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묘는 아시다시피 ‘작은 고양이’고요. 오후의 소묘에서 고양이 실장을 맡고 있는 이치코의 글을 전합니다. 고양이 얘기만 합니다.
[이치코의 코스묘스] ② 막연한 기다림
벌써 5년도 더 지난 일이네요. 저는 한창 목공, 그러니까 가구 만드는 일에 빠져 있었어요. 퇴근시간이 늦은 밤이어서 공방에 자주 들를 수는 없었지만 시간이 날 때면 대체로 마포구 구수동에 있는 어느 목공방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공방에 낯선 고양이 한 마리가 찾아왔어요. 색깔이 독특한 녀석이었어요. 검은색이라기보단 짙은 회색에 가까운 털이 몸의 대부분을 덮고 있는 삼색 고양이였어요. 간간히 섞인 갈색 털마저 보통의 삼색이보다 훨씬 옅어 차라리 베이지색이라고 해도 될 만큼 흐릿했어요. 그렇게 물빠진 ...
[이치코의 코스묘스] ① 반짝이는 삶
어른의 삶이라고 특별한 건 아닐 거예요. 꼬맹이 아이나 천방지축 어린이, 질풍노도 청소년의 삶이 어른의 삶과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아요. 누구나 기쁠 때면 웃고 슬플 땐 울어요. 고민하고 방황하고 환희를 만끽하는 일들이 환경에 맞게 주어질 뿐인 거죠. 각자 겪어야 하는 삶의 모양새가 다르더라도 삶의 무게는 누구에게나 항상 최대치일 수밖에 없어요. Photo by Zoltan Tasi on Unsplash 그렇지만 어른의 삶을 규정짓는 고유한 특징이 하나 있어요. 아이들과 달리 어른에겐 다음 단계란 것이 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