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모르는 낙원

무루의 이로운 그림책 읽기

무루 에세이

 

발행일 2025년 5월 22일 | 무선 128*188 | 232쪽 | 315g | 값 18,000원

ISBN 979-11-91744-41-5 03810 | 분야 에세이

 

 

 

 

“낙원은 언제나 미래형 문장으로 쓰일 것이다”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이후 5년 만의 후속작

무루 작가가 펼쳐놓는 새로운 이야기의 지도

 

 

“벽을 넘어서면 언제나 하나의 풍경이 펼쳐진다”

그림책 안내자 무루 작가의 에세이. 전작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에서 그림책을 통해 세계의 가장자리를 살아가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했던 무루 작가가 더욱 깊어지고 넓어져 돌아왔다. 이상하고 낯선 조각을 품은 이야기들을 가득 데리고서. 무루가 사랑하는 이야기들은 우리를 때로 막다른 길과 벽 앞에 세워놓는다. 이 책 《우리가 모르는 낙원》은 그 막다른 길을 향한 여정이자, 마주한 벽 앞에서 아직 다 알지 못하는 세계의 틈을 발견하려는 애틋한 응시이며, 마침내 새로이 길을 발명해 내려는 시도다. 그 끝에 저마다 조금씩 이상한 조각을 품은 우리가 자신의 가장자리를 한 칸씩 넓혀가며 서로에게 다정한 얼굴이 되어주는 세계가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아직 쓰지 않은 이야기들이 우리를 구할 것이다”

그림책 속 이상하고 자유로운 세계를 함께 걸으며

우리가 바라는 낙원을 그려보는 시간

전작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에서 그림책 세계의 문을 내어주었던 무루 작가가 이번 책에서는 활짝 열린 문을 지나 더욱 웅숭깊은 세계로 우리를 데려간다. 이 책은 “반듯하게 닦인 길 너머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을 계속 만들고 읽는 것으로 감각될 수 있는 크기와 깊이가 있다고”(<길을 잃는 즐거움: 숲의 요괴>) 믿는 그림책들을 이정표 삼아 만든, 내일을 위한 지도다.

무루 작가는 이야기들이 숨겨둔 비밀스러운 조각들을 섬세하고 촘촘하게 건져 올려 우리에게 건네며, 그 이야기들로 하여금 “갇혀 있던 시야가 열리고, 목소리 없는 존재들의 목소리를 듣고, 우리는 결국 다 모른 채로 살아간다는 사실을 깨닫게”(<오해를 환대하는: 나의 오두막>) 한다. 마침내 “도시의 그림자가 틈을 벌리듯 문이 열리고 낯선 세계가 펼쳐”진 장소에서는(<이상한 것들의 낙원: 잃어버린 것>) 일 년에 한 번 바위산에서 솟아오르는 천연 코코아 한잔을 나눠 마시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모여드는 유별난 우정의 파티가 벌어지는가 하면(<즐거운 우정의 발명: 이상한 다과회>), 세상에서 인간의 형상으로 살아가는 동물들이 은밀한 공동체의 낙원에서 저마다 본모습으로 돌아가 자신의 본성대로 유유히 쉬기도 한다(<아직 세상에 없는: 정글맨션>).

무루 작가는 낙원이 먼 곳이 아니라 우리가 아직 쓰지 않는 이야기 속에 존재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삶의 틈과 균열 속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이들을 위한 지도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 이상하고 자유로운 이정표를 따라 자신만의 낙원을 꺼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세상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은 언제나 누군가의 상상 속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아직 쓰지 않은 이야기들이 우리를 구할 것이다. 낙원은 언제나 미래형 문장으로 쓰이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오해의 길을 거쳐 서로에게 닿을 수 있다”

고독한 우리가 서로에게 다정한 얼굴이 되어주는 일

무루의 가장 아름다운 글들은 ‘오해’에서 태어났다. 고독과 슬픔, 사랑과 실패, 우정과 자매애, 삶과 죽음을 천천히 통과하며 그가 이른 자리에는 언제나 이해가 아니라 오해가 있었다. 그저 존재하기에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 없는 외로움과 이해할 수 없는 슬픔, 어긋나는 사랑, 잃어버린 신비와 기쁨, 이별과 상실, 나를 나일 수 없게 하는 수많은 제약과 한계들. 그곳에선 “우리가 끝내 다 알지 못하는 진실이 있으리라는 사실”만이 담담히 모습을 드러낸다.

