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소묘: 레터] 4월의 편지, 계속 그리고 싶은 것들

  언제나 그랬지만, 올 사월의 날씨는 유난히도 종잡을 수가 없네요. 그제 밤 이불 속에 있을 친구에게 눈 오는 사진을 보냈더니 '벚꽃잎이 눈처럼 나리네'라는 답이 왔습니다. 눈이 맞아, 창밖을 봐. 전날엔 여름인 양 덥더니 거짓말처럼 눈이 오고 천둥번개에 우박까지, 바람은 태풍 전야처럼 불어옵니다. 며칠 뒤엔 또 여름이 벌써 오냐고 하겠지요. 그럼에도 우리가 봄이라고 할 때 떠올리는 그 이상과도 같은 봄날이 분명 있었고, 그 아름다운 날 이달의 편지 주인공인 이미나 작가님을 만나고 왔습니다. & ...

[이치코의 코스묘스] 완벽한 하루

_Q 당신에게 극적인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_A1 모르겠습니다. 살다 보니 그냥 여기까지 왔습니다. _A2 인생이 온통 드라마인걸요. 삶 전체가 극적인 순간들이라고 할 수 있어요.   A1과 A2 모두 곤란한 답변입니다. 무기력할 정도로 재미없거나 지나치게 피곤한 인생을 달가워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대부분 A1과 A2 사이에서 삶의 궤적을 만들어갑니다. 둘 사이라고 해도 그 중앙을 기준으로 정규분포를 이루는 건 아닙니다. A1쪽으로 상당히 치우친 그래프일 가능성이 큽니다. 극적인 순간은 드뭅니다 ...

[소묘의 여자들] 이미나, 계속 그리고 싶은 어린아이 하나가

  고양이 화가, 이미나 작가와의 여담   몇 마리쯤 그려야 싫증이 나는지     이미나 작가님은 그림책 <나의 동네>(2018)로 처음 만났다. 제주도의 한 소담한 마을에 자리한 책방에서 책을 펼치자마자, 첫 두어 장 만에 이 그림책에 홀려버렸다. 나비들이 화면을 한가득 채운 장면이었을 것이다. 책 속 동네는 건물이나 사람이 아니라 나비와 새, 개와 고양이, 다람쥐 같은 동물들이, 그리고 색색의 꽃과 무성한 초록의 식물들이 주인이었다. 나비처럼 연약한 존재들을 강건하고 대담한 색감과 ...

[월간소묘: 레터] 3월의 편지, 충분한 사랑

  3월이고 봄이고 사랑하기 좋은 계절이지요. 충분히 사랑하고 있나요? 늘 사랑하고 있지만, ‘충분히’라는 수식어를 붙이면 어쩐지 대답을 망설이게 됩니다. 이달엔 충분히 사랑하기 위해 사랑을 연습하는 사람, 신유진 작가님을 만났어요. 자기 삶의 기준을 질문하고 찾고 마침내 세워 지키는 사람의 얼굴이 몸짓이 얼마나 충만할 수 있는지, 우리가 나눈 이 말들이 다 전해줄 수 있을런지요. 여러분은 무엇을 질문하며 사나요? 저마다 가진 ‘내 삶의 기준’을 들여다보는 시간 되길 바라요. 충분한 사랑 ...

[소소한 리-뷰] 노안老眼presbyopia

#1 어느 날 안경이 부러졌습니다. 렌즈가 깨진 게 아니라 안경테가 똑 하고 부러지면서 두 동강이 났습니다. 어쩔 수 없이 새 안경테를 샀습니다. 렌즈도 바꿔야 했고요. 새로 바꾼 안경은 예전에 비해 동글동글한 디자인입니다. 눈매도 덩달아 부드러워지는 느낌이랄까요. 악당에서 정의의 사도로 변신할 정도의 드라마틱한 관상적 변화는 아니지만 아무튼 7년 만에 새 안경테로 바꾸고 기분 좋게 안경원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안경 렌즈를 바꿀 때면 매번 어느 정도는 시각적 위화감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