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는 마음
리브레리아Q 서점원 노트
정한샘 지음
발행일 2025년 7월 31일 | 양장본 130*195 | 232쪽 | 270g | 값 19,000원
작가노트 시리즈 | ISBN 979-11-91744-44-6 04810 (979-11-91744-02-6 세트) | 분야 에세이
작가들이 사랑하는 책방 ‘리브레리아Q’의 5년 이야기
★김지승·밤코·이주혜·장일호·한연희·한쪽가게 추천★
서점원Q의 성실한 읽기로 선보이는 꿋꿋한 큐레이션이 연결한 사람과 세계가 ‘우리’일 수 있게 된 시간. _김지승 작가·연구자
기쁨과 허무, 희망과 체념을 오가며 다정한 고집불통으로 책을 고르는 그를, 나는 멀리서도 믿고 기다리는 독자다. _김나경 한쪽가게 대표
서점원Q의 사려 깊고 뚝심 있는 큐레이션은 언제나 혼자서는 결코 닿지 못했을 책의 세계로 나를 이끌어, 끝내 읽는 사람이 되고 싶게 한다. _밤코 그림책 작가
여기선 어떤 책을 품어도 좋다. 세심하게 고르는 마음이 질문으로, 질문이 바깥을 향한 시선으로 이어져 주기에도 받기에도 꼭 맞는 선물이 되어줄 것이다. _이주혜 소설가·번역가
앞으로도 오래 그의 독서 목록에 기대고 싶다. 그의 독자로 사는 것은 나의 장래 희망이다. _장일호 《시사IN》 기자
책을 향한 애정과 타인을 향한 그리움이 뚝뚝 묻어난다. 배려로 무장한 책방 구석구석을 책 속에서 만나게 되는 경험. _한연희 시인
애서가들이 믿고 찾는 미지의 책 세계에서
고집 있게 고르고 용감하게 건네는 서점원Q의 다정한 기록
“매일 같은 정성으로 같은 고집으로 책을 고를 것이다.
이상한 사람들이 계속 찾아오는 한.”
노란 불빛이 부드럽게 퍼지는 곳, 가빴던 숨을 고르게 하는 곳, 세심한 큐레이션으로 놓인 책들이 매번 놀랍도록 새로운 세계로 우리를 이끄는 곳. 작가들이 사랑하는 책방 ‘리브레리아Q’의 서점원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평생 책을 읽고 사랑해온 저자는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멈춰 선 2020년 여름, 경기도 외곽의 작은 골목길에 질문과 큐레이션의 Q를 품은 가정식 책방 리브레리아Q를 열었다. 자신이 읽어온 책과 읽고 싶은 책들만 고르고 골라 채워 넣은 책방은 작가와 출판인들 사이에서 조용히 이름을 알리며, 어느새 ‘서점인들의 서점’이라 불릴 만큼 애서가들이 믿고 지지하는 공간이 되었다. 이 책은 그 여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서점원Q의 5년 기록이다.
서점원Q에게 책을 고르는 일은 저마다 이상한 우리들이 함께 숨 쉬며 살아가고 싶은 세계를 건네는 일이며, 서로의 마음을 향해 조심스럽게 손 내미는 일이다. 여기, 날마다 책과 사람을 용감하고 단단하게 연결해 온 서점원Q가 보내는 다정한 초대장을 건넨다. 아직 만나지 못한, 그러나 만나야 했을 미지의 세계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집이 되어주고 싶은, 가정식 책방
“책방이 지금의 내게는 도피처가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노동이 달려드는 공간이더라도
누군가에게는 피난처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낯선 타지에서 보냈던 10대 시절, 저자는 매일같이 한 책방 앞을 지나쳤다. 노란 불빛과 잔잔한 음악이 새어 나오고 뜨개질하는 여성이 앉아 있는 그 공간은 존재만으로도 불안하고 외롭던 마음을 안심시켜 주는 곳이었다. “책방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신기해서 단어 자체가 편안함과 조용함, 느긋함과 같은 말들을 머금고 있는 것만 같았다”라는 고백처럼, 누군가에게 고요한 안식처가 되길 바라며 저자는 오래전 노란 불빛의 그곳과 꼭 닮은 책방 ‘리브레리아Q’를 열었다.
