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는 마음: 리브레리아Q 서점원 노트

오후의 소묘 ‘작가노트 시리즈’ 중 한 권으로 예정되어 있는 <가정식 책방: 리브레리아Q 서점원 노트>의 레터 연재를 시작합니다. 리브레리아Q는 경기도 용인에 있는 큐레이션 책방입니다. 노란 불빛이 아름다운 이 서점에 대해서는 ‘소소한 산-책’ 코너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으니 궁금하신 분은 살펴주세요. [소소한 산-책: 용인, 리브레리아Q] 물론 이번 연재글을 통해 알아가셔도 좋을 거예요. “미지의 세계에서 나만의 공간이 되는 경험” 함께해요 :)

*2023년 5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연재를 마치고 <고르는 마음>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가정식 책방] 누군가에게 집이 되어주고 싶어서

글: 정한샘 집은 무엇일까. 집이란 공간은 어떤 의미일까.   나는 집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다. 지금껏 한 번도 경제적 논리의 ‘내 집’을 가져본 적 없으나 내가 머무는 모든 집을 ‘내 집’이라 생각하며 살았다. 얼마나 낡았든, 얼마나 작든, 얼마나 짧게 머물든 그곳은 나의 집이었다. 사는 동안은 마치 그곳에 평생이라도 머물 것처럼 가꾸고 돌보며 내 생활 패턴에 최적화시켜 놓았다. 여기를 보고 저기를 봐도 책을 읽고 무언가 적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 안에서 나는 안전하고 만족스러웠다. 하루 외출 ...

[가정식 책방] 작은 일렁임이 파도가 될 때까지

글: 정한샘 어릴 때는 책을 참 좋아했어요. 좋아해서 많이 읽었던 것 같은데, 모르겠어요. 언제부터 안 읽었는지. 고등학교 이후로는 읽은 책이 기억이 나지 않아요. 그런데 다시 읽고 싶어요.   처음 책을 사러 와 말하던 ㅅ의 눈빛이 기억난다. 저 말을 건네기 전 꼼꼼하게 서가를 둘러보던 모습에서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은 다시 책을 읽겠구나. 좋아하게 되겠구나. 그 세계로 다시 들어갈 책을 추천해 주고 싶었다. ㅅ의 일터와 나의 일터가 열 걸음도 되지 않게 바로 곁하고 있지만 마스크 아래 얼굴은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2020년 ...

[가정식 책방] 여긴 뭐하는 곳인가요?

글: 정한샘   1995년에 만난 그곳은 책방임이 틀림없었다. 루이스 버즈비가 <노란 불빛의 서점>을 펴내기 10년도 전이건만 그곳을 지금 표현해 보라면 딱 ‘노란 불빛의 서점’이다. 노란 불빛과 잔잔한 음악이 감도는 그곳에는 어깨에 숄을 두른 노년의 여성이 몸에 꼭 맞는 일인용 소파에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학교에 들어가는 골목은 좁고 길었다. 그 골목에 들어서면 잠시 후 우측에서 새어나올 그 노란빛을 상상하며 마음이 한 걸음 앞서 따뜻해지곤 했다. 등교할 때면 학교가 아니라 그 공간으로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