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을 쌓는 마음
윤혜은 지음
발행일 2024년 3월 21일 | 무선 120*185 | 232쪽 | 값 17,000원 | 245g
ISBN 979-11-91744-33-0 04810 | 마음의 지도 시리즈 | 분야 에세이
“나로 사는 삶을 나만큼 잘 반복할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일기인간 윤혜은 작가의 신작 에세이
내가 나로서 살아가는 기특한 일에 관하여
★이미화 작가, 천선란 소설가 추천
“‘매일을 쌓는 마음’이 내게는 지망생의 마음으로 읽힌다. 되고 싶은 나에 가까워지기 위해 애쓰는 오늘의 지망생. 오늘보다 조금 더 나을 내일의 지망생. 그러니까 내 삶의 지망생. 혜은은 꼭 그런 마음으로 매일을 쌓는다. 그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지망생이었던 적이 없는 나도 실은 내 삶의 지망생이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_이미화
“이 책은 빛을 잃고도 의미를 갖는 유적 같은 마음들을 보관해 둔 박물관 같다. 쉼 없이 걸으며 버려진 마음을 발굴하고 다니는 사람이 만든 거대한 박물관. 내 안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고 느껴질 때 이 책의 한 꼭지를 몰래 훔쳐 내 마음에 넣고 싶다. 흘러가는 것들을 잘 담아두는 사람의 글이 나를 들여다보게 한다.” _천선란
쓰는 일, 쌓는 일, 내가 되는 일
하루하루를 쌓아 올릴수록 유감없이 가벼워지는 유정한 마음
“아무리 쌓여도 내가 가뿐한 마음일 거라는 걸 아는 것처럼, 안심하고 펑펑. 눈보라로 번지는 시야 속에서 나는 맨손을 가볍게 말아 쥐고 걸었다.”
“정성껏 움직여 보는 하루.
하나하나 찬찬히 작은 것부터 쌓아 올리며 전진합니다.”
하루를 인식하는 감각은 무엇으로부터 비롯될까? ‘무수한 오늘이 양옆으로, 또 위아래로 짜여 있는 10년 일기장’ 두 권을 빼곡히 써 나가는 윤혜은 작가에게는 하루를 감각하는 삶의 거리가 어제와 내일, 과거와 미래를 잇는 삶의 거리만큼 늘어나 있다. 하루에 대한 그런 인식에는 오늘을 성실히 살게 하는 책임감과 더불어 오늘이 쌓여 내일이 된다는 당연한 홀가분함이 공존한다. 누구보다 성실히, 그러나 무거워지지는 않은 채 작은 것부터 하나씩 찬찬히 쌓아 올리는 마음, 그러니까 ‘살수록 사는 운’을 쌓고 있다고 믿는 귀여운 마음은 이로부터 비롯될 것이다.
“이미 쓰고 있는 사람만이 무언가를 쓰자고,
써야 한다고 매번 다짐한다”
매일을 쌓는 마음의 가장 큰 지분은 무엇보다 ‘씀’이다. 혜은 작가에게 쌓다와 쓰다는 언뜻 동의어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무것도 쓰지 않고 그냥 살아왔던 시간도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다”라는 박완서 선생님의 말에 아무것도 쓰지 않고 살아왔던 시간이 별로 없다는 걸 깨닫고 소스라치는 사람. 그에게 글은 맨 마지막을 상상할 수 있는 유일한 것, 그렇기에 얼마든지 무리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그 글은 반드시 하나의 작은 마침표로 마무리될 테니까. 그런 작은 마침표들을 축적해 오면서 쓰고 있는 나에 대한 믿음 또한 단단해진다. 사는 일이 괜찮을 때에도, 그렇지 않을 때에도 쌓아온 이야기들이 꼭 필요한 때에 징검다리처럼 나를 내일로 넘어가게 해준다는 것을 알기에, 그는 오늘도 어김없이 꾹꾹 마침표를 찍는다.
“쓰는 일은 흔들리며 흩어져 있는 것을 붙잡아 자리를 만들어주는 일 같다. 쓰고 나면 나만 그곳에서부터 조금 떨어져 있다. 마치 내가 이다음으로 건너가기 위해 스스로 징검다리를 놓은 것처럼, 비로소 지면 밖으로 나온다.”