하지만 책방을 시작하자마자 곧 깨닫게 된다. 그 고요함을 지키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노동을 기꺼이 해낸다. 책방을 찾는 이들에게 “함께 있는 온기는 느껴지되 철저히 혼자 누릴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하고자, 음악의 볼륨과 전등의 밝기를 손님의 위치에 따라 은밀히 조절한다. 또 어린아이를 돌보는 양육자들이 잠깐이라도 들를 수 있도록, 일주일에 두 번은 이른 아침 문을 연다. 그에게도 아이들을 돌보던 날들이, 비로소 혼자가 되었을 때 책을 읽으며 안도하던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책방이 더 이상 자신에게는 도피처도 안식처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는 바란다. 책으로 둘러싸인 이 공간이 누군가에게 피난처가 되어주기를. 아이와 함께 왔다가 돌아간 후, 어느 날은 혼자 찾아와 더 오래 머물다 가는 손님들을 보며 그는 헤아린다. 책방이 마음을 내려놓고 숨을 고를 수 있는 장소가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그는 오늘도 묵묵히 문을 연다. ‘누군가에게 집이 되어주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슬퍼도 허무해도 오늘은 대목
“책을 파는 일은 결국 다른 세계에서 오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책방으로 출근하는 것은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기로 작정하는 것이다.”
책방은 책이 주인공인 무대이자, 언제 관객이 올지 알 수 없는 고요한 대기실이다. 서점원은 무대 아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책들이 빛날 수 있도록 어둠을 담당하는 사람이다. 책을 파는 일은 단지 물건을 판매하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세계가 마주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그 일은 언제나 기다림으로 시작된다. 아무도 오지 않을지 모를 하루지만, 아주 특별한 누군가가 들어설 수도 있는 날. 서점원Q는 “책이 연결해 주는 마음”을 믿으며, 그 가능성을 위해 출근하고 책을 고르고 편지를 쓴다. 마침내 찾아온 손님이 “오늘 열어주셔서 감사해요. 꼭 와보고 싶었어요”라는 말을 건네는 순간, 서점원Q의 오늘은 대목이 된다.
이 책은 이처럼 책방이라는 공간과 서점원이라는 직업을 다룬 이야기임과 동시에, 자기 삶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구성해 나가고자 했던 한 사람의 내밀한 성장기이기도 하다. 서점원Q는 무대에서 빛을 받는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삶을 내려놓고, 두 아이를 돌보는 삶을 껴안으며, 가장 자기다울 수 있는 공간에서 혼자 일하며 더 많은 이들, 더 많은 세계와 넓게 연결되는 삶을 택했다. ‘고르는 마음’은 삶을 고르는 마음이기도 할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에게도 독자에게도 거듭 묻는다. 어떤 하루가 슬퍼도 어떤 하루가 허무해도 자신이 믿고 선택한 삶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바로 오늘을 대목으로 만드는 일이 아니겠느냐고.
서로의 밑줄을 살피며 연결되는 일,
비밀Q 편지와 서점원Q가 고른 책들
“책방 주인이라는 자리를 이용해 기획되고 의도된 운명과 음모를 봉투에 넣어 보낸다.
누군가는 봉투를 열고 답해 올 것이라 확신하면서.”
이 책에는 서점원Q의 내밀한 에세이와 더불어 ‘비밀Q’ 책 편지와 작업노트가 수록되어 있다. 비밀Q는 리브레리아Q에서 지난 4년 반 동안 매달 한 권의 책과 편지를 담아 보내온 구간 블라인드북 구독 서비스로, 수많은 편지 가운데 열두 통을 골라 실었다. 그 안에는 한 권의 책이 선택된 맥락과, 모두가 좋아할 책은 아닐지라도 누군가에게는 꼭 닿기를 바라는 애틋한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소설, 에세이, 사회과학서, 그림책, 그래픽 노블, 시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책들의 단단한 면면을 따라가다 보면, 세계의 구석구석을 은은히 비추는 노란 불빛이 하나둘 켜지는 듯하다. 작가, 출판인, 서점인들이 먼저 그의 목록을 신뢰하며 찾는 이유다.
