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모르는 낙원>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무루 작가와의 작은 인터뷰
“좋은 이야기를 더 많이 알고 싶어요. 그리고 하고 싶어요.”
올 상반기엔 무루 작가님의 신작 <우리가 모르는 낙원>(이하 우모낙)과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이하 이로운 할머니) 개정판을 연달아 내고서, 북토크 투어로 내내 함께했다.
첫 행사였던 라트랑슈의 낭독회부터 김신지 작가님과 함께한 알라딘 북토크, 리브레리아Q의 라운드 테이블, 그리고 대전과 경주, 순천을 거쳐 최근엔 신유진 작가님과 함께한 익산까지, 멀리 가까이 책방을 찾아다니며 독자님들을 만나온 여름이었다. 저마다의 고독이 다정히 함께하는 모양을 보았다. 책을 완성해서 세상에 내놓는 일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이라는 것을, 점과 선으로 이어온 여정 속에서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마음을 가득 채운 여름’은 동시에 질문을 가득 채운 여름이기도 하였고, 무루 님 말처럼 마음은 ‘사진이나 글로는 다 전해지지 않’을 테지만, 그 질문의 조각들은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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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보다 마음을 가득 채운 여름”
데이비드 위즈너, <시간 상자> 속 불가사리 섬
소묘 저도 그 여정을 함께하면서, 하나의 책이 던진 질문들을 가지고 작가와 독자가 한 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정말 큰 힘을 가지고 있구나, 깊이 느꼈는데요. 그래서 북토크 때 나왔던 질문들을 소묘 레터 독자분들과도 나눠보고 싶어요.
먼저 첫 책을 쓰고 다음 책 사이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어떤 시간들을 보내셨는지,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두 번째 책을 쓰고 엮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무루 삶의 모든 순간을 고독하게 보낼 수는 없을 거예요. 제게도 가족과 친구와 동료들이 있고, 그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소중해요. 다만 어떤 일들은 혼자 해내야 하는 것 같아요. 그 일들이 제게는 삶을 이루고 나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일들로 여겨지고요. 그래서 그걸 잘 해내는 데에 마음을 써요. 그건 오직 나만 알 수 있는 것이고요.
그러나 고행하듯 살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제 나름으로 찾아낸 방법은 스스로 즐거울 수 있는 형식을 찾는 일이에요. 해야 할 일들을 좀 더 좋아하는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삶의 형식을 가지려고 노력해요. 나날의 습관이 그 중 하나일 것 같고요.
무루 고독을 다루는 일과 같은 맥락일 거예요. 사는 일에 아름다운 형식을 갖출 수 있다면 즐거울 것 같았어요. 저마다가 찾아낸 형식들이 저는 늘 궁금해요. 그걸 엿보는 일은 제게 영감이 되고요. 그런 영감을 주고받는 일이 제게는 ‘함께’의 맥락으로 읽혀요. 혼자인 사람이 어떻게 세상과 덜 불화하며 어울려 살 수 있을까를 궁리할 때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좋은 ‘함께’요.
좋은 질문들이 흘러나왔던 함께의 순간들
소묘 “내가 원하는 삶의 형식이 이 세계에 아직 없다면 스스로 만들어볼 수밖에 없다.” _<우모낙>
“좋은 습관을 지닌 노인이 되고 싶다. 기술이나 재능이 아니라 습관인 것은 성과보다 반복되는 리듬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_<이로운 할머니>
<우모낙>에도 <이로운 할머니>에도 좋은 습관과 삶의 형식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무루 님이 가진 좋은 습관은 무엇인가요? 또 앞으로의 삶에서 무엇을 반복하며 살고 싶으신가요?
“틈에서 발견하는 낯설고 이상한 이야기들 쪽으로”
무루 <정글맨션>을 구체화하는 일은 제게 삽질 중 하나였어요. 이야기가 어떻게 시작될지, 목차는 어떻게 구성될지, 각각의 인물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상상하는 일이 재미있었고, 때로는 그걸 상상하는 데에 꽤 시간을 들이기도 했는데요. 그건 오직 제가 그 글을 쓰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사실 <정글맨션>이 책에 실린 건 그야말로 우연이었잖아요? 그래서 지금까지는 오직 즐겁기만 했는데요. 책에 싣기로 결정한 순간부터는 걱정이 컸어요. 내가 이야기를 쓰다니. 이렇게 막 쓴 글을 책에 실어도 되나? 했죠. 막 썼다는 건 그러니까 오직 즐거움을 위해서만 썼다는 뜻이에요. 독자에 대한 어떤 책무도 없이 저 혼자 좋자고 쓴 글이니까요. 그래서 이제부터 찬찬히 고민해보려고요. 이 이야기가 무엇이 될 수 있을지, 저를 어디로 데려갈지, 잘 따라가 보려고 해요.
소묘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에 수식어 하나를 더한다면, ‘강한’이 될 것 같네요.ㅎㅎ
‘낙원’에 대해서도 우리가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무루 님에게 ‘낙원’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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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것들에 매혹되는 사람, 아직 말해지지 않은 것들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 가장 좋은 함께를 도모하는 사람, 삶의 형식을 발명하는 사람, 자기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 이름 없는 것들의 자리를 그려보는 사람, 그러니까 이야기를 아끼는 사람.
바로 이런 사람이라서 우리는 무루에게 매혹되고 마는 것이겠다. 그의 글이, 이야기가, 삶이 우리에게 언제나 좋은 질문을 건네며 자기만의 틈을 발견하게 하기 때문에. 저마다의 틈으로 아직 말해지지 않은 것들을 따라 흘러가다 보면 언젠가 우리의 질문과 이야기가 포개지는, 이 여름 같은 순간들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그것은 내가 그리는 낙원.
‘소묘의 여자들’은 [월간소묘 : 레터]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소묘의 여자들]
박혜미, 어디선가 이상한 용기가 (feat. 정선정) • 신유진, 충분히 사랑하고 있나요? • 이미나, 계속 그리고 싶은 어린아이 하나가 • 요안나 카르포비치, 저편에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 정한샘, 작은 고집으로 지켜온 시간 • 정한샘, 작은 고집으로 지켜온 시간 • 무루, 질문이 되는 이야기를 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