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소묘: 레터] 9월의 편지 ‘어스름’
“우리 위에 펼쳐진 저물녘 별들의 그물. / 이것이 나를 집으로, 야생의 새들의 집으로 끌어간다. ... / 경험의 가장자리, 영혼의 경계 ...” -뮤리얼 루카이저, ‘ 아우터 뱅크스’ 중에서, <어둠의 속도> 해가 조금씩 짧아지더니 어둠이 빠르게 찾아옵니다. 이제 7시만 되어도 어슴푸레하지요. 24절기 중 9월의 추분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고 그날을 기점으로 밤이 더 길 ...
“우리 위에 펼쳐진 저물녘 별들의 그물. / 이것이 나를 집으로, 야생의 새들의 집으로 끌어간다. ... / 경험의 가장자리, 영혼의 경계 ...” -뮤리얼 루카이저, ‘ 아우터 뱅크스’ 중에서, <어둠의 속도> 해가 조금씩 짧아지더니 어둠이 빠르게 찾아옵니다. 이제 7시만 되어도 어슴푸레하지요. 24절기 중 9월의 추분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고 그날을 기점으로 밤이 더 길 ...
오래 준비한 비올레타 로피즈의 그림책 <노래하는 꼬리>를 선보이며 빨강에 대해 생각한 날들이에요. 로피즈가 사랑하는 팬톤 컬러 ‘warm red’가 쨍하게 인쇄된 그림을 보면서 왜 빨강일까, 묻고 답하고 또 물어요. 빨간색은 가시광선 중 파장이 가장 긴 빛의 색이죠. 파장波長. 물결의 길이. 그러니까 빨강은 멀리 가는 파도, 천천히 치는 파도. ‘노래하는 꼬리’마냥 지구 한 바퀴를 돌고 ...
A에게마지막으로 편지지를 산 날이 전생처럼 까마득할 무렵 편지 한 통이 도착했지요. 얇은 듯 도톰한, 속 것의 두께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봉투의 삼각 모양 문을 열자 반으로 몸을 접은 마음이 어서 펼쳐보라며 말을 거는 듯했습니다. 나로만 파고들던 마음을 ‘세상 끝에 있는 너에게’로 띄우는 일, 도착한 마음을 펼쳐내는 일, 모두 손끝에서 시작되네요. 이것을 작은 기적이라 할밖에요.7월에, 소묘 &nb ...
‘어느 틈에’ 유월이네요. 2020의 복판을 살고 있다니요. 시간의 틈, 공간의 틈, 사람들 틈, 기회의 틈, 마음의 틈… 온갖 틈바구니 속에서 일상은 겨를 없이 내달리고 이상과의 간극은 커지고 거리두기는 이어지고 어떤 균열은 메울 수 없을 것만 같기도 해요. 하지만 ‘성장은 언제나 균열과 틈에서 생겨난다’는 오월의 책(무루,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속 문장에 기대어 ...
[월간 소묘: 레터]는 소묘가 고른 커피와 책을 소개하고 함께 나누고 싶은 글, 그리고 출판사 오후의 소묘 소식을 전합니다. 오월의 편지는 ‘낭만’입니다. 오후의 소묘 작업실 위로는 주택들이 즐비해요. 오월이면 담장을 따라 장미가 흐드러집니다. 조금 더 올라가면 산이 있고요. 그곳엔 아까시나무가 가득이지요. 위로부터 바람이 불어올 때면 열린 창으로 장미와 아까시 꽃과 숲의 내음이 타고 ...
[월간 소묘] 시즌 2 레터는 소묘가 고른 커피와 책을 소개하고 함께 나누고 싶은 글, 그리고 출판사 오후의 소묘 소식을 전합니다. 4월의 편지는 ‘장소라는 몸’입니다. 지난달 진정 봄은 오는지 물었던 우문이 멋쩍게 꽃들이 제 몸을 한껏 피워냈어요. 불안과 환멸과 지리멸렬 속에서도 우리의 몸은 갖가지 색과 모양을 보고 냄새를 맡고 새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저마다의 장소에서 조금씩 펼 ...
[월간 소묘] 시즌 2 레터는 소묘가 고른 커피와 책을 소개하고 함께 나누고 싶은 글, 그리고 출판사 오후의 소묘 소식을 전합니다. 3월의 편지는 ‘질문의 자리’입니다. 지난달 ‘생기’를 띄웠지요. 3월이면 여기저기 생기가 움트고 우리는 안온하게 봄을 이야기하고 있을 거라고, 쉬이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 자리에 자라난 것은 질문들이네요. 진정 봄은 오는지, 안녕은 언제 가능할지, 신념 ...
[월간 소묘] 시즌 2 레터로 인사드립니다. 2018년 5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운영한 시즌 1은 커피와 책 정기구독 서비스로 달마다 2종의 커피와 한 권의 책을 직접 전해드렸는데요. 시즌 2는 메일을 통해 소묘가 고른 커피와 책을 소개하고 함께 나누고 싶은 글들, 그리고 출판사 오후의 소묘 소식을 전합니다. 첫 편지에 ‘생기’라는 이름을 붙여보았어요. 우리는 태양력을 쓰고 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