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산-책] 지혜의 서재
산책을 이어가는 일이 쉽지 않은 때이지만, 언택트untact에서 온택트ontact로 전환하듯 책방 산책도 조금 다르게 접근해볼 수 있겠죠. 올해로 12회를 맞은 ‘언리미티드 에디션’은 온라인페어로 진행되기도 했고요. 온라인 판매를 병행하는 독립서점도 늘고 있어요. 이달엔 시작부터 온라인서점으로 출발해 지금껏 이어오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서점 ‘지혜의서재’ 산책을 소개하려 해요. 레터의 오랜 구독자 분이시라면 이미 익숙한 이름일 거예요. 쓰기살롱 멤버로 레터에 글도 여러 번 실어 보냈고, 지난 연말엔 <할머니의 팡도르> ...
[우울이라 쓰지 않고] 가을과 농담 혹은 농담(濃淡)
글 문이영 입추는 옛날에 지났고 백로가 닷새 전이었으므로 사실 여름은 오래전에 끝났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뉘엿뉘엿한 해를 보다가 맥없이 가버린 여름이 불현듯 아쉬워 쌀 한 컵에 보리 반 컵을 씻어서 불려 놓고 바깥으로 나왔다. 겪어본 중 손에 꼽게 맹숭맹숭한 여름이었다. 연일 퍼붓던 비가 그치고 뒤늦게 찾아온 무더위도 잠시, 쌀쌀한 새벽 공기에 자다 일어나 창을 닫았던 것이 이미 보름 전 일이다. 여름은 떠났으나 들녘에는 축축한 여름 냄새가 남아 있다. 태양이 황도를 따라 멀어진 거리만큼, 서늘해진 땅 위에서 여름의 냄새가 천천 ...
[쓰기살롱 노트] 고양이라는 이름의 문
글 아련 시작 2019년 J와 나는 치앙마이에서 여름을 나기로 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은 게스트하우스 1층 로비였다. 눈을 뜨면 대충 짐을 챙겨 로비에 내려왔다. 우기의 치앙마이 날씨는 언제나 극단적이었다.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거나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뜨거운 햇빛이 작열하거나. 해가 넘어가기 전까지 로비 중앙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거나 영상을 보거나 글을 쓰거나 했다. 몇 주가 지나자 스태프들도 우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가끔 처음 온 게스트를 안내하고 밤에는 가장 늦게까지 남아 마지막 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