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소묘: 레터] 6월의 편지, 다시 태어나기를

2023-07-03T19:33:35+09:002023-07-3|

    저는 사람은 본래 흙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 말이 조금도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렇다면 흙의 마음이 우리의 마음속에 들어와 있는 것도 틀림없다고 봅니다. _김종철, <시적 인간과 생태적 인간>(나희덕, <문명의 바깥으로>에서 재인용>)   도시텃밭은 흙의 다정하고 위대한 만물 농사를 지켜볼 수 있는 귀중한 장소다. 이 소박하고 넉넉한 품에 안겨 흙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 ...

[월간소묘: 레터] 5월의 편지, 다정한 반복으로

2023-06-12T17:29:03+09:002023-06-1|

    “매일 무언가를 꾸준히 할 수 있으면 그건 멋진 일이 될 것만 같다.” _이소 <천변일기>   저는 불광천에서 제일 느리게 걷는 사람입니다.(이달 ‘이치코의 코스묘스’에서 이실장이 자기가 “불광천에서 제일 빨리 걷는 사람”이 되었다며 자랑을? 써놓았기에….) 매일 꾸준히 하는 일 중 하나는 출퇴근이고(주 7일…), 운 좋게도 집과 사무실 사이에 불광천이 있어 한여름이 되기 전까지는 천변 걷는 ...

[월간소묘: 레터] 4월의 편지, 꿈을 꾼다는 건

2023-05-11T18:15:30+09:002023-05-1|

    우리는 꿈의 재료로 이루어졌고, 우리의 작은 삶은 잠으로 둘러싸여 있다. _윌리엄 셰익스피어세계는 꿈이 되고, 꿈은 세계가 된다. _노발리스 (<밤을 가로질러>에서 재인용) 긴 하루의 끝에 말갛게 잠든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만큼 위안을 주는 것이 없다. 미동도 없이 곤히 잠들어 있던 아이가 갑자기 잠결에 킥킥하고 익살스럽게 웃는 순간, 마음 한가득 웃음이 번진다. 도대체 아이의 눈앞에 어 ...

[월간소묘: 레터] 3월의 편지, 조용히 다가오는 것들

2023-04-10T16:11:30+09:002023-04-1|

    — 모두를 위해 밤을 준비했다 그늘을 준비했다 작은 소리들을 달아주었다   꼭 나는 조용한 것들에게 매료된다 내 귀로는 못 듣는 소리들 — 김복희, <스미기에 좋지>, ‘밤의 기계’ 중에서   마음에 스미는 것들과, 그것들에 스며드는 마음을 담아낸 김복희 시인의 시집 <스미기에 좋지>의 첫 시입니다. 시집의 표지는 회화 작가 김혜영의 그림으로 감싸여 있어요. 동이 터오는 듯 오렌지 ...

[월간소묘: 레터] 2월의 편지, 차를 듣는 시간

2023-03-17T18:16:33+09:002023-03-11|

    “차는 사람의 마음에게 주는 음식이다. 밥보다 차를 더 즐기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마음이 발달한 사람이다.” _김소연 <마음사전>   언젠가(라고 하기엔 십수 년 전이군요…) 친구에게서 이 구절을 찍은 사진을 받았습니다. ‘네 생각이 나서’라는 말과 함께. 좋아하는 책이어서 더 반가웠던 기억이 어제 일처럼 선명하네요. 마음이 발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차를 즐기는 편인 것은 확실하고- 그러니 작가 ...

[월간소묘: 레터] 1월의 편지, ‘하얀 꽃들이 피어나’

2023-02-13T16:17:49+09:002023-02-9|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나는 흰빛에서 푸름을 발견했습니다. 그날, 흰색이 얼마나 많은 색을 품고 있는지, 이 세상 모든 색이 얼마나 많은 색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보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얼마나 기뻤는지를 기억합니다.” —파울 더모르, <하얀 방> 저자의 말   2023년 첫 편지를 씁니다. 한 해 잘 열어내셨을까요? 저는 폭풍 같던 12월을 떠나보내고 1월 첫날부터 편도염을 앓기 시작했어 ...

[월간소묘: 레터] 12월의 편지, 연말정산

2023-02-11T16:22:53+09:002023-01-7|

  삶은 다양한 사건들을 만들어내지만 우리가 그것을 해석하고 또 이해하려 애쓰고, 거기에 적절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경험으로 탈바꿈하니까요. —올가 토카르추크 <다정한 서술자>   어느새 해의 끄트머리에 와 있습니다. 이맘때만 되면 돌림노래처럼 중얼거리게 되죠. 시간이 언제 이렇게 갔지? 계속 황망한 기분으로만 있을 수는 없으니 마음을 추스르며 연말의 의식을 치릅니다 ...

[월간소묘: 레터] 11월의 편지, 작가의 발견

2023-01-10T18:08:07+09:002022-12-10|

  “나무를 보며 계절을 센다. 나무만큼 계절의 변화를 여실히 드러내는 존재가 또 있을까. 마른 나뭇가지를 뚫고 연한 새순이 돋아나면 그것은 사월이다. 비와 햇빛을 번갈아 맞으며 기세 좋게 뻗어나가는 진녹색 잎사귀는 칠월의 다른 이름이다. 그러다 찬바람 불어 그 많던 잎사귀들 죄 떨어지고 나면 나는 어느새 십일월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이다.” —문이영 <우울이라 쓰지 않고>   ...

『우울이라 쓰지 않고』 낭독 – 햇밤

2022-11-21T14:57:19+09:002022-11-21|

https://youtu.be/LwBnepYgYIY   <우울이라 쓰지 않고>의 문이영 작가가 직접 책을 낭독합니다.   ─ '햇밤' 중에서   [∙∙∙]   낮에 있었던 일이다. 장을 보러 갔는데 처음 보는 아저씨가 햇밤을 팔고 있었다. 한 바구니에 오천 원. 굵은 펜으로 눌러 쓴 글씨 뒤로 바구니 가득 담긴 밤을 보면서, 밤이 나오다니 정말 가을이구나 생각했다 ...

[월간소묘: 레터] 마음을 쓰고 계신가요?

2023-11-13T14:52:33+09:002022-11-13|

  “요즘 마음이 어때요?” 나도 글 쓰며 만난 사람들에게 묻는다. 이름, 일상, 기억, 취향. 그런 것들을 차근차근 물어보는 동안에도 내가 당장 궁금한 것은 지금, 이 순간 당신의 마음이다. 그렇지만 마음을 나누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니까. 나에게도 여러 마음을 감당할 시간이 필요하니까. 몇 번쯤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고 나서야 물어본다. 요즘 마음이 어때요? —고수리 <마음 쓰는 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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