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산-책] 서울, 조이책방 (조용한 이야기 책방 다방)

2023-09-12T17:02:10+09:002023-09-10|

글: 이치코   영화 <오펜하이머>가 CG 없이 핵폭발 장면을 재현했다는 얘기가 들리길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진짜 핵폭발을 일으킨 걸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라면.. 아니지, 아무리 놀란 감독이라고 해도 그럴 리는 없겠죠. 또 이런 말도 있었습니다. <오펜하이머>는 영화에 등장하는 과학자들 이름과 관계를 공부(?)하고 가야 재밌게 볼 수 있다, 핵폭탄 개발이나 양자역학에 관한 ...

[가정식 책방] 밤과 밤

2023-09-12T17:00:48+09:002023-09-9|

글: 정한샘   어렸을 때 엄마는 자주 밤을 삶았다. 이 작업은 주로 해가 진 후 방 안에서 이루어졌다. 삶은 밤의 두꺼운 겉껍질을 까는 건 나와 언니의 몫이었다. 푹 삶은 밤의 겉껍질은 두껍긴 해도 전혀 딱딱하지 않아, 갈라져 있는 뾰족한 끝을 잡고 엄마가 미리 내어둔 칼집 방향을 따라 아래로 죽 당기면 쉽게 벗겨졌다. 벗긴 밤을 엄마 앞에 놓인 나무 도마 위에 쌓아 놓으면 엄마는 작은 칼로 속껍질 ...

[가정식 책방] 기다리는 일

2023-10-10T17:04:59+09:002023-08-7|

글: 정한샘   출근하기 싫은 날이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삶이 아닌, 책이라는 물건을 파는 삶이 나를 온통 지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아침이 가끔 찾아온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곳으로 들어가 내 정신이 수용할 수 있는 양을 넘어선 책들을 상대하는 매일의 삶이 갑자기 버겁게 느껴지는 날. 그런 날이면 책방을 하겠다는 사람은 말리고 싶다던 수많은 책방 선배님들의 글과 말이 손에 손을 잡고 ...

[소소한 산-책] 순천의 책방들

2023-07-10T17:33:51+09:002023-07-9|

마감이란 무엇인가? 마감은 우주를 생성하는 에너지입니다. 또한 세계를 구성하는 입자이기도 합니다. 이 절대적 존재의 압박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마감생활자들에겐, 적어도 그렇습니다. 마감이 시작이고 마감이 끝입니다. 마감 없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직 마감만이 최종의 확정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 마감이 사라진다면 모든 예술 역시 사라질지 모릅니다. 마감생활자들은 마감 없는 일상의 홀가분함에 ...

[소소한 산-책] 고양, 이랑

2023-07-03T18:41:04+09:002023-06-11|

글: 이치코   마포구가 아주 ㅈㄹ.. 아니 엉망입니다.[*] 지난해 11월 마포구 관내에 있는 작은도서관에 스터디카페를 추가하려다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슬쩍 한발 물러선 일이 있었습니다. 논란이 일자 마포구는 작은도서관을 폐관하는 것이 아니라 기능을 재설계하는 것일 뿐이라며 해명했다지만, 글쎄요. 또한 도서관 예산의 30%를 삭감하라는 요구에 반발하며 이를 공론화(22년 11월)한 마포중앙도서관 ...

[가정식 책방] 여긴 뭐하는 곳인가요?

2023-07-03T19:34:51+09:002023-05-27|

글: 정한샘   1995년에 만난 그곳은 책방임이 틀림없었다. 루이스 버즈비가 <노란 불빛의 서점>을 펴내기 10년도 전이건만 그곳을 지금 표현해 보라면 딱 ‘노란 불빛의 서점’이다. 노란 불빛과 잔잔한 음악이 감도는 그곳에는 어깨에 숄을 두른 노년의 여성이 몸에 꼭 맞는 일인용 소파에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학교에 들어가는 골목은 좁고 길었다. 그 골목에 들어서면 잠시 후 우측에서 ...

[소소한 산-책] 서울, 부비프

2023-06-12T13:16:20+09:002023-04-9|

글: 이치코   도로공사 우승!   무조건 이 문장으로 글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소한 산-책’이 아니라 졸업 논문이어도 그랬을 거예요. 지난 4월 6일에 열렸던 챔피언결정전 5차전은 그만큼 극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배구를 안 보시는 분들을 위해 첫 문장을 풀어서 쓰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배구단이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흥국생명 ...

[소소한 산-책] 서울, 밤의서점

2023-06-12T13:16:46+09:002023-02-12|

글: 이치코   듀오링고를 시작했습니다. 연속 학습 일수가 24일이 되었고 사파이어 리그에 머물고 있으며 3위권 진입 횟수는 3번이고 지금까지 획득한 총 XP는 18,739점입니다.   영어 공부를 시작한 계기는, ‘I am a student’ 따위의 문장을 퀴즈로 풀고 있는 걸 공부라고 부를 수 있다면요, 요즘 한창 유행하는 ChatGPT라는 인공지능 챗봇 때문입니다. ChatGPT는 다른 ...

[소소한 산-책] 대전, 즐거운커피×한쪽가게

2022-12-13T14:19:29+09:002022-12-11|

글: 이치코   사람을 좋아하는 일과 싫어하는 일은 정반대의 사건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닮았습니다. 두 감정 모두 마음이 싹트게 된 원인을 명쾌하게 밝히기 힘들다는 점에서요.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이유는, 좋아하는 옷에 관해 표현할 때나 싫어하는 음식에 대해 설명할 때처럼 구체적이지는 못한 경우가 많아요. 그 사람은 그냥 생각만 해도 좋아. 쟤는 이상하게 싫어. 타인을 마음에 담고 거기에 감정의 테두리를 ...

[소소한 산-책] 서울, 구산동도서관마을

2022-12-13T14:17:48+09:002022-10-9|

글: 이치코   출판사에서 일한다고 하면 책을 얼마나 많이 읽느냐는 질문과 종종 만나게 되는데, ‘얼마나’를 가늠하기도 전에 많은 출판인이 손사래를 치며 이렇게 대답하곤 합니다. 아이고, 책 읽을 시간이 어딨어! 말은 그렇게 하지만 책을 만들고 파는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습니다. 아니, 많이 읽어야만 합니다. 책을 잘 만들기 위해 혹은 많이 팔기 위해 필요한 업무 능력의 밑바닥을 떠받치는 주춧돌이 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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