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시간이 조금 지났네요. 작년 12월 27일에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길고양이 돌봄 지침(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발표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해외 논문 및 지침(가이드라인)을 참고로 제작되었으며, ‘길고양이 복지개선 협의체’(동물보호단체, 길고양이 돌봄 활동가, 수의사, 법률 전문가, 지자체 등으로 구성)의 논의를 거쳐 국내 실정을 맞게 세부 내용을 조정했다고 되어 있습니다.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길고양이의 위태로운 현실을 개선하고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인간과 생활 반경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길고양이의 생태적 특성 때문에, 오직 자발적 선의로 움직이는 개인이나 단체의 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나온 정부 차원의 공식 지침이 의미 있는 한 걸음이란 생각이 들어 소개드릴까 합니다.

 

길고양이 돌봄 지침(가이드라인)

 

<길고양이 돌봄 지침(가이드라인)>(이하 <돌봄 지침>)은 크게 여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길고양이의 이해(8~14쪽)

<돌봄 지침>은 길고양이를 “도심지나 주택가에서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주인이 없는 고양이로, 인간 활동에 의해 발생되는 먹이를 일부 섭취하는 고양이를 지칭합니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것으로 충분해 보임에도 불구하고 정부 문서라서 그런지 길고양이의 법적 정의를 굳이 덧붙여 놓았습니다. 이에 따르면 길고양이는 “도심지나 주택가에서 자연적으로 번식하여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고양이로서 개체수 조절을 위해 중성화(中性化)하여 포획장소에 방사(放飼)하는 등의 조치 대상이거나 조치가 된” 존재들입니다. 특별할 것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이 정의가 등장하는 법 조항의 제목이 묘합니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14조(구조·보호조치 제외 동물)], 구조·보호조치를 제외한다니.. 무슨 말일까요?

 

정확히 이해하려면 동물보호법을 살펴봐야 합니다. [동물보호법 제34조(동물의 구조·보호)]에 따르면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은 1)유실ㆍ유기동물 2)피학대동물 중 소유자를 알 수 없는 동물 3)소유자등으로부터 (…) 학대를 받아 적정하게 치료·보호받을 수 없다고 판단되는 동물을 발견한 때에는 그 동물을 구조하여 치료, 보호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제1호(유실·유기동물)에 해당하는 동물 중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동물은 구조·보호조치의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되어 있는데, 여기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길고양이입니다. 구조와 보호에서 제외한다고 해서 야박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법 조항 어디에도 그런 단어는 없지만 저는 이 문장이 바로 오히려 길고양이를 우리의 이웃으로 정의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길을 가다가 예상치 못한 동물을 만났습니다. 개나 고양이처럼 친숙한 동물일 수도 있고 사자, 호랑이, 기린, 악어와 같이 낯선 동물일 수도 있습니다. 어떡해야 할까요? 모른 척 지나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사자, 호랑이라면 무섭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동물이 처한 위험을 생각하면 구조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겠죠. 직접 구조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으나 일반적으로 지자체 혹은 신뢰할 수 있는 단체에 연락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보통의 건강한 길고양이라면 어디에 연락을 하더라도 구조하러 오지 않습니다.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구조하러 오지 않는 게 맞습니다. 온몸에 성조기를 두르고 트럼프 만세를 외치는 인간을 길 가다가 만났을 때,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경찰에 신고해봤자 (법을 어긴 게 없다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적법한 근거 없이 이웃의 존재를 지워버릴 수는 없습니다. 비약인 줄 압니다만, 헌법 제12조에 명시된 ‘신체의 자유’를 인간과 동일하게 누리고 있는 동물은 오직 길고양이뿐입니다. 그들은 법적으로 보장된 우리의 이웃입니다. 물론 <돌봄 지침>에 이런 말들이 적혀 있진 않습니다만..

 

<돌봄 지침>에는 길고양이 돌봄의 목적도 설명되어 있습니다. 길고양이 동물복지를 향상하고 중성화를 통해 개체수를 조절하며 주민 갈등도 줄일 수 있고 공중 보건도 나아진다고 합니다. 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길고양이를 돌보겠다고 덤비지는 말 것을 권합니다. 차근차근 돌봄 결정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1) 길고양이를 새롭게 발견한 경우 인식표나 분실 신고를 확인해서 주인이 있는 경우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

2) 치료나 중성화가 필요한지 살펴보기

3) 이미 다른 돌보미에 의해 돌봄을 받는 길고양인지 확인하기

4) 적절한 밥자리를 찾는 등 본격적인 돌봄 계획 세우기

5) 돌봄에 필요한 물품들을 구비하고 돌봄 활동을 시작하기

어렵고 복잡해 보이시나요? 누가 이렇게까지 하면서 길고양이를 돌보려고 하겠어,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실제로 길고양이 돌봄 활동을 하시는 분들은 훨씬 더 꼼꼼하고 부지런하게 움직입니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일이 단순한 기능적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돌봄 지침>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생명을 돌보는 일은 한두 번의 먹이를 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해당 길고양이를 지속해서 책임진다는 마음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2. 길고양이 먹이주기(16~25쪽)

