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소묘: 레터] 5월의 편지, 다정한 반복으로

2023-06-12T17:29:03+09:002023-06-1|

    “매일 무언가를 꾸준히 할 수 있으면 그건 멋진 일이 될 것만 같다.” _이소 <천변일기>   저는 불광천에서 제일 느리게 걷는 사람입니다.(이달 ‘이치코의 코스묘스’에서 이실장이 자기가 “불광천에서 제일 빨리 걷는 사람”이 되었다며 자랑을? 써놓았기에….) 매일 꾸준히 하는 일 중 하나는 출퇴근이고(주 7일…), 운 좋게도 집과 사무실 사이에 불광천이 있어 한여름이 되기 전까지는 천변 걷는 ...

[가정식 책방] 여긴 뭐하는 곳인가요?

2023-07-03T19:34:51+09:002023-05-27|

글: 정한샘   1995년에 만난 그곳은 책방임이 틀림없었다. 루이스 버즈비가 <노란 불빛의 서점>을 펴내기 10년도 전이건만 그곳을 지금 표현해 보라면 딱 ‘노란 불빛의 서점’이다. 노란 불빛과 잔잔한 음악이 감도는 그곳에는 어깨에 숄을 두른 노년의 여성이 몸에 꼭 맞는 일인용 소파에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학교에 들어가는 골목은 좁고 길었다. 그 골목에 들어서면 잠시 후 우측에서 ...

[이치코의 코스묘스] 다정한 반복

2023-05-11T17:53:00+09:002023-05-7|

모처럼 자랑거리가 생겼습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살아오면서 무슨 자랑거리가 있긴 했었나, 싶네요. 가만 보자.. 코로나 시대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뜻 맞는 동무들과 직장인 밴드를 했습니다. 참 열심히 했더랬어요. 두 종류 악기로 두 밴드를 오가며 합주실에 모여 연주를 하고 가끔은 다른 밴드들과 합동으로 장소를 빌려 공연도 하곤 했습니다. 늘그막(?)에 재미가 붙은 취미라 그런지 초창기에는 이 정도면 직업이라고 ...

[월간소묘: 레터] 4월의 편지, 꿈을 꾼다는 건

2023-05-11T18:15:30+09:002023-05-1|

    우리는 꿈의 재료로 이루어졌고, 우리의 작은 삶은 잠으로 둘러싸여 있다. _윌리엄 셰익스피어세계는 꿈이 되고, 꿈은 세계가 된다. _노발리스 (<밤을 가로질러>에서 재인용) 긴 하루의 끝에 말갛게 잠든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만큼 위안을 주는 것이 없다. 미동도 없이 곤히 잠들어 있던 아이가 갑자기 잠결에 킥킥하고 익살스럽게 웃는 순간, 마음 한가득 웃음이 번진다. 도대체 아이의 눈앞에 어 ...

[소소한 산-책] 서울, 부비프

2023-06-12T13:16:20+09:002023-04-9|

글: 이치코   도로공사 우승!   무조건 이 문장으로 글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소한 산-책’이 아니라 졸업 논문이어도 그랬을 거예요. 지난 4월 6일에 열렸던 챔피언결정전 5차전은 그만큼 극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배구를 안 보시는 분들을 위해 첫 문장을 풀어서 쓰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배구단이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흥국생명 ...

[월간소묘: 레터] 3월의 편지, 조용히 다가오는 것들

2023-04-10T16:11:30+09:002023-04-1|

    — 모두를 위해 밤을 준비했다 그늘을 준비했다 작은 소리들을 달아주었다   꼭 나는 조용한 것들에게 매료된다 내 귀로는 못 듣는 소리들 — 김복희, <스미기에 좋지>, ‘밤의 기계’ 중에서   마음에 스미는 것들과, 그것들에 스며드는 마음을 담아낸 김복희 시인의 시집 <스미기에 좋지>의 첫 시입니다. 시집의 표지는 회화 작가 김혜영의 그림으로 감싸여 있어요. 동이 터오는 듯 오렌지 ...

[이치코의 코스묘스] 고양이 책 #1 총, 균, 쇠

2023-03-14T16:34:58+09:002023-03-12|

[고양이 책]은 독서 기록입니다. 고양이에 관한 책일 필요는 없고 그저 고양이란 단어가 등장하기만 하면 됩니다. 독서 기록이지만 책 이야기가 될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고양이 이야기는 확실합니다. ─────────   <총, 균, 쇠>는 유명한 책입니다. 그 책 나도 알지, 집에 있는데, 라고 하실 분들이 제법 많으실 거예요. 하지만 난 다 읽었지, 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의 ...

[월간소묘: 레터] 2월의 편지, 차를 듣는 시간

2023-03-17T18:16:33+09:002023-03-11|

    “차는 사람의 마음에게 주는 음식이다. 밥보다 차를 더 즐기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마음이 발달한 사람이다.” _김소연 <마음사전>   언젠가(라고 하기엔 십수 년 전이군요…) 친구에게서 이 구절을 찍은 사진을 받았습니다. ‘네 생각이 나서’라는 말과 함께. 좋아하는 책이어서 더 반가웠던 기억이 어제 일처럼 선명하네요. 마음이 발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차를 즐기는 편인 것은 확실하고- 그러니 작가 ...

[소소한 산-책] 서울, 밤의서점

2023-06-12T13:16:46+09:002023-02-12|

글: 이치코   듀오링고를 시작했습니다. 연속 학습 일수가 24일이 되었고 사파이어 리그에 머물고 있으며 3위권 진입 횟수는 3번이고 지금까지 획득한 총 XP는 18,739점입니다.   영어 공부를 시작한 계기는, ‘I am a student’ 따위의 문장을 퀴즈로 풀고 있는 걸 공부라고 부를 수 있다면요, 요즘 한창 유행하는 ChatGPT라는 인공지능 챗봇 때문입니다. ChatGPT는 다른 ...

[월간소묘: 레터] 1월의 편지, ‘하얀 꽃들이 피어나’

2023-02-13T16:17:49+09:002023-02-9|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나는 흰빛에서 푸름을 발견했습니다. 그날, 흰색이 얼마나 많은 색을 품고 있는지, 이 세상 모든 색이 얼마나 많은 색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보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얼마나 기뻤는지를 기억합니다.” —파울 더모르, <하얀 방> 저자의 말   2023년 첫 편지를 씁니다. 한 해 잘 열어내셨을까요? 저는 폭풍 같던 12월을 떠나보내고 1월 첫날부터 편도염을 앓기 시작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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