책방 주인은 단지 책을 진열하는 사람이 아니다. 책은 다정한 매개가 되고, 책방은 은근하고 강력한 연대의 장소가 된다. 서점원이 건네는 책 한 권, 동봉한 편지 한 장, 포장지에 붙인 티백 하나에도 은밀하게 의도된 기획이 숨어 있다. 그가 보내는 봉투 하나하나에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운명이 담겨 있다. 책에 수록된 비밀Q 편지와 작업노트는 바로 그 봉투에 담은 기획과 의도를, 또 이 작은 책방이 어떻게 책과 사람과 세계를 잇고 있는지를 환하게 보여준다. 이 기획은 이제 멤버Q로 확장되어 이어지고 있다. 단순한 책 구독 서비스가 아니라 책방이 기획하는 프로그램을 지지하며 함께하는 모임이다.
서점원Q가 보여주는 ‘고르는 마음’은 결국,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연결될 것인가에 대한 선언일 것이다. 그 다정한 고집에 용기를 포개어 손을 맞잡고 싶어진다.
“2020년 8월 첫 비밀Q : 데이비드 리프, 《어머니의 죽음》
2024년 12월 마지막 비밀Q : 김승희, 《남자들은 모른다》
죽음으로 시작해 여성으로 끝난 여정. 긴말이 뭐가 필요할까. 내가 말하고 싶던 것들은 보낸 책들에 모두 담겨 있다.
–
오래된 책들을 보내며 행복했어요. 색이 바래고 잊힐 뻔한 책도 있었습니다만, 그 책들을 받아주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 제게 자부심이었어요.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중 단 몇 권이라도 문득 떠오르고, 새로운 질문이 되어주고, 길을 내어주고, 따뜻한 곁이 되어준다면 참 기쁠 것 같습니다. 같은 책을 읽는 마음이 위로가 되는 순간들이 있기를 바랍니다.”
_[작업노트] ‘비밀Q와 마지막 편지’에서
비밀Q 구독자 후기 중에서
어디서나 소진되고 있는 제게 리브레리아Q는 유일하게 충전할 수 있는 공간이자 제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게 해주는 책 처방소예요. 자주 못 가서 늘 그립고 애틋하고, 그만큼 힘이 되어드리고 싶기도 하고요. 올해도 한결같이 존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_박소* 님
비밀Q 덕분에 결코 만나지 못했을 귀한 책들을 많이도 만났습니다. 책과 함께 오는 장문의 편지를 읽는 것 또한 큰 기쁨이었어요. 매달 누군가가 나를 위해 한 권의 책을 고르고 편지와 엽서를 쓴다는 생각만으로도, 가끔은 그 한 달을 버틸 힘이 되었어요. 비밀Q를 통해 리브레리아Q와 인연을 맺고, 여태 보지 못한 넓고 깊은 세계를 보았습니다. _허서* 님
서점원 님이 추천해 주시는 책들이 제 삶을 작게나마 변화하게 만들어주더라고요. 여성으로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지고,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베스트셀러만 읽던 책 편식쟁이를 구원해 주신 서점원 님께 늘 감사한 마음이에요. _정미* 님
장거리 이동이 쉽지 않아서 리브레리아Q를 직접 찾아가지는 못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그곳에 있습니다. 책 동료라는 말이 참 따뜻해요. 각자의 고단함과 싸우는 일상이지만,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둥지를 꾸리고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아* 님
* ðiː inspiration 작가노트 시리즈
오후의 소묘에서 선보이는 에세이 시리즈로 자기만의 일을 단단히 꾸려가며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들, 그들의 작업노트를 들여다본다. 티 블렌더 노트와 도예가 노트에 이어 서점원 노트를 펴냈으며, 플로리스트, 식물 큐레이터가 예정되어 있다.
차례
프롤로그: 여긴 뭐 하는 곳인가요?