길고양이 돌봄 활동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일은 먹이를 주는 일입니다. 당연합니다. 매일 반복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사료와 물을 챙겨주며 밥자리를 관리하는 일, 어려울 것 없어 보이지만 사실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돌봄 지침>은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책임감: 적절한 돌봄 및 중성화를 통해 갈등을 최소화 2)규칙성: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먹이를 급여 3)청결성: 밥자리를 항상 깨끗하게 유지. 밥 챙겨주는 일이 만만치 않은 이유는 첫 번째 원칙 때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책임감에는 길고양이가 지역 사회와 갈등 없이 공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임감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억울한 일입니다.

 

길고양이들이, 사람이 다가가면 숨기 바쁘고 평소에도 잠자느라 잘 보이지도 않는 녀석들이 무슨 재주로 지역 사회와 갈등을 일으키겠습니까. 갈등을 일으키는 건 사람들이지요. 고양이 울음소리가 싫다고, 쓰레기봉투를 찢어서 싫다고, 그냥 보기 싫다고 난리를 치고, 그럼 좋다, 고양이가 안 울고 쓰레기봉투도 안 찢게 하겠다고 밥을 챙겨주며 돌보면 또 왜 밥을 주냐며 난리를 치고, 아우 진짜 어느 장단에 맞추라고! 이렇게 몇몇 몰지각한 인간들이 갈등을 일으키지만 그 갈등을 봉합하고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하는 건 애석하게도 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의 몫이 되어버립니다. 길고양이 밥 챙겨주는 일이, 어떨 때는 매우 곤란하고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길고양이 먹이주기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돌봄 지침>에서 급여 방식 및 급여 장소 선정, 급여량, 청결 관리 등의 항목으로 여덟 쪽에 걸쳐 설명하고 있습니다.

 

길고양이 돌봄 지침(가이드라인)

 

3. 길고양이 중성화(28~37쪽)

<돌봄 지침>은 기본적으로 중성화가 된 길고양이를 돌봄 대상으로 상정하고 있습니다. 중성화가 안 된 고양이는 돌봄 이전에 반드시 중성화를 먼저 진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중성화 챕터뿐만 아니라 다른 챕터에도 수시로 등장합니다. 왜 이렇게 중성화를 강조하는 것일까요? 길고양이를 오래 살펴보신 분들이라면 아실 텐데요. 이 녀석들의 번식력이 정말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처음 보는 아깽이를 만나서 안녕, 인사하고 잠깐 눈 돌렸다 돌아서면 금세 큼지막한 성묘로 자라 있고, 그렇게 오며 가며 또 몇 번 알은체하다 보면 어느샌가 자기를 꼭 닮은 새끼들을 데리고 나타나 놀라게 하거든요(생후 4~6개월에 첫 발정기, 이후 1년에 2~3회 정도 발정기가 찾아오고 임신 기간도 2개월 정도로 짧음).

 

아이들이 자기 본능에 따라 발정기를 겪고 임신을 하는 게 뭐가 문제냐, 문젭니다. 아주 문제가 큽니다. 발정으로 인한 고양이의 행동(암컷의 발정기 울음소리, 수컷의 공격성 등)을 불편함으로 여기지 않고 너그럽게 대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고양이들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출산을 반복한 길고양이가 눈에 띄게 건강이 나빠지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충분히 안정적인 상황에서도 출산은 어미의 몸에 무리를 주기 마련인데, 먹이와 은신처 모두 위태로운 길고양이에게 잦은 출산은 자신의 건강을 포기하는 일과 같습니다. 또한 당연하게도 어미의 건강은 태어난 새끼들의 건강과 생명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새끼를 건사하기 힘들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심지어 양육을 포기하는 일도 발생하곤 합니다. 한 지역의 개체군에서 건강하지 못한 길고양이의 비율이 높아질 경우, 전염병 등의 문제로 인해 개체군 전체의 건강 또한 위협받을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중성화(TNR. Trap-Neuter-Return)가 된 길고양이는 한쪽 귀 끝을 살짝 잘라서 표식을 남겨 놓습니다. 그러므로 두 귀가 모두 뾰족하게 멀쩡한 녀석들은 모조리 중성화를 해야만 하는 길고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2kg 미만이거나 임신/수유 중인 아이들은 제외). 문제는 두 귀가 뾰족한 놈을 발견한다고 해도 그다음이 막막합니다. 어떻게 잡지? 어느 병원으로 데려가야 하지? 병원비는 얼마나 들까? 아무리 길고양이 돌봄 활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중성화는 한 개인이 감당하기에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이 사업만큼은 정부와 지자체가 실행 주체가 되어야만 하며, 고양이 돌보미와 동물병원까지 연계할 수 있는 행정력을 발휘해야 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행인 점은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어서 TNR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지자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4. 길고양이 건강관리(40~41쪽)

