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igger Splash, 1967 © David Hockney

 

 

파수

일찍이 나는 물의 파수꾼

운동화를 적시며 여름이 오고 있었다

우리들의 여름은 지킬 게 많았다

지킬 게 많다는 건 어길 게 많다는 것

계절은 지겹도록 오래될 텐데

우리들의 여름은 처음처럼 위험했다

아직 채워지지 않은 풀장에 다이빙하고 싶어

수박을 던지면 젖살 같은 과육이 흩어졌다

어기면서 지킬 것들을 만들어가는

우리들은 매번 덜 익은 계절

물에서도 지워지지 않는 화장법을 배우며

눈물을 다듬었다

경계할수록 너는 더 빠르게 흘러갔다

김영미 <맑고 높은 나의 이마> 중에서

 

 

 

여름의 책

/

김영미 시인 <맑고 높은 나의 이마>

 

여름에 듣는 추운 나라의 음악처럼서늘함을 품은 여름의 시들


김영미 시집의 전체를 관통하는 계절은 여름이다. 그러나 그 여름은 일반적인 연상대로 뜨겁게 불타오르기만 하는 여름은 아니다. 실제 여름이 무성한 초록과 장마와 불볕더위와 태풍을 견디며 다변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처럼 시집 속 여름도 다양한 얼굴로 나타난다. 그 여름은, 뜨거움 뒤에 지는 것들을 예감하는 계절이기도 하고, 얼음과 빙산으로 대변되는 무언가가 무너져 내리는 계절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막대 아이스크림을 빨며 외인묘지 길을 걷는(「합정」) 풍광, 한여름이 새해인 나라를 생각하며 폭염 속에서 보내는 연하장(「연하」), 한여름에 아이스링크장에서 트랙을 돌며 상처를 딛고 성장하는 이미지(「한여름의 아이스링크」) 등등 시집에 나타나는 여름의 모습은 반짝반짝 다채롭다. 그의 시집이 무더운 여름에 읽히기를 기대하는 이유다. “여름엔 추운 나라의 음악을 들어야 한다”(「나의 여름」)라는 구절처럼, 김영미의 시집이 여름을 노래하는 추운 나라의 음악이 되기를 바란다.

아침달 출판사 서평

 

 

 

여름의 커피

/

여름 과일이 담긴 접시

 

LE PLAT DE DELFT OU NATURE MORTE AUX POIRES ET AUX RAISINS, 1938 / Terrasse d’été, 1939 © Pierre Boncompain

 

 

첫 커피는 포도 뉘앙스의 르완다 COE 셀렉입니다.

두 번째 커피도 여름 과일의 서늘한 과즙이 넘치는 것으로 전할 거예요.

 

 

 

 

 

감사합니다.

 

 

sewmew.co.kr/2019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