1부 집을 짓는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집이 되어주고 싶어서 / 작은 일렁임이 파도가 될 때까지
7월의 편지 <J. M. 배리 여성수영클럽> / 8월의 편지 <섬>
| 작업노트 | 고르는 마음
보이지 않는 곳에서 / 밤이 온다
9월의 편지 <나의 증조할머니> / 10월의 편지 <아무도 내게 꿈을 묻지 않았다>
| 작업노트 | 입고 리스트 · 판매 리스트
2부 책방의 슬픔과 기쁨
출근하기 싫은 날 / 책방은 위험해
11월의 편지 <빛 뒤에 선 아이> / 12월의 편지 <바람은 내게 춤추라 하네>
| 작업노트 | 어느 날들의 책방 일지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 오늘은 대목
1월의 편지 <달과 불> / 12월의 편지 <시간의 목소리>
| 작업노트 | 어느 작은 파티
3부 서로의 밑줄을 살피며
세상에 치실과 책이 없다면 / 책을 보내는 마음
3월의 편지 <열세 살 여공의 삶> / 4월의 편지 <시간 밖으로>
| 작업노트 | 비밀Q와 마지막 편지
기뻤어 기뻤어 기뻤어 / 압정 빼어내기
5월의 편지 <기후에 관한 새로운 시선> / 6월의 편지 <행복해서 행복한 사람들>
| 작업노트 | 멤버Q와 다정한 용기
에필로그: 새로 쓰는 7월의 편지
서점원Q가 고른 책들
추천사 전문
내게 1인 책방은 소외되고 격리된 세계를 환대하는 장소다. 첫 방문 때부터 리브레리아Q는 정확히 그런 장소로, 어떤 존재들의 중요한 기반으로 거기 있었다. 어느덧 5년. 서점원Q의 성실한 읽기로 선보이는 꿋꿋한 큐레이션이 연결한 사람과 세계가 ‘우리’일 수 있게 된 시간. 이 장소를 지킨 힘은 그의 기다림이었다는 것을, 기다림이야말로 곧 말 없는 세계를 향한 우직한 사랑이라는 것을 이제 우리는 안다. _김지승 작가·연구자
누구보다 책을 사랑해서 시작한 일. 그 사랑을 노동과 생계의 언어로 바꾸는 과정이 얼마나 고단한지 안다. 그럼에도 ‘잡채 한 접시’에 기운을 차려 다시 책방으로 향하는 마음을 가만히 헤아려본다. 기쁨과 허무, 희망과 체념을 오가며 다정한 고집불통으로 책을 고르는 그를, 나는 멀리서도 믿고 기다리는 독자다. 혼자 읽던 책을 같이 읽자 권하며 내미는 손을 기꺼이 힘껏 잡는다. _김나경 한쪽가게 대표
서점원Q의 사려 깊고 뚝심 있는 큐레이션은 언제나 혼자서는 결코 닿지 못했을 책의 세계로 나를 이끌어, 끝내 읽는 사람이 되고 싶게 한다. 그의 기록을 마주하는 동안 또 한번 그런 마음이 샘솟는다. 동네에 이 책방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책장을 덮고 나니 작고 노란 책방에 들러 그가 정성껏 골라둔 책을 펼쳐보고 싶다. 이건 노란 불빛이 만들어낸 마법의 힘이 아닐까. 주문은 큐큐큐큐큐! _밤코 그림책 작가
책 선물을 주저한다. 당신이 좋아할지 몰라서. 책 선물에 기뻐한다. 당신이 고른 책이라면 무조건 좋을 것을 알아서. 이 이상한 까탈스러움을 이해하는 독자라면 가정식 책방 리브레리아Q에 들러보면 좋겠다. 서점원Q가 까다롭게 고른 책들이 저마다 질문을 품고 당신을 맞을 것이다. 여기선 어떤 책을 품어도 좋다. 세심하게 고르는 마음이 질문으로, 질문이 바깥을 향한 시선으로 이어져 주기에도 받기에도 꼭 맞는 선물이 되어줄 것이다. _이주혜 소설가·번역가
동네책방 리브레리아Q 서점원 정한샘에게 읽기는 ‘잇기’이기도 하다.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기로 작정”하는 단단한 마음은 “책이 연결하는 마음”에 대한 믿음이다. 그의 서가에 그냥 있는 책은 단 한 권도 없다. 그 안에서 몰랐던 책을 마주칠 때마다 나는 자주 조바심을 내곤 했다. 그가 골라둔 책과 연결될 때마다 내게도 새로운 세계의 입구가 하나씩 열렸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오래 그의 독서 목록에 기대고 싶다. 그의 독자로 사는 것은 나의 장래 희망이다. _장일호 《시사IN》 기자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노란 불빛의 책방처럼, 채도가 낮고 부드러운 영혼이 그쪽에도 어룽어룽 번지고 있음을 대번에 알 수 있었다. 그 따스한 번짐이 좋아서 책방에 자주 놀러 간다. 한 장 한 장 넘기는 페이지마다 친구의 다정함이, 친구의 섬세함이 책방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에. 