“살면서 한 번은 더 지망생이 될 필요가 있었다”
《아무튼, 아이돌》의 작가인 만큼 ‘무언가에 감탄하는 마음, 무언가를 안아주는 마음’이 언제나 넘치는 사람. 단지 좋아하는 마음으로 그치지 않고 끝내 그 일부가 되고 마는 사람. 소설 읽기를 좋아하다 소설을 쓰고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다 노랫말을 쓰는 그는 ‘되고 싶은 마음’이 즐거움을 앞지를까 두려워하면서도 결코 뒷걸음치지 않은 채 되고 싶은 나에 가까워지고자 기꺼이 지망생이 된다. 그의 매일을 오래도록 옆자리에서 지켜봐 온 ‘작업책방 씀’의 동료 작업자 이미화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혜은이 아무것도 아니었던 날들에도 매일 써 내려가던 일기가 그의 첫 책이 되고, 소설 읽는 마음에서 소설 쓰는 마음이 되고, 노래를 부르던 사람에서 부르기 쉬운 노랫말을 써 내려가게 된 오늘이 되기까지. 혜은의 매일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 온 사람으로서 나는 오늘이 쌓이면 내일이 된다는 시시한 말의 증인이 될 수밖에 없다.”
“그 모든 곳에 서로 다른 친구들이 있다”
쌓는 마음의 가장 깊고 낮은 곳에서 혜은 작가의 하루하루를 보이지 않게 떠받치는 토대는 어머니로부터 온 ‘사는 재능’일 테고, 가장 넓게 퍼져 곳곳에서 제 존재를 드러내며 혜은 작가만의 고유함을 이루는 형태는 단연 우정으로부터 올 테다. 그는 자신을 ‘마치 모자이크 아트처럼 아주 많은 친구들로 구성된 인간’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얼마든지 쌓고, 모으고, 새롭게 빚어낼 수 있는’ 이 사사로운 관계 속에서 그는 누군가와 함께 걸어보고 싶어서 모험을 하고 여행을 하며, 함께한 궤적을 더듬는 동안 비로소 이 삶을 실감해 나간다. 동시에 무엇이든 쌓는 데 재능이 있는 그가 우정 앞에서는 종종 허물어지기도 하는데, 그것은 분명 모종의 진화일지 모른다.
“나는 우리가 넘어온 시간이 진화에 가깝다는 생각을 했다. (…)
손을 잡고 나란히 걷는 길은 언제나 여러 갈래로 펼쳐진다. 그렇게 이 삶을 설명하는 이정표가 늘어나는 것이 좋다. 그 복잡한 길들을 나는 오래, 아주 오래 걸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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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지도 시리즈
감정과 마음을 깊고 넓게 들여다본 이들이 길어 올린 문장으로 마음의 물성을 살피는 산문 시리즈. 우울을 시작으로 쌓는 마음을 펴냈으며, 허무는 마음과 작은 마음이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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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전문
천선란 소설가의 추천의 글
모두가 모래성을 쌓을 때, 윤혜은은 파도에 부서진 모래성을 본다. 그리고 그 부서진 모래성으로 담을 만든다. 담에 모래성을 무너트린 파도를 가둔다. 윤혜은이 만든 담은 부서지거나 사라질 위험이 없다. 파도가 치면 칠수록 더 단단해질 뿐이다. 그렇게 단단해진 담은 더 많은 파도를 담겠지. 언젠가 바다를 담을 것처럼. 나에게 윤혜은의 쌓음은 담는다와 같다. 삶을 이토록 잘 담는 사람이 또 있을까. 자신의 하루에게 잘 보이기 위해 끊임없이 마음을 다듬고, 정리하는 사람. 그렇게 삶이라는 파도, 나를 무너트리는 그 삶을 가두어 담아 꾹꾹 눌러쓴 이 책은, 마치 파도에 쓸려 온 거대한 유적을, 빛을 잃고도 의미를 갖는 그 유적 같은 마음들을 보관해 둔 박물관 같다. 쉼 없이 걸으며 버려진 마음을 발굴하고 다니는 사람이 만든 거대한 박물관.
