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코의 코스묘스] 공감과 교감 사이에 어중간하게(1)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얘길 나누다가 오후의 소묘에 관해 설명해야 할 일이 있었어요. 어떤 책을 만들고 있는지, 지금까지 몇 권이 출간되었는지, 책이 어느 정도 팔리는지 등에 대한 간단한 얘기였어요. 친구가 책에, 특히나 그림책엔 별 관심이 없어서 자세하게 설명할 만한 건 없었어요. 그저 대화의 중간에 안부처럼 몇 마디가 오갔을 뿐이고 ‘올해는 에세이 책들도 내보려고 해.’라며 얘기를 마칠 참이었죠. 그런데 친구가 갑자기 ‘에세이’란 단어에 반응을 하더군요. “에세이? 그거 자기 자랑할라고 쓰는 거 아닌가?” 그러게요. 자 ...

[소소한 산-책] 서울, 작업책방 ‘ㅆ-ㅁ’

12월 25일. 대청소를 하고 신간 그림책 <눈의 시>를 역자 두 분과 디자이너께 부치고 나니 날이 어둑해졌어요. 집으로 곧장 들어오지 않고 망원으로 향했습니다. 좋아하는 디저트 가게에서 마카롱을 사고, 그날도 열었다는 작은 책방으로 발을 옮겼어요. 북적이는 시장통에서 골목 하나만 돌아 들어가면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로 바뀌어요. 작은 불빛을 따라가니, 소박한 크리스마스 장식이 먼저 인사를 건네는 작업책방 ‘ㅆ-ㅁ’(이하 씀)이 있었습니다.     “그녀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글을 쓰기 위한 적당한 분위기였다. 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