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담는 시간

토림도예 도예가 노트

 

김유미 지음

 

발행일 2023년 2월 20일 | 양장본 130*195 | 216쪽 | 값 17,000원

작가노트 시리즈 | ISBN 979-11-91744-20-0 04810 (979-11-91744-02-6 세트) | 분야 에세이

 

 

 

 

물레 앞에서, 차실에서, 자연과 계절 속에서

삶과 작품을 빚어내는 도예가의 모든 나날

 

“오늘도 어제와 같이 차를 마시고 도자기를 빚었다”

 

 

차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다기 브랜드 토림도예의 도예가 에세이. 찻잎을 준비하고 물을 끓이고 다기를 고르는 시간, 그 시간을 함께 나누는 사람과 대화와 풍경. 이 모든 것이 담기고 쌓여 삶이 된다는 믿음으로 작품을 만들며 전하고 있다. 토림도예의 김유미 작가가 담아낸 그 정성스러운 나날과 태도가 다기에 찻물 배듯 이제 우리에게 찬찬히 스며든다.

 

차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다기 브랜드 토림도예의 작가노트

“차를 마시며 도자기를 빚는 삶은 몸과 마음을 수련하며 덕을 쌓는 삶이기도 하다.

도자기를 만드는 내가 좋은 삶을 살아야 그것을 사는 삶에게도 좋은 삶이 묻어나리라는 믿음이라 해도 좋겠다.”

토림도예의 다기를 사용하기 위해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는 이들이 잇따를 만큼 차 문화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끈 브랜드. 크라우드 펀딩으로 국내에서는 생소했던 개완이라는 차 도구를 소개하며 크게 주목받았고 단순하고 얇은 선, 독특한 색감과 질감, 정갈한 문양, 무엇보다 좋은 사용감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이 작품들은 어떻게 탄생하는 걸까? 무엇이 우리를 매료시키는 걸까?
토림도예의 방향을 잡아가는 아림 김유미 작가가 글을 쓰고, 토림 신정현 작가의 애정 어린 기물 사진들이 더해진 이 책에는, 모두가 차를 쉽고 편하게 즐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2010년부터 차 도구를 만들어온 이들의 차와 도자기와 삶에 대한 단단한 철학이 담겨 있다.

 

일과 삶이 하나가 되는 곳, 물레 앞에서

“깎이고 다듬어지고 시련도 겪으며 단단해지는 과정 끝에 아름답고 쓸모 있는 무엇이 되는 삶.

이 시간들 안에서 언젠간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좋은 그릇이 되리라는 믿음이 있다.”

흙을 만지자마자 사랑에 빠지고서 십수 년이 훌쩍 넘도록 여전히 좋아하는 일. 도자기는 몹시 지난한 반복 작업의 결과물이지만, 지금도 늘 설레며 물레 앞에 앉고 가마 앞에 선다. 흙으로 형태를 잡고 굽을 깎고 그림을 그리고 시유를 하고 불을 때고 또 다듬는 매일매일, 도자기가 만든 이의 모든 손길을 기억한다는 것을 잊지 않으며 생각을 덜어내고 마음을 다잡으며 몸을 바로 한다. 김유미 작가는 도자기를 만드는 일이 마치 사람의 일생 같다고 쓴다. 예전엔 자신의 그릇의 크기가 얼마나 될까 궁금해하고 큰 그릇이 되고자 조바심 냈다면 지금은 작더라도 옹골차고 단단하기를 바라며 “오늘도 도자기를 다듬으며 나를 다듬는다”고.

하는 일은 저마다 다르더라도 누군가의 일과 삶에 대한 태도는 우리에게 깊은 영감을 주곤 한다. 엄마로, 아내로, 또 직업인으로서 도예가로 살아가는 그의 하루하루를 통해 나의 일과 삶을 돌아보게 되듯이.

 

자꾸자꾸 권하고 싶은 순간, 차실의 계절

“일에 치여 조용한 여유가 필요할 때, 서로 대화하고 싶은 게 있을 때, 감정이 상했을 때조차도 차를 마셨다.

보글보글 물이 끓는 소리, 다기에서 나는 달그락 소리, 차를 찻잔에 따르는 쪼르륵 소리가 날이 선 말을 다듬어주고 과한 감정을 사그라뜨렸으며 웃음소리에 배경음이 되어주었다.”

