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살롱 노트] 결국 나도 말하고 싶어졌다

글 지혜(지혜의 서재)     흰 눈으로 덮인 벌판 위에 두 개의 의자가 마주 보고 있다. 의자 뒤로 보이는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채 서 있다. 어슴푸레한 하늘 때문에 더욱 한기가 느껴진다. 그곳에서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상상한다. 어둡고 추워 힘들지만 들어야 할, 해야 할 말들이 있기에 그 의자에 앉은 두 사람을. 책 표지를 보며 잠시 숨을 고르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한 여성의 목소리는 언제나 모든 여성을 위한 목소리가 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   <당신의 말을 내가 들었다>의 저자인 안미 ...

[쓰기살롱 노트] 파도 10퍼센트

글 이민정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산다. 해야 할 일들도 넘쳐난다. 몇 년 전 “사람들은 대부분 바쁜 척하고 산다며, 다만 어린아이를 키우며 일을 하는 사람들은 제외. 그들은 정말 바쁜 것이다”라는 글귀를 본 적이 있다. 그래, 나는 바쁜 척 아니고 정말 바쁜 사람이야. 그렇게 공신력 없는 그 글에서마저 위로를 받던 날들이 이어졌다.   아이를 키우면서, 책임이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체감한다. 성인이 될 때까지 24시간을 책임져야 한다. 인간은 성인이 되기까지 너무 오래 걸리는 동물이란 생각도 든다. 아이의 마음과 미래를 미루 ...

[소소한 산-책] 편지

글 이지나   몇 년 전 자주 다니던 골목의 한 공간에서 월간소묘의 ‘편지하는 마음展’이 열린다고 하기에 일찍부터 움직였어요. 역시나 좀 이른 시간 도착해서, 근처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평소 좋아하는 수필가인 마쓰우라 야타로의 신간이 나왔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름도 좋은 <일상의 악센트> !   첫 장을 펼치는데, 저는 그저 웃고 맙니다. 바로 이런 글이, ‘편지하는 마음’ 전시를 보러 가는 길에 보였기 때문이죠.   “편지란 머리가 아니라 마음을 움직여 쓰는 글이다. 기술이나 형식, 경험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