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함을 듣는 일] 마음과 몸의 모양

혜영¯ 헤테로토피아가 뭐예요? 김¯ 대학교 교수님이 추천해주신 책에서 처음 접한 단어인데요. 나만의 다락방, 편안한 공간 같은 거예요. 현실 속의 유토피아라고 생각하면 쉬워요. 유토피아는 닿을 수 없는 곳이지만 헤테로토피아는 현실에 있죠. 어떤 공간이 아니라 순간일 수도 있어요. 혜영¯ 순간이라면… 저는 폭염을 엄청 좋아해요. 어릴 때 꿈이 인어였는데 제가 수영을 아예 못 했거든요. 인어의 몸짓이 너무 좋아서 처음에는 얕은 수영장에 가서 그걸 무작정 연습했어요. 그러다 보니 수영을 하게 되고 앞으로 나아 갈 수 있게 된 거예요. 지 ...

[소소한 산-책] 서울, 노말에이

글: 이치코   “모두 우산을 쓰고 횡단보도를 지나는 사람들 / 탑골공원 담장 기와도 흠씬 젖고 / 고가 차도에 매달린 신호등 위에 비둘기 한 마리 / 건너 빌딩의 웬디스 햄버거 간판을 읽고 있지 / 비는 내리고 …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뿐이냐 / 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 …”   이 노래 가사를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까요? 정태춘, 박은옥 두 선생님이 만들고 부른 <92년 장마, 종로에서>라는 곡이에요. 노래가 담긴, 노래와 똑같은 이름의 앨범은 1992년이 아니라 1993년에 출시가 되었어요. 92년이라니 ...

[대봉이의 일기] 새 식구

시즌 1의 실질적(?) 주인공 소봉이와 개 누나들이 떠나고 뉴페이스가 들어왔습니다. 연재로는 두 달의 휴식기를 가졌지만, 작품상의 공백은 몇 년이었어요. 그사이 이야기는 작가님의 전작 <우주식당에서 만나>에 잘 담겨 있습니다. 이제 새로운 봉봉 식구들 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   ◇ ◇ ◇       ...

[고양이 화가] 나의 전시회 / 어린 고양이 화가

  / 나의 전시회 나는 고양이 화가예요. 그림을 그리는 고양이 화가. 책상 위에 그림들이 쌓여갑니다. 나는 못 본 척 그것들을 구석에 밀어두었어요. 어쩔 수 없어요. 누군가 좋아해주길 기다릴 수 밖에 없어요. 꿀벌은 나가서 그림을 팔아보는 건 어떠냐고 조심스레 얘기했지만 그러면 그 시간 동안 그림을 그릴 수 없는걸요. 그림 그리지 않는 것과 파는 일은 전혀 다른 일이에요. 그림을 그리지 않는 건 힘을 채워넣는 일이지만 그림을 파는 건 또 힘을 내야 하는 일이거든요. 똑똑 누군가 작업실 문을 두드렸어요. 누구세요? 문을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