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드는 일을 한다,고 하면 맨 처음 생각나는 게 무엇인가요? 두툼하게 출력된 원고를 펼쳐놓고 빨간 펜을 들고 신경질적으로 줄을 그으며 교정을 보고 있는 모습, 이때 편집자는 왠지 안경을 쓰고 있어야만 할 것 같죠, 아니면 크고 작은 각종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니는 모습, 그 바쁜 와중에도 왠지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고 있을 듯하죠, 혹은 방황하는 작가의 고민 상담을 위해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열변을 토하고 있는 모습, 장소는 왠지 오뎅바 정도가 적당할 것 같네요, 등등 다양한 모습이 떠오르실 거예요. 어딘가 드라마에서 자주 봤던 모습이긴 하지만 원고를 다듬고 책이 완성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꼼꼼하게 점검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모두 편집자가 하는 일이긴 해요.

 

일본 드라마 <重版出来!>(중쇄를 찍자!)

 

그렇지만 눈에 띄는 일은 아닐지라도 책 만드는 사람이 가장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는 일은 바로 책으로 만들 만한 지식이나 정보나 이야기 즉, ‘콘텐츠’를 찾아다니는 일이랍니다. 요즘엔 실제로 몸을 움직여 찾기보다 인터넷, 그중에서도 SNS 등을 통해 콘텐츠를 발견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졌죠. 최근에 유행하는 베스트셀러들을 보시면 아마 이해가 쉬우실 거예요.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직접 몸을 움직여 찾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는 보물 같은 이야기들이 세상에 널려 있답니다. 지금부터 오후의 소묘가 두 발로 바다를 건너(?) 찾아낸 책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캣츠먀우북스 – 출입구와 입간판

 

2017년, 세계 고양이의 날인 8월 8일에 일본 도쿄의 산겐자야역 근처 주택가에 고양이책방 ‘캣츠먀우북스'(Cat’s Meow Books)가 문을 열었어요. 고양이의 천국이라 불리는 나라이다 보니 ‘냥코도'(にゃんこ堂) 같은 고양이 전문 서점이 이미 있었지만 캣츠먀우북스는 독특하게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만들어졌어요.(서점의 고양이를 위한 통로와 책장 등을 만들기 위한 펀딩이었어요) 고양이가 점장이고 고양이가 점원인 서점을 표방하며 수익금으로 고양이 보호활동을 지원하고 있다고 해요.

 

캣츠먀우북스 – 실내(사람들이 둘러 앉아 있은 테이블과 고양이)

 

오후의 소묘 에디터는 캣츠먀우북스의 오픈 소식을 듣고 곧바로(?) 짐을 꾸렸답니다. 일본의 고양이책방은 어떤 모습일까, 어떤 책들이 있을까, 궁금했거든요. 서점은 비교적 한적한 곳에 있었어요.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보며 찾아가긴 했지만 서점 간판이 보이기 전까지는 대체 여기에 가게가 있긴 한 건가, 싶을 만큼 평범한 주택가 골목이었거든요. 그래도 가게 안에 들어가서는 깜짝 놀랐어요. 월요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법 많은 손님들이 있었거든요. 공간은 좁았지만 책을 구경하고 사려는 사람을 위한 배려가 잘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고양이들이 아주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여러 장치들이 있었어요.

 

캣츠먀우북스 – 서가와 진열대의 풍경 / 중앙 진열대 위에 보이는 <이집다고>의 원서

 

점장님, 그러니까 고양이 사부로와 인사를 나누고 서점 곳곳을 둘러보았어요. 책이 진열된 서가는 꽤나 아담했어요. 중앙에 놓인 진열대와 조그만 벽면 2~3개에 꽂힌 책이 전부였지만 모두, 고양이책방이니까 당연한 일이죠, 고양이에 관한 책이 알차게 구성되어 있었어요. 그리고 안쪽 내실은 중앙에 큰 테이블이 있어서 커피나 차를 마시면서 여유롭게 고양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어 있었어요. 원래 고양이들은 주거 공간인 2층에 있는데 서점의 내실에는 2층과 통하는 비밀 통로가 있어 고양이들이 자유롭게 오가고 있었거든요. 그렇게 한참을 구경하다가 마치 운명처럼 책 한 권을 발견했어요.

