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묘가 사랑하는 그림책 작가 이미나의 그림 에세이. 그림과 그리는 생활에 대해 씁니다. 아니 오리고 붙여서 새로운 모양을 만든 이것은, 고양이 화가의 이야기.

[고양이 화가] 침대 위 정원사

난 고양이 화가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지만 가끔은 이 이야기가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해요. 수많은 화가들이 있을 텐데. 그중에는 분명 누가 보아도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내는 화가도, 평생을 그림에 몰두했던 나이 든 화가도 있을 텐데. 마음마저 울렁대는 그림을 눈에 담을 때면 어떻게 저렇게 그릴 수 있을까 감탄하고 재능을 탐내고 왜 나는 저런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까 하며 작아지기도 합니다. 이런 마음은 잠이 오지 않는 밤 적당한 습도와 공기 속에서 자라납니다. 배꼽과 땅이 수평을 이룬 상태에서 천장을 보 ...

[고양이 화가] 나의 전시회 / 어린 고양이 화가

/ 나의 전시회 나는 고양이 화가예요. 그림을 그리는 고양이 화가. 책상 위에 그림들이 쌓여갑니다. 나는 못 본 척 그것들을 구석에 밀어두었어요. 어쩔 수 없어요. 누군가 좋아해주길 기다릴 수 밖에 없어요. 꿀벌은 나가서 그림을 팔아보는 건 어떠냐고 조심스레 얘기했지만 그러면 그 시간 동안 그림을 그릴 수 없는걸요. 그림 그리지 않는 것과 파는 일은 전혀 다른 일이에요. 그림을 그리지 않는 건 힘을 채워넣는 일이지만 그림을 파는 건 또 힘을 내야 하는 일이거든요. 똑똑 누군가 작업실 문을 두드렸어요. 누구세요? 문을 열어보니 아무도 ...

[고양이 화가] 일기 같은 그림

  오늘도 그려낸 그림이 모두 팔리는 상상을 합니다. 살림이 넉넉해져서 물감 하나당 붓 하나를 씁니다. 지금은 붓 한 개로 모든 물감을 쓰고 있어요. 붓에 남은 물감을 닦아내거나 어두운 색을 쓰다가 흰 물감을 쓸 때 좀 난감하기도 합니다. 어두운 색은 한참을 빨아도 지워지지 않아서 흰색을 위한 붓이 필요할 때가 있거든요. 색깔별로 붓을 사두면 분명 편할 거예요.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다리 건너 잡화점 사장님이에요. 내 그림을 가져다 팔아주곤 하는 고마운 아저씨죠. 아저씨 무슨 일이에요? 있잖아, 잘됐어! 어떤 손님이 네 그 ...

[고양이 화가] 그림을 안 그려도 된다

  나는 고양이 화가예요. 작업실에 나가 그림을 그립니다. 그림을 매일 그려요. 매일매일 그려요. 나는 아주 오랫동안 그림을 그려왔어요. 그림만 그려대면 나는 세상에서 제일가는 고양이화가가 될 거예요. 누군가는 알아줄 거예요. 그래서 돈을 많이 벌어 성을 살 거예요. 나만의 성에서 나는 발가벗고 그림을 그릴 거예요. 아직 그만큼의 돈은 못 벌지만요. 나는 가끔 그림을 팔아 꽃 한 송이를 살 만큼의 돈만 벌고 있어요. 같이 살고 있는 내 친구 꿀벌이 매일 나가서 꿀을 나르고 돈을 벌어 와요. 우리는 그 돈으로 먹을 것과 입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