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이 사랑하는 일러스트레이터, 비올레타 로피즈의 세계

2021-02-28T20:40:23+09:002021-02-27|

비올레타 로피즈 작가들이 사랑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스페인의 작은 섬 이비자에서 태어났으며, 마드리드, 베를린, 리스본, 뉴욕, 서울, 쿠스코 등 다양한 도시에서 그림을 그린다. 국내 SI그림책학교 강사 중 한 명이다. 국제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 ILUSTRATE에서 2016 그랑프리를 수상한 《마음의 지도》를 비롯해 《섬 위의 주먹》, 《할머니의 팡도르》, 《노래하는 꼬리》, <뉴욕타임스> 201 ...

[마음의 지도] 가을과 농담 혹은 농담(濃淡)

2020-10-05T21:10:00+09:002020-10-4|

글 문이영   입추는 옛날에 지났고 백로가 닷새 전이었으므로 사실 여름은 오래전에 끝났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뉘엿뉘엿한 해를 보다가 맥없이 가버린 여름이 불현듯 아쉬워 쌀 한 컵에 보리 반 컵을 씻어서 불려 놓고 바깥으로 나왔다. 겪어본 중 손에 꼽게 맹숭맹숭한 여름이었다. 연일 퍼붓던 비가 그치고 뒤늦게 찾아온 무더위도 잠시, 쌀쌀한 새벽 공기에 자다 일어나 창을 닫았던 것이 이미 보름 전 일이다. ...

[마음의 지도] 어둠으로 올라가는 길

2020-09-07T21:15:24+09:002020-09-6|

글 문이영   해 질 무렵 삼청동에 갔다. 날이 좋아 걷다 보니 광화문에서 시작한 산책이 길어졌다. 산책을 좋아한다. 풍경의 변화 속에서 생각이야 제멋대로 흘러가게 내버려 두고 그저 몸을 움직여 나아가는 일을 즐긴다. 그것은 무언가로 깊이 빠져들면서 동시에 끊임없이 빠져나오는 일, 일어나는 생각을 알아차리고 또 그 생각에서 풀려나는 일이라는 점에서 명상과도 닮았다.   거리에 옅은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가파 ...

[마음의 지도] 노래하는 마음으로

2020-08-03T15:54:45+09:002020-08-2|

글 문이영   새벽 바다를 보러 갔다. 해 뜰 무렵의 바다를 보고 싶어서 겨우 눈곱만 떼고 서쪽으로 향했다. 차는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도심을 벗어났고 바다에 가까워질수록 검푸른 하늘 아래 벌판만이 광막했다. 불어오는 바람에서 달고 짠 맛이 났다. 오랜만에 느끼는 고요한 기분 속에서 생각보다 가까운 이곳을 자주 찾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그리운 마음 열두 달을 모아 일여 년 만에 보러 간 바다였다. 아직 ...

[마음의 지도] 화이트 노이즈

2020-07-06T15:12:04+09:002020-07-6|

글 문이영   오후 여섯 시,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섰다. 낮 동안 밀폐된 채 달구어진 집은 그야말로 찜통이다. 땀으로 불쾌해진 운동화를 아무렇게나 벗어던지고 거실 창문을 있는 대로 활짝 열었다. 더운 바람이 느리게 불어와 투명한 열기를 조금씩 흐트러뜨리는 시간. 여름이 또 하루만큼 저물고 있었다. 병원에서부터 걸어오느라 땀에 절은 옷을 벗고 속옷 차림으로 거실 바닥에 드러누웠다. 끈적한 등허리 밑으로 서 ...

[마음의 지도] 유월이 하는 일

2020-06-01T15:22:50+09:002020-05-30|

글 문이영   저녁을 먹고 공원을 산책했다. 안개 낀 유월 저녁이었다. 이곳 평야 지대는 빛이 사라지는 시간에 안개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늦은 밤부터 동트기 전까지 자욱하게 깔리지만, 해가 높이 뜨면 감쪽같이 사라지는 여기 안개에 익숙해진 지도 어느덧 사 년이 되었다. 잦은 비 소식 끝에 찾아온 맑은 날이어서일까, 밤이 깊어 적막할 줄 알았으나 꼭 그렇지는 않았다. 어둠과 안개 속에 모습을 감추고 ...

[마음의 지도] 나무로

2020-05-08T16:52:21+09:002020-05-3|

글 문이영   나무를 보며 계절을 센다. 나무만큼 계절의 변화를 여실히 드러내는 존재가 또 있을까. 마른 나뭇가지를 뚫고 연한 새순이 돋아나면 그것은 사월이다. 비와 햇빛을 번갈아 맞으며 기세 좋게 뻗어 나가는 진녹색 잎사귀는 칠월의 다른 이름이다. 그러다 찬바람 불어 그 많던 잎사귀들 죄 떨어지고 나면 나는 어느새 십일월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이다. 나보다 커다란 존재를 보고, 그가 내는 소리를 듣고, 그 ...

[마음의 지도] 그리움의 형상

2020-04-10T16:29:17+09:002020-04-5|

글 문이영   서울 북동쪽에 내가 아는 동네가 있다. 지도를 보면 낯설게 느껴지는 그곳은 눈을 감으면 외려 선명해진다. 비좁은 골목을 떠올리면 어깨를 한쪽으로 틀게 되고 가파른 내리막길을 생각하면 발끝에 힘이 들어간다. 사시사철 해가 들지 않는 모퉁이를 상상하면 방 안에서도 소름이 돋는 것 같다. 땡볕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정류장을 생각하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 싶다.   몸으로 익힌 장소라서 그렇다. 하도 ...

[마음의 지도] 질문이 자라나는 각도

2020-04-05T21:56:27+09:002020-02-29|

글 문이영   “안내 말씀드립니다. 전력 공급 방식 변경으로 객실 안 일부 전등이 소등되며, 냉난방 장치가 잠시 정지되오니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열차가 덜커덩거리며 일순간 속력을 줄였다. 불 꺼지는 소리와 함께 객실에 어둠이 깔렸다. 모두 잠자코 입을 다물었다. 천천히 열차 굴러가는 소리가 공기를 채웠다. 창을 통해 들어온 햇살이 핀조명처럼 사람들의 옆모습을 환하게 비추었다. 낯선 이의 한쪽 뺨에 내려앉 ...

[마음의 지도] 공통의 기원

2020-04-05T21:57:02+09:002020-02-3|

글 문이영   고대인들은 햇빛에 치유 능력이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헬리오테라피Heliotherapy’는 고대에 시행되었던 광선치료를 일컫는 단어로, 그리스 태양의 신 헬리오스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2세기에 살았던 한 그리스 의사는 이렇게 썼다.   “무기력증에 시달리는 사람은 빛이 드는 곳에 눕히고 햇볕을 쬐도록 해야 한다. 어둠은 병의 원인이다.” (Lethargics are to be lai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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