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이라 쓰지 않고] 가을과 농담 혹은 농담(濃淡)

2023-05-27T18:35:38+09:002020-10-4|

글 문이영   입추는 옛날에 지났고 백로가 닷새 전이었으므로 사실 여름은 오래전에 끝났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뉘엿뉘엿한 해를 보다가 맥없이 가버린 여름이 불현듯 아쉬워 쌀 한 컵에 보리 반 컵을 씻어서 불려 놓고 바깥으로 나왔다. 겪어본 중 손에 꼽게 맹숭맹숭한 여름이었다. 연일 퍼붓던 비가 그치고 뒤늦게 찾아온 무더위도 잠시, 쌀쌀한 새벽 공기에 자다 일어나 창을 닫았던 것이 이미 보름 전 일이다. 여름은 ...

[우울이라 쓰지 않고] 유월이 하는 일

2023-05-27T18:39:16+09:002020-05-30|

글 문이영   저녁을 먹고 공원을 산책했다. 안개 낀 유월 저녁이었다. 이곳 평야 지대는 빛이 사라지는 시간에 안개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늦은 밤부터 동트기 전까지 자욱하게 깔리지만, 해가 높이 뜨면 감쪽같이 사라지는 여기 안개에 익숙해진 지도 어느덧 사 년이 되었다. 잦은 비 소식 끝에 찾아온 맑은 날이어서일까, 밤이 깊어 적막할 줄 알았으나 꼭 그렇지는 않았다. 어둠과 안개 속에 모습을 감추고 있다가 산 ...

[우울이라 쓰지 않고] 공통의 기원

2023-05-27T18:39:54+09:002020-02-3|

글 문이영   고대인들은 햇빛에 치유 능력이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헬리오테라피Heliotherapy’는 고대에 시행되었던 광선치료를 일컫는 단어로, 그리스 태양의 신 헬리오스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2세기에 살았던 한 그리스 의사는 이렇게 썼다.   “무기력증에 시달리는 사람은 빛이 드는 곳에 눕히고 햇볕을 쬐도록 해야 한다. 어둠은 병의 원인이다.” (Lethargics are to be lai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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