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 없는 외출

휘리 그림책

 

 

 

 

“단 하나의 확신도 가질 수 없는 세상에서 흔들리며 나아가는 이야기”

누구의 허락도 없이 홀로 떠나는 어린 마음의 여행

 

 

“익숙한 불안, 서투른 안도

나는 언제나 그 사이에 서 있다”

무언가에 이끌린 듯 환한 문 앞에 선 아이가 있다. 안온한 세계에서 미지의 세계로 한 발 내딛으려는 듯. 아이가 마주하는 세계는 작고 귀여운 동물들이 다정히 모여 사는 곳이면서 동시에, 갑자기 몰아치는 비바람처럼 나를 놀라게 하고 무력하게 만드는 곳이다. 책은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는 마음, 두렵지만 찬란한 초록빛 숲으로의 모험을 그려냈다. 글 없이 그림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아이의 하룻밤 꿈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크고 작은 시련들을 헤치며 성장해 나가는 삶의 여정과도 닮았다.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작가의 시적 목소리는 이야기를 단정하거나 한정하지 않으면서 독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더해갈 공간을 남겨놓고 있다. 《허락 없는 외출》은 말없이 한 장면 속에서, 또 페이지와 페이지 사이에서, 생동하는 빛깔과 터치를 통해 불안과 안도를 오가는 스스로의 마음과 각자의 경험들을 다시 들여다보게끔 만든다. 그 풍경 안에서 발견하는 것은 나의 불안 속에 이토록 다채로운 감정과 아름다운 여정이 공존하고 있었다는 사실과, 그것을 끌어안고 또 앞으로 한 발 내디딜 용기일 테다.

살아 있는 것의 힘과 빛을 그리는 작가 휘리의 그림책

생동하는 자연과 마음의 수집가이자 누구보다 아름다운 초록빛을 그려내는 작가 휘리는 매년 하나의 주제로 독립출판 그림책을 꾸준히 선보여 왔고, 그중 《허락 없는 외출》은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좀 더 단단한 만듦새로 독자들에게 다시 다가가기 위해 몇 장면을 새롭게 그려 바꾸거나 더하고 에필로그를 붙였다. 책 속 아이처럼 작가도 계속해서 성장한다. 기존 독자들에게 재출간본은 그 성장을 목격하고 함께하는 경험을, 새로운 독자들에게는 주목해야 할 아름다운 작가를 알게 된 기쁨을 선사할 것이다.

“대체로 어렵고 가끔 괜찮아지는 마음. 이런 내 마음은 어디서 온 걸까. 미완성인 지금의 나는 어떤 사건의 결과일까. 《허락 없는 외출》은 그렇게 시작됐다. 누가 시킨 것이 아니니 오롯이 내 마음을 따라가 볼 수 있었다. 우선 주인공이 문밖으로 나가는 장면을 그려놓고,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한 장씩 채워나갔다. 나의 시작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하면서.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작업을 진행할수록 내가 어디서 왔는지 더는 궁금하지 않았다. 다만 앞으로 이 마음을 가지고 어디로 향할 것인지 알고 싶어졌다. 일단 문밖으로 나온 주인공은 다시 돌아가지 않았으니까.”

-‘에필로그’ 중에서

편집자의 소개말

휘리 작가님의 그림을 한 장 한 장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고체 같던 마음이 물감처럼 풀어져 번져갑니다. 하룻밤 외출을 꿈꾸는 소녀와 구석구석 숨어 있는 희고 다정한 동물들은 물론,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는 숲마저 환상적이에요. 붓 터치는 자유롭고 역동적임에도 그림이 섬세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요. 마음을 촘촘히 들여다보고 좇아가는 작가의 태도가 묻어나서는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포근한 담요 바깥이 궁금해지는 마음, 놀이동산에서 함께 어울려 회전목마를 타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며 그 속에 섞이고 싶은 마음, 우산을 펴 드는 아이들을 보며 영문 모르고 불안해지는 마음, 제 몸만 한 공룡 인형을 힘껏 껴안는 마음, 지친 몸을 햇살 아래 누이는 마음. 그런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며 우리는 때로 책 속 아이가 되어 숲을 헤매기도 하고, 때로 가만히 지켜보는 엄마 혹은 양이나 토끼처럼 아이가 무사히 아침을 맞기를 바라며 그 여정을 응원하기도 합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만났을 때, 어릴 적 처음으로 혼자 버스를 타고 다른 동네로 갔던 일이 떠올랐어요. 두려움으로 가득했지만 창밖 풍경이 여느 때와 달리 느껴졌던 것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그 여정을 마친 뒤엔 분명 한 뼘 자라 있었겠지요. 어른이 된 지금은 어떨까요. 여전히 버스 안의 아이, 그러니까 누구의 허락도 없이 홀로 불안과 기대 속에서 문밖을 나선 어린 마음과 함께 있다고 느껴요.

이어지는 듯하지만 분할되어 있고, 별개의 장면들인 듯하지만 하나의 이야기처럼 보이는 그림들 속에서 퍼즐을 맞추듯 자신만의 조각들로 《허락 없는 외출》을 완성하는 기쁨 누릴 수 있다면 기쁘겠습니다. 또 책 속 아이가 시련을 맞으면서도 공룡 인형을 꼭 끌어안고 앞으로 나아가듯이, 우리는 이 이야기를 품에 안고서 조금씩 보드라운 용기를 내어 매일의 외출과 모험을 떠나볼 수 있을 거예요.

 

저자 소개 휘리

살아 있는 것의 힘, 그 빛깔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이름 휘리는 ‘아름다울 휘徽, 잉어 리鯉’로 어머니의 잉어 태몽에서 비롯됐다. 이름을 닮은 사람이 되고 싶다. 연못의 아름다운 잉어처럼 자신의 세계에서만큼은 자유로이 유영하는 존재가. 깊은 초록빛을 담은 그림 에세이 《위로의 정원, 숨》을 비롯해 독립출판물 《천천히 부는 바람》, 《잠을 위한 여정》, 《연필로 그리는 초록》, 《저녁》을 쓰고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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