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밤에

Une nuit à pas de velours

 

세실 엘마 로제 글, 파니 뒤카세 그림, 김지희 옮김

 

발행일 2023년 3월 30일 | 양장본 237*327 | 38쪽 | 530g | 값 18,000원

ISBN 979-11-91744-22-4 07650 | 분야 그림책, 예술

 

 

 

 

세상 모든 해방을 위한

꿈과 환상의 경이로운 밤

 

“그제야 나는 우리가 어떤 놀이를 하고 있는지 깨달았지.

바로 해방 작전이었어.”

 

 

이야기 속의 밤은 어느 낮보다도 환하고 반짝거린다.

파타무아를 따라나선 아이가 사뿐사뿐 누비는 밤의 세상은 아름다운 공감각적 심상으로 가득 차 있다. 열기구가 되어 날아오르는 음표들, 다르랑다르랑 코를 고는 나뭇잎들, 방울방울 흘러내리는 색색의 한숨들….

부루퉁한 얼굴로 뿌옇게 맞는 흑백의 아침 대신 간밤의 모험을 기억하며 설레는 알록달록한 아침이 되기를. ‘세상 모든’ 길 위에 저마다의 이야기로 가득한 그림자를 만들어가기를.
-‘옮긴이의 말’에서

 

 

낯선 고양이를 따라 잠든 세상을 가로지르는 한밤의 산책

꿈의 마법 같은 힘을 시적으로 펼쳐 보이는 “세상 모든…”의 가능성

한밤중 잠에서 깼을 때 열린 창문으로 들어온 낯선 고양이를 마주친다면? 우리의 주인공은 한 줌의 망설임 없이 고양이 중의 고양이 파타무아를 따라 깊은 밤 한가운데로 꿈같은 모험을 떠난다. 사뿐사뿐 지붕 위를 걷고 발코니를 건너다니며 창문 너머를 상상하고, 가로등 불빛으로 길에 수놓인 그림자를 세어보기도 하면서 강을 건너 공원을 지나 도시를 가로지른다. 그사이 물방울무늬 생쥐와 짙은 푸른빛의 커다란 개, 줄무늬 비둘기와 장화 신은 여우처럼 놀라운 친구들을 만나, 다 함께 미지의 목적지로 향하는데….

이 한밤의 산책은 한 장면 한 장면이 그 자체로 하나의 꿈처럼 펼쳐진다. 꿈은 “개연성 없는 여러 사건이 제 나름의 인과관계를 만들어내는 신비의 시공간”으로서 “어떤 예술작품보다 흥미롭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매체”(옮긴이의 말)이기도 하다. 소녀는 잠든 도시를 거닐며 새로운 풍경과 존재를 만날 때마다 상상한다. “세상 모든 길의 모든 그림자가 속삭이기 시작한다면”, “세상 모든 음악가가 세상 모든 음표를 동시에 연주한다면”, “세상 모든 곳을 잎 가득 달린 나무들이 뒤덮는다면”… 이 상상 하나하나가 한 편 시처럼 아름답다. 지구를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에 대한 성찰, 높고 넓은 시각으로 만나는 세상의 색다른 모습, 기억과 이야기에 대한 경이, 음악과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깊은 감정들. 시로 가득한 이 “세상 모든”의 꿈은 어디까지 뻗어갈 수 있을까?

 

“솜털 같은 밤의 고요를 뒤엎는” 놀라운 해방 작전

하지만 꿈의 한복판에서 세상 모든 꿈과 상상을 가로막는 거대하고 시커먼 벽을 만나고 만다. “빗장으로 재갈이 물려” 있는 철문과 “커다란 한숨이 방울방울 떨어져 내리는” 자물쇠를. 그 뒤로는 “달리거나 날고 싶은 간절한 열망”들이 수없이 많이 억눌려 있다. 소녀는 그제야 파타무아와 친구들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알아챈다. “바로 해방 작전”이다! 즐거운 놀이이면서 막중한 임무기도 한 이 작전은 도시 안에 어마어마한 폭풍우를 불러일으키고 거대한 무지개들을 흩뿌리게 한다.