고양이에게 많은 병이 찾아오지만 길고양이에게서 흔히 관찰되는 질병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1)피부사상균증: 곰팡이균에 의한 피부 질병으로 털 빠짐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사람도 감염될 수 있으므로 아이들을 돌볼 때 위생 관리가 필요합니다. 2)고양이 허피스/칼리시 바이러스 감염증: 흔히 고양이 감기라고도 하며 눈 주위와 코의 염증, 재채기, 콧물, 결막염 등의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3)구내염: 감염증은 아니지만 입안에 염증이 생기는 질병으로 입 주위에 침이 흥건하게 고여 있거나 심할 경우 침을 흘리며 다니기 때문에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고양이 범백혈구 감소증’이나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처럼 생명에 훨씬 치명적인 질병들도 있긴 하나 증상을 육안으로 관찰하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내가 보살피는 길고양이가 아프다, 그러면 병원에 데려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또한 (공식적으로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동물병원에서 진료 없이 약을 처방하는 것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돌봄 지침>에서도 고양이 질병의 종류를 소개하고 수의사의 상담/진료를 권하는 정도로 내용이 짧게 끝나는데, 이 지점에서 난감함이 발생합니다. 왜냐면 피부병, 감기, 구내염 모두 약을 복용하는 것만으로 증상이 완화되거나 (완치는 아니더라도) 나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으면 약을 구할 수 없다니.. 길고양이를 돌볼 때 제일 힘든 게 아이들 포획인데.. 아쉽지만 현실이 그렇습니다. 그래도 길고양이가 아플 때 약을 먹이기 위해서는 평소에 밥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며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물병원에서 약을 받아오는 게 안 된다고 하더라도,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하고 약봉지가 떨어질 수도 있잖아요?! 착한 일을 하면 하늘도 돕는다잖아요. 아무튼 여차저차해서 약이 생겼다. 그러면 약을 먹여야겠지요! 밥 제공이 규칙적이라면 약 또한 증상이 나아질 때까지 안정적으로 먹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길고양이 돌봄 지침(가이드라인)

 

6. 갈등 및 학대 대응(48~55쪽)

<돌봄 지침>의 마지막 챕터는 길고양이 돌봄 활동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람 사이의) 갈등의 해소를 위한 조언과 돌보미/길고양이에 대한 위협과 학대 상황에 대한 대응을 Q&A 형식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법적 자문을 받은 내용인 듯하니 혹시 길고양이 돌봄과 관련해서 곤란을 겪게 된다면 유용하게 참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 4번 다음에 6번이 오는가, 5번은 어디 갔는가, 편집 실수가 아닙니다. 5번 챕터를 설명하고 난 다음에 곧바로 농림축산식품부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넘어갈 예정이라.. 양해 부탁드립니다.

 

5. 길고양이 구조 및 입양(44~45쪽)

길고양이 구조와 입양에 대해서도 내용이 겨우 두 쪽 정도로 많지는 않습니다. 구조 및 입양까지 가버리면 돌봄의 범위를 넘어서는 거니까요. 그래서 구조 및 입양 전 주의 사항이 안내되는 정도입니다. 새끼 고양이가 울고 있다고 막 줏어 오면 안 된다! 불쌍하거나 귀엽다고 함부로 입양하면 안 된다! 짧지만 핵심은 다 말하고 있네요. 두 쪽 중 오른쪽 페이지는 ‘고양이 입양 전 셀프 체크리스트’를 안내하고 있는데 거기에 QR코드가 보이길래 뭔가 싶어 자세히 봤습니다. 동물사랑배움터에서 제공하는 <반려묘 입양 전 교육> 링크더라고요. 궁금해서, 봉산아랫집은 이미 육묘지만, 들어가봤습니다. 동물사랑배움터 역시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더라고요. 산하기관인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이 정부 유관기관과 함께 동물의 생명보호, 안전 보장 및 복지 증진, 사람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해 교육을 제공하는 동물보호·복지 종합 교육 포털 서비스라고 안내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사이트도 있고 좋네, 라고 생각하며 <반려묘 입양 전 교육> 영상을 재생했습니다.

