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산-책] 서울, 북스피리언스
글: 이치코 봉산아랫집(*이치코의 코스묘스 참고 - 긴 글 주의*)으로 이사 올 때 업체를 선택하느라 인터넷에서 후기와 상담 글을 열심히 검색한 적이 있었어요. 이사가 보통 일이 아닐뿐더러 책이 많은 편이라서 신경이 많이 쓰이더라고요. 그러던 중 어느 상담 문의 하나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집에 책이 많아서 고민이에요. 한 200권쯤 되는데요…” 잠시 눈을 의심했더랬어요. 2,000권을 잘못 쓴 건 아닐까? 200권은 여차하면 1년 만에 책장을 채울 양인데? 하지만 곧 현실을 깨달았죠. 정부에서 2년에 한 번씩 실시하 ...
[고양이 화가] 그려가는 와중에
깊어가는 가을 속에서 여름을 떠올립니다. 나는 여름 내내 그림을 그렸어요. 더운 바람에 조금만 움직여도 털이 수북이 빠졌습니다. 며칠 밤 동안 꿀벌은 재채기를 심하게 하더니 미안하지만 여름에는 침대를 따로 써야겠어, 라며 천장에 해먹을 달았습니다. 며칠 전부터 새로 산 해먹 자랑을 하던데…. 나는 할 수 없이 꿀벌의 엉덩이를 보며 그날의 이야기를 나누어야 했어요. 밤바람이 시원해서 우리는 달게 잠들었습니다. 여름 내내 나는 바다에 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른 더위에 깨어난 여름의 첫날부터 찬바람이 불던 여름의 끝자락까지 나는 ...
[조용함을 듣는 일] 이 안에 사랑이 있구나
혜영¯ 집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잖아요. 어떤 분들은 결혼하고 아이 낳은 후에 친정 동네에 가면 편안하고 좋다는데 저는 오히려 슬퍼요. 슬픔이에요 항상. 폭력과 욕설, 나에게 퍼붓는 저주 가득한 말들이 떠올라서 피하고 도망가고 싶은 곳이에요. 어른이 되고 내 가정을 꾸리고 나면 예전에 일어난 일들이 이해가 가는 부분도 생기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거든요. 왜 우리 부모는 나에게 그랬을까. 그런 생각들을 했었어요. 내가 나를 느꼈을 때부터요. 그 불안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고 그림이 유일한 도피처였어요. 김 ...
[소소한 산-책] 제주, 라바북스
글: 이치코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걸까? 스스로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싸돌아다니는 걸 좋아했어요. 집에 붙어 있질 않았죠. 초등(국민?)학교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해가 떨어지고 밥때가 지나 집에 들어가기 일쑤였고 중고등학생이 되면서는 동네 친구들과 방학마다 텐트를 둘러메고 들로 산으로 바다로 놀러 다니곤 했어요. 물론 그걸 여행이라 부르긴 좀 애매하긴 해요. 그저 친구들과 노는 걸 좋아했던 거겠죠. 그러다 대학에 가서 여행이라고 불러도 될 만한 나들이를 경험하게 되었어요. 어떨 땐 계획된 것 ...
[고양이 화가] 지구에 그림 그리는 화가 일억 명 있다면
지구에 그림 그리는 화가가 일억 명 있다면 일억 개의 그리기 방법이 있을 거예요. 처음에 나는 아주 느린 방식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림이 완성되기까지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의 시간이 걸렸어요. 풀과 꽃 모양의 장식을 그렸습니다. 종이에 수채물감으로 식물의 전체적인 모양을 칠하고, 연필과 색연필로 식물의 잎맥과 질감을 한 겹씩 그려 넣었습니다. 그리다가 실수로 붓이 종이를 스치게 되면 처음부터 다시 그려야 했어요. 덧칠을 하면 맑게 칠해지는 물감의 맛이 사라져 버리거든요. 꽃잎 한 장에 붓 터치 한 번. 거의 다 완성된 그림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