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모야

 

 

세상의 모든 바다가 저에겐 오직 하나의 이름을 가지고 있어요. 강릉. 바다가 보고 싶을 때 마음이 먼저 그곳에 가 있지요. 강릉은 제게 바다의 대명사이기도 하고 여러 안부를 확인하는 곳이기도 해요. 정이 든 장소와 건물 구석구석마다 안부를 묻습니다. 그래서 ‘한낮의 바다’에 들러요.

 

이곳에만 가면 교토에 있는 느낌이 들어요. 인테리어에서 풍기는 느낌만은 아닌 것 같아요. 그건 아마도 책방 사장님으로부터 드는 느낌일 거예요. 이번이 네 번째 방문인데 그분과 대화를 나눈 기억은 없어요. 비니를 쓰고 계신 작은 얼굴의 아주 조용한 분. 그렇지만 이반의 꼬리(<노래하는 꼬리>)를 품고 계신 분 같아요. 그 꼬리를 잡으면 세상을 한 바퀴 돌 수 있을 것 같죠. 그녀의 안목을 따라 작은 여행을 시작해요.

 

독립서점을 들르면 독립출판물을 관심 깊게 봐요. 이곳에서 윤의진 <동쪽 수집>, 아이슬란드 풍경집 <오랜만입니다_>, 이다희 <봄의 공기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달다>를 만났어요. 이번에는 손호용 <플리 마켓>과 <3인의 채집자, 3인의 바다> (김하은, 진명근, 한승희 지음, 참깨)를 담았습니다.

 

책은 만듦새로 하나의 예술이라는 걸 아이와 함께 배워 가요. 오후의 소묘의 그림책이 그러하듯이 :) 아이가 고른 <플리 마켓>은 빈티지 제품을 그린 화집이에요. 표지는 펼치면 포스터가 되지요. 푸른색 종이에 실크스크린 느낌으로 그림이 담겨 있어요. 고수의 기운이 느껴져서 골랐다나요? 일곱 살 아이가 하는 말이랍니다.

제가 고른 <3인의 채집자, 3인의 바다>는 프로젝트 성격을 띤 강릉바다 채집기록이에요. 한 분은 하루 세 번 같은 시간 같은 위치에서 겨울의 송정해변을 카메라에 담았어요. 한 분은 Adobe Illustrator 프로그램으로 사진 속 바다의 색을 추출했고 다른 한 분은 글을 썼습니다. 이렇게 3인의 채집자가 기록한 3인의 바다 이야기죠.

 

“바다에 모양을, 음을, 리듬을, 성격을, 생명을 부여하는 것. 흔히 선으로 표현되지만 오래 자세히 관찰하면 무수한 점 또는 작은 면으로 이루어진 것. 밀려오고, 달려오고, 솟아오르고, 내리치고, 다시 일어나다가 종국엔 깨지고, 부서지고, 흩어지고, 스며드는 것.”(82쪽)

 

담백한 글을 따라 사진 속 바다를 눈 앞에서 확인하며 책 한 권을 읽었습니다. 이런 프로젝트를 더 많이 해주시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바다의 색을 선명하게 전하기 위해서 내지도 신경을 써서 고르신 것 같아요. 섬세한 배려가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다시 바다가 그리워질 때 조용히 다녀올래요. 어느 날 문득, 또.

 

﹅ 한낮의 바다 https://www.instagram.com/midday_sea/

 

 

* ‘소소한 산-책’ 코너에서 독자 투고를 받습니다. 제 걸음이 미처 닿지 못한 곳들의 이야기도 전하고 싶어요. 분량 제한은 없습니다. 짧아도 좋고요. 자유롭게 여러분의 산-책 이야기 들려주세요. 해당 메일(letter@sewmew.co.kr)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선정된 분께는 오후의 소묘에서 준비한 굿즈와 신간을 보내드립니다. 소중한 원고 기다리고 있을게요.

 

‘소소한 산-책’은 [월간소묘 : 레터]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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