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코의 코스묘스] 고양이에게 배운다

이오덕 할아버지, 평생 교사였던 데다 사회적으로 두루 존경받으셨던 터라 선생(님)이란 호칭이 더 알맞겠지만 이제 돌아가신 지도 오래되셨기에 조금 편안한 호칭을 붙여보았습니다. 실제로 저의 할아버지 연배셨기도 하고요. 아무려나, 이오덕 할아버지가 쓰신 <거꾸로 사는 재미>라는 책에는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가 (제 기억에 남아 있는 바로는) 두 번 등장해요. 한 번은 “고양이가 방에 들어온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해서 고양이에 관한 세심한 관찰과 그들의 처지를 다룬, 소제목마저 ‘고양이’인 이 ...

[월간소묘: 레터] 10월의 편지, 마음을 쓰고 계신가요?

  “요즘 마음이 어때요?” 나도 글 쓰며 만난 사람들에게 묻는다. 이름, 일상, 기억, 취향. 그런 것들을 차근차근 물어보는 동안에도 내가 당장 궁금한 것은 지금, 이 순간 당신의 마음이다. 그렇지만 마음을 나누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니까. 나에게도 여러 마음을 감당할 시간이 필요하니까. 몇 번쯤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고 나서야 물어본다. 요즘 마음이 어때요? —고수리 <마음 쓰는 밤>   창으로 해가 드는 비행기 안에서 씁니다. 떠나는 밤 비행기에서 독서등에 의지해 ...

[소소한 산-책] 서울, 구산동도서관마을

글: 이치코   출판사에서 일한다고 하면 책을 얼마나 많이 읽느냐는 질문과 종종 만나게 되는데, ‘얼마나’를 가늠하기도 전에 많은 출판인이 손사래를 치며 이렇게 대답하곤 합니다. 아이고, 책 읽을 시간이 어딨어! 말은 그렇게 하지만 책을 만들고 파는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습니다. 아니, 많이 읽어야만 합니다. 책을 잘 만들기 위해 혹은 많이 팔기 위해 필요한 업무 능력의 밑바닥을 떠받치는 주춧돌이 다독多讀이기 때문이에요. 편집자가 책을 곁에 끼고 살 정도로 많이 읽지 않아도 책 만드는 일 ...

[월간소묘: 레터] 9월의 편지, 함께 해피엔딩

    “내가 써나갈 영화관에는 영화를 기다리는 사람이나 팝콘을 사려고 줄을 선 사람은 없을지도 모른다. 대신 이런 이야기는 담을 수 있겠지. 칸에서는 기겁할지도 모를 각양각색의 영화관과, 영화와, 영화라는 꿈에 관한 이야기. 그들 각자가 영화관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 —이미화 <영화관에 가지 않는 날에도>   추석 연휴에 오른 기차 안에서 책 한 권을 읽었어요. 꼭 1년 전인 지난해 9월, 이달의 책으로 소개한 <수어>의 저자 이미화 작가의 신작 ...

[이치코의 코스묘스]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일상의 대화에서 종종 튀어나오는 원래,라는 단어는 동그랗고 매끄러운 그 발음처럼 모나지 않으며 동시에 조금은 수동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습니다. 해결하거나 돌파해야 할 문제를 회피하고자 할 때 이렇게들 말하곤 하죠. 이 바닥이 원래 그래. 그 인간 원래 그런 거 몰랐어? 이런 말에서 적극성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문제가 그대로 있고 그와 얽힌 상황도 그대로인데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넘어가라고 말하는 것이니까요. 사건이나 갈등을 해결하는 건 고사하고 그것으로부터 필사적으로 도망치려는 의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