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er Knows

 

 

Joaquín Sorolla <La bata rosa>(The Pink Robe) 1916

 

 

하얀 하늘 아래 세상은 비현실적으로 곳곳이 반짝일 것이고, 늘 그랬듯이 도덕성은 더위 속에 녹아 버릴 것이다.

우리는 밖에서 저녁을 먹을 것이고 나는 놀라울 정도로 가볍게, 이 하얀 뮬을 신고 정원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내려와서, 전축의 노래를 크게 틀고, 그 순간 ‘또 한 번의 아름다운 여름’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내게는 아름다움, 희망, 슬픔을 가진 모든 것이 여기 이 단어 ‘여름’ 안에 내포되어 있으니까, 내 가슴을 옥죄는 ‘모니카와 보낸 여름, 그녀는 여름 한 철 동안만 춤을 췄다. 42년의 여름’이라는 영화 제목처럼. 프랑스어에서는 여름(été)을 뜻하는 단어 자체가 이미 끝난 것(있다 être – 있었다 été) 같은 느낌을 준다. 여름은 지나간 것일 수밖에 없다.

아니 에르노 <사진의 용도>


 

 

분홍빛 로브, 하얀 뮬, ‘또 한 번의 아름다운 여름’ …

모든 것이 생생해지는 계절이에요.

비밀하고 벅차고 뜨거운 일들은 언제나 여름이었죠. 다음 계절은 없을 것처럼.

비현실적인 생기 이면에 소멸이 자리하고 있다는 걸 우리는 모르는 새 알고 있을 테니까요.

 

 

유월의 책은 아니 에르노의 <사진의 용도>입니다.

비밀스러운 몸짓, 한바탕 축제가 지나간 뒤 남겨진 것들을 하나의 상으로 담아낸 “미지의 기획”이에요.

그것의 소용은 읽는 이마다 다르게 생성될 테죠. 어떻게 읽으실지 궁금해집니다.

(*이미 읽거나 가지고 계신 경우 다른 책으로 변경 가능합니다. 같은 작가의 다른 책도 좋겠죠? 기구독자는 댓글로, 신규 구독자는 신청서에 기재해주세요.)

유월의 커피는 ‘분홍빛 로브, 하얀 뮬’ 뉘앙스로 전할게요.

복숭아, 살구, 사과, 보리수, 백포도, 서양배, 모히토, 화이트 와인…

컵노트만 보면 가벼울 것 같지만 엘살바도르와 콜롬비아 산지 커피로 바디감도 좋아요. 여름엔 아이스 커피니까요 :)

 

감사합니다.

 

 

 

 

Running along the beach, 1908

 

My Wife and Daughters in the Garden, 1910

 

Snapshot at Biarritz, 1906

 

Maria at the Beach, 1906

 

Promenade by the Sea, 1909

 

The Siesta, 1912

 

 

나는 그렇게 행복할 수 있다는 것에, 마치 가을에는 젊음이 끝나 버리기라도 하는 듯이 모든 것을 당장 경험해야 했던 열여덟 살의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다는 것에 사로잡혀 버렸다. 우리는 정원에서 열린 창문 너머로 브라이언 페리와 엘튼 존, 폴라레프, 비틀즈를 들었다.

하얀 뮬은 격정 속에 걸음을 멈췄고, 음악은 조용해졌다.

아니 에르노 <사진의 용도>

 

 

sewmew.co.kr/2019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