내 안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고 느껴질 때 이 책의 한 꼭지를 몰래 훔쳐 내 마음에 넣고 싶다. 흘러가는 것들을 잘 담아두는 사람의 글이 나를 들여다보게 한다. 나도 내 삶에 잘 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하며. _천선란
이미화 작가의 추천의 글
오늘이 쌓이면 뭐가 될지, 뭐가 되긴 되는 건지 불씨 형제(불안이랑 불만이)가 불쑥 솟아나려 할 때 고개를 조금만 돌려 옆자리를 바라본다. 거기엔 늘 혜은이 앉아 있다.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바쁘게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언제든 뒤돌아볼 준비가 되어 있는, 시답잖은 얘기에도 곧장 몰입해 버렸다가 다시 작업으로 돌아가는 혜은의 뒤통수를 보아온 지도 4년 차. 맞아. 오늘이 쌓이면 혜은이 되지. 혜은이 아무것도 아니었던 날들에도 매일 써 내려가던 일기가 그의 첫 책이 되고, 소설 읽는 마음에서 소설 쓰는 마음이 되고, 노래를 부르던 사람에서 부르기 쉬운 노랫말을 써 내려가게 된 오늘이 되기까지. 혜은의 매일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 온 사람으로서 나는 오늘이 쌓이면 내일이 된다는 시시한 말의 증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이 책의 제목인 ‘매일을 쌓는 마음’이 내게는 지망생의 마음으로 읽힌다. 그건 무언가가 되지 못한 상태로서의 의미가 아니라 혜은이 지망생의 마음으로 매일을 대하기 때문이다. 되고 싶은 나에 가까워지기 위해 애쓸 오늘의 지망생. 오늘보다 조금 더 나을 내일의 지망생. 그러니까 내 삶의 지망생. 혜은은 가수를, 소설가를, 작사가를 지망하고 있지 않을 때도 꼭 그런 마음으로 매일을 쌓는다. 그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지망생이었던 적이 없는 나도 실은 내 삶의 지망생이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늘 천재를 부러워하는 나는 우리가 성실듀오가 아닌 천재듀오였다면 어땠을까 상상한다. 그럼 쌓는 마음 같은 건 모르고 살아도 될 텐데. 쌓는 동안 자주 무너뜨리고 싶은 마음 같은 것도 모를 수 있을 텐데. 그런 꼬깃꼬깃한 마음이 들면 이제는 혜은을 부르는 대신 이 책을 펼치면 되겠지. 밤새 조용히 내려앉은 눈처럼 소복이 쌓인 혜은의 오늘에 가장 먼저 손자국을 내는 사람의 마음으로. 물론 혜은은 언제든 뒤돌아 내 말을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을 테지만. _이미화
차례
프롤로그: 기억을 쌓는 문장
1부 씀으로부터
일기인간 | 카프카식 일기 쓰기 | 쓰는 마음, 쓰는 자리 | 책방이 있으니까 괜찮아 | 잘 보이고 싶었어 | 백색왜성 | 별자리 운세와 소설
2부 삶의 실감들
밤마다 걸으며 | 실감하는 말들 | 엄마의 취향 한켠에서 | 인기가요 대신 일기가요 | 좋은 가사를 쓰기 위한 덕목 | 일기떨기의 목소리들
3부 나로 사는 재능
좋아하는 마음이 | 기분 관제탑 | 재능 유전자 | 도망치기 전에 떠나기 | 혜은 더하기
저자 소개
윤혜은
10년 일기장 두 권을 빈칸 없이 채워가면서, 빼곡하게 쌓인 오늘들로부터 내가 단지 내가 된다는 자명한 사실을 유감없이 받아들였다. 망원동에서 ‘작업책방 씀’을 운영하며, 팟캐스트 〈일기떨기〉를 진행하고 있다. 걷기와 별자리 운세와 노래를 몹시 좋아하고, 지금은 소설과 가사를 쓴다. 에세이 《일기 쓰고 앉아 있네, 혜은》, 《아무튼, 아이돌》을 지었고, 〈일기떨기〉를 책으로 묶은 《엉망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를 함께 썼다.
