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묘는 아시다시피 ‘작은 고양이’고요. 오후의 소묘에서 고양이 실장을 맡고 있는 이치코의 글을 전합니다. 고양이 얘기만 합니다.

[이치코의 코스묘스] 고양이, 장소, 환대(3)

앙시앵 레짐Ancien Régime 바스티유 감옥 습격으로 시작된 1789년 프랑스 혁명 당시 기존의 절대군주정을 일컫는 단어. 역사적으로는 그러하나 보통은 옛체제, 구체제라는 의미로 사용.   봉산아랫집 육묘의 정치체제는 영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어요.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출되는 의회가 있지만 동시에 군주가 존재하는 나라들이죠. 이때 군주는 과거의 절대군주와 달리 헌법에 의해 엄격한 제한을 받기 때문에 정치적 실권은 거의 없고 다만 외교 등 일부에서만 상징성을 갖는 존재예요. 봉산아랫집의 군주는 당연히 삼삼 ...

[이치코의 코스묘스] 고양이, 장소, 환대(2)

시월이가 다시 오면서 봉산아랫집엔 크고 작은 변화가 생겼어요. 우선 고양이들의 화장실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했어요. 오묘(五猫)까지만 해도 두 개의 화장실을 하루에 한두 번 치우는 걸로 충분했어요. 화장실 세 개로 하루에 한 번만 치우기도 했었지만 아이들이 작은 화장실을 잘 가지 않는 것 같아서 큰 것 두 개만 남겨놓았어요. 기왕이면 깨끗한 환경을 유지해주고 싶어서 두 개의 화장실을 하루에 두 번 치우는 걸 원칙으로 정하긴 했지만 한 번만 치우더라도 그다지 문제는 없었어요. 그런데 시월이가 오고 나서는 세 번째 화장실을 다시 꺼내고도 ...

[이치코의 코스묘스] 고양이, 장소, 환대(1)

<이치코의 코스묘스> 연재를 시작할 때 나름의 빅픽처가 있었어요. 먼저 봉산아랫집 식구들을 소개하고(시즌 1) 그다음엔 동네 길냥이들, 여행지에서 만난 아이들, 지인들의 고양이 등을 소개하면서 고양이와 인간과 자연과 사회에 관한 성찰(?)을 시도하다가(시즌 2) 어느 정도 됐다 싶으면 형식을 완전히 바꿔서(이를테면 고양이가 화자가 된다든가, 그림일기로 간다든가...) 일상의 작고 짙은 온기(!)를 전하는 콘텐츠(시즌 3)로 나가고 싶었어요. 하지만 시즌 2의 시동을 한참 걸던 와중에 갑자기 ‘소소한 산-책’의 연재를 맡게 ...

[이치코의 코스묘스] 떨림이 멈추지 않는 세계에서(2)

10여 년 전이었나요, 어쩌면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신문이 사라질 거란 말들이 등장했었더랬어요. 책과 더불어서요. 물론 여기서 신문과 책은 종이신문과 종이책을 말하는 거죠. 그런데 책의 입장에서는 신문과 함께 친구(?) 사이로 엮였던 게 조금은 억울했을 것 같아요. 종이책의 판매량이 그때보다 줄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여전히 종이에 인쇄된 형태로 시장에서 사랑받고 있으니까요. 반면에 신문은, 종이신문은 그때 종이책을 함께 죽어갈 동지이자 친구로 생각했을까요? 갑자기 궁금하네요, 종이에 인쇄된 형태라는 게 거의 사라졌다 ...

[이치코의 코스묘스] 떨림이 멈추지 않는 세계에서(1)

정치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에요. 그건 재미없잖아요. 많은 사람이 정치적 견해 혹은 사건에 대해 (특히 선거철만 되면) 키보드가 부서져라 열변을 토하곤 하는데, 그렇게 에너지를 쏟을 만큼 중요한 것이라 생각지도 않아요. 단지 어떤 정치인들을 보고 있으면 궁금한 게 좀 있을 뿐이에요. 젊었을 때 권력의 반대편에 서서 격렬하게 맞서다가 나중에 권력의 핵심에 안착하게 된 사람들에 관해서요.(민주화운동이나 학생운동을 하다가 국회의원이 된 이들이 대표적인 사람들이죠.) 젊은 시절 그들이 보여주었던 말과 행동은 얼마큼 진심이었을까? 그때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