이야기와 삶이 데려다놓는 그 모든 모서리와 벽 앞에서 무루는 그 뒷면에 귀 기울인다. 작고 큰 실패와 비밀들이 저마다의 코트 안감에 새겨져 있으리라 믿으면서.(<코트 안감에 숨겨진 것: 아무개 씨의 수상한 저녁>) 그로써 “결국 오해하거나 오해받고야 말 모든 이들을 조금은 애틋하게 여기게 된다. 우리가 끝내 모르고 말 세상의 어떤 아름다운 일들도 상상하게 된다.” 우리는 남모르는 것들을 각자 품 안에 간직한 채 서로를 오해하며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그 ‘오해의 가능성’은 이해에 닿지 못한 자리에서조차 우리를 서로에게로 이르게 한다. 무루가 사랑하는 작가 에바 린드스트룀의 인물들이 “긴 외로움과 끝없는 오해 속에서 잠시 반짝이는 마주침의 순간을 경험하듯”(<다정한 구원: 돌아와, 라일라>), 우리 역시 이 책 안에서 그런 순간을 마주하고야 말 것이다.

 

“서로 멀리 떨어진 두 점 사이에 정성껏 선을 이어보려 할 때, 그렇게 이어진 선들로 넓게 그물을 짜보려 할 때, 세상의 다정함들이 힘을 낸다. 우리가 서로 다른 삶을 응원하며 우정을 나눌 수 있도록. 우리의 다름이 세계를 한쪽으로 기울지 않게 하리라 믿을 수 있도록.”

 

길 잃기를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사려 깊고 다정한 안내

이 책에는 폴란드의 주목받는 아티스트 요안나 카르포비치의 ‘아누비스Anubis’ 연작 그림 열 점이 실렸다. 고대 이집트에서 죽음의 신으로 불렸던 자칼 형상의 아누비스를 카르포비치는 평범한 사람의 모습으로 이 세계 곳곳에 머물도록 그려낸다. 카페에서, 서점에서, 숲에서, 골목에서. 이때 아누비스는 이 세계와 저 세계의 경계가 얇아지는 틈새로 그 경계를 넘는 자에게만 발견되는 신비로운 안내자다. 무루 작가는 좋은 이야기가 “얇은 장소를 정신의 차원에서 발생시킨다”고 믿는다. 이 책에서 그는 아누비스처럼, 기꺼이 길을 잃고자 하는 이들을 ‘얇은 장소’로 데려가는 다정한 안내자가 되어준다.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을 보여주고, 아직 다 모르는 세계가 있음을 알게 하며, 저마다의 진실을 찾을 수 있도록 우리를 사려 깊게 이끈다.

 

“읽고 쓰는 동안 우리가 함께 다다르고 싶은 장소들이 많았다. 모두 다른 풍경이었다. 그래서 알았다. 낙원이란 도착하는 장소가 아니라 도착하려고 길을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벽이 놓인 곳에서 더 나아가 보라고 어떤 이야기들이 내게 말해주었다. 등 미는 손길이 내내 다정했다.”

