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소묘: 레터] 9월의 편지, 여름의 기억
언제부터 가을일까요? 이실장은 단호하게 9월부터라고 합니다. 저는 첫째 고양이 삼삼이 이불 속 제 품으로 파고들 때예요. 그게 참 신기하게도 거의 매년 9월 첫날이었는데요. 올해는 아직입니다. 늘 곁에 붙어 자긴 하지만 아직 이불 안으로 들어오진 않았거든요. 가을 어서 와…. 그렇다고 지금이 여름이라는 건 아닙니다. 제 여름의 끝은 마지막 복숭아 한 입이에요. 그 일은 엊그제 벌어졌고요. 그러니 제게 이날들은 여름과 가을 사이, 여기서 저기로 넘어가는 언덕의 계절. 지금 여러분의 계 ...
[소소한 리-뷰] 복숭아
가을입니다. 아직 더우시나고요? 전국적으로 30도를 웃도는 날씨를 어떻게 가을이라 부를 수 있냐고요? 9월이니까요. 계절을 나누는 기준이 모두 같을 수는 없을 겁니다. 옷장을 정리하는 일로 한 계절을 떠나보내는 이들도 있을 테고, 잠자리의 이불을 바꾸는 것으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니까요. 누군가는 아침 최저기온이나 한낮의 최고기온을 기준으로 봄과 여름을, 가을과 겨울을 구분할 수도 있습니다. 개나리가 필 때를 봄이라 부르는 이들, 벚꽃이 만발해야 비로소 봄이 왔음을 인정하는 이 ...
[월간소묘: 레터] 8월의 편지, Sometimes, again
입추에 든 지 수일이 지났지만 찜통 더위가 이어지고 있네요. 너무하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요즘입니다. 여름을 크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림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여름의 그림책에는 더 각별할 수밖에 없을 텐데요. 모든 감각이 종으로 횡으로 높아지고 열리며 때로는 생으로 때로는 소멸로 끝의 끝까지 나아가니까요. 계절도, 그 계절을 담은 그림책도, 그 그림책을 만나는 우리도 모두. 그래서 지치고 또 지칠 땐 여름의 그림책들을 부려놓습니다. <허락 없는 외출> 속 폭풍우 치는 ...
[이치코의 코스묘스] 특별 임무: 고양이 여섯을 데리고 이사하기 ②
특별 임무: 고양이 여섯을 데리고 이사하기 ①편 보기 페로몬pheromone은 같은 종의 동물끼리 특정한 사회적 반응을 유발하기 위해 배설하는 화학 물질을 말합니다. 동물, 특히 개미를 비롯한 곤충의 의사소통 수단으로 잘 알려져 있죠. 인간은 페로몬을 감지할 수 없는데, 페로몬을 수용하는 후각기관인 야콥슨 기관이 퇴화되어 흔적만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고양이나 개 같은 동물은 이 기관을 사용해 페로몬을 감지하는데 코에 있는 게 아니라 입천장에서 비강으로 이어지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고 ...
[월간소묘: 레터] 7월의 편지, 이 모든 일이 다 영화 같아요
6월은 오후의 소묘 비상사태의 달이었습니다. 8년 만에 이사를 하는데, 삼삼이 하나뿐이던 고양이가 어째서 여섯으로 늘어가지고… 이사 전날 육묘를 사무실로 데려와 며칠 함께 지냈어요. 그리하여 저희는 요즘 이사 말고 다른 이야기는 못 하는 사람 되었고, 석 달 만에 돌아온 ‘이치코의 코스묘스’는 고양이 여섯 데리고 이사하기의 준비 과정(?)을 풀어냈습니다. 오랜만에 등장한 투비컨티뉴드까지 흥미진진(!)하네요. 그리고 이번 레터에는 특별한 편지들을 함께 실었어요. <엔딩까지 천천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