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소묘입니다.

월간 소묘로 인사드린 지 어느덧 일 년이 되었어요.

첫 월간 소묘를 떠올리며 열두 번째 소식 전합니다.

 

 

아주 작은 세계

little by little

 

 

 

 

오월의 소묘는 ‘아주 작은 세계’입니다.

다정한 세계에서 안온히 지내다 갑자기 큰 세계로 내던져진 기분이 들 때,

어디론가 열심히 향해가는데 그 끝이 보이지도 않을 때,

책과 커피라는 작은 세계로 들어가요.

 

 

 

이달의 책

한수희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바지런히 달려온 우리들에게 잠시 쉬어가자고 손 내밉니다.

‘오래오래 좋아하기 위해’ ‘한 바퀴 더 달릴 수 있을 것 같을 때 멈추’라고 말이죠.

 

 

“잠은 충분히 자고, 욕심부리지 않고 하루에 중요한 일 두어 가지만 처리하며, 마감일은 스스로 이틀 정도 앞당겨둔다. 오늘 다 끝내고 내일은 노는 게 아니라, 오늘도 즐겁게 일하고 내일도 즐겁게 일하는 시스템을 만든다. …

쓸데없이 애쓰지 않는다. 내 한계를 받아들인다. 내 페이스를 유지한다. 뭐든 천천히, 꾸준히 해나간다. 한 번에 한 걸음씩 옮기면 어려운 것은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무리하지 않는 것이다.”

 

 

이 책은 어깨를 토닥여주지도, 그렇다고 뺨을 때리지도 않는데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써내려간 말들이 묘하게 위안이 되어요. 섣부른 냉소나 대책 없는 긍정이 아닌, 삶을 촘촘히 관찰하고 꾸려온 사람의 위트 섞인 다정의 말. 이런 게 ‘어른의 위안’일까요.

 

 

“세계는 너무나 크고 넓다. 우리는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고, 선택해야 하고, 또 그 선택의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게 인생의 가장 고달픈 점이다. …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울타리에 의지해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도. 그리고 울타리가 있기에 그걸 뛰어넘는 쾌감이 있다는 사실 역시.”

당신의 울타리는 무엇인가요?

 

 

 

이달의 커피

정원

Kenya, fruits, black cat, yellow ball, little forest

 

 

 

울타리 안의 정원에 대해 생각해요.

오후의 소묘 출판사의 첫 그림책 <섬 위의 주먹>에서는 루이 할아버지가 가꾼 놀라운 세계가 펼쳐지죠.

그곳엔 검은 고양이 디아볼라와 박새, 찌르레기, 나이팅게일이 살고 아티초크와 콩이 무럭무럭 자라나요. 루이 할아버지와 손자는 함께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그리고 서로에게 자신이 가진 작고 귀한 것을 선물해요.

이를테면, 노란 구슬 같은 것.

 

 

제게 노란 구슬을 건넨 이들을 생각해요.

이를테면, 손수 깎은 호미로 땅을 고르는 손. 고양이와 비둘기의 밥을 챙기는 손.

<섬 위의 주먹> 두 역자 중 한 분인 정원정 님은 호미를 만들고 정원을 가꾸고요. 다른 한 분 박서영 님은 식물들이 무성한 작은 집에서 작은 고양이 탄과 그보다 더 작은 비둘기들의 안녕을 챙겨요. 고양이와 비둘기가 마주하는 세계라니. 아주 작지만 저에게는 충분히 크나큰 세계.

 

 

‘오래오래 좋아하기 위해’ 울타리 안의 노란 구슬을 서로에게 굴려주며 더 큰 세계로 나아가는 여정.

한 템포 쉬어가도 좋을 거예요. 그리고 다시, 조금씩, 천천히.

오월의 소묘 ‘아주 작은 세계’에서 우리 만나요.

덧.

일 년 전 첫 월간 소묘에서 선보였던 블랙캣 탄을 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죠.

노란 구슬을 머금은 듯한 커피, 케냐 블렌딩과 싱글 다시 선보일게요.

 

 

책은 <섬 위의 주먹>으로 변경 가능합니다.

댓글이나 신청서에 기재해주세요.

신청 기간 : 5월 5일~6일 자정까지

 

 

 

 

 

sewmew.co.kr/2019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