보글보글, 달그락, 쪼르륵… 차의 시간이 소란함보다 조용함에 가까운 것은 이처럼 작고 사소한 소리를 듣게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온갖 소음에 내맡겨진 우리의 복잡다단하고 어지러운 날들에 잠시 틈을 만들어주는 일. 차를 따르며 잡념을 비워내고 오감을 깨우며, 마주 앉은 상대 혹은 자신의 마음을 살피고 채우는 일. 이처럼 차가 주는 지극한 시간을 모두가 쉽게 만끽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기를 만들어왔듯, 이 책도 그렇게 쓰였다. 차를 향한 깊은 마음과 차와 함께하는 나날이 책장 곳곳에 씨앗처럼 콕콕 박혀, 계절마다 펼쳐지는 찻자리의 풍경을 따라가는 동안 책을 읽는 우리에게서 싹을 틔워낸다. 어느 순간 책 곁에는 쪼르륵 소리를 담아내는 찻잔이 놓여 있을 것이고.

 

토림도예의 철학, 우리만의 리듬으로

2010년 폐가를 작업실 삼아 맨손으로 시작한 이래 3년, 또 3년, 3년씩을 버텨 10주년 개인전을 열고 변곡점을 거쳐 또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토림도예의 어제와 내일 속에서 그들이 오늘 사랑받는 이유를 엿볼 수 있다.

구름도 쉬어간다는 산골 한운리에서 조용히 작업하는 삶. 한가로울 것 같지만 바쁘고,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 같지만 매일이 다르다. 마치 토림도예가 만드는 도자기처럼. 이들은 같은 라인의 작품들을 오래도록 만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김유미 작가는 그것들이 단 하나도 같지 않다고 말한다. 토림도예가 지향하는 좋은 공예품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날마다 작은 실험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어제 만든 기물보다 지금 만드는 기물에 더 많은 인내와 고뇌를 담아낸다고. 변화가 빠른 세상에서 이들이 만들어가는 변화는 눈에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잠시 한눈팔다 돌아보면 저 멀리 성큼 가 있는 그런 달팽이”처럼 묵묵히 나아가며 변화를 만들어낸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판 것이 “누군가에게 소중한 물건이고, 시간이고, 추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늘 생각하면서, 작품에서 좋은 삶이 묻어나기를 바라며.

“철철이 달라지는 채소와 과일, 매일 다른 하늘과 바람, 새소리, 냄새까지. 이 모든 것들이 벅차게 다가온다. 그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 도자기에 담기 시작했다. 봄에는 청보리를, 여름에는 포도를 그렸고 때때로 마음에 들어온 새나 나무를 그렸다. 애정이 담긴 기물은 결과물도 기대 이상으로 만들어졌다. 쉬어가는 구름처럼 나의 기분과 마음에 오롯하게 집중하며 보내는 이 고요한 생활, 충만하다.”

 

 

✲ ðiː inspiration 작가노트 시리즈

오후의 소묘에서 선보이는 에세이 시리즈로 자기만의 일을 단단히 꾸려가며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들, 그들의 작업노트를 들여다본다. 첫 권인 티 블렌더 노트에 이어 도예가 노트를 펴냈으며, 플로리스트, 서점원 노트가 예정되어 있다.

 

 

차례

프롤로그: 도자기를 빚는 삶

 

1부 물레 앞에서

물레 같은 계절 / 작업의 시작 / 나의 길이 / 그릇의 크기 / 한곳에 오래 / 직업으로서의 도예가 / 즐거움 없이는 / 작품을 산다는 것 / 차를 담는 시간

| 작업노트 | 물레 차기 / 굽깎기 / 꾸미고 다듬기 / 초벌때기와 그림 그리기 / 시유 / 재벌 때기

 

2부 차실의 계절

한 해의 시작 / 씨앗 뿌리기 / 팽주 / 스무 해를 차곡차곡 / 여름날의 차실 / 여름나기 / 태풍이 지나가고 / 새소리와 함께 / 제철의 맛 / 사소한 취향 / 저마다의 온도 / 손님 / 마음에 물 주기 / 입추 / 9월의 밤나무 / 여전히 재미있어요

| 작업노트 | 바다 노을 / 빈티지 블루 / 찻잔 / 개완

 

3부 우리만의 리듬으로

구름이 쉬어가는 곳 / 3년, 3년, 3년 / 토림도예의 진짜 시작 / 예술품과 공산품 사이 / 달팽이처럼 / 적당히를 모르고 / 무거워질 때 / 밤의 차실에서 / 버려지는 것을 위한 아름다움 / 함께하는 일의 기쁨 / 정반합 / 다시 시작 / 향연 / 오래도록

| 작업노트 | 파도문 보름달 / 포도문 / 고양이 레오 / 꽈리 / 버들문 / 청보리

 

에필로그: ‘0’을 유지하는 삶

 

 

책 속에서

차는 그저 개인의 기호가 반영된 음료만은 아니다. 차를 마시는 일에 ‘다도茶道’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처럼 차를 마시며 도자기를 빚는 삶은 몸과 마음을 수련하며 덕을 쌓는 삶이기도 하다. 깎이고 다듬어지고 시련도 겪으며 단단해지는 과정 끝에 아름답고 쓸모 있는 무엇이 되는 삶. 여전히 어려운 여정이지만, 이 시간들 안에서 언젠간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좋은 그릇이 되리라는 믿음이 있다. 오늘도 어제와 같이 차를 마시고 도자기를 빚었다. (6쪽)