커다란 책을 소장하고픈 마음으로 그렇게 책방을 간다. 좋은 책들을 고르고 손수 편지를 쓰는 이의 마음의 냄새란 책의 냄새와 같고. 게다가 내향인임을 고백하는 친구의 책 속에는, 다른 내향인에게도 최적화된 편안함마저 녹아들어 있다. 역시나 물들어버리는 것이다. 한 사람이 머무는 공간에도, 한 사람이 담긴 그 글에도. 책을 향한 애정과 타인을 향한 그리움이 뚝뚝 묻어난다. 그렇기에 문장마다 Q며드는 이상하고 아름다운 경험을 하게 된다. 배려로 무장한 책방 구석구석을 책 속에서 만나게 되는 경험. 그리고 서점원Q로서의 내밀한 속내까지. 어쩌면 이 책을 읽은 당신도, 서점원Q의 초대에 응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될 것이다. 노란 불빛을 쫓아 당도한 그곳, 언제나 거기 서 있을 믿음직한 문을, 당신은 열어보게 될 것이고.
통통, 마음을 돌보는 소리. 이것은 책방의 마법 주문! 통통통! 책을 펼치면 운명처럼 마주하게 될 어떤 마음 앞에서 부디 용기 내 들여다보시길! _한연희 시인
저자 소개
지은이 정한샘
서점원Q. 책을 고르는 사람. 읽었거나 함께 읽고 싶은 책만 판다. 오랫동안 바이올린을 손에 잡았지만 그보다 더 오래, 그리고 절실하게 책을 붙들고 살았다. 딸과 함께 나눈 책 편지 《세상의 질문 앞에 우리는 마주 앉아》를 썼고, 그림책 《여전히 나는》과 《구름의 나날》 등을 옮겼다.
리브레리아Q는 질문과 큐레이션의 Q를 품은 가정식 책방으로, 차별과 혐오 없는 세상을 이야기하는 책들과 아름다운 문학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2020년 7월 31일 경기도 외곽의 작은 골목길에 문을 열었다.
책 속에서
책방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책방이었는지 뜨개방이었는지 개인 작업실이었는지 모를, 하지만 노란 불빛과 책이 가득했던 그 공간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누군가의 거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너무나 개인적인 공간이어서 쉽게 들어가지 못하는 곳. 하지만 한번 초대받아 들어간 후에는 그곳의 풍요로움에 스며들어 쉽게 헤어 나올 수 없는 곳. 좋은 음악이 흐르고, 세상이 내는 온갖 시끄러운 소리는 잠시 멈출 것만 같은 곳. 미지의 세계에서 나만의 공간이 되는 경험. 내가 책방을 한다면 모델은 그곳이어야만 했다. _프롤로그 (7쪽)
책방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신기해서 단어 자체가 편안함과 조용함, 느긋함과 같은 말들을 머금고 있는 것만 같았다. (…) 책방이 지금의 내게는 도피처가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노동이 달려드는 공간이더라도 누군가에게는 피난처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챙겨야 하는 것들과 시끄러운 일들이 가득한 공간을 피해 마음의 안식을 찾는 곳이 바로 이곳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_누군가에게 집이 되어주고 싶어서 (22~23쪽)
이 동굴 같은 곳에 한 번 오고, 두 번 오고, 열 번 오는 사람들은 얼마나 특별한가. 아침에 주문하면 밤에 받을 수 있는 곳을 마다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는 주문서 작성을 하는 이들은 또 얼마나 특별한가. 그렇게 책방을 이용하고 얻는 것이라곤 어디에도 쓸모없는 ‘단골’이라는 이름뿐인데 말이다. 쓰다 보니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 우리의 마음이 비슷한 지점에서 일렁였기에 책을 통한 질문과 연결이 반갑고 고마웠다. 작은 일렁임이 파도가 될 때까지 매일 같은 정성으로, 같은 고집으로 책을 고를 것이다. 이상한 사람들이 계속 찾아오는 한. _작은 일렁임이 파도가 될 때까지 (31~32쪽)
