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색깔을 지닌 작은 서점들을 찾아다니는 즐거움을 나눕니다. 책방에서 산 책들을 함께 소개합니다.

[소소한 산-책] 군산, 마리서사

글: 이치코   어떤 도시는 그곳을 상징하는 계절이 있습니다. 강릉이나 속초라면 아무래도 여름이겠지요. 개인의 취향에 따라 겨울 바다가 더 좋을 수도 있고, 봄부터 가을까지 제각각 다른 매력들이 있을 테지만 그래도 동해 바다라면 왠지 여름에 가야 할 것 같은 느낌, 한편으론 기세라고 불러도 좋을 분위기가 있습니다. 러시아 중앙 지역의 대표적 도시인 이르쿠츠크는 시베리아의 파리라는 별명에 걸맞게 누가 뭐래도 겨울이 딱이죠. 툭하면 영하 20도를 넘나들고 한파라도 닥치면 영하 30~40도까지 곤두박질치는 혹독한 추위에 막혀 그저 창밖의 ...

[소소한 산-책] 부산, 스테레오북스/비온후책방

글: 이치코   구독 중인 뉴스레터(마이 마인드풀 다이어리)의 글을 읽다가 신기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정부24에서 초중고 시절 생활기록부를 다시 볼 수 있다길래 다운 받아보았다.” 오잉! 정부24 사이트에서 저런 것까지 서비스한다고? 부랴부랴 잊었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찾아서 로그인해 보았습니다. 정말로 ‘유치원 및 초중등학교 학교(유치원) 생활기록부 증명’이라는 이름의 메뉴가 있더군요. 학교 이름을 바로 검색할 수 있길래 (학교 이름 검색하는 데 왜 개인 인증을 요구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졸업한 국민학교(!) 이름을 찾아서 ...

[소소한 산-책] 서울, 조이책방 (조용한 이야기 책방 다방)

글: 이치코   영화 <오펜하이머>가 CG 없이 핵폭발 장면을 재현했다는 얘기가 들리길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진짜 핵폭발을 일으킨 걸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라면.. 아니지, 아무리 놀란 감독이라고 해도 그럴 리는 없겠죠. 또 이런 말도 있었습니다. <오펜하이머>는 영화에 등장하는 과학자들 이름과 관계를 공부(?)하고 가야 재밌게 볼 수 있다, 핵폭탄 개발이나 양자역학에 관한 기본적인 과학 지식을 알고 가야 한다 등등.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무슨 이런 바보들 ...

[소소한 산-책] 순천의 책방들

마감이란 무엇인가? 마감은 우주를 생성하는 에너지입니다. 또한 세계를 구성하는 입자이기도 합니다. 이 절대적 존재의 압박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마감생활자들에겐, 적어도 그렇습니다. 마감이 시작이고 마감이 끝입니다. 마감 없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직 마감만이 최종의 확정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 마감이 사라진다면 모든 예술 역시 사라질지 모릅니다. 마감생활자들은 마감 없는 일상의 홀가분함에 잠깐 취했다가 서서히 굶어 죽어 갈지도 모릅니다. 마감을 해도 마감은 소멸하지 않습니다. 마감은 매번 새로운 얼굴로 영원히 회 ...

[소소한 산-책] 고양, 이랑

글: 이치코   마포구가 아주 ㅈㄹ.. 아니 엉망입니다.[*] 지난해 11월 마포구 관내에 있는 작은도서관에 스터디카페를 추가하려다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슬쩍 한발 물러선 일이 있었습니다. 논란이 일자 마포구는 작은도서관을 폐관하는 것이 아니라 기능을 재설계하는 것일 뿐이라며 해명했다지만, 글쎄요. 또한 도서관 예산의 30%를 삭감하라는 요구에 반발하며 이를 공론화(22년 11월)한 마포중앙도서관장을 직위해제(23년 4월)하고 파면(23년 5월)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괄호 안의 날짜를 보면 아주 일사분란하게 초스피드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