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리-뷰] 윤고은/김초엽/정세랑
글: 이치코 [월간소묘: 레터]에 4년 가까이 소소한 산-책을 연재하며 많은 동네책방과 도서관을 다녔습니다. 생활 근거지가 서울이다 보니 수도권에 자리한 책방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긴 하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지도상으로 넓게 각 지역의 책방을 다녀보려는 마음으로 책방을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전국 방방곡곡에 좋은 책방이 너무 많아서 꼭 가야지 마음먹고도 아직 발걸음을 하지 못한 곳들이 수두룩합니다. 광역자치단체를 기준으로 해보니 충북, 세종, 광주, 대구, 전북, 경남, 울산을 아직 못 가봤네요.(전라북도는 전주를 가긴 했 ...
[엄마의 책장으로부터] 별거 아닌 것들의 별것
글: 신유진 겨울에는 옛날 집을 생각한다. 겨울을 나는 일이 혹독한 주택이었는데, 그곳을 이야기할 때면 자꾸 따뜻한 것들만 말하게 된다. 식탁 위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던 음식, 등을 대고 누우면 기분이 좋았던 온돌바닥, 티브이 앞에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과일을 먹던 어른들, 두껍고 포근한 이불. 어디까지 사실인지 어디서부터 조작된 기억인지 헷갈린다. 나는 과거를 글로 옮기며 각색하니까. 각색의 방법은 간단하다. 있었던 일, 내가 중요하다고 여기거나 아름답거나 의미 있다고 믿는 한 단면만을 옮기는 것이다. 그 단면을 제외하면 ...
[이치코의 코스묘스] 마지막 겨울
어느 계절을 가장 좋아하시나요? 아무래도 봄을 손에 꼽는 분들이 제일 많으시려나요. 인간이 생명체로서 가진 본성을 고려하면 그게 맞을 것도 같습니다. 모든 생명체는 끝없이 탄생하고 성장하며 번성하기 위해 분투하는 존재니까요. 땅속에 잠들어 있던 씨앗들부터 새로 돋아나는 나뭇잎까지, 식물은 말할 것도 없고 따뜻한 햇살 아래 기지개를 켜고 활동을 시작하는 동물들까지 폭발하듯 뿜어내는 거대한 생명 에너지에 인간이 감응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 계절의 변화에 대한 의식의 자각과 판단 이전에 신체가 먼저 반응하는 걸 무슨 수로 막나요. 사계절 ...
[엄마의 책장으로부터] 첫눈 오던 날
글: 신유진 눈이 왔다. 이른 아침에 하얗게 눈 덮인 동네를 산책하다가 새끼를 낳은 개를 봤다. 빈집에서 어미 개가 새끼 강아지들을 품고 있었다. 유기견 센터에 신고는 하지 않았고(보호소에 데려다줬던 강아지가 안락사 대상이 된 이후로 절대 신고하지 않는다), 대신 어미 개가 누운 곳에 반려견이 먹던 사료를 놓아뒀다. 어미 개는 새끼들을 두고 혼자 나와 밥을 먹었고,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자리를 떴다. 한참을 걷다가 뒤돌아보니 그 개가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배웅인 듯했다. 오전에 엄마를 만나서 아침에 있었던 일을 ...
[소소한 산-책] 부산, 스테레오북스/비온후책방
글: 이치코 구독 중인 뉴스레터(마이 마인드풀 다이어리)의 글을 읽다가 신기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정부24에서 초중고 시절 생활기록부를 다시 볼 수 있다길래 다운 받아보았다.” 오잉! 정부24 사이트에서 저런 것까지 서비스한다고? 부랴부랴 잊었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찾아서 로그인해 보았습니다. 정말로 ‘유치원 및 초중등학교 학교(유치원) 생활기록부 증명’이라는 이름의 메뉴가 있더군요. 학교 이름을 바로 검색할 수 있길래 (학교 이름 검색하는 데 왜 개인 인증을 요구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졸업한 국민학교(!) 이름을 찾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