 

 

차례

프롤로그

 

1. 고독은 내가 나로 존재하는 방식

고독을 위한 레시피 <모두 가 버리고> | 다정한 구원 <돌아와 라일라>

 

2. 현실로 현실을 수선하기

새로 쓰는 슬픔 <까치밥나무 열매가 익을 때> | 슬픔 위로 사랑을 포개기 <여름의 잠수>

 

3. 실패하는 사랑

사랑의 빈틈 <여름이 오기 전에> | 정아우세의 법칙 <강낭콩>

 

4. 인생 내 맘 같지 않아서

거기에 사랑은 없다 <에밀, 집에 가자!> | 설거지가 인생이 아니라면 <인생은 지금> & <할머니의 저녁 식사>

 

5. 협주의 기쁨

즐거운 우정의 발명 <이상한 다과회> | 우주의 하모니 <우리는 공원에 간다>

 

6. 내일의 이야기

이상한 것들의 낙원 <잃어버린 것> | 아직 세상에 없는 <정글맨션>

 

7. 그 숲에 누가 살고 있을까

길을 잃는 즐거움 <숲의 요괴> | 오해를 환대하는 <나의 오두막> & <헤아릴 수 없는 것들>

 

8. 자매들의 실뜨기

함께 추는 춤 <여자아이이고 싶은 적 없었어> | 여성 창작자로 산다는 것 <내 안의 새는 원하는 곳으로 날아간다>

 

9. 비밀을 가지는 일

모든 것이 영원히 달라지는 여름 <그해 여름, 에스더 앤더슨> | 코트 안감에 숨겨진 것 <아무개 씨의 수상한 저녁>

 

10. 죽기를 결심하는 삶

실패한 두 선 사이에 <어느 늙은 산양 이야기> | 죽음의 문 너머에 <할머니의 팡도르>

 

그림책 목록 | 무루의 이로운 그림책 읽기

 

 

저자 소개 무루

어른들과 그림책을 읽고 문장을 쓴다. 어느 한구석 이상한 데가 있는 이야기, 끌리는 이유를 아직 다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 속에서 세계가 한 칸씩 더 넓어지리라는 기대가 있다.
에세이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를 썼고, 앤솔러지 《자기만의 방으로》에 참여했다. 《인생은 지금》, 《할머니의 팡도르》를 비롯해 《나의 오두막》 등 좋아하는 작가들의 그림책을 동료 번역가와 함께 옮기고 있다.

 

 

책 속에서

좋은 이야기들은 얇은 장소를 정신의 차원에서 발생시킨다. 이 세상을 하나의 완결된 질서로 파악하려는 인간의 관성을 흔들어놓는다. 세계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며 계속해서 변하고 열리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벽을 넘어서면 언제나 하나의 풍경이 펼쳐진다. 이전에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그곳이 누군가에게 낙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는 알게 한다. _프롤로그

 

우리는 삶의 모양이 제각기 다른 세계에 산다. 이해보다 오해가 가깝고 조화보다 반목이 쉬운 세상에서 서로 멀리 떨어진 두 점 사이에 정성껏 선을 이어보려 할 때, 그렇게 이어진 선들로 넓게 그물을 짜보려 할 때, 세상의 다정함들이 힘을 낸다. 우리가 서로 다른 삶을 응원하며 우정을 나눌 수 있도록. 우리의 다름이 세계를 한쪽으로 기울지 않게 하리라 믿을 수 있도록. _다정한 구원

 

헌사를 읽고 난 뒤 나는 내내 한 사람의 뒷모습을 떠올렸다. 어떤 슬픈 하루를 빈 종이 위에 새로 쓰는 여자였다. 많은 이야기가 지나간 시간을 구하기 위한 시도로 쓰인다. _새로 쓰는 슬픔

 

완전히 낯선 타인들이 모인 그 자리에서 우리는 종종 가장 가까운 이들과도 할 수 없는 내밀한 이야기를 나눴다. 유년의 상처, 오래 간직해 온 꿈, 삶에 대한 이상, 살아가는 이유 같은 것들이 예고도 없이 서로에게로 흘러들었다. 함께 책을 펼치면 생기는 이상하고도 신비로운 일이었다. _설거지가 인생이 아니라면

 

내가 원하는 삶의 형식이 이 세계에 아직 없다면 스스로 만들어볼 수밖에 없다. 오래전 직업란에 마땅히 쓸 단어를 찾지 못했을 때부터 내게 필요한 것은 발명가의 마음이었을지 모른다. 혼자서도 외롭지 않게 사는 법, 관습과 제도 밖에서 연결의 고리를 만드는 법. 이런 것을 내게 가르쳐줄 사람이 주위에는 없었으니까. 아마도 나 같은 이들이 세상에는 또 있을 것이다. _즐거운 우정의 발명