 

고이즈미 사요 작가의 <안녕, 초지로>

 

오후의 소묘 에디터가 애정하는 한국의 고양이책방 슈뢰딩거에서 한창 베스트셀러였던 <안녕, 초지로> 작가의 그림이 그려진 책이 진열대 위에 있는 거예요. 어라, 작가의 새 책이 나왔었나? 책이나 고양이에 관한 소식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해왔건만 모르는 책이 있다니! 한탄을 하며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기 시작했어요.

 

알고 보니 그 책은 일본의 고양이책방에 가지 않았다면 절대 만날 수 없는 책이었어요. 글을 쓴 니오 사토루 씨와 그림을 그린 고이즈미 사요 씨가 일본에서 독립출판으로 발행한 책이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아직도) 아마존이나 기노쿠니야 같은 대형 서점에서는 팔지 않는 일종의 희귀본이었던 셈이죠.

 

고이즈미 사요의 그림 – <이집다고> 표지

 

당장 한국에 책을 소개하고 싶었지만 아직 오후의 소묘가 본격적인 출판을 시작하기 전이라 고민을 하고 있던 차에 마침 텀블벅에서 “동네책방에서 건져올린 인생책”이라는 이름으로 기획전을 연다는 소식이 들려왔어요. 그래서 고양이책방 슈뢰딩거와의 연으로 <이번 생은 집사지만 다음번엔 고양이가 좋겠어>의 펀딩을 진행하고 무사히 책을 출판했어요.(기획전에서 가장 많은 후원자 수를 기록한 건 안 비밀, 탁월한 굿즈로 냥덕의 심금을 울린 건 자랑)

 

아마 고양이책방 캣츠먀우북스의 오픈 소식을 듣지 못했다면, 두발로 바다를 건너(!) 그곳까지 찾아가지 않았다면 책을 내지 못했을 거예요. 고양이에 대한 무모한 애정과 여행에서의 우연한 발견이 가져다준 선물이라고나 할까요, 아무튼 일본의 고양이책방에서 발견한 보물 같은 책이랍니다.

 

<이번 생은 집사지만 다음번엔 고양이가 좋겠어> aka <이집다고>

 

그런데 텀블벅 후원이 끝난 후에는 <이번 생은 집사지만 다음번엔 고양이가 좋겠어>(이제부터 줄여서 <이집다고>)를 만나기가 어려웠답니다. 많은 분들께서 책을 구매할 때 이용하시는 온라인서점이나 대형서점에서 판매하지 않았거든요. 마음 같아서야 아마존닷컴을 통해 전 세계 특급 배송으로 책을 판매하고 싶지만 독립출판물이 일반 서점의 유통망에 책을 공급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서 늘 아쉬웠어요. 그러다가 드디어! 오후의 소묘가 <섬 위의 주먹>을 내면서 본격적인 출판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이제서야 <이집다고>를 누구나 만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죠.

 

“기대를 저버리는 존재라서”

 

<이집다고>는 20년간 고양이를 반려하며 들이고 떠나보내고, 지금은 아홉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는 지은이들의 마음이 담뿍 담긴 책이랍니다. 20년 차 베테랑 집사의 경험이 녹아든 10가지 이야기에 더해 고양이 시와 일러스트가 어우러진, 애묘인 필수 소장도서에요. 선물용으로도 좋고요. 이번 생을 집사로 살아가는 모든 분들의 집집마다 한 권씩 놓여 있기를 ;)

 

 

 

 

<이번 생은 집사지만 다음번엔 고양이가 좋겠어> 리부트 기념 북토크 소식을 전합니다.

 

 

 

고양이책방 슈뢰딩거 김미정 대표(aka 슈사장)의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슈사장은 어떻게 덕업일치의 길을 걷게 되었을까요?

 

나는 어떻게 고양이책방을 열게 되었나. 무슨 생각으로 4묘 집사로, 4년차 책방지기로, 강릉점 확장까지! 하게 되었나. 고양이를 모시는 것에 대해, 고양이책방을 운영하는 것에 대해, 고양이에게 삶을 저당 잡힌 집사와 책방지기로서의 삶의 기쁨과 슬픔을 진솔하게 들려드리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이번 생은 집사지만 다음번엔 고양이가 좋겠다 하시는 분들 모두 모여보아요.

 

2019년 7월 3일(수) 저녁 7시 30분

고양이책방 슈뢰딩거 대학로점

참가비 : 5,000원

우리은행 1005-703-197505 로 입금 후 jibsa@catbook.co.kr로 성함, 연락처, 인원을 보내주세요.

신청은 입금순으로 마감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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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wmew.co.kr/2019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