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소묘: 레터] 11월의 편지, 오늘의 주인공은 너
책방에서 한담을 나누던 오후 5시. 통창으로 햇볕이 쏟아졌다. 주택과 주택 사이에 지는 해가 걸릴 무렵, 이때만 책방에 잠시 쏟아지는 볕이 있었다. ... 한 소쿠리 끌어모아 와르르 쏟아부은 듯한 볕은 유달리 따뜻했다. 편히 내어둔 내 마음도 잘 데워졌다. _고수리, <선명한 사랑> 책 속 문장을 그대로 옮겨 온 듯 창으로 노란 볕이 쏟아지던 오후, 블라인드가 ...
책방에서 한담을 나누던 오후 5시. 통창으로 햇볕이 쏟아졌다. 주택과 주택 사이에 지는 해가 걸릴 무렵, 이때만 책방에 잠시 쏟아지는 볕이 있었다. ... 한 소쿠리 끌어모아 와르르 쏟아부은 듯한 볕은 유달리 따뜻했다. 편히 내어둔 내 마음도 잘 데워졌다. _고수리, <선명한 사랑> 책 속 문장을 그대로 옮겨 온 듯 창으로 노란 볕이 쏟아지던 오후, 블라인드가 ...
글: 이치코 구독 중인 뉴스레터(마이 마인드풀 다이어리)의 글을 읽다가 신기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정부24에서 초중고 시절 생활기록부를 다시 볼 수 있다길래 다운 받아보았다.” 오잉! 정부24 사이트에서 저런 것까지 서비스한다고? 부랴부랴 잊었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찾아서 로그인해 보았습니다. 정말로 ‘유치원 및 초중등학교 학교(유치원) 생활기록부 증명’이라는 이름의 메뉴가 있더군요. 학교 이름을 바로 ...
글: 정한샘 어릴 때는 책을 참 좋아했어요. 좋아해서 많이 읽었던 것 같은데, 모르겠어요. 언제부터 안 읽었는지. 고등학교 이후로는 읽은 책이 기억이 나지 않아요. 그런데 다시 읽고 싶어요. 처음 책을 사러 와 말하던 ㅅ의 눈빛이 기억난다. 저 말을 건네기 전 꼼꼼하게 서가를 둘러보던 모습에서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은 다시 책을 읽겠구나. 좋아하게 되겠구나. 그 세계로 다시 들어갈 책을 추천해 주고 ...
하쿠메이와 미코치, 신부 이야기, 어제 뭐 먹었어?, 요츠바랑!, 그리고 대망의 원피스, 기타 등등. 눈치채신 분들도 계시겠죠? 네, 제가 다음 권을 기다리는 만화책 목록입니다. 물론 여기 적은 것보다 더 많은 이름들이 있고, 에세이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다룬 에세이 <에세이즘>에서는 ‘목록 작성의 핵심은 기타 등등을 쓰지 않는 것’이라 했지만 저는 에세이가 아니라 편지를 쓰는 것이니까 ...
“이렇게 날이 무덥기 전의 일입니다만 나는 이번 여름에 고양이를 잃었습니다. 이제부터는 매일을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고양이와 시간을 보내세요. 병원에서 느닷없이 그런 조언을 받고 돌아와 보름도 되지 않아 겪은 일입니다. ” <채널예스> 100호 특집에 실린 황정은 선생님의 글*을 읽다가 이 문단에서 더 나가지 못하고 한참을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어떤 마음이었을까? 어떻게 견디고 계실까? ...
글: 정한샘 큰 명절이다.* 퍼지고 있는 바이러스로 인해 민족 대이동은 없을 것이다. 대부분 이미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영화가 나오는 화면을 틀어놓고 스마트폰에 눈을 고정한 채 무료한 연휴를 보내지 않으려나. 그렇다면 가만히 있을 수 없지. 명절 당일만 쉬고 명절 다음날에는 문을 열어야겠다. 요즘은 세배도 원격으로 하고, 세뱃돈도 온라인 송금으로 받는 시대가 아닌가. 그러니 넉넉해진 마음으로 책방 ...
아름다움이 없으면 삶은 쓸쓸해진다. _최승자 <물 위에 씌어진>, 은유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에서 재인용 타인의 아름다움에만 위안이 있다. 타인의 음악에만 타인의 시에만 타인들에게만 구원이 있다. _아담 자가예프스키 <타인만이 우리를 구원한다>, ‘조이책방’ 입간판에서 “아름다웠지만 아름다운 것 이상이었어. 그 사람이 나타나면, 아름다움이 그 사람과 같이 ...
글: 이치코 영화 <오펜하이머>가 CG 없이 핵폭발 장면을 재현했다는 얘기가 들리길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진짜 핵폭발을 일으킨 걸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라면.. 아니지, 아무리 놀란 감독이라고 해도 그럴 리는 없겠죠. 또 이런 말도 있었습니다. <오펜하이머>는 영화에 등장하는 과학자들 이름과 관계를 공부(?)하고 가야 재밌게 볼 수 있다, 핵폭탄 개발이나 양자역학에 관한 ...
글: 정한샘 어렸을 때 엄마는 자주 밤을 삶았다. 이 작업은 주로 해가 진 후 방 안에서 이루어졌다. 삶은 밤의 두꺼운 겉껍질을 까는 건 나와 언니의 몫이었다. 푹 삶은 밤의 겉껍질은 두껍긴 해도 전혀 딱딱하지 않아, 갈라져 있는 뾰족한 끝을 잡고 엄마가 미리 내어둔 칼집 방향을 따라 아래로 죽 당기면 쉽게 벗겨졌다. 벗긴 밤을 엄마 앞에 놓인 나무 도마 위에 쌓아 놓으면 엄마는 작은 칼로 속껍질 ...
나는 치코다. 봉산육묘 중 귀여움(!)을 담당하고 있는 고양이 치코, 그러니까 이것은 본인등판이다. 대봉이 형아가 책을 냈다고 해서 읽어봤다. 형아는 나랑 많이 닮았다. 사실 외모는 오즈가 더 닮긴 했지만 나는 형아랑 운명적으로다가 통하는 게 있는 것 같다. 그 뭐더라, 소울 메이트? 우리는 둘 다 집안의 기둥이다. 아니 집안 그 자체다. 여러 인간들이 봉산아랫집에 놀러, 실제로는 우리 육묘 얼굴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