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산-책] 군산, 마리서사
글: 이치코 어떤 도시는 그곳을 상징하는 계절이 있습니다. 강릉이나 속초라면 아무래도 여름이겠지요. 개인의 취향에 따라 겨울 바다가 더 좋을 수도 있고, 봄부터 가을까지 제각각 다른 매력들이 있을 테지만 그래도 동해 바다라면 왠지 여름에 가야 할 것 같은 느낌, 한편으론 기세라고 불러도 좋을 분위기가 있습니다. 러시아 중앙 지역의 대표적 도시인 이르쿠츠크는 시베리아의 파리라는 별명에 걸맞게 누가 뭐래도 겨울이 딱이죠. 툭하면 영하 20도를 넘나들고 한파라도 닥치면 영하 30~40도까지 곤두박질 ...
[엄마의 책장으로부터] “다 그리고 싶어” -사랑을 연습한 시간
글: 신유진 엄마는 화집을 모았다. 우리는 종종 책장을 채운 화집을 꺼내 보면서 가장 좋아하는 그림과 화가를 꼽아보곤 했다. 두 사람의 취향이 비슷했던 때도 있었고, 너무 달라서 서로를 이해할 수 없었던 시간도 있었다. 파리에서 살던 시절에 헌책방에서 화집을 발견하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엄마와 함께 봤던 그림을 다시 보는 반가움 또는 향수 때문이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엄마가 알려줬던 그림의 제목과 프랑스어 제목을 비교해 보는 일이 작은 즐거움이었다. 어쩌면 나의 언어는 엄마가 쥐여준 것과 ...
[월간소묘: 레터] 4월의 편지, 길고양이 돌봄 지침
봄은 분명 아름다운 계절이지만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겨울만큼이나 어려운 계절이기도 합니다. 발정기가 시작되고 영역 다툼이 격화되며, 아픈 아기 고양이들이 나타나는 시기거든요. 오랜만에 돌아온 ‘이치코의 코스묘스’에서는 ‘길고양이 돌봄 지침(가이드라인)’을 소개합니다. 오늘은 소묘가 2월에 신청해 두었던 구청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을 실행하는 날이에요. 담당자 분과 오밤중에 접선하여 돌보는 아이들을 포획하기로 했는데요. 올겨울이 따듯했던 터라 2월 ...
[이치코의 코스묘스] 길고양이 돌봄 지침(가이드라인)
벌써 시간이 조금 지났네요. 작년 12월 27일에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길고양이 돌봄 지침(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발표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해외 논문 및 지침(가이드라인)을 참고로 제작되었으며, ‘길고양이 복지개선 협의체’(동물보호단체, 길고양이 돌봄 활동가, 수의사, 법률 전문가, 지자체 등으로 구성)의 논의를 거쳐 국내 실정을 맞게 세부 내용을 조정했다고 되어 있습니다.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길고양이의 위태로운 현실을 개선하고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
[월간소묘: 레터] 3월의 편지, 사랑과 우정의 세리머니
3월의 첫 목요일에 있었던 <자기만의 방으로> 북토크가 끝난 밤, 서로를 찍은 사진과 영상이 가득 들어왔습니다. 너무 그 안에 있던 터라 미처 보지 못했던 너른 풍경 속 동료들, 여러 시선과 각도로 담긴 우리의 옆과 뒤와 앞, 그리고 목소리와 몸짓과 표정을 보며 좀 과하게 벅찼는데요. 사랑과 우정이 그렇게 선명히 보이는 것이라니! 아, 이것은 평소 애틋해하며 동경하는 여자배구의 장면들과 같았어요. 이번 ‘소소한 리-뷰’에서 이치코 실장은 사랑과 우정의 스포츠, 여자배구의 매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