고양이 돌봄 활동가, 수의사, 법률 전문가, 지자체 등으로 구성)의 논의를 거쳐 국내 실정을 맞게 세부 내용을 조정했다고 되어 있습니다.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길고양이의 위태로운 ...

[가정식 책방] 기뻤어, 기뻤어, 기뻤어

글: 정한샘   상실을 겪고 있는 친구에게 선물할 책을 추천해 달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내가 어떤 책을 권했더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뭘 안다고. 누군가를 잃고 살아가는 일에 대해 대체 뭘 안다고 책을 골라 추천했을까. 그때와 지금은 모든 것이 달라졌다. 그 마음을 짐작만 하던 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 아픔을 감히 모르고 책을 고르던 때로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죽음으로 인한 이별을 늘 생각하며 살았다. 아니, 그 ...

[엄마의 책장으로부터]사납게 써 내려간 글자들

글: 신유진   소바주sauvage, ‘야생의, 거친’이란 뜻을 담은 이 단어는 여전히 남성성을 상징할까? 티브이를 보다가 조니 뎁과 눈이 마주친 순간 궁금해졌다. 사막에서 조니 뎁이 기타를 거칠게 연주하자 늑대들이 깨어난다. 늑대들은 조니 뎁과 나란히 걷는다. 남성용 향수, 소바주 광고의 한 장면이다. 소바주의 향기란 뭘까? 늑대 냄새? 남자 냄새? 내게는 어려운 클리셰다. 나의 소바주에는 조니 뎁과 늑대가 없다. 내게 행운처럼 찾아왔던 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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