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사라지기 전에
박혜미 그림책
“한 줌의 빛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풍경과 더불어 세밀하게 그려내는 박혜미 작가가 한여름의 파랑을 담았다. 노란 보드를 안고 생명줄을 발목에 건 채 윤슬의 바다로 나아가는 서퍼, 그는 무언가를 기다리고 일어서고 미끄러지며 끊임없이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러다 어느 순간 파도에 올라타 한 줌 물결을 쥐고 버리며 빛 사이사이를 통과한다. 가슴 깊이 들어차는 자유로움과 환희, 그 고요한 역동이 펼쳐지는 찬란한 바다 위에서 우리도 서퍼가 되고 파랑이 되고 빛이 된다.
한여름 바다에서 펼쳐지는 찬란한 장면들
가로로 긴 판형의 책을 펼치는 순간, 활짝 열린 두 팔 사이로 빛이 반짝이는 푸른 바다가 뛰어든다. 그다음은 우리가 빠져들 차례. 겹겹이, 층층이 다르게 채색된 물감의 파랑이 깊이를 만들어내고 화면에서 점점 커져가는 하얀 포말은 감정을 고조시킨다. 파도타기의 클라이맥스는 언제일까. 큰 파도에 올라탄 순간일까. 이 책에서는 한 줌 물결을 쥐는 장면, 바다에 부서진 빛들 사이로 미끄러진 장면, 그리고 어깨를 나란히 한 이들이 파랑 속에 점점이 그려진 장면에서, 바다처럼 내내 넘실대던 감정이 한 줄기 빛처럼 오롯이 한 점을 향해 들어온다.
부서지는 빛과 파도, 그 사이를 통과하는 일
누구나 자기만의 파도를 타며 살아간다. 넘어지고 쓰러지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면서도 망망대해로 나아가는 마음은 무엇일까. 박혜미 작가는 그것을 ‘용기’라고 썼다. “한 줌 물결을 쥐는 당신의 용기를 빗대어 우리의 이야기로 그리고” 싶었다고.(에필로그) 햇빛이 지나간 자리마다 그가 그려 넣은 동그라미 하나하나, 빛에 다가가기 위해 바다로 향하는 우리 모두의 바람과 용기일 것이다.
책 속에서
빛이 사라지기 전에 / 빛 사이사이를 통과한다 / 한 줌의 빛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작가의 말 중에서
모래에 누워 부지런히 움직이던 당신이 바다로 떠났다. 쉼 없이 수평선에 도착해 몇 번이고 파도 위에서 넘어졌고, 그때마다 처음으로 돌아와 다시 바다로 향했다. 나는 비슷한 시간, 같은 자리에 앉아 매일을 반복하는 당신을 봤다. (…) 나는 한 줌 물결을 쥐는 당신의 용기를 빗대어 우리의 이야기로 그리고 싶었다. 햇빛을 고이 접어 집으로 돌아와, 반짝거리던 당신을 조금이라도 놓칠까 봐 서둘러 붓을 들어 그날의 바다를 종이에 새겨 넣었다. (…) 지금 당신의 손가락 끝에서, 햇볕 냄새가 나기를 소망하면서.
저자 소개
박혜미
마음이 기우는 것들을 사려 깊게 그려가고 있다. 고운 인상이 남은 것들로 작고 적은 무언가를 만들기도 한다. 이 책의 전신이 된 《동경》을 비롯해 독립출판물 《오후의 곡선》, 《사적인 계절》, 《나의 우울》을 쓰고 그렸다.
(그 밖에 그림책 《당연한 것들》에 그림을 그렸고, 소설가와 일러스트레이터의 단편소설인 《아무도 없는 숲》에 공저로 참여했다. 일러스트레이션 작가 그룹 ‘그래서’의 작품집 《무크 그래서》에 작품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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