 

우연은 종종 우리를 현실의 경계 너머로 데려간다. 낯선 사랑을 마주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며 아직 발견되지 않은 아름다움을 목격하는 방식으로 뜻밖의 협주가 일어나는 기쁨이 그곳에 있다. 저마다의 진실들이 어깨를 부딪치며 흔들리고 깨어나리라는 기대, 서로의 얼굴에서 별의 흔적을 발견하리라는 기대가 그곳에 있다. _우주의 하모니

 

이 커다랗고 불확실한 세계에서 서로 다른 존재들이 함께 살아간다. 낙원의 경계는 넓어질 수도 좁아질 수도 있다. 어쩌면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에게는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하다. 경계를 해체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해 줄 낯선 이야기 말이다. 세상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은 언제나 누군가의 상상 속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아직 쓰지 않은 이야기들이 우리를 구할 것이다. 낙원은 언제나 미래형 문장으로 쓰일 것이다. _이상한 것들의 낙원

 

어떤 이야기는 우리가 한때 신비롭고 경이로운 것들에 매혹되었던 시절이 있었음을 상기시킨다. 그런 이야기들은 언제나 어떤 지도에도 누구의 기억에도 없는 곳에서 시작된다. 그곳으로 가는 유일한 방법은 길을 잃는 것이다. _길을 잃는 즐거움

 

그림책을 좋아하는 어른은 이야기가 언제나 하나의 초대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다. 모두를 환대하는 이야기의 세계에서 자기만의 오솔길을 발견하는 사람들이다. 모호하고 불확실한 것들 속에서 저마다의 진실을 찾을 수 있으리라 믿는 사람들이다. _오해를 환대하는

 

나는 보고 싶다. 오래오래 살아남아 웃고 있는 할머니들의 얼굴을. 좌절의 시기와 시시한 날들도 모두 견뎌 여든이 되어서도 쓰고, 아흔이 되어서도 그리는 주름진 손들을. 때로 넘어지고 물러서더라도 끝내 자신의 꿈과 함께 삶도 정성껏 돌보며 나이 들어간 여자들을. 다음 세대를 향해, 스스로를 해치거나 파멸하지 않고도 자기 자신과 잘 싸워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낸 선배들을 말이다. _여성 창작자로 산다는 것

 

한 사람의 내면에서 빛나는 많은 것들이 오직 홀로 깨어 있는 시간에 만들어진다. 그런 생각을 하면 어쩐지 위로가 된다. 매일 어딘가에서 저마다 자기만의 별을 만드는 이들이 있으리라 생각하면 조금 덜 외로우니까. 한 사람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코트 겉감이 아닌 안감에 숨겨져 있다고 생각하면 용기가 난다. 쌓이고 무르익을 틈도 없이 스스로를 세상에 드러내고 싶은 조바심을 조금은 물리칠 수 있다. 오래 응시하고 귀 기울여 듣고 고요히 채워나갈 힘이 생긴다. 결국 오해하거나 오해받고야 말 모든 이들을 조금은 애틋하게 여기게 된다. 우리가 끝내 모르고 말 세상의 어떤 아름다운 일들도 상상하게 된다. _코트 안감에 숨겨진 것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낸 뒤에도 내게는 더 살아가야 하는 시간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시간을 잘 살아볼 것이다. 내가 좋아할 수 있는 내 모습을 더 자주 꺼내보면서, 마주 보는 이들에게 더 다정한 얼굴이 되어주면서.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 모를 이의 뜻밖의 방문을 맞이하게 되었을 때 두려워하거나 아쉬워하지 않고 그저 앞치마를 훌훌 벗으며 이제는 시간이 되었으니 가보자고 씩씩하게 웃으며 말해볼 것이다. _죽음의 문 너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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