책 속에서
무수한 오늘이 양옆으로, 또 위아래로 짜여 있는 10년 일기장의 구조나 규모의 특성상 나는 하루하루를 오늘에서 내일로 넘어가는 것보다 빼곡하게 쌓이는 것으로 감각한다. 그렇게 쌓여 있는 ‘오늘들’로부터 뒤늦게 나를 비춰보게 되는 순간이 많았다. _22쪽
오늘은 어제로서의 결과도, 오늘만을 위한 단독적인 하루도 아니고, 내일을 있게 하는 가장 최근의 현재다. 그런 인식에는 묘한 책임감이 따라온다. 하루를 감각하는 삶의 거리가 오늘에서 내일까지로 늘어난 만큼 얼마나 넉넉한 마음으로 살아냈는지는 이 시간이 쌓여 또 하나의 시절이 된 그때에 일기장이 말해주겠지. 이런 변화를 나는 세월이 부린 마법이 아닌 ‘일기를 쓰면서 달라진 점’이라고 느낀다. _23-24쪽
이미 쓰고 있는 사람만이 무언가를 쓰자고, 써야 한다고 매번 다짐한다. _30쪽
일기를 쓴다는 건 오늘이 지나면 사라질 노선을 마지막으로 운행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왕이면 사려 깊은 버스 운전사가 되고 싶다. 가까워지는 정류장에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 보여도 슬며시 속도를 늦추고, 골목에서 헐레벌떡 뛰어나올지도 모를 누군가를 기쁘게 맞이할 수 있도록 말이다. _32-33쪽
쓰는 일은 흔들리며 흩어져 있는 것을 붙잡아 자리를 만들어주는 일 같다. 쓰고 나면 나만 그곳에서부터 조금 멀어져 있다. 마치 내가 이다음으로 건너가기 위해 스스로 징검다리를 놓은 것처럼, 비로소 지면 밖으로 나온다. _41쪽
지금까지 나는 내 글들과 함께 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괜찮을 때에도, 그렇지 않을 때에도 나를 등지고 쌓아온 이야기들이 필요한 순간 눈앞에 나타난 느낌이다. 적어도 지금 같아서는, 무엇이 되지 못해도 괜찮을 것 같다. 이제 내가 할 일은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나의 내일로 넘어가는 것일 테니까. 그곳에서 마침맞게 만날 나의 이야기를 쌓아가면서. _45-46쪽
글쓰기 클래스를 하다 보면 ‘하루’라는 단위가 얼마나 커다란지 깨닫는다. 클래스에 여섯 명이 모였다면, 나의 세상이 적어도 여섯 개의 하루만큼은 확장되는 기분을 느낀다. 그리고 그날은 한 번에 수십 개의 하루가 내 세계를 팽창시킨 날이기도 했다. _79쪽
쌓는 마음은 기다리는 마음과 닮아 있다. 단, 기다린다는 감각 없이 기다린다는 점에서 무심하고, 그러므로 가만 기다리고만 있지 않을 거란 점에서 부지런하다. (…) 운세의 배턴을 이어 받듯 매일을 살고, 소설을 쓴다. 하루와 내 글의 마침표는 나 스스로 찍어야 하니까. 이제야 겨우 살수록 ‘사는 운’이, 쓸수록 ‘쓰는 운’이 쌓인다는 걸 알겠다. 결국 별자리 운세와 소설 읽기는 내가 얻고 싶은 행운들의 마중물 같은 건지도 모른다. _94-95쪽
나는 우리가 넘어온 시간이 진화에 가깝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단지 내가 되네,라는 자명한 사실이 왠지 더는 실망이나 아쉬움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는 어렴풋한 해방감과 함께. 나는 비로소 실감이 하나씩 돌아옴을 느꼈다. 나에 게 어떤 시간들이 사라지지 않고 쌓여 있다는 것, 그 궤적을 누군가와 같이 더듬어보니 우연한 해결에 다다라 있었다. _115쪽
어김없이 한 곡의 음악에 내 하루를 위탁하고 싶어질 때, 그렇지만 결국 음악보다 덜 근사한 하루를 일기로 남길 때. 나는 나로 사는 삶을 나만큼 잘 반복할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게 결국 ‘살 만하다’라는 감각으로 귀결되는 일이라면 좋을 것이다. _135-136쪽
새벽 내내 빈 문서를 마주한 채 한 곡을 반복 재생하고 있다 보면 슬쩍 겁이 난다. 작사가가 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져서 언젠가 지금의 즐거움을 잃어버릴까 봐. 어쩌면 이런 게 진정한 지망생의 마음이겠지. 지금 나는 두려워하면서도 뒷걸음치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러니 살면서 한 번은 더 지망생이 될 필요가 있었던 것 같다. _146쪽
언젠가 엄마와 나란히 누운 어느 밤 건넸던 말을 이제는 내게 돌려줄 수도 있겠지. “엄마는 사는 데 재능이 있는 것 같아.” 나도 사는 데 재능이 있는 것 같아. 내가 다름 아닌 엄마의 딸이기 때문에. _189-190쪽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간 여행은 우리가 함께한 시간들이 저 멀리 달아난 것이 아니라 각자의 곁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시간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망연히 흐르고 있지만, 우리가 원하기만 한다면 충분히 느낄 수 있게끔 증거를 남긴다. _218쪽
두 다리가 뻗어나가는 길은 발아래 하나뿐인 것 같은데, 손을 잡고 나란히 걷는 길은 언제나 여러 갈래로 펼쳐진다. 그렇게 이 삶을 설명하는 이정표가 늘어나는 것이 좋다. (…) 그 모든 곳에, 서로 다른 친구들이 있다. 지금 내 삶의 현재 위치를 하나로만 잡을 수 없게끔, 나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많은 것이 마음에 든다. 그 복잡한 길들을 나는 오래, 아주 오래 걸어야지. _227-2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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