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살롱 노트] 그녀의 꿈
글 지혜 (지혜의서재) 아니 에르노의 <한 여자>, 이 책을 덮고 한참을 끌어안고 있었다. 나는 나의 어머니에 관해 떠오르는 것이 거의 없었다. 아니 에르노는 자신의 어머니가 언제 어디에서 태어났는지부터 그녀의 근원인 할머니와 유년 시절, 결혼 전과 후에 관한 이야기까지 이 책에 담았다. 나도 그녀를 따라 천천히 떠올려보았다. 나의 어머니의 역사를. 그런데 시작부터 막혔다. ‘엄마를 인터뷰해 ...
글 지혜 (지혜의서재) 아니 에르노의 <한 여자>, 이 책을 덮고 한참을 끌어안고 있었다. 나는 나의 어머니에 관해 떠오르는 것이 거의 없었다. 아니 에르노는 자신의 어머니가 언제 어디에서 태어났는지부터 그녀의 근원인 할머니와 유년 시절, 결혼 전과 후에 관한 이야기까지 이 책에 담았다. 나도 그녀를 따라 천천히 떠올려보았다. 나의 어머니의 역사를. 그런데 시작부터 막혔다. ‘엄마를 인터뷰해 ...
봉산아랫집의 오묘는 어떤 기준에 따라 각각의 고양이들이 닮은 꼴로 묶이기도 하고 전혀 다른 카테고리로 분류되기도 해요. 이를테면 삼삼이와 모카는 높은 장소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닮아 있어요. 이불 속을 좋아하기론 모카, 미노, 오즈가 서로 닮아 있고요. 그런가 하면 입이 짧아서 간식에 엄청나게 까탈스러운 삼삼이, 모카, 미노, 오즈의 그룹도 있어요. 이상하네요. 치코 이름이 없네요. 치코는 웬만한 기준으로는 나 ...
‘어느 틈에’ 유월이네요. 2020의 복판을 살고 있다니요. 시간의 틈, 공간의 틈, 사람들 틈, 기회의 틈, 마음의 틈… 온갖 틈바구니 속에서 일상은 겨를 없이 내달리고 이상과의 간극은 커지고 거리두기는 이어지고 어떤 균열은 메울 수 없을 것만 같기도 해요. 하지만 ‘성장은 언제나 균열과 틈에서 생겨난다’는 오월의 책(무루,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속 문장에 기대어 ...
마치 농담처럼 들렸던 앞집 아주머니의 말, 의정부에서 자동차 엔진룸에 몸을 싣고 서울 은평구 봉산 아래까지 뜻밖의 여행을 나온 고양이가 있다는 기막힌 말은 순식간에 저를 조급하게 만들었어요. 울음소리로 봤을 때 아깽이가 분명한 아이가 먼 길을 오는 동안 다행히 상처를 입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어미 없이 낯선 곳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너무 희박했으니까요. 게다가 슬금슬금 해가 떨어지려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초조한 ...
5월의 산-책 만화책 좋아하실까요? 누군가에게 책은 도피처일 수 있겠으나 제게는 책이 곧 현실이고 현실은 자주 도망가고 싶게 만드는 재주가 있죠. 그때마다 저는 만화책과 그림책을 펼쳐요. 네? 그것도 책 아니냐고요? 네... 그러니까 “현실로 현실을 수선하기”(로베르 브레송의 문장, 금정연 <담배와 영화>에서 재인용)와 다를 바 없겠지만... 아무려나 저는 책 한 권을 마감한 틈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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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문이영 저녁을 먹고 공원을 산책했다. 안개 낀 유월 저녁이었다. 이곳 평야 지대는 빛이 사라지는 시간에 안개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늦은 밤부터 동트기 전까지 자욱하게 깔리지만, 해가 높이 뜨면 감쪽같이 사라지는 여기 안개에 익숙해진 지도 어느덧 사 년이 되었다. 잦은 비 소식 끝에 찾아온 맑은 날이어서일까, 밤이 깊어 적막할 줄 알았으나 꼭 그렇지는 않았다. 어둠과 안개 속에 모습을 감추고 있다가 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