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으로부터

 

*2021. 9.3. – 9.13. 1-7pm

*space AC (마포구 토정로3길 16)

 

그곳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았을까?

우연히 마주친 풍경은 너무나 거대해서 무심하게 지나치기 쉬웠지만, 때로는 뜻밖의 모습으로 우리를 서성이게 했다. 그곳에서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 다른 풍경을 사유했고, 쌓인 시간의 단서들과 형상은 두 권의 책으로 기록되어, 하나의 전시로 공존한다.

한요의 ‘어떤 날 수목원’의 잎사귀에 스민 햇빛이 박혜미의 ‘빛이 사라지기 전에’에서 반짝이는 물결로 이어져 당신이 마주 보는 풍경으로 가닿기를 바란다.

 

[ 빛이 사라지기 전에 ] 박혜미 @spamove

그 무엇도 되지 못할 거란 허망함에 떠난 여행에서, 파도에서 일어나 바다를 건너 온 당신을 만났다.

바다는 햇빛을 머금고 당신과 함께 빛나고 있었다. 저 아름다운 풍경을 내가 그릴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아름답다는 건 맥 빠지게 하는 어떤 결심 같은 것이었다. 서퍼는 파도를 잡고 일어서기 위해 돌아온 정면을 바라봐야 했다. 두려움에 시선을 잠시라도 아래에 두는 순간 바다로 넘어지고 말았다. 당신은 매일 바다로 나갔고, 반복해서 넘어졌다. 그 모습은 위로로 다가와 내게 용기가 되었다. 그리고 싶은 마음과 잘 그려내고 싶다는 욕심이 지금 이 순간을 잘 기록하고 싶다는 다짐이 되었을 때 나는 바다에서 일어나 제자리로 돌아왔다.

용감하게 윤슬의 바다로 나아가던 그날의 서퍼처럼.

 

[ 어떤 날, 수목원 ] 한요 @hanyo__

수목원에 도착하면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왔다. 그 장면을 펼쳐보고 싶어질 때면 포천으로 향했고, 돌아와 스케치북을 채웠다. 힘 빼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작업이 필요하던 시기였다.

작은 드로잉북으로 만든 것이 새로 출간되면서 짧은 소회들이 더해졌다. 그림은 나를 가만 멈춰 서게 하는 장면들이었는데, 글은 자꾸 내 발끝을 떠올리게 했다. 쓰는 건 걷는 일이 비슷했다.

그리고 가을을 더 그렸다. 그곳에 머무르는 시간이 조금 더 길어지길 바라며.

 

*스페이스 아크 instagram.com/ac_artists_community/