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소묘: 레터] 4월의 편지, 꿈을 꾼다는 건

    우리는 꿈의 재료로 이루어졌고, 우리의 작은 삶은 잠으로 둘러싸여 있다. _윌리엄 셰익스피어세계는 꿈이 되고, 꿈은 세계가 된다. _노발리스 (<밤을 가로질러>에서 재인용) 긴 하루의 끝에 말갛게 잠든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만큼 위안을 주는 것이 없다. 미동도 없이 곤히 잠들어 있던 아이가 갑자기 잠결에 킥킥하고 익살스럽게 웃는 순간, 마음 한가득 웃음이 번진다. 도대체 아이의 눈앞에 어떤 신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그 꿈속을 들여다볼 수 없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

[소소한 산-책] 서울, 부비프

글: 이치코   도로공사 우승!   무조건 이 문장으로 글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소한 산-책’이 아니라 졸업 논문이어도 그랬을 거예요. 지난 4월 6일에 열렸던 챔피언결정전 5차전은 그만큼 극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배구를 안 보시는 분들을 위해 첫 문장을 풀어서 쓰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배구단이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배구단을 꺾고 우승했다.’ 시즌 초반 비실거렸던 경기들이 많았고, 중간에 외 ...

[월간소묘: 레터] 3월의 편지, 조용히 다가오는 것들

    — 모두를 위해 밤을 준비했다 그늘을 준비했다 작은 소리들을 달아주었다   꼭 나는 조용한 것들에게 매료된다 내 귀로는 못 듣는 소리들 — 김복희, <스미기에 좋지>, ‘밤의 기계’ 중에서   마음에 스미는 것들과, 그것들에 스며드는 마음을 담아낸 김복희 시인의 시집 <스미기에 좋지>의 첫 시입니다. 시집의 표지는 회화 작가 김혜영의 그림으로 감싸여 있어요. 동이 터오는 듯 오렌지빛 띠를 품은 흙빛 하늘, 멀리 푸른 바다, 자줏빛 터, 그곳에 지어진 단층의 집, 불 꺼 ...

[이치코의 코스묘스] 고양이 책 #1 총, 균, 쇠

[고양이 책]은 독서 기록입니다. 고양이에 관한 책일 필요는 없고 그저 고양이란 단어가 등장하기만 하면 됩니다. 독서 기록이지만 책 이야기가 될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고양이 이야기는 확실합니다. ─────────   <총, 균, 쇠>는 유명한 책입니다. 그 책 나도 알지, 집에 있는데, 라고 하실 분들이 제법 많으실 거예요. 하지만 난 다 읽었지, 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의외로 적을지 모릅니다. 1998년에 한국어 번역판이 나오고 2019년까지 50만 부가 팔렸 ...

[월간소묘: 레터] 2월의 편지, 차를 듣는 시간

    “차는 사람의 마음에게 주는 음식이다. 밥보다 차를 더 즐기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마음이 발달한 사람이다.” _김소연 <마음사전>   언젠가(라고 하기엔 십수 년 전이군요…) 친구에게서 이 구절을 찍은 사진을 받았습니다. ‘네 생각이 나서’라는 말과 함께. 좋아하는 책이어서 더 반가웠던 기억이 어제 일처럼 선명하네요. 마음이 발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차를 즐기는 편인 것은 확실하고- 그러니 작가노트 시리즈 1, 2권이 나란히 차 이야기를 담게 되었겠죠? :)   차가 왜 좋을까. 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