책을 골라 책방을 채우는 서점원의 일이 꼭 무대 아래의 일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검은 박스 안에 몸을 숨긴 프롬프터 같다는 생각도. 무대 아래에서 새어 나오는 음악이 있어야만 공연이 완성되지만, 빛은 무대 위 배우만을 비추고 있기에 관객은 그 존재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채 끝나버린 공연들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빛이 있는 곳에서 어둠을 담당한다는 점이 근사하게 느껴졌다. _보이지 않는 곳에서 (56쪽)
책을 파는 일은 결국 다른 세계에서 오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책방으로 출근하는 것은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기로 작정하는 것이다. _출근하기 싫은 날 (94쪽)
함께 있는 온기는 느껴지되 철저히 혼자 누릴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드리고 싶다.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지 않는 은밀한 움직임으로 스피커 쪽 서가로 가시면 볼륨을 약간 줄이고 어두운 쪽 서가로 가시면 전구의 밝기를 조절한다. 나는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며 과거의 나와 지금의 손님을 살핀다. (…) 끝나는 시간을 미리 보고 오셨다는 손님은 카드를 돌려받으며 “오늘 열어주셔서 감사해요. 꼭 와보고 싶었어요”라고 말한 후 책을 받아 들고 서둘러 나가신다. 그 말은 나의 오늘을 대목으로 만들어준다. _오늘은 대목 (135쪽)
다른 삶을 발견하는 것은 종종 나의 무지를 발견하게 되고, 빈약하고 초라한 앎의 깊이를 마주하게 되는 일로 이어지게 한다. 그래서 때론 부끄럽고, 때론 화가 난다. 어떤 때는 아무도 몰랐으면 싶은 나 자신의 모습을 대면하게도 한다. 그래도 발견하기 전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더 깊이 들어가서 연결되는 것들에 나를 맡겨보고 싶다.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은 그 연결에 초대할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_세상에 치실과 책이 없다면 (161쪽)
나는 여전히 두렵다. 뭐 이런 책을 보냈냐는 말을 들을까 봐, 재미있는 책을 보낼 줄 알았는데 피곤하게 만든다고 하는 이가 있을까 봐 두렵다. 그럼에도 책방이 보내는 리스트에 꼭 들어가야만 하는 책들이 있다고 믿는다. 책을 고른 마음을 꾹꾹 담아 편지를 쓴다. (…) 그래서 두려움이라는 선을 넘어 한 발짝 다가가는 일을 계속해서 시도한다. 책방 주인이라는 자리를 이용해 기획되고 의도된 운명과 음모를 봉투에 넣어 보낸다. 누군가는 봉투를 열고 답해 올 것이라 확신하면서._책을 보내는 마음 (167-168쪽)
보이지 않는 곳에 책방의 지속을 원하는 고정 멤버들이 있다면 어떨까. 만나지 못하더라도 책방을 응원하는 이들이 모여준다면. 그렇다면 하루하루의 매출에 책방의 존폐가 달리지는 않을 것이다. 매일 팔리는 책이 없다 해도 책방 문을 열 이유가 될 것이다. 책방을 지탱하는 건 책이 아니다. 이 공간을 지탱할 힘은 사람에게 있다. _[작업노트] 멤버Q와 다정한 용기 (211쪽)
오늘 책방에 단골손님이 방문하셨어요. 오랜 여행길에서 사 오신 책과 연필, 그리고 여러 개의 작고 예쁜 선물들을 전해주러 오신 거였어요. 그런데 책방에 들어서시면서 “아, 이 냄새. 그리웠어요” 하시는 거예요. 그 말이 저의 마음에 너무나 강하게 다가왔어요. 이곳이 누군가에게 있어 ‘돌아오는 곳’이 되었다는 것이, 그리운 공간이 되었다는 것이 좋았거든요. 제가 이곳에 계속해서 머물고 있고, 떠났다가 돌아오는 사람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요. 나의 절박함에서 시작된 책방이 누군가에게 위안을 주는 공간이 되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어요. 놀라운 경험이었죠. 저는 그저 매일 몸을 일으켜 책방으로 출근했을 뿐인데 말예요. _에필로그 (221-2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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