 

그런데 세 편의 교육 영상 중 첫 번째를 보다가 김이 팍 새버렸습니다. 아니요. 김샌 것 이상이었습니다. 짜증이 좀 났고, 나중에는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반려묘 입양 전 교육>의 첫 번째 영상은 입양 전 알아두어야 할 사항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1)고양이 어디까지 알고 있니? 2)보호자가 될 준비 3)어떤 반려묘와 함께 할 것인가? 4).. 잠깐, 잠깐만요. ‘어떤 반려묘’라니 단어가 좀 이상한데요?

 

반려묘 입양 전 교육

 

충격적으로, 교육 영상에서 고양이의 품종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아, (욕) 정부기관에서 제공하는 공식 영상인데 이래도 되나, 젠장. 코리안 숏헤어가 어쩌고 아비시니안이 어쩌고 러시안 블루가 어쩌고.. 물론, 보호소나 입양센터에 가더라도 품종묘를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알아야 할 내용이 있기는 합니다. 유전적으로 특정 질병에 취약한 아이들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영상의 의도는 그게 아닌 듯했습니다. 고양이의 품종을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게 안내하는, 마치 쇼핑 가이드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화가 났지만 여기까진 참았습니다. 정부기관에서 제공하는 교육이니까 시민들 전체의 평균값을 고려해서 만들다 보니 그렇게 된 거겠지,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며 영상을 계속 시청했습니다. 그런데 그다음 장면에서.. 우와 진짜, (욕)(욕)(욕).

 

(교육 내용에 따라서) 원하는 고양이를 정했다고 치고, 그다음에는 입양처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소개되는 입양처 목록을 보고 제 눈의 의심했습니다. 1)동물보호센터 2)동물 판매업소 3)동물 생산업, 야이 (욕) 정말 이러면 안 되지, 어떻게 정부기관에서 제공하는 교육 영상에서 동물 판매업소와 브리더를 입양처로 소개할 수 있는지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게 현행법상으로 불법은 아니니까? 그건 이유가 될 수 없죠. 그걸 불법으로 만들기 위해, 동물 판매를 금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애쓰고 있는데요. 동물복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쓰레기 같은 일을 불법이 아니고 하나의 산업이라는 이유로, 반려묘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권하는 것은 몰상식한 짓입니다. 알고도 그랬다면 악랄한 짓입니다. 교육 과정의 담당자 혹은 책임자가 동물 판매 산업의 쇼윈도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는 걸까요? SNS에 얼마나 많은 ‘#사지말고입양하세요’ 태그가 달려 있는지 보지 못한 것일까요? 왜 그러는데 진짜, (욕).

 

잠깐 릴렉스.

 

교육을 신청한 김에 세 편의 영상을 모두 보긴 했습니다. 각 편당 20분씩 총 60분의 교육 과정이었습니다. 끝나고 나니까 시험을 볼 수도 있더라고요. 이건 뭐 눈 감고 봐도 100점이지 하면서 봤는데 90점.. 어떤 문제가 틀린 건지 찾아보려 했으나 이미 합격(60점 이상)한 시험을 다시 열람할 수 있는 기능이 없어서 확인은 못 했습니다. 뭘 틀린 거지.. 찜찜하네요. 교육 내용은 전체적으로 괜찮았습니다. 정부기관에서 만든 것치고, 흥! 뒤끝 많음, 무난했습니다.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 반려인의 현실적인 이야기가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비교적 알찬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영상을 다 보고 ‘설문조사’ 코너가 있길래, 앞서 느꼈던 분노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꼼꼼하게 설문조사를 작성했습니다. 품종묘 소개를 그렇게 하지 마라, 동물 판매업소와 브리더는 입양처 목록에서 빼라, 열심히 작성해서 제출 버튼을 눌렀는데 짜잔, “페이지 오류 안내 / 홈페이지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그럼 그렇지, 하나만 이상한 놈들은 없다니까. 게시판 같은 게 없어서 다른 데는 의견을 남길 수도 없고.. 똑바로 좀 관리하라고!

 

마지막에 또 흥분해버렸지만 <길고양이 돌봄 지침(가이드라인)>이나 <반려묘 입양 전 교육>은 의미 있는 시도라 생각합니다. 이런 콘텐츠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예산 책정과 사업 실행이 훨씬 중요하지만 조금씩 인식을 개선하고 공감대를 확대하다 보면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 테니까요. 정부와 지자체에서 길고양이 생태와 반려묘 문화를 위해 더욱 노력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훈훈하게 마무리할게요. 선생님들,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도, 품종묘 소개랑 동물 판매업소랑 브리더는 뺍시다. 어디 모여서 데모라도 해야 하나..

 

﹅ 농림축산식품부, 길고양이 돌봄 지침(가이드라인)

﹅ 동물사랑배움터, 반려묘 입양 전 교육

동물보호법 /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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