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함을 듣는 일] 기대앉는 우리들

김¯ 혜영님 SNS 이름이 혜만사예요. 혜영이가 만난 사람들. 그걸 보고 저랑 비슷한 분일 거 같다고 생각했어요.   혜영¯ 예전부터 SNS에 특별하거나 잘난 모습을 전시하지 말아야지 생각했어요. 서로에 대한 박탈감을 느끼거나 심란한 마음이 생길 수 있잖아요. 그래서 그냥 오늘은 지하철을 탔다. 무엇을 먹었다 같은 소소한 내용을 보정 없이 올려보자 했어요. 단순히 사진 일기로써 어떤 내용을 기록할까 하다가 제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게 사람이었죠. 그래서 혜영이가 만난 사람들을 올려요. 오늘 우리도 같이 사진 찍어요. &nbs ...

[이치코의 코스묘스] 1, 2, 3, 4, 5, 6, 북적북적

<이치코의 코스묘스> 연재를 시작할 때 나름의 빅픽처가 있었어요. 먼저 봉산아랫집 식구들을 소개하고(시즌 1) 그다음엔 동네 길냥이들, 여행지에서 만난 아이들, 지인들의 고양이 등을 소개하면서 고양이와 인간과 자연과 사회에 관한 성찰(?)을 시도하다가(시즌 2) 어느 정도 됐다 싶으면 형식을 완전히 바꿔서(이를테면 고양이가 화자가 된다든가, 그림일기로 간다든가...) 일상의 작고 짙은 온기(!)를 전하는 콘텐츠(시즌 3)로 나가고 싶었어요. 하지만 시즌 2의 시동을 한참 걸던 와중에 갑자기 ‘소소한 산-책’의 연재를 맡게 ...

[소소한 산-책] 동네책방

글: 이치코   벌써 2년 가까이 매달 최소 한 군데 이상 동네책방/독립서점을 찾아다니고 있는데, 특정 책방이 아니라 서점에 관한 (개인적이고 사소한) 얘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마침 이번 달이 [월간소묘: 레터]의 연말정산 특집이 아니겠어요? 이때다 싶었어요. 지금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참, 서점에 관한 ‘옛날’이야기예요:) 대체 어느 옛날까지 가려고 그러나 하실 수도 있는데, 신체의 물리적 마모가 저와 비슷한 세대라면 그렇게까지 까마득한 시절은 아닐 거예요. 물론 누군가에겐 깜짝 놀랄 만큼의 과거일 ...

[소소한 산-책] 서울, 북스피리언스

글: 이치코   봉산아랫집(*이치코의 코스묘스 참고 - 긴 글 주의*)으로 이사 올 때 업체를 선택하느라 인터넷에서 후기와 상담 글을 열심히 검색한 적이 있었어요. 이사가 보통 일이 아닐뿐더러 책이 많은 편이라서 신경이 많이 쓰이더라고요. 그러던 중 어느 상담 문의 하나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집에 책이 많아서 고민이에요. 한 200권쯤 되는데요…” 잠시 눈을 의심했더랬어요. 2,000권을 잘못 쓴 건 아닐까? 200권은 여차하면 1년 만에 책장을 채울 양인데? 하지만 곧 현실을 깨달았죠. 정부에서 2년에 한 번씩 실시하 ...

[고양이 화가] 그려가는 와중에

  깊어가는 가을 속에서 여름을 떠올립니다. 나는 여름 내내 그림을 그렸어요. 더운 바람에 조금만 움직여도 털이 수북이 빠졌습니다. 며칠 밤 동안 꿀벌은 재채기를 심하게 하더니 미안하지만 여름에는 침대를 따로 써야겠어, 라며 천장에 해먹을 달았습니다. 며칠 전부터 새로 산 해먹 자랑을 하던데…. 나는 할 수 없이 꿀벌의 엉덩이를 보며 그날의 이야기를 나누어야 했어요. 밤바람이 시원해서 우리는 달게 잠들었습니다. 여름 내내 나는 바다에 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른 더위에 깨어난 여름의 첫날부터 찬바람이 불던 여름의 끝자락까지 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