 

도자기를 만들어 그것을 파는, 그러니까 내 인생을 파는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판 것이 누군가에게 소중한 물건이고, 시간이고, 추억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생각에 도달하니 내 삶을 좀 더 다듬고 가꾸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도자기를 만드는 내가 좋은 삶을 살아야 그것을 사는 사람에게도 좋은 삶이 묻어나리라는 믿음이라 해도 좋겠다. (43쪽)

 

밤에 굽을 깎을 땐 물레의 모터 소리와 함께 굽 깎는 소리만 들려온다. 형태의 군더더기를 덜어내기 위한 작업이니만큼 여러모로 나를 덜어내는 작업이 되기도 한다. 과하게 흘러넘치는 생각이나 말들을 돌이키며 덜어낸다. 굽이 깎여 나가는 동안 모났던 나도 함께 깎여 나간다. (56쪽)

 

도자기는 만드는 이의 모든 손길을 기억한다. 집중을 놓아선 안 된다. (59쪽)

 

도자기를 만드는 일은 마치 사람의 일생 같다. 사람이 태어나 중심이 단단하게 잘 잡히고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모난 곳이 깎이다가 꼭 맞는 옷을 찾아 입고는 그제야 완성이 되는 삶. 불을 때고 나면 기물이 더 견고해지듯 고난을 겪고 나면 사람도 단단해진다. (65쪽)

 

차는 우려주는 사람이 존재하는데, 이를 ‘팽주’라고 한다. 한자로 烹主(삶을 팽, 주인 주)라고 쓴다. 손님이 가시고 나면 사용한 잔이나 다건을 삶아서 소독하는데 여기에서 유래한 단어다. 팽주는 상대방의 기호에 관심을 갖고 차가 알맞게 우려졌는지, 찻잔이 비진 않았는지, 자리가 불편하지 않은지를 신경 쓴다. 우리는 사람과 마시는 사람 사이에 무언가가 끊임없이 오간다. 차, 말, 마음, 몸짓…. (82-83쪽)

 

차를 마시는 것이 무엇이 좋으냐 묻는다면 오감을 깨우고 만족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곱디고운 다구를 보는 재미, 비 내리는 날 찻물을 따르는 소리나 물이 끓는 소리, 간직하고 싶을 정도로 황홀한 내음, 기분과 계절에 따라 고를 수 있는 다양한 맛의 세계, 따뜻한 찻잔의 감촉이나 까슬한 티매트의 감촉…. 오감을 만족시키는 요소들이 매 순간순간 존재한다. (91쪽)

 

시간이 느껴지는 아이템들은 세월의 무게감이 담겨 있다. 오래된 청바지,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유리 고블릿, 생명을 다한 카메라. (…) 우리가 만드는 빈티지 블루는 물 빠진 청바지 같다. 재밌는 건 처음 그 상태 그대로 색에는 변화가 없다. 몇 년이고 차를 마시면 찻물이야 들겠지만 외부의 색상은 비슷하다. 내가 좋아하는 시간이 담긴 색상을 처음부터 만날 수 있다니. 어쩐지 시간을 보너스로 얻은 느낌이다. (128-129쪽)

 

나와 비슷한 젊은 층에게 차 마시는 문화를 쉽게 느낄 수 있게 하고 싶다. 나이를 불문하고 집이나 회사에서 커피를 마시듯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차를 즐기게 하고 싶다. (149쪽)

 

다기는 볼 때도 즐거워야 하지만 쓰일 때 더욱 즐겁기를 바란다. 차의 맛과 향을 더 좋게 한다면 그것이 좋은 다기일 것이다. 기쁨까지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보아도 좋고 사용했을 때도 좋은 다기를 만드는 일은 참 쉽지 않다. 깔끔하게 정답이 있지 않은 분야는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야 하고 가끔은 취향을 설득해야 할 때가 있다. 왜 그리하였는지 확고한 마음이 없다면 어려운 일이다. (168쪽)

 

 

저자 소개

지은이 김유미

날마다 차를 마시고 향을 피우고 도자기를 빚는다. 구름도 쉬어가는 한운리의 자연과 계절 속에서 아이를 키우고 정원과 텃밭을 돌보며 삶을 다듬어가고 있다. 이 시간들 안에서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좋은 그릇이 되리라 작게 믿는다.

토림도예는 차 도구를 만드는 도자기 브랜드로 시간과 삶을 담는 다기를 지향하며, 2010년부터 토림 신정현 작가와 아림 김유미 작가가 함께 꾸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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