글 작가 세실 엘마 로제는 “꿈이란 일상에 달콤함과 고요함 혹은 경이로움을 되살리고 한계를 뛰어넘어 자유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꿈같은 해방과 자유는 곧 세상을 향해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 시작됨을, 그는 이 시적이고도 환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꿈꾼다는 것은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일, 그로써 새로운 가능성의 장을 열어나가는 일임을. 이제 시커먼 철문을 넘어, 닫힌 창문을 열어, 한밤에 마주친 낯선 고양이를 따라 지붕 위를 기꺼이 따라나설 준비가 되었을지. “저마다의 파타무아”를 일깨운 것, 창문 너머 한밤의 산책이 우리에게 안겨준 선물이다.

 

《곰들의 정원》, 《레몬 타르트와 홍차와 별들》 파니 뒤카세의 환상적인 그림

이전까지 작은 판형에 촘촘하고도 섬세한 패턴이 가득했던 파니 뒤카세의 오밀조밀한 그림이 이번 책에서는 큰 판형에 전에 없던 스케일로 펼쳐진다. 소녀의 레몬빛 방에서 시작되는 장면은 한밤의 푸른 도시, 색색의 열기구, 하늘을 가르는 별똥별과 나뭇잎 불빛으로 가득한 공원을 지나 거대한 무지개를 흩뿌릴 동물원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네온 핑크의 풍선은 이 모든 페이지를 가로지른다. 이처럼 달의 레몬빛, 꿈의 네온 핑크, 한밤의 짙은 푸른빛으로 이루어진 세 주조색의 화려한 팔레트는 그 자체로 환상적이며, 점과 선과 물결로 구성된 패턴은 섬세함과 자유로움이 동시에 어우러져 현실과 판타지를 아름답게 결합시키고 있다.

그의 사랑스러운 캐릭터 묘사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늠름한 듯 귀여운 얼룩무늬 고양이 파타무아와 털이 보들보들한 고양이 파자마에 생쥐 신발을 신은 주인공 소녀, 물방울무늬 드레스를 입은 쥐, 색이 점점 변하는 크고 푸른 개, 커다란 줄무늬 비둘기, 카우보이 부츠를 신은 여우. 그리고 마침내 자유를 찾아 컹컹대고 울부짖고 지저귀는 세상 모든 동물들. 얼룩말 세로도 함께 있는 것만 같다.
한바탕 꿈을 꾼 것만 같은 뒤카세의 그림들. 하지만 정말 꿈이기만 한 걸까? 마지막 장면은 묻는다. 더불어 집집마다 그려진 창문 너머의 풍경이 소녀의 말과 함께 오래 마음에 남는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어쩐지 든든한 기분이 들었어”라고.

 

저역자 소개

글쓴이 세실 엘마 로제

프랑스 작가이자 배우. 무대와 지면을 오가며 이야기를 발명하고, 말하고, 쓰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 꿈을 사랑하며 목소리가 가진 힘을 믿는다. 쓴 책으로 《엄마가 잠옷 차림으로 나간 날Le jour où maman est sortie en pyjama》, 《강의 아이L’enfant fleuve》 등이 있고, 어린이 독자가 직접 참여해 선정하는 Prix des P’tits Loups를 수상했다.

 

그린이 파니 뒤카세

프랑스의 그림책 작가. 문학을 전공하고 세계 패션의 명문인 파리의상조합학교에서 디자인을 공부했다. 이때 다채로운 캐릭터를 만들며 그림에 이야기를 더하는 작업을 시작했고, 2014년에 펴낸 첫 책으로 프랑스의 청소년전문서점연합회인 마녀서점Librairies Sorcières이 제정한 Le Prix Premier album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언제나 꿈꾸듯 시적인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곰들의 정원》, 《레몬 타르트와 홍차와 별들》이 국내에 소개되었다.

 

옮긴이 김지희

서강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후 파리와 런던에서 공부했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문화·창조산업 석사과정을 마치고 외교부 문화외교국에 근무한 후, 현재는 미국에 거주하면서 마음에 울림을 주는 아름다운 그림책을 수집하고 있다. 장프랑수아 샤바가 쓰고 요안나 콘세이요가 그린 《꽃들의 말》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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