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식 책방] 누군가에게 집이 되어주고 싶어서

글: 정한샘 집은 무엇일까. 집이란 공간은 어떤 의미일까.   나는 집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다. 지금껏 한 번도 경제적 논리의 ‘내 집’을 가져본 적 없으나 내가 머무는 모든 집을 ‘내 집’이라 생각하며 살았다. 얼마나 낡았든, 얼마나 작든, 얼마나 짧게 머물든 그곳은 나의 집이었다. 사는 동안은 마치 그곳에 평생이라도 머물 것처럼 가꾸고 돌보며 내 생활 패턴에 최적화시켜 놓았다. 여기를 보고 저기를 봐도 책을 읽고 무언가 적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 안에서 나 ...

[월간소묘: 레터] 5월의 편지, 절기 좋아하세요?

      이달에는 오랜만에(무려 반년 만에!) ‘소소한 산-책’으로 돌아왔습니다. 특별한 곳을 다녀왔거든요. 군산… 좋아하세요? 저는 좋아합니다.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이었어요. 안 가본 곳도 많은데 간 델 또 가다니! 새로운 곳에 가는 걸 좋아하는 저로서는 이례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같은 도시라도 계절마다 다르게 느껴지니까요. 마음에 드는 곳이 생기면 계절마다 탐색하게 됩니다. 여름의 군산, 겨울의 군산, 그리고 봄의 군산까지. 이제 가을에만 가면 사계절 정복(?!)이군요. 그리고 군산을 좋아하 ...

[소소한 산-책] 군산, 마리서사

글: 이치코   어떤 도시는 그곳을 상징하는 계절이 있습니다. 강릉이나 속초라면 아무래도 여름이겠지요. 개인의 취향에 따라 겨울 바다가 더 좋을 수도 있고, 봄부터 가을까지 제각각 다른 매력들이 있을 테지만 그래도 동해 바다라면 왠지 여름에 가야 할 것 같은 느낌, 한편으론 기세라고 불러도 좋을 분위기가 있습니다. 러시아 중앙 지역의 대표적 도시인 이르쿠츠크는 시베리아의 파리라는 별명에 걸맞게 누가 뭐래도 겨울이 딱이죠. 툭하면 영하 20도를 넘나들고 한파라도 닥치면 영하 30~40도까지 곤두박질 ...

[엄마의 책장으로부터] “다 그리고 싶어” -사랑을 연습한 시간

글: 신유진   엄마는 화집을 모았다. 우리는 종종 책장을 채운 화집을 꺼내 보면서 가장 좋아하는 그림과 화가를 꼽아보곤 했다. 두 사람의 취향이 비슷했던 때도 있었고, 너무 달라서 서로를 이해할 수 없었던 시간도 있었다. 파리에서 살던 시절에 헌책방에서 화집을 발견하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엄마와 함께 봤던 그림을 다시 보는 반가움 또는 향수 때문이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엄마가 알려줬던 그림의 제목과 프랑스어 제목을 비교해 보는 일이 작은 즐거움이었다. 어쩌면 나의 언어는 엄마가 쥐여준 것과 ...

[가정식 책방] 4월의 책을 보내는 마음

글: 정한샘   “전라도에 페미까지 대박이네요… 저는 믿고 거르겠습니다.”   책방을 열고 한 해가 막 지났을 무렵 한 일간지의 인터뷰에 응한 적이 있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에서 착안한 코너였는데, 나만의 방을 꾸려나가는 여성 자영업자들을 만나는 기획이라고 했다. 기사는 인터뷰어가 책방을 보고 느낀 내용과 질문으로 이루어졌다. 주요 질문이 책방을 어떤 책으로 채웠냐는 것이었기에 나는 책방을 구성하는 